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강의자료를 만드느라 반나절을 보내고 잠시 한숨 돌리고 있다. 대학 안팎의 강사 경력도 이십년차에 접어드는지라 이제는 나름 베테랑에 속할 텐데, 가끔은 강의를 하는 것보다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보통은 내가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는 작가나 주제에 대해 강의할 때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어떻게 강의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가 않기에 책이나 논문을 읽어보는 걸로 '수강'을 대신한다. 바로 그런 용도의 책 두 권이 지난주에 나왔다. 저명한 문학이론가이자 마르크스주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문학강의를 담은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책읽는수요일, 2016)과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강의한 프랭크 터너의 <예일대 지성사 강의>(책세상, 2016)이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의 원제는 (직역하면) <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다. 진즉 원서를 구입해놓은 책이고, 잠깐 방청소를 하다가 이 원서도 눈에 띄어서 빼놓았다. 독서준비는 끝난 셈. 내지는 수강준비 끝.

"베스트셀러 <문학이론입문> 이후 30년 만에 출간된 새로운 문학 입문서로서,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기본 전략들을 알기 쉽게 안내한다. 셰익스피어부터 해리 포터까지 광범위한 작가와 작품을 다루며, '섬세한 읽기'를 통해 문학 읽기의 진정한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이글턴의 <시를 어떻게 읽을까>(경성대출판부, 2010)도 이미 소개된 지 오래인 책인데, 나는 구입만 해놓고 당장 시강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서는 미뤄놓았다. 사정이 또 달라져서 이번 봄에는 시강의도 하게 되었기에 이 또한 찾아봐야 하는 책이다. 여하튼 2월에는 아주 오랜만에, 예전 '문학이론' 선생님을 모시고(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을 나는 서너 번은 읽은 듯하다) 특별한 문학강의를 청해 듣는 호사를 누려봐야겠다.   

 

 

그리고 듣는 김에 예일대 지성사 강의도 청강해볼 참이다(수강료가 2만원 가량이군). 원서의 보급판은 이번 봄에 나올 예정이라 독서는 그맘때로 늦춰질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서양문명사와 빅토리아 시대 문화지성사가 전문 분야라 하고 상당히 많은 저작을 갖고 있는데, 2010년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한다. 지난해 나온 <예일대 지성사 강의>는 그의 마지막 강의를 엮은 유작이다.

"예일대 역사학자 프랭크 터너 교수가 지난 십수 년간 예일대에서 진행해온 지성사 강의를 새롭게 구성했다. 계몽주의의 서막을 알리는 루소에서부터 현대 철학의 시발점이 된 니체까지 유럽을 관통해온 지성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유럽의 사회와 정치, 이성과 감정, 종교와 과학, 자유와 국가, 인종과 예술 등의 다양한 주제를 통해 유럽 사상의 흐름과 그 맥을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게 고찰한다."

만약 읽게 된다면 두께 때문에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는 피터 왓슨의 <저먼 지니어스>(글항아리, 2015)도 같이 읽어볼 작정이다.

 

 

가끔 생각날 때 들춰보는 책인데, 피터 왓슨의 <생각의 역사1,2>도 여차하면 같이 참고해도 좋겠고. 지성사 쪽으로는 윌리엄 존스턴의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글항아리, 2008)도 참고문헌의 하나이지만, 예전에 지적한 대로 번역이 미덥지 않다. 이제 보니 절판되었는데, 개역판으로 다시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16. 0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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