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이승원 옮김 / 창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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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버드는 사람에게 시간보다 잔인한 것이 없다는생각이 들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지독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 시간, 그러나 시간은 결코 처벌받는 일이 없다. 그는 프로그램은 쳐다보지도 않고 수없이 많은 고생으로 등껍질처럼 거칠은 노파의 손에만 눈길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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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라코쿠 (일인극+만담가) 40살 유부남 예인이 20살 여대생과 소소한 생활 미스테리를 해결하는 연작소설의 1권을 읽고 흉을 봤는데 어쩐지 다시 읽고 싶드라고요? 


그래서 다시 읽었는데, 역시 이 아저씨 너무 싫고, 화자가 20살 여대생인데 이건 그냥 50대 아저씨 작가의 환타지 캐릭터라서 '여자인 나는 귀엽지롱' 이러고 있다. 스무살 어린 여대생이 툭하면 아저씨에게 기대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라며 치즈 케익이랑 홍차를 먹는다. 마흔살 어린 애제자를 아끼는 인물에 대한 고사는 절절하고. 여대생이 책이나 취미는 완전 아저씨라 (그런데 난 그 부분에서 공감하고 있더라고?) 시리즈 3권을 만화책 보듯 후루룩 읽은 느낌이 든다. 왜 이 기타무라 가오루 책을 찾아읽었는가. 그건 요네자와 호노부의 '빙과' 만화를 죽 챙겨봤기때문에 작가가 '존경'한다는 기타무라 가오루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읽으면 실망하지만 또 불량식품 (아이스케키나 설탕물 잔뜩 바른 도넛 같은) 일본 라이트 노벨을 종종 손에 들게 된다. 문장이나 플롯은 너무 단순해서 책장은 빨리 넘어가는데 인물들이 책벌레라 인용되는 책, 서점, 도서관 배경이 정겹고 좋드라.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다 읽었다. 만화도 영화도 드라마도 다 챙겨 봤....) 


"가을에는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면 정말 멋있겠어요."

나는 미야모토 테루의 <금수>를 떠올리며 자오의 가을을 상상했다. 금수라는 글자는 비단으로 수놓인 가을로 바뀌어 상상의 산들을, 공기를, 세계 그 자체를 장식했다. (1권 하늘을 나는 말, 191)


도서관 신세도 자주 진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도서관에서 흰개미가 집을 갉아먹듯이 한 권 두 권 빌려와 읽고 반납하고, 읽고 반납하고 했다. (2권 밤의 매미, 50)


'하지만 모든 소설이 대의만을 이야기할 때 소설은 이미 죽은 것'이라는 낯간지러운 말도 했다. (2권 밤의 매미, 59)


나는 평정심을 잃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수치스러움의 연속이다. (2권 밤의 매미, 66) -> 다자이 오사무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여대생 화자는 졸업 논문 주제로 아쿠타가와를 꼽는다. 플로베르 보다는 아쿠타가와라며. 


찻잎을 좀 많이 넣어서 차가 진해졌다. 더운 날 뜨거운 차를 마시는 걸 나는 좋아한다. (2권 밤의 매미, 224)



그리하여, 기타무라 가오루의 '엔시 시리즈' (엔시가 라코쿠 예인 40살 유부남)를 다 읽었는데, 뭐 그냥 그랬다는 결론. 그나마 1권이 제일 낫고 2권은 사건 전개 해결이 심한 어거지였다. 3권은 의외로 엔시 아저씨가 안나와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마지막에 다 휘젓고 다녀버려서 정을 완전히 뗄 수 있었다. 3권은 생활의 소소한 미스테리가 아니라 살인 사건이 벌어져서 앞의 두 권보다 무거운 분위기이다. 그래도 고등학생들 이야기라 더 빙과 시리즈가 생각났다. 한 목숨이 사라졌는데 '속죄'가 가능할까. 이해와 용서가 이렇게 금방 올 수 있을까.  


시시하다고 투덜대놓곤 호노부 책 검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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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4-17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시하다고 투덜대놓곤…. ㅋㅋ 저두요, 넘 대중적이구만 이러고…… 다른 책 뭐 있나 찾아봤습니다

유부만두 2022-04-18 11: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비타님도 그러시군요.

힘들어서 그런가, 지친 몸엔 그냥 쉬고 싶은 요즘이에요. 그래서 쉬운 책만 들추고 있어요.

기억의집 2022-04-17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십대와 이십대… 완전 혐오 커플입니다. 윽!!!! 갑자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 생각나네요. 깨끗하고 깔끔하게 끝나서 좋았어요. 러브 라인 들어갔으면 끝까지 안 볼 드라마였는데!!! 이 작가의 리셋은 읽었는데 나이 드니 이런 해괴망측한 커플을 내놓네요…

유부만두 2022-04-18 11:20   좋아요 1 | URL
혐오죠. 읽을수록 아저씨 작가의 판타지가 노골적이라 ..
이 시리즈는 1권만 괜찮았어요. 나머진 그닥
 

정석적인 일본 스릴러 소설이다. 잔인한 장면 보다는 특정한 캐릭터 설정에 공을 들였다. 자존감 혹은 자만심이 큰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 이러 저러한 행동을 할 법하다, 라고 공식을 반복하고 아주 사소한 하나의 실수로, 너무 이른 안심으로 무너지는 범죄 설계를 강조하고 있다.  반전이라고 할 만 한 변화가 두어 번 나오는데 예측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남편의 외도를 알리는 내연녀의 전화로 흔들리는 37살 쿄코의 생활. 부유한 그녀의 완벽한 생활은 어쩌면 속으로 이미 망가져 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과연 그 내연녀는 누구인가. 남편의 진심은 무엇인가, 쿄코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그런데 소설 맨 앞에 나오는 소박한 할아버지는 ....  


인물들 하나 하나 다 비호감이지만 대립각을 세우는 형사 토다와 쿄코 중 쿄코를 그나마 응원하게 된다. 읽는 재미가 대단하다. 낡은 플롯의 소설이지만 일요일을 홀랑 잡아먹었음. 


(왜 앞표지 대신 뒷표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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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4-17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혹해서 검색해보니 품절이네요!!!

유부만두 2022-04-18 11:22   좋아요 1 | URL
저도 알라딘 서재에서 추천글을 통해서 알게 된 책이고요,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어요. 정석적인데도 아주 재밌더라고요. 추천합니다.
 

엘리자베스에게 이용 당하고 최악의 선택을 한 과학자.

Ian fit the stereotype of the nerdy scientist to a T. He wore a beardand glasses and hiked his pants high above his waist. He could spendhours on end analyzing data and took copious notes documentingeverything he did at work. This meticulousness carried over to hisleisure time: he was an avid reader and kept a list of every single book he‘d read. It included Marcel Proust‘s seven-volume opus, Remem-brance of Things Past, which he reread more than once.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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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3-29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글도 북플에서 밑줄긋기 하면 글자가 붙어 나와서 뭔 소린가 하는데 영어가 그러니까 더 웃겨요. ^^;; 암튼, 잘 지내시나요?

유부만두 2022-03-29 17:57   좋아요 0 | URL
ㅋㅋ 따로 조정을 안했더니 아버지가방에들어가셨어요
네 잘 지내요. 학기 초에 바쁜일도 겹쳐서 또! 뜸하고 있어요;;;

몰리 2022-04-18 0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전부를 한 번 이상 읽은 실리콘 밸리의 과학자?! .... 이거 실화냐, 하게 됩니다. 논픽션이니 실화긴 실화겠지만, 그렇다면 이 책 다 읽었음은 거의 CV에 올려도 되는 것이었!

유부만두 2022-04-18 11:24   좋아요 1 | URL
CV에 안 올려도 주위사람들에게 자랑은 했겠죠? 그러니 그에 대한 묘사에 (전형적 사이언스 너드) 프루스트 독서이력이 빠지지 않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잃시찾, 독서는 꼭 칭찬으로만 쓰이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직 읽는중이라 전체 리뷰는 아니다. 1/3쯤 읽었는데 뉴스에서 접한 의료기기 사기범 '주인공' 엘리자베스 홈즈의 대범함이랄까, 걱정되는 수준의 쇼 말고도 특정 계층의 큰 사업 벌이는 '기본 바탕'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내 돈이 없어도 주위의 투자자를 끌어오는 능력(이라고 쓰자니 부정적인 느낌이 덜 해서 조심스럽다)은 아무가 갖고 있지 않다. 홈즈는 미국의 진짜 대형 부자들, 기업을 상대로 뻥을 쳤다. 이 책에서 나오는 돈의 단위는 억, 도 아니고 십억에 해당하는 밀리언,도 그냥 밀리언이 아니라 텐스 오브 밀리언, 헌드레즈 오브 밀리언이다. 알라딘 천원 쿠폰 꼼꼼하게 챙기는 내겐 그저 우어어... 투자자나 스톡 옵션으로 테라노스에 들어온 사람들이 이상한 낌새를 채면 홈즈는 바로 해고하거나 입을 막는다. 쇼 머스트 고우 온. 정확한 결과로만 승부하는 과학에 돈계산이 더해지고 희망, 기대 그리고 비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도 있게, 있다고 믿게 만든다. 


책에는 홈즈 말고도 더하면 더했지 절대 평범하지 않은 주변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실은 그 부분이 더 흥미롭다. 홈즈는 뭐랄까, 기이한 인물이고 그 동업자도, 거래처 Dr.J도, 특히 옆집 아저씨 Fuisz 도 다 신기한 인물들이다. 홈즈네 가족과 친한 Dr. Fuisz는 의료분야 사업가로 이미 성공한 사람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 이렇게 악착같이 집요하게 굴어야 돈을 모으겠구나 싶고 Fuisz에 밀리는 홈즈가 조금은 딱해보이기도 한다. 5장/이웃 부분만 읽어보셈. 여기 알라딘에 모여서 책 사서 읽고 독후감 올리며 땡스투로 상부상조하는 우리 말고 저어기 딴 세상에는 막 밀리언, 빌리언 달러가 오가고 드림 컴 트루를 외치면서 사업들을 한다구요! 


영어는 매우 평이한 문장이다. 며칠 전에 읽은 해리 보슈보다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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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3-23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마지막 문단 압권입니다!!!!!

유부만두 2022-03-23 18:59   좋아요 1 | URL
^^;;; 영어 문장은 안어렵더라고요. 걱정한 거보다 과학 이야기도 많이 안나와요. 근데 비리 캐는 이야기라 사람 흉보는 게 많아 읽으면서 피곤해져요.

새파랑 2022-03-23 2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한정 평이한거라는 강한 예감이 듭니다 ^^ 원서 읽으시는거 너무 부럽고 대단한거 같아요~!!

유부만두 2022-03-24 08:01   좋아요 2 | URL
원서 읽기는 습관 들이기랑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전 미국에서 오래 살며 학교도 다녔어요. 그래서 영어책 읽기에 덜 부담을 느끼나 봅니다. ;;;;

이런 논 픽션 고발식 르포 책이 문학 보다는 더 읽기가 쉬워요. 만약 새파랑님께서도 영어책 읽기에 도전하신다면 소설 보다는 논픽션을 추천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읽히긴 하지만 복장이 터지니 조심하셔야해요. ^^

바람돌이 2022-03-24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액수가 커지면 딴세상 얘기라 감흥이 없다는..... 오히려 땡스투 몇백원에 울고웃는 사소한 인간이지말입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2-03-24 13:36   좋아요 1 | URL
맞아요. 큰 액수는 와닿지가 않으니까요. 책으로 환산해 버릇하니까 이게 책 몇 권인가 세보다가 포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