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권을 읽고 너무 오랜만에 8권을 읽었더니 시작부터 심각해서 놀랐다. 파순이 떠나지 않고 자언이 안에 있어. 게다가 무서운 계약을 맺고 마는데... 자언은 왜 공명에게 더 솔직하지 못할까. 자언의 생전의 생활이 얼마나 고달팠을지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이번 8권은 총컬러인데 너무나 다크한 장면이 많아서 화려한 색감을 즐기기 보다 긴장감에 몸을 부르르 떨기 바쁘다. 특히 열과 독한 약에 취해 며칠을 보내고 나서 처음 접하는 종이책이 이런 이야기라면 (왜 그랬어) 세상사 부질 없고 쉬고 싶고 놓고 싶고 으아... 하는 심정이 되어 버린다. 왜냐면 이야기가 꽤 정말 엄청 무섭기 때문이다. 도깨비 귀신 이런 것들이 총컬러로 나를 집어 삼키는 것만 같다. 이 책을 낮잠과 밤잠과 담날의 낮잠 사이에 봤는데(왜 그랬어) 꿈까지 연결해 꿔서 내가 읽은 건지, 본 그림인지, 꿈에서 본 건지 좀 헷갈리긴 하는데 너무 무서워서 재독은 못하겠다. 그래도 난 도명이가 좋고 자언이가 짠하고 파순이 너무 무섭고 다른 칼 귀신 뭐 그런애들, 작고 시끄러운 그나마 돕는 캐릭터인 귀신들도 다 무섭다. 이것들이 보이는 삶을 사는 (물론 두번째 인생이지만) 자언이는 얼마나 힘들것인가. 


뒷표지의 귀엽고 덜 무서운 만두 귀신(인줄 알았더만 송편동자래)은 본문엔 저렇게 소개만 나오곤 그 이야기는 없다. 9권을 봐야겠군. 이거 무서운데. 송편이나 만두나, 무섭거든요. 송편이나 만두를 하나만 먹는 사람 없잖아요. 게다가 모든 걸 봐서 다 알고 있다... 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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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11-20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만 먹는 사람 없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한 입에 만두 3개 먹을 수 있어요!

유부만두 2023-11-20 20:33   좋아요 0 | URL
여윽시, 마이 프랜드.
 

현암사 책 78쪽 찍기에 늦게라도 끼어본다. 

소세키 책 중에서는 <그후>를 제일 좋아하지만 그 책은 민음사 판으로 가지고 있음. 
그 다음이 바로 <마음>
슴슴하니 한가로운 산책길 풍경이다. 풀피리를 부는 화자와 짐짓 딴청하는 선생.
어깨 힘 빼고 스윽 스윽 내걷는 걸음처럼 문장도 별 티도 공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두부 같은 매력 소세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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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11-20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부 같은 매력~~~!
와, 유부만두님 비유!!

** 지난 번 저희 만두 이야기를 했었지요?^^:;
그 후 그 만두집 두 번 더 갔는데 갈 때마다 만두는 사이드, 쌀국수를 메인으로 먹고 왔답니다

유부만두 2023-11-20 18:47   좋아요 1 | URL
잘하셨어요. 만두는 사이드라는 데서 전 읽다가 멈칫, 하고 말았지만요. ^^

 

무엇보다 세상에서 독서를 제일 사랑했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천직이었다.

첫 문단을 읽자 단어들이 너무도 익숙하게 다가왔다.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

사실 나는 아마 기만을 바탕으로 한 픽션의 왕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에 편견이 생겼을 테지만 화자를 믿지 않듯이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믿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에게서도 결코 완전한 진실을 얻을 수 없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 말을 나누기 전에도 이미 거짓과 절반의 진실이 존재한다. 우리가 입은 옷은 몸의 진실을 가리지만 또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 옷은 직조이자 날조다.

히치콕이 그러기를 원했다기보다는 프로덕션 코드(1930년대에 제정되고 시행된 미국 영화 신검열 제도-옮긴이) 때문이었을 겁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는 인물을 영화에 등장시수 없었을 거예요."
"헤이스 규약 말이군요. 현실도 그렇다면 좋을 텐데요."

렉스 스타우트의 《요리사가 너무 많다》 페이퍼백이었다. 나는 고양이 이름을 네로(《요리사가 너무많다》의 주인공 탐정 이름-옮긴이)로 정했다.

사춘기를 열렬한 추리소설 독자로 보낸 탓에 나는 현실적인 삶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집으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날 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추리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지는몰라도 목덜미에 꽂히는 누군가의 시선이 거의 몸의 감각으로 느껴졌다.

일레인 존슨의 집 내부는 예상대로 지저분하고 먼지투성이였으며 사방에 책이 쌓여 있었다.

나는 후세에 영원히 남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순수문학 작가들이 늘 못마땅했다. 차라리 스릴러소설을 쓰는 작가들과 시인이 더 좋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질 게 뻔한 싸움을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사실 그런 건 없다네."
"뭐가요?" 내가 물었다.
"자네가 쓴 리스트 말이야. 완벽한 살인은 없어."
"소설에서요, 아니면 현실에서요?"
"둘 다. 늘 변수가 너무 많거든. 그 리스트에 뭐가 있었더라?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이 있었지?"

자넨 내게 살인을 소개했고, 또 독서를 소개했어. 그리고 내 삶은 나아졌지."

내가 이 회고록을 쓰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정확하게 기록해두고 싶다. 완전한 진실을 밑하고 싶다.
[…]
진부하다고? 나도 안다. 하지만 때때로 진실은 진부한 법이다.

내 죽음이 미스터리로 남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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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17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리만두

유부만두 2023-11-18 09:5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요새 좀 그쪽이죠?
 

미스터리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말컴 커쇼를 찾아온 FBI 요원 그웬은 그가 수년 전에 서점 블로그에 올린 리스트 "8 건의 완벽한 살인"에 대해 질문을 한다. 바로 그 리스트에 오른 클래식한 탐정 소설의 살인 사건과 비슷한 연쇄살인이 벌어진다고 했다. 미스터리 소설의 평생 덕후였으나 5년전 교통사고로 부인이 사망한 후 더 이상 범죄소설을 읽지 않는 커쇼는 수사에 협조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 범인은 아무래도 커쇼 주변인물인 것만 같다. 


소설의 2/3 정도 까지 정신 없이 읽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연쇄 살인 보다는 그 원본이 되는 8개의 소설들과 여러 다른 소설과 작가들이 언급되며 (배경도 서점이고) 독서광들끼리의 에너지가 폭발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범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정수', 즉 범죄소설의 거장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이다. 모방범이 사회적 밉상, 죽어야 마땅한 피해자를 택하고(작가 피터 스완슨의 히트작 제목이 '죽여 마땅한 사람들') 접근해 (고문 후) 죽이는 방식이 어쩌면 독자들이 소설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일 수 있겠다. 바로 직전에 읽은 호로위츠와 비슷한 구도이다. 범죄 소설을 너무나 좋아한/싫어한 나머지 범죄를 구상한다. 종이 위에 혹은 이 땅 위에. 그 범인을 잡기 위해 커쇼와 (사연 있는) FBI 요원 그웬, 전직 형사 마티 등이 그 8권의 책에서 찾은 원칙과 결말을 들고 협력한다. 커쇼의 친구이자 알콜 중독자, 펄프픽션 작가이며 그 서점의 건물주인 브라이언은 냉소적으로 완벽한 살인 따위는 없다고 말한다.  


알라딘 책 소개에는 그 8권의 책들이 나와있고 그 중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과 하이스미스의 소설이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그래서 초반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다. 책에 대한 책이라 즐겁게 읽으며 장바구니를 채웠지만 이 책의 여러 살인 현장에서 범인이 멀쩡하게 빠져나오는 경우가 허다해서 긴장감이 떨어지는데다 허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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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11-1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인범 찾기 전문 독자가 되실 껀가요?^^
요즘 범죄 소설물에 심취하셨군요.

<비밀의 계절> 소설 제목을 접하니 제가 1권만 읽었어서 제겐 아직 미제로 남아 있는 소설이네요.ㅋㅋㅋ

유부만두 2023-11-17 07:30   좋아요 1 | URL
범죄소설 중 이 책은 책에 대한 이야기라 골랐어요. ㅎㅎ 도나 다트는 소설을 너무 길게 늘여써서 선뜻 손이 안가요. 황금방울새 읽고 질렸거든요.

psyche 2023-11-22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은 줄 알았는데 내용을 보니 안 읽은 듯?
재미있겠다 하면서 보니 마지막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허술하다고.... ㅎㅎ 그래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유부만두 2023-11-22 09:07   좋아요 0 | URL
이건 패스하시고 호로위츠로 가세요!! 얼렁 가세요!!
 
[eBook] 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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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은 예상보다 강렬했지만 "책 안"에 머물러 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사랑해도 그 밖에 세상이 있고 "사람 있어요". 


액자 소설 구성의 책 속의 책 "맥파이 살인 사건" 의 피해자들도 소설 밖의 피해자(작가 앨런 콘웨이)도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미움을 받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죽음에 슬퍼하기는커녕 잘됐다,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저변에 깔린 여혐과 가부장제에 한숨이 나온다. 작가 콘웨이도 시리즈의 특이한 이름의 탐정 아티쿠스 퀸트를 증오해서 시리즈를 끝맺으며 그를 묻어버리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 탐정이야 말로 콘웨이가 대중의 사랑과 돈을 받는 이유였다.


살인 피해자들이 모두가 피하거나 없애버리고 싶어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설정은 애거서 클리스티를 연상시키고 모든 것을 아는 퀸트 역시 푸와로와 닮았다. (실제 인물들을 너무나 많이 품고 있는) 탐정 소설 원고 안팎을 넘나들며 독자/탐정/ 편집자로 활약하는 수전도 집착이 강한 인물이다. 하지만 수전은 푸와로처럼 도덕의 잣대를 멋대로 휘거나 꺾지 않는다. 


사실 수전이 (그리고 우리 독자들이) 진정 분노하는 점은 작가 콘웨이가 대중 독자들의 취향을 경멸하고 탐정 소설 장르를 멸시하며 자신이 다루는 소설 내 인물들을 소홀히 다루었고 이야기 소재에 대한 윤리 의식도 없고 따라서 그의 창작 활동이 퍼즐 풀기나 조립 이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가 시리즈 아홉 권이나 쓰는 동안, 심지어 그 유일한 '문학 작품'을 쓰는 동안 무엇을 바랐는지 생각하면 그의 문학관과 인생 철학이 얼마나 개똥인가 알게된다. 그러나 그 개똥이 폭로되어 그 속에 담긴 잔인하고 비열한 코드를 만나서, 돈과 시간과 마음을 쓰며 그의 소설을 읽었던 독자들이 똥물을 뒤집어 쓸 필요는 없다. 작가들이 뭐 그리 대단한 종자라고. 그들이 무얼 의도하고 숨기고 주장해도 소설 속 이야기들이 작가의 소유물은 아니잖아. (물론 저작권은 다른 문제. 이 소설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손자가 등장한다는 게 흥미롭다) 우리 독자는 우리가 알아서 우리의 취향과 판단을 소중히 여기며 우리식대로 읽고 씹고 맛보고 즐긴다고!!!! 


독자들이 읽는 게 그저 이야기, 재미, 하찮다 말하지 말라고. 이 주장을 온몸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외쳐준 수전에게 동료의식을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데 아, 안돼요. 이건 또다른 위험 표시. 작가 호로위츠가 이렇게 스마트하다고요. 그러니까 책 속의 이야기에 과몰입하지 맙시다. 힘들더라도. 진짜 힘들어도. 책 밖에 진짜 인생 있고요 다른 책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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