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의가 끝나고 늦게 귀가해 잠시 '이주의 책'을 고르다 보니 자정을 넘겼다. 여느 때보다 책을 덜 구입한 것도 아니지만, 이번주에는 딱히 눈에 띄는 책이 많지 않다. 그래서 '이것도 기회다' 싶어, 좀 어렵다는 철학책들로만 골랐다(생각보다는 쉬울 수도 있지만). 타이틀은 칸트의 <형이상학 서설>(아카넷, 2012)에서 가져왔다. 칸트의 책을 '이주의 책' 머리에 올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으니, '개강맞이' 이벤트라고 해도 좋겠다(이번 학기엔 대학강의를 맡지 않아서 나대로는 '이벤트'를 할 만하다!). 칸트 자신이 기획하고 저술한 칸트 철학 입문서로 흔히 <프롤레고메나>라고도 음역되는 책이다. 원어명을 다 옮기면,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모든 장래의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 다소 뒷북이긴 하지만,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 강의>(세창출판사, 2012)도 얼마전에 출간됐다(오늘에야 알았다). 나로선 난해하기만 했던 아도르노를 육성의 도움을 빌면 읽을 수 있게 될지 궁금하다. 이 두 권에다 국내 학자들의 책 세 권을 더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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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 서설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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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변증법 강의
테오도르 W. 아도르노 지음, 이순예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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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전환점- 터닝 포인트로 재구성한 서양철학의 역사
최재식 외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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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세기의 매체철학-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심혜련 지음 / 그린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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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문학의 대가 카를로스 푸엔테스(1928-2012)의 작품을 몇권 주문한 김에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지난 5월에 세상을 떠났기에 약간 뒷북성 리스트이긴 한데, 그래도 국내엔 소개된 책이 많지 않다. 생전에 가르시아 마르케스, 바르가스 요사와 함께 남미문학 3대 작가로 꼽히기도 했다(이 세 작가의 작품들을 요며칠 수집하고 있다). 대표작 <아르떼미오의 최후>(<아르테미오 크루스의 죽음>)은 절판된 상태로 중고로 구입했는데, 다시 나오기를 기대한다. 가장 최근에 나온 <의지와 운명>(2008)은 노벨문학상 후보작이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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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의 역사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서성철 옮김 / 까치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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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 그리고 포스트붐- 중남미 단편소설 선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외 지음, 송병선 옮김 / 예문 / 2005년 7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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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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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복한 가족들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김경주.김정하 옮김 / 뿔(웅진) / 2010년 3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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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온 택배 중의 하나는 좀 무거운 남성잡지다. <지큐(GQ)>(139호). 표지를 보니 GQ는 'Gentlemen's Quarterly'의 약자다. 내겐 낯선 잡지인데(남성지고 여성지고 구입해본 적이 없으므로) 지난달에 '입문서'에 대해 청탁받고 쓴 짧은 글이 이번 9월호에 실린 것. 입문서라는 ‘구태의연한 소재’에 대한 ‘날카로운 답’을 주문받았었다. 여러 권을 거명해도 됐지만 짧은 분량이라 그냥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 대해 몇 마디 소개하는 데 그쳤다. 잡지의 270쪽에 실려 있다. 글의 속도감을 살린 편집자의 손길이 인상적이다.

 

 

 

GQ(12년 9월호) 입문서

 

제목에 ‘입문’이란 단어가 붙어 있는 책들이 있다. 입문서다. 혹은 ‘개설’이나 ‘개론’이란 말이 붙을 수도 있다. 그것도 입문서다. 입문서는 그 자체로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있기에 군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닥치고 입문’이라고 웅변하고 있기에. 군림하고 있기에.

 

 

 

그런 당당한 입문서들 옆으로 ‘-하는 법’이란 제목이 붙은 책들도 있다. 이 또한 입문서일 확률이 높다. 최소한 입문서 흉내를 내거나 입문서 행세를 하는 책들이다. 그런 부류 가운데 ‘서평가’라는 자리에서 고른다면, 단연 눈에 띄는 책이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여름언덕, 2008)이다.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여름언덕, 2012)도 펴낸 저자이니 이 방면으론 뭔가 아는 저자다.

 

그는 단순히 ‘읽은 척 매뉴얼’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자못 진지한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두 가지다. 첫째는 독서와 비독서 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 책을 ‘읽은 책’과 ‘안 읽은 책’으로 구분하는 건 단순한 이분법이다. 물론 불가능한 구분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읽은 책이더라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책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은 이미 읽은 부분을 잊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억은 언제나 선별적이고 독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읽은 책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얼마간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셈이 된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그리고 둘째로 책이 너무 많다는 점. 한권의 책을 읽느라 다른 열권의 책을 읽지 못하는 게 오늘의 독서 현실이다. 이 경우에도 독서의 이면은 비독서다. 우리가 어떤 책을 읽기로 선택하는 건 동시에 어떤 책들을 배제하는 것이다. 피에르 바야르는 비독서가, 역설적으로 대단히 적극적인 독서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무독서와 다르게 비독서는 모든 책에 관심을 기울이기 위해서 독서를 자제한다. 가령 350만권의 장서를 알기 위해서 제목과 목차만을 읽는 한 소설 속 도서관 사서는 비독서의 실천가라고 할 수 있다.

 

독서와 비독서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이라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독서 입문서로도 활용 가능하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독자라도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책들을 다 읽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독서의 조건은 비독서다. 그런 사실을 자각하도록 해주는 책이니 독서 입문서로도 단연 권할 만하다.

 

12. 0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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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비만을 다룬 책들을 몇권 읽다가 자꾸 눈에 밟히는 책이 있어서 간단히 적는다.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연암서가, 2012)이다. 

 

 

사실 이 책은 <동물해방>(인간사랑, 1999)이라고 나왔었고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역자가 같은 걸 보면 번역판권만 옮겨간 듯 보인다. '개정완역판'이라고 한 걸로 보아 약간 개정됐을 수도 있고. 1975년에 나온 원저가 개정판이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여하튼 '피터 싱어'라는 이름을 각인시켜준 그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이다. 인간사랑판을 이미 갖고 있는 나로선 좀 머뭇거리게 되지만, 아직 갖고 있지 않은 분은 새 번역판을 구입하시면 되겠다. 독서는 나중에 하더라도 소장용으로 의의가 있기에(이런 제목의 책이 서가에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교육효과가 있다).

 

 

'동물해방'에서 한걸음 더 나가면 '동물권'이란 말과 조우하게 된다. 인간해방에서 동물해방으로 가는 여정이 인권에서 동물권으로 넘어가는 여정이다. 지난주에 '아주 특별한 상식'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이후, 2012)가 유용한 가이드북이다. 고등학생들의 토론용 교재로도 어울리는 책이다. 같이 읽을 만한 책으로 얼른 떠올린 건 마크 베코프의 <동물 권리 선언>(미래의창, 2011)과 피터 싱어가 엮은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시대의창, 2012)인데, <동물권>의 부록을 보니 몇권 더 소개돼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존 쿳시의 <동물로 산다는 것>(평사리, 2006), 역시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민음사, 2011), 그리고 조슬린 포르세 등이 쓴 <우리 안에 돼지>(숲속여우비, 2010) 등이다. 마지막 책은 청소년 도서다. 오늘 저녁에도 불고기로 끼니를 해결했지만, 동물권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식습관도 조금씩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물론 인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들의 현실이라면(유명무실한 국가인권위원회를 가진 나라를 포함해서) 더 말해서 무엇할까...

 

12. 0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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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날이라(직장인이 아니라면 대개 '재택'한 날일 테지만) 아이한테 저녁을 차려주어야 하는데, 일곱 시에 먹겠다고 해서 잠시 시간이 떴다. 나는 배가 고픈 상태이지만, 허기를 기운삼아 페이퍼를 적는다(당연히 몇자 못 적을 것이다!). 제목은 러시아 시인 오시프 만델슈탐(1891-1938)의 시집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문학의숲, 2012)에서 가져왔다.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난 하고 싶은 말을 잊었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비단 시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맥락만 닿는다면 우리도 하고픈 말이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만델슈탐의 시집이 처음 번역된 건 아니다. 역자인 조주관  교수가 <오늘은 불쾌한 날이다>(열린책들, 1996)란 제목으로 한번 선집을 펴낸 적이 있다. 아마 새로 나온 번역본과 중복되는 시들이 많을 듯싶다. 하지만 당장 내가 손에 들 수 있는 건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이고 표지도 더 맘에 든다. 만델슈탐에 대해선 아내 나데쥬다 만델슈탐의 회고록 <회상>(한길사, 2009)이 번역돼 있으므로 참고할 수 있다. 가슴 먹먹한 대목이 자주 나오는 아주 유명한 회고록이다. 시인은 스탈린시대 대숙청기에 수용소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는데, 그에 관한 회고를 담고 있다.

 

물론 '번역시'야 언제나 핸디캡을 안게 되지만, 시인의 '시정신'은 우리말로도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시집의 말미에는 러시아문학 전공자이기도 한 이장욱 시인의 발문이 실렸다. '나의 사랑하는 적(敵), 만델슈탐'.

 

 

만델슈탐을 떠올린 김에 최근에 번역된 현대 러시아문학 작가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 저명한 연극이론가이자 극작가 니콜라이 예브레이노프(1879-1953)의 <가장 중요한 것>(문학과지성사, 2012)이 번역돼 나왔다. 오래전 대학원 시절에 접해본 작가인데, 그동안 잊고 있었다. '러시아의 피란델로'란 별칭으로도 불리는 듯한데, 이번에 나온 작품집에는 '즐거운 죽음', '제4의 벽', '가장 중요한 것' 세 편이 수록돼 있다.

 

더불어, '20세기의 도스토예프스키'로도 불리는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단편집 <예피판의 갑문>(문학과지성사, 2012)도 같은 대산세계문학총서의 하나로 출간됐다. <코틀로반>(문학동네, 2010)의 번역자 김철균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말이 나온 김에 한번 더 언급하자면, 플라토노프의 단편집으론 <귀향 외>(책세상, 2002)이 번역돼 있다. <구덩이>(민음사, 2007)는 <코틀로반>과 원제가 같은 작품, 하지만 다른 판본을 옮긴 것이다. 그리고 장편 <행복한 모스크바>(지만지, 2009)가 더 번역돼 있으며 대표작 <체벤구르>가 번역중인 상태다. 흠, 저녁 먹어야겠다...

 

12. 0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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