* 나의 습관

친정집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나는 아침만은 간편한 식사를 하고 있다. 아침 8시 30분을 전후해 일어나면 아침 식사로 구운 감자와 삶은 계란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빈 속에 커피를 마시지 않기 위해서다. 계란 다섯 개를 한꺼번에 삶아 냉장고에 두고 하루에 하나씩 꺼내 컵에 삶은 계란을 담아 커피포트의 뜨거울 물을 부어 따뜻하게 데워 먹는다. 감자는 큰 감자는 반으로 잘라 먹고 작은 감자는 한 개 먹는데, 감자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아 신문지에 싸서 전자레인지에 3~4분 돌려 먹는다. 계란으로 단백질을, 감자로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어 좋다. 오전 중에 견과류와 과일도 빼놓지 않고 매일 먹으려고 노력한다. 


새벽에 일어나는 남편은 밥과 국만 있으면 혼자서 아침밥을 잘 챙겨 먹고 출근한다. 딸은 아침밥을 먹지 않고 출근하는 날이 많다. 남편도 딸도 이른 아침에는 나를 깨우지 않아 내가 식구들을 위해 아침 준비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이는 내 나이가 되어 편한 점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본 뒤 요즘 습관처럼 실천하는 게 있다. 사진 속의 책 다섯 권 중에서 매일 한 권을 골라 에세이 세 편씩 정독하는 것이다.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한 공부다. 다섯 권을 완독할 때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독서하면 한 달 동안 90편의 에세이를 읽게 되고 일 년 동안 1,080편을 읽게 된다다양한 내용의 글을 접하고 다양한 형식의 글을 접하는 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일 년에 책을 70~80권쯤 읽는다며 주로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을 잘 쓰는 그가 다른 작가들의 소설을 읽는 것은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이유야 어찌 됐든 여러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은 그의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세이 세 편을 읽고 나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자유 시간을 갖는다. 어떤 작가가 책 20권을 병행해서 읽는 병행 독서를 한다고 했는데 나도 여러 권의 책을 그렇게 읽는다.   





** 남산

오랜만에 남산에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사진을 찍었다. 소나기가 오고 흐린 날이었는데 비에 씻긴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 시 두 편















과녁

이병률


사랑이 끝나고 나면

쓰레기 같은 인간과 사랑을 했구나 하고 화들짝 놀란다 


그게 몇 번이었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쓰레기보다 더한 쓰레기가 되어가는 나에게

눈발이 거세게 퍼붓고

밤하늘의 별들이 그 자리를 덮어도

쓰레기는 쓰레기로 쌓인다는 사실이

무섭고도 단조롭게 잊혀만 갔다 


인생을 끼웠던 바늘들이 녹이 슬어 쌓인다는 사실도 모르고 산다

아름다움을 향해 당겼던 화살들을 꽂지 못하고

거기 흩어져 있음을 모른 채 산다 


사랑이 끝나면

말수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이 되어 미쳐 다닌다 


내가 한 사랑이 겨우 그랬나 싶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난 것이 몇 번이었나

-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62~63쪽.




장미 나무 그늘 아래      

이병률


갑자기 여자가 남자를 껴안았다

남자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여자는 혼자 생각했다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


여자 품으로 남자가 파고들었다

남자는 곧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남자는 가만히 생각을 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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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5-08-15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일 에세이 3편 정독하는 규칙적인 독서 대단하십니다!!
정말 독서는 규칙적인 리듬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배워야겠습니다~~
이병률 시인의 시 읽고 재밌어서 웃고 갑니다.ㅋㅋ
남산의 푸르른 나무들도 너무 좋아요.^^

페크pek0501 2025-08-16 15:44   좋아요 1 | URL
규칙적인 독서, 습관이 되면 할 만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아니니까요.
시 읽고 저는 웃기기도 했지만 슬프기도 했는데 재밌게 읽으셨군요.
헤어지고 나면 뭐 그런 인간 때문에 속을 끓였나 생각하며 속시원해지는 사람이 떠오르는 시입니다. 남산에서 사진 찍을 때 사람들 없는 풍경을 찍느라 좋은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초상권 운운할까 봐서요...ㅋㅋ^^

바람돌이 2025-08-15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페크님 덕분에 비온 뒤 남산 풍경을 즐기고 재미난 시 2편도 읽었네요

페크pek0501 2025-08-16 15:45   좋아요 1 | URL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 입니다. 시집을 많이 갖고 있는데 고르다 보면 또 이 시인의 시를 뽑게 되네요.^^

카스피 2025-08-15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데헌 덕분에 요즘 남산에 외국인들이 그렇게 많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 궁금해지네요.

페크pek0501 2025-08-16 15:46   좋아요 0 | URL
그래서인지 정말 남산에 사람들이 많았답니다. 저도 오랜만에 가서 반갑게 다녀봤네요.^^

서니데이 2025-08-15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식단 좋아보여요. 맛있을 것 같고, 소식하셔서 다이어트 식단 같기도 합니다.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인기여서 그런지 서울 풍경이 조금 더 좋아보여요.
오늘 여기도 소나기가 한 번 왔었는데, 서울도 비가 왔나봅니다.
날씨가 점점 더 더워지고 있어요. 주말엔 많이 더울 거라고 합니다.
시원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08-16 15:49   좋아요 1 | URL
식단이랄 게 뭐 있나요. 편리하게 먹는 방법이랍니다. 처음엔 삶은 계란만 먹었는데 감자나 고구마를 아침으로 먹는 것도 건강에 좋다는 기사를 보고 감자도 먹기로 했어요. 뜨거운 감자를 껍질 벗겨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남산에 간 날, 소나기가 시원하게 왔어요. 비 오는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았답니다.
서니데이 님도 늦여름 잘 보내세요.^^

hnine 2025-08-16 0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찬 아침 루틴을 갖고 계시는군요.
pek님의 아침 식단이 흥미롭습니다. 저는 몇십년째 사과와 커피가 제 아침입니다. 영양, 균형, 그런 것 생각없이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 두가지 먹고 나면 만족이랍니다.

페크pek0501 2025-08-16 15:52   좋아요 0 | URL
알찬 루틴인가요? ㅋㅋ
사과와 커피... 그것도 좋아 보입니다. 저는 건강을 좀 챙기는 편이라 식탁 위에 유리병마다 호두, 땅콩, 아몬드가 있어 견과류까지 챙겨 먹어요. 과일과 채소도 떨어지지 않게 냉장고에 넣어 놓죠. 제가 겁이 많아 그런가 봅니다.ㅋㅋ^^

stella.K 2025-08-16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언니 글 너무 좋은데요? 사진도 좋고. 저도 언니 에세이 읽기 따라쟁이 해 봐야겠어요. 근데 잘 읽다 이병률의 시 첫 연에서 화들짝 놀랐어요. 아무래도 이 시집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5-08-16 15:54   좋아요 1 | URL
글 너무 좋다고 하셔서 어디 그런 글이 있지? 하고 글을 훑어 봤어요.ㅋㅋ 잡문인 걸요 뭐. 에세이 3편 읽기, 함께 해 보시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아니어서 할 만하답니다. 시 좋죠? 다른 시인의 시를 올려 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이 시집에 꽂혀서 소개하고 싶은 시가 많아서요. 스텔라 님도 늦여름 잘 보내십시오.^^

감은빛 2025-08-16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간편한 식사 부분에서 확 공감합니다.
요즘 점점 더 먹는 양을 줄이고 있는데, 가능한 한 불도 적게 쓰고 품도 적게 드는
먹거리를 고민하게 되네요.
저는 오이, 파프리카 등 야채를 잔뜩 썰어놓고 몇 끼를 그걸로 먹기도 하고,
두부와 계란을 활용해 간단히 먹기도 해요.

이상하게 저는 수필은 잘 읽히지 않네요.
소설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데.
좋은 습관, 좋은 글, 좋은 사진들 그리고 좋은 시까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5-08-18 12:37   좋아요 1 | URL
아침 식사로 감자 대신 고구마를 먹어도 좋다네요. 고구마를 많이 쪄서 냉장고에 두고 하나씩 먹어도 좋겠어요. 고구마는 감자와 달라서 식어도 맛있잖아요. 저는 소금을 찍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정도로 감자를 좋아해요.
저도 파프리카를 썰어 반찬통에 넣어 두곤 하는데 피망이 더 맛있더라고요. 저도 오이와 양파를 생으로 먹는 것 좋아해요. 상추와 더불어 좋은 채소라고 생각.
먹는 양을 너무 줄이시는 것 같던데 달리기 하시려면 잘 드셔야 하지 않나요. 저는 살이 빠지지 않게 먹는 것에 신경 쓰는 편이에요. 살이 빠지면 기운이 없더라고요.

수필집을 완독하려면 인내가 필요하죠. 공부를 위한 독서라면 하루 3편은 읽을 만해요. ˝아주 인상적˝이었다는 말씀은 과찬, 으로 들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