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라코쿠 (일인극+만담가) 40살 유부남 예인이 20살 여대생과 소소한 생활 미스테리를 해결하는 연작소설의 1권을 읽고 흉을 봤는데 어쩐지 다시 읽고 싶드라고요? 


그래서 다시 읽었는데, 역시 이 아저씨 너무 싫고, 화자가 20살 여대생인데 이건 그냥 50대 아저씨 작가의 환타지 캐릭터라서 '여자인 나는 귀엽지롱' 이러고 있다. 스무살 어린 여대생이 툭하면 아저씨에게 기대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라며 치즈 케익이랑 홍차를 먹는다. 마흔살 어린 애제자를 아끼는 인물에 대한 고사는 절절하고. 여대생이 책이나 취미는 완전 아저씨라 (그런데 난 그 부분에서 공감하고 있더라고?) 시리즈 3권을 만화책 보듯 후루룩 읽은 느낌이 든다. 왜 이 기타무라 가오루 책을 찾아읽었는가. 그건 요네자와 호노부의 '빙과' 만화를 죽 챙겨봤기때문에 작가가 '존경'한다는 기타무라 가오루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읽으면 실망하지만 또 불량식품 (아이스케키나 설탕물 잔뜩 바른 도넛 같은) 일본 라이트 노벨을 종종 손에 들게 된다. 문장이나 플롯은 너무 단순해서 책장은 빨리 넘어가는데 인물들이 책벌레라 인용되는 책, 서점, 도서관 배경이 정겹고 좋드라.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다 읽었다. 만화도 영화도 드라마도 다 챙겨 봤....) 


"가을에는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면 정말 멋있겠어요."

나는 미야모토 테루의 <금수>를 떠올리며 자오의 가을을 상상했다. 금수라는 글자는 비단으로 수놓인 가을로 바뀌어 상상의 산들을, 공기를, 세계 그 자체를 장식했다. (1권 하늘을 나는 말, 191)


도서관 신세도 자주 진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도서관에서 흰개미가 집을 갉아먹듯이 한 권 두 권 빌려와 읽고 반납하고, 읽고 반납하고 했다. (2권 밤의 매미, 50)


'하지만 모든 소설이 대의만을 이야기할 때 소설은 이미 죽은 것'이라는 낯간지러운 말도 했다. (2권 밤의 매미, 59)


나는 평정심을 잃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수치스러움의 연속이다. (2권 밤의 매미, 66) -> 다자이 오사무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여대생 화자는 졸업 논문 주제로 아쿠타가와를 꼽는다. 플로베르 보다는 아쿠타가와라며. 


찻잎을 좀 많이 넣어서 차가 진해졌다. 더운 날 뜨거운 차를 마시는 걸 나는 좋아한다. (2권 밤의 매미, 224)



그리하여, 기타무라 가오루의 '엔시 시리즈' (엔시가 라코쿠 예인 40살 유부남)를 다 읽었는데, 뭐 그냥 그랬다는 결론. 그나마 1권이 제일 낫고 2권은 사건 전개 해결이 심한 어거지였다. 3권은 의외로 엔시 아저씨가 안나와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마지막에 다 휘젓고 다녀버려서 정을 완전히 뗄 수 있었다. 3권은 생활의 소소한 미스테리가 아니라 살인 사건이 벌어져서 앞의 두 권보다 무거운 분위기이다. 그래도 고등학생들 이야기라 더 빙과 시리즈가 생각났다. 한 목숨이 사라졌는데 '속죄'가 가능할까. 이해와 용서가 이렇게 금방 올 수 있을까.  


시시하다고 투덜대놓곤 호노부 책 검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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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 2022-04-17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시하다고 투덜대놓곤…. ㅋㅋ 저두요, 넘 대중적이구만 이러고…… 다른 책 뭐 있나 찾아봤습니다

유부만두 2022-04-18 11: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비타님도 그러시군요.

힘들어서 그런가, 지친 몸엔 그냥 쉬고 싶은 요즘이에요. 그래서 쉬운 책만 들추고 있어요.

기억의집 2022-04-17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십대와 이십대… 완전 혐오 커플입니다. 윽!!!! 갑자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 생각나네요. 깨끗하고 깔끔하게 끝나서 좋았어요. 러브 라인 들어갔으면 끝까지 안 볼 드라마였는데!!! 이 작가의 리셋은 읽었는데 나이 드니 이런 해괴망측한 커플을 내놓네요…

유부만두 2022-04-18 11:20   좋아요 1 | URL
혐오죠. 읽을수록 아저씨 작가의 판타지가 노골적이라 ..
이 시리즈는 1권만 괜찮았어요. 나머진 그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