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배송받은 책 가운데 하나는 이안 부루마의 <0년>(글항아리, 2016)의 원서다. 번역본이 나오자마자 주문해서 받은 것인데, 그만큼 관심이 가는 타이틀이다. '현대의 탄생, 1945년의 세계사'가 부제. 곧 제목의 '0년'이란 1945년을 가리킨다. 2차세계대전의 종전이면서 현대사의 출발점이 되는 해(사정은 그해에 일제에서 해방되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1945년이라는 한 해를 대상으로 세계사를 써내려간 독특한 역사서이자 논픽션 다큐멘터리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안 부루마의 <0년>(원제 Year Zero)이 그것이다. '현대세계를 이해하는 데 창문' 격인 이 책은 "전후 1945년에 대한 매우 인간적인 역사"로, 현대의 많은 성취와 상처가 응징-보복-고통-치유로 이어진 '0년(1945년)'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다면적이고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아시아 연구자로 <근대일본>과 <옥시덴털리즘> 등의 저작이 국내에 소개돼 있다. 그래도 <0년>이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될 듯싶은데, 이미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대중적인 펭귄판으로 나온 사실에서도 그런 평판은 어림해볼 수 있는데, 저명한 현대사가 이언 커쇼는 이렇게 평했다.

"20세기 결정적 연도의 공포와 희망, 환상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문제의 근원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생생한 묘사, 훌륭한 구성, 멋진 문체.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훌륭한 저작"

 

한편 히틀러 연구로 유명한 이언 커쇼도 1940년대에 대한 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1944년-45년 나치 독일에 집중한 <종국> 같은 책도 소개되면 좋겠다...

 

16.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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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강의자료를 만드느라 반나절을 보내고 잠시 한숨 돌리고 있다. 대학 안팎의 강사 경력도 이십년차에 접어드는지라 이제는 나름 베테랑에 속할 텐데, 가끔은 강의를 하는 것보다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보통은 내가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는 작가나 주제에 대해 강의할 때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어떻게 강의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가 않기에 책이나 논문을 읽어보는 걸로 '수강'을 대신한다. 바로 그런 용도의 책 두 권이 지난주에 나왔다. 저명한 문학이론가이자 마르크스주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문학강의를 담은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책읽는수요일, 2016)과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강의한 프랭크 터너의 <예일대 지성사 강의>(책세상, 2016)이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의 원제는 (직역하면) <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다. 진즉 원서를 구입해놓은 책이고, 잠깐 방청소를 하다가 이 원서도 눈에 띄어서 빼놓았다. 독서준비는 끝난 셈. 내지는 수강준비 끝.

"베스트셀러 <문학이론입문> 이후 30년 만에 출간된 새로운 문학 입문서로서,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기본 전략들을 알기 쉽게 안내한다. 셰익스피어부터 해리 포터까지 광범위한 작가와 작품을 다루며, '섬세한 읽기'를 통해 문학 읽기의 진정한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이글턴의 <시를 어떻게 읽을까>(경성대출판부, 2010)도 이미 소개된 지 오래인 책인데, 나는 구입만 해놓고 당장 시강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서는 미뤄놓았다. 사정이 또 달라져서 이번 봄에는 시강의도 하게 되었기에 이 또한 찾아봐야 하는 책이다. 여하튼 2월에는 아주 오랜만에, 예전 '문학이론' 선생님을 모시고(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을 나는 서너 번은 읽은 듯하다) 특별한 문학강의를 청해 듣는 호사를 누려봐야겠다.   

 

 

그리고 듣는 김에 예일대 지성사 강의도 청강해볼 참이다(수강료가 2만원 가량이군). 원서의 보급판은 이번 봄에 나올 예정이라 독서는 그맘때로 늦춰질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서양문명사와 빅토리아 시대 문화지성사가 전문 분야라 하고 상당히 많은 저작을 갖고 있는데, 2010년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한다. 지난해 나온 <예일대 지성사 강의>는 그의 마지막 강의를 엮은 유작이다.

"예일대 역사학자 프랭크 터너 교수가 지난 십수 년간 예일대에서 진행해온 지성사 강의를 새롭게 구성했다. 계몽주의의 서막을 알리는 루소에서부터 현대 철학의 시발점이 된 니체까지 유럽을 관통해온 지성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유럽의 사회와 정치, 이성과 감정, 종교와 과학, 자유와 국가, 인종과 예술 등의 다양한 주제를 통해 유럽 사상의 흐름과 그 맥을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게 고찰한다."

만약 읽게 된다면 두께 때문에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는 피터 왓슨의 <저먼 지니어스>(글항아리, 2015)도 같이 읽어볼 작정이다.

 

 

가끔 생각날 때 들춰보는 책인데, 피터 왓슨의 <생각의 역사1,2>도 여차하면 같이 참고해도 좋겠고. 지성사 쪽으로는 윌리엄 존스턴의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글항아리, 2008)도 참고문헌의 하나이지만, 예전에 지적한 대로 번역이 미덥지 않다. 이제 보니 절판되었는데, 개역판으로 다시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16. 0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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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꼽은 게 아니다. 상호연관성이 높은 세 저자의 책이 나란히 출간되었기에 같이 묶은 것뿐이다.

 

 

먼저 독일의 저널리스트 우베-카르텐 헤예의 <벤야민, 세기의 가문>(책세상, 2016)은 ' 발터 벤야민과 20세기 독일의 초상'을 다룬다. 벤야민을 다룬다기보다는 '벤야민 일가'를 다룬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벤야민, 세기의 가문>은 빌리 브란트의 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독일의 저널리스트 우베-카르스텐 헤예가 쓴 책으로, 1892년 발터 벤야민의 출생에서부터 2000년 미하엘 벤야민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에 걸친 벤야민 일가의 궤적을 추적한다."

 

벤야민의 삶을 좀더 넓은 시야에서 들여다보게끔 해주는 책이겠다. 작년에 나온 <벤야민과 브레히트>(문학동네, 2015)와 나란히 꽂아놓을 만한 책. 그러고 보면 좀 묵직한 규모의 벤야민 평전이 아직 소개되지 않은 것도 미스터리한 일이다. 주어캄프판의 얇은 평전 <발터 벤야민>(인물과사상사, 2007)도 이미 절판된 지 오래다.

 

 

푸코의 <철학의 무대>라고 하면, 푸코의 애독자라도 생소할 듯싶은데, 1978년 4월의 일본 방문 결과물이다. 이때의 강연과 대담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것으로 이번에 나온 번역본은 2007년 증보 개정판을 옮긴 것이다. 오타나베 모리아키가 공저자. "공저자 와타나베 모리아키가 자신의 전문분야인 연극과 문학에 입각하여 '푸코 읽기'를 시도한 논문 몇 편을 수록해 개정하였다. 푸코 연구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시다 히데타카와 나눈 대담 <지금, 푸코를 읽는다는 것은>이 실려 있다."

 

푸코 방한 강연집 같은 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웃나라 일본에서 가졌던 강연과 대담이라니까 '비교'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1970년대 중반 푸코의 문제의식과 함께 일본의 푸코 수용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다. 일본의 푸코 수용에 대해서라면 사사키 아타루의 <야전과 영원>(자음과모음, 2015)과 오모다 소노예 등의 <푸코 이후>(난장, 2015)도 읽을 거리다.

 

 

한나 아렌트의 인터뷰집 <한나 아렌트의 말>(마음산책, 2016)도 출간되었다. "20세기의 탁월한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인터뷰집이다. 주요작들을 출간하고 사상적 체계를 확립한 뒤인 1964년부터 말년인 1973년까지, 한나 아렌트의 지성적 행보를 보여줄 네 편의 굵직한 인터뷰를 엮었다." 대개의 인터뷰가 그렇듯이 가장 좋은 입문서로서의 역할도 해줄 듯싶다. 원저를 진작 구입해놓고 있었는데, 드디어 여유롭게 읽어볼 수 있겠다. 미뤄둔 영화 <한나 아렌트>도 이번에 봐야겠다...

 

16.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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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이 반갑긴 하지만 읽기는 꺼려지는 책이 있다. 최근에 나온 패멀라 폴의 인터뷰집 <작가의 책>(문학동네, 2016)이다. '뉴욕 타임스 작가 인터뷰'를 모은 책인데, 55인의 '은밀한 독서 편력'을 담고 있다. 거기까지는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은밀한 편력을 따라가 보자니 자연스레 주문 버튼을 누르게 되는 책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당장 이 책의 원서를 구입했을 뿐더러, 작가 캐서린 부의 인터뷰 한 단락을 읽고는 조지 손더스의 <12월 10일>(알에이치코리아, 2015)까지 구입했다. 그렇다, 모두 지금 책상맡에 놓여 있는 책들이다.

 

 

뭐가 문제였던가. 2012년 전미도서상 수상 논픽션 <안나와디의 아이들>(반비, 2013)의 저자인 캐서린 부는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정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책은 무엇입니까?"란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조지 손더스의 <12월 10일>이요.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서 "조지 손더스는 올해 당신이 읽을 최고의 책을 썼다"라는 최근의 불쾌한 표제를 봤기 때문에 똑같이 말히기는 싫지만요. 손더스의 이전 작품들은 사람들의 입소문과는 달리 제게 아주 약간은 놀라움이 덜했던 게 사실이지만, <12월 10일>은 익살스럽고 문체상으로도 영리학 전략을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년간 제가 읽어온 책들 가운데 불평등의 심리적 피해에 관한 최고의 글이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앨리스 먼로처럼 손더스는 이야기를 어디서 끝내야 할지를 알고 있어요."

그러니 당장 구입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은가. 아마도 캐서린 부로서는 '불평등'이란 주제가 자신의 관심사이기도 하기에 더 인상적으로 읽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작가의 네번째 단편집이라는 <12월 10일>은 여러 잡지에서 2013년 '올해의 책'으로 꼽은 바 있다. 그런 호평에 비하면 한국 독자들의 반응은 아주 인색한 편이다. 그건 캐서린 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그렇더라도 <작가의 책>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가'를 소개받아서 부듯하다. 다만, 서두에 적었듯이 이런 추천을 55명의 작가가 저마다 불쑥 내밀 텐데, 이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문제다. 그러니 아주 조심스레 아껴 가며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략 한 주에 인터뷰 한 꼭지만 읽는 식으로 해서 일년 독서 거리로 삼는 것도 한 가지 방법.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캐서린 부는 바로 다음 질문("가장 좋아하는 문학 장르는 무엇인가요? 죄책감을 느끼면서 즐기는 책이 있나요?")에 다시, 이번엔 여러 권의 책을 늘어놓는다. '저소득층 공동체에 관한 논픽션'이 좋아하는 장르라고 하면서, 벤 파운틴의 <빌리 린의 중간휴식 시간 동안 오래 걷기>, 주노 디아스의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 지트 테일의 첫소설 <나크로폴리스> 등을 '죄책감을 느끼면서 즐기게 되는 책'들로 주워섬기는 것이다.  

 

 

다행히 대부분 아직 번역되지 않았지만 예외적으로 <와일드>(나무의철학, 2012)는 번역돼 있다. 영화화까지 된 꽤 유명한 논픽션이다. 놓친 책을 재발견하는 즐거움과 당혹감을 동시에 맛본달까.

 

아무려나 결론은 이것이다. <작가의 책> 같은 책은 '독서 다이어트'의 최대 적이라고. 작가들의 은밀한 독서 편력 따위는 알고 싶지 않다고. 안 그래도 지금 당장 읽을 책, 읽어야 할 책이 얼마나 많은데, 55명이나 떼로 나서서 추천질을 하다니! 정말 꼴보기 싫은 책이다!..

 

16. 0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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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2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마지막 문단이 너무 재밌습니다!

그레이스 2021-01-2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책더미에 갇혀있는 저는 당분간 이 책을 멀리하고 싶네요.ㅋㅋ
 

이슬람 지역 여행이라면 여행 순위에서 많이 밀려나 있지만 책으로 하는 여행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최근에는 터키에 관한 책들도 구입한 이유인데(오르한 파묵의 영향이다) 톰 매킨토시-스미스의 <아랍,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봄날의책, 2016)도 같은 이유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 처음 소개되는 저자이기에 '이주의 발견'이기도 하고. 부제가 '이븐 바투타와 함께한 이슬람 여행'이다.

 

 

"700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독실한 무슬림 여행가와 얼치기 성공회 여행가가 엮어가는 한 편의 로드무비. 14세기의 모로코인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에 매료된 저자는 그 여행길을 좇아간다." 매킨토시-스미스가 따라간 이븐 바투타의 여행길을 따라가자면, 우리도 <이븐 바투타 여행기>(창비, 2001)을 지참하고 따라가야 할 듯싶다. 나로선 오래 전에 구입해놓은 이 책부터 찾는 일이 문제지만.

 

 

소개에 따르면 저자 "팀 매킨토시-스미스의 첫 책인 <예멘: 모든 것이 기록된 땅>은 1998년에 토마스 쿡 상과 데일리 텔레그라프 여행서적 상을 수상했고 지금은 아라비아를 이야기하는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이븐 바투타의 모험에 관해 쓴 삼부작은 한 권 한 권이 모두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았으며 이븐 바투타를 찾는 그의 여정은 BBC 텔레비전의 연작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전세계의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한다. '이븐 바투타 따라하기' 붐을 가져온 것인가. 여하튼 이번 책이 반응을 얻으면 삼부작의 나머지 책들도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그러길 바란다).

 

 

<이븐 바투타 여행기>는 그 자체로 방대해 따로 '가이드'가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이슬람 학자 데이비드 웨인스의 <이븐 바투타의 오디세이>(산처럼, 2011)가 그에 해당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이븐 바투타가 <여행기>에 남긴 기나긴 여정을 따라가면서 단순히 연대 순으로 정리한 것이 아니라 음식, 접대, 성(性), 기적의 경험, 의복, 수피즘 등 다양한 소재를 주제별로 짜임새 있게 묶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븐 바투타의 여행에 뒤따른 흥미로운 일화들에 저자의 친절한 서술을 더하면서 여행자가 경험한 당시 중세 세계를 흥미롭게 다가가도록 하고, 중세 시대의 종교.정치.사회.문화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더불어 언급할 만한 책은 얼마전에 나온 알리 바드르의 <한밤의 지도>(실천문학사, 2015)다. '한 이라크 망명 작가의 지중해 문명기행'이 부제인데, 이란, 터키, 알제리, 그리스를 여행하고 쓴 이 여행산문집으로 다름 아닌 이븐 바투타 상을 받았다 한다. 이라크인 저자의 책이 또 소개된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희귀해 보이기에, 특별히 관심을 둘 만하다. '한밤의 지도'를 펴놓고 책으로 하는 여행이라면, 우리는 바그다드를 거쳐서 그리스로 향한다...

 

16. 0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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