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6일 오후 9시30분 경. 저는 신도림 역으로 가는 열차에서 존 파울즈의 <은밀한 본능>을 읽고 있었습니다. 여자와 남자의 대화로만 일관하는 내용이라 좀 지루해서 읽기를 중단하고, 스마트 폰으로 알라딘 중고서점 검색을 시작했지요.

 

당연히 찾는 책은 DK지식 시리즈였습니다. 혹시나 해서 강남점부터 검색을 하는 중에 건대점에 떡하니 <경제의 책>이 있었지요!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며 당장 달려가고 싶었지만, 가면 폐점이라 내일을 기약했습니다.

 

17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출발하려고 했지만, 그날따라 아침에 일이 생겼습니다. 생각 끝에 아침 업무를 잠시 미뤄두고 건대점에 있는 책부터 사오기로 했어요.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아침부터 지식시리즈가 팔릴 혹률은 극히 희박하다고 확신했습니다. 경험상 건대점은 그랬지요. 책이 들어오고 나가는 게 타점보다 좀 늦은 편이라서요.

 

10분 발로 검색을 하면서 갔지요. 헉! 근데, 중간 쯤 갔을 때, <경제의 책>이 팔렸다고 나옵니다! 이런, 젠장!!! 중간에서 하차하여 빡오름을 진정시켜야 했습니다. '이럴수는 없는 기다! 이럴수는!!!!' 이런 내면이 소리가...

 

낙심하여 이 시간 우로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지만 그냥 엄벙덤벙 해냈습니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에 접속하여 글을 읽는 와중에 서재 이웃 분이 <경제의 책>을 구입했다고 하는 글을 봐 버렸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철학의 책, 경제의 책 구입했습니다.
도서정가제 시행되기전에 반값에 팔았던걸로 알고 있는데(기억이 가물가물..) 매번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매장에 있길래 그냥 질렀네요.
철학사는 종류대로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경제의 책도 기대됩니다.

 

라는 자랑 페이퍼. 제 페이퍼 보구 구입했다는 군요! 이런~~ㅠㅠ

 

저는 자책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14일 페이퍼를 올리면서도 설마설마 했지요. 하도 빡쳐서 어떻게든 불만을 가라앉혀 보자는 심사에서 올린 페이퍼였지요. 책값도 꽤 비싸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노리는 알라디너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습니다.

 

근데 정말 우려가 현실이 되니, 심하게 자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을 어느 정도 완비하고 페이퍼를 올릴 껄 그랬다고. 그냥 막 제게 욕을 퍼부었습니다. '이 천하에 븅~~신' '얼빠진 넘' '머저리, 등신, 개쉑' 등등..

 

그날 밤 도저히 화가 가라앉지 않아 새 책을 구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알라딘에 검색창을 열어 검색했지요. 아, 그랬더니 7권 전집이 50% 반값 세일을 하더군요! 도서정가제가 끝나서 반값 도서는 없는 줄 알았는데, 출판사에서 재고를 처리하려고 아직도 반값 이벤트를 하는 거 같았습니다.

 

뭐, 닥치고 주문을 넣었지요. 사는 김에 예전부터 벼르고 있던 <사회학의 핵심 개념들>과 <물질과 기억> 원서를 함께 넣었습니다. 반값에 구입해서인지 갑자기 기분이 업 되면서 위안이 되더라구요~

 

 

 

 

 

 

 

 

 

 

 

 

 

 

 

 

빡침과 아쉬움 그리고 자책이 눈녹듯이 사라졌습니다..ㅎㅎ 원하는 책 구입의 위력이랄까요.

 

그나저나 지식갤러리의 DK지식 시리즈 소개를 좀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뭐, 제가 시리즈 완비 했으니 꺼리낄게 없지요..ㅋㅋ 많이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이 책들은 정말 갑 중의 갑이지요.

 

 

 

 

 

 

 

 

 

 

 

 

아마존 들어가서 외국애들이 이 책에 대해서 리뷰 쓴 걸 쭉~ 훑어 봤는데요. 정말 평들이 하나같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환타스틱하다!' '이런 책은 두고두고 봐야 한다.' '정말 굉장한 책이다~' '전혀 비싸지 않고, 활용도 만점인 책' '이런 편집이 있을 수 있다니!'

 

뭐, 대충 이런 내용. 저도 물론 모두 동의하는 평들이구요. 권당 책 가격이 꽤 비싸지만 읽어보면, 가격이 오히려 싸게 느껴지는 희한한 시리즈 입니다.

 

개인적으로 사전류의 책들을 매우 좋아합니다. 글을 정확하고 밀도 있게 쓰기 위해서 그리고 기초학문에 대한 이해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 쟁여 놓는 책들이지요. 

 

누가 글 잘쓰기 위해서는 사전류는 필수적이라 말해줘서 닥치고 사모으는 편입니다. 문학, 철학, 사회학, 경제학, 미학, 디자인 등에 대한 사전 형식의 책은 그냥 닥치고 필독서죠. 정확한 개념을 확인하고 이해하기 위해 이런 책만큼 좋은 건 없습니다. 활용을 잘하면 금상첨화지요.

 

헌데, 가지고 다니기 편하고 가독성 높은 사전류를 만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이 나오는 책도 아니구요. 그래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예술 분야의 사전류는 예의 주시하는 편입니다.

 

지식갤러리의 DK지식 시리즈는 매우 독특한 편집과 디자인이외에도 사전류가 갖고 있는 장점을 담고 있습니다. 각 권은 모두 통사적인 형식을 띠고 있지만, 각 학자들과 맥락읽기 코너를 따로 박스로 처리하여 중요도를 높였습니다.

 

그래서 학자들만 소개된 박스만 읽어도 웬만한 경제학사나 철학사 개론서를 읽는 효과가 있습니다(<경제의 책>과 <철학의 책>의 경우). 물론 잘 알려지지 않는 학자들은 독자적인 박스가 없지만 중요한 학자들인 경우는 매우 상세합니다.

 

그리고 서로 연관된 이론과 학자들을 연결해 주는 밑의 '참조'코너는 누가 누구에게 영향받고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어 유익합니다.

 

'맥락 읽기' 코너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맥락에 대한 소개인데요, 한 학자의 이론 소개에 앞서 해당 분야의 전후 관련 역사를 짚어 주어 비슷한 시대의 학문적 관심사를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에컨대 <과학의 책>에 보면, 윌리엄 스미스(1769~1839)라는 학자가 나옵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지질학자인데요, 이 사람은 영국의 지층도를 제작한 학자입니다. 영국 최초의 전국지도를 만든 사람으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산 김정호 정도의 위상을 갖는 학자입니다.

 

[맥락 읽기]를 보면 이렇게 돼 있지요. (p115)

 

 

 

 

분야

지질학

 

이전의 관련 역사

1669년 : 니콜라스 스테노가 지질학자들이 지층을 이해하는데 길잡이가 될 층서학의 기본 법칙을 발표한다.

1760년대 : 독일에서 지질학자 요한 레만과 게로르크 퓍셀이 최초의 실측 지틍 단면도 및 지도를 제작한다.

1813년 : 영국의 지질학자 로버트 베이크웰이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암석 종류를 보여주는 지질도를 최초로 제작한다.

 

이후의 관련 역사

1835년 : 영국 지질도를 체계적으로 제작하기 위해 영국 지질 연구소가 설립된다.

1878년 : 제1회 국제 지질학 회의가 파리에서 열린다. 그때부터 3~5년마다 꼬박꼬박 열렸다.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학자는 1페이지에, 아주 유명한 학자, 예컨대 칸트같은 학자는 무려 6페이지에 걸쳐 있습니다. 학자의 중요 핵심 주장을 따옴표로 표시해 배치하고, 어려운 내용은 그림을 통해 이해를 돕습니다.

 

예컨대 <철학의 책>에 보면 칸트가 한 유명한 말들이 눈에 그대로 들어오게끔 편집돼 있습니다. " 철학의 시작은 바로 그 한계를 아는 것이다"(p167), "인간의 관점에서만 우리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p169), "인간의 이성은 떨쳐버릴 수도 대답할 수도 없는 질문에 시달린다."(p170), "이성은 자기 방식대로 만들어 낸 대상을 통찰할 뿐이다."(p170)

 

무엇보다 이 책의 최고 강점이자 편집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논증도입니다. 반드시 알아야 할 학자의 경우, 그 학자의 핵심 주장을 논증 형식으로 구성하여 보여주지요. 학자가 한 수많은 주장들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주장을 뽑아 논증도로 보여 줍니다.

 

존 롤스의 경우는 이렇습니다. <철학의 책> p294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익을 증진하고자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일해야 한다.

                                                   ▼

그래서 원칙이 필요하다.

                                                   ▼

공정하고 정의로운 원칙은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

정의의 원칙은 무지의 베일에서 선택되어야 한다.

 

 

대충 도식으로 나타내 보았지만, 책을 열고 편집된 부분을 보면 머릿속에 그대로 박힙니다. (위와는 좀 다르게 편집돼 있습니다) 두꺼운 철학사 책을 읽으면, 번역 외에도 많은 내용 때문에 핵심을 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리즈의 책들은 그냥 아주 깔끔하게 머리속에 정리됩니다. 그래서 경탄을 내뱉게 됩니다~

 

사실 이 시리즈는 각 권이 'OO의 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이면을 보면 각 학문의 역사 개론서입니다. 관심은 있지만 해당 분야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그 분야의 개론적 지식을 체계적이고도 아주 알차게 알려주는 최고의 입문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쉽게도 예술 분야는 없지만, 비슷한 컨셉으로 예전에 예담에서 나온 '예술의 유혹'시리즈가 있습니다. 편집과 내용 면에서 DK시리즈에는 못 미치지만 나름의 장점이 있는 예술사 개론서들입니다. 이 시리즈도 참 좋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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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P 2015-09-2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제가 구입했던 경제의 책이군요ㅋㅋ
철학의 책은 노원점에 있었어요. 그나저나 반값이벤트 어디서 하나요? 저도 전집구매하고 싶어요.

yamoo 2015-09-21 22:57   좋아요 0 | URL
네네 바로 건대점에서 구입하신 경제의 책입니다..ㅎㅎ
흠, 노원점에도 있었군요! 노원점은 잘 가지 않는 편이라 잘 검색을 하지 않습니다. 근데, 철학의 책은 작년에 구매한 거에요..ㅎ 이거 보구 이 시리즈를 탐내게 됐지요..ㅋㅋ

BGP 2015-09-21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13~4만원 하는게 반값이었군요. 크레마 카르타 사려고 벼루고 있어서 패스해야겠어요. 그나저나 새책으로 전집 구비하셔서 더 부럽습니다ㅠ

yamoo 2015-09-21 22:59   좋아요 0 | URL
네, 각 권 따로 살려면 귀찮고 가격이 훨씬 쌔서 한꺼번에 반값할 때 사면 좋지요. 제겐 3권이 겹치지만 그래도 질렀어요~ㅎㅎ

크레마는 주의 평이 좀 안 좋아서 킨들을 구매할까 전 망설이고 있다지요..ㅎ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얼른 지르세요~ 반값 끝나기 전에요!ㅎ

BGP 2015-09-2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철학의 책 먼저 완독하고 결정하려구요...마음은 이미 질렀지만 총알의 압박때문에...세트는 계속 저 가격이면 나중에라도 꼭 질러야겠어요. 제가 졌습니다ㅠ

yamoo 2015-09-26 23:16   좋아요 0 | URL
저두 총알의 압박을 많이 받았지만 너무 탐나기 때문에 졌어요~ㅎ

ㅋㅋ 이건 지는게 좋은 겁니다...네네~^^
 

 

책 때문에 또 한 번의 횡재를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8-9월 달에 횡재를 꽤 많이 했습니다. 그 와중에 백미는 아마도 지난 주 있었던 횡재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책 때문에 갔습니다. 이전에 여기에 정보를 올렸던 굿윌 스토어. 새 책이 들어왔나 해서 종종 들릅니다. 책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이렇게 수시로 확인을 해야 좋은 책을 건질 수 있습니다.

 

새 책이 들어오지 않아 휘~ 둘러보구 갈려는 찰나, 문 옆에 목재 가구가 쌓여 있는 겁니다. 뭔가 하고 보니....세상에나 바로 벙거 침대였습니다! 원목 벙거침대!!

 

혹시 벙거 침대가 뭔지 모를 분들을 위해서 이미지를 첨부해 봅니다. 요새 좁은 공간을 효율적이고도 멋있게 활용하기 위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가구이지요!

 

방이 좁아 침대와 책장을 어찌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는 철제 벙커 침대입니다. 침대의 프레임은 철재이고 책장은 원목이라 철이 주는 차가움을 상쇄해 주는 벙커 침대 디자인입니다. 방이 좁을수록 이 침대의 위력은 참으로 클거 갔다는 생각이 듭니다.ㅎ

 

역시 철제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벙커 침대. 하지만 책장 앞에 책상이 있어 공부하거나 일하기 딱 좋은 디자인 입니다.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매력적인 벙커 침대군요!

 

최고의 공간 활용을 보여주는 벙커 침대입니다. 문 바로 위에 설치할 수 있는 구조로 디자인 돼 있어, 협소한 공간을 아주 아방하게 꾸밀 수 있을 듯합니다. 침대가 아래에 있으면 답답할 거 같은 방이 엄청 탁 트여 보이는 군요. 발상의 전환으로 방 하나를 거저 얻는 효과를 볼 수 있는 디자인 입니다~

 

아주 근사한 여자 아이 방 인듯 합니다.  깔끔하고 보기 좋습니다. 아이 방에 벙커침대를 놓아줄 시 가장 많이 해주는 디자인 같습니다. 수백개의 이미지를 보니, 그렇다는 결론이 내려지더라구요...이 셋트가 60~70만원 선입니다.

 

아, 근데, 이 마지막 이미지는 위에 것과 비교해 아동용이라는 색깔이 강합니다. 근데, 제가 굳이 왜 이걸 소개했느냐?! 바로 제가 굿윌 스토어에서 구입한 벙커 침대가 바로 저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책상과 서랍만 없다 뿐이지(계단 디자인도 약간 다름) 거의 똑같습니다.

 

이 모델 시리즈가 바로 저 H자 색깔이거든요~ 디자인이 약간씩 다르지만 벙커 침대의 기본 구조는 똑 같습니다. 단지 침대 밑 부분에 책걸상이 들어가느냐, 아니면 옷장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조합 구성이 달라집니다.

 

아동용인거 같아 머뭇거리면서 일단 물어나 봤습니다. 길이가 얼마나 되느냐구요? 길이가 무려 2미터 20센티 이고 높이가 1미터 20에 폭이 1미터 18입니다. 이 사이즈면 어른 용 싱글 침대 매트리스 정도 됩닏. 그래서 바로 구입하게 됐지요.

 

횡재인 이유는 가격이지요. 단독 7만원에 구입했습니다. 배송료 1만원에 조립 비용 무료! 이게 그날 들어왔는데, 몇 시간 안 돼서 제가 구입한 케이스라네요..ㅎㅎ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올 봄, 이사 가서 내개 가장 필요한 게 공간이었습니다. 바로 책을 수납할 공간! 어떻게 해 보더라도 책과 옷이 너무 많아 공간이 안나왔습니다.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게 벙커 침대라는 거였지요. 작은 공간을 극해화 해 줄 수 있는 이 가구는 방의 공간을 이등분 해 바닥 위 1/2 공간을 새롭해 창출해 주는 마법과 같은 가구였습니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검색에 검색을 해서 책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게 적합한 벙커 침대 디자인 몇 개를 골랐지요. 헌데 가격을 보고 그냥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대략 30만원 ~ 150만원 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싼 것도 있었지요. 폭이 1미터 정도에 높이 1미터 60되는 철제 프래임 침대. 가격은 10만원 대 중반에서 20만원 대 중반에 걸쳐 있었습니다.

 

헌데 사용 후기를 보니, 어른이 사용하기에는 무리이고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이 대세였습니다. 많은 검색 비용과 시간이 투여됐음에도 불구하고 깨끗이 포기했었지요.

 

그래서 이사간 방은 박스가 새로로 10줄씩 3개의 탑을 쌓았습니다. 위태위태 했지요. 아래 박스는 책의 하중의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져 앞으로 점점 쏠렸습니다. 특단의 비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했지요.

 

그런 와중에 굿윌 스토어에서 저 원목 벙커 침대를 발견한 것입니다. 원목은 길고 짧은 것을 떠나 최하 가격이 40만원 대입니다. 더군다나 어른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나오려면 가격은 훨씬 올라갑니다.

 

근데, 전 단돈 7만원에 방의 공간을 이등분하는 체험을 한 겁니다!!!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습니다. 탑처럼 쌓여 있던 모든 책들과 자질구레한 것들은 침대의 벙커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수납 걱정 끝!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봤지, 방의 공간을 이분한다는 체험을 하고 나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침대 아래의 약 2미터*1.5미터의 벙커 공간이 그냥 만들어져 자기가 수납하고 싶은 것들을 수납할 수가 있습니다.

 

책상을 넣을 수도 있고, 행거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이동식 서랍장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도 아니면 수납박스들을 수 십개 쌓아 놓을 수도 있지요. 이건 그야말로 공간 활용의 '거시기'입니다~ㅎ

 

책이 많은 분들은 반드시 구입하면 분명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엔날에 책 박스 위에다가 매트리스를 깔고 생활한 적이 있는데요, 꼭 그런 상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벙커 공간을 공간 박스 책장으로 도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3개로 세운 30박스(라면 상자 크기)가 다 들어가고도 남았으니까요. 침대를 벽 옆으로 붙이지 않으면, 새롭게 책꽂이를 들여 놓을 수 있어 완전 짱입니다!

 

이렇게 되면 방을 정확히 2분하여 책꽂이 윗 부분에서 바로 책을 뽑아 누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매트리스를 깔지 않으면 접이식 의자를 활용하여 책 보다 잘 수 있습니다, 그야 말로 독서광이 누릴 수 있는 호사를 맘껏 누릴 수 있는 가구입니다.ㅎ

 

디자인 면에서는 두 말할 것도 없구요. 방이 확 달라집니다~ 요즘 아이들 용으로 많이 장만들 하시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책 많은 어른들에게 최적인 듯합니다.

 

혹시 책이 많아 공간 활용에 애먹는 분들에게 벙커 침대를 강추드립니다~ 또한 자신 만의 공간을 특색있게 꾸미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강추할 수 있는 가구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설치 끝낸 제 방입니다.

 

책꽂이 사이 경계가 침대 끝인 계단입니다. 오른쪽 책꽂이두 2미터 짜리인데 두겹으로 꽂혀 있습니다. 안쪽에도 있는데, 보이지 가 않는다는....이 책꽂이두 굿윌에서 1만 5천원에 득템했다지요...ㅎ

 

 

이상 자랑질 끝!

 

 

ps. 오늘 도서관 가서 골라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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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9-20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는 잘 하셨군요.. 다행입니다. 이사하면 무조건 고생임... 니다.

yamoo 2015-09-20 23:41   좋아요 0 | URL
완전 개고생했슴다~ 내뇬에 또 이사해야 합니다...ㅜㅜ
그땐 진짜 포장이사 업체를 부르려고 합니다! 책에 대한 아주 세세한 지시사항을 포함해서요...아니면, 한 달 텀을 두고 단계적으로 책들을 옮겨놓을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ㅎ

stella.K 2015-09-2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려면 책이 젤 문제죠. 버릴수도 없고 갖고 있자니 그렇고.
얼마 전까지만해도 다시 안 볼 책은 사이판에 사는 친구에게
보내주곤 했는데 보내는 것도 마음 같이 잘 안 되더군요.
그런데 얼마 전 저희 동네 동사무소가 새로 개관을 했습니다.
걸어서 3분 거리되는 곳에 있는데 앞으로는 오며 가며 안 보는 책은
기증하려구요. 벌써 지난 주에 몇 권 기증했습니다.
그러고 뒤돌아서 나오는데 벌써 없어진만큼 무슨 책으로 채울까 그런 궁리부터 했다는...ㅠ

벙커 침대에서 자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네요.ㅋ

yamoo 2015-09-21 22:36   좋아요 0 | URL
오! 스텔라 님 복받으시겠어요~! 책 기증을 다하시다뉘!!!
전 누구 선물로 줄 지언정 기부는 아직 못하겠더군요.

벙커 침대에서 몇 날 자 보니, 허리가 좀 아픔니다. 얼른 매트리스를 구입해야 겠어요..ㅎㅎ
 

저 번 주는 제게 있어 완전히 기진맥진하는 날들이었습니다. 바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일어난 일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인데...희한하게도 이 확률적으로 희박한 사건을 4번 연속 당하니 허탈을 넘어 빡침에 이르더라구요~

 

얼마나 몸이 부르르 떨리는지, 빡침의 정수를 느꼈다고 할까요..ㅎ

 

다름이 아니라, 책 덕후에게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검색을 통해 찾아 헤매던 책을 발견해서 부랴부랴 갔습니다.

 

그게 뭐냐면, 'DK 지식 시리즈'죠. <철학의 책>을 본 후에, 이 책에 압도되어 중고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난해하고 복잡한 내용을 어찌도 그렇게 깔끔하게 담아내는지 놀랍더라구요~

 

많은 정보량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과 밀도 높은 내용을 평이하게 정리해 주는 게 경탄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리즈의 책을 '편집의 승리'라고 부르곤 하지요. <과학의 책>을 읽고 내린 결론입니다.

 

그래서 중고책을 찾아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이 매우 쌔거든요~ 권당 3만원이 넘는 책이라, 중고 가격도 부담되지만 2만원 미만이면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지요.

 

 

 

 

 

 

알라딘 중고서점 가격이 2만원~18000원 언저리니 충분히 살 만합니다. 자주 검색하여 알아 보곤 하지요. 가끔 검색에서 뜨는 데, 대개 이런 경우 책을 업어옵니다만, 이 시리즈는 예외인 거 같습니다.

 

책이 검색되면 갑니다. 대체로 저녁 무렵때죠. 아무리 급하더라도 가는 시간이 있기에  팔리지나 않았나 휴대폰으로 검색을 계속 합니다. 도착 직전에도 검색을 통해 책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잽싸게 내려가죠.

 

대체로 검색을 통해 찾는 책을 발견하여 중고서점에 도착하려면 약 2시간이 걸립니다. 주로 서울 외곽 지역에 있는 중고서점들에서 잘 검색되거든요~ 땀나게 뛰어갑니다. 도착해서 허겁지겁 찾지요.

 

헛! 근데 없습니다! 알라딘 종로점에도!(일요일), 일산점에도!(화요일), 부천점에도!(목요일), 강남점에도!(일요일) 모두 당일 같은 시간대에 나보다 먼저 선수 친 언 넘때문에 허탕을 친 겁니다!!!

 

눈 앞에서 한 무더기의 책을 가져가는(거기 한 권!) 놈을 본 적도 있고, 언 넘의 수중에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다니기도 했습니다. 물론 허탕을 치기 일쑤지만요.

 

심지어는 직원에게 이 책을 찾는데, 검색되는데, 왜 없냐고 따지니, 직원이 찾아 본다고 한 후 2분쯤 있다 제게 와서 "방금 팔렸는데요!"라고 전해 주기도 했습니다. 힘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군요. 빡쳐서요!!

 

2시간을 땀나게 달려 갔는데, 몇 분의 시간차로 인해 원하는 것을 놓쳐 허탕을 치면 억울하고 신경질이 도지는...뭐, 그런 느낌 말입니다.

 

자기 바로  앞에서 "매진입니다, 손님!"하면 기대감이 무너지는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공연 티켓이나 선착순 모집 뭐 그런 경우 말이지요.

 

4번 연속 당하니 너무 신경질이 나서 이 시리즈는 그냥 새 책으로 장만할 요량입니다. 중고책 검색해서 가는 시간 동안 팔리면 그 빡침에서 헤어나오기가 좀처럼 어렵더라구요. 당일은 계속 후유증이 남습니다.

 

그래서 큰 결심을 했습니다. 있는 중고책을 몽땅 처분해서라도 기필코 이 시리즈를 모두 컬렉션화 하겠다구요! 제가 얼마나 빡쳤으면 이런 결심을 했을까요. 모두 구입하려면 약 10만원이 훨씬 넘게 듭니다만~

 

그래두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미친 빡침을 벗어나는 길은 이길 밖에 없다는 걸 어렴풋이 감지했으니까요. 3달이 걸려도 좋고 4달이 걸려도 좋습니다. 단지 절판만 안되길 빌 뿐이죠.

 

헛! 근데, 이 글로 인해 이 시리즈에 관심도 없던 분들이 급 관심이 생기면 어쩌지요?!!

 

전 다만 아래의 3권의 책만 우선 구하길 원하는데, 이 책들만 미리 품절 되는 현상은 없을 테지요. 흠....아마 그럴겁니다. 예, 그래야 하구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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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9-1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토닥토닥~
많이 힘드셨겠어요. 힘든데 비해 소득도 없고 4번씩이나 빡침을 당하다니...ㅠ
전화로 예약하고 텔레뱅킹으로 결제하면 언제든지 찾아 갈 수 있는 뭐
그런 시스템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야무님은 진정한 중고책 마니아 같습니다.ㅋ

이 책을 그리도 좋아라 하시니 저도 웬지 솔깃합니다.^^

yamoo 2015-09-16 12:18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도 한 번 구경해 보세요. 대형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구경해 보면 왜 이 책이 좋은 지 알 수 있을 거에요!

어제도 건대 점에 하나 떴는데, 오늘 아침에 바로 팔렸네요..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5-09-14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 마니아 ~~~~ 야무 님 ~~~~ ㅎㅎㅎㅎㅎㅎ.

yamoo 2015-09-16 12:19   좋아요 0 | URL
네네....ㅎㅎ 시리즈 덕후~ㅎㅎ

아, 근데, 이 책 시리즈는 정말 탐납니다~ 곰발 님두 한 번 구경해 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만병통치약 2015-09-1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제가 그날 그 책 사간 사람입니다!˝ 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ㅋㅋ 사진과 함께요/ 전 중고샵에서 주문했는데 책이 없으니 주문 취소하라는 문자를 자주 받죠 ㅠㅠ

yamoo 2015-09-16 12:21   좋아요 0 | URL
흠...
전 중고샵에서 주문 후에 주문 취소하라는 문자는 한 번도 안 받아 봤어요.
찾는 책을 중고샵에서 주문했는데, 책이 없어 주문 취소하라는 걸 몇 번 받으면 좀 빡칠것도 같아요..ㅎㅎ

cyrus 2015-09-14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고 싶은 신간보다는 절판본을 먼저 고르는 편입니다. 정말 찾고 싶은 절판본이 알라딘 매장에 있으면 당장 그곳으로 향합니다. 집에서 매장까지 버스 타고 가면 15분 정도 걸려요. 매장이 번화가에 있다 보니 가끔 도로가 막히기도 하는데, 이럴 때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져요. 저도 한 발 늦어서 책을 못 사는 경우가 있어요.

yamoo 2015-09-16 12:22   좋아요 0 | URL
ㅎㅎ 한 발 늦어서 책을 못사는 경우, 기분이 어떠신가요??
빡치지 않으신가요? 절판본일수록 더 심할 거 같습니다만...ㅋㅋ

저두 신반보다 절판본을 선호합니다~

감은빛 2015-09-1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진짜 야무님의 깊은 빡침이 느껴집니다. 근데 이글 읽고나니 저도 이 시리즈가 급 땡기네요. 대체 어떤 책이길래 야무님께서 이러실까 싶어서요.

yamoo 2015-09-16 12:24   좋아요 0 | URL
흠, 이건 감은빛 님이 대형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뽑아 들고 구경을 해보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통사류의 책인데 아주 보기좋게 잘 정리한 게 이 시리즈의 장점입니다. 보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이 있다고 할까요~

모든 시리즈가 정해진 페이지에서 똑같이 끝납니다. 352페이에서요..ㅋㅋ

하이드 2015-09-1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의 책.도 재미있어 보이네요. DK 시리즈가 진짜 좋은데, 이렇게 보니 진짜 욕심나는 시리즈네요.

yamoo 2015-09-16 12:25   좋아요 0 | URL
정말 욕심나는 시리즈에요. 완전 동의합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전 세익스피어는 땡기지가 않아요..ㅎ

하이드 님두 조만간 장만하시겠어요~^^

skysksek 2015-09-1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에 참여합니다. ㅋㅋ

yamoo 2015-09-16 12:26   좋아요 0 | URL
헉!

전 그냥 새책을 사렵니다..ㅎㅎ

인디언밥 2015-09-1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ㅋㅋㅋㅋㅋㅋㅋ 듣기만 해도 딮빡ㅋㅋㅋㅋㅋ 예전에 교보 갓다가 철학책 본 기억이 있는데.. 급 관심이 생기네요. 저도 읽어봐야겠슴다

yamoo 2015-09-19 21:03   좋아요 0 | URL
이런 건 안 당해 본 사람은 잘 모릅니다. 당해 보셔야 피부르 느낄 수 있습니다..ㅎㅎㅎ
정말 좋습니다. 저두 작년에 사놓고 대충 구경할 때에는 그냥 편집만 좋은 줄 알았습니다. 근데, 내용 또한 기차게 좋아 뒤늦게 시리즈를 질르게 됐네요^^

꼭 구입해서 읽어보세요. 두고 두고 볼 수 있습니다. 각론격인 철학자들을 위한 안내서이자 흐름잡기 기차게 좋은 책입니다. 철학사는 정말 줄기 잡는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다른 학문 보다 더더더요~

학자들의 중요 개념과 중요 논증도를 볼 수 있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제가 볼 땐 최고의 장점 같아욤!

보슬비 2015-09-1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야무님 덕분에 `DK 생각의 지도` 시리즈 눈독 들이시는 분들이 많으실것 같네요.
저도...... ㅋㅋ

yamoo 2015-09-19 21:05   좋아요 0 | URL
벌써 당했어요....ㅋㅋ 페이퍼 쓰고나서 알라딘 건대점에 검색이 떠서 아침에 부랴부랴 시간 일부러 내서 가는 중에 팔려부렀습니다. 그 책을 산 분이 바로 제 페이퍼를 보고 사신 OO분이십니다~ ㅎㅎ

하루만 더 있다가 페이퍼 올릴 걸 하고 후회를 몇 번씩 했다지요..ㅋㅋ

다려신 2015-09-1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중고매장에 도서가 있는지 알수있으면 좋겠어요

yamoo 2015-09-19 21:06   좋아요 0 | URL
수시로 알라딘 중고서점 들어가 검색해 보셔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일주일에 한 두 권은 검색이 되는 거 같아요~ㅎ
 

일명 귀한 책이라는 게 있다. 아주 좋은 작가(대중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것두 과작의 작가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책을 절판시킬 때다.

 

이런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대표적으로 법정 스님의 저작들이 그렇다. 스님이  입적할 때 한 유언으로 인해, 법정 스님의 책들은 이제 더이상 찍지 않는다.

 

그래서 법정 스님 전집은 현재 수십 만원을 넘는다. <무소유> 책 하나만 하더라도 몇 만원을 부른다. 헌책방에서도 거의 구할 수가 없다.

 

그런데 3주전인가, 흙서점을 우연히 방문했다가 들어온 '법정 스님 수필 세트' 9권을 만났다. 수중에 5만원이 있었는데, 아저씨가 권당 4천원을 부르셔서 그냥 닥치고 3만6천원에 데려왔다.

 

 

4년 전 법정 스님 전집을 구하러 다닐 때는 전혀 구할 수 없었는데, 너무도 우연히 전집을 구하게 된 상황. 이런 걸 '심봤다!'고 하는 걸까. 어쨌든, 현재 이 책은 내 책꽂이 가장 놓은 곳에 모셔져 있다.

 

그리고 한 주가 흘러 서대문 쪽에 약속이 있어 갔다가 시간이 난 김에 영천 시장에 있는 헌책방에 들렀다. 2년 만에 간 서점은 옆으로 이사를 했다. 책 정리가 한창이었다.

 

한 이십 여 권 골라왔는데, 그 중에 조세희 님의 <침묵의 뿌리>가 있었다. 난 이 책이 절판 도서인지 몰랐다. 그냥 있길래 넣었는데, 아주머니가 2천원에 주셨다. (뒤에 보니 이 책은 초판이다!ㅎ)

 

너무 우습게 구한 책이라 이걸 저번 주 알라딘 중고서점에 내 놓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의 가격이 매우 높게 책정되어 있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검색하면 최고가 5만원, 최저가 2만5천원이다.

 

얼마에 내놓을까 고민하다가 1만5천원을 책정해 봤다. 그리고 완전히 잊었다. 책을 어디다 두었는지조차 몰랐다.

 

중고책을 등록하고 이틀 쯤 됐던 거 같다. 주문이 들어와서 책을 찾는데 도저히 어디다 두었는지 찾을 수 없었다. 파는 걸 포기했다.

 

그런데 어제 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다가 <침묵의 뿌리>가 책꽂이 뒤에서 발견된 거다. 낮은 책꽂이 위에 책탑을 쌓았는데 뒤로 떨어진 듯하다.

 

어쨌든 책을 찾았기에 부랴부랴 주문 넣은 분에게 책을 보내려고 했다. 그러다가 혹시나 해서 열화당에 전화를 넣어보았다. 이 책 재고가 있냐고?

 

그랬더니, 직원이 하는 말이 절판이란다. 그리고 상냥하게 이렇게 덧붙인다. "아, 그 책은 선생님께서 책을 찍는 걸 원하지 않으셔서 절판시켰어요."

 

헉! 중고서점들이 이 책의 가격을 5만원으로 책정한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 또한 이 책을 팔지 않기로 했다. ㅎ

 

사실 <침묵의 뿌리>를 얼른 팔아 지식갤러리에서 나온 'DK 생각의 지도' 시리즈를 사려고 했다. <철학의 책>을 워낙 인상깊게 보아서 다른 책들도 탐이 났다.

 

 

 

 

 

 

아, 그런데 우선 알라딘 적립금으로 때우고, <침묵의 뿌리>는 10년 이상 소장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법정 스님 책과 함께 내 책 재산 목록에서 넘버 원이 될 확률이 아주 크니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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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9-11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투력 돋는 글이군요. 저도 열심히 헌책방 이잡듯이다뒤져서 야무 님을 따라잡겠습돠.. 아, 배아파..

yamoo 2015-09-11 23:14   좋아요 0 | URL
배아프면 지는 겁니다...ㅋㅋㅋㅋ

열심히 헌책방 뒤지면 밝은 혜안으로 귀한 책을 잘 업어올 듯합니다~
곰발님의 전투력에 건투를 빕니다!^^

[그장소] 2015-09-1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거군여...!.! 품절 절판 도서 악착같이 구하기!!! 오케이..알겠습니다...ㅎㅎㅎ

yamoo 2015-09-11 23:15   좋아요 1 | URL
여기 그장소님 두 전투력이 발동되셨군요!ㅎㅎ
그장소 님께도 건투를 빌어드리겠습니다!^^

cyrus 2015-09-11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무님도 중고책을 등록하시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야무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중고책 파는 사람들이 종종 손님이 주문한 책을 못 찾아서 팔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지난달에 제가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에서 학원사에서 나온 토머스 핀천의 <V>를 큰 맘 먹고 주문했어요. 좀 비싼 가격이었어요. 원래는 민음사 이데아 총서로 나온 걸 원했는데, 학원사 판도 귀한 책이라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문한 지 몇 시간 뒤에 ‘주문 취소’ 문자와 메일이 왔어요. 너무나 황당했고, 좋았던 기분이 싹 사라졌어요.

yamoo 2015-09-11 23:18   좋아요 0 | URL
네네...이래뵈도 파워셀러입니당~~ㅎㅎ

저는 말이지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빡치는 일을 한 두번 당한게 아닙니다. 기껏 검색해서 일산이나 분당을 찾아가면 내 눈 앞에서 언 넘이 먼저 선수를 쳐서 업어간다는 거...이런 개같은 경우가!! 하면서 화를 내도 소용이 없고 그냥 털썩 주저 앉고 싶은 심정...멀리 까지 간 김에 화풀이로 원치 않았던 책을 5만원이상 긁고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여 붙이는...이런 경험을 해 보는 것에 비하면 사이러스 님은 그나마 조금은 나은 경우 같아 보입니다. 멀리까지 이동은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ㅎㅎ

2015-09-11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1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1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9-1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찾을 때가 있는데..그치만 터무니없는 가격엔 못살것
같아요..cyrus님 경우는 연락이나 뭘 공지라도 받아야하는 것 아닌가요? ㅎㅎ;

yamoo 2015-09-11 23:22   좋아요 1 | URL
터무니 없는 가격에 털썩 한 적도 있지요. 제가 찾는 책이 강영계 교수가 젊은 날에 썼던 <베르그송의 철학>이라는 책이 있어요. 민음사 대우고전 총서로 한 권 나온 건데요, 이게 절판이에요. 헌책방 사이트를 뒤지니 교보 중고사이트에 팔더라구요. 근데 가격이 3만원이라 포기! 한 1만5천원 정도 했으면 샀을 거에요. 젠장~ 욕 한번 해주고 입맛만 다셨지요.ㅎ

[그장소] 2015-09-12 01:00   좋아요 0 | URL
그쵸? 그 책의 원래 값을 한참 넘어서 버리면 좀 곤란한거죠?
제가 좀 책에 미쳐 산다곤 해도 모시고 살 정도는 아니예요..^^;;

transient-guest 2015-09-12 0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지도 않게 좋은 책을 구하게 되면 정말 기쁘지요.ㅎㅎ 부럽습니다.

yamoo 2015-09-14 19:24   좋아요 0 | URL
네, 그냥 심본거죠..ㅋㅋ 횡재한 느낌이랄까요..ㅎ 트랜지언님두 좋은 경험담 있을 듯한데요~ 써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우리나라에 정책학이라는 학문 분과가 있다. 주로 행정학과에서 다루는 행정학의 분과 학문쯤 된다. 아직 독립적인 학과로 발돋음 하지 못한 상태다. 행정학이 정치학에서 그 정체성을 주장하는 요체가 바로 이 정책학이라는 분과 학문적 특색 때문이다.


사실 행정학은 완전히 미국에서 그 원형이 갖추어진 학문으로, 정치학과 경영학 사이에서 그 위치를 잡지 못하고 불완전하게 성립했다. 그래서 초기 행정학은 학부 개설 과목이 아니었다. 이 두 학문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과정이 행정학 발달사의 중요 이론을 차지하고 있는 정도다.


정치-행정 일원론이니, 공사 행정 일원론이니 하는 쓸데없는(것 같은) 논쟁은 바로 행정학의 학문적 성격이 명확히 확립되지 못한데서 온 것이다. (그래서 행정학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취급하는 듯) 지금까지 우리나라 행정학계 쪽에서 행정학이라는 학문의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지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적 추세는 국가학 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말이 좋아서 국가학이지 이건 그냥 ‘잡학’이다.


그런데 일명 국가학, 그러니까 ‘거버넌스(Governance)’라고 불리우는 이런 연구 경향은 행정학이 정치학의 시녀라는 시대에서 견지해 온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다시 정치-행정 일원론의 시대가 된 듯하다. 여기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정책학이라는 분과다.


계속 정책학 얘기를 했는데, 이 학문을 결정적으로 태동시킨 장본인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해롤드 라스웰이기 때문. 이 사람은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로 평가받는 학자다. 라스웰의 공적은 미국 정치학계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방법을 최초로 도입한 선구자 중 하나라는 점.


하지만 이 사람이 정치학보다는 정책학에서 훨씬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유는 하나의 소논문 때문이다. <Policy Orientation>이라는 짧은 논문하나로 그는 정책학을 태동시킨 최초의 학자로 자리매김한다.

 

한국의 모든 정책학 교과서에는 이 사람의 이름이 빠짐없이 나온다. 1장 1절에 해롤드 라스웰의 언급이 없는 정책학 교과서는 없다고 봐도 되겠다. 논리학 교과서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차지하는 위상 쯤 되니...


원래 공공정책이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라스웰이 아니었다. 정책이 갖는 경험적 성격에 최초로 관심을 가진 사람은 프래그머티즘의 완성자라고 알려진 존 듀이(J. Dewey)였다.


그 후 1950년대부터 해롤드 라스웰은 정책학을 다른 학문과 단절된 학문이 아니라 학제적 연구 분야라는 주장을 정치학계에서 제기했다. 당시 라스웰은 정치학자들의 연구 경향을 비판하고 있었다. 정치학자들이 아무 목적 없이 연구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연구는 2차 대전 중 원자폭탄 발명으로 인한 무서운 결과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1960년대) 미국 학계는 논리실증주의를 기반으로 한 행태주의가 유행하고 하고 있었다. 그래서 라스웰의 비판은 정치학계에서 아무런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러다가 미국 사회의 위기와 맞물려 정부의 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늘어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정책의 개발과 응용에 종사하는 각종 연구소가 설립되었다.


공공분야와 민간 분야 할 것 없이 활발했다. 지금도 유명한 랜드연구소는 이 붐을 타고 설립된 주요 연구소 중 하나다. 정책분석은 미국에서 각광받는 연구 분야가 된 것이다.


그리고 라스웰의 <Policy Orientation>은 이 분야의 철학적 기조를 대변하는 논문이 되었다. 라스웰은 정치학계가 아닌 정책학계의 시조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정책학 문헌에서 라스웰은 빠짐없이 연구되는 가장 중요한 학자가 되었다. (미국 정치학자의 계보 속에서 로버트 달은 해롤드 라스웰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그런데 라스웰은 태생이 정치학자였다. 그의 주요 저서들은 모두 정치학자로서 펴낸 중요 이론서들이다. 그의 저서 15권은 모두 정치학의 중요 문헌들로 등록돼 있다. 그 중에서도 정치학도의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 <Psyshopathology and Politics>, <World politics and Personality Insecurity>, <Power and Personality>, <Politics: Who Gets What, When, How?> 등이다.


사실 라스웰의 저작들은 다른 정치학자들의 글과 달리 풍부한 비유와 인문학적 내용으로 인해 딱딱한 교과서를 읽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일찍부터 우리나라에서 라스웰의 주저들이 번역되었다. (진가를 알았나 부다~ㅎ)


79년과 80년에 <Power and Personality>(1930)와 <Politics: Who Gets What, When, How?>(1936) 두 권이 전망사에서 <권력과 인간>(1981), <정치,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는가?>(1979)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지금은 구할 수도, 구경할 수도 없다. (그래서 포스팅~^^)

 

 


 

 

 

 

 

 

 

 

 

 

 

특히 <Politics: Who Gets What, When, How?>(정치,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는가?)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정치학 이론서였다. 정치를 동태적 발전 과정에 따라 연구한 최초의 이론서 중 한 권이기 때문.


그에 따르면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느냐?”의 물음이야말로 정치의 본질을 규명하는 불변적인 테마라고 본다. 오늘날처럼 개인의 행동이나 의식이 여러 모로 정치적 세계에 반영되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표면에 나타나는 법적 제도나 조직만 연구한다는 것은 한계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그는 단정한다. 인간 심리의 내적 구조에까지 깊이 파고 들어가지 않고서는 정치나 권력의 본질은 좀처럼 파악할 수 없다고.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대 정치학(시간이 꽤 흘렀지만)의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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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9-0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정학과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글입니다. 오랜만에 제 전공 때 배운 내용이 있는 글이라서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다니던 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전공과목 중에 ‘정책학’이 있었거든요. 행정학을 독립 학문으로 정립한 사람이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었어요. C학점 받는 행정학과 학생도 ‘행정학의 시초=우드로 윌슨’만큼은 잘 잊지 않을 정도로 행정학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장면으로 언급 되요. ‘정책학’ 과목에서는 윌슨보다는 라스웰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시험 문제로도 자주 나옵니다. ^^

yamoo 2015-09-11 15:0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행정학과 학생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니^^
시험문제도 당골..ㅋㅋ 동감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