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라고,
차마 하드에서 지우지 못한 영화 중 하나인 4월이야기를 꺼내어 봤다
이건 분명 언제고 다시 보고싶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오늘이었나보다

4월이라고,
4월이야기를 꺼내어 보는 1차원적인 행동은 적잖이 유치해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원래 좀 유치가 찬란하게 넘쳐나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유치하다며 보고싶어진 영화를 안보는 건 더 유치하기 때문에
나는 마음가는대로 하기로 했다 


누군가 내게 5월같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게 나에게 참 고맙고 과분한 이야기라 심히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지만
실은 나는 4월을 좋아한다
4월은 5월처럼 꽉 차거나, 화려하거나 충만하지 않은,
어떤 여백같은 게 느껴지는 달이다
그런 4월의 모습이 내게는 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
그건 어쩌면 정말 내가 5월같은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워낙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에 더 끌리게 디자인돼있으니

그래서 난 4월같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4월이야기는
4월처럼, 여백이 많은 영화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건,
이 영화는 자신이 가진 그 여백을 나의 자리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십대의 첫봄을 맞이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자연히 그 때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속 주인공처럼 나도 새로운 환경 속에서 20대의 첫봄을 맞이했다
기차를 타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와,
금세 새로운 사람들 틈에 둘러싸여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

실은 봄이라기보다는 새학기,였다는 기억밖에 없을 정도로
봄을 둘러볼 여유도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달리고 달렸다

4월 이야기는
무작정 누군가 좋았고,
무작정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었고
그렇게 무작정 해맑게 다가갔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자꾸만 생각나게 하고,
영화 내내 이어지는 여백들은,
이런 나의 생각을 자꾸 격려하는 것만 같다

어쩌면 나는 영화가 아닌,
그 때의 내가 보고 싶어
이 영화를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리고 어느덧 이십대의 마지막 봄, 마지막 4월
이십대의 첫봄과 같은 큰 변화는 없이
지난 겨울의 내가 올 봄의 나이고,
작년 봄의 내가, 또 올 봄의 나이지만

지금의 내가 또 그 때의 내가 아님은
20대의 마지막 봄을 보내는 나는
지금이 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느끼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난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며 맞이하고 있는 4월을 
매우 열심히, 4월처럼 보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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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4-0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은 한편의 시같아요, 웬디양님.
아주 느낌이 좋은 시요.



웽스북스 2008-04-01 18:31   좋아요 0 | URL
역시 다락방님은 저를 너무 짱좋아하시는거 아니에요? ㅎㅎ
다락방님은 시같은게 아니라, 시를 쓰시잖아요 ^_^

L.SHIN 2008-04-01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난 4월같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흐응~ 그래서 웬디님이 날 좋아하는구나~ 내가 또 4월 태생이잖아요.ㅎㅎㅎ

봄이라, 수십번 나를 지나간 나의 4월은 어땠나...하고 정리하는 글을 써볼까.(웃음)

이매지 2008-04-01 01:33   좋아요 0 | URL
으흥으흥. 저도 4월생 ㅎㅎㅎ

웽스북스 2008-04-01 18:32   좋아요 0 | URL
흐흐 어떻게 알았어요 에쓰님
에쓰님은 4월 태생이 아니어도, 좀 4월같아요
그런데 11월같기도 해요

저는 11월도 좋아한답니다. ㅎㅎ

이매지님도 4월생이었군요, 이매지님은 꼭 겨울에 태어난 아이 같아요
흐흐흐 ^_^ (눈처럼 하얘서 그런가봐요)

L.SHIN 2008-04-02 13:26   좋아요 0 | URL
이런, 나를 너무 잘 보신거 아냐, 4월과 11월의 사람이라니.ㅎㅎ
그 갭을 같이 알아보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말이죠.(웃음)

웽스북스 2008-04-03 01:09   좋아요 0 | URL
후훗 제가 좀 ㅋㅋㅋ
그나저나 우리 에스님 생일은 언제이려나? 후훗

순오기 2008-04-01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 이야기, 참 좋았어요. 지나간 내 봄, 다가올 우리 아이들의 봄이 저렇겠구나 생각하며...이렇게 충실한 엄마의 감정이라니! ㅎㅎㅎ

웽스북스 2008-04-01 18:32   좋아요 0 | URL
그죠, 이번에 인천으로 휙~ 가버린 큰따님의 봄은
지금 어떨까, 저도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무스탕 2008-04-0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불순한 의도(?)로 4월 이야기 영화를 좋아했었어요.
여주인공이 좋아한 선배로 나온 배우가 타나베 세이이치인데 그 배우가 좋아서 영화를 좋아했었지요.. ^^
4월의 따불, 8월에 태어난 사람은 어떻습니까, 웬디양님? :)
- 8월에 태어난 무스탕이가.. -

다락방 2008-04-01 18:06   좋아요 0 | URL
악, 무스탕님~
저도 8월이요. 0/

웽스북스 2008-04-01 18:33   좋아요 0 | URL
어머 그게 왜 불순하다는 거에요?
감우성 때문에 간큰가족도 재밌게 본 사람도 있습니다.

4월에 태어났든, 8월에 태어났든
무스탕님은 무스탕님이니까 좋지요 흐흐


다락방님도 8월생이시군요
다락방님은 9월초의 여인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