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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을 테면 잡아 봐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5
원유순 지음, 윤봉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각각의 동물 입장에서 본 이야기가 그물처럼 얽혀있는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블랙탄" 이야기가 가장 감동적이었다. 마음속에서 뭔가 점점 차오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블랙탄은 사냥개이다. 오래전 블랙탄에게는 주인 밑에서 함께 일하던 흰눈이라는 동료 개가 있었다. 블랙탄은 사냥 하는 것을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흰눈이는 ‘사냥’이라는 단어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흰눈이는 주인의 말에 반항할 때가 많아 자주 맞았다. 어느 날 주인이 둘을 마음껏 뛰어 놀라면서 내보냈다. 흰눈이는 사냥개인 자신의 모습이 싫어 그날 이후로 모습을 감춘다.
얼마 뒤 외출한 블랙탄은 숲 여기저기를 쏘다니다 비쩍 여윈 흰눈이를 만난다. 흰눈이에게 "매일 밤 저 아래 닭장 있는 집에서 닭을 훔쳐 먹었는데 이제 철조망 때문에 못 들어가게 됐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어“탕” 하는 총성이 울리고 이내 흰눈이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총을 쏜 사람은 그의 주인과 닭장 주인이었다. 주인이 “ 블랙탄, 수고했어.” 라고 말하자 블랙탄은 비로소 자신이 친구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사로 잡히게 된다. 그날 이후로 블랙탄은 말을 잃게 되고 점점 사나워진다는 내용이었다.
사냥을 하기 싫어하는 흰눈이는 생명을 사랑하고 평화를 좋아하고, 전쟁을 싫어하는 인간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사냥을 좋아하는 블랙탄은 주어진 조건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사냥개로 지내기 싫었던 흰눈이는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 정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 사람답게 살고자 노력하고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하지만 흰눈이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냥개로 살기 싫은 흰눈이가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자신의 길을 간 결과는 결국 죽음이었다. 우리네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생명을 존중하고, 양심을 지키고, 정의롭게 살고자 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내쳐지고 핍박을 받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흰눈이처럼 힘든 길을 가고자 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기에 사회는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