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침대에서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서다. 그런데 잠이 쏟아져서 또 잤다. 오늘은 밤잠으론 부족한 모양이다. 아, 그러게 아까 책을 읽는 대신에 잠을 잤어야 하는 거였다. 아침에 식구들 다 나가고 혼자 있게 될 때 바로 잤으면 좋았을 것을, 침대에 앉은 채로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읽었던 것. 읽다가 잤던 것이다.

 

 

 

 

1.

이런 글을 읽었다.

 

 

 

 

 

하루 중 단 한 번이라도 하늘을 쳐다보지 않거나 활기에 가득 찬 좋은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은 없다. 노역하러 가는 도중에 머릿속에서 좋은 시구를 반복해 읊거나 멋진 가락을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죄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과 달콤한 매력들에 지겨워진 사람들보다 더 마음속 깊이 위안이 되는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이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56쪽~157쪽.

 

 

 

 

삶에서 권태를 느낄 뿐 무엇으로 즐길 줄 모르는 부유한 사람보다 삶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고 작은 것으로 즐길 줄 아는 가난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말도 되겠다.

 

 

 

 

 

만약 슬픔에 잠겨 당신이 가진 것들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이따금 좋은 구절을, 한 편의 시를 읽어보라. 아름다운 음악을 기억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당신의 삶에서 느꼈던 순수하고 좋았던 순간을 기억해보라!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57쪽.

 

 

 

 

‘당신의 삶에서 느꼈던 순수하고 좋았던 순간을 기억해보라!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엄마의 등에 업혔던 일이 생각났다. 뿌연 안개에 싸인 듯 흐릿한 어린 시절이건만 안개가 걷힌 어느 날의 풍경처럼 또렷이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다. 아마 여섯 살쯤인 것 같다. 엄마와 함께 놀러간 어느 집에서 내가 잠이 들었던 것. 그래서 엄마가 나를 업고 집에까지 오게 된 것. 업히는 게 좋아서 자는 척을 했던 것까지 기억한다. 내가 업힐 나이가 아닌데도 업혔기에 좋았을 것이다. 또 엄마가 나를 업어 줄 리 없던 때에 업혔기에 좋았을 것이다. 업혀 있는 동안 가장 행복한 아이였을 것이다. 엄마가 나를 귀하게 여겨서 업어 주었을 것이라고 느꼈을 테니까. 이런 행복한 경험이 그 뒤에 엄마에게 혼나는 일이 있을 때 엄마에 대해 섭섭하거나 미운 마음을 덜어 주었다.

 

 

 

좋은 추억을 많이 갖게 해 주는 게 어쩌면 부모로서 자식을 위하는 최고의 일일 수 있을 것 같다. 간단하지만 가치가 있는 일이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형제나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듯싶다. 늘 상대가 내게 잘 할 수는 없는 일, 섭섭하게 할 때도 있을 터. 하지만 내가 감동할 만큼 상대가 잘해 줬던 일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나는 상대에게 섭섭한 마음이 느껴질 때에 그것으로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난여름에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 문상을 온 친구들이 있었다. 대전에서 온 친구, 부산에서 온 친구, 두 번이나 와 준 친구 등 무척 고마운 친구들이 많았다. 아마 그들이 앞으로 내게 섭섭하게 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때 고마웠던 일을 기억하는 한, 상쇄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무척 고마워할 만큼 ‘순수하고 좋았던 순간’을 만들어 주는 일은 뜻깊은 일이 될 수 있겠다.

 

 

 

 

 

 

2.

이런 글도 읽었다.

 

 

 

 

 

이사를 하는 일은 절대 즐겁지만은 않다. 아니 불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사물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집을 나가는 일은 확실히 기분 나쁜 일이지만, 새로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멋지고 즐거운 일일 것이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67쪽.

 

 

 

 

‘사물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멋진 말이네.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말이지만 그래도 작가가 멋있는 말을 뽑아냈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알았을까. 자신이 쓴 평범한 문장(본인이 평범하리라고 여기는 문장)에도 감탄하는 나 같은 독자가 있다는 것을.

 

 

 

시간에도 두 가지 얼굴이 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어제와의 작별은 어제의 끝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의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과의 작별은 오늘의 끝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일의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과의 작별은 여름의 끝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을의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가을과의 작별은 가을의 끝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겨울의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난 이 글을 읽으면서 ‘실패’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실패에 절망이 아닌 희망을 담고 싶었나 보다. 정리하자면 이렇게.

 

 

 

실패에도 두 가지 얼굴이 있다. 그 두 가지란 ‘실패’와 ‘교훈’이다. 실패엔 책으로 얻을 수 없는, 인생의 값진 교훈이 생생하게 녹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으리라. ‘실패에도 교훈이 있다.’

 

 

 

내 나이가 그렇게 된 것이다. 예전 같으면 읽고 그냥 지나치고 말 평범한 내용의 문장에 마음이 끌려 음미하게 되는 그런 나이에 진입한 것이다. 연륜이 주는 이득이다. 이것으로 나이 듦의 거부감을 덜 수 있을까.

 

 

 

 

 

 

3.

다음의 글에서 ‘그것들은’이란 무엇일까.

 

 

 

 

 

그것들은 내가 깨어 있을 때나 잠이 들었을 때. 식사할 때나 일할 때, 날이 좋거나 궂거나 가리지 않고 나와 함께한다. 그것들은 나에게 친근한 얼굴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함께 있으면 마치 고향 집에 있는 듯한 기분 좋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27쪽.

 

 

 

 

이것의 맨 앞에 이런 문장이 있다.

 

 

 

‘그리고 끝으로 가장 좋은 교제상대를 들자면 내 작은 아파트 방 벽 책꽂이를 가득 채운 많은 책이다.’

 

 

 

그러니까 ‘그것들은’이란 ‘많은 책’을 말한다. 작가는 ‘책’이 친근한 얼굴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에 대해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으리라. 나 역시 우리 집 거실의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이 마치 다정한 친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또는 내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위안거리로 느껴질 때가 있다.

 

 

 

 

 

 

4.

나는 작가를 두 종류로 나누어 생각한다. 예술적인 작가와 비예술적인 작가. 여기서 예술적인 작가는 ‘예술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가를 말한다. 헤르만 헤세는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정원을 가꾸며 살았던 예술가였다.

 

 

 

내 주위에 헤세 같은 예술가가 없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런 예술가가 가까이 있었다면 나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으리라.

 

 

 

하지만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볼 때, 남편감으로는 예술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좋은 남편감의 직업으로는 아침을 먹고 나면 출근하는 직장인이 최고지. 예술가는 흠모의 대상으로만 적합할 뿐이지. 왜냐하면 남편이 출근하는 곳이 없어서 부부가 매일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보단 서로 떨어져서 지내다가 저녁때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 매달 고정 수입이 있는 남편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 (뭐 작업실이 따로 있고 수입이 좋은 예술가라면 모르지만.ㅋ) 쓸데없는 얘기를 해 봤다.

 

 

 

 

 

 

5.

다음의 글을 음미한다.

 

 

 

우리는 파헤쳐진 땅을 다시 평평하게 고르고, 끈을 매 놓은 대로 예쁘장하고 반듯하게 줄을 긋는다. 화단에 어떤 색과 모양의 꽃들을 심을지 미리 나눠 놓았다가 씨앗을 뿌린다. 하늘색과 흰색을 여기저기에 심고, 미소 짓는 듯한 붉은색 꽃을 그 사이에 흩트려 심을 것이다. 이쪽은 물망초로, 저쪽은 레세다 꽃으로 화려하게 가장자리를 다듬는다. 햇빛이 반짝이는 여름이 되면 그곳에 탁자를 갖다 놓고 앉아 우유가 조금 들어 간 커피를 아끼지 않고 마셔야지. 또 가벼운 식사에 곁들여서 포도주를 마실 생각을 하며 저쪽 채소밭 한켠에 무를 심을 만한 곳을 눈여겨 둔다.

 

 

 

일이 진척되어감에 따라 처음에 어린아이처럼 마구 날뛰던 기쁨과 흥분은 가라앉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조그맣고 아무런 힘도 없을 것 같은 정원이라는 존재가 다른 여운을 선사한다. 그 생각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그것은, 사실 정원을 가꾸면서 마치 자신이 창조자가 된 듯한 즐거움과 우월감이다. 사람들은 한 조각의 땅에 품어왔던 생각과 의지를 펼쳐놓는다. 그리고 다가올 여름을 기대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색과 향기를 창조해낼 수 있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6쪽~17쪽.

 

 

 

그리고 다시 한 번 읽는다.

 

 

 

하루 중 단 한 번이라도 하늘을 쳐다보지 않거나 활기에 가득 찬 좋은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은 없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156쪽.

 

 

 

나 오늘 하늘을 쳐다보았다. 내일도 쳐다봐야지. 불쌍한 사람이 되는 건 싫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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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11-12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도 쨍 소리 날 것 같이 청명한 하늘과 춤추듯 흐르는 구름 실컷 보고 왔어요. 그저 감사할 게 적지 않네요, ^^

페크pek0501 2013-11-13 13: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프레이야 님...
감사할 게 많아요. 건강해서 병원 신세 지지 않는 것도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요.
배 고프지 않은 것도요.
지금은 커피 한 잔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3-11-1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으면서 창문 쳐다봤네요.. ^^
오늘 쨍해요, 물론 나가면 내가 언제 따스하다 그랬어? 하듯이 추운 날씨지만요.

페크pek0501 2013-11-13 13:26   좋아요 0 | URL
추운 날씨라 더 쨍하게 느껴지겠지요.
마고님이 다시 활동하셔서 얼마나 반갑고 좋은지...^^

노이에자이트 2013-11-1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승원 씨가 교사직을 때려치우고 전업작가가 되려고 했을 때 부인이 엄청나게 반대했다고 하죠.아무래도 일정한 수입이 끊기니까...

다른 분들 댓글과 비교해보면 제 댓글 내용은 정말 다르군요. 하하하...

페크pek0501 2013-11-13 13:50   좋아요 0 | URL
저의 쓸데없는 얘기- 에 대한 댓글을 써 주셔서 고맙네요. ㅋㅋ
사실 아내들에겐 일정한 수입이란 게 중요하죠.
돈이 전부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돈이 하나도 없으면
한 끼의 식사조차 구걸을 해야 한다는 거죠.

한승원 님과 그의 딸 한강, 두 분은 어쩌면 그리 소설을 잘 쓰시는지... 둘 다 이상문학상 수상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3-11-1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한강 말고 한승원 씨 아들도 소설가인데...사람들에게 안 알려졌죠.아버지 입장에선 정말 마음이 아플 거에요...사실 저도 그 소설가 아들 이름을 까먹었네요.한강 만큼 두각을 못나타내니까요.

한강 씨는 외모도 참 곱상하던데...제가 소설가 외모에도 관심이 많답니다.

페크pek0501 2013-11-13 14:0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글쓰는 재능을 물려받았나 봐요.
글을 잘 쓰면서 외모가 뛰어나면 더 멋있긴 하죠. ^^

yamoo 2013-11-1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덕분에 가을 하늘을 올려다 봤네요. ^^
감솨~~
인용한 부분들이 음미하기 그만인 내용들이에요~

페크pek0501 2013-11-15 07:44   좋아요 0 | URL
저도 감솨~~합니다. ^^
 

 

 

 

1. 두 가지를 경계한다 : 서재에 올리는 글을 쓸 때엔 뭔가 보여 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 같은 게 있던 시간들이 있었다. 다 알고 있는 뻔한 얘기를 쓸 것이라면 뭐 하러 글을 쓰나, 하고 생각했으니까. 그땐 아마 남들이 쓰지 못할 획기적인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 관념을 깨어 줄 그런 글이 좋은 글이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으니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노트에 볼펜으로 쓰는 일기에는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많은데, 이곳에 올리는 글을 쓸 땐 ‘제한적인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예전에 비해 편하게 글을 써서 올리게 된 것 같다. 내 능력의 한계를 깨달아서 어깨에 힘을 빼고 쓰게 되었다고나 할까.

 

 

다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두 가지를 검토하는 습관이 있는데, 잘난 척한 글이나 유치한 생각을 드러낸 글이 있으면 없애기 위해서다. 아무리 어깨에 힘을 빼고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고 해도 이 두 가지의 글을 경계하려고 한다.

 

 

 

 

 

2. 자유가 좋아 : 어제 친정에서 저녁을 먹고 와서 집안일을 하고 씻고 나니 밤 11시가 되었다. 글을 쓸까 하다가 잠을 잘 시간에 무리하게 글을 쓰면 병이 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자기로 했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은 의무감 때문에 몸이 고단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가 있지만, 서재에 올릴 글을 쓰는 일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편하고 좋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 자유가 좋다. 직업과 다르게 취미의 장점이다.

 

 

 

 

 

3. 여행을 즐길 마음이 없네 : 며칠 전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 친구는 11월에 일본 교토에 열흘 간 여행을 가기로 했단다. 그곳에서 딸이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서 딸을 볼 겸해서 간다고 한다. 나에게 함께 갈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핑계를 대며 못 간다고 말했다. 나는 이박삼일만 여행하고 먼저 와도 되는데, 아마 나는 여행을 갈 여건이 된다고 해도 가지 않을 것 같다. 가족 여행이라면 몰라도 가족을 두고 떠나는 여행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내겐 없다. 여행하는 내내 집안 걱정을 하면서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가정에 매여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4. 어긋나는 게 인생이지 : 며칠 전 서재에 들어와 깜짝 놀랐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어느 글의 추천 수가 높았기 때문이다. 단상(71)의 추천 수이다. ‘왜 이게 추천 수가 높은 거지?’라고 생각했다. 또 반대로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어느 글의 추천 수가 낮아서 놀란 적도 있다. 단상(65)의 추천 수이다. 내 생각엔 단상(71)과 단상(65)의 추천 수가 바뀌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렇게 결론을 냈다.

 

 

‘예상과 어긋나는 게 우리의 인생이 아니던가. 그런데 뭐 그런 것에 놀라는가.’

 

 

 

 

 

5. 고독한 시간의 가치 :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세실 님이 자신이 본 책을 보내 주겠다고 댓글로 쓰셔서 내가 비밀 댓글로 우리 집 주소를 알려 줬더니 책 두 권을 보내 주셨다.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윤성근 엮고 씀,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두 권의 책을 받고 보니 행복해졌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에 이런 글이 있다.

 

 

나는 병이 된 불면증에 대해서 한 마디 해주고 싶다. (…) 내가 말하는 것은 잠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내면의 가르침이다. 아프고 기다려야 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가 오해하지 않도록 가르침을 주는 훌륭한 스승이다. (…) 누군가를 부드럽게 대하고 배려하는 것은 그렇게 대하는 것을 스스로 필요로 하는 사람만이 잘할 수 있다.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물을 다정하게 가늠하고, 정신적인 이유를 찾아서 보고, 모든 인간적인 나약함을 잘 이해하는 일은 오직 고독한 시간의 괴로운 정적 속에서 방해받지 않고 생각에 잠겨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수많은 밤을 조용히 누운 채 뜬눈으로 보낸 사람들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 헤르만 헤세 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38쪽~39쪽.

 

 

불면증의 가치를 이렇게 잘 설명하다니. 불면증은 잠자고 싶은 밤에 찾아와서 잠을 방해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이런 가치가 있다니까 앞으론 불면증이 찾아와도 나쁜 불청객 취급을 하지 않으리라.

 

 

외로움에 대해 릴케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외롭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외로움이란 어렵기 때문이죠. 그것이 어렵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외로워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 R. M. 릴케 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고독한 시간’의 가치를 안다면, 그 가치를 몰랐을 때보다 사는 데 위안이 되지 않을까.

 

 

 

 

 

6. 가끔은 동네 서점에서 : 오래전 <달과 6펜스>를 소담 출판사의 책으로 사서 읽었는데, 얼마 전 이 책을 들춰 보니 좋은 문장이 많아서 다시 읽으려니 글씨가 작아 눈이 피로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동네 서점에서 민음사 출판사의 책으로 새로 샀다. 책을 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가끔은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야겠다고.

 

 

나는 책을 거의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는데, 인터넷 서점에 밀려 경영 악화의 문제로 문을 닫는 동네 서점이 많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쉽게 언제든지 직접 책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은 얼마나 매력적인 서점인가. 그런데 그런 서점이 하나씩 사라져서 과거의 추억 속에만 존재하게 되는 건 싫다. 또 동네 서점에 가게 되면 사야 할 책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책들을 들춰 보기도 하는데, 책을 실컷 보고 한 권도 사지 않고 그냥 나오기가 미안하다. 그래서 가끔은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 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7. 두 번 읽는 재미 : <달과 6펜스>라는 소설을 두 번째 읽고 있다. 처음에 읽었을 땐 줄거리에 흥미를 느끼며 읽었는데 이번엔 화자의 글에 흥미를 느끼며 읽고 있다. 인간을 통찰하는 글이 많기 때문이다. (245쪽까지 읽었다.) 처음 읽을 때와 비교하면 두 번째로 읽는 게 더 재밌게 느껴진다.

 

 

책을 두 번 읽는다고 하여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읽었다고 해도 큰 줄거리만 생각날 뿐 세부적인 내용은 생각나지 않기 때문에 마치 처음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음에 전개될 얘기를 궁금해 하며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처음 읽을 때 놓쳤던 것들을 꼼꼼히 챙기며 읽을 수 있어서 깊이 읽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래서 두 번째 읽는 게 더 재밌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소설은 두 번 이상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8.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자주 느꼈던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고모들도 사촌들도 말하길 좋아해서 열심히 들어 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달과 6펜스>에서도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공감이 갔다.

 

 

(그는) 좀처럼 거드름을 피우는 일이 없고, 술 한잔 권하기만 하면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다. 이들과 친해지는 데 번거로운 절차 같은 건 필요 없다. 그저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기만 하면 그들은 상대를 금방 신뢰할 뿐 아니라 고마워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얘기하는 즐거움을 인생의 커다란 낙으로 삼고 있는데, 얘기 솜씨로 보면 이들 세계의 문명이 뛰어남을 알 수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얘기를 재미있게 한다. 이들에게는 폭넓은 경험과 풍부한 상상력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229쪽, 민음사.

 

 

이 글을 읽고 우리 친척들이 생각나서 웃고 말았다. 말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말하면서 얘기 솜씨가 늘었을까. 아니면 얘기 솜씨를 타고나서 즐기게 되었을까.

 

 

 

 

 

9. 번역서의 문제점 : 위에 옮긴 글을 다른 출판사에서는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하여 찾아봤다. 비교하기 위해 옮겨 본다.

 

 

(그는) 여간해서 잘난 체하는 일이 없고 단 한 잔 술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따라서 그들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특별히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기만 하면,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고마워하기까지 한다. 그들에게는 서로 이야기하는 그 자체가 바로 인생 최대의 기쁨이다. 그런 점으로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문명인인가를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줄 알며 경험과 상상력도 적절히 어울려 즐겁게 들을 만한 얘깃거리를 만들어 낸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214쪽~215쪽, 소담출판사.

 

 

출판사(또는 번역하는 사람)에 따라 문장이 어떻게 다른가를 알기 위해 두 가지의 책을 함께 보며 여러 문단을 비교해 봤다. 이렇게 비교하며 읽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그런데 두 가지 책의 번역을 비교해 읽다 보니 뜻이 많이 다른 문장도 있고, 한 쪽의 책은 아예 한 페이지가 생략된 것도 있어서 ‘번역서 읽기’의 문제점을 느꼈다.

 

 

 

 

 

10. 자국어로 읽는 국민들이 부러워 :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의 책 두 권을 구입할 예정이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과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이란 책이다. 얼마나 잘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궁금한 건 못 참으니 사서 읽을 수밖에.

 

 

 

 

 

 

 

 

 

 

 

 

 

 

 

 

 

 

 

 

<평생 단편 창작에 몰두해 온 앨리스 먼로는 각각의 짧은 이야기 속에 삶의 복잡한 무늬들을 섬세한 관찰력과 탁월한 구성으로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 책소개, 알라딘.

 

 

이 두 권의 책이 잘 번역되었을까 생각하며 이런 작품을 자국어로 읽는 국민들이 부러워진다.

 

 

 

 

 

11. 그러기 없기 : 생각이 깊어지길 바라면서 마음고생을 하지 않기를 바라기 없기다. 마음이 성숙하길 바라면서 마음고생을 하지 않기를 바라기 없기다. (이건 내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내가 나에게 해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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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1-0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좋지만 자기 자랑에, 잔소리 하고 또 하는 사람은 귀싸대기를! 한 방 갈기고 싶습니다.

페크pek0501 2013-11-07 21:4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저, 이렇게 소리 내어 웃었어요.
참 재미있으십니다.
저도 잘난 척...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ㅋㅋㅋ귀싸대기, 재미있는 말입니다.

마립간 2013-11-07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좋아하는 글과 추전받는 글의 차이가 큰 사람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숙고한 것을 표현한 글을 좋아하는 데, 대개 추천이 적습니다. 추천은 대중적인 글에 많이 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몇 글을 소개합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12884
http://blog.aladin.co.kr/maripkahn/10152
http://blog.aladin.co.kr/maripkahn/7281

페크pek0501 2013-11-07 21:49   좋아요 0 | URL
추천은 대중적인 글에... 그렇군요. 베스트셀러라는 것도 대중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님이 소개한 글 중엔 제가 읽은 글도 있네요. 천천히 보겠습니다.

추천 수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겠죠. 다만 제 예상과 다를 때 사람들의 반응이
재밌다고 여겨집니다. 왜 내 생각과 다를까? 이러면서 말이죠...

감은빛 2013-11-0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많이 한 다음날엔 늘 후회를 해요.
(오늘이 그런 날이네요. ㅠ.ㅠ)
주로 술자리에서 말이 많아지는데,
그 말들이 대부분 쓸데없는 말인 경우가 많아요.
과장이 섞인 잘난척이 대부분이니까요.

저는 앞으로 말을 많이 하는 일을 경계해야 겠어요.

페크pek0501 2013-11-07 21:50   좋아요 0 | URL
저도 말을 많이 한 다음날에 후회를 한 적이 있어요.
말이 많으면 실수가 생긴다는 것도 느꼈답니다. 침묵이 안전하긴 해요.
그 기분, 공감합니다. 공감공감공감...

세실 2013-11-0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말 많이 하는 사람들 있지요.
그 사람들은 외롭거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마음대로^^)
앨리스 먼로는 마를린 먼로랑 친척일까요? ㅎㅎ
단편으로 세계문학상을 받는다는건 대단한 필력일듯요^^ 읽어보시고 리뷰 남겨주세요~~

페크pek0501 2013-11-07 21:53   좋아요 0 | URL
외로워서다, 맞는 것도 같아요.
또 에너지가 넘쳐서인 것도 있는 듯...
저의 경우엔 몸 컨디션이 떨어지면 주로 듣게 되더라고요.
에너지가 넘칠 때 말이 많아지고요.
또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나면 말이 많아져요.

친척? ㅋㅋ 아마 아닐걸요. ㅋㅋ 세실 님은 은근히 웃기세요. 호호~~

대단한 필력이죠. 리뷰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리뷰가 잘 써지지 않아요. 실패한 리뷰가 있답니다. 그래서 못 올렸죠.
잘 써지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엔...

참, 책 두 권을 받아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프레이야 2013-11-0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리스 먼로의 저 책 두권은 어제 집에 도착했어요. 저도 궁금해서요. ㅎㅎ 둘 다 표지가 참 이쁘죠. 토욜밤부터 읽을 생각입니다. 지금은 여행중^^ 조정래태백산맥문학관을 보고 목포로 향하고 있어요. 불면증에 대한 헤세의 문장이 좋으네요. 만추에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13-11-07 21:54   좋아요 0 | URL
벌써 프레이야 님은 책 갖고 계시는군요. 관심사가 참 비슷해요, 우리들은... ㅋㅋ예, 표지 예뻐요.
아, 여행중이시군요.
불면증에 대한 헤세의 글을 보고 반해 버렸어요. 이 만추에요.
좋은 여행을 하고 돌아오세요. ^^
그리고 새 글 올려 주시길...^^


노이에자이트 2013-11-0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다구 여신도 있는데...드라마에서 귀싸대기를 잘 때리는 여자 연기자를 이릅니다.

귀싸대기를 세게 때리면 불꽃이 날 것 같다고 해서 불꽃 싸다구라는 표현도 있고요.
"너! 불꽃 싸다구 한번 맛볼래?" 하면서 쫙! 한 방!

페크pek0501 2013-11-08 14:59   좋아요 0 | URL
참, 님은 아시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싸다구 여신이나 불꽃 싸다구 같은 말을 처음 들어 봅니다.
물싸대기는 들어봤지만요.

쫙 한 방... 님은 그렇게 하시지도 못하시면서... ㅋ

잘잘라 2013-11-0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올라온 글이 없어도 이렇게 댓글 읽는 맛이 있어서 매일 알라딘서재 한바퀴,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하하하. 7번(KBS2)에서 하는 왕가네 가족인지 식구들인지 하는 드라마를 몇 번 봤는데요, 얼마 전에 거기서 탤런트 오현경이 "나 미스코리아 나온 여자야~" 하면서 어떤 여자에게 물따귀 때리는 장면이 나왔어요. 와아아.. 물따귀라는 게 있구나 하면서, 드라마를 통해서 완벽한 시범까지 보구 배운 셈이지요. 배운 바에 의하면 물따귀란 ‘물 끼얹기’ 더하기 ‘따귀 때기리’ 세트라고 하면 되겠던데요, 어쩐지 불꽃 싸다구보다 훨씬 강력한 싸다구라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13-11-09 13:19   좋아요 0 | URL
아, 메리포핀스 님, 재밌어요. 댓글에 대한 댓글을 쓰신 셈이네요.^^

저도 그 드라마 봤어요. 물따귀 때리는 장면을 보고 물싸대기를 알았다는 것이에요.
아, 그 드라마 오늘 방송하는 것 아닌가요?
문제는 재밌는 드라마를 꼭 주부가 제일 바쁜 저녁에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재방송으로 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주로 낮에 친정에서 엄마랑 볼 때가 많네요.

누군가를 때릴 때에도 용기라는 놈이 필요한 거겠죠? ㅋㅋ
님이 방문해 주셔서 기분이 전환되었어요. 좋아졌단 뜻이에요. ㅋㅋ
 

 

 

 

<달과 6펜스>라는 소설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모순에 찬 것이며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위선이 숨겨져 있고 고결한 정신 속에서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숨어 있고, 또 사악한 마음속에는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깃들여 있는가 등을 그 무렵의 나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51쪽, 소담.

 

 

 

이것을 이렇게 바꾸어 볼 수 있겠다.

 

 

<어떤 사람이 성실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이고, 고결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며, 불량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엔 하얀 색의 수건을 걸레로 사용하는 주부가 있다. 그 집에 가면 걸레가 얼마나 깨끗한지, 걸레인지 행주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얀 걸레를 매일 빨아서 삶기 때문이다. 그런데 걸레만 보고 그 집의 청결 상태를 판단해 버리면 안 된다. 화장실에 가 보면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기가 예사였기 때문이다. 화장실 청소는 자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이런 주부도 있다. 방 청소보다 화장실 청소를 더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자기는 바쁠 땐 방 청소를 생략하지만 화장실은 매일 청소한다고 한다. 집에서 화장실의 청결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결론은 청결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

 

 

이런 사람도 있다. 살림을 알뜰하게 하는 어떤 사람은 돈이 아까워 택시를 타는 일이 전혀 없을뿐더러 마당의 화초에 주는 물도 아까워 빗물을 받아 놨다가 화초에 물을 준다. 그런데 그는 여행을 다니며 쓰는 비용에 대해선 전혀 아까워하지 않아 사계절마다 여행을 다니며 돈을 쓴다.

 

 

결론은 알뜰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

 

 

나의 경우, 결벽증이라고 할 만한 버릇이 하나 있다.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뽑아서 보려 할 때 키친타올에 물을 적셔서 책의 겉면을 앞뒤로 닦은 뒤에 책을 보는 것이다. 먼지를 닦고 보기 위해서다. 이런 버릇은 책을 만진 손이 더럽다고 느낀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닦아서 보는 게 좋은 버릇이라고 여기지는 않아서 애들이 보는 앞에서는 절대 하지 않고 애들 몰래 닦는다. 애들이 나를 닮는 건 싫기 때문이다.) 이런 결벽증이 있다고 해서 모든 면에서 청결할 것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청결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텔레비전이나 전화기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는 걸 보면서도 닦지 않을 때가 많다.

 

 

결론은 결벽증이 있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서만 그렇다는 것.

 

 

흔히 사람들은 일부만 보고도 전체를 미루어 안다는 뜻으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말하지만 이는 틀린 말인 것 같다. ‘열을 알고도 하나를 모르는 게 인간이다.’라는 말이 오히려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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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0-3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때는 이렇게, 저때는 저렇게' 가볍게 이는 바람에도 마구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사람의 마음이니,'사람'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울지요...

* * *

내 의지와 사유는 이때는 이렇게, 저때는 저렇게 움직이며, 그 중에도 많은 움직임은 나 없이도 되어 간다. 내 이성에는 매일 돌발적인 충동과 동요가 있다.

심령의 모양은 변한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속은 이때는 이 생각,
한 가닥 회오리바람이 구름을 밀고 가면,
그때는 다른 생각을 품게 된다. (베르길리우스)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

페크pek0501 2013-11-01 12:35   좋아요 0 | URL
오렌 님, 매일 돌발적인 충동과 동요가 있다, 라는 말이 와 닿아요.
인간이란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이 달라서 변덕쟁이일 때가 많지요.
그래서 일관성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요.
아, 사진 구경하러 가겠습니다. 님이 본 가을 풍경이 궁금하군요. ㅋ

stella.K 2013-10-3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편견의 존재긴 하죠. 근데 어떤 건 맞는 경우도 있는 것도 같구...
아니면 그런 말로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심리도 있는 것 같아요.ㅋ
아, 달과 6펜스 어렸을 때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지금쯤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요?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싶은 책 몇 권 안 되지만
그 중 하나죠. 다시 읽을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ㅠㅠ

페크pek0501 2013-11-01 12:36   좋아요 0 | URL
애태커스 님, 저는 이 책을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으로 정했어요.
오래 전, 소담 출판사의 책으로 읽었는데 다시 펼쳐 봤더니 좋은 글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글씨가 작더라고요. 그땐 몰랐는데...
그래서 민음사의 것으로 동네 서점에서 샀답니다.
눈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작은 글씨의 책은 읽지 않으려 해요. ^^



yamoo 2013-11-0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글을 사랑해마지 않습니다요^^ 가차없이 추천을 날릴 수밖에 없는 글입니다!ㅎㅎ

근데, 문예출판사와 민음사 표지를 모두 고갱의 자화상을 택했군요! 왜 그랬는지 갑자기 궁금증이 커지네욤~^^ 고갱과 몸....뭔 관계가 있을까요? 고갱 전기를 보니, 책에 단 한줄도 서머싯 몸과의 언급도 없던뎅~

페크pek0501 2013-11-02 12:5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이 글의 추천 수가 왜 높은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요.
추천 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ㅋ
바로 야무 님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의 추천 수???

이 소설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로 유명하지요.
서머싯 몸이 고갱의 생애를 연구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이 책의 줄거리를 구상했다고 하네요. 아마 서머싯 몸이 고갱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그의 화가로서의 천재성이 흥미로웠을 듯해요.

아무튼 재밌는 소설이에요. 명작 중엔 지루한 소설이 많은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답니다. 저는 아무리 명작이라도 유익하다고 해도 재미없으면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ㅋㅋ

yamoo 2013-11-03 22:19   좋아요 0 | URL
오! 그랬었군요~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이라니...전 제목만 알고 내용은 전무~ 알라딘 중고서점에 눈에 띄면 얼른 사야겠어욤! 지루하지 않다니, 우와~ 브라보!!

페크pek0501 2013-11-05 13:11   좋아요 0 | URL
아, 모르셨군요. 줄거리도 재밌지만 그보다도 화자의 설명 중에 인간의 내면을 통찰하는 글이 많아 저로선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읽고 있어요. ^^


마녀고양이 2013-11-02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무엇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불안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것은 A이다, 저것은 B이다 라고 정의하고 싶은가봐요.

실은 혼란덩어리에 수많은 조각에 모순이 내재되어 있는게 인간인데,
그렇게 자신을, 타인을 수용하기가 왜 그리 어려워 방점을 찍으려 할까 싶어지기도 해요.
불안하니까... 모호한 것은,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몰라서 불안하니까
그래서 정의하려는 것이다... 라는 생각도 들구요.

저에게 누군가
당신은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하면 참 기분이 불편해져요.
난 그런 면만 있는게 아니야 라고 늘 항의하고 싶어져요, 칭찬에 대해서조차도.

페크 언니, 잘 지내시죠~ 늦가을이네요.

페크pek0501 2013-11-05 13:17   좋아요 0 | URL
잘 지낸답니다. ㅋ
우리가 하는 말의 대부분이 이미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해요.
불안하니까 정의하려는 것이다, 라는 말조차도요...
이 하늘 아래 새 것이란 없는 것이죠. 반복, 재탕, 약간의 변주곡이 있을 뿐이에요.
제가 쓴 위의 글도, 저 주제로 제가 설마 최초로 썼겠습니까. 다만 제가 책에서 본 적이 없으니 저 나름대로 쓸 수 있을 뿐이죠. 인간의 느낌이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니까.

늦가을이라니, 이제 초겨울로 접어들겠군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마고님... 반가웠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3-11-0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모옴 시대가 되면 디킨스 식의 인물 설정은 구식이 되죠.이른바 전형성을 내세우는 인물은 현실성이 없다는 겁니다.악한 사람도 어느 구석엔 착한 성격이 있고, 그 반대도 있고...그게 맞죠.강력계 형사들에 의하면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착한 일을 조금씩은 한답니다.그러면서 흉악범 스스로도 위안을 삼는다고 하죠.나도 착한 성격이 있다고...하면서.

페크pek0501 2013-11-05 13:2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형사들이 그런 말을 했군요.
이분법적으로 어떤 전형의 인물로 나누어 쓴 소설보다는 양면성을 가진 인물을 그린 소설이 더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한 사람이 각기 다르게 평가되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에요.

이번에 두 번째로 책을 읽으면서 서머싯 몸이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작가인지
새삼 놀라고 있어요. 사실 처음에 읽었을 땐 줄거리에만 반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는 인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에 반했답니다.
고전소설이 이 정도면 문학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확보한 게 아닐까 싶어요.
기회 있으면 <달과 6펜스>를 페이퍼로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반가웠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3-11-06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의 소설은 내용이 명료해서 좋은데 중편소설 <비>를 읽어보면 선교사의 자살동기가 뭔지 해석이 다양해요.혹시 안 읽었으면 한번 읽어보세요.몸은 중단편도 읽을 만해요.

페크pek0501 2013-11-06 08:58   좋아요 0 | URL
<비>는 읽어 보지 못했어요. 찾아 볼게요.
몸의 소설은 무엇이든 다 읽고 싶어요. 내용도 문장도 맘에 듭니다.
인간을 통찰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화책을 읽었다. 재밌다. 마스다 미리 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라는 책이다. 이 책은 미술로 말하면 색깔을 입히지 않고 스케치를 한 그림과 같다. 음악으로 말하면 반주 없이 부르는 노래와 같다. 간결한 필치가 뭔가 생략된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내용이 무겁지 않고 가벼운 일상 이야기의 만화책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들을 글로 정리해 보았다.

 

 

 

 

 

 

 

 

 

 

 

 

 

 

 

 

 

 

1.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 아, 제목이 좋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몰라서 이 책 제목에 끌렸던 것 같다. 누구나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를 모른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녀는 글을 쓰고 고단해지면 쉬다가, 또 글을 쓰고 고단해지면 잠을 자다가,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 매일 그렇게 살고 싶다. 하지만 그런 날을 갖기란 쉽지 않다. 전화가 오면 받아야 하고 청소를 해야 하고 식구들이 들어오면 밥상을 차려야 한다. 또 어느 날은 돈을 벌기 위해 외출해야 한다. 삶이란 게 글쓰기와 휴식만 하면서 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매일 살아 보았더니 글쓰기에 싫증이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는 당분간 글을 쓰고 싶지 않게 되었던 것. 그녀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또 하나의 예.

 

 

그녀는 남편이 애처가이길 바랐다. 자신에게 관심이 많고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남편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남편이 자신에게 애정 표현을 많이 하고 늘 옆에 같이 있으려고 하고 자신에게 모든 관심을 집중하니까 지겨워져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는 자신에게 적당히 무관심한 남편이길 바라게 되었던 것. 그녀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결론은 이론과 실제가 다르듯이 상상과 실제 또한 다르다는 것. 자신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

 

 

 

 

2. 나는 늘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고 나면

의미가 달라지곤 한다. 왜 그런 걸까?(3쪽) : 나도 그런 적이 있다. 내가 진지하게 얘기하고 나면 말의 의미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왜 그럴까? 말을 하는 사이 핵심을 잊어 잘못 말했기 때문인가. 언어 표현의 한계 때문인가. 아니면 ‘생각’보단 ‘말’이 가볍게 느껴지는, 말의 특성 때문인가.

 

 

 

 

3. 고모. 되고 싶은 대로 되지 못한 거야?

글쎄~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

그렇지만, 꼭 그렇다고도 할 수 없어.

되고 싶었던 게 꼭 되고 싶은 건 아니었으니까~(19쪽) : 어릴 때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고 해서 꼭 대통령이 되고 싶은 건 아닐 수 있다. 어릴 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고 해서 꼭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건 아닐 수 있다. 어릴 때 대통령에 대해서, 그리고 피아니스트에 대해서 올바르게 알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니까. 또 막상 해 보면 그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을 수가 있으니까.

 

 

 

 

 

4. 되고 싶은 대로 된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북새통이 될 거야~(20쪽) : 되고 싶은 대로 다 된다면 모두 좋은 직업만 택하려고 할 테니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게 뻔하다. 만약 아무도 쓰레기를 치우는 직업을 갖지 않으려고 하면 세상은 쓰레기 천국이 되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모두 같은 시각으로 보게 된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왜냐하면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면서 좋은 일을 한다고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세상엔 있어야 하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고마워해야 한다.)

 

 

 

 

5. ‘그 사람만 있으면 아무 것도 필요 없다’라는 건,

뭔가 아닌 것 같아. 내 인생에 ‘내’가 없으면 안 되니까!(21쪽) : 그 사람만 있으면 먹을 것도, 돈도 필요 없을까? 그 사람이 있다고 해도 세상을 살아가자면 필요한 게 얼마나 많은가. 또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누군가를 이해했다는 것은 자기 나름대로 그를 오해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법이니까.

 

 

 

 

6. 내가 산타클로스에게 받고 싶은 것은.

보장

일지도. 어떤 의미에선.(44쪽~45쪽) : 어떤 보장을 말하는 것일까.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보장’을 말함일까. 만약 소원을 들어 주는 산타클로스가 실제로 있다면 나는 ‘걱정 없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하겠다.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돈 스트레스가 없고 속 썩이는 가족이 없다면 행복할 것 같기 때문이다. 삶이 지루하다든지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든지 하는 정도는 감수하리라. 그 정도의 문제는 있어야 하리라.

 

 

왜냐하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그렇다.

 

 

천국이 실제로 있다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먹을 것이 많고 웃을 일이 많고 좋은 물건들이 가득하다고 해서 사람들은 행복할까. 서로를 시기하지 않고 싸움을 하지 않고 착한 마음만 있다면 행복할까. 결핍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풍요’를 ‘풍요’라고 느낄 수 있을까. 불행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행복’을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 분명히 풍요롭다고 느끼지도 않고 행복하다고 느끼지도 않을 것이다. 양지가 있기 위해선 음지가 필요한 법이다.

 

 

 

 

7. 원하는 것이 없다는 건

행복한 것인지도 몰라.(49쪽) : 원하는 것이 없다는 건 행복일까, 불행일까.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여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행복한 사람이기보다 불행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것이 없다는 건 미래 속에 있는 ‘희망’이 없다는 걸 의미할 테니까.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없다는 걸 의미할 테니까. 바꾸어 말해 앞으로 갖게 될 기쁨의 부재를 말함이니까.

 

 

 

 

8. 이 허전한 느낌은 뭘까?

그렇지만, 다들 이렇게 말하지.

‘사치스러운 고민’이라고.(57쪽) : 사치스러운 고민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문제이든 큰 문제이든 누구에게나 고민이란 건 심각하고 절실한 것이므로. 남이 볼 때 사소한 일이지만 그 일로 상처받아 목숨을 끊기도 하는 게 사람이므로.

 

 

 

 

9. 아직 사랑을 해도 된다는 게 부러워.

난, 이제 사랑을 해서도 안 되고

다른 남자와 자서도 안 된다.(72쪽) : 아직 사랑을 해도 되는 미혼자인 친구를 부러워하며 주부가 혼잣말을 한 것이다. 나도 혼자 사는 친구를 보면 그런 부러움을 느낀다. 누구를 만나도 되는 그런 자유로움이 좋아 보이는 것이다. 여자는 일단 결혼만 하면 남자 선배든 남자 후배든 만나서는 안 되는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어떤 사이든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무조건 남녀 관계로 본다는 것이겠다. 그렇다면 여자 나이가 몇 살쯤 되어야 남자를 만나도 남녀 관계로 보지 않는 것일까? 내가 60대가 되면 어떤 남자를 만나도 되는 건가? 아니면 70대가 되면 어떤 남자를 만나도 되는 건가? 만약 그런 나이엔 남녀 관계로 보지 않는다면 늙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10. 엄마도 (‘주인’보다) ‘주인공’이 더 좋다고 생각해!(122쪽) : ‘주인’이란 말보다 ‘주인공’이란 말이 낫다는 뜻으로 한 말인데, 이것은 무슨 뜻일까? 잘 모르겠다. 내가 이해하기론 주인은 ‘권력의 상하 관계’라는 말을 생각나게 하고, 주인공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말을 생각나게 해서 ‘주인’보다 ‘주인공’이 낫다는 것 같다. 맞나?

 

 

 

 

 

이 책을 읽고 나서.............................

 

 

* 만화의 글감으로 이런 걸 생각해 봤다 : 추운 겨울에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장수와 큰 기업체 사장의 삶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장수는 매일 돈을 버는 재미와 집에 가면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방과 따뜻한 밥이 있음에 행복해 한다. 사장은 요즘 회사에 문제가 생겨 스트레스 만당이다.

 

 

 

** 이 책에 기혼 여성과 미혼 여성이 만나는 장면이 있다. 둘은 친구 사이인데, 기혼 여성은 미혼 여성의 자유로운 생활을 부러워하고 미혼 여성은 기혼 여성의 안정된 생활을 부러워하며 각자 자신의 삶에 대해선 불평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행복과 불행의 요소들이 섞여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 나는 ‘지랄 총량의 법칙’을 생각했다.

 

 

인터넷을 통해 ‘지랄 총량의 법칙’이란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일생 동안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 지랄을 떨지 못한 사람은 늙어서라도 지랄을 떨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글을 보고 ‘불행 총량의 법칙’이란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것은 누구의 인생이든 불행의 총량은 정해져 있어서 젊은 시절에 불행을 겪지 않은 사람은 늙어서라도 불행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인생이라고 해서 행복하기만 한 게 아니고 나쁜 인생이라고 해서 불행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좋은 인생이란 젊은 때에 불행을 겪다가 늙어서 행복한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고, 나쁜 인생이란 젊은 때에 행복한 시간이 많다가 늙어서 불행을 겪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젊은 때엔 불행을 이겨 낼 만한 힘이 충분하여 회복하거나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는 반면 늙어서는 불행을 이겨 낼 만한 힘이 부족하여 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불행 총량의 법칙’에 따라 누구의 인생이든 행복의 열매만 달려 있는 나무 같은 인생일 리 없고, 불행의 열매만 달려 있는 나무 같은 인생일 리 없다는 것. 그리고 되도록 불행한 일들은 인생의 뒤쪽보다 앞쪽에서 생기는 게 좋다는 것.

 

 

그러므로 지금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일 년이라도 빨리 그런 일을 겪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힘을 내라는 것.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 말을 하기 위해 길게 썼네.)

 

 

 

 

 

작가의 다른 책들.............................

 

 

 

  

 

 

 

 

 

 

 

 

 

 

 

 

 

 

 

 

 

 

 

 

 

 

 

책을 읽지 않는 편인 사람에게

만약 누군가가 책을 선물하겠다고 하면

이런 책으로 선물해 달라고 하면 좋을 듯...

금방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니까.

재밌고 유익한 글을 쓰는 작가의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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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10-24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글이 깔끔 담백해서 읽지 않은 책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저는 예전에 '정의 총량의 법칙'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3-10-24 10:24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감탄하는 소리임.)

이렇게 발 빠르게 댓글을 쓰시다니요. 깜짝 놀랐습니다.
참고로, 저는 첫 댓글에 감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세실 2013-10-2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행 총량의 법칙 좋은데요^^
지랄 총량의 법칙은 아이들 어릴때 이미 쓴거 같고~~~~
지금보다는 노후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건? 당장은 아이들 좋은 대학가는거요! 아 속물이라니...ㅎ

페크pek0501 2013-10-24 10:27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저도 둘째 아이가 좋은 대학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저 4년제 대학을 가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큰 바람입니다. 저도 속물 속물.... ㅋㅋ

불행 총량의 법칙은 제가 만든 말이어요. 괜찮죠?

세실 2013-10-24 13:26   좋아요 0 | URL
좋아요~~ ㅎㅎㅎ
행복 총량의 법칙도 불행 총량의 법칙도 있는듯^^
점심으로 굴떡국 먹었더니 속이 든든합니다.
떡국 참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거든요~~~

페크pek0501 2013-10-25 12:40   좋아요 0 | URL
행복 총량의 법칙? 굿 아이디어...
하지만 행복은 무한대였으면 좋겠어요.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굴떡국... 맛있겠다~~~
저도 떡국 좋아해요. 겨울에 밥 하기 싫은 날엔 떡국을 끓여요.
제가 떡국을 끓이면 우리 식구들이, 오늘 밥 하기 싫은 날이구나, 안답니다.
쌀로 만든 떡이니 밥과 같잖아요.ㅋㅋㅋ

잘잘라 2013-10-2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불행 총량의 법칙, 들으니까 남은 게 많을것 같아서 불안하기보다는 거의 다 지나간 것 같아서 안심되는 느낌이예요. 에... 결국 나이가 들어간다는 반증일까요? 그것이 불행이든 행복이든 지난 뒤에는 모두 아스라한 느낌으로 남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도 하고 갑니다. 항상 따뜻한 여운을 주는 페크님 서재..

페크pek0501 2013-10-25 12:42   좋아요 0 | URL
저도 거의 다 지난 것 같은데, 제 운명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불행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ㅋㅋ
메리포핀스 님은 닉네임에서 즐거움이 느껴지니까
행복한 시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나는...ㅋㅋ

2013-10-29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9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스티븐 킹이 일 년에 책을 몇 권 읽는다고 했더라?’ 나와 비교하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그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를 찾아봤다.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책장이 있는 거실과 책이 쌓여 있는 안방을 오가면서 찾으니 안방 침대 옆에 수십 권의 책이 쌓여 있는 곳의 맨 아래에 있었다. 책 176쪽에 보니까 일 년에 70~80권쯤 읽는데, 주로 소설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읽으니 그가 주로 소설만 읽는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다. 그런 대작가가 겨우 소설만 읽다니. 그 정도의 작가라면 철학, 사회학, 심리학, 윤리학, 종교,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해야 되는 것 아닌가.

 

 

‘주로 소설만 읽는다.’

 

 

이 말은 소설만 읽으면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소설엔 심오한 통찰이 들어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신은 심오한 통찰력이 있어서 다른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이 소설만 읽어도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알기론, 소설을 읽는다고 해서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의 삶과 세상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선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나는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대개 일 년에 책을 70~80권쯤 읽는다. 주로 소설이다. 그러나 공부를 위해 읽는 게 아니라 독서가 좋아서 읽는 것이다. 나는 밤마다 내 파란 의자에 기대앉아 책을 읽는다. 소설을 읽는 것도 소설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 스티븐 킹 저, <유혹하는 글쓰기>, 176쪽.

 

 

 

글을 잘 쓰려면 우선 책을 읽는 것을 무지 좋아해야 한다는 말이겠다. 많이 읽고 많이 써 보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읽었다.

 

 

 

 

 

 

 

 

 

 

 

 

 

 

 

 

 

 

 

 

 

 

2.

책을 읽을 때 연필로 인상적인 문장에 밑줄을 긋기도 하고 내 느낌이나 생각을 적어 놓기도 하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무릇 사랑이란 이별의 순간이 올 때까지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 칼릴 지브란 저, <예언자>, 12쪽.

 

 

 

내 느낌이나 생각 :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알았다. 내가 아버지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을. 이상한 일이다. 살아 계셨을 땐 보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 만날 수 없는 지금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그리운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이별의 순간이 올 때까지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가 보다.

 

 

 

 

죄책감이란 초대하지 않아도 밤중에 찾아와 사람들을 깨우고 스스로를 들여다보게끔 하기 때문입니다.

 

 

- 칼릴 지브란 저, <예언자>, 47쪽.

 

 

 

내 느낌이나 생각 : 죄책감을 갖고 산다면 행복은 가질 수 없다. 죄책감과 행복은 양립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그러니 죄를 짓고 살지 말 것.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는 말이 있다. 만약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때리는 사람이 되기보단 차라리 맞는 사람이 될 것.

 

 

 

 

 

 

 

 

 

 

 

 

 

 

 

 

 

 

3.

누군가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하면 빌려 주지 않는 편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위의 1번처럼) 스티븐 킹의 책을 찾아봤듯이 이미 읽은 책을 다시 보길 좋아하는데, 누군가가 빌려 가서 그 책이 집에 없을 경우 마음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신경질이 나기 때문이다. 책을 빌려 간 사람들의 공통점은 빨리 되돌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위의 2번처럼) 내 책들 중엔 내 느낌이나 생각을 적어 놓은 게 많아서 누군가가 읽을까 봐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가 내 비밀스런 일기를 보는 것 같아 싫은 것이다. 나의 유치한 생각을 들킬 수 있으니까.

 

 

책을 빌려 주지 않는 게 미안하긴 하다. 그래서 아예 새 책을 사서 선물한 적이 몇 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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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3-10-0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공감,
2. 완전 공감,
3. 으아아아아 어쩜 좋아요. 완전 공감 백만스물아홉열이예요!!! 특히,「책을 빌려 간 사람들의 공통점을 빨리 되돌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요. 저에게 책을 빌려 간 사람들의 공통점은 분명히 빌려달라고 해놓고는 선물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예요. ㅋㅋ

페크pek0501 2013-10-07 12:43   좋아요 0 | URL
아, 공감 많이 하시는군요. 님은 스케일이 크세요. 백만스물아홉열... ㅋㅋ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책을 빌려 주기 싫어하는 점이 아닐까 해요.
메리포핀스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13-10-0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스티븐 킹이 그런 말을 했던가요? 저 그책 읽었는데...즐기면서 하는 사람 못 당한다잖아요.
뭐든 즐기며 하면 좋겠죠. 전 몇 년째 소설 한 번 써 보겠다고 하곤 여태 못 쓰고 있어요.ㅠ 그런데 소설만 읽고 소설을 그렇게 잘 쓰는 사람이 되다니 배가 좀 아프군요.ㅎ
2. 그게 참 그렇더라구요. 저도 오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헤어지고나니 그립고, 보고 싶고,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그래요. 그렇다고 다시 살아 돌아오면 사랑하게 될까? 거기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마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많이 사랑하게 될 것 같진 않겠더라구요. 또 그런 일은 없을 거니꺼 그런 상상은 필요없겠죠. 사람은 이별의 순간이 와야 사실은 미워했던 게 아니라 좋아했는데 그걸 잘못 이해하고 있었구나 생각해요.ㅠ
<예언자>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3. 전 중요하게 갖고 있을 책이 아니면 그냥 줘요. 지금도 할 수만 있으면 주고 싶은데 귀찮아서 못 줘요.ㅠ

페크pek0501 2013-10-07 12:46   좋아요 0 | URL
1. 글 잘 쓰는 사람한테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물어 보니, 뭐 별로 안 읽어요, 그러면서 글을 잘 써서 얄미웠던 기억이 있어요. ㅋ

2. 아버지를 좋아했지만 만나려면 언제든 만날 수 있어서 또 자주 봐서, 보고 싶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젠 만날 수가 없으니 그리워집니다.

3. 님은 욕심이 없는 것 같군요. 저는 다른 건 안 그런데 책 욕심은 좀 있나 봐요.ㅋㅋ


수이 2013-10-0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릴 지브란, 좋아요.

페크pek0501 2013-10-07 12:47   좋아요 0 | URL
앤 님, 저도 좋아요.
괜히 명성이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유명한 작품은 왜 유명한지 알아보는 즐거움이 고전을 읽게 만들어요.
궁금해서 말이죠.


마립간 2013-10-07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알라디너 책을 강간하듯이 읽는다는 표현을 했을 때, 저는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아마 페이지를 접고,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는 것을 텐데.

책에 관해 강박적인 결벽증이 있는 저는 책을 빌려 주는 것도 잘 못 합니다. 마치 아이를 맡겨 놓은 느낌, 어디가서 무시당하는(읽히지 않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학대(라면 냄비 받침) 당하는 것은 아닌지.

책을 빌려 주기는 하는데, 확실히 독서와 책을 좋아하고 빌려 주었을 때, 책에게 무시와 학대를 하지 않을 사람에게만 빌려줍니다.

페크pek0501 2013-10-08 13:56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책을 강간하다... 처음 들어보는데요, 아마 깊이 읽는다는 걸 뜻하나 보죠?
학대(라면 냄비 받침)라는 표현은 참 재밌는데요. 님도 유머가 있으시네요. ㅋㅋ
님은 책을 자식처럼 여기시는군요. 그리고 상대를 선별해서 책을 빌려 주시는군요.
결론은 님도 책을 무척 아낀다, 가 되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2013-10-08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9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10-0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은 소설쓰기에 타고난 천재 같아요. 비교 불가함으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ㅋㅋ
나도 책을 빌려주기 싫어하는 편이었는데, 도서관으로 전환하니 무한대출하는 사람으로 바뀌었어요.

페크pek0501 2013-10-08 13:58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 도서관은 잘 되고 있겠죠?
저는 일을 벌이는 걸 싫어해서 님 같은 분을 보면 존경스럽답니다.
뭐랄까, 그릇이 커 보인다고나 할까요.
높은 위치에 있게 되면 작은 것에 마음을 비워야 큰 것을 얻게 된다, 하는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순오기 님이 방문하시면 옛 고향 친구가 찾아오듯 반갑답니다. 제가 처음 서재를 꾸리던 초보 시절에 알게 되어 그런가 봐요.^^)

세실 2013-10-0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번 읽고 난 책은 대부분 두번 안 읽게 되더라구요. 사랑하는 몇권을 제외하고는 아낌없이 줍니다. 물론 가끔은 아쉬울때가 있어요^^

페크pek0501 2013-10-08 14:00   좋아요 0 | URL
세실 님은 제 안목으로 볼 때, 쿨한 성격이실 것 같아요.
성격 좋다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들으시죠?
저는 좀 까칠한 면이 있답니다. 단, 남들이 잘 몰라요.
외동딸 치고 성격이 좋단 말을 들어요. 그런데 저는 알죠. 킥킥~~

프레이야 2013-10-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 그어진 책을 보면 그사람의 마음, 정확히 말하면 욕망과 결핍을 대체로 눈치챌 수 있죠. 긍정적으로요. 같은 이유로 읽은 책은 빌려주기가 꺼려지는걸까요, 전^^ 근데 타인의 밑줄 그어진 책은 괜찮으니 무슨 심리일까요?ㅎㅎ 페크님 참 좋은 계절 이제 마음이 어떠신지요? ^^

페크pek0501 2013-10-08 14:0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욕망과 결핍을 알 수 있군요.
저는 저의 유치한 생각을 알게 될까 봐 빌려 주기 싫어요.수준 낮음이 탄로 나는 게 싫거든요.ㅋㅋ

제 마음요?
으음... 아버지 생각이 자꾸 나고 그러면 쓸쓸해지고... 그러다가 부모상을 당하는 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인데 싶어, 그러고도 태연하게 사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고 그래요.
그래도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시간엔 집중할 수 있어서 쓸쓸함이 느껴지지 않아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답니다. 빨리 많은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어요.

서울은 지금 비가 와요. 촉촉한 날입니다. 먼지 일으키며 청소나 해야겠어요. 호호~~
고맙습니다.

yamoo 2013-10-0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아, 킹이 소설만 읽는 군요. 전 첨알았습니다!
2. 공감!
3. 완전 공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읽은지가 언제인지....읽을 때 줄을 좍좍 그었던 기억만 나고, 책의 내용은 정말 하나도 기억이 없네요. 인용해 주신 부분을 보니, 생각이 나는 것도 같고...
칼릴 지브란 인용글에 덧붙이신 페크님의 글이 더 좋습니다^^

페크pek0501 2013-10-08 14:06   좋아요 0 | URL
예, 야무 님, 저도 그가 소설만 주로 읽는다고 해서 놀랐죠.
알랭 드 보통처럼 철학책을 많이 읽을 줄 알았죠.
공감하시는군요.

“칼릴 지브란 인용글에 덧붙이신 페크님의 글이 더 좋습니다^^”
- 요런 댓글을 읽으면 저의 행복지수는 높아집니다용.
비오는 날입니다. 멋진 하루 보내세요.^^

oren 2013-10-1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이 소설만 주로 읽는다는 얘기가 흥미롭군요. 그러나 제 생각엔 그도 아마 매우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섭렵하고 난 뒤에 '지금은' 주로 소설 위주로 책을 읽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그의 얘기를 듣고 보니 [네이버 지식인의 소재]에 소개된 기 소르망의 얘기도 떠오르네요.(기 소르망 역시 젊어서 이미 다른 수많은 책들을 섭렵한 이후에 '지금은 주로 소설을 읽는다'는 얘기이지 싶어요.)

* * *

소설은 내 영감의 원천

제가 주로 읽는 책은 소설이에요. 제가 철학, 정치, 경제 등을 다루는 비소설 장르 작가이다 보니 다소 이상할 수 있는데요. 저는 비소설 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하고, 소설에서 많은 배움을 얻습니다. 소설은 저의 영감의 주요 원천인 셈이죠. 어떤 나라의 소설이든 상관없습니다. 제가 미국 소설을 좋아하고 미국 소설을 많이 읽긴 했지만, 그게 소설이기만 하다면 그리고 현실에 근거한 것이면 어떤 것에도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저는 비소설 보다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들과 문화 그리고 문명에 대해 더 많이 배웁니다.

페크pek0501 2013-10-10 11:23   좋아요 0 | URL
오렌 님이 방문하셨군요.
아, 님의 말씀이 맞을 것 같아요.ㅋㅋ
그렇다면, 스티븐 킹이 이렇게 "예전엔 이러이러한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주로 소설을 읽는다."라고 정확하게 써야 될 것 같군요.
사실 글 잘 쓰는 작가들은 무슨 책을 읽는지가 저도 그렇고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듯해요.

소설은 영감의 원천, 이라는 구절을 새기게 되네요.
요즘은 다른 책을 읽느라 소설과 친하지 않는데, 저도 소설을 많이 읽어야겠어요.

독야청청 2013-10-1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우연히 보았지만 적극 공감! 저도 여간해서 책 빌려주지 않는답니다...

페크pek0501 2013-10-13 13:10   좋아요 0 | URL
새 손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책을 빌려 주기 싫은 건 아마 책을 좋아하는 분들의 공통점일 듯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13-10-20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릴러 작가 중에 딘 쿤츠도 글쓰기에 관한 책을 냈죠.제목도 멋집니다.<베스트셀러 쓰는 법>.내용도 재밌습니다.

페크pek0501 2013-10-22 17:57   좋아요 0 | URL
아, 그 책 재밌겠는데요...
베스트셀러 쓰는 법이란 독자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법, 일 것 같아요.
관심이 갑니다. 검색해 보겠습니다. ㅋ

몸이 골골... 감기 기운이 있어요.
환절기이니 감기 조심하세요.

오랜만의 방문에 반갑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3-10-23 18:03   좋아요 0 | URL
저는 건강합니다.페크 님도 푹 쉬면 나아질 겁니다.

페크pek0501 2013-10-24 10:29   좋아요 0 | URL
감기 골골... 하다가 나았어요.
그런데 입가에 뭐가 났네요. 역쉬~~ 몸 컨디션이 별로인 가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