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에 올라가기 직전 여름, 마거릿네 가족은 뉴욕 맨허튼에서 뉴저지로 이사한다. 뉴요커 친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지만 아파트 대신 마당이 있는 교외지역에서 새 친구들도 사귀며 적응하는 마거릿. 주말이면 교회나 시나고그로 가서 신앙 생활을 하는 “평균” 미국인과 다르게 마거릿의 가족은 무교다. 그래서 자유롭게 혼잣말 처럼 (어쩌면 상상친구 대하듯, 안나가 일기장에게 하듯) 마거릿은 하느님께 속내를 털어놓는다. 개신교 집안 엄마와 유대교 집안 아빠가 결혼 이후 각자의 가족과 어떤 갈등과 결별을 겪어왔는지, 친구 오빠의 친구를 보면 맘이 어떤지, 같은 반의 키크고 성숙한 친구에게 갖는 묘한 적대감은 어떤 느낌인지.


실은 6학년 마거릿은 2차 성징과 터져오르는 호기심을 온 몸과 맘으로 또래들과 아슬아슬하게 겪는 중이다. 이것만 해도 버거운데 종교와 신앙을 학교에서 탐구 주제로 삼아 교회나 시나고그를 갔더니 열렬하게 전도하는 사람들, 양가 조부모님들은 흡사 종교 전쟁을 시작하는 것 같고, 주위의 남학생들의 저질 행동과 소문은 참기 어렵다. 마거릿의 나날은 바람 잘 날 없이 태풍 속으로 착착 걸어가는 것만 같다. 솔직히… 이 책은 부모들 마음을 조마조마 꽤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는데…

이 책은 6학년 아이의 생활 속, 마음 속, 몸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모습을 위험하리만치 직설적으로 그려내지만 그 해법을 강요하지도, 뻔한 화해를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그 덕에 어린이/청소년책의 대가 주디 블룸의 1970년 (미국) 최우수 어린이 도서는 위험한 책 “금서”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책의 마지막에도 마거릿은 온갖 갈등의 원인을 거의 그대로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어른도 마거릿에게 섣부른 조언을 할 수 없다. 대신 아이의 힘을 믿고 지켜보자고 생각하며 불안감을 조금은 내려놓는다.

드디어 이 책이 53년이 지나서 영화로 나온단다.



내가 하느님에게 실제로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엄마아빠는 아직 모른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하느님에게 말을 건다는 이야기를 하면 두 분은 내가 광신도나 된 줄 아실 거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걸 비밀로 했다. 나는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도 하느님에게 말할 수 있다. 그래야 할 때에는, 엄마는 ‘하느님‘ 이란 사람들의 멋진 착상이라고 말한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 P28

하느님, 거기 계세요? 저 마거릿이에요. 교회에 갔다 왔어요. 하느님, 그 곳에서도 특별한 것을 느끼지 못했어요. 뭔가 느끼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저에겐 왜 그곳이 하느님과 별관계가 없는 것같이 느껴질까요? 다음번에는 더 열심히 노력할게요. - P10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3-04-22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하나님에게 혼잣밀이라요. 이건 극도의 신심이 아니면 불가능한데ㅋㅋㅋㅋㅋ 저 이 책 찾아봐야겠어요^^

유부만두 2023-04-23 11:19   좋아요 0 | URL
신심... ㅎㅎㅎㅎ
어린이 도서지만 타부를 정면에서 다루는 책입니다.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