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atea: A Short Story (Hardcover)
매들린 밀러 / Ecco Pres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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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셀” 피그말리온의 우윳빛깔 대리석 여인 갈라테아 이야기.

현실의 여자들을 혐오하며 만든 순수 완벽 여인, 그 여인이 “인간”이 되었을 때 피그말리온이 제일 먼저 한 일이 뭘까? 그는 무엇을 간절하게 원하며 비너스에게 빌었을까? 바로, 육체를 가진 여인과의 결혼! 하지만 부인이 독립적인 “인간”이라는 것은 부정한다. 그는 인생의 동반자를 원한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고 부리고 주인 대접을 원했다. 대리석 여인의 탄생 순간을 못잊는 나이든 조각가의 집착어린 행동은 끔찍하다. 그는 갈라테아를 윽박지르고 급기야 가둬버리는데 <누런 벽지>와 피츠제랄드도 생각난다.

여혐 신화를 다시 쓴 매혹적 단편. 결말은 아쉬움이 남지만 여성의 침묵 위의 흔한 마무리 happily ever after 를 부순 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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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에 올라가기 직전 여름, 마거릿네 가족은 뉴욕 맨허튼에서 뉴저지로 이사한다. 뉴요커 친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지만 아파트 대신 마당이 있는 교외지역에서 새 친구들도 사귀며 적응하는 마거릿. 주말이면 교회나 시나고그로 가서 신앙 생활을 하는 “평균” 미국인과 다르게 마거릿의 가족은 무교다. 그래서 자유롭게 혼잣말 처럼 (어쩌면 상상친구 대하듯, 안나가 일기장에게 하듯) 마거릿은 하느님께 속내를 털어놓는다. 개신교 집안 엄마와 유대교 집안 아빠가 결혼 이후 각자의 가족과 어떤 갈등과 결별을 겪어왔는지, 친구 오빠의 친구를 보면 맘이 어떤지, 같은 반의 키크고 성숙한 친구에게 갖는 묘한 적대감은 어떤 느낌인지.


실은 6학년 마거릿은 2차 성징과 터져오르는 호기심을 온 몸과 맘으로 또래들과 아슬아슬하게 겪는 중이다. 이것만 해도 버거운데 종교와 신앙을 학교에서 탐구 주제로 삼아 교회나 시나고그를 갔더니 열렬하게 전도하는 사람들, 양가 조부모님들은 흡사 종교 전쟁을 시작하는 것 같고, 주위의 남학생들의 저질 행동과 소문은 참기 어렵다. 마거릿의 나날은 바람 잘 날 없이 태풍 속으로 착착 걸어가는 것만 같다. 솔직히… 이 책은 부모들 마음을 조마조마 꽤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는데…

이 책은 6학년 아이의 생활 속, 마음 속, 몸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모습을 위험하리만치 직설적으로 그려내지만 그 해법을 강요하지도, 뻔한 화해를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그 덕에 어린이/청소년책의 대가 주디 블룸의 1970년 (미국) 최우수 어린이 도서는 위험한 책 “금서”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책의 마지막에도 마거릿은 온갖 갈등의 원인을 거의 그대로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어른도 마거릿에게 섣부른 조언을 할 수 없다. 대신 아이의 힘을 믿고 지켜보자고 생각하며 불안감을 조금은 내려놓는다.

드디어 이 책이 53년이 지나서 영화로 나온단다.



내가 하느님에게 실제로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엄마아빠는 아직 모른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하느님에게 말을 건다는 이야기를 하면 두 분은 내가 광신도나 된 줄 아실 거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걸 비밀로 했다. 나는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도 하느님에게 말할 수 있다. 그래야 할 때에는, 엄마는 ‘하느님‘ 이란 사람들의 멋진 착상이라고 말한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 P28

하느님, 거기 계세요? 저 마거릿이에요. 교회에 갔다 왔어요. 하느님, 그 곳에서도 특별한 것을 느끼지 못했어요. 뭔가 느끼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저에겐 왜 그곳이 하느님과 별관계가 없는 것같이 느껴질까요? 다음번에는 더 열심히 노력할게요.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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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4-22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하나님에게 혼잣밀이라요. 이건 극도의 신심이 아니면 불가능한데ㅋㅋㅋㅋㅋ 저 이 책 찾아봐야겠어요^^

유부만두 2023-04-23 11:19   좋아요 0 | URL
신심... ㅎㅎㅎㅎ
어린이 도서지만 타부를 정면에서 다루는 책입니다. 추천해요!
 

십여 년 외교관 경력을 뒤로하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 저자는 현 일본의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부럽다고 2017년 한 책소개 방송에서 말했다. 하지만 이 책은 17-19세기 중반의 다이내믹한 에도 시대의 경제적 변화와 개혁이야말로 일본이 근대 역사의 “우등생”이 된 배경임을 보여준다.
에도 막부 260년 정치적 평화 시기(.. 다른 일본사 책 보니까 아니네.. 하긴 어느 나라가 260년 동안 내란 등의 갈등이 없겠나)의 일본 경제 사회 문화사를 풍부한 사진 그림과 함께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미야베 미유키 에도 시리즈를 떠올리면서 조닌과 상인, 화폐와 참근교대제 부분을 읽었다. 바로 이 시기가 메이지 유신을 위한 오랜 빌드업이었던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부분을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잘 배울 수 없었던 건 세계사 수업의 동양사 17세기 이후는 기말고사 전에 급하게 정리하기 때문이리라. 일부러 무시하거나 외면한 게 아니라.
맺음말에서 역사 의식과 ‘억울’에 관련된 국민(성) 차이, 제국주의 열강의 외교 체결 ‘사정’, 일본의 역사교육에 대한 저자의 너그러운 의견 등은 정리되지 않은 저자의 갑갑한 마음의 반영으로 보인다. 일본은 남탓 안하고 자신을 바꾸어서 해냈다, 로 읽혀서 과연?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면 나의 오독인가. 게다가 저자의 이력 만큼이나 색다른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 많아 읽으면서 여러번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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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헤테로 백남의 뜨겁고 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새드 엔딩인) 브로맨스 이야기. 터프 으리남 탐정 말로가 그의 찐사랑, 영국 출신 우아 매력남(기혼) 레녹스와 다른 세 명의 죽음과 그 진실을 파헤친다. 과연 레녹스는 누구였던가? 아아, 그는 갔지만 키다리 말로는 그를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네버 세이 굿바이! 처절하게 고뇌하는 말로. 이 마흔 후반의 뜨거운 나성 탐정의 품을 향해 800만불 자산의 미녀, 초인기 베셀 작가 부부(둘다)는 달려든다. (거의) 모든 중년 남자들의 변치않는 꿈과 망상을 담은 일천구백오십삼년작 판타지 로맨스, 하루키 상의 영원한 롤모델을 직접 만나보세욥. 손에는 김릿 한 잔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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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4-14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모르긴 해도 작품보다 유부만두 님 페이퍼가 더 재미날 듯합니다. ^^
마지막에 한 마디 보태셨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개봉박두!˝ ㅋㅋㅋ

유부만두 2023-04-14 23:58   좋아요 1 | URL
ㅎㅎ 이미 1973년에 영화 나왔어요. 엘리엇 굴드(바바라 스트라이젠드 전남편)이 약간 까불대는 말로를 연기했지요. 심지어 이 말로는 고양이도 키우고 옆집엔 요가하는 히피 여인들이 사는 설정이 추가됐어요. 깡패 부하3 쯤으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대사 없이 덩치로 어색하게 나오고요. 결말을 꽤 많이 바꿨는데 그건 그대로 재밌더군요. 하지만 소설의 애틋한 브로맨스는 덜 두드러지지만요. 뭣보다 소설은 하루키의 원본을 만난 기분이고요. 어느 나른한 여름날 저녁에 술한잔 하시면서 읽으시면 멋진 판타지를 경험하실듯 합니다.
 

1983년, 소도시의 현숙이 신입생으로 몇달간 겪은 대학 내 혼란과 불신, 긴장, 우정, 그리고 진실과 거짓의 조각들이 아쉽지만 투박하게 묶여있다. 역사의 흐름과 사건을 중심에 놓느라 인물들의 관계나 고민이 급하게 단정되는 느낌이다. 그때 중학생이었던 내게도 간접 경험으로 익숙한 이야기라 (엉뚱하고 미안하게)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책말미의 2016년 겨울과 그 이듬해 봄 이야기를 2023년 봄 지금 읽자니 씁쓸하고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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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4-14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였군요? ^^ 소설인 줄 알았는데… 83년의 대학은 그럴만 하네요.. :)

유부만두 2023-04-15 18:11   좋아요 0 | URL
네, 그림은 고형주 작가입니다. ^^
83년의 인물들이 책 말미 2016년에 재회하는데 맘이 짠하고 또 답답하고 그랬어요.

페넬로페 2023-04-15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억 샘솟네요, 뿜뿜!

유부만두 2023-04-15 18:1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어요. 뿜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