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신학자이자 목회자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의 <도스토옙스키>(포이에마)가 다시 번역돼 나왔다. 원저는 1921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한국어판은 종로서적판(1983)으로 나왔었다. 나도 기억하고 있는 얇은 책으로 저자도 생소해서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었다(에드워드 카의 평전과 루카치와 지라르의 도스토옙스키론에 끌리던 때였다).

그간에 관심사나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이해가 달라져서 신학자들의 독해에도 흥미를 느낀다(당면한 관심사는 니체와 도스토옙스키의 관계를 해명하는 것이다). 게다가 투르나이젠의 <도스토옙스키>는 20세기초 최대 신학자 칼 바르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바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도스토옙스키라는 길로 인도한 사람은 투르나이젠이다. 그의 발견이 없었다면 나는 <로마서>의 초고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곧 투르나이젠의 <도스토옙스키>와 바르트의 <로마서>는 짝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비슷한 시기에 헤세 역시 도스토옙스키론을 쓴다. 니체를 포함하여 나는 독일 남부와 스위스 지역의 도스토옙스키 수용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 두 책의 한국어판을 같은 역자가 옮긴 점도 신뢰감을 갖게 한다. 문제는 <로마서>의 분량이 만만찮다는 점. 아직 장바구니에 있지만 조만간 ‘해결‘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도스토옙스키 강의도 내볼 계획이어서 더 미루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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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마르크스와 함께 투르게네프(1818-1883) 탄생 200주년이었다. 마르크스와는 달리 투르게네프의 경우에는 특별히 그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 책이 나오지 않았고 내심 기대했던 작품들의 새 번역본도 볼 수 없었다(아직 한달여 시간이 더 남았지만). 그러던 차에 뜻밖에도 산문시집의 새 번역본이 나왔다.

산문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투르게네프는 작가로서의 경력의 시작과 끝을 시로 장식했다. 그의 산문시들은 보들레르 산문시(<파리의 우울>)의 영향을 받아 쓰였으며 20세기 전반기에 일본과 한국에도 소개돼 호평을 받는다. 일찌감치 다수의 산문시가 번역되어 한국 근대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윤동주의 ‘투르게네프의 언덕‘이다(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쓴 글이 있다). 아마도 편수로 보자면 가장 많이 번역된 ‘시인‘ 후보가 바로 투르게네프다.

산문시집은 그간에 김학수 선생의 번역본이 두 종 나와 있는 상태였는데 이번어 조주관 교수의 번역본이 추가되었다. 아무래도 번역에 따라서 다른 질감의 시로 읽힐 수 있기에 투르게네프의 산문시를 음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부터도 다시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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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사아 학술총서로 거의 유일해 보이는 ‘슬라비카 총서‘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봄에 제임스 빌링턴의 <러사아 정체성>이 출간된 데 이어서 지난주에는 아델 마리 바커가 엮은 <러시아 소비하기>와 마틴 밀러의 <프로이트와 볼셰비키>가 한꺼번에 나왔다. 모두 책이 기획되는 과정을 지켜본 터라 손을 보태지 않았음에도 보람을 느낀다. 포스트소비에트 시기, 그러니까 1991년 이후 러시아 사회와 문화에 대한 고급 안내서로서 매우 유용한 책들이다.

가령 <러시아 소비하기>는 ‘포스트소비에트 러시아의 사회와 대중문화‘가 부제로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급변하는 사회상과 대중문화를 폭넓게 조망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또 <프로이트와 볼셰비키>는 ‘제정러시아와 소비에트연방에서의 정신분석‘ 수용과 배척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년에는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의 커리큘럼을 새롭게 짜보려고 하는데(포스트소비에트까지 포함하려 한다) 유익한 참고서들이다. 학술서의 출간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총서의 남은 책들도 무탈하게 출간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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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돌아와 서재의 PC로 적는 페이퍼다. 출국하는 날부터 상태가 안 좋았는데 핸드폰이 고장이 나서 긴급통화만 가능하고 카톡도 와이파이존에서만 된다. 핸드폰 상태만으로는 독일에 있을 때와 다를 게 없다(와도 온 게 아닌 것인가?). 



열흘간이었지만 밀린 책들이 또 적지 않다. 그 가운데, 러시아문학도 끼여 있어서 미리 '처리'한다. 언젠가 한번 소개한 바 있는 블라디미르 보이노비치의 <병사 이반 촌킨의 삶과 이상한 모험>(문학과지성사)이 드디어 나왔다(알라딘에는 영어판과 함께 스페인어판도 뜬다). 소비에트 풍자문학 대표작가의 대표작. 


"러시아 우화에 등장하는 '바보 이반'을 차용해 스탈린 체제하 소련을 그린 <병사 이반 촌킨의 삶과 이상한 모험>이 지하 출판에 이어 서방에서 출판되고, 보이노비치가 반체제 인사 탄압 저항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역시 반체제 인사로 분류됐다. 그는 감시와 협박에 시달리고 심지어 KGB의 독살 시도까지 뒤따랐으며, 끝내 국외로 추방당했다. 하지만 보이노비치는 어떤 상황에서도 펜을 꺾지 않고 부조리한 체제와 그 체제가 낳은 개인들의 위선에 끊임없이 성내고 대들며 소련 사회와 온갖 군상을 기록했다. 한 편의 부조리극 같은 현실을 코믹하지만 신랄하게 풍자한 <촌킨>은 보이노비치의 삶과 문학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풍자문학으로는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와 비교해볼 수도 있겠는데, 예술가소설과 민담류 소설이라는 게 차이점이라면 차이점. 20세기 러시아문학을 새로 강의한다면, 한 주를 할애해도 좋겠다 싶다...


18.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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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18-10-2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시자마자! 독일문학기행 잘 읽었습니다^^건강도 챙기십시오^^요즘 건강이 걱정되는 한분(!)이 있는데 선생님 걱정까지 되네요ㅋ 오래오래 건강히 뵙고 싶은 욕심에~

로쟈 2018-10-26 08:35   좋아요 0 | URL
아직은 괜찮습니다.^^
 

강의 공지다. 이진아도서관에서 10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에 ‘20세기 러시아 예술가소설‘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다. 이반 부닌과 나보코프, 그리고 파스테르나크의 작품을 읽는 강의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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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8-10-25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착하시자 마자 강의 공지~ 감사합니다^^

로쟈 2018-10-26 08:34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