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전후에 이미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남자는 누구나 야동을 본다'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야한동영상'은 그 범주가 매우 넓다. 그건 예술영화의 한 장면일 수도 있고, 포르노일 수도 있고, 불법촬영물일 수도 있다. 그걸 다 퉁쳐서 '야동'이라고 하면서 관대하게 보는 말들을 들어 왔다. 은연중에 나도 불법촬영물을 제외한, 촬영 및 유포에 당사자가 동의한 영상은 보건 말건 당사자의 자유라고 생각해 왔다. 너무 이상한 것-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아동,청소년이 등장하거나 너무 잔인하거나 그런 거?- 만 아니면, 그리고 거기에 중독만 되지 않는다면 내 파트너가 보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행히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안 보거나, 적어도 나에게는 숨겼지만. 
하지만 여기서 포르노 반대를 외치는 알라디너님의 글을 읽고,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이게 그냥 개인의 자유로 치부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페이드 포>에서 성매매를 직접 경험한 레이첼 모랜이 아주 분명하게 포르노에 반대해야 할 이유를 정리해준 부분을 만났다. 길지만 매우 인상적이므로 인용해 본다.


어떤 여성들은 포르노에 반대하지 않지만, 나는 반대한다. 성적으로 노골적인 포즈를 취한 채로 사진 찍히는 경험을 해봤기에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 뒤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산업 안팎으로 여성을 막대하게 훼손하는 모욕적이고 착취적인 산업이다.
포르노를 건전하게 보이려는 시도로 포르노가 성적 자기 결정의 한 방식이며, ‘성적으로 힘을 실어준다‘라고 한다. 내게는 발가벗겨져 사진 찍히고 자세를 취하는 행위가 발가벗겨져 일방적으로 성행위당하고 자세를 취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그 당시에 여섯 명 정도의 아이들과 함께 일했는데 그 아이들 모두 10대 중후반이었다. (...)
나와 같이 그곳에 있었던 열입곱 살 소녀 한 명(아동 성학대 생존자)은 집주인이 그 아이와 계속 잠자리를 시도했기 때문에 임신해서 집을 떠났다. 그 아이는 나이 든 남자들한테 계속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할 거라면 차라리 돈을 받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우리 가운데 많은 아이들이 도달한 공통의 결론이었다.
사회적으로 더 권력 있는 남성들에 의해 착취당하는 현실은 줄곧 수그러들지 않았고, 도망칠 수 없었기에 우리에게 실질적 혜택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착취를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했다‘라고 표현하는 일이었다. 성매매를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뒷받침될 수없는 이유는 우리가 성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성적인 요소는 즐길 수 없었고 견뎌야 했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더라면 업주에게는 빈 업소가, 성구매자들에겐 빈 필름이 남았을 테다.
카메라 반대편에 서봤기에, 솔직히 말해 현재 포르노를 보는 습관이 있는 사람과는 관계를 맺고 싶지도 않고, 맺을수도 없다. 포르노를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있다면 그렇지 않다고 설득하려는 어느 누구도 용납하지 말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인간됨을 지키는 일은 때때로 무엇을 수용할지에 대한 경계를 세우는 일을 필요로 한다. 나는 스트
립과 포르노가 초래하는 폐해와 수모를 겪었다. 무해한 산업이 아니다. 구별 지을 수 있는 산업도 아니다. 성매매라는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들이다. 이 체제는 그 정점과 핵심 모두에 상품화를 배치함으로써 여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저하시킨다. - <페이드 포> 126-128쪽

포르노를 보면서, 성매매를 하면서, 여자를 인간으로 보는 것이 가능할까? 
거기 있는 여자들과 거기 없는 여자들을 정확히 구분지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우습다. 그 경계 자체가 분명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둘을 다르게 보는 내심에는 자신의 더러운 부분을 감추려는 무의식이 있다. '거기 있는 여자들'은 '그렇고 그런 여자들'이니까 내가 함부로 해도 되고, 내 더러운 욕구를 마구 풀어도 된다. '거기 없는 여자들'이 해주지 않는 것들을 그들은 해주니까. '거기 없는 여자들'은 남자들의 욕구를 다 채워주지 못하는 대가로 거기 가는 남자들을 수용해야 한다. 어쩔 수 없으니까. 남자들의 욕구는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니까. 

​뭐? 그럼 성매매 안 하고 포르노 안 보는 남자들은 자연스러운 욕구가 없다는 말인가? 관계를 맺는 것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정서적 친밀감을 무시해버리는 것이 자연스러운가? 사자도 교미를 할 때 다정하게 애무한다. 정서적 친밀감이 제거된 섹스, 특히 상대가 원하는지를 무시한 채 이루어지는 섹스는 폭력이지 에로가 아니다. 무조건 여자랑 할 기회가 되면 하는 게 '정상'이고, 못 하면 '줘도 못 먹냐'며 고자라고 놀려대는 일부 남성문화는 섹스를 인간 대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그냥 자기 성기의 능력을 시험하는 장으로 여기는 것이다. 거기에는 인간 여자는 없다.
포르노와 성매매는 원래 있던 자연스러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이 본래 없던 폭력적 욕구를 만들어 낸다.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욕구에 익숙해질수록 종전에는 만족스러웠던 섹스는 불충분해진다. 그렇게 중독으로 이어진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 성매매라는 사실과 거리를 두려 하는 몇몇 구매자들은 우리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야깃거리였고, 때로는 술을 마시러 가서 구매자들이 접시 밑이나 잔 받침에 돈을 끼워 넣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떤 남자들은 그렇게 해야만 했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만끽해야만 했다.  - <페이드 포>,141쪽 
이야말로 성매매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자신과 인생을 공유하는 여성에게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 이성적으로 기대를 할 수 없는 변태 성향을 다른 계층의 여성에게 떠넘기려는 남성의 고집이다. 여성들은 존중과 경멸, 품위와 천박, 존경과 비난이라는 두 부류로 구별되게 나뉜다.  - <페이드 포>, 145쪽 
아니, 그러니까,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거냐고...
<페이드 포> 10장의 '고급 창녀 신화'는 몹시 흥미로웠다. 고급이나 저급이나 성매매인 건 똑같은데, 그 사이에 위계가 생기고 성매매 여성들 스스로도 그것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특하게 가장 하급으로 취급되는 거리 성매매에서 시작해서, 안마, 업소(룸살롱 같은 걸 말하는 듯), 에스코트 에이전시라고 일컬어지는 가장 고급 버전까지 골고루 경험했고 자유롭게 업종을 오갔는데, 오히려 착취의 측면에서는 에스코트가 제일 심하다고 보았다.  

'고급' 성매매 시장에서 겪었던 경험들만큼 '고급' 같지 않은 일은 없었다. 섹스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데 품격이 있을 리 없고, 성매매가 일어나는 환경이 상관있을 리 만무하다.  - <페이드 포>, 152쪽 
고급 창녀 신화는 대체로 그 신화를 믿으려고 섹스에 큰 돈을 지불하는 구매자들의 욕망과 맞닿으므로(성매매의 다른 신화들과 같이) 계속 지속된다. 많은 성구매자들이 에스코트 에이전시에 전화하면 고급의 질이 집 문 앞에 도착할 거라 짐작하고 싶어 하며, 그 질에는 고급의 여자가 부착됐을 거라는 생각이 뒤따른다. 고급 창녀의 개념은 성매매 시장을 극대화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고, 그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에 의해 전파되었다. 삶의 모든 부분에 계급적 편견이 존재하듯이 에스코트 성매매 여성들은 자신들이 거리 성매매 여성들보다 어찌됐던 더 낫다고 하는 그 개념을 믿는다.  - <페이드 포>, 157쪽 


우리나라에서는 에스코트 여성 비슷한 개념으로 '텐프로'가 있다. 한때 '강남 돌아다니면 눈에 띄는 예쁜 여성들은 다 텐프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레이디 크레딧>에서도 텐프로로 표상되는 성매매의 서열화에 대해 분석한다.


그들은 부가가치가 있는 여성에게만 욕정을 느낌(그렇다고 자신에게 암시함으로써 자신의 성욕이 평범한 남성의 성욕과 다르다는(더 고급이라는) 것을 자신에게(그리고 다른 남성에게)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참고한다면 텐프로라는 업소를 통해 ‘고급‘으로 인정받는 것은 결국 구체성을 상실한 여성 접대부가 아니라 그곳을 이용하는 남성 고객이다.
(...) ‘텐프로‘는 마치 결코 닿을 수 없는, 범접할 수없는 어떤 곳을 나타내는 대명사다. 그러므로 텐프로는 언제나 그보다 낮은 등급의 외부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흥업소는 텐프로에서 노래방까지 각 분류의 업소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서열화되고 군집을 형성한 채 표상된다. 또한 텐프로를 중심으로 한 업소의 서열화는 여성의 가치가 외모를 기준으로 서열화될 수 있다는 관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언제나 텐프로와 비교해서 ‘부족분‘만을 드러낸다.  - <레이디 크레딧>, 227쪽​

사실 현재 성매매 산업의 재구조화 국면에서 여성들의 위계화된 ‘몸 가치‘, ‘사이즈‘에 따라 업소가 세분화 등급화되어 있다는 생각은 전후 관계가 뒤바뀐 것으로 그 자체로 여성혐오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을 갖는다. 여성들은 이러한 생각 속에서 자신의 몸가치를 확인하고 언제나 결여된 존재로서 순응해야 한다. - <레이디 크레딧>, 232, 233쪽​


참 성매매 하면서도 지가 고급이고 싶다 이거지.. 거 참 재밌는 욕망이다. 

텐프로라는 걸 설정해서 고급지고 싶은 구매자들 끌어모으고, 여성들에게는 너도 텐프로 될 수 있다며 성형 부추기고.. 진짜 이 세계 돌아가는 꼴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냐.. 

<페이드 포>는 밑줄 그을 곳이 많아서 진도가 빨리 안 나간다. 찬찬히 읽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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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15 17: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포르노산업 다루는 다큐를 보고 ㅠㅠ 성희롱과 무시 및 폭력이 난무하고 결국 약물중독이나 에이즈 등으로 불안하고 힘든 삶 속에서 자멸하는 이들이 많더라고요. 산업구조상 빠져나오기도 교묘하고 낙인이 찍히면 다른 일을 하기도 힘들고 ㅠㅠ 열일곱 소녀 이야기 넘 속상하네요. 텐프로같은 소리하고 있네란 소리가 정말 저절로 나오네요 ㅠㅠ

독서괭 2022-06-16 09:44   좋아요 2 | URL
으 다큐도 보기 힘들 것 같네요ㅠㅠ 성구매자보다 성판매자 쪽이 더 낙인이 찍히고 수치스럽게 여겨지는 건 정말 이상한 것 같아요. 도덕적 잣대는 성판매자가 아니라 성구매자에게 적용되어야 하겠고.. 성판매자는 구조적 문제 해결이 없으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게 참 무서운 일입니다ㅠ 열일곱 소녀 진짜 속상하죠? 똑같이 성적으로 착취당할 바에는 돈을 받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만들다니, 참담합니다ㅠㅠ

다락방 2022-06-15 18: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이드포 인용해주신 부분 다 기억이 나네요. 저도 책 한 권에 밑줄 긋고 싶었던 책이었어요. 오늘 독서괭 님의 이 글은 왜 읽는데 자꾸 울고싶어지나 모르겠습니다.
함께 읽어주셔서 그리고 써주셔서 감사해요, 독서괭 님.

독서괭 2022-06-16 09:45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을 몰랐으면 제가 이 책을 알지 못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저자가 ‘산문적 말더듬증‘을 경험하며 써나갔다고 하던데, 읽는 사람도 휘릭휘릭 읽을 수도 없고 읽어서도 안 되는 책 같아요. 계속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미미 2022-06-15 18: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던 성매매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이
거의다 이 책으로 해소가 되었어요. 읽다보면 화도나고 눈물도 나지만 레이첼 모렌 글을 참 잘쓰더라구요. 성매매를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일먼저 읽어봐야할 체험적 글쓰기의 본보기라고 생각해요.
괭님의 읽기를 응원할께요~♡

독서괭 2022-06-16 09:47   좋아요 2 | URL
정말요, 미미님. 체험적 글쓰기의 본보기라는 말씀이 딱이네요. 개인적 체험에서 온 주관적인 느낌들과 객관적 분석이 이렇게 잘 결합되어 있는 글은 보기 드물 것 같아요. 비범한 인물 같습니다. 그 세계에 빠져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결국에는 성공적으로 빠져 나온 것도 정말 대단하고요. 응원 감사해요!!^^

건수하 2022-06-15 19: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천천히 꾸준히 읽고 계시군요. 저도 요번달은 시작 안하고 읽던 책 마저 마무리해야겠어요 (다음달은 다행히 읽었던 책이니 따라잡을 수 있을듯)

페이드 포 꼭 읽어야겠어요.

독서괭 2022-06-16 09:47   좋아요 4 | URL
<페이드 포> 꼭 읽어보세요~ 전 <레이디 크레딧>과 함께/연달아 읽으니 더 좋더라구요.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니 수하님도 다른 책과 함께 천천히 읽어보세요~^^

책읽는나무 2022-06-15 22: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 구매한 책이 <포르노랜드> 라는 책이 한 권 포함되어 있었어요. 아마도 여름 아니면 가을쯤 읽을 것 같은 책이긴 한데..이 책을 읽기 전에 괭님 리뷰하신 이 책도 읽어 봐야겠구나?싶기도 하구요~
헌데 읽으면서 또 가슴 답답함을 느끼겠죠?ㅜㅜ

독서괭 2022-06-16 09:49   좋아요 4 | URL
책나무님, 저도<포르노랜드> 여성주의 책읽기 목록에 있는 거 봤어요! 다락방님이 여러 차례 추천하시던 책 같은데, <페이드 포>의 포르노 부분 읽으면서 저도 그 책을 생각했어요. 그때 더 깊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읽으시면 답답하고 괴롭고 그렇지만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레이스 2022-06-17 0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야동은 성행위를 폭력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게 하므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특히 십대의 경우 그런 왜곡된 배움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폭력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괭 2022-06-17 12:02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요즘 아이들이 야동 등 이상한 영상을 일찍부터 접해서 원래 성이라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ㅠㅠ

잠자냥 2022-06-17 14: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괭님 글 실력 포텐 터진 듯하옵니다.

독서괭 2022-06-17 14:59   좋아요 2 | URL
어이쿠, 과찬 감사합니다^^
 

엊그제 충격적인 기사를 다들 보셨는지 모르겠다. 

바로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하는 기념비적 판례, '로 대 웨이드'를 뒤집기로 하는 내용의 다수의견 판결 초안이 유출되었다는 내용이다.

아래 기사 링크 

https://www.yna.co.kr/view/AKR20220503104851009?input=1195m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해, 임신중단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제인 로우(Jane Roe)라는 여성은 남편과 이혼 후 세 번째로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텍사스 법률은 강간이나 근친상간 등에 의한 임신, 임부의 건강이 위협을 받는 이례적인 경우 외에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었다. 로우는 (...) 그러한 위헌적인 법률 집행을 금지해 달라며 당시 댈러스 지방 검사 헨리 웨이드(Henry Wad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53쪽)

 이 책에서 요약해 준 판결 내용에 따르면, 다수의견은 "헌법이 사생활의 권리를 명쾌하게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수정헌법 제14조에 담긴 개인의 자유 및 개인의 삶에 대한 정부 간섭의 제한, 그리고 제9조에 담긴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 등의 개념은 여성의 임신 중절 문제를 포함할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하게 규정된 것"(54, 55쪽)이나,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건강에 관한 공공의 이해관계가 어느 시점부터 시작되는가를 결정하는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타당하고 적절한 행위"(55쪽)라고 하면서, 그 개입시점은 "임신 초기 3개월 이후"(56쪽)라고 판단했다. 


 1973년의 이 판결은 임신중단의 권리를 사생활의 문제로 축소했고 3개월이라는 시한을 두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처음으로 권리 자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낙태 허용 시점을 임신 15주로 좁혀서 문제된 미시시피주 법률에 대해 심리 중인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 초안이 '낙태 전면 금지'라는 것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대체 이 인간들은 여성의 인권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화가 나서 팔짝 뛰겠다. 


 베트남전쟁 이후의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 속에서 미국의 개신교 우파는 여성 평등권과 임신중지, 동성애 반대를 중심으로 혼란기의 도덕적, 정치적 지도자로 나서고자 했다. 특히 이들은 (...)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맞서 임신중지 반대 운동을 조직하는 데 역량을 총동원했다. 여성의 임신중지권이 헌법상 보호되는 사생활 권리라고 인정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은 가톨릭과 개신교 복음주의 세력이 정치적으로 연합하게 된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고, 이들의 연합된 조직력은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레이건은 임신중지 금지를 약속하고 대통령이 되었고, 부시 정부는 임기 내내 임신중지와 피임 문제를 위기 때마다 쟁점화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3년 만에 임신중지에 관한 연방 정부의 기금 사용을 금지하는 하이드 수정안이 통과되었고, 프로라이프 단체들은 레이건 정부에 헌법상으로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인간 생명 수정안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 <배틀 그라운드> 중 나영, '생육하고 번성하라, 축복인가 명령인가' 125, 127쪽 



<배틀 그라운드>에는 낙태죄를 둘러싼 논의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낙태는, 임신중단은, 생명과 자유의 대립 문제가 아니다. 임신 5주만 지나도 초음파로 콩알만 하게 수정된 배아의 모습이 보이고 심장 소리가 들린다. 그 심장 소리는 누군가에게는 감동의 순간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강한 압박이 된다. 심장이 저렇게 쿵쿵 뛰고 있는 생명을, 네가 감히 없앤다고? 이 살인자! 문란한 여자! 

이건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한 사람의 삶이 완전히 뒤집히는 이야기이고, 엄청난 불평등의 현장이다. 임신과 출산, 양육에 있어서 만큼 성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또 없다. 세상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갈 아쉬운 생명들을 구하고 싶다면, 임신중단을 처벌할 게 아니다. 처벌은 임신한 여성들을 위험하고 불법적인 수술대로 향하게 하거나 원치 않는 출산 끝에 아기를 유기/영아살해 하거나 베이비박스에 버리게 하는 길로 이끌 뿐이다. 진짜 생명을 구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원치 않는 임신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성교육, 제대로 된 피임 문화(노콘노섹), 제대로 된 양육 지원, 제대로 된 양육 분담.... 

이런 정책과 문화가 다 엉망인 상황에서 처벌은, 이 모든 걸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 버린다. 이 점에서 성매매 문제와 닮아 있다.


 그러나 반성매매 운동이 사회복지 실천으로 한정되는 상황은 비판적으로 사유할 필요가 있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성매매피해의 증거로 박제되어 잔여적 사회복지의 대상자로 단정되는 순간, 우리는 성매매 여성들의 피해가 만들어지는 그 경험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매매 문제는 여성 문제가 아니라 다시금 개인의 문제가 된다. (...) 경험은 이미 해석인 동시에 해석될 필요가 잇기 때문에 언제나 경합적이며, 그러므로 언제나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Scott, 1991).  - <레이디 크레딧> 75쪽 

  





 오랜 세월 동안 사회가 우리 성매매된 여성들을 비난해왔고, 이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오래도록 침묵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우리의 침묵 속에서 폐해는 커져만 갔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의 비난과 성매매의 존속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성매매 여성을 향한 편견은 성매매가 살아 숨쉴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실제로 살아 있게끔 기여합니다.  - <페이드 포> 20쪽




다락방님이 그토록 추천하셨던 <페이드 포>를 드디어 시작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놨는데도 이미 가슴이 아픈데,, <레이디 크레딧>과 함께 읽으니 좀더 알겠는 느낌. 



부디 미 연방대법원의 다수의견이 뒤집히기만을 빈다. 더 나아가진 못할지언정 73년 판결보다도 못한 결론을 내리는 꼴은 보이지 말아줬으면 한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라지만, 그 사이에서 희생될 수많은 여성의 삶은 어쩔 것인가? 우리나라는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 불합치결정 이후 3년이나 법률이 새로 제정되지 않고 공백상태인데, 미 연방대법원이 저런 판결을 내고, 대통령 바뀌면,, 와, 정말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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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06 08: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8월에 함께읽기 책이 ‘에리카 밀러‘의 <임신 중지> 입니다. 모든 주제를 아우르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인것입니다.

드디어 페이드 포를 시작하셨군요! 저는 저자 ‘레이첼 모랜‘이 계속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읽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크기의 사고를 하게 되는 건 아닌데, 레이첼 모랜은 굉장히 깊은 사유와 통찰을 보여주거든요. 그런 사람인만큼 아주 많은 부분들에 대해 계속 책을 써준다면 좋겠어요.

독서괭 님의 독서를 응원합니다. 특히나 페이드 포에 대해서는 응원에 응원을 더해 놓고 갑니다. 쉽지 않은 독서가 되겠지만, 기운내세요!!

독서괭 2022-05-07 12:10   좋아요 2 | URL
그러네요! 정말 여성주의책읽기 독서목록 선정은 누가 한 건지 대천재인 것 같습니다ㅋㅋㅋ
페이드포 아직 조금 봤는데도 대단할 것 같은 느낌이 확 왔어요. 저자 자체도 넘 대단한 사람 같고, 글의 힘도 굉장하네요. 다락방님 덕에 좋은 책을 읽게 되어 기쁩니다^^
응원도 감사드려요! 항상 다락방님 보면 힘이 납니다🥰

미미 2022-05-06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트럼프때 연방대법원 구성에 보수가 3명더 늘어나 정치이슈에 대한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미국의 우파세력을 보면서 유행을 쫒듯 닮아가는 우리의 정치가 어찌될지 조금 걱정스럽기도해요. 그래도 도나 해러웨이가 변수는 우리에게 긍정적일수 있다는 말을 했기에 계속 지켜보려고요.

<페이드 포>저도 다락방님 추천해주셔서 읽었는데 몇번이나 울었고 여러모로 인상적이었어요! 괭님의 읽기 응원합니다.^^*

독서괭 2022-05-07 12:15   좋아요 2 | URL
미미님, 정말 대법관 구성 바뀌는 영향이 확 드러난 사건 같습니다 ㅜㅜ 도나 해러웨이를 벌써 현실에 응용까지 하시다니 미미님 멋져요!😳 우리 낙태죄 규정이 어떻게 입법될지 추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페이드포 정말 좋은 책 같아요. 북플에서 추천하시는 책들 읽으니 실패하는 일이 없는 장점이 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5-06 1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뉴스메인에서 잠깐 저 소식을 접했어요. 어떤 계기와 맥락에서 저런 결정이 나왔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독서괭 2022-05-07 12:19   좋아요 3 | URL
임신중단 문제가 정치적으로 입장이 확 갈리는 문제라고 하더라고요ㅠ 제발 결론이 수정이라도 되기를 빌고 있습니다.

프레이야 2022-05-22 1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 놀랍네요. ㅠ 요즘 임신중지에 대해 새로이 보게 되면서 제 경험과 함께 떠오르는 생각이 많아지던데요 … 독서괭님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독서괭 2022-05-24 16:3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임신중지에 대해 새로이 보고 계시군요! 임신중지 자체야 누가 원해서 하겠냐마는 이걸 형벌로 처벌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 댓글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2-05-22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미 몇몇 주에서는 낙태금지
법안을 실시하고 있다는 뉴스
를 본 것 같습니다.

반세기만에 역사적 후퇴가
이루어지는 모습이 서글프네요.

독서괭 2022-05-24 16:32   좋아요 0 | URL
이미 금지법안 실시하나요 ㅠㅠ 정말 어렵게 일궈낸 성과가 한순간 다시 후퇴하는 걸 보면 너무 무력한 느낌이 듭니다. 우리나라도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매냐님 감사합니다^^
 

<여성괴물>에 비체 개념이 나온다는 걸 다락방님 서재에서 알게 되어, <퀴어이론 산책하기>에 나오는 비체 개념 설명 부분을 올려봅니다. 그림이 딱 직관적이라 기억하기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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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11 07: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유 너무 좋네요. 읽었던 책의 이 부분을 기억해주시고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독서괭 님. 반복해 비체를 만나니 이제 비체가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나저나 여성괴물 저도 시작해야 하는데... 하하하하하

독서괭 2022-03-11 08:01   좋아요 1 | URL
아직 3월이 많이 남았습니다! 3월은 심지어 31일까지 있잖아요?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3-11 0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덕분에 비체 개념 더욱 잘 알아갑니다. 감사해요^^

독서괭 2022-03-11 11:22   좋아요 2 | URL
화가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새파랑 2022-03-11 09: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체가 그냥 출판사 이름인줄 알았어요 😅 저도 하나 배웠네요~!!

독서괭 2022-03-11 11:22   좋아요 5 | URL
국어사전에 쳐 보니 콧구멍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라고 나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2-03-11 11:50   좋아요 4 | URL
새파랑 님 그 출판사는 비*채* ㅋㅋㅋㅋㅋ

mini74 2022-03-11 1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고맙습니다 *^^*

독서괭 2022-03-13 20:22   좋아요 2 | URL
별말씀을요🥰

얄라알라 2022-03-13 22: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체 부분은 어려워서 슬렁슬렁 넘어가고 여성 재생산 언급한 부분부터 확 재밌어지더라고요^^ [퀴어 이론 산책하기] 책 제목과 표지그림 무슨 연관일까 궁금해지면서 기억하고 갑니다^^

독서괭 2022-03-13 23:22   좋아요 3 | URL
오 얄라님 산을 넘어 전진하고 계시군요^^ <퀴어 이론 산책하기>의 표지 강아지는 저자의 반려견으로..ㅋㅋ 매장 앞부분에 반려견과의 산책 이야기가 짤막하게 나오는데 재미 포인트입니다 ㅋ

scott 2022-03-15 17: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쉬 괭님!👍

독서괭 2022-03-30 11:55   좋아요 0 | URL
늦게 봤네요 스콧님 ㅎㅎ 감사합니다^^
 


마지막 장 퀴어 정동이론의 3.항에서는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을, 4.항에서는 사라 아메드의 이론을 설명한다. 이 정동이론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라 밑줄을 많이 그었다. 분석해서 재정리할 능력이 안 되어 밑줄긋기로 대신한다.. 


6장 퀴어 정동 이론


3. 애도의 정치윤리학 : 주디스 버틀러

 1) 슬픔의 정치화


 "타자의 고통에 대한 반응이 피상적 수준에서만 그치"(519쪽)는 경우에 생기는 문제들 


첫째, 저 타자들을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만든 구조를 은폐하고 개인의 불운이나 인성 문제로 축소시킨다.

둘째, 동정받을 대상과 동정하는 주체를 구분한다. (...)

셋째, 공감은 늘 선택적이고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변덕스러운 것이다. (...) 성폭력 피해자에 연대해야 하고 2차 가해는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성노동자가 겪은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는 '당해도 싸다'는 태도로 신상을 털고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이들이 많다. 이런 사태는 선택적 공감에 기댄 슬픔의 (탈)정치화가 윤리적 바탕으로 삼기에 적절치 않은 수준을 넘어 반-윤리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 520쪽


 2) 취약성의 두 차원을 함께 사유하기 

  (1) 취약성의 실존적 차원 : 나는 너와 나의 관계다 

    

   시혜적.선택적.한시적인 동정이나 공감은 '나'와 '타자'가 확실한 경계로 구분되고 '나'가 혼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살 수 있는 주체라고 가정한다. (...) 이와 달리 버틀러는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주체를 타자와의 관계 그 자체로 정의하며, 취약성을 이러한 주체의 실존적 조건으로 이론화 한다. - 521쪽


    당신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우리를 구성하는 이런 인연 중 몇몇 인연을 상실할 때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 어떤 층위에서 나는 '당신'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도 사라졌음을 알게 될 뿐이다. 또 다른 층위에서는 아마도 내가 당신 '안에서' 잃어버린 것, 그걸 설명할 어떤 어휘도 내가 미리 갖춰놓지 못했던 그것은, 오직 나만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신만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닌 관계성, 나와 당신이란 항을 구별 짓고 연결하는 유대[혹은 속박, the tie]라고 표현할 만한 관계성이다.  - 521쪽, 버틀러 재인용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말은 로맨스 장르에서나 나올 법한 낯간지러운 고백으로 들리지만 주체의 실존에 대한 진실이라 부를 만한 것을 담고 있다. (...) 이 "타자의 우선성"을, 라플랑슈는 타자로부터 유아에게 작용하여 '나'의 형성에 등록되고 나중에 나의 욕망으로 흡수되는 수수께끼 같은 신호들인 "원초적 충돌"로, 레비나스는 "전(前)존재론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박해persecution" 또는 "수동성 이전의 수동성"으로 이론화한다. (...) 이런 이론들은 가장 원초적 층위에서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어쩌면 평생 이해할 수도 소화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나보다 우선하는 타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형성되는 '나'의 불투명한 기원을 설명하려는 노력이다. '나'는 "처음부터 양도되어 있었음having been given over from the start"이라는 원초적인 경험으로부터 후속적으로 출현하는 것이고, 따라서 타자는 항상 '나만의 것'이라는 영역(소유 자산은 물론이고 내 자아, 정체성, 젠더, 섹슈얼리티 등등)보다 선행하여 그 영역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다. 이런 근본적 조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설명에서 불투명성으로 출현하면서 완벽하게 일관된 서사를 구성하려는 주체의 노력을 번번이 좌절시킨다. - 525, 526쪽 



  근대적 주체는 책임을 자율성-독립성-행위성-선택의 연쇄에 얽어놓는다. 그리고 이 연쇄는 '주체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자이다', '주체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선택했다', '자기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로 이어져 모든 맥락과 권력 위계들을 무시한 채 '남자랑 단둘이 술 마시고 모텔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만한 나이의 여자가 따라갔으니 성폭력 아니고 화간'이라는 식의 결론으로 빠지는 식으로, 바로 그 은폐된 권력 위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해왔다.  - 527쪽 


  버틀러는 지금까지 논했던 무지, 불투명성, 취약성과 같은 우리의 한계를 책임감과 윤리의 바탕으로 사유하자고 제안한다. (...) 또한 이 책임감은 우리의 무지, 불투명성, 취약성과 같은 한계들이 우리를 사회적 몸으로 만들고 연결시킨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다. (...) 나아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지구 반대편 타자들의 삶에까지 내가 연루되어 있음을 자각함으로써 나는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 또한 이미 나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꺠달음을 통해 나의 상실과 당신의 상실, '우리'의 상실과 슬픔을 어떤 방향으로 정치화할 수 있을까?  - 528, 529쪽 



  (2) 취약성의 구조적 차원 : 탈인간화의 틀 


  버틀러는 전 세계적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불평등한 분배가 슬픔고 애도의 불평등한 분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누구의 죽음만이 애도되며 누구의 삶이 파괴될 때만 슬픔과 안타까움이 표현되는가? (...) 이런 질문들은 취약성이 불평등하게 분배된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그러한 불평등한 분배를 당연시하거나 인식조차 못 하도록 만드는 '틀'이 존재한다는 문제를 폭로한다.  - 530, 531쪽


  기득권을 쥔 규범적 주체들이 스스로를 인간의 기준으로 삼는 동시에 자신이 타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행하는 일이 '폭력'이 아니어야 하고 자신이 탄압하는 저들은 '인간'이 아니어야 한다. 이렇게 규범적 주체는 자신을 인간으로 구성하기 위한 외부로서 다른 이의 탈인간화를 필요로 한다. "탈인간화가 인간의 생산에 조건"이 되는 것이다.  - 535쪽 



 3) 재현의 실패를 드러내는 재현


  그 어떤 타자도 남김없이 다 재현할 수 있는 틀이 존재할 수 있나? (...)

  타인과 나의 고통을 같은 척도로 잴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을 완전히 대변하거나 재현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고 재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기준으로 하는 동일성의 논리에 타인을 끼워 맞추는 인식론적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내가 타인에 대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완전히 다 알지 못하며 이것은 노력해서 없앨 수 있는 무지가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재현의 실패를 재현에 담아냄으로써, 인간적인 것을 우리가 완전히 재현할 수 없음을 인정함으로써, 인식론적 겸손의 자세를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를 다시 사유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 539-541쪽



4. 감정의 문화 정치학 : 사라 아메드


 1) 고통의 정치학 : 너만 아프냐 내가 더 아프다 


  고통에 대한 아메드의 논의는 '고통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사적인 경험이다'라는 통념을 의문시하면서 시작한다.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의미에선, 이 말은 맞다. (...) 다만 아메드가 문제제기하는 건 좀 다른 측면이다. 고통을 '사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엔, 고통이 항상 이미 끊임없이 공적 담론에 소환되고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은 어떤 식으로 공적 담론에 소환.유통되고 있는가? (...) 고통은 불평등한 구조를 따라 불평등하게 생산되고 분배될 뿐만 아니라 불평등하게 재현된다. 그리고 그 불평등한 재현은 다시금 불평등의 재생산에 이바지한다. 아메드는 공적 담론에서 고통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탐구함으로써 이 악순환의 구조를 파훼하고자 한다.  - 544, 545쪽


 첫째, 고통에 대한 공적 담론은 고통을 생산하는 구조를 은폐하거나 구조 혹은 공동체를 핑계로 가해자를 은폐하는 방식을 통해 가해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545쪽)

 둘째, 타자의 고통은 선량한 주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들러리로 쉽게 소비된다. (546쪽)

 셋째, 이 적선의 구도에서 타자의 고통이 소비될 때, 주체가 도와줄 마음이 들 만틈 괴롭고 불행해야 하므로 타자의 고통은 늘 과도하게 재현된다. (547쪽)


   (...) 어떤 고통과 괴로움이 더 많은 발언권을 얻는가의 문제, 즉 고통의 형식과 내용을 인정하느냐 여부를 둘러싼 차별은 "권력 분배의 핵심적 기제"다. "공적 자원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는 주체일수록 공적 영역 안에서 상처의 서사를 동원할 능력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타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기 위한 자격 조건을 두고 고군분투하는 동안 규범적 주체 위치를 점한 자들은 너무도 쉽게 고통의 진정성을 인정받는다.  - 550쪽 



 2) 증오의 정치학 : 남 탓의 정당화


   우리는 감정을 통해 "사회적 규범들에 투자"한다. (...) 감정은 국가나 종교 같은 커다란 구조에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아를 수립할 수 있는 각본을 제공한다. (...)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증오라는 감정의 작동에 '사랑'과 '피해자 의식'이 딸려온다는 점이다. 증오와 혐오를 쏟아내는 집단들은 자기네가 하는 것이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 이 자기애적 각본에서 규범적 주체들은 '나는 좋은 사람인데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내 안에 끓어오르는 이 증오 감정의 원인을 타자에게 귀속시킴으로써 스스로를 피해자화한다. 

 (...) 증오의 대상을 특정할 수 없어서 증오하지 못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증오의 대상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증오가 일상화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협에 대비해 모든 사회적 타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방어 태세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증오가 작동하는 방식인 것이다.  - 554~557쪽


 

 3) 행복과 불행의 정치학 

  (1)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복할 자유"

   

   (...) "불행할 자유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복할 자유를 포함할 것이다." 

   (...) 아메드는 행복을 우리가 반드시 쟁취해야 할 궁극의 목표로 여기지 말고 그저 우리가 삶에서 마주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로 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불행은 단순한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부과되고 강제되는 것들을 판단하여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정서적으로 피력하는 의사표시로 보자고 제안한다. "괴로워한다는 건, 좋다고 판단되어왔던 것들에 당신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고통은 "행동할 역량을 고양시킬 수 있는 감수성"이 될 수 있다.  - 562쪽 



 4) 슬픔의 정치학 : 타자의 고통을 가로채지 않는 애도의 윤리 


  타자의 슬픔과 고통을 내 것인 양 빼앗거나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불가능한 것을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적어도 최소한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 "우리가 우리 것이라 주장할 수 없는 고통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하고, "타자들의 고통이 마치 우리의 감정에 관한 것인 양, 혹은 타자들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관한 것인 양 증언을 타자들로부터 떼어놓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 572쪽 



 각주144) (...) 아이러니한 것은 성폭력 범죄의 남성 가해자가 붙잡힐 때마다 등장하는 '모범적인 사람' 담론이다. 범죄자가 겉보기에 모범적인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모범적으로 보이는 그 어떤 남자라도 사실은 성폭력.성착취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경각심을 갖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텐데 이 담론은 정반대로 가해자를 비호하는 데 사용된다. '그토록 모범적인 사람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면서 피해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식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그 짓만 빼면 훌륭하고 모범적인 사람'이란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하면서 여성 대상 범죄를 '실수'로 축소하고, 피해자들이 정당한 처벌과 피해보상을 생각할 수도 없게 가해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하도록 여론을 몰아가는 역할을 한다. '정신질환자'와 '모범적 사람'이란 재현은 서로 모순되어 보여도, 남성 일반이 집단적으로 벌여온 여성 혐오(그리고 이와 긴밀한 연관이 있는 성소수자 혐오) 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은폐하는 공통된 효과를 낳는다.  - 606, 6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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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퀴어이론이다.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올려본다.

6장에서 다루는 "퀴어 정동 이론"이 대체 뭔지 몰랐는데, '정동'이라는 개념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듯하나 대충 감정 비슷한 것이라고 이해하자. 

퀴어 정동 이론의 여러 갈래 중 <정치적 우울: 앤 츠비예트코비치> 부분의 인용이다.


정치적 우울이란 "직접행동과 비판적 분석을 포함한 정치적 반응의 관습적 형식들이 더 이상은 세상을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우리를 더 기분 좋게 만들어주지도 못한다는 감각이다.

(...) 이런 우울은 마음을 달리 먹거나 항우울제를 처방받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유전이나 호르몬 문제 같은 의학적이고 생화학적인 질병이 아니라 사회·문화 · 정치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 P507

이처럼 우울을 개인의 결함이나 병리적 문제가 아니라 당대의 차별적 권력구조를 개인이 체현한 결과로 이해한다면, 정치적 우울에 관한 논의는 의료적 모델과는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 나서게 된다. 한편으로, 츠비예트코비치는 우울에 대한 설명을 의료 담론이 지배하는 상황은 우울을 권력구조에 대응하는 합리적이고 집단적인 반응으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우울을 생산하는 권력구조의 유지에 일조하며 의학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대안을 탐색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강력히 비판한다. 우울과 체계적 폭력 간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음에도 이 연결이 부정당할 때, 그리고 그런 연결이 있다고 폭로하는 발언조차 공적담론에서 어떤 정동을 어떤 식으로 누구만 적절하게 표출할 수 있다고 정하는 규범에 의해 제어될 때, 우울은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이나 심리적인 유병요인을 갖고 있는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는 것이다. - P508,509


특히 퀴어 이론에서 '우울'을 비롯한 부정적인 정동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1980년대 에이즈 위기를 겪으면서 퀴어들이 엄청난 상실과 슬픔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울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그것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아 '떨치고 일어나자'라는 구호로 눌러 버릴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의해 일어나는 집단적 우울을 인정하고 '윤리적 연대'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관련이 깊은 건 아니지만 이 부분을 읽으니 여성에게 유독 '심인성' 질병이라는 진단을 많이 내린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집단적으로 겪는 부정적 정동의 문제를 왜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게다가 병명을 찾지 못할 때 의사가 흔히 내리는 ‘심인성’이라는 진단은 또 어떤가? 자신의 증세가 의학적 병명을 부여받지 못할 때, 환자는 스스로 감각과 경험을 의심하게 된다. 이 정도 통증은 다들 견디며 사는데, 자신이 너무 나약하고 까다로운 건 아닌지 자책한다. 자기 몸의 통증이 ‘정당’한 것인지 자문하기도 한다. 사실 통증이란 감각이므로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증을 느끼는 자신이 정당한지에 대한 검열을 반복하고, 자기 몸의 소리와 감각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 이는 자기 부정의 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전자책 92~93/507p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단편 중에는 '감정의 물성'이 있다. 


 '감정의 물성'은 이모셔널 솔리드라는 회사에서 만든 물건인데,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제품"으로, 예를 들어 '침착의 비누'를 사용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설렘 초콜릿'을 먹으면 설렘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이 제품에 대해, 화자인 정하는 그 효능을 전혀 믿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 부모와의 불화로 힘들어하던 연인 보현의 집에 갔다가 그녀가 감정의 물성 중 부정적 감정 라인의 하나인 '우울체'를 사들이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정하는 긍정적 감정에 대해서는 플라시보 효과라고 여기며 그걸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수긍하지만, 부정적 감정인 '분노'나 '우울', '증오'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후배 유진은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아요."(전자책 216/367p)라고 말한다. 

 대체 '우울체'가 어떻게 보현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정하에게, 보현은 말한다.

 "물론 모르겠지, 정하야. 너는 이 속에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전자책 228/367p)


감정의 물성화라, 참 재미있는 생각이다. 나도 정하처럼 대체 왜 부정의 감정을 돈 주고 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듣다가(오디오북), 마지막에 이르니 역시 정하처럼,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퀴어이론으로 돌아가서,


츠비예트코비치가 우울을 "일상생활의 회복 작업"으로 바꾸는 "매일의 습관의 유토피아"라고 부른 이 창조적 실천에는 글쓰기, 요가, HIV 치료제 꼬박꼬박 투여하기 같은 일상적인 실천이 포함된다.  - P512

매일의 습관의 유토피아라는 이 표현, 마음에 든다. 그래서 얼른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달리기도 열심히 해야지..! 갑자기 자기계발 같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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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24 16: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추운날에 달리기는 안됩니다 ^^
‘부정적 정동‘이란 용어 멋있어요 ㅋ 가끔씩 우울한것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것 같아요^^

독서괭 2021-12-24 16:47   좋아요 5 | URL
조금만 달리면 금세 몸이 훈훈해지는데 그 느낌이 좋더라구요~ 요즘은 7시에 나가도 캄캄하고.. 이불 속이 편안하긴 합니다.. 주말에는 강추위라 해서 쉴까 해요^^;

scott 2021-12-24 17: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퀴어 이론이 이렇게 감정의 우울과도 연결이 되는 군요!
괭님이 올리시는 퀴어 페이퍼는 두고 두고 읽어야 함요!!

기온이 서서히 급감 하고 있습니다
괭님 오늘은 달리기 노우!^^

독서괭 2021-12-24 17:11   좋아요 5 | URL
언제나 과찬해 주시는 스콧님^^ 감사합니다.
7시는 아침 7시입니다 ㅎㅎ 내일 아침 달리기 할 날인데.. 너무 추울 것 같아요..주말은 달리기 노우!

미미 2021-12-24 17: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더 추워져도 많이 걷고싶어서 예쁜땀복을 마련했어요😄(갑자기 자랑ㅋ)
요즘 대선후보들 때문에 우울한데 이건 정치적우울이었군요!
‘매일의 습관의 유토피아‘ 내년을 위해 저도 만들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1-12-24 22:50   좋아요 2 | URL
예쁜 땀복?? 궁금하네요. 저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미미님 정치적 우울을 겪고 계시군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그럴 듯요^^; 미미님 지금 읽고 쓰시는 걸로도 유토피아 충분하시지 않아요?😘

책읽는나무 2021-12-24 19: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개인적 문제가 아닌 집단적 우울!!...맞는 말 같아요.
여성들에게 ‘심인성‘질병을 내린다는 대목도 눈에 크게 들어오네요.요즘 <여성과 광기>를 읽고 있어 그런가 봅니다^^

매일의 습관적 유토피아!!
멋진 말이네요?
괭님...뛰지 말고 걸읍시다!!!!
넘 추우면 모자,장갑 쓰고,끼구요~^^
근데 요며칠은 걸으니까 완전 땀 나던데..거긴 추운가 보군요!!! 옷 잘 챙겨 입으시고 운동 하시길!!! 유토피아를 위해서!!!!^^

독서괭 2021-12-24 22:53   좋아요 5 | URL
<여성과 광기>에도 이런 내용 나올 것 같다는 생각 했어요~ 저도 읽어봐야하는데^^;
전 걷는 건 좀 심심하고.. 뛰어서 짧고 굵게 운동하는 편이 좋더라구요 ㅎㅎ 나무님 열심히 걸으시나 봅니다. 여기 지금 엄청 추워요~
매일의 유토피아를 만드는 새해가 되길! 나무님도 계속 꾸준히 걷기 운동 응원합니다😉

햇살과함께 2021-12-24 2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은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반갑네요~ 즐거운 성탄절 되세요^^

독서괭 2021-12-26 22:32   좋아요 1 | URL
오~ 햇살님! 전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절반? 정도 읽다가 끊기는 바람에 완독을 못한 상태입니다.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