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티키 티키 템보 ㅣ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21
아를린 모젤 글, 블레어 렌트 그림, 임 나탈리야 옮김 / 꿈터 / 2013년 10월
평점 :
어릴 때 즐겨 보던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어떤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와
"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하며 엄청 긴~ 이름을 말하던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이와 비슷한 긴~ 이름에 얽힌 재미난 중국의 전래 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다.
한 번 절판되었다가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재발간된 책이니만큼 더 정이 간다.
책을 읽는 도중에 나도 모르게 이 긴 이름을 따라 외어 보게 된다.
내 암기력이 아직 쓸만한가 테스트 해보는 것처럼 말이다.
내용도 재밌지만 그림도 독특하고 멋지다.
옛날 중국에는
큰 아들에게 긴 이름을 지어주는 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왜 긴 이름을 지어주었냐 하면
큰 아들이니만큼 귀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었단다.
한 편 둘째 아들은 이름을 짧게 짓거나 아예 짓지도 않았다고 한다.
중국도 우리 나라만큼 장남과 차남에 대한 차별이 심했나보다.
이름 짓기부터 이렇게 차별을 하다니 말이다.
시골에 두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는데
둘째 아들의 이름은 보잘 것 없다는 뜻의 " 챙 "이고
첫째 아들의 이름은 " 가장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뜻의
" 티키 티키 템보- 노사 렘보-차리 바리 루치- 피 페리 펨보" 이다. (외어서 씀)
이름 한 번 부르려면 참 힘들겠구만 이렇게 긴 이름을 지어 불렀단다.
장난꾸러기 두 아들은 한 번씩 우물에 빠지게 된다.
작은 아들 챙은 이름이 짧아 우물에 빠졌어도 속전속결로 구조를 받았지만
큰 아들은 이름이 너무 길어서 긴 이름을 매번 부르다가 구조가 늦어져
보름달이 몇 번 뜨고 지고 나서야 겨우 기력을 회복했다는 재미난 이야기이다.
한 마디로 이름을 길게 지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나는 큰 아들 이름을 한 삼일 동안 외었는데(머리가 녹슬어서인지 잘 안 외어졌다)
수퍼남매와 울 반 아이들은 보는 즉시 외우더라.
역시 어릴수록 암기력이 좋다.
오늘도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데 이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큰 아들 이름이 나올 때마다 아이들더러 말하라고 했는데
(가수가 마이크를 객석에 넘겨 주듯이)
아이들은 잘도 외운다.
아이들이 이름을 말하면 나는 조사를 붙여 읽어줬다.
" 티키 티키 템보 노 사 렘보 차리 바리 루치 피 페리 펨보" 가 우물에 빠졌다고요.~~
아이들과 나의 호흡은 척척 맞았다.
귀하고 소중하다고 이름을 너무 길게 짓다보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해 주는 재미난 전래동화였다.
이름은 "나" 이기도 하다.
이름 때문에 울고 웃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우리 조상들은 귀할수록 이름을 험하게(?) 지었다고 하던데...(개똥이, 소똥이, 쇠돌이 이렇게 말이다.)
일제 시대의 영향으로 ~자로 지어진 이름도 많고 말이다.
이름은 뭐니뭐니 해도 부르기 편하고 입에 착착 감기는 이름이 최고인 듯하다.
한 번 이름 짓고 나면 대부분 평생을 사용해야 하므로 한 번 지을 때 심사숙고해야 함이 맞다.
요즘은 그래도 이름 바꾸기가 간소화되었지만
예전에는 자신의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아도 절차가 복잡하고 돈도 많이 들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평생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작명소에 어마어마한 돈을 주는 이유도
이름이 곧 그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사는 사람도 있고
이름값 못하는 이들도 간혹 본다.
너무 뜻이 좋은 이름을 지어주면
이름과 자신의 삶의 격차가 났을 때
본인한테 부담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온 형도 그 이름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아이들은 정말 즐거워하며 그 긴 이름을 노래 부르듯이 따라 하며
스스로 외었다는 것에 대단한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와 선생님은 3일 만에 외었는데
자기들은 몇 분 안에 외었으니 얼마나 자부심이 생길까!
내가 "김 수한무 두루미와 거북이~"를 아직도 기억하듯이
수퍼남매와 우리 반 아이들도 이 이름을 나이 들어서도 기억할 거라 믿는다.
" 티키 티키 템보- 노사 렘보-차리 바리 루치- 피 페리 펨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