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주말판에서 '로쟈의 번역서 읽기'를 옮겨놓는다. 이번에 고른 건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민음사, 2000)이다. 복잡다단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어서 이모저모를 다 살펴볼 순 없고 작품에 나타난 혁명과 고독의 관계에 대해서만 조금 적었다.  

 

 

 

한겨레(12. 10. 13) 혁명이 사라진 자리엔 깊은 고독만이

 

중국 작가 모옌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중국의 민중세계를 가장 잘 재현한다는 평판의 모옌은 민간 구전과 역사를 결합시키는 기법을 즐겨 쓰기에 ‘중국의 마르케스’로도 불린다. 딱 30년 전인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그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스페인어권에서 <돈키호테>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초대형 베스트셀러이기도 해서 국내에는 노벨상 수상 이전에 <백년 동안의 고독>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마르케스의 노벨상 수상연설문 제목이 ‘라틴아메리카의 고독’이었고, 한 평론가는 <백년의 고독>을 두고 “남미 대륙의 고독을 벗어나기 위한 지루한 여정”이라고도 말했다. 어떤 고독인가? 작품에서만 보자면 근친상간적 욕망의 고독이다. 부엔디아 가문 6대의 성쇠를 다룬 이야기의 발단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 이구아란의 결혼이다. 문제는 두 사람이 사촌간이었다는 데 있다. 자신들을 조롱한 친구를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죽인 일이 계기가 돼 그들은 낯선 곳으로 이주하여 마콘도라는 마을을 세운다.

두 사람은 부엔디아 가계의 자손들을 퍼뜨리지만 아내 우르슬라는 항상 근친혼으로 인한 불행한 결과를 염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친혼적 성향은 그 자손들에게도 이어진다. 집안의 남자들에게 ‘호세 아르카디오’와 ‘아우렐리아노’란 이름만 반복적으로 붙여지는 것은 그 징후적 표지다. 100살 넘도록 장수한 우르슬라가 죽고 나서 6대손 아우렐리아노는 이모 아마란타 우르술라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들은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를 낳는다. 그 아이가 개미떼의 밥이 되는 것을 보고서야 아우렐리아노가 오래전 집시 멜키아데스가 남긴 양피지 문서에 쓰인 부엔디아 가문의 역사를 해독해내는 것이 소설의 결말이다.

단순하게 보자면 부엔디아 가문의 종말기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처럼 예언을 피하려다 결국은 붙들리고 마는 운명비극으로도 읽힌다.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게 마련’이라는 머피의 법칙의 한 사례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다른 가능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문의 안주인 우르슬라와 함께 소설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는 아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보여준 가능성이다. 작가가 콜롬비아 보수정권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켰던 자유파 지도자 우리베 장군을 모델로 하여 그려낸 부엔디아 대령은 가장 고독한 성격의 인물이지만 동시에 모두 실패로 돌아가긴 했어도 서른두번의 반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애초에 그는 마콘도에 부임한 정부 행정관의 사위가 되지만, 장인이 선거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하는 부정을 저지르는 걸 보고는 보수파는 사기꾼들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고서 내전에 가담한다. 반란군의 전설적 지도자로서 그가 일으킨 서른두차례의 반란만큼 의미를 갖는 것은 그가 전국 각지에서 열일곱명의 여자에게서 얻는 열일곱명의 아들이다. 이들은 모두 아우렐리아노란 이름으로 불린다. 근친혼적 성향의 수축적 가계에서 벗어나 확산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아들들은 아버지를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마콘도에 모였다가 새로운 반란을 두려워한 정부 쪽 요원들에 의해 모두 암살당하고 만다. 세상을 바꾸는 혁명의 가능성이 닫힐 때 남는 건 고독으로의 유폐뿐이다.

 

1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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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에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중국작가 모옌이다. "관머우예(管謀業)가 본명인 모옌은 1981년 작가로 등단, '말이 없다'는 뜻의 필명인 '모옌'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쓴 유명한 소설로는 장이머오 감독의 영화로 유명해진 ‘붉은 수수밭’(1986년작)이 있다. 또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 '생사피로(生死疲勞)', '술나라(酒國)', 풍유비둔(豊乳肥臀)' 등도 있다." 그의 작품 상당수가 이미 번역돼 있는 만큼 부랴부랴 번역하는 '호들갑'은 없어 다행이다(출판계에도 굿뉴스이고). 해오던 대로, 그의 작품들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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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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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모옌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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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베다
모옌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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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까오량 가족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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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책&(411호)에서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이달의 주제는 '착각'으로 착각에 관한 책들이 여럿 눈에 띄길래 골랐다. 착각에 관한 통념 혹은 착각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다.

 

 

 

책&(12년 10월호) 착각

 

“어떤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하는 현상”을 착각이라고 정의한다. 착각은 오류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가 곧잘 주고받는 “착각하지 마!”란 충고는 착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듯싶다. 하지만 착각에 대한 이런 통념이야말로 착각에 대한 전형적인 착각이라면? 착각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무엇인가. ‘착각’을 주제로 한 책들을 몇 권 골라본다.


가장 먼저 꼽고 싶은 책은 독일의 뇌과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프리트헬름 슈바르츠의 <착각의 과학>(북스넛, 2011)이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착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간명한 정의를 내려주고 있어서다. “착각은 뇌의 일상적인 활동”이라는 것.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뇌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활동이 바로 착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뇌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나는 현재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원하지만 뇌는 기억과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만 원한다. 이런 차이를 신경과학에서는 의식과 무의식의 차이라고도 설명한다. 착각의 가장 주된 원인은 바로 의식과 무의식 간의 불일치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생각과 결정은 어떻게 내려지는가. 무의식의 힘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를 보자. 두 그룹의 대학생들에게 어휘력 실험이라며 두 가지 단어군을 제시했다. 한쪽엔 활력, 스포츠, 근육 등 젊음과 관련된 단어를 보여주고, 다른 쪽엔 늙음, 질병, 황혼 등의 단어를 보여주었다. 그러고는 그 단어들을 이용해 짧은 글을 짓게 하고 돌아가게 했는데, 정작 실험의 초점은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젊음과 관련된 단어를 제시받은 참가자들은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올라간 반면에, 늙음과 관련된 단어를 받았던 학생들은 아주 느릿느릿 계단을 올라갔다. 자신의 처지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은 그 단어들을 자신과 동일시한 것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뇌는 그렇게 우리를 움직인다. 때문에 인간은 이기적 계산속에 따라 움직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반응하는 ‘호모 레시프로칸스’에 가깝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착각은 우리를 이성의 독재로부터 해방시킨다고까지 말하면 과장일까.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 블로그 운영자인 데이비드 맥레이니의 <착각의 심리학>(추수밭, 2012)은 초점이 조금 다르다. 원제가<당신은 그다지 똑똑하지 않아(You are not so smart)>인 것에서 알 수 있지만 저자는 우리가 똑똑하다는 착각을 교정하고자 한다. 물론 착각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우리의 사고를 구성하는 ‘인지적 편견’과 ‘발견적 학습’, 그리고 ‘논리적 오류’가 끊임없는 착각의 동력이다. 가령 당신은 “나의 행복은 오직 이 순간을 만족하는 데 달려있다”고 생각하는가? 착각이다. 우리의 자아는 ‘현재의 자아’ 곧 실시간으로 인생을 ‘경험하는 자아’ 외에 ‘기억하는 자아’로도 구성된다. 우리는 감각상의 기억이 지속되는 3초 정도의 순간만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면서 산다. 따라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행복해야 할뿐더러, 나중에 되돌아볼 기억을 만들어내야만 행복할 수 있다.

 


<착각의 심리학>은 그런 다양한 오해와 진실을 흥미롭게 펼쳐놓는데, 또 다른 사례는 마술사들의 눈속임이다. 마술 쇼는 ‘무주의 맹시’와 ‘변화 맹시’에 근거한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주의를 집중할 때 그 배경에는 무주의하게 되는 현상을 마술사들이 이용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진 인지능력의 한계를 이용한 이러한 눈속임이 마술 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가 쓴 <보이지 않는 고릴라>(김영사, 2011)는 바로 그런 착각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들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착각을 주의력 착각, 기억력 착각, 자신감 착각, 지식 착각, 원인 착각, 잠재력 착각 등 여섯 가지로 구분하여 분석한다. 


더불어 세 명의 신경과학자가 쓴 <왜 뇌는 착각에 빠질까>(21세기북스, 2012)는 ‘마술의 신경과학을 다룬 최초의 책’으로 마술의 눈속임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의 착각과 착시를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저자들이 폭로하는 착각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믿는 착각인데, 서로 상충하는 두 가지 생각, 행동, 사실, 믿음 등이 갈등할 때 우리는 뇌는 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 가운데 하나를 부각시키는 방법을 쓴다고 한다. 그런 인지부조화가 우리로 하여금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믿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늘 착각 속에서 산다면 처방은 무엇인가. <가끔은 제정신>(쌤앤파커스, 2012)의 저자 허태균 교수는 간명하게 답한다. 착각해야 행복하다면 그냥 이대로 살아도 좋다고. 다만 가끔씩 “혹시 내가 틀린 것 아냐? 착각하는 거 아냐?”라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착각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더 현실감을 갖게 될 터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걸로 충분한 것일까?

 

1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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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996호)의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마우리치오 라자라토의 <부채인간>(메디치, 2012)을 읽고 쓴 것인데, 라자라토는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 철학자로 국내엔 <비물질노동과 다중>(갈무리, 2005), <이딸리아 자율주의 정치철학>(갈무리, 1997) 등의 공저를 통해서 알려졌으며 <부채인간>은 처음 소개되는 단독저작이다. 시론적인 성격의 소책자라서 다소 아쉬운데(<피로사회>와 함께 올해의 주목할 만한 소책자다), 문제의식을 좀더 확장시킨 책이 나오면 좋겠다... 

 

 

 

주간경향(12. 10. 16) 우리는 모두 부채인간이다

 

경제기사를 읽다가 가끔씩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있다. 부채 혹은 채무와 관련한 기사다. 이미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우리 시대를 가리키는 이름 중 하나가 ‘가계부채 1000조 시대’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공기업 부채를 합산한 한국의 국가부채 또한 100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의 가계와 국가 모두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채무자다. 두 가지가 궁금하다. 과연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인지와 이 많은 부채의 채권자는 누구인지다.

 

 
그런 궁금증을 품고 있었기에 <부채인간>(메디치, 2012)에 바로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제목 자체에 끌렸고 ‘인간의 억압 조건에 관한 철학 에세이’란 소개가 기대를 갖게 했다. 저자의 기본 발상은 현재의 경제를 ‘금융경제’나 ‘금융 자본주의’란 말 대신에 ‘부채경제’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부채경제를 구성하는 사회적 관계는 더 이상 자본가와 노동자 혹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이다. 이때 자본은 ‘거대한 채권자’, ‘포괄적 채권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오늘날 금융과 생산을 더 이상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에 이르러 ‘금융’이란 말은 채권자-채무자 관계의 부상을 특별히 부각시켜주는 표현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경제는 채권자-채무자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다양한 기술을 통해서 구현해 왔다. 그 결과 ‘채무자’의 형상으로서 ‘부채인간’이 공공영역을 대표하는 주체의 형상이 됐다. “우리는 모두 부채인간이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전세계적 현상으로서 공공부채의 급증은 1970년대 중반 이후 복지 관련 지출의 금융구조 개선과 맞물린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비롯한다. 흥미로운 것은 공공부채를 마련할 때 중앙은행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이 시기에 유럽의 모든 정부에서 채택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자금은 ‘금융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법이 생기기 이전에는 국가가 무이자로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시장에서 자금을 융통할 경우에는 막대한 이자를 물어야 한다. 1974년에 이 법을 도입한 프랑스의 경우 이후에 공공부채 총액이 16조410억 유로, 이자총액만 약 12조 유로에 이르렀다. 2007년에 500억 유로를 넘어선 이자비용은 프랑스의 국가 예산 가운데 교육예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매년 소득세 전체와 맞먹는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1979년의 석유파동 이후에 경기가 침체되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막대한 공공적자가 발생했다. 2008년 6월 기준으로 미국의 부채총액이 510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하니 한마디로 부채경제다. 하지만 이러한 부채는 경제성장의 장애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동력이다. 게다가 부채경제는 사회적 연대와 권리 주장 같은 집단행동을 무력화하기에 대단히 정치적이기도 하다. 요컨대 ‘산업과 채무자 중심의 포디즘 메커니즘’으로부터 ‘금융과 채권자 중심의 금융 메커니즘 시대’로의 이행이 부채경제의 전면적인 성립 배경이다.

 

 

 

저자는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통해서 부채인간의 계보학적 형성과정 또한 탐구한다. 니체는 사람들 사이의 가장 오래되고 원천적인 사회적 관계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라고 파악했다. 그에 따르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 곧 자신을 보증하고 부채를 갚을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 공동체의 주된 임무다. 현대 자본주의야말로 니체의 이러한 ‘약속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발견해낸 것처럼 보인다고 저자는 말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에 등장하는 채권추심원 이강도야말로 인격화한 자본주의의 형상 아닌가.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재앙으로 몰아넣는 권력장치”가 바로 신자유주의의 ‘협박경제’이고 부채경제다.

 

12. 10. 10.

 

 

P.S. '부채'는 '증여'와 함께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인데, 이와 관련해서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부채, 그 첫 5,000년>(부글북스, 2011)와 애디슨 위긴 등의 <세계사를 바꿀 달러의 위기(원제는 '부채의 제국')>(돈키호테, 2006) 등을 더 읽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라자리토의 <부채인간>은 <부채인간의 형성>이란 제목으로 영역돼 있는데, 번역본이 잘 안 읽히는 대목들에서 도움을 받았다.

 

가령 "정치적으로, 부채경제는 금융이나 금융화된 경제 혹은 금융 자본주의라 불리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48쪽)는 대목은 거꾸로 옮긴 오역이다(영역으로는 "Politically, the debt economy seems to be a more appropriate term than finance or financialized economy, not to mention financial capitalism). 이 대목의 절 제목 자체가 '왜 금융경제가 아닌 부채경제에 대해 말하는가'인 것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저자의 핵심 주장은 '금융경제'란 말 대신에 '부채경제'라고 부르는 것이 실상에 더 부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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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글날이지만 <노년의 역사>(글항아리, 2012)란 책이 눈에 띄기에 '노년'을 주제로 한 책들을 찾아봤다. 모르고 지나쳤지만 지난 10월 2일이 '노인의 날'이기도 했다고. 청년기를 지나서 중년의 나이를 살고 있지만(차츰 몸에 탈이 나면서 먹는 약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노년, 그것도 추세로 보면 '긴 노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라 보부아르의 <노년>(책세상, 2002)과 조르주 미누아의 <노년의 역사>(아모르문디, 2010)는 이미 구해놓은 책이고, 거기에 윌리엄 새들러의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사이, 2006)과 김열규 선생의 <노년의 즐거움>(비아북, 2009) 등을 더 얹어서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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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역사- 고정관념과 편견을 걷어낸 노년의 초상
팻 테인 엮음, 슐람미스 샤하르 외 6인 지음, 안병직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0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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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역사- 고대에서 르네상스까지 서양 역사에 나타난 노년
조르주 미누아 지음, 박규현.김소라 옮김 / 아모르문디 / 2010년 5월
24,000원 → 21,6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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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 책세상 / 2002년 7월
29,000원 → 26,1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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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윌리엄 새들러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06년 3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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