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날이 덥기도 하고 자외선이 강하기도 하여 낮에 장 보러 가는 걸 피한다. 그래서 어제도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마트에 가서 물건을 잔뜩 사서 내일 배달해 달라고 부탁하고, 녹을 것 같은 아이스크림만 사 들고 왔다. 붕어빵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있는데 참 맛있다. 요즘 이것 먹는 재미에 빠졌다. 원래 먹성이 좋질 않고 방심하면 살이 빠지는 체질이라서 내 입에 맞는다 싶으면 꼭 사서 먹는다. 붕어빵 아이스크림을 열 개 사서 냉동실에 넣어 두니 마음이 부자가 된 느낌이다. 이렇게 차가운 것을 먹는 즐거움이 있는 건 무더운 여름의 장점이다.

 

 

 

 

2. 오늘따라 커피의 유혹이 강해서 연거푸 두 잔을 마셨다. 한 잔을 마신 뒤에 몸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참으려다가, 마시고 싶은 걸 참으면 스트레스가 생길 테니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거야, 하면서 또 한 잔을 마신 것. 그리고 난 담배와 술을 하지 않으니까 건강할 거야, 하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이렇게 자신을 안심시키는 일이 필요할 때가 있다. 설사 그게 거짓이라 해도 자신이 그 거짓에 속아 넘어갈 수만 있다면 되는 것이다. 자신을 속인 것이 거짓이냐 진실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안심시켜서 마음이 편하게 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선 과정보단 결과에 가치가 있다. 불행을 겪게 되더라도 불행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지옥에 있더라도 그곳이 지옥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을 속이며 안심시키는 게 필요하다.

 

 

 

 

3.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 강연에서 “사람 본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소설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다른 이들도 나처럼 경험하였으되 아무도 아직 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을 찾아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면 그 글은 반은 성공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런 글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4.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 봤는데, 이 말이 헤르만 헤세 저,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에 들어 있었다. 1877년생인 헤르만 헤세가 한 말이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니, 세월을 뛰어넘는 글의 힘을 새삼 느낀다.

 

 

 

 

5.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등의 저자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컴퓨터, 이메일, 스마트폰, 타자기 같은 것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펜으로 책을 쓴다고 한다.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펜으로 썼다니 놀라운 일이다. 70대 중반의 그는 앞으로 8년을 잡고 또 새로운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펜으로 쓴단다. 그에게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삶의 방식으로 ‘나 혼자만의 길을 가겠노라’하는 고집이 느껴진다. 이런 고집이 글을 쓰는 사람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총, 균, 쇠>는 최근 5년간 서울대도서관 대출 1위를 기록한 책으로 700쪽이 넘는다.)

 

 

 

 

6. 내가 무슨 말을 할 때 툭하면 남편이 “그거 책에서 본 거 얘기하는 거지?”라고 묻곤 한다. 나는 무조건 아니라고 대답한다. 설사 책에서 본 것이라 할지라도 내 머릿속에서 나온 거라고 우긴다. 그리고 남편은 “책에 있는 게 다 맞는 게 아니야.”하고 덧붙인다. 내가 책을 숭배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책에 있는 게 다 맞는 게 아니라는 남편의 말에 동의해야 할 것 같다. 다음의 글을 읽는다면.

 

 

 

그렇다면 언어로 표현되는 지식이 가진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로 언어로 표현한 지식은 모호함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텍스트는 세상 속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명료함을 제시해 준다. 그 결과 우리가 글로 쓴 지식에 근거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면, 과도한 위험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안심해 버리는 것이다. (…)

 

둘째, 나와 같은 작가를 포함해서 책을 쓰는 사람들은 책을 쓰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이 쓴 텍스트들을 이 세계를 대표적으로 모사(模寫)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셋째, 말은 능력에 가면을 씌워 준다. 즉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은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

 

중요한 지식은 수많은 시도와 실천 안에 들어 있다. 언어에 대한 경외심을 내려놓아라. 이제 책 속에 틀어박히는 일은 그만 두고 뭔가 실제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해라.

 

- 롤프 도벨리 저, <스마트한 선택들>, 105쪽~106쪽.

 

 

 

이것을 ‘글쓰기’로 말하면 이렇게 될 것 같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잘 쓰는 방법에 관하여 쓴 책을 보지 말고 직접 글을 써 봐라. 쓰면서 스스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터득해라. 왜냐하면 중요한 지식은 수많은 시도와 실천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여전히 책을 숭배하겠다. 책만큼 위대한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책만큼 매력적인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책만큼 싫증나지 않는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7. 행복을 길게 느끼는 건 불가능하다. 행복을 느끼는 건 짧은 시간이니까. 그래도 우리는 행복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여기며 행복을 얻으려고 애쓴다.

 

 

 

“지혜로운 자의 목표는 행복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피하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 롤프 도벨리 저, <스마트한 선택들>, 9쪽.

 

 

 

나는 남편이 또는 자식들이 내게 큰 행복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고 내가 속상할 만한 일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나는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8. 내 서재의 ‘즐겨찾기 등록’을 한 사람들이 95명이 되었다. 14명은 공개로, 나머지 81명은 비공개로 설정되어 있다. 많이 늘었다. 참 많이 늘었다. 곧 100명이 되겠지. 나는 이런 사소한 것에 기분이 좋았다. 이런 작은 일에도 기뻐할 줄 안다. 

 

 

 

 

 

 

 

...................................................

 

 

 

 

 

 

 

롤프 도벨리 저, <스마트한 선택들> : <스마트한 생각들>의 후편이라고 할 수 있다. ‘후회 없는 결정을 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52가지 심리 법칙’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온 52가지 심리 법칙은 <스마트한 생각들>에서보다 더욱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생각의 오류들을 집대성했다.”(8쪽)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13-06-0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 안 찌는 체형이라면 가수 문주란 같은 체형이신지요? 뚱녀들은 부러워할 듯해요.

페크pek0501 2013-06-06 12:39   좋아요 0 | URL
문주란 님은 체격이 작아서 마른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키가 큰 편이라 더 말라 보일 수 있죠. 그래도 겨울엔 옷 잘 입으면 마르게 안 보이는데 여름엔 반바지를 입으니 새다리를 숨길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잘 먹고 살 좀 찌려는데, 가을에 몇 키로 빠진 체중이 아직도 회복이 안 되네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3-06-06 16:46   좋아요 0 | URL
어머머머...키 자랑까지...여자의 적이네요!

페크pek0501 2013-06-07 00:12   좋아요 0 | URL
저, 노 님 때문에 웃겨 죽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머머... 얘기가 그렇게 흐르나요?
제가 의도한 바가 아니니 키 자랑질을 용서해 주세요.

아무래도 노 님의 유머는 수준급이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겠어요.
님 덕분에 유쾌했어요. ^^

마태우스 2013-06-0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계속 책을 숭배할 거예요 그간 안녕하셨어요 페크언니. 간만에 왔더니 알라딘이 뒤숭숭... 마음이 아파요. 왜 사람들은, 제가 보기에 별 거 아닌 중복리뷰에 대해 그렇게 민감할까요. 감각의 날이 다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이거 7년쯤 전에 한번 난리났던 소재인데 뭐 또 우려먹을 게 있다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지 모르겠네요. 마음이 아파요...글구 커피마시면 이가 노랗게 된다고 해서, 피곤할때마다 먹던 걸 줄였답니다. 실험실에 멋진 커피숍을 꾸며놨거든요...

페크pek0501 2013-06-06 12:43   좋아요 0 | URL
페크언니가 안녕하셨답니다. 히히~~

중복리뷰의 논쟁. 처음 것은 읽어보지 않아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부 글은 읽었어요. 마태우스 님은 터줏대감답게 마음 아파하시는군요. 저는 논쟁의 글을 볼 때마다 어쩌면 그렇게 글발들이 좋은지 감탄하곤 해요. ㅋ 마찰이나 충돌은 싫어하지만요.

커피. 이가 노랗게 된다고 해서 저는 커피를 마신 직후에 꼭 물을 마셔요. 씻어내는 거죠. 입 안을 헹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앞으로 우리, 이가 노란 사람을 보면 이를 안 닦아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고 커피광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자고요. 그러면 창피할 것도, 보기 싫을 것도 없지 않겠어요?

마태우스 2013-06-06 15:57   좋아요 0 | URL
아...마시고 나서 입을 헹구면 되는군요. 오오. 감사합니다. 치과가서 미백 해야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글구 님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해주는 분이 많다면 참 좋겠네요.

2013-06-06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06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6-06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따라가며 저도 몇가지 생각을 끌어냈어요. 늘 실천과 행동의 문제에서 걸리네요. 결론은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쓰지 못하는 저이지만ㅋ 스마트한 생각들과 선택들을 읽고 싶어 바구니에 담았다는 거.ㅎㅎ 읽을 책이 밀려있으면서도 또 ᆢ 한 주의 중간에 휴일이 단비같이 끼어있네요. 붕어빵아이스크림 한 개만 드시고 오늘도 편안한 마음으로 잘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3-06-06 12:49   좋아요 0 | URL
스마트한 선택들, 괜찮은 책이에요. 두 권 다 구입하시지 말고 우선 한 권을 읽고 나서 맘에 들면 또 한 권을 사세요. ㅋ 저는 그렇게 한답니다.

그런데 요즘 프레이야 님, 왜 새 글이 없는 건가요? 글을 쓰지 않으시나요?
제가 몇 번이나 들어가 봤답니다.

세실 2013-06-0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안심시키는것, 합리화하는것 중요하죠.
요즘 속상한 일이 있지만 '잘 될거야!' 하고 주문을 겁니다.
연금술사 읽으면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를 도와준다는 말이 와닿더라구요. '믿음으로 믿음으로 저 산도 옮기리 믿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성가! ㅎ
편안한 휴일 되세요^^

페크pek0501 2013-06-06 12:51   좋아요 0 | URL
아, 세실 님도 이미 알고 계시는군요. '잘 될거야!' 하고 주문을 거시는 걸 보니...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뭐든 바라시는 대로 이루실 거예요.
저도 님 따라서 주문을 걸겠어요. 나는 바라는 대로 잘 될 거야, 요렇게... 키득...

마녀고양이 2013-06-08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언니언니.
언니 남편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랑 저희 남편이 하는 말이랑 똑같아요, ㅋㅋ

저요,
“사람 본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소설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라고 하신 부분이 너무 좋아요. 진정성이 느껴지는 말씀이세요. 이래서, 언니가 너무 좋습니다. 부비부비.

페크pek0501 2013-06-08 13:27   좋아요 0 | URL
저도 마고님을 좋아해염...큭큭... 다시 활동하셔서 좋습니다.

마고님의 남편 분도 그러시군요. 그게 '책을 들고 사는 마누라'로 찍혀서 그런 거예요. 좀 괜찮은 말을 하면 책에서 커닝한 것으로 아는 거죠.
다행인 것은 남편도 책을 좋아해서 제가 책을 많이 사도 뭐라 안 한다는 거죠...
안 그랬으면 눈치보고 살 뻔했다는... ㅋㅋ

마녀고양이 2013-06-08 14:02   좋아요 0 | URL
저희 남편은 책을 한 권도 안 읽지만
제가 책 사는 것 뭐라고 안 해요... 요즘 때론 돈은 언제 버냐? 라고 투덜대지만
상담 심리 공부하는 것도 이해해주구요. 이렇게 써놓으니 우리 신랑 근사하네요. 아하하

페크pek0501 2013-06-11 12:41   좋아요 0 | URL
으음~~ 마고 님은 남편을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하는군요. 그게 제일 중요하죠.
남들이 아무리 좋은 남편이라고 말해 줘도 상대 배우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좋은 남편이 아닌 거죠.
마고 님, 보기 좋아요. 앞으로 자주 보아요. ^()^
 

 

 

- 아직 5월인데 벌써 여름은 시작되고 있다. 밖에서 걸을 때마다 더워서 집에 들어오면 선풍기부터 켜게 된다. 예전엔 여름을 좋아했는데 이젠 여름을 지낼 생각을 하면 걱정이 앞선다. 기온이 35도를 넘는 여름날이 지속될까 봐 두렵다. 나에겐 더운 여름보단 추운 겨울이 나은 것 같다. 추우면 옷을 따뜻하게 입으면 되지만 더우면 대책이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인 것은 더위를 잊게 해 줄 방법이 있긴 하다는 것이다. 현실 도피를 위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더위를 잊기 위해 책을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더위를 느끼지 않고 오로지 책 내용에만 집중할 수가 있다.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돈복과 인복이 필요한데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취미 복일 것 같다.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은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내겐 확실히 취미 복이 있는 것 같다. 책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은 식을 줄 몰라서 늘 독서를 즐길 수 있으니까.

 

 

일간지를 두 개 구독하고 있는데, 매주 토요일이면 신간을 소개하는 지면을 볼 수 있다. 이 지면으로 책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뒤 인터넷 검색을 하여 구입할 책을 찜해 놓고 이삼 개월에 한 번씩 책을 구입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몇 권의 책을 구입할 때마다 기분전환이 되며 행복해진다.

 

 

 

 

 

 

- 요즘 주목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기도 한 ‘요네하라 마리’이다. 그의 책 <언어 감각 기르기>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요네하라 마리가 각계의 명사 11명과 다양한 주제로 나눈 이야기들을 모은 대담집이다.

 

 

이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

요로 - 나도 오래전부터 이상하게 여겨왔어요. 학문적이라는 건 주관을 피하는 거라고 오해하는 거지요. 그러나 화제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선택 방법, 그리고 전개 방법을 비롯해 전부 주관이죠.

 

요네하라 마리 - 모든 것에 대해 등거리를 유지하는 식의 대화 방식은 따분해서 인상에도 안 남고 이해하기도 힘들어 통역하기가 불편하죠.

 

- 요네하라 마리 저, <언어 감각 기르기>, 14쪽.

...............

 

 

글을 쓸 때 주관을 피하거나 모든 것에 대해 등거리를 유지하는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내 글에 대해 자신감이 없을 때 그런다. 이것을 경계해야 함을 배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꼭 필요한 게 있으니 자신의 글에 대한 자신감이 아닐까 한다. 자신감이 없으면 자유자재로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해박한 지식이 없다고 해서 스스로 위축되면 좋을 글을 쓸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감이 없다면 자연히 주관적인 글을 피하고 객관적인 글만을 쓰게 될 것이고 그러면 개성 있는 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글을 쓰려면 내가 뻔뻔해져야 돼.’ 내 글에 대해 창피함을 느낄 때 하는 생각이다. 가끔 내가 쓴 글이 창피하다고 느낀다.

 

 

만약 자신의 글에 자신감이 없다면 뻔뻔함이라도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글을 쓰는 일이란 창피한 일을 스스로 하는 일임을 인정하고 말이다. 자신의 글에 악성 댓글이 달린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뻔뻔함이 필요하다. 자신의 글이 사람들에게 전혀 주목받지 못한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뻔뻔함이 필요하다. ‘인간은 다양하다, 고로 인간의 생각도 다양하다.’라고 여기고 내 글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내 글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내가 뻔뻔해지면 좋겠다.

 

 

이런 뻔뻔한 태도는 자신의 글이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만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래서 ‘마음 비우기’가 중요한 것 같다.

 

 

 

 

 

 

- 참고로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등의 명저를 탄생시킨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독자가 내 생각에 동의한다면 그건 쓰지 말았어야 할 책인 거다.”

 

 

이 정도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생긴다고 해도 맞설 자신감이 있으리라. 자신의 글이 옳다는 것을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리라. 이렇게 되려면 글을 쓰기 전에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

다마루 - ‘무지의 지’는 정말 중요하죠. 지식욕이나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안 돼요. 그리고 언제까지고 겸허해야 하죠.

 

요네하라 마리 - 통역을 하고 있을 때는 자신만만한 상태에서 하는 편이 좋은 결과를 낳지만, 준비할 때나 끝난 후에는 겸허 모드가 되지 않으면 공부를 안 하게 되니까요.

 

- 요네하라 마리 저, <언어 감각 기르기>, 188쪽.

...............

 

 

자신의 글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그것은 글을 쓸 때에만 국한해서다. 글을 쓰기 전엔 자신감이 없어야 열심히 준비를 할 테고, 글을 쓴 후엔 자신감이 없어야 그 글에서 뭐가 잘못 되었는지를 찾으려는 노력을 할 테니까. 그러므로 글을 쓰기 전과 후엔 겸허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것은 글쓰기나 통역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해당하겠다.

 

 

 

 

 

 

- 친구를 사귄다면 어떤 친구가 좋을까.

 

 

...............

다마루 - 저도 차별의식은 싫어해요. 금전적으로 깔끔한 사람이 좋고. 그것도 인간으로서의 성실성의 하나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요사노 뎃칸이 쓴 “아내를 맞으려면 현명하고”로 시작하는 시가 있는데, “친구들”에 이어지는 부분 혹시 아세요?

 

요네하라 마리 - 가르쳐줘요. 뭐라고 했나요?

 

다마루 - “친구를 선택하려면 책을 읽고, 6할의 의협심과 4할의 정열”이라고 했어요. 책을 읽는 것도 친구의 조건으로서 중요하죠?

 

요네하라 마리 - 그렇죠. 책을 안 읽는 사람은 현실적인 데다 사고에 깊이가 없으니까.

 

- 요네하라 마리 저, <언어 감각 기르기>, 31쪽.

...............

 

 

책을 읽는 것이 친구의 조건으로서 중요할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친구를 사귀면서 느낀 것은 꼭 책을 읽는 사람만을 친구로 사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지혜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친구 관계에서 중요한 건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과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 이 두 가지를 가진 친구를 만나면 무척 반갑고 고맙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란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런 능력은 책 속에서 얻어지기보다 자신의 인생 경험 속에서 얻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성실함과 집중력을 요하는 것이어서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독서광인 친구를 만나면 다양한 주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하긴 하지만 모든 친구가 다 독서광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 이건 확실하다. 상대방의 단점을 견뎌 내는 사람만이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상대방의 단점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친구의 자리를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라고.

 

 

...............

요네하라 마리 - 전 이렇게 생각해요. 내 독설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내 주위에 남는 거라고.

 

- 요네하라 마리 저, <언어 감각 기르기>, 29쪽.

...............

 

 

그렇다면 친구란 고마운 사람이네.

 

 

 

 

 

 

 

 

 

 

 

이 책에서 요네하라의 대담 상대로는 총 11명이 등장한다. 상대방의 관심 분야에 맞춰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요네하라의 입담을 통해, 우리는 그녀가 살아온 삶의 폭, 그녀가 지닌 관심의 폭, 그리고 인간 됨됨이를 느낄 수가 있다. (…)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대담집의 최대 미덕은 그녀의 톡톡 튀는 유머 감각과 풍부한 표현력을 맛볼 수 있게 해 준다는 데 있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후기...............................

 

 

어느 서재에 댓글을 남기고 나중에 보니 내 댓글에 “오랜만이십니다. 새 글 좀 써 주세요.ㅋ”라는 답글이 달려 있었다. 이런 말을 해 주어서 고마웠다. 그래서 빨리 새 글을 올려야겠단 생각으로 이 글을 썼다. 쓰고 나니 이 글이 좀 싱거운 듯한데 그냥 올리기로 했다. 왜냐하면 뻔뻔해져야 하니까.

 

 

뻔뻔해지지 않으면 글을 한 편도 올리지 못할 것 같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립간 2013-05-3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님, ^^ 반갑습니다. 독신으로 살 때 필요한 것 5가지가 건강, 일, 돈, 친구, 취미라고 했는데, 노년에도 필요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와 대부분의 동의하는 점과 몇 가지 의견 차이가 보입니다. 저는 글쓰기를 할 때 굳이 자신감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객관적인 글 쓰기를 좋아합니다. 아마 제가 수학, 과학을 좋아하는 탓이겠죠. 자신감이 없는 제 글이지만 누군가 제 글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환영을 합니다. 그럼으로써 보다 더 객관적인 것이 될 수가 있죠.

성공의 중요한 요건이 자신감이고, 자신감은 준비와 훈련에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준비와 훈련은 겸허/겸손에서 나오고 이는 성공을 유지하는데도 중요하지요.

친구 사이에 꼭 필요한 것은 존중이지만, 이왕이면 취미(위글의 경우 독서)를 공유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단점을 이긴다는 뜻이 존중을 유지한다 것으로 보입니다.

페크pek0501 2013-05-31 09:36   좋아요 0 | URL

1. 행복의 조건 : 행복의 조건 5가지(건강, 일, 돈, 친구, 취미)는 저도 책에서 본 것인데, 단순화시키기 위해서 3가지(돈복, 인복, 취미 복)만 언급했어요. 또 요즘은 암이라는 병도 불치병이 아니라서 행복하게 사는 암 환자도 많고 해서 건강을 뺐어요. 그런데 님의 댓글을 보니 5가지를 다 넣는 게 좋았겠단 생각이 드네요.

2. 저도 객관적인 글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개성 없는 뻔한 내용이기 쉬워서
만족스럽지 않더군요. 다 알고 있는 뻔한 얘기를 쓸 것이라면 뭐 하러 글을 쓰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레드 다이아몬드처럼 독자가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를
획기적인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제게 있어나 봐요. 사람들의 잘못된 고정 관념을 깨어 줄 그런 글이 훌륭하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객관적인 글은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점이나 개성이 없다는 점은 나쁜 점일 듯해요. 주관적인 글은 위험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고요. 주관성이 있는 글을 쓸 것이냐 객관성이 있는
글을 쓸 것이냐, 하는 것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을 듯해요. 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앞으로 고민해 보겠습니다.

3. 님은 누군가가 글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환영하신다고 했는데 그 점이 참 부럽습니다. 닮고 싶어요. 글을 쓰는 사람은 그래야 할 것 같단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그것을 저는 뻔뻔함이 필요하다는 말로 표현한 것이에요. 저는 어떤 글을 올리고 나서 ‘아, 쪽팔려!’하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었습니다. ㅋㅋ

4. 성공의 중요한 요건에 대한 말씀과 친구 사이의 존중에 대한 말씀은 외워야겠어요. 아주 좋은 말씀을 해 주셨어요.

5. 의견 차이에 대해 마립간 님처럼 말씀해 주신다면 대환영입니다. 배울 점이 많은 댓글입니다. 결론은 이래요.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태도의 댓글은 좋지만 “당신은 틀렸다. 내 생각이 맞다.”라는 태도의 댓글은 지양하는 게 좋겠다는 거예요.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노이에자이트 2013-05-3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광주는 이번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참 시원했어요.오늘도 낮엔 좀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지만 오전까지 20도 정도...거긴 월요일부터 더웠나요?

페크pek0501 2013-05-31 09:38   좋아요 0 | URL
아, 광주이시군요.
제가 서울에 산 기간이 40년쯤이 됩니다. (중간에 지방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서울이 예전보다 더운 것 같아요. 작년 여름에도 꽤 더웠거든요.
올 여름도 꽤 더울 거라는 전망이어서 겁이 나요.
요즘도 비 오는 날 빼고 더운 날이 많았어요. 친정에 가느라 15분쯤 걷고 나면
땀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선풍기를 켜게 되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마녀고양이 2013-05-3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 언니,
제가 책 읽기를 좋아하다보니,
책 읽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읽는 책의 유형에 따라서 심리가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 논문도 있지 않을까 없으면 내가 써볼까? 이런 우스운 생각도 해보구요.

그리고 지나치게 책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편협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구요.
자기 세상이 강하겠다 이런 생각도 들구요, 깊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집일 수도 있겠다 싶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책 접하는 분들이 좋아요!!!

페크pek0501 2013-06-01 13:24   좋아요 0 | URL
이게 누구신가요? 모습을 드러내신 것 오랜만이죠? 무척 반갑습니다.
근황이 궁금했어요. 어, 닉네임을 다시 예전의 것으로 바꾸었군요?

그런 논문 있어요. 성격의 유형과 독서의 성향과의 관계에 관한 거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편협할 수 있겠다는 것, 맞는 말씀이에요.
자신이 많이 안다는 믿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지요.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더 지혜롭거나 생각의 크기가 더 크다고 볼 순 없어요.
자신이 많은 읽은 분야에 대해서만 남들보다 조금 더 알 뿐인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접하는 분들이 좋아요.

앞으로 자주 볼 수 있는 거죠? ^()^

세실 2013-05-3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독설을 견딜수 있는 사람이 내 주위에 남는다......그게 기분에 따라 다르더라구요.
독설을 참는건 힘들어!! ㅎㅎ
요네하라 마리 대단한 책! 기억에 남아요. 한때 그녀의 책 열심히 읽었네요.

페크pek0501 2013-06-01 13:26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저도 독설을 싫어해염. 독설을 퍼붓는 사람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독설이 필요할 때가 있으리라, 생각되어요. 글로써 말이죠.

‘대단한 책’을 읽으셨군요. 저는 앞부분만 조금 읽었어요. 두꺼운 책이라 언제 다 읽을런지... 요네하라의 팬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재미로 읽기보다 배우려고 읽는 거예요.
그의 명성이 무엇 때문에 있는 건지, 이걸 배우겠어요.
아 그리고 저, 위대한 개츠비 영화 봤어요. ^()^

세실 2013-06-04 23:24   좋아요 0 | URL
잘하셨어요. 짝짝짝!
요네하라의 대표적인 팬으로는 글샘님이 있답니다.

페크pek0501 2013-06-05 17:34   좋아요 0 | URL
알고 있어요, 세실 님.
제가 글샘 님에게 요네하라의 책 중에서 추천할 만한 책을 뽑아 달라고
댓글을 쓴 적이 있어요. 요네하라의 폴더가 따로 있는 분이시지요. ^^
또 봐요!!!!!!!!!!

수이 2013-06-01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는 언제나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요네하라 마리의 저 구절이 떠올라요. 뻔뻔해하실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즐겁게 읽었어요. 뻔뻔-뻔뻔- 어쩐지 응원을 함께 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

페크pek0501 2013-06-01 13:28   좋아요 0 | URL
아, 앤 님도 요네하라의 팬이시군요.

즐겁게 읽으셨다니 고마운 걸요.
저야말로 앤 님의 글들을 즐겁게 읽고 있는 1인이에요.
님의 서재에 들어서면 생기발랄함과 유쾌함이 느껴져요. 젊음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저도 배우고 싶어요. ^()^
 

 

 

 

- 신경숙 작가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짧은 소설 26편이 담겨 있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작가 지망생이라면 아마, 나도 이런 소설이라면 쓸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구성이 단순하고 작품의 길이가 짧아 ‘간단한 소설’로 읽히기 때문이다.

 

 

 

 

 

 

 

 

 

 

 

 

 

 

 

 

 

 

 

 

 

 

- 작가가 ‘패러독스나 농담이 던져주는 명랑함의 소중한 영향력은 나에게도 날이 갈수록 매혹적으로 다가온다’라고 후기에 밝혔듯이, 이 책의 소설들 중에는 명랑함이 느껴지는 것들이 있어서 내가 읽었던 그의 작품들(아픔, 고통, 서글픔 등이 느껴지는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다른 면(밝음, 유머 등)을 볼 수 있다.

 

 

 

 

 

- 누구든지 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모든 것이 부질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특히 죽는 순간에 그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될 터이다.

 

그러나 단 하나, 부질없지 않고 무의미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고흐의 답변에서 찾는다. 바로 무언가에 도움이 되는 것.

 

....................

고흐의 친구가 고흐에게 삶의 신조가 무엇이냐? 묻는다. 친구의 질문에 고흐의 답변은 이와 같았단다.

“침묵하고 싶지만 꼭 말을 해야 한다면 이런 걸세.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산다는 것. 곧 생명을 주고 새롭게 하고 회복하고 보존하는 것. 불꽃처럼 일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하게. 쓸모 있게 무언가에 도움이 되는 것. 예컨대 불을 피우거나, 아이에게 빵 한 조각과 버터를 주거나, 고통받는 사람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는 것이라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30쪽.

....................

 

 

 

 

 

- 자신의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다 보면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써 줄 여유가 없는 걸까.

 

....................

오늘 아침에 나는 이런 시를 읽었습니다.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브레히트라는 시인의 ‘나의 어머니’라는 시입니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97쪽~98쪽.

....................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누군가의 고통을 뻔히 알면서도 그 마음속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은. 뒤늦게 헤아리게 된다는 것은.

 

 

 

 

 

- 하하하~ 웃게 만든 이야기로 이것을 뽑는다.

 

....................

할머니1 : 야야! 근데 예수가 죽었다 카대.

할머니2 : 와?

할머니1 : 못에 찔려 죽었다 카네.

할머니3 : 낸 그리될 줄 알았고마. 머리를 그리 산발하고 허구헌 날 맨발 벗고 길거리를 그리 싸돌아댕기싸니 못에 안 찔리고 배기겠나.

할머니4 : 근데 예수가 누구꼬?

할머니5 : 글쎄…… 모르긴 해도 우리 며늘애가 자꼬 아부지, 아부지, 해쌌는 거 보이 우리 사돈영감 아닌가 싶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04쪽~205쪽.

....................

 

 

 

 

 

-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로 이것을 뽑는다.

 

소설 속 ‘나’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찬장에서 접시 세 개를 꺼내 두 개의 접시엔 사료를 나눠서 붓고 다른 한 접시엔 물을 담아서 고양이가 지나다니던 곳에 내다 놓았다. 며칠 뒤 사료가 반쯤 비어 있음을 알았다. 아, 드디어 고양이가 먹이를 발견했군, 싶었다. 그다음 날은 고양이들이 접시의 사료를 다 먹은 것 같았다. 잘 먹네, 하면서 접시에 좀 더 많이 사료를 부어 놓았다. 그다음 날은 조금 더더 많이 부어 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맘에 들었다. 텅 빈 접시에 사료를 부어 놓을 때의 자신의 모습이 맘에 들었던 것이다. 타자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은 뜻밖에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는 것이므로.

 

그런데 ‘나’는 뜻밖의 결과를 발견하게 된다. 접시에 있는 사료를 먹은 것은 고양이가 아니었던 것. 까치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어 접시의 사료를 정신없이 쪼아 먹고 있었던 것. 한두 마리가 아니라 한 떼가 몰려들어 먹고 있었다. 그제야 그동안 저 까치들이 고양이 밥을 다 빼앗아 먹었다는 것을 알았다. 까치들이 등장하면서 고양이들이 마당 근처에 얼씬도 않는 것 같았다. 아, 고양이들은 어디서 물을 마시나, 싶었지만 까치도 살아야 할 것 같아서 그 다음부턴 까치를 위해 고양이 사료를 접시에 계속 부어 놓았다.

 

그런데 오늘 해 저물녘에 ‘나’는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까치들이 난리가 난 것이다. 분위기로 보아 까치들이 패를 갈라 싸우는 듯했다. 사납게 서로를 향해 날아들고 도망치고 쪼아댔다. 처음 고양이 먹으라고 내놓은 것을 까치들이 차지하더니 어쩌면 다른 영역에 살던 까치들까지 그 사료를 차지하려고 몰려들어 생긴 일일까? ‘나’는 한참 지켜보다가 그 싸움이 무서워서 얼른 현관문을 닫고 들어왔다. 한 떼의 까치들이 다른 곳으로 날아갈 때까지 그 치열한 소란은 계속되었다.

 

‘나’는 다음 날 세 개의 접시를 조용히 집 안으로 들여놨다. 그들의 세계에 내가 개입하면서 생긴 이 싸움을 그치게 하는 길은 내놓았던 세 개의 접시를 들여놓는 일밖에는 없었으므로.(19쪽~23쪽을 요약함.)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라고 여길 수는 있어도 확신할 수는 없다. 그 결과는 두고 봐야 아는 것이니까. 어떤 일의 의도가 좋았다고 해서 그 결과까지 좋다는 법은 없는 것이니까. 그런데 우리 인생이란 게 예상했던 대로 결과가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가 많은 것 아닌가. 이 소설에서 우리의 인생을 본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가슴에 꽂힌 글귀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라는 글귀다.

 

어느 날 내가 본 거리의 풍경이 있다. 자전거를 탄 젊은 남자가 뭔가를 땅에 떨어뜨리고 지나가더니 자신도 떨어뜨린 것을 알았는지 자전거를 멈췄다. 땅에 떨어진 것은 작은 수첩인 것 같았다. 그것을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부부인 듯한 사람들이 보았다. 그중 남편인 듯한 사람이 그 수첩을 주워 자전거를 탔던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탔던 남자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인사도 없이 그냥 수첩을 건네받더니 자전거를 타고 휑 가 버렸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예의가 없잖아, 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런 생각도 했다. 수첩을 주워 준 그 사람은 무안하지 않았을까. 좋은 일을 했건만 상대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했으니 아내 앞에서 체면이 구겨진 건 아니었을까.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가 버린 사람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도대체 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를 묻고 싶었다. 아무리 작은 일일지라도 남에게 섭섭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사실 이와 비슷한 경우를 몇 번이나 봤다.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자리를 양보해 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좌석에 앉아 버리는 사람도 봤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올바르게 처신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도 그런 사람일 때가 있겠지.) 상황에 맞게 처신하기 위해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171쪽.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크아이즈 2013-05-0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레히트의 '나의 어머니'는 되낼수록 맘에 들지요.
신경숙의 달에게~,는 글쎄, 후한 점수 주기가...
작가를 떠나 출판사는 책 파는 일이 본업이지요.
페크 언니 잘 살고 있는 거 맞지요? 크~

페크pek0501 2013-05-02 09:44   좋아요 0 | URL
예, 잘 있습니다. 저도 님처럼 쉬고 있었어요.
물론 서재만 쉴 뿐 삶은 계속되는 것이어서 다른 일로 바쁘게 지내게 되지만요.
<달에게~>는 수작들이라기보단 그저 소품 같은 작품들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적은 분량으로 그만큼 써 낸 작가의 역량은 과소평가하지 못할 것
같아요. ^^
하지만 신경숙의 작품을 처음 읽는 사람에겐 이것보단 다른 작품을 읽는 게 낫다는 조언을 해 주고 싶긴 해요. ㅋ

프레이야 2013-05-0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오월의 첫인사 드려요^^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과는 신에게 맡겨야 될 일이란걸 며칠 전 실감했지뭐에요. ㅎㅎ 그러고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제 마음 속에 뭔가 기대했던, 바랐던 게 조금이나마 있어서 그리된 게 아니었나 싶더라구요. 신경숙의 저 책은 편안하게 읽어볼 책 같아 나쁘지않네요. 할머니들의 유머 ㅎㅎ 두번째 보는대도 웃겨요. 써먹어야겠어요. ㅎㅎ 화사한 오월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3-05-03 08:3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요즘 서재 쉬고 계시나 봐요.
으음~~우리에게 휴식이 필요하긴 해요.

짧은 소설로 되어 있고 책도 두껍지 않아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님도 화사한 오월, 마음까지 푸른 오월을 보내세요. ^()^

노이에자이트 2013-05-0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많지만 나이값을 못하는 사람들도 어른 대접 받기를 바라는 욕심은 강하니 그런 사람을 대하면 참 곤란합니다.

페크pek0501 2013-05-04 13:38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런 경우가 있겠군요.

저는 자기 자신을 높은 위치에 설정해 놓고 말하는 것 같은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확 누르고 싶은데, 참지요.
"야, 너 어깨에 힘 좀 빼라. 못 봐주겠다."라고 하고 싶은 걸 참아요.
그리고 '저러는 건 열등감 때문일거야.'라고 생각하며 미워하는 대신 연민을 가지러 노력해요.
알고 보면 우리 인간들, 불쌍하잖아요.

님이 오랜만에 방문해 주시니 마치 옛 친구를 만난 듯하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반 가 웠 어 요.) ^()^

세실 2013-05-0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죠~~ 할머니들의 대화에 빵 터졌습니다. 어쩜 이리 기발할 수가. 직원들에게 카피해서 나눠줬어요^^
신경숙씨가 이런 책을 쓴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페크pek0501 2013-05-07 15:20   좋아요 0 | URL
세실 님도 읽으셨군요. 같은 책을 읽다니 반갑습니다.ㅋ
작가의 새로운 면을 보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에요. ^^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밖나가는 순간 깜짝 놀랐다. 얼굴에 와 닿는 공기의 감촉에서 봄기운이 느껴져서다. 아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추웠는데 내 허락도 없이 이렇게 봄이 와 버리다니.

 

 

밖에만 봄기운이 있는 게 아니다. 요즘 집에서도 느낀 게 있다.

 

 

겨울엔 난방을 켜지 않으면 차가워서 양말을 신고 실내화까지 신어야 했던 거실 바닥이었다. 그런데 난방을 켜지 않았는데도 아침에 맨발로 나간 거실 바닥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 봄이구나.

 

 

세수를 할 때 따뜻한 물로 씻고 맨 나중에 찬물로 헹구는 습관이 있다. 겨울엔 그 찬물이 꽤 차갑게 느껴져서 불편했는데 이젠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 봄이구나.

 

 

머리를 감고 나서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지 않아도 춥지 않았다. 아, 봄이구나.

 

 

밤에 잠을 자다가 더운 것 같아 침대에 깔려 있는 전기장판의 스위치를 껐다. 아, 봄이구나.

 

 

현관문도 잠그고 여러 창문도 닫아 놓은 집인데 봄은 어디서 들어왔을까.

 

 

초대하지 않았는데 몰래 온 손님이었다, 봄은.

 

 

 

 

- 이런 봄날엔 책을 읽고 있으면 아깝다.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아깝다. 밖에 나가 봄을 만나야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된다. 따듯한 봄 햇살과 따듯한 봄바람을 맞으며 봄 세상을 만끽해야 한다. 봄은 짧아서 놓칠 수 있으므로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 살다 보면 누군가로 인해 화가 나서 분노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두 가지 태도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된다. 하나는 참고 분노를 삭이는 태도이고, 또 하나는 참지 않고 그 상대방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태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마음이 시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분노를 삭이면 화병이라는 마음의 병이 생길 수 있고, 분노를 터뜨리면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정이 떨어지거나 자신을 나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여겨져 그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까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스트레스가 따른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쪽의 태도가 스트레스가 적은지를 판단해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을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화병에 치중할 것인가, 이미지 관리에 치중할 것인가.’ 화병에 치중하면 분노를 터뜨리게 되고, 이미지 관리에 치중하면 분노를 삭이게 된다.

 

 

화를 다스리기 위해 마음의 균형을 잘 잡으려면 우선 ‘시간을 보내 놓기’가 필요한 것 같다. 시간의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 며칠 보내고 나면 화가 많이 풀리기도 하고, 화나게 만든 일에 대해 새롭게 해석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게 하나 있는데, 시간을 보내 놓고 뒤늦게 화를 내면 상대는 그동안 참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화를 낸다는 것은 경솔하게 화를 내지 않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화를 분석한 책이 있다. 세네카 저, <화에 대하여>이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읽으면 화를 다스리는 데에 도움이 될 책이다.

 

 

 

 

 

-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가 과제로 제출하는 단편 소설을 써서 교수님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시로 여러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더니 이젠 소설에까지 능력을 뻗치고 있다. 자랑스러운 친구다. 그 친구가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읽었다며 깊은 사유의 글이 많은 소설이니 꼭 읽으라고 한다. 별로 야하지 않다는 말을 덧붙인다. 나는 이 책을 사 놓은 지 오래되었는데 읽지 않았다. 난 왜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구입할 땐 분명히 읽을 생각으로 구입했는데.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알고 싶어서 구입했던 걸로 기억한다. 나도 읽어야지.

 

 

 

 

 

-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이런 대사가 있다고 한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나도 당신을 원하고 당신과 함께 있고 싶고 당신의 일부분이 되고 싶어요.”

 

 

시골 주부 프란체스카에게 사진작가 로버트가 고백한 말이다. 나는 이 작품을 오래전에 소설로 읽었는데, 이 대사를 신문에서 보고 이렇게 고쳐야 맞다고 생각했다.

 

 

“확실하다고 느껴지는 이 우주에서 이런 애매한 감정은 여러 번 오는 거요. 지금은 나도 당신을 원하고 당신과 함께 있고 싶고 당신의 일부분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이 감정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른다오.”

 

 

만약 사랑이란 감정이 애매하지 않고 확실한 감정이라면 이별하는 연인들과 이혼하는 부부들이 왜 많겠는가. 이런 생각을 해 봤다.

 

 

 

 

 

-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읽자마자 내 가슴에 콱 박혀 버렸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대처가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라고 한다. 이 말에 동의할 만큼 내가 경험해서 알아낸 것들이 이 말에 녹아 있어서 감탄했다. 생각이 말이 된 적이 있고, 말이 행동이 된 적이 있고, 행동이 습관이 된 적이 있고, 습관이 성격이 된 적이 있다. 그리고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

<이 글과 관련한 책>

 

 

 

 

 

 

 

 

 

 

 

 

 

 

 

 

 

 

 

 

 

 

 

 

 

 

 

 

 

 

 

 

 

 

 

 

 


댓글(7)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립간 2013-04-1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가치관에 의한 패러디 ; 확실하다고 착각되는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단 한번뿐이며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착각되는 이런 감정은 여러 번 오는 거요. 지금은 나도 당신을 원하고 당신과 함께 있고 싶고 당신의 일부분이 되고 싶소. 하지만 이 감정은 확신을 가장한 애매한 감정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른다오.

착각을 하지 않았다면 연애나 결혼을 시작하지 않았겠죠.

페크pek0501 2013-04-20 15:15   좋아요 0 | URL
오오... 마립간 님 아니었으면 무플일 뻔했잖아요. 이렇게 감사할 수가...요.

님의 패러디, 완벽하네요. 제가 쓴 '확실하다고 느껴지는 이 우주에서'라는 말은
우리가 그렇게 느낄 뿐 확실하지 않다는 뜻이어요.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오늘 비가 오는 토요일, 신선하게 느껴지는 날이네요. 이런 날은 운동을 해야 할까요, 생략해야 할까요. 이런 날은 배 부르게 먹고 낮잠을 자고 싶어지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


벗바리 2013-04-2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새로운 무의식"을 장바구니에 담아놓았었는데,
오늘 그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들을 주문해볼까 싶어 다시 살펴보았어요.
새로운 무의식이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해서 클릭하여 소개를 읽어보다가
pek0501님의 글을 보게 되었고, 여기, 님의 방까지 들어오게 되었네요.

님의 글은-결국은 생각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고 공감도 잘 되네요.
그리고 그 끝맛은 깔끔하여 마치 정갈한 한식 같아요.
비싸고 부담스러운 한식이란 느낌 말고,
다시 와서 먹고 싶은 한식이란 느낌요.
요즘은 그다지 여유 없이 살고 있어서(오늘은 쪼금 여유있어서 책보러 알라딘에 왔지만)
식사 시간에 햇볕을 받으며 벚꽃을 쳐다본 잠깐의 시간 동안에도 위안을 받는다 생각했는데,
오래간만에 글 속에서도 그런 따사로운 '느낌'을 받았네요.
님 덕분에요^^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한 글자 남기고 갑니다.

페크pek0501 2013-04-26 14:41   좋아요 0 | URL
새 손님이 오셨군요.
정갈한 한식 같은 글이라... 과찬이십니다.^^

요즘 제 글쓰기에 대해서 스스로 하는 '쪽팔림'의 행위라고 생각하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는 것은 글쓰기를 빼고 나면 삶이 아주 시시해져 버리는 것
같아서예요. 더 좋은 취미를 찾기 전엔 멈출 수 없을 것 같군요.

어쨌든 고무적인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님 덕분에 힘을 얻습니다.
(참고로, 새로운 무의식이란 책은 읽을 만합니다.ㅋ)

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5-14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확실하고 애매한 감정을 책을 읽고나니 이해할수가 있을것 같네요
프란체스카와 사랑에서 확실함을 찿고 그녀를 지켜주기위해 애매함을 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감정들을 돌이켜보니 그녀의 감정을 느꼈던 기억의 편린들이 언제였을까 생각 하면서 오래전 추억을 떠올리는 좋은 기분이 들었던것 같네요

페크pek0501 2017-05-17 18:54   좋아요 1 | URL
이제야 답글을 씁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4년 전에 쓴 글이군요. 오래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책으로 읽었죠. 그 뒤에 영화로도 본 것 같아요. 그때만 해도 남편을 배신한 아내의 사랑을 아름다운 걸로 감상하기 어려웠어요. 지금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인간의 감정이란 게 또 생각이란 게 시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거라서요.
˝이 감정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른다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침에혹은저녁에 님,
좋은 저녁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5-17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안 하기는요 별 말씀을
좋은 저녁 감사합니다
 

 

 

 

얼마 전에 대학 동창인 친구가 불러내어 나간 자리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 나와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내 친구의 고교 동창이란다. 그 두 명 중 한 사람이 고등학생 시절에 글을 잘 쓰는 애로 유명했다고 한다. 친구가 내게 “니 블로그 얘한테 말해 줘. 얘가 글을 잘 쓰는 애거든.”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에 소설을 쓴 적이 있는데 그건 옛일일 뿐 지금은 전혀 글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은 직장에 다니느라 글 쓸 여유가 없을뿐더러 아예 글쓰기를 잊고 산다고 한다. 나는 그런 그에게 내 블로그의 주소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때 나는 왜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아마 글을 써서 그의 삶에 득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고, 그가 지금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면 굳이 글을 써서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인 것 같다. 말하자면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버는 당신은 현재 가고 있는 길을 그냥 가시오. 괜히 실속 없는 글쓰기에 기웃거리지 말고.’하는 마음으로 내 블로그에 들어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나중에 깨달았다. ‘아, 나는 글쓰기를 실속 없이 에너지만 소모하는 일로 알고 있구나.’라고. ‘그리고 이건 내가 글쓰기의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기 때문이야.’라고. 만약 내가 글쓰기 재능을 타고났다면 나는 벌써 책을 냈을 것이고, 어쩌면 성공했을 것이고, 꼭 성공을 거두지 못했더라도 어떤 보람이나 성취욕으로 만족했을 것이고, 그러면 글을 쓴 적이 있는 사람에게 글을 써 보라고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

 

 

글을 잘 쓴다는 그가 내 글쓰기에 대해 물었을 때 나는 이런 대답을 했다. “저는 직업이 따로 있고요, 글 쓰는 건 그냥 취미예요.” 이렇게 대답한 이유는, 상대가 재능이 없는 일을 오랫동안 붙들고 사는 나를 한심하게 볼까 봐 내가 먼저 나에 대한 방어를 한 것이리라.

 

 

요즘 생각하는 것인데, 나는 글 쓰는 걸 직업으로 갖고 있지 않음에 감사한다. 만약 글을 쓰는 걸로 돈을 벌어야 하는 작가였다면 좋은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어쩔 뻔했을까. 작가가 되기보단 지금처럼 작가를 흠모하고 글 쓰는 취미를 즐기며 돈벌이 직업을 따로 갖고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테니스 선수보다 테니스를 취미로 가진 사람이 낫고 골프 선수보다 골프를 취미로 가진 사람이 나은 이유가 두 가지 있다. 그것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싫증이 나면 언제든지 부담 없이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물론 취미보다 직업인 게 나은 이유도 있겠지만 여기선 생략함.)

 

 

테니스나 골프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공을 잘 칠 수 있을까, 연구한다고 한다. 나도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연구하곤 한다.

 

 

그래서 이런 책들을 찜해 놓았다.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 : 학교와 직장 등에서 당장의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 그중에서도 특히 언론인을 목표로 논술 시험 등을 준비하는 이들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글쓰기 원칙을 담고 있다. (…) 한국일보 임철순 고문은 제목 짓기와 바른 우리말 사용을 다양한 예시를 통해 강조한다.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은 시각(insight) 제시의 중요성을 주요 이슈를 다룬 본인의 글을 통해 보여준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5000만의 글쓰기> : 저자는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를 정작 글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만, '글쓰기는 만견이 불여일작'이라는 말이다. 이 책에는 레토릭의 3요소(인성, 감성, 지성)를 활용하는 수사학적 글쓰기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글쓰기의 공중부양> : 베스트셀러 소설가 이외수가 전격적으로 공개하는 글쓰기 비법서. 2006년 출간되었던 <글쓰기의 공중부양>의 개정판이다. 실제적인 어휘·문장 연습과 함께 작가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가미한 사례들이 풍부하게 소개되어 있어 읽는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이 책들을 사 보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려 한다. 이런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공부의 결과를 떠나서 그 자체로도 기분 좋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추신........................

 

시나 소설을 쓰는 작가보다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주제 파악을 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수업하는 논술 강사라는 직업에 만족한다.ㅋ)

 

 

나의 약점은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학적 묘사를 잘하지 못한다. 그런데 칼럼엔 그런 게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쪽으로 마음이 쏠렸던 것 같다. 정치나 경제보다는 사회나 문화에 대한 글을 선호한다. 요즘도 신문에서 좋은 칼럼을 발견하면 가위로 오려서 여러 번 읽어 보는 습관이 있다. 일종의 취미 생활이다.

 

 

한 편의 칼럼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선사하는 것 같다. 그런 칼럼을 좋아한다.

 

 

그런 칼럼을 좋아하는 한, 나의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4-09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2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4-09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외수 <글쓰기의 공중부양>만 소장, 학생들과 수업할 때 도움이 됐어요.^^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은 고3 막내의 논술준비를 위해 좋을 책으로 찜해요.

페크pek0501 2013-04-12 09:23   좋아요 0 | URL
아, 순오기 님... 오랜만이에요. 반갑습니다.
이외수 님의 책을 보셨군요. 저는 서점에서 들춰 보곤, 내가 필요한 게 여기 있구나, 하면서 찜해 놓고 왔답니다.

막내가 고3이군요. 논술 공부를 위해서 칼럼을 많이 읽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고등학생들 가르칠 때 칼럼을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눠 분석해 보는 수업을 했어요. 베껴쓰기도 시켜요. 내용은 읽어서 생각을 넓히고 형식은 글이 짧아서 공부하기 좋거든요. 글의 구성을 간단하게 배울 수 있어요. 칼럼만 모아 놓은 책이 많아요.(잘 아시겠지만...ㅋ)

좋은 하루 되세요.

수이 2013-04-10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처음 보는 책인데- 저도 한번 읽어보고싶어졌어요.
글을 잘 쓰시는 분들 보면 언제나 부러운 마음뿐이었거든요.

페크pek0501 2013-04-12 09:24   좋아요 0 | URL
앤 님, 안녕하세요?
저도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잘 쓴 글을 감탄하는 재미로 책을 읽지요.
그 경지에 가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하고 헤아려 보면 저절로 존경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마립간 2013-04-1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도 그래요. 직업으로 수학을 하기보다 취미로 수학하기.

페크pek0501 2013-04-12 09:25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수학을 취미로 하기... 멋진 일이에요. 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문학작품이 얼마나 수학적인지를 알게 됩니다. 문학과 수학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지요.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3-04-10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이든 즐겁게 즐길 수 있을 때 진가가 발휘되는 거 같아요. 그런 의미로 읽히네요. 이외수의 공중부양, 오래전 반쯤 읽다 글쓰기 시작한 어느 분에게 드렸던 적이 있어요. 그분은 저보다 늦게 시작하셨지만 책도 내셨지요. 페크님의 글쓰기는 분명 페크님의 개성이 느껴져요^^

페크pek0501 2013-04-12 09:27   좋아요 0 | URL
예, 프레이야 님. 즐거운 게 최고지요.
글쓰기를 직업으로 갖게 되면 돈벌이라서 무거운 마음으로 쓰게 되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쓰는 저보다 즐겁지 않을 듯해요. 그래서 취미로 좋다는 것이지요.

개성이란 놈을 갖고 싶었는데, 그게 저에게 있단 말씀인가요?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네요. 개성을 갖고 싶었답니다.
그렇게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