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은 드라마와 그 팬 때문에 더 익숙한 제목이다. 그런데 동화책이 우리집에 있기에 읽었다. 명절이 다가와서 막 조급증과 불안증이 도져서. 그런데 이 책,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아니네? 내 기억인지 잘못된 정보인지로는 '금지된 장난'과 이것 저것 섞인 이야이였는데. 약간 까진 여자애가 나오는 것만 맞다.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다른 작품이 '소공녀'와 '소공자'라는 걸 생각하면 쎄한 기분이 들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예쁜 장정의 고운 삽화와 멋진 제목이 다 뭐란 말인가. 


인도에서 태어난 영국 상류 계급 열살 짜리 소녀 메리. 인도인 하녀와 하인들에게 온갖 승질을 다 부리고 살던 아이. 자신의 못난 외모를 의식하는데 어머니는 사교계의 여왕 같은 존재, 벗뜨 부모는 이 아이를 챙기지 않는다. 전염병이 돌고 아이는 방에 갇혀 잊혀지다 (그 반자발적 거리두기 덕에) 혼자 살아남는다. 그 초반 비극 묘사가 꽤나 무섭다. 고아가 된 아이는 영국 요크셔 지방 대저택에 사는 음울한 고모부네로 온다. 그곳에는 우울과 비밀이 가득하다. 고모부 크레이븐씨는 집에 머무르는 대신 런던이나 유럽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니고 한밤중 울부짖는 소리까지 들리는 깜깜한 복도. (제인 에어 아님) 


정원을 닫아걸은지 십 년, 그 비극과 비밀의 소년 원, 소년 투와 함께 메리는 천천히 건강과 밝은 '어린이 다움'을 되찾는다. 물론, 영국의 요크셔 사투리 쓰는 하인 및 아랫것들을 부리면서. (이 책에선 요크셔 사투리를 엄청시레 친근허이 그려놨어이. 하녀 이름은 마사인디 쓰는 말은 찌인한 우리말 우리 쇠리구먼)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도 사람들과 문화를 검은 사람, 원주민 문화라고 칭하고 영국 상류 계급을 매우 귀하게 취급한다. 대놓고 왕족마냥 철없는 '되련님'이 설치는 꼴이 우습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하인들은 '돈과 명령을 받는' 아랫것들 그 이상이 아니다. 정원사 할아버지나 간호사 정도가 발끈할까, 이들은 그저 깡통 로봇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진짜 집주인 없는 대저택에 남은 어른들이기에 어린이들을 학대할 가능성은 높았다. 그래서 긴장감이 생기긴 하지만 우리의 메리와 소년 원이 만만하지가 않다) 이 주위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다. 어머니는 없고 (사교계에 바쁘거나, 사망했거나, 친자식 열둘 챙기느라 힘들거나, 자식을 낳은 경험이 없어서 그냥 멀뚱거리느라) 그저 자상함의 '부재' 아이콘으로만 기능한다. 아버지는 현실 도피만 하다가 마지막에 나타나서 '오, 내 아들!'하는 대사로 어르신 행세를 한다 (이거시 가부장제). 그러는 사이 사이엔 묘한 마술이려나 자기 최면이려나 어린이 사이의 우정, 식물 가꾸고 동물과 교감하기가 있다. (이 식물 파트 때문에 별 하나는 줄 마음이 생겼다. 원랜 마이너스에요) 


영국 대저택, 상처한 우울한 어르신, 백 개도 넘는 방, 벽에 걸린 수 많은 초상화들, 밤에 들려오는 바람 소리 (아, 폭풍의 언덕 아니에요) 잠긴 방과 비밀의 정원 (초록 수염 아니에요, 레베카 안 읽었지만 그것도 아닌 거 알아요) 등 익숙한 코드로 귀한 애기씨 친척네 집에서 살아남기 이야기인데. 결국엔 아무리 코로나가 창궐해도 하루에 한 번 집 밖에 나가서 걷고 (줄넘기 하고) 뛰고 정원(화분)을 가꾸고 (고리오 영감 아니에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밥맛도 살고 건강도 찾을 수 있으며 아빠가 척추에 이상이 있다고 아들도 그렇다는 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는 동화책이었는데, 왜 어른 되서 읽었는데도 배신감이 이렇게 드는거냐.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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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2-09 17: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초록 수염, 레베카, 고리오 영감 아니에요) 코로나가 아무리 창궐해도 하루에 한 번 집 밖에 나가서 걸어야 된다는 얘기구나.. 오늘 안 걸었는데도 만두님네 가지탕수 사진을 뒤늦게 봤더니... 👀 입맛이 사악 도네여... 오늘 저녁은 뭐 드시려나~

유부만두 2021-02-09 18:10   좋아요 3 | URL
신 김치가 많어서 그냥 그넘 잘게 잘게 쓸어서 챔기름이랑 파에 막 휘리릭 찬밥 한 대접 볶아다가 먹을꺼고먼유. (이 책의 사투리가 이래요;;;)

Persona 2021-02-09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 이거 읽으니 오늘은 나가서 쓰레기 버리고 분리수거 하고 식빵이라도 사러 나가야겠어요. ㅋㅋㅋㅋ _ 힘이 나네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1-02-09 18:29   좋아요 2 | URL
네, 외출과 바람쐬기가 필수다. 밥맛이 돌아야 건강해 진다. 라는 것이 이 책의 교훈입니다. 더해서 영국넘들 나쁘다.

그렇게혜윰 2021-02-09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힐만한 이야기가 아닌가보네요. 안 읽어서 다행이다......

유부만두 2021-02-10 11:03   좋아요 2 | URL
이 시대에 읽을 필요는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읽지말걸 그랬어요.

그렇게혜윰 2021-02-10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있는 애들을 너무 많이 봐서 ㅠㅠ

유부만두 2021-02-10 17:57   좋아요 1 | URL
옛날 책인데 아직도 읽는 어린이들이 있군요;;; 계급의식, 군국주의 색이 짙어서 꺼려지는데 전 뭣보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방임해서 싫었어요.

그렇게혜윰 2021-02-10 18:17   좋아요 1 | URL
애들도 읽고 나서 이책 뭐야??? 이러길....

유부만두 2021-02-10 18:35   좋아요 2 | URL
걸스 클래식으로 묶인 걸 봤는데 그냥 너무 안일한 패키지 같아요.

psyche 2021-02-1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비밀의 정원이 이런 이야기였나? 어릴 적 읽은 건 분명한데...

유부만두 2021-02-12 18:15   좋아요 0 | URL
동심으로 위로 받고 싶었다고요. ㅜ ㅜ
 

아마.. 금요일 밤이었지? 내가 잊고 있던 그 제목 '빙과'를 떠올린 거 말이야. 사람들은 더울 때 뜨거운 음식을 찾고 추울 땐 차가운 음료를 마신다고 했던가, 아 어쩌면 내 핑계일지도 몰라. 어쨌거나 아이들이 게임을 한다고 자기들 동굴로 들어간 다음, 난 혼자서 (하지만 진짜 혼자는 일 수 없는 채로)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지. 그래, 차가운 걸로. 빙氷. 빙과 氷果. 처음 세 화는 무료라고 해서 이게 다 상술인데, 난 그 선을 지킬 수 있지, 암, 하면서 손가락으로 쓰윽 문질렀어. 그리고 난 완주를 했네? 얼렐레? 














이번 주말은 그렇게 해서 지나버렸고 벌써 저녁 때가 다 되어버렸지. 여기에 이렇게 다 써놓는 이유는, 서재에선 모든 게 용서되는 걸 알기 때문이야. 하지만 '빙과'에 얼음과자는 나오지 않지. 먹을 수도 없고. 반대로 그 빙과는 절규하는 어느 한 '착한' 고등학생의 비밀 유언 같은 거였어. 그 시절엔 그랬다고들 하는데. 60년대 일본이나 80년대 한국이나 착한 학생을 떠밀어서 감투나 완장으로 묶어서 그들의 젊음과 시간을 태워버린 건 어쩜 이렇게 비슷한건지. 이런 식으로 그냥 '희생'하는 사람이 생겨도 되는 걸까? 다른 '실세'는 따로 자기들 몫을 챙기고 인생을 즐기는 동안에? 일본의 이야기에선 그런 희생엔 '어쩔 수 없지' 라고 묻어버리는 게 더 많은 것 같았어. 하지만 여기서 그칠 수 없잖아?! 



영화판 '빙과' .... 까지 챙겨 봤다니까?! 아 이번 주말 정말 이상해.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계획적으로다가 딱 책 읽고, 독후감도 쓰고 그러거든? 그런데 아까 썼듯이 엉뚱한 희생자를 만들고 인생 묻어버리는 줄거리는 참을 수가 없었어. 그 비슷한 젊은이들이 아마도 떠오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영화판에서는 전형적 일본 만화/애니의 여고생 모습은 여전했지만 그 착한 사람에게 작은 탈출구 하나를 남겨 두어서 조금 기분이 나아졌어. 그런데 영화는 지루하고 배우들의 비쥬얼도 뭐 그렇고 추천하긴 어려워. 그리고 나는 추리 소설이 막 읽고 싶어졌지. 책은 이미 집에 있는 클래식한 그 책. 



저 책을 살 때가 아마 뜨거운 여름이었지 아마? 저녁엔 뜨거운 국물 요리나 아주 매운 볶음을 해볼까. 슬슬 쌀을 씻고 ... 









그리하야... 어제 저녁엔 


가지를 튀긴 탕수에 중국당면과 브로콜리를 간장에 볶아서 ... 칼로리로 충만하였고, 아침엔 모두들 팽팽한 얼굴로 월요일을 시작하였다는 소식입니다. ;; 

기승전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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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07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 페이퍼.. 소설 한 편 읽은 거 같네요~ 2부 기대할게요!(아마도 맛난 저녁을 먹는 내용이 되겠죠? 아, 이건 너무 뻔한 진행인가?ㅎㅎ)

유부만두 2021-02-08 08:54   좋아요 1 | URL
ㅎㅎㅎ 붕붕툐툐님의 진행 가이드에 따라서 어제 저녁 사진을 추가했습니다. 맛있고 칼로리 넘치는 저녁을 (적정선을 못지키는 주방장입니다) 먹었습니다;;;

붕붕툐툐 2021-02-10 23:15   좋아요 0 | URL
와~ 유부만두님, 당신은 진정한 능력자~👍👍👍
여기까지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명절엔 또 얼매나 맛난 것을 많이 해드시려나요?ㅎㅎ
밥은 사랑이죠~ 즐겁고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파이버 2021-02-07 19: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빙과 남주인공 한때 정말 좋아했었어요ㅎㅎㅎ 주인공들은 아직 고등학생인데 저는 벌써 나이가…… 오랜만에 유부만두님 페이퍼에서 보니 넘 추억이네요

유부만두 2021-02-08 08:56   좋아요 2 | URL
빙과가 애니나 소설로 인기 있다는 이야길 오래 전부터 들었는데 이번 주말에 정주행 했어요. 소재나 인물은 고등학생들이지만 실제론 더 윗세대 어른들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렇게 저의 주말은 풍부했습니다. ^^

단발머리 2021-02-08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게 다 상술인데, 난 그 선을 지킬 수 있지, 암, 하면서 손가락으로 쓰윽 문질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의 손가락은 항상 우리의 무의식이 원하는 쪽으로 우리를 이끌고는 하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2-08 08:57   좋아요 1 | URL
그렇죠.... 전 무의식에 이끌리고 그 선이란 게 있는지 없는지 ...
절제도 없고 머... 어른이 뭐 이래요....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 네?!
그래도 오늘은 월요일이니까, 다시 시작해 보렵니다. (과연?)
 

알라딘 달력을 받아서 이렇게 쓰고 있다. 



처음엔 소박하게 옛 하드커버 2권을 갖고 있는 펭귄판으로 시작해서 이미 완간되었으니 연말까지 느긋하게 읽기로 했다. 매일 15쪽 씩 하면 한달에 펭귄 (페이퍼백) 한 권 분량으로 읽을 수 있다. 펭귄은 책 후반에 주석을 모아 놓아서 한 권을 끝내면 며칠 여유가 생기는 일정이 된다. 하루 15쪽이 너무 적다고 느껴질 땐 몰아서도 읽었더니 내친김에 민음사도 읽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1권의 1부 콩브레를 펭귄으로 먼저 읽은 다음 민음사 판으로 읽는데 (민음사는 2022년 프루스트 사후 100주년 기념으로 완간 예정이란다. 현재 10권까지 나와있음),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다. 이야기의 흐름이랄까, 화자가 처해진 시공간이 조금 더 상상가능 하달까. 


지금은 2부 스완의 사랑을 읽고 있다. 1부의 연상 묘사 지옥을 지나오니 연애 이야기는 만만하다? 외모도 별로이고, 딱히 공통 관심사가 없던 오데트를 스완이 어떻게 천천히 사랑하고 집착하게 되는지 그려진다. 별로였다가 뜨거워지는 사이. 오데트의 교태, 그러다 어느 날 '가슴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상대의 부재를 느끼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러브 테마곡 뿐 아니라 둘만의 러브 암호를 갖게 된다. (19세기 마차는 19금)


두 가지 번역본을 연달아 읽다보니 번역문의 차이가 종종 보인다. 겸사 겸사 낡은 책 상자에서 원서도 꺼내서 찾아보고 있다. 매일 여기 서재에 기록을 하기엔 번거로워서 트위터에 짧게 짧게 뭐라고 쓰고있다. 불어 공부를 겸해서 프루스트를 읽는다면 펭귄 판을, 아니라면 민음사 판을 추천한다. 펭귄은 직역도 많고 표현들의 유래를 (아, 여배우 가르보 이야기는 빼고요) 상세히 주석 달아 놓았다. 


지난번 ㄷ 님께서 자랑하신 색연필이 탐나서 한 자루 샀고, 파스텔 사인펜도 마련해서 나도 자랑삼아 사진을 찍었다. 달력 표시는 프루스트 진도 상황. 크리스마스 즈음에 완독 (일단 펭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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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2-01 1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 님의 완독을 응원합니다. 빠샤!!

유부만두 2021-02-02 07:01   좋아요 1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완독! 빠샤!

수연 2021-02-01 1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게으름뱅이는 진도 따라 가기는 힘들 거 같고 막 몰아 읽고 이렇게 가야하나 잔꾀를 부리다가 그러다가는 완독이고 뭐고 또 포기하겠구나 싶어서 저도 오늘 스누피 달력에 체크합니다.

유부만두 2021-02-02 07:02   좋아요 1 | URL
미뤄서 한번에 많이 읽기 보다는 조금씩 나눠 읽기가 더 쉬운 듯 해요. 지금부터 매일 17쪽씩 하면 연말에 저와 함께 완독하실 수 있어요!

비연 2021-02-01 1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걸 또 사야하나 생각중..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2-02 07:02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쵸. 일단 책과 필기도구가 ㅋㅋㅋ

Persona 2021-02-01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다양한 판본이 있으시다니! 게다가 책탑이 무척 멋지고 예쁘네요. ㅎㅎㅎ 진짜 민음사랑 같이 읽으면 좋을 거 같아요. _ 저는 아직도 엄두가 안 나지만 일단 적어둬야겠어요. ‘민음사랑 펭귄이랑 같이 읽자’ ㅋㅋㅋ

유부만두 2021-02-02 07:03   좋아요 2 | URL
민음 판본은 겉 표지를 벗겼더니 더 진하고 예쁜 양장 표지가 나와서 읽을 땐 저런 차림?으로 읽어요. 민음사랑 펭귄 번역이 꽤 달라요. 문장도 (때론 오역 같...) 어휘도요. 함께 천천히 읽으니 별 부담도 없고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02-01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알라딘 다이어리 더 사려했는데 일찌감치 품절이라 아쉽더라고요. 달력 넘 알뜰하게 잘 활용하시네요

유부만두 2021-02-02 07:05   좋아요 1 | URL
책상 달력이 여유분이 있어서 알라딘 달력은 책읽기 계획표로 쓰기로 했는데, 괜찮죠? ^^

파이버 2021-02-01 14: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매일 꾸준히가 정말 어려운데 이렇게 실천하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 파스텔사인펜도 너무나 색이 곱네요…

유부만두 2021-02-02 07:05   좋아요 2 | URL
파스텔 사인펜 맘에 듭니다! 색이 진하지 않아서 표시한 문장이 잘 보이면서 강조가 되요. 그런데 ‘검정색‘이 셋트에 들어있는 건 좀 ;;;

blanca 2021-02-01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와중에 색연필이 궁금한...전 분명 다 읽었는데 왜 내용이 생소한 거죠? 흑흑.

유부만두 2021-02-02 07:07   좋아요 1 | URL
색연필! 스테들러 약간 두꺼운 것, 초록색으로 마련했어요.
블랑카님께선 10권까지 다 읽으셨으니 내년에 나올 마지막 두 권만 느긋하게 기다리시겠네요. 내용 생소하시다면.... 다시 읽으...??? (차마 말 못함요)

바람돌이 2021-02-01 2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의 구도자의 경지에 오르셨습니다. 존경합니다.

유부만두 2021-02-02 07:08   좋아요 1 | URL
구도자, 아니에요! 1부만 잘 버티면 2부는 좀 낫더라고요.
매일 나눠서 읽으니 할만해요. ^^

psyche 2021-02-02 0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완독을 목표로 읽고 있는 것도 대단한데 두가지 번역본을 읽다니!!

유부만두 2021-02-02 09:05   좋아요 2 | URL
하하하 언니, 제가 늘 계획은 거창합니다! 프루스트 읽기 도전이 몇번째인지 몰라요. 하지만, 이번엔! 기필코! 랍니다. 두 번역본을 읽는 건 이해를 하기 위해서에요. 백년전 유럽사람 글이 확 와닿진 않잖아요.;;;; 그런데 그걸 왜 굳이 읽으려 하냐고 물으신다면,.... 음......

붕붕툐툐 2021-02-04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멋지당~ 두 개 판본도, 달려도, 달력X 표시도!! 완전 응원합니다!!!
(잃어버린 시절과 시간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네요~)

유부만두 2021-02-05 06:58   좋아요 1 | URL
네, 펭귄 판 역자는 ‘시절‘에 더 큰 의미를 두고는 있는데 잘 와닿지는 않아요.
하지만 종종 본문에서 다른 부분을 발견하면서 두 번역서는 어쩌면 두 다른 소설 세계를 펼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붕붕툐툐님의 프루스트 독서 응원합니다! 어서 그 연상 묘사 지옥에서 빠져 나오세요. 더 크고 넓은 지옥이 (도돌이표 포함) 기다리고 있습니다. (혼자 죽지는 않아요, 물귀신 만두입니다)
 

저자 이름도 낯설고 책 제목도 길어서 요즘 인기있는 젊은이들의 엣세이집인 줄 알았는데 단편 소설집이다. SF 소설로 분류해 두었지만 풍자 혹은 공포 예언 소설로 읽히기도 했다.

첫 두 작품은 현실과 쉽게 겹치는 코미디라 약간 지루했는데 표제작 - 에어팟이 물고기 귀에 달린 그림이 바로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이 나이에 에어팟프로가 생겨서 집에선 잘 쓰지만 외출 땐 줄 달린 이어폰으로 바꾸어 챙기는 내 모습이 겹쳐졌지 뭡니까, 서글프게시리. 늙는다는 게 추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 미추를 누가 정하느냐 말이다. 추하지 않은 늙음은 뭘까. 또 민폐 자아 폭발 이혼 중년남의 이야기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는 어떤가. 통쾌하면서 - 기득권자층을 향한 빅엿 쯤 되니까 - 독자의 연령층을 마흔 아래로 잡았을 저자에게 그래도 분한 마음도 들었다. (어르신, 여기 인터넷 서재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계속 이러시면 유투브 오른손 동네로 보내드릴거에욧) 학교 교육에 보내는 AI 로봇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떠오르는 생각이 많았다. 며칠 전 뉴스에서 접한 인간 배양육 이야기는 바로 ‘한 터럭만이라도‘ 현실화다. 그리고 또 ...

이야기의 결말은 예상 가능하지만 소재나 강도에는 한계가 없다. 시간도 공간도 생명도 관계도 단편들 속에서 분해 재조합된다. 그리고 계속 뻗어나간다. 어디까지가 윤리이고 상상이며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이야기가 현실을 품고 바꾸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그러는 중인지도. 코로나 시대에 그 변화의 속도가 몇곱절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다. 내가 집에 틀어박혀서 밥하고 책읽고 그러는 중에. (오늘 새벽 배송 마늘과 (쑥대신) 냉이) 그래, 노안을 비비면서 계속 이야기, 아프고 고까운 이야기, 웃기고 (날 보고 웃더라도) 쭉쭉 뻗어가는 이야기를 계속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 보람찬 하루를 벌써 다 산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난 노구엔 졸음이 몰려온다. 눈이 내리는구먼.


"소비 하나로 자존심이 무럭 무럭 자랐다. 역시 사람은 소비를 해야 날개를 단다."

              --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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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1-28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외출 땐 왜 줄달린 이어폰으로 바꾸세요?

유부만두 2021-01-28 10:26   좋아요 0 | URL
잃어버릴까봐요. 또 늙은 아지매가 젊은이들 흉내낸다 욕먹을까봐서 ...
눈오는 날 허리 쑤셔요. 엉엉엉

잠자냥 2021-01-28 10:43   좋아요 1 | URL
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1-28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안 읽어봤지만요... 이 책 보다 유부만두님의 리뷰가 훨씬 더 알찬 이야기구나~~ 이런 확신이 드네요.
눈이 많이 오네요. 지금은 잠깐 그쳤는데 밤에 추워진다니 또 걱정입니다.
밖에 안 나가는 사람인데 눈이 많이 오면 걱정이 되네요 ㅠㅠ

유부만두 2021-01-28 13:55   좋아요 1 | URL
어, 아닙니다, 아니에요. 이 단편집 매우 재미있어요. 우주로 미래로 뻗어나가고 중년남을 ‘중성화‘ 시키기도 합니다. 지금의 아이폰 신상이 효도폰으로 쓰이는 미래를 보여준다니까요. (무섭죠?)

눈은 금세 그쳐서 쌓이지도 않았네요. 그런데 바람이 심상치 않아요. (무섭죠?)

유부만두 2021-01-28 14:03   좋아요 0 | URL
그리고 육식에 대한 단편에선 인육 배양 에피소드도 나오는데요,
전 이걸 친구들 영향을 받아서 성차별 성매매의 은유로도 읽었어요.

Persona 2021-01-28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솔직히 줄 달린 게 더 편해요. 싼 블루투스 이어폰이 있긴 하지만 이게 따로따로 떨어져있는 게 영 잃어버릴까봐 불편합니다. ㅋㅋ 한편 선이 안 달려서 접촉불량돼서금방 새거 사고 할 일이 없는 건 좋은 거 같아요.

유부만두 2021-01-28 13:57   좋아요 2 | URL
줄달리는 게 편한데 이번 ‘에어팟 프로‘는 고무 패킹? 같은 게 있어서 잘 빠지지 않고 착 감기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소리가 어째 제 머리 뒷쪽에서 울려나오는 영적인?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나 딴세상으로 절 떼어 놓던지 (신문물에 홀린 중년 아줌마입니다) 겁이 나서 집에서도 한 쪽씩만 낍니다;;;;
그래도 외출할 땐 겁이 나서 줄달린 이어폰으로 돌아가고요.

Persona 2021-01-28 16:28   좋아요 1 | URL
먹다 뿜을 뻔 했어요. ㅋㅋㅋ 영적인 체험이라뇨 ㅋㅋ 아이고 ㅋㅋㅋ

얄라알라북사랑 2021-01-28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어요˝ 찜하면서 에세이집인줄, 그런데 공포예언 소설집이군요^^ 구스범스 스탈인가봐요^^

유부만두 2021-01-28 13:57   좋아요 1 | URL
구스범스 보단 훠얼씬 어른용 소설이지요. 그런데 괴물 비슷한 거대 조류도 나오고요, 이건 비밀인데요 초대형 특급 거인도 나와요.

다락방 2021-01-28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줄 없는 거 살 생각 1 도 안해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28 13:5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이미 사용중이실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ㅎㅎ

참, 여기선 통화보다 문자를 편하게 느끼는 세대와 음성 명령어를 쓰는 그 다음 세대 이야기가 나와요. 전 문자 세대 앞의 ‘급하고 내용 많으면 통화가 편혀‘ 하는 세대고요.

다락방 2021-01-28 14:01   좋아요 2 | URL
저는 통화를 엄청 불편해하는 사람인데 이게 세대탓인지는 모르겠고 개인적인 게 아닌가 싶어요 😔

유부만두 2021-01-28 14:09   좋아요 0 | URL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다락방님은 젊은 세대.

라로 2021-01-28 15:55   좋아요 1 | URL
저는 줄 있는 거 넘 불편하던데. 저는 두 분보다 훨 나이든 세대인데,,,돌연변이인가용??ㅋㅋ

음성 명령어 쓰는 거도 애정하고,,,문자보다.ㅋ 저는 몸만 늙은이 같은 애늙은이가 아니라 늙은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01-28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8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1-28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마음에 안들어요. 저는 나이 드는게 꽤 근사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왠지ㅜ나이가 들면 추해진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거 같아요. 요즘 와서 느끼는건 인간의 추함은 나이와 상관있다기보다는 개개인의 인성과 더 큰 연관이 있다고 느껴져요. ^^

유부만두 2021-01-28 17:49   좋아요 0 | URL
제목이 저도 별로라 생각했는데요, 그 단편은 미래엔 모두가 늙는다, 는 내용이었어요. 정말 세월 눈 깜짝 할 새 지나가잖아요. 바람돌이님 말씀에 완전 공감이에요. 인성이 추함을 만들어내지요. 암요.

라로 2021-01-28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비 하나로 자존심이 무럭 무럭 자랐다. 역시 사람은 소비를 해야 날개를 단다.--이 글 유부만두님이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인용인가요?? 그 글에 완전 고개 끄덕이고 있어요.ㅎㅎ

저도 바람돌이님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 나이 드는 거라고 바꿔 말해야하나? 암튼 그게 꽤 근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몰론 오십견이니 눈이 침침하니 이런 것은 옆차기이긴 하지만.

유부만두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유는 많은데,, 혼자 간직하기로. ^^;

유부만두 2021-01-28 17:52   좋아요 0 | URL
인용문이 맞아요. 전자책이라 쪽수는 없고, 대신 인용 표시 수정했습니다. 정말 절묘한 문장이지요? 책은 사야 제 맛이고 결재하면서 막 뿌듯해지고, 새 에어팟 프로에 맘에 날개가 달리는...ㅋㅋㅋ

제 글을 좋아하신다고요? 그 이유는...제가 예뻐서라고 (우리 서로 만난 적 없죠) 정합시다. 그런겁니다. 취소 없음.

라로 2021-01-28 21:02   좋아요 1 | URL
뭐 유부만두님 미모와 지성에 대해서는 이미 다 들었어요. 우리가 만나본 적 없지만.ㅎㅎㅎㅎ 그래서 부러워하는 것도 있죠 당근! ㅋㅋ 언제 만나기나 합시다요.ㅎㅎㅎㅎ 그리고 정해요. 일방적인 거래는 불가.ㅋㅋ ( 아! 저 자야하는데 말이지요. 달러 3원 올랐다고 기뻐하는..드디어 트럼프가 다 까먹은 거 다시 찾은 느낌;;;)

유부만두 2021-01-29 12:31   좋아요 0 | URL
음화하하하핫!!!!!
 

여느때 처럼 쇼파에 누워서 (너브러져서) 책 표지를 열었다가 책날개의 저자 약력을 보고 바로 일어나 앉아서 읽었다. 어려운 조건들을 극복하고 소방고위직으로 승진하고 위험 순간의 선택 과정에 대한 심리학 연구로 박사 학위도 딴 사람. 저자의 드라마틱한 인생 이야기려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왠걸. 첫장 부터 재난 영화 한 장면 처럼 세세한 묘사로 화재 현장으로 독자들을 끌고 간다. 캄캄하고 뜨거운 집 안, 피해자를 남겨두지 않으려 애쓰는 소방관들. 하지만 산소통의 숫자는 줄어들고 아직 어린 아기는 찾을 수 없다. 과연 계속 현장에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가. 


이렇게 매 장마다 위험한 화재, 재난 현장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소방관 구조 팀 내의 위계 속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갈등, 착오와 실수가 묘사되는 중에 지휘관 및 구원대원들은 어떻게 해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책 중반까지 훈련과 심리학 연구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그녀의 인생 이야기가 조금씩(이지만 화재 만큼이나 강렬하고 뜨겁게) 펼쳐지며 - 15살에 노숙자로 버텨야 했던 길 위의 삶과 미래를 향한 희망, 성차별적 발언과 무시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직장 상사와 동료들, 인명 사고를 겪은 후 맞는 PTSD, 직장과 가정 생활의 균형잡기 등 - 생명을 버리거나 구할 수 있는 결정의 무거운 순간과 만난다. 현장에서 대원들의 결정 80%는 경험과 지식에서 생기는 직관으로 만들어 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 직관에 따라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이 내려진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만 기준을 두는 결정을 미래를 예측하여 내리도록 유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촌각을 다투는 구조의 현장에서 스트레스와 위계 질서는 오류를 불러올 수도 있기에 그를 예방하는 지속적인 연구와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심리학적 연구자의 시선으로 현장을 사후 검토하고 재난 예비 훈련장에서 냉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저자가 인상적이다. (특히 여성 지휘관의 말을 단호하고 위엄있게 옮긴 번역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실수나 후회는 피할 수 없다. 그러니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최악의 하루를 잘 지나가게 하기 위해서, 다른이를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우려는 이들은 계속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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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26 0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직관이라는 것도 이면에 지속적인 훈련과 배움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일명, 실전은 연습처럼되기까지. ^^ 표지 사진이 저자인것 같은데, 먼가 멋짐이 폭발하네요 ^^

유부만두 2021-01-26 08:46   좋아요 0 | URL
네. 바로 그 점을 저자가 이야기 하더라고요. 긴급한 상황일수록 직관의 역할이 크다고요. 그러니 더 훈련이 중요하다고요. 폭발하는 멋짐과 강인함, 바로 저자에요.

psyche 2021-01-28 0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장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페이퍼입니다!!

유부만두 2021-01-28 09:30   좋아요 0 | URL
추천해요. 위기 상황의 결정에 대한 책이지만 사람 관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