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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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대담함, 명예, 대의명분을 위한 희생. 이 모든 것들은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남성성은 때로는 폭력성, 권위주의, 남성우월주의, ‘마초(macho)’ 등과 같이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도 한다. 페미니즘에 무지하면 사회 현상을 온전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존의 남성 중심 사고방식은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문제는, 젠더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남녀에 따라 극심한 격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여성 문제 인식에 대한 남성들의 문화 지체 현상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일부 남성들은 아직도 조선 시대에 살고 있다. 잘못된 남성성은 일상생활 속에 슬며시 스며들어 억압과 불평등을 양산한다. 맨박스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 속에 굳건히 뿌리 내린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어떻게 형성돼 발전하고, 나아가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상세하게 드러내 보인다.

 

강인한 정신으로 고정되는 남성성은 차별화의 도구로 전락한다. 남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은 여성, 동성애자를 억압하고 짓밟는 수단이 된다. 과거의 남성은 늘 강해야 하고 육아와 가사에는 관심이 없다. 남자들은 여자 앞에서 나약하고 슬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한다. 어렸을 때 눈물을 자주 보이면 어른들은 감성적인 여성이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어린아이에게나 있을 수 있는 유약한 태도라고 가르친다. 남자들은 사춘기 때 여자 같다는 놀림을 받기 싫어서 일부러 술, 담배를 일찍 배우는 위악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실은 슬픔에 대한 감수성을 잃은 남자들이야말로 비겁하다. 이들에게는 상대방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고 슬픔을 느끼는 힘이 없다.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방식을 잘 모른다. 강압된 남성성이라는 상자, 즉 맨 박스(Man Box) 안에서 성장한 남자는 이성과의 관계 맺기에 서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남자들이 여성과의 의사소통에 서툴고 폭력적인 모습까지 보이면서도 이를 정당화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여자와 손잡고, 키스하고, 마지막에 섹스하는 것으로 사랑이 표현된다고 남자들은 착각한다.

 

남자들도 소통과 교감에 대한 욕망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남자는 맨 박스 안에 숨어서 자신의 감정을 은폐한다. 어릴 때는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학창시절엔 남녀 간 소통이 배제된 폭력적 판타지인 포르노로 성에 눈을 떴다. 더 커서는 상명하복의 군대·회사 등의 조직으로부터 수직적 관계만을 배웠다. 이런 남자들이 정서적 친밀감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남자들은 정서를 교류하는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사회적으로 강요된 남성성을 따른다. 관계 맺는 상황에 서툴면 남자는 의기소침해진다. 남자들은 자신에게 약점이 있다고 느끼면, 감추려고 한다. 약점을 숨기기 위해서 강한 남자로 흉내를 내고, 여자와 거리를 두는 관심 결핍상태에 이른다. 관심 결핍에 빠진 남자들은 여성이 처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은 남자가 일으킨 여성 폭력이나 성범죄가 잘못된 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착하고 평범한 남자라서 그 일과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맨 박스의 저자 토니 포터는 남자들 스스로 솔직한 성찰과 고백을 표현하고, 여성과 함께 대안을 찾아갈 때 성폭력과 성차별이 근절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맨 박스에 갇혀 지낸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미숙한 행동에 대해 반성한다. 맨 박스에 살아왔던 남자들이 스스로 마음의 맨살을 보여준다면 남성성에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남성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사회적 권력을 유지하던 시대는 지났다.

 

 

남자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뭐냐면요. 여자에 대한 인식과 여자를 대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껏 몸에 깊게 밴 인식을 재정립해야 하는 거죠. 전 남자들이 어떤 이슈에서건 여자들의 의견과 생각. 제안, 충고를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을 남성만큼 존중할 때 우리는 남자가 우월하고 여자는 열등하다는 성차별주의를 뿌리 뽑을 수 있어요.” (123)

  

 

맨 박스강한 남성성이라는 외투를 입었던 남자로서 자성이 담긴 일종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강압적인 남성성에 의지하는 알량한 고집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까지 망가뜨린다. 남성과 여성이 본래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님에도 마치 원수처럼 산다면 인생의 큰 즐거움마저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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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0-07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우리나라에서 갑질이 가장 심한 연령대가 40~50대 남성이라고 하더군요. 무려 전체 신고의 98%였던 것 같아요. 한국 남자들 사회 구성원으로서 문제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cyrus 2016-10-08 20:23   좋아요 0 | URL
그 연령대 어른들은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미래에 중년층 구성원이 많아지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갑질을 부릴 수도 있어요.

yureka01 2016-10-07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폭력에 많이 노출되면 커서 폭력 휘두르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되죠.비슷한 이치겠죠.이걸 끊어낼 성찰이 필요한데...학교에서 ,,커서 군대에서...에휴...

cyrus 2016-10-08 20:25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폭력 문화가 예전에 비해서 사라졌다고 해도 어디선가 여전히 되물림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을 겁니다.

마립간 2016-10-08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인한 정신으로 고정되는 남성성은 차별화의 도구로 전락한다. ; 학벌의 서열화, 아파트(거주지)의 서열화, 직장(예 재벌 기업, 정규직)의 서열화 등도 같은 개념이죠.

페미니즘을 통해 사회개혁이 될지, 아니면 사회개혁을 통해 성평등을 이룰지. ;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겠죠.

cyrus 2016-10-08 20:29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는 현재 사회가 페미니즘을 통해 사회개혁을 시도하는 단계에 왔다고 봅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분위기가 식으면 과거의 문제점이 또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페미니즘 담론이 형성되고, 또 시간 지나면 열기가 가라앉는 반복된 패턴에 진전이 없습니다.
 

 

 

 

보름 전에 경주에 지진이 일어났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렇게 천재지변으로 세상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두고 겁탁(劫濁)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는 현실의 이 세계가 흐려지고 있다. 겁탁의 시대 속에 우리는 이성의 변별력이 둔화하고 급기야 불편한 진실들을 망각하면서 사는 것에 익숙해 있다. 어느 인터넷 방송 BJ는 생방송 중에 경주 지진 소식을 듣고도 채연의 흔들려라는 노래를 틀어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다음 태도가 더 문제였다. BJ는 지진 피해를 몇만 명 다친 것도 아닌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BJ는 그 날 지진의 공포로 불안에 떨고 있던 경주 시민들의 심정을 몰랐다. BJ의 무지한 발언에 일부 시청자들이 지적하자, BJ열혈 팬시청자들은 BJ를 옹호했다. BJ와 열혈 팬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들의 이기주의는 자연재난 상황이 볼거리또는 이야깃거리로 만들어버린다. BJ와 열혈 팬들은 편하게 집에 있으면서 남의 고통을 감상하는 관람자다.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여진을 간접적으로 겪은 사람들조차 무서운 실제의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인터넷, SNS 그리고 속보 뉴스는 자연재난의 공포를 알리는 데 한몫을 했다. 하지만 자연재난 참사를 재연하는 소셜미디어와 대중매체의 장면들에 익숙해지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공포‘그들이 경험한 공포로 느껴진다. 수잔 손탁은 실제의 참담한 현실과,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의 간극을 지적했다.

 

 

 

 

 

 

 

 

 

 

 

 

 

 

 

 

 

 

 

서경식은 현지 실상에 무감각해지는 인간의 심리를 동심원 패러독스로 설명했다. 우리나라보다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잘 마련한 일본 정부는 원전의 재앙을 뒤로 잊은 채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한다. 서경식이 생각하는 원전의 재앙은 다중의 뜻을 갖는다. 기본적으로 원전정책 자체가 잘못되었고, 원전사고 이후 참사의 심각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일본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는 안전 불감증을 불러온다. 일본 정부는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시민들을 안심시키려고 원전의 안전성만 부각한다. 재앙의 단편적인 실태를 전해 들은 시민들은 동심원 안에서 일어난 원전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원전 재앙이 발생한 지역, 즉 동심원 밖의 외곽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원전 재앙을 목격한 사람들보다 공포와 불안감을 덜 느낀다.

 

 

 

 

 

 

 

 

 

 

 

 

 

 

 

 

 

 

 

 

그렇지만 재앙의 근원 지역에 가까이 사는 사람들도 끔찍한 현실을 외면한다. 현실 회피성 인물의 모순된 심리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 아모스 오즈의 소설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에 나오는 스테파다. 그녀의 남편인 유대인 수학자 엘리샤 포메란스는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군을 피해 탈출하지만, 스테파는 귀를 뚫는 포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그녀는 고향을 떠나지 않기로 결심한다. 스테파의 태도는 소설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독일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의 그림자가 점점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도 망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프레모 레비는 편리한 진실이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환상이 고향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유대인들의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겁탁의 시대가 이어질수록 우리의 마음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것들의 힘을 잃는다. 일본이 대지진 이후로 마음의 동요에 시달리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조만간 일본과 비슷한 행보를 걷게 될지도 모른다. 행복할 줄만 알았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질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비관적인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도 많이 나올 것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이 사회의 구조는 비극들을 일상의 무대 뒤로 내쫓아내고, 기억하는 것조차 금기시한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사고 이후에 연민의 연대를 좌파 논리로 몰아세우는 폭력을 목격했다. 몇 개월 뒤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 같다. “지진이 일어난 지가 언젠데, 경주 사람들은 정부에게 피해 보상을 원하는 것일까?”, “우리 지역도 먹고 살기 힘든데, 정부가 경주만 편애하는 것 아닌가?” 피해 당사자들의 고통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어떤 식으로든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고통스러운 진실을 받아들이는 힘이 필요하다. 강상중이 말하는 받아들이는 힘이란 어두운 과거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잊고, 주어진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다. 용기를 내어 가혹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서경식의 생각과 유사하다. 죽음과 상실의 고통을 딛고 희망으로 전환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고통과 두려움이라는 터널을 통과해야만 긍정적 변모가 가능해진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만큼, 아니면 그 이상의 고통에 연대하는 한에서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것은 겁탁의 시대 속에서 사는 우리가 내면으로 치러내야 할 또 다른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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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28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고 방금도 재난문자 받았습니다.

세월호든 원전이든 지진이든 홍수는 당장에 내가 그 속에서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은 상존하거든요.....

cyrus 2016-09-28 17:16   좋아요 2 | URL
지금 제가 일터에 있어서 문자 보고서야 여진 사실을 알았습니다. 재난 문자 오는 게 귀찮다고 불평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으멱 좋겠어요. 그 사람들은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모릅니다.

yureka01 2016-09-2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지진이 심해지면 일상의 삶이 송두리째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 닥칠수도 있거든요..이젠 지진 노이로제 걸리겠습니다..너무 무섭습니다. 사실 마땅한 대비책이 없다는게 더 공포스럽거든요.

cyrus 2016-09-28 17:25   좋아요 1 | URL
지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마치 사회 전체 분위기를 흐리도록 조장한다는 식으로 보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안전하다고 거듭 주장하는데, 이제 그런 말들은 소용 없습니다.

나와같다면 2016-09-28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대하라.. 그리고 연대하라..

cyrus 2016-09-29 14:20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공감`이라는 말보다 `연대`라는 말이 좋게 느껴집니다. 이기주의 행태가 많아져서 그런지 우리 사회에 연대 의식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표맥(漂麥) 2016-09-28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고통... 저 책 은근 기억에 남더군요... 내공부족으로 리뷰 쓰다가 만 책...^^

cyrus 2016-09-29 14:21   좋아요 0 | URL
<타인의 고통>의 분량이 얇아도 문체와 전체적인 내용 분위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로 손탁의 책을 읽은 적이 없어요. 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6-09-2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겁탁... 덕분에 알게되어 찾아 봤습니다. ^^

오탁(五濁)의 하나. 본디 맑은 성(性)에 흐린 마음 일어남이 탁(濁)이고, 겁(劫)은 시절(時節)이니, 시절에 모진 일이 많아 성을 흐리게 하여 죄업(罪業)을 일으킴임. 곧 기근(飢饉)과 질역(疾疫)과 전쟁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일.

cyrus 2016-09-29 14:22   좋아요 0 | URL
`겁탁`이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단어라서 그런지 한글 워드에서는 오자로 떠요. 그래서 한글 워드 맞춤법 검사기는 `겁탁`을 `겁탈`로 수정하라고 하더군요. ^^;;

달걀부인 2016-09-29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통에 연대하는 한에서만, 희망을 말할수 있다. 이 문장으로 저는 오늘 수요일 하루 마감합니다. 무겁고 무력한 요즘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나눌 수 있으니 나쁘진 않네요. 고마워요.

cyrus 2016-09-29 14:28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연대의 중요성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냥 책상에 앉아서 생각만 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백남기 님의 분향소를 지키는 분들이야말로 진짜 연대 의식을 가지고 있고, 머리와 몸으로 실천하시는 분들입니다. 무력한 시간들이 지나가길 바랍니다.

:Dora 2018-06-2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지 않아야할 것들을 떠올리며 ㅈㅇㅇ 꾸욱~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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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올해가 6년 차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군복만 입으면 왜 이렇게 힘이 빠지는 걸까?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나무 그늘서 쉬고 있을 때였다. 내 옆에 있는 예비군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헝클어진 앞머리를 손으로 정리한 다음 바로 셀카를 찍었다. 훈련이 아닌 쉬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된다. 그런데 예비군 훈련장에 와서 셀카를 찍는 건 이해하지 못하겠다. 분명 SNS에 올리려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예비군 훈련을 맨 처음 받았을 때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쉬는 시간에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나와 함께 훈련 받는 친구가 찍은 셀카를 봤다. 그 날 내가 본 예비군들의 셀카 사진은 열 장 넘었다. 예비군 셀카의 기본은 군복 앞가슴에 부착된 전역 마크가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찍은 셀카를 SNS에 올리면 대부분은 ‘지금 예비군 훈련 중’이라는 글로 시작한다. 그다음에 ‘덥다, 배고프다, 얼른 끝내고 집에 가서 쉬고 싶다’ 식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이 남자들, 왜 이러는 걸까?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나? 남자들은 군대에 다시 가고 싶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군복만 입으면 태도가 달라진다. 자신들이 떳떳한 예비군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전역 마크와 소속 부대 마크는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를 상징하는 기호다. ‘나, 군대 다녀온 남자야!’ 셀카 사진을 통해서 군필자임을 공개한다. 예비군 교육장에 현역 군인들을 만나면 ‘말년 병장 코스프레’를 한다. 일단 예비역 군인들을 통솔하는 현역 군인의 계급을 살펴본다. 작대기 두 개 있는 일병이다. “선배님들, 일렬종대로 모여 다음 훈련장으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말년 병장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예비군들의 모습에 기가 죽은 건지 목소리가 작다. 그러자 예비군 한 사람이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짬밥 덜 먹은 놈이 우리에게 명령하잖아. 야! 너 군 생활 몇 개월 했냐?” 예비역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현역 군인에게 반말로 대한다.

 

대한민국 남자는 ‘군필자’와 ‘미필자’로 나뉜다. 남자라면 군대에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대가 ‘국방의 의무’가 ‘남자의 의무’가 되어버렸다.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와야지”라는 진부한 말은 미필자나 사회복무요원(舊 공익근무요원)의 심리를 위축한다. 공익 출신 예비군은 소속 부대 마크가 없는 군복을 입는다. 어차피 전역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부대 마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지 않다. 특별한 얘깃거리가 없으면 자신들의 소속 부대에 관한 대화를 나누지 다들 ‘동네 아저씨’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부 공익 출신 예비군은 소속 부대 마크가 ‘현역의 상징’이 아닌 ‘남자의 상징’으로 여긴다.

 

 

 

 

 

 

 

 

예전에 북한이 군사 도발에 대한 위험 수위를 높이고 있던 시기에 있었던 황당한 일이다. 군필자들은 느닷없이 자신들의 군복을 꺼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그들의 타임라인은 비장했다. ‘김정은 모가지 따러 갈 준비 완료’, ‘사격 실력 녹슬지 않았다. 지금도 국가를 위해서라면 총을 쏠 수 있다’ 식의 오글거리는 문구가 장식했다. 여기에 공익 출신 예비군이 ‘남자들만의 유행’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자신도 군복 인증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전쟁 나면 자신이 직접 나라를 지킬 테니 여자들은 안심하라는 식의 글을 올렸다. 그의 애국심에 감동한 지 타임라인의 ‘좋아요 수’가 천 개 넘었다. 그런데 그는 페이스북의 흔한 ‘관심종자’였다. 공익 출신 예비군이 현역 군필자로 속여서 사진을 올리는 게 문제였다. 그는 ‘나라를 지키는 애국자’ 그리고 ‘여자를 보호하는 용감한 마초’ 코스프레를 한 것이다. 오찬호의 표현을 빌리자면 ‘티 나게’ 애국하는 남자다.

 

군복은 남자들의 동질성은 증가시킨다. 특히 예비군 훈련을 할 때나 북한의 도발이 높아지는 시기가 되면 남자들의 눈에는 옷장에 쳐박아둔 군복이 멋있어 보인다. 그리고 군복을 입은 남자는 ‘용감한 개인’으로 변신한다. 군복을 입은 남자는 여자를 ‘보호받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들만의 세계인 군대를 잘 모른다고 무시한다. 이런 태도를 보일수록 군복 입은 남자는 ‘강한 남자’처럼 행동한다. 예비군 훈련이 귀찮더라도 훈련장에 오면 셀카를 찍는다. 자신의 ‘남자다움’을 보여주고 싶어서. 군복 인증은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가 만들어 낸 유치한 현상이다. 군복만 입는다고 해서 ‘애국 남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군복을 안 입은 여자들도 애국심이 있다. 남자들아, 치마폭에 돌을 주워 담아 싸움을 거든 아낙네들의 활약상이 빛난 행주대첩의 승리를 잊으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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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0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이젠 허세부릴 군복도 없는 퍠경의 남자가 된듯합니다...ㅎㅎㅎㅎㅎ
그러고 보면 한국남자들은 민방위 끝날때까지 불려 다녀야 하죠,,,,

cyrus 2016-09-01 18:11   좋아요 0 | URL
이제 여자들 앞에서 군대 영웅담을 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군대 얘기하는 남자들이 여자들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남자들이 ‘남자다움’을 드러내려고, 예비군 훈련 때만 입는 군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립니다. 군 입대하기 전에 저와 제 친구들은 최전방에 배치 받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그런 녀석들이 페이스북에 군복 사진을 찍어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평소에 언급하지 않던 애국심이 어디서 생겼는지 궁금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왜 그럴까용? 니미, 이젠 부릴 게 없어서 군복부림이구나... ㅎㅎㅎ

cyrus 2016-09-01 18:15   좋아요 0 | URL
제가 존경하는 교수가 군복 사진을 올린 제자들의 사진을 보고,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다, 젊음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식으로 칭찬의 댓글을 남겼어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교수님이 제자들의 허세에 깜빡 속으셨어요. 만약 제가 이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으면 페북 친구인 남자들한테 까였을 겁니다. 니가 뭔데 자신들 애국심을 가짜로 취급하냐고요, 심하면 ‘너 좌빨이지?’ 소리까지 들었을 거예요. ㅎㅎㅎ
 

 

 

 

 

 

 

 

 

 

 

 

 

 

 

 

 

 

 

 

오늘이 전태일의 생일이다. 그는 1948826일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태어났다. 청계천 7가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과 함께 분신한 그의 최후 때문인지 그를 서울 출신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1954년 대구를 떠나 서울로 올라왔으나 극심한 가난 때문에 제대로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지금은 폐교되어 사라진 남대문 초등공민학교(후에 남대문초등학교로 변경, 폐교되었음)에 편입하여 처음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학교생활은 전태일에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시간이었지만,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위한 노동 현장에 투신해야 했다. 1963년 대구의 청옥 고등공민학교(현재 명덕초등학교) 야간반에 잠시 다녔으나 이 또한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전태일이 남긴 메모 중에 존경하시는 대통령 각하로 시작되는 글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내려다 불발에 그친 탄원서다. 그래도 이 메모는 아주 중요하다. 대통령의 장기 독재집권과 인권탄압보다도 경제성장을 공적으로 더 앞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전태일의 메모는 여공과 미성년자들까지 흘린 피땀 위에 이뤄진 한강의 기적을 알 수 있는 생생한 증언이다.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조금도 못 받으며 더구나 2만 여명을 넘는 종업원의 90% 이상이 평균 연령 18세의 여성입니다. 기준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써 어떻게 여자에게 하루 15시간의 작업을 강요합니까? 또한 2만 여 명 중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연령 15세의 어린이들로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이들은 회복할 수 없는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인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 착하디 착하고 깨끗한 동심들을 좀 더 상하기 전에 보호하십시오. 근로기준법에선 동심들의 보호를 성문화하였지만 왜 지키지를 못합니까?

 

 

전태일의 분신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던 평화시장 여공들의 실상을 지식인과 정치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노동자들의 죽음은 전태일로 그치지 않았다.

 

 

 

 

 

 

 

 

 

 

 

 

 

 

 

 

 

 

1979년 신민당사에서 농성 중이던 YH무역 김경숙을 거쳐 박노해 시인이 손무덤이라는 시의 소재로 삼을 정도로 저임금과 장시간의 노동으로 시달리던 경동산업 노동자들의 89년 집단분신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죽음을 택해야만 했다.

 

전태일의 희생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함께 민주화에 기여한 것으로 뒤늦게나마 인정됐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태일 기념관을 세우자는 얘기가 나오면 그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여기서 말하는 그 사람들은 뉴라이트를 의미한다. 뉴라이트는 역사 교과서가 경제성장기의 노동운동을 조명하는 점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전태일의 분신을 박정희 시대의 폐해로 짚지 않는다. 전태일이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비관해서 자살했다고 주장한다. 전태일의 분신에 숭고가 붙고, 역사적 의미를 찾으려는 현재의 평가를 부정하고 나선다.

 

워마드는 전태일을 비하했다. 그들은 전태일의 분신을 모욕적으로 비하한 태일하라는 혐오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참고] 전태일을 모욕한 워마드의 행위는 전태일을 좌빨로 규정하여 무시한 일베의 행위와 다름없다. 1960년대 여공들은 낮은 연령과 여성, 가난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생활환경이 극히 열악했다. 전태일은 불평등한 노동구조 속에서 크게 고통받는 여공들의 모습에 가슴 아파했던 사람이다. 만약 전태일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여성 노동운동에 앞장섰을 것이다. 그의 여동생 전순옥은 오빠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어받아 평화시장 노동자 자녀들을 돌보는 탁아소와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공동체를 운영했다. 전태일은 당연하고 정당한 주장을 알리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말하지 못했고, 누구도 듣지 않았던 근로자들의 절망과 분노를 대변했다. 지금도 노동권은 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전태일이 꿈꾸었던 사람이 일할 만한노동현장은 아직 생기지 않았다. 여전히 죽음의 무게마저도 차별하는 땅에서 전태일의 업적을 외면하는 것은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다운 자유를 갈구한 그의 정신을 무시하는 일이다. 전태일 정신을 깎아내리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편하게 물려받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지를.

 

 

 

[참고] <넘지 말아야 선을 넘은 그녀들에게 인간의 도리가 있는가?>

(만화애니비평님의 글, 2016823일 작성,

http://blog.aladin.co.kr/775792147/8715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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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26 1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옛날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떻게 전태일 같은 사람을 조롱할 수가 있니?
도대체 그 근거가 뭐냐?
남녀를 떠나서 저질이다.ㅠ

cyrus 2016-08-27 14:10   좋아요 0 | URL
생각이 없고, 상대방을 비하해서 관심 받고 싶은 관심종자들입니다. 초딩부터 시작해서 어른까지 다양합니다.

루쉰P 2016-08-26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얼마나 주먹을 불끈 쥐었는지 모릅니다 시루스님의 글처럼 그는 여공들을 위해 일어서서 싸웠습니다
배고픈 여공들에게 자기 차비로 떡을 사준 후 걸어오기도 여러번 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에 대해 저렇게 말하는 자들은 용서할 수가 없네요

cyrus 2016-08-27 14:16   좋아요 0 | URL
학교 역사 수업에 전태일을 가르치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겁니다. 전교조 소속 선생님들이 전태일을 비중 있게 가르치겠지만, 거의 소수에 불과하죠. 그런데도 뉴라이트는 역사 교과서에 전태일을 빼고 이병철, 정주영을 넣으려고 합니다. 기업인들은 <전태일 평전>을 금서로 취급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 젊은 세대는 전태일이 누군지 모릅니다.

우끼 2016-08-26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태일 ㅠㅠ 아름다운 사람인데요..

cyrus 2016-08-27 14:17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yureka01 2016-08-27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진적일수록 아동과 여성, 노인들이 학대당하다 시피 저임금에 시달리는데,
전태일열사는 어린 여공의 처지와 저임금 장시간의 노동에 울분을 토로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린 여공들을 위해 죽어간 열사를,
˝셀프**˝이라는 표현을 보고 기절하는줄 알았습니다.

결국, 이는 뭔가 서로가 서로를 반목하게 만들고
서로를 혐오하게 만드는 왜곡몰이작전에 빠진거 아닌가 싶습니다.

심지어 안중근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정신마져 왜곡시키는 것을 보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은 뭔가에 휘둘리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ㅠ.ㅠ

cyrus 2016-08-27 14:21   좋아요 0 | URL
워마드가 만든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일베가 했을 법한 그릇된 행동을 버젓이 하고 있었어요. 몇 년 전부터 일베의 혐오발언, 상대방을 비하하는 행위 등 문제점이 부각되었을 때 제재를 했어야 했습니다. 일베 문제를 방관하는 바람에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ㅠㅠ

yamoo 2016-08-2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마드가 뭔가요? 그리고 뉴라이트들이 전태일을 비하하다니...
아, 진짜 짱나는 넘들입니다..게썅 소리가 절로 나는 넘들..

cyrus 2016-08-27 17:40   좋아요 0 | URL
워마드가 메갈리아에서 분리되어 나온 회원들이 조직한 여성우월주의 단체입니다. 남성혐오가 심한 곳입니다.

잠자냥 2016-08-2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유... 링크 타고 건너가서 문제의 글 대충 훑어만 봐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네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떠오릅니다. 메갈이니 워마드니(오늘 여기서 처음 알았습니다만) 페미니즘 운동에 찬물 끼얹는 행동 좀 고만했음 좋겠네요. 자신이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임을 모르는 사람들(전태일은 공돌이 그러니까 난 달라하는 사람들), 자신이 여자이면서도 메갈이나 워마드에서 저러고 있는 여자들 다 무뇌충들 같습니다.

cyrus 2016-08-29 12:57   좋아요 0 | URL
페미니스트마저 피곤하게 만드는 세력입니다. 워마드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빌려 써서 타자를 비하하고 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8-3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금의 편가르기 사태는 또 하나의 분열책동이 아닌가 의심합니다. 진보-보수-수구, 나이, 계층, 지역, 학벌 등등의 경로에 하나가 더 추구되어 이젠 남-녀로 분열되는 것이죠. 얼마나 좋겠습니까, 90%가 갈라져 싸우는 형국이...진짜 페미니즘이라면, 다른 인권운동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귀한 만큼 남 귀한 줄 알아야죠. 언제부터 페미니즘이 혐오주의로 바뀐 건지 모르겠네요.

극단적인 편가르기는 결국 `편`만 중요하고, 그 사람이나 단체의 과거는 중요하지 않은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솔직히 김종인 같은 사람이 뭐라고 민주당에 들어와서 실권을 잡고 좌지우지 할 수 있나요? 책사라는 점에서는 필요한 사람이란 생각도 하지만, 사실 이것도 적의 적은 나의 편이라는 논리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무식하면 용감하거니와, 이런 극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참 힘든 일이네요..

cyrus 2016-08-30 11:26   좋아요 0 | URL
편 가르기가 너무 편해서 문제입니다. 일단 먼저 적과 동지를 구분하면 되거든요. 동지들과 어울려서 동질감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아무 불편함 없이 살아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죠. 늘 비슷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동지 이외의 타자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합니다. 편 가르기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마저 피해를 주는 양상입니다.
 

 

 

여성혐오 셀프테스트 - 혹시 내 안에도 여혐의 씨앗이? (뉴스타파, 2016년 6월 30일)

http://newstapa.org/misogyny

 

 

※ 이 링크는 ‘친구 공개’ 설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좋아요’를 누르지 않아도 됩니다. 악플 청정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알라딘/북플에도 페미니즘이나 여성혐오를 인정하지 않은 회원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일은 페미니즘 관련 도서에 별점 테러를 한다든가 악평 같지 않은 악평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페미니즘 관련 글에 시비조로 남기는 댓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 꼴 보기 싫어서 전체 공개 설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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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3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8-17 0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건강씨앗이라네요..ㅎ

cyrus 2016-08-17 12:08   좋아요 0 | URL
제가 친하게 지내는 서재 이웃님들 모두 건강씨앗일 겁니다. ^^

rhkrdudgns12345 2018-08-0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혐 떡잎 입니다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