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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 도시 여자의 촌집 개조 프로젝트
오미숙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를 샀습니다.>라는 제목은 2억으로 집 한 채 못 사는 지금의 실정에 비춰 보면 꿈 같은 이야기로 들렸다. 2천만원으로 전세도 못 구하는 현실과 너무 동 떨어진 이야기 아니야 하는 저항감과 아직 이천만원으로 집 한 채 살 수 있는 지역도 있구나 희망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일단 꾹 참고 책을 끝까지 읽어봤다. 공사비 부분을 읽을 때는 어쩐지 속은 느낌도 살짝 들었다. 이유인즉 낡은 농가는 이천 오백만원에 구입하였지만 공사비는 두 배가 넘는 오천만원이 넘어갔다. 결국 공사비까지 합치면 7천만원이 넘는 거였다. 거기다 작가님은 원래부터 인테리어를 하던 분이었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시골집을 사서 고쳐 사용하는 내용이었더라면 더 공감이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헌 집 사서 고쳐서 사용하는 것은 아무나 할 노릇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인테리어를 하던 분도 이렇게 힘이 많이 드는데 초보자들이 함부로 덤벼들 일은 아닌 듯하다. 작가님은 일단 인테리어를 좋아하고, 음식도 잘 만들고, 바느질을 잘하는 분이다. 반면 나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고, 음식 만들기도 잘 못하고, 바느질도 못 하는 성격이라서 이런 일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공사 과정을 살펴보니 큰 골격만 놔두고 대부분은 다 뜯어고치는건데  정말 만만히 볼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인부들 밥을 직접 해서 대접하셨다니... 아무나 할 일이 아니지. 책을 보는 내내 "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일은 도저히 못 해" 라는 생각만 절실히 들었다. 후배 한 명이 요즘 아파트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데 인테리어 업체를 끼고 해도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그 말 듣고나서 리모델링도 아무나 할 일이 아니네!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아무리 업체에 맡기더라도 신경 써야 할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전체를 뜯어 고치는 공사는 말할 것도 없겠지.그런 면에서 인테리어를 잘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이 미션은 가능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점점 드니 마당 딸린 집이 그립긴 하다. 30대만 해도 " 절대 시골 가서 안 살 거야. 난 도시가 체질이야"라고 말하곤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변했다. 전에는 아파트 1층은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요즘은 1층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게 조금이라도 흙을 밟고 싶고, 가까이서 나무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책을 한창 보던 시기에 우리 반 책벌레가 부모님의 용단에 의해 양평으로 전학을 가는 일이 있었다. 나도 수퍼남매가 조금 더 어렸을 때 남편과 시골로 가서 한 번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어릴 때 만이라도 자연을 벗 삼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실행에 옮기질 못했었다. 그런데 책벌레 가족은 마음먹은 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을 보면서 내가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부러움과 그런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존경심이 생겼다. 우리도 아이들이 좀 더 어렸을 때 시골에 가서 살았어야 하는데 큰 아이가 중학교 가려 하니 집에 대한 선택의 폭이 더 좁아진다. 물론 지금이라도 시골에서 꼭 살아야 돼 하는 강한 욕구가 용솟음 치면 모든 것 떠나서 당장 짐을 싸겠지만 아직 그만큼의 마음이 동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렇게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 것 같다. 그래도 동서남북 돌려가며 성냥갑처럼 따닥따닥 붙게 새로 지은 고층아파트보다 나무도 많고 동간 거리가 먼 낡은 주공 아파트가 마음에 드는 것은 나의 마음 저 밑바닥에 흙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언젠가는 나도 작가님처럼 마당이 있고 작은 텃밭이 있으며 흙을 밟을 수 있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은 존재한다. 실행할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서도.

 

   작가는 어느 정도 아이들이 자란 상태에서 서천에 집을 지은 셈인데-오도이촌(닷새는 도싱서 이틀은 시골에서 사는 삶)의 생활은 작은 아이 교육 때문에- 요즘 30-40대 부부들도 시골로 내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누구나 다 도시와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집도 주인을 닮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님의 집을 살펴보니 작가님이 어떤 사람인지 그 향기가 풍겨난다. 나라면 낡은 농가를 그렇게 많은 돈 들여 고치지 않았을 텐데... 작가님은 소박한 농가를 사들이고, 그걸 고치고, 텃밭에서 자라난 푸성귀들로 사람들을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옛날 우리 어머니들의 성품을 닮은 듯하다. 놀랐던 것은 작가님이 쓰는 커텐 대용의 보자기랄지 방석이 친정어머니가 시집 올 때 해왔다던 것들과 똑같아서 이 분은 원래 옛것을 좋아하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다못해 오래된 문고리들도 버리지 않고 주어 담아 다시 예쁘게 재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작가의 서천 집에는 작가의 향기가 묻어 난다. 옛것을 좋아하고, 바느질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는 작가의 성품을 그대로 닮은 듯하다.

 

   지난 여름에 독서교육 연수 때 강사로 오신 농부 시인 서정홍 시인이 들려주신 실화 하나가 떠오른다. 그 분이 사는 지리산 골짜기에 어느 날, 두 아가씨가 찾아왔단다. 둘다 교사 출신이었는데 경쟁만 시키고 서열화 시키는 교육 제도와  고된 학습에 지쳐서 학교 수업 시간에 잠만 자는 아이들을 보고, 정작 본인들은 무엇 하나 해줄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고자 사직을 했단다. 두 아가씨는 그 길로 지리산 골짜기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고 한 명은 거기서 만난 농촌 총각과 결혼하여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다고 하였다. 부부의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자연과 부모님을 스승으로 삼아 공부를 하고 있단다.  그 이야길 듣고 마음이 먹먹했었다. 교육자의 양심과 고뇌가 느껴졌다. 한창 의욕적으로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과잉된 공부에 지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바라봐야만 하는 교사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게다가 학교는 서열을 강조하고, 정작 자신은 그 지친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었던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까! 오죽 하면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교직을 버리면서까지 시골로 들어갔을까 싶었다. 많지는 않지만 젊은 세대 중에도 이렇게 시골로 들어가 사람 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시골에 가면 도시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고 한다. 도시에서는 너무 바빠 지나쳤던 것들이 시골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가서 자연이 보이고 이웃이 보인다고 한다. 

 

   앞뒤가 트인 시골집의 정겨운 모습을 보니, 어릴 적 살던 고향집이 떠오른다. 도시였지만 아파트는 아니었기에 옥상도 있고, 오고가는 사람들이 죄다 보이며, "@@야, 놀자" 하는 친구들 목소리, 실컷 놀다보면 해 질 무렵 엄마가 " @@야, 밥 먹어라!" 하던 정겨운 소리가 들렸는데.....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매일  " 주민 여러분! 층간 소음으로 여러 가지 민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만 들린다.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잃어버린 것들이 참 많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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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에 나오기를 칠천만 원 안 팎이지만,
책에 적지 않은 다른 돈이 참 많이 들었겠지요.

그리고, 시골에서 이천만 원짜리 집이란
대단히 비싼 집이랍니다.
이천만 원쯤 되려면
도시와 많이 가깝거나,
마당과 텃밭이 아주 넓겠지요.

아무튼, 얼마를 들이는 일은 대수롭지 않아요.
즐겁게 잘 살기만 하면 되어요.

수퍼남매맘 2013-12-23 07:35   좋아요 0 | URL
시골에서 이천만 원은 비싼 집이군요.
한 평에 이천만 원 넘는 집도 있고....

사진 올리신 것 보면 함께살기 님 집도 참 정겨워요.
특히 파란 색 대문이 인상적이에요.

꿀꿀페파 2013-12-2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갑니다!

수퍼남매맘 2013-12-23 18:25   좋아요 0 | URL
항상 수고가 많으세요. *^^*

2013-12-25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5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