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러한 자기 조절 시스템을 그렘린gremlin "들이 쾌락 쪽의무게를 상쇄하기 위해 저울의 고통 쪽에 올라타는 모습으로 상상하곤 한다. 그렘린들은 어떤 생물체가 생리적 평형을 유지하려는경향, 다시 말해 항상성homeostasis을 대변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쾌락 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이 반작용으로 수평이 되고나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 P71
어떤 쾌락 자극에 동일하게 혹은 비슷하게 반복해서 노출되면, 초기의 쾌락 편향은 갈수록 약해지고 짧아진다. 반면 이후 반응, 즉 고통 쪽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진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신경 적응neuroadaptation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쾌락을 추구할수록 우리의 그렘린은 점점 더 커지고 빨라지고 많아지며, 우리는 이와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앞서 선택한 쾌락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쾌락을 느끼기 위해 중독 대상을 더 필요로 하거나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되는 것을 내성 tolerance이라고 한다. 내성은 중독의 발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 P72
독서는 언제나 나에게 쾌락과 일탈을 선물하는 행위였다. 그래서 독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충격과 슬픔이 찾아왔다. 그때도 로맨스 소설은 포기하기 힘들었다. 중독 증상을 겪는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중독 대상이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지점에 느꼈던 상실감을 고통스럽게 증언한다. 이 단계에 들어선 환자들은 쾌락의 대상을 탐닉해도 전혀 흥분을 맛보지 못한다. 오히려 비참한 기분에 빠진다. 이때 나타나는 보편적인 증상으로는 불안감, 과민 반응, 불면증, 불쾌감 등이 있다. - P76
이처럼 도박 장애는 보상 기대(보상 전의 도파민 분비)와 보상 반응(보상을 받고 있거나 받은 후의 도파민 분비) 사이에서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도박 중독‘을 앓은 내 환자들은 도박 중일 때 한편으로는 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들은 지면 질수록 도박을 계속하고 싶은 충동은 더 강해지고, 계속 지다가 이기면 쾌감이 더 강해진다고 얘기했다. 이것이 손실 추구loss chasing라고 표현되는 현상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SNS에서는 다른 이들의 반응이 너무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래서 ‘좋아요‘나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얻기 불확실하다는 점이 ‘좋아요‘ 그 자체만큼 우리를 흥분시킨다. 없다. - P82
"대마를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도 피우고 싶어요?" "아뇨, 그럴리가요 절대 아니에요." 그녀는 머리를 격하게 가로저었다. "5년 후는요?" "5년까지도 아니에요.‘ "그러면 1년 후는?" 정적이 흐르더니, 그녀가 빙그레 웃는다. "제가 선생님한테 딱걸린 것 같네요. 1년 안에 이렇게 대마를 피우기 싫으면 지금 끊어보는 게 낫겠어요."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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