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소재를 다룬 두 권의 책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미국의 의학박사 쇼 윌기스가 엮은 <손의 비밀>(정한책방, 2015)과 '런던 문구 클럽'의 공동창설자 제임스 워드의 <문구의 모험>(어크로스, 2015)이다.

 

 

먼저 <손의 비밀>은 '낯설게 보는 인체과학 시리즈'의 첫 권으로 나왓는데, '몸에서 가장 놀라운 도구를 돌보고 수리하는 방법'이 부제다. '인체과학 시리즈'라는 점에서 짐작해볼 수 있는데, "미국 커티스 국립 손 센터의 전현직 전문의 15인이 공동 저술한 손 의학 전문교양서"."인간의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손의 문제들이 거의 모두 담겨 있다"고. 간단히 말해서, 손에 관해 의학적으로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실제로 어떤 책인지 궁금하고, 앞으로 나올 시리즈도 기대된다.

 

<문구의 모험>은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가 부제. "영국의 오프라인 문구류 품평회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인 저자 제임스 워드는 문구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발명부터 진화, 문화적 변용까지 그가 소개하는 문구사의 주요장면들은 그대로 우리의 역사, 문화사, 생활사, 산업사의 주요 장면들이다. 일상적 사물이 된 문구들이 어떻게 발명되고 우리의 삶과 어떻게 관계 맺어 왔는가를 차근히 살피며 독자들을 흥미로운 문구의 세계로 안내한다."

 

일단 문구 마니아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는 책이고, 그런 수준은 아니더라도 작가들의 문구에 대해서는 흥미를 갖고 있는 나 같은 독자도 끌어당기는 책. "색인 카드에 짧은 글을 써두고 이리저리 퍼즐을 맞추듯 소설을 완성해나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노란색 리걸 패드에 작품을 써내려간 노벨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 포스트잇에 소설을 구상하고 완성한 이후에도 모두 스크랩해서 보관하는 윌 셀프 등 자신만의 도구에 애착을 가진 작가들과 그들의 특별한 문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니까 말이다.

 

'옵서버'지의 평은 이렇다. "제임스 워드 덕에 우리에게는 앞으로 꽤 오랫동안 문구에 관한 책이 필요 없게 되었다." 곧 '문구 책의 종결자' 되시겠다...

 

1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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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분야에 속하지만 좀 생소한 제목의 책 두 권을 묶는다. 조슈아 알렉산더의 <실험철학>(필로소픽, 2015)과 루이스 부치아렐리의 <공학철학>(서광사, 2015)이다. 각각 입문서 성격의 책.

 

 

좀더 도발적인 것은 <실험철학>인데, '실험철학' 자체가 새로운 분야이자 '철학운동'이라 한다.

실험철학은 철학 및 메타철학의 문제들을 연구하기 위해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실험조사 방법을 사용하는 혁신적인 분야이다. 이 책은 실험철학의 목적과 방법을 전통적 분석철학과 비교하여 세부적이고 도발적으로 소개한다. 또한 실험철학의 전혀 다른 철학적 강령, 강점과 약점 및 철학에 대한 기여를 고찰하고,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며, 그에 대한 비판도 함께 다룬다. 

<공학철학>은 '공학과 철학'이란 주제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룬다.

루이스 L. 부치아렐리가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과대학에 초빙교수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술한 책. 저자는 공학과 철학이 서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의 디자인을 충분히 생각하고, 자신들의 생산품에서 발견되는 오작동을 다루며, 그들이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은 우리가 철학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을 경우 더 잘 이해된다고 말한다.

여하튼 두 권 모두 이공계 전공자들이 더 관심을 가질 만한 철학서란 점에서 공통적이다.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다...

 

1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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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베스트셀러에까지 올라온 에코 앤솔로지 시리즈의 신간 <전설의 땅 이야기>(열린책들, 2015)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더 눈에 띄는 책이 고민을 없애주었다. <글래머의 힘>(열린책들, 2015). 부제는 '시각적 설득의 기술'인데, 가격이 <전설의 땅 이야기>의 절반도 안 된다(<궁극의 리스트>도 같은 시리즈의 책이다). 분량은 똑같이 480쪽.

 

 

소개에 따르면, "사회과학 전반과 패션을 활동 무대로 하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강연자인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글래머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또 이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저자는 '글래머에 대하여'라는 TED 강연으로도 유명하다고. 여하튼 '글래머의 힘'과 '전설의 땅' 사이에서 아주 잠깐 망설이다가, 나는 <글래머의 힘>을 주문하기로 했다. 심지어 원서도. <전설의 땅 이야기>를 구입할 비용이면 그 정도는 카바가 될 수 있기에. 이런 게 '글래머의 힘'이 아닐까...

글래머란 무엇일까? 이 단어를 들을 때 한국인이라면 십중팔구 한 가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바로 <(가슴이) 풍만한 여자>. 그러나 글래머는 사실 <풍만함>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딱히 <여성>을 지칭하는 말도 아니다. 글래머는 사전적으로 화려함과 매력, 부티, 귀티 등을 뜻하는 중의적인 단어다. 그래서 하나의 단어로 옮기기가 무척 까다롭다. 사회과학 전반과 패션을 활동 무대로 하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강연자인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이 책에서 글래머가 진정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또 이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포스트렐에 따르면 글래머란 시각으로 설득하는 수사학, 즉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글래머는 관객에게 말을 건다. 그로 하여금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을 느끼게 만들고, 상상하고 열망하도록 나아가 실제로 행동하도록 설득하는 마법과도 같은 장치이자 기술이다.

15.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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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마이클 무어와 프랜시스 골딘이 엮은 <사회주의 미국을 상상하다>(어마마마, 2015)를 고른다. "미국에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며 활동하고 있는 교수, 영화감독, 작가, 언론인, 변호사, 인권 및 노동운동가 등 다양한 직업의 저자들이 현대 미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다양한 분야의 상상력을 펼치면서 미래의 사회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비전을 제시한 책이다. 정치체제, 경제구조, 법률, 여성노동, 주택문제, 교육, 의료, 예술, 과학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30여 편의 글을 모았다."

 

 

잠시 '사회주의 한국을 상상하다'란 제목의 책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런 상상 자체가 불온시되는 게 분단체제의 또다른 대가이리라.

 

한편 <사회주의 미국을 상상하다>가 떠올려주는 책은 세이무어 마틴 립셋의 <미국 예외주의>(후마니타스, 2006)다. 바로 부제가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사, 특히 민주주의의 발달 역사는 유럽과는 크게 상이하다. 사회주의가 민주주의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유럽의 여러 학자들은 신생 국가였던 미국이 곧 자연스레 사회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그러한 발전 경로를 완전히 벗어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나아갔다. 이렇게, 미국은 어느 나라와도 다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미국 예외주의'이다. 이 책의 의문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가"라는 부제처럼, 왜 미국에서는 사회주의가 실패했는가, 왜 미국은 지금까지의 예외적인 경로를 걷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고자 하는 것. 정치학자로서 평생에 걸쳐 미국 예외주의를 연구해온 지은이가 그 해답을 제시한다.

곧 사회주의 미국에 대한 상상은 '미국 예외주의'와 충돌한다. 미국의 예외적인 경로가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일까. 미국 예외주의는 아직도 유효할까. 이모저모 생각할 거리들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도 같이 읽어봄직하다...

 

15. 1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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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미우라 쿠니오의 <인간 주자>(창비, 1996)를 읽고, 너무 소략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280쪽 분량이어서 평전으로는 가벼운 축에 속하는 책이었다. 당시로선 주자에 관한 유일한 평전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래도 좀더 분량이 있는 책이 나오면 좋겠다 싶었다. 수징난의 <주자평전>(역사비평사, 2015)이 예고되었을 때 '드디어 나오는군!'이란 느낌을 가졌던 건 그 때문이다.

 

 

그리고 실물이 나왔다. 한데, 상하권 2,400쪽 분량에 책갑만 해도 90,000원대에 이른다(10% 할인가가 88,200원이다). 내가 예상한 분량의 서너 배가 넘는다! 이 정도로 자세한 평전이 나올 만큼 주자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정보가 알려져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주자 매니아'라도 되지 않는 이상 쉽게 책을 손에 들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게다가 독파하려고 한다면 일주일은 꼬박 소요될 듯하다).

 

<인간 주자>가 좀 모자란 듯했다면, <주자평전>은 많이 넘친다. 그게 주자에 대한 내 관심이나 기대치에 비추어 그렇다는 얘기니 독자들마다 사정은 다를 것이다. <인간 주자>도 과도하게 여겨질 독자도 있을 터이고, <주자평전>의 압도적인 분량이 흐뭇한 독자도 없으란 법이 없다. 

주희의 탄생에서 청소년기를 거쳐 학자로서의 삶,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이 상세히 펼쳐진다. 그의 위대한 학문이 여러 학자와의 논변을 거쳐 완성되어가는 과정은 물론이고, 과거에 급제한 뒤 외직으로 보임되어 지방관으로서 펼친 행정, 그리고 평생 고종, 효종, 광종, 영종이라는 네 황제를 섬겼지만 조정에서 경연관으로 실제로 근무한 것은 고작 46일에 불과한 기간에 펼친 정치 이론이 생생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하튼 <주자평전>은 내 관심을 초과한다. 관심 작가의 평전이었다면 또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국내 소개된 니체나 헤겔 평전보다 몇 배 두꺼운 주자평전을 읽는다는 건 나로선 과욕으로 여겨진다. 그저 노작이 번역됐다는 사실에 만족할 따름이다...

 

15. 0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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