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속도가 책 사는 속도를 도무지 따라가지 못하고, 책은 날로 쌓여가는데도 책은 또 사고 있다. 4월에 산 책들 소개. 그러나 4월은 아직 절반도 가지 않았고, 또 사려고 담아둔 책도 또 있다능.

    


이 박람강기 프로젝트는 작가들이 글을 어떻게 썼나에 초점을 맞춘 책들을 시리즈로 내고 있다. 예컨대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같은 책. 이 시리즈 지난번 출간 책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긴장감 넘치는 글쓰기를 위한 아이디어>인데, 이것도 무척 흥미가 당긴다. 암튼 사라 파레츠키의 이 책은 나오자마자 닥치고 살 정도로 열광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남성 작가들이 팜므파탈 아니면 집 안의 천사로만 그려내던 소설 속 여성상을 바꾸기 위해 강인한 여성 탐정 ‘V. I. 워쇼스키’를 창조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소설을 즐겨 읽었던 파레츠키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슬립>을 읽으며 그의 여성 묘사에 화가 나서 “소설과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범죄 소설을 쓰겠다”고 맹세하고 그런 인물을 창조했다. 너무나 멋지지 않은가. 게다가 미스터리와 범죄소설을 쓰려는 여성들을 돕는 조직 ‘시스터스 인 크라임’을 설립하기도 했다. 진짜 너무 기대되는 책.



    
일본 배우 중에 단연 존재감 있는 이가 키키 키린아닐까. 마음 산책 이 말 시리즈는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종종 있어서 살까말까했는데, 지은이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인 걸 보고 믿고 구매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인터뷰어로 나선 키키 키린 인터뷰집으로, 두 사람이 처음 만난 2008년부터 키키가 세상을 떠난 2018년 사이 나눈 여섯 번의 대담이 실려 있다. 두 사람의 깊이 있는 대화가 기대된다.




국내 초역작인 데다가 명성이 자자한데 읽지 않고 베길 수 있는가. ‘실존주의, 부조리, 마술적 사실주의가 녹아든 이탈리아 문학계의 기인이 쓴 20세기 환상문학의 고전’이라는 말이 한껏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소싯적인 십대 때 문고판으로 읽었던 <죄와 벌>. 언제고 다시 한 번 읽고 싶었는데, 이 문학동네 번역이 좋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드디어 이 책으로 다시 읽기 도전.   




4월 초에 사서 읽고 리뷰까지 마친 책. 극찬이 많아서 궁금했는데, 리뷰대회도 있어서 겸사겸사 읽었다. 극추천. 중고로 되팔면 2만원 넘게 받을 수 있지만, 책꽂이에 고이 모셔둠.




요즘 읽고 있는 책. 내용 전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가 의외의 전개에 처음엔 깜짝 놀랐다. 흥미진진하다. ‘여성의 삶과 인생관을 가장 우아하게 그려내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시 버튼의 세 번째 장편. 런던과 뉴욕을 배경으로 삼십 년이라는 시차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 “여성들에게 바치는 나의 러브레터”라는 띠지 문구가 책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아, 여러분 이 책도 리뷰대회 있습니!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서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은 최근 읽은 어떤 책에서 인상 깊게 이야기해, 꼭 읽어봐야지 싶어서 메모해뒀는데(정작 이 책을 알게 해준 그 책이 뭔지 생각이 안남;), <피에 젖은 땅>에서도 또 쾨슬러가 언급되어서 드디어 구매. 혁명 과정에서 목숨을 걸고 동지를 지키고 헌신했던 이들이 혁명 이후 왜 서로를 의심하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게 되었는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와 더불어 공산주의 정치제제에 대한 20세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게 프리모 레비는 쉽게 읽을 수 없는 작가 중 하나이다. 읽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달까. 그의 죽음도 그렇고. 이 책은 그래서 출간 당시 차마 사지 못했는데, 이번에 <피에 젖은 땅> 읽고 나니 자, 이제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

    


이탈리아의 철학자 잠바티스타 비코(1668~1744)의 자서전. 그에 대해서도 어떤 책을 읽다가 알게 되어 호기심이 생겼는데.... (역시 그 책은 기억이 안 난다;) 세계 지성사의 페이지들을 장식하고 있는 학자들에 견줄 만한 성취를 보였음에도 생전엔 이름을 떨치지 못했던 비코. 난 이렇게 약간 소외자 같은 인물에 관심이 좀 많다. 인류 문명 전 시대를 아우르는 독특하고도 방대한 사유는 놀라웠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조차 영어, 프랑스어 등의 번역본을 통해서야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토로할 정도로 난해하다는 꼬리표가 언제나 따라붙었다고.




중남미 환상문학을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중남미 작가 작품을 다양하게 읽지 못했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도 그런 작가 중 한 사람인데(여태 이 작가 작품 하나도 안 읽음), 드디어 읽기로 결심. ‘바르가스 요사가 직접 꼽은 대표작’이자 ‘1950년대 뻬루 독재 정권하의 사회상을 나락으로 추락한 인물들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작품 중 가장 먼저 골라봤다. 마술적&환상이 아니라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게 중요함.


중고로 구매
    


토니 모리슨, <가장 푸른 눈> 우아, 절판된 이 책이 알라딘 중고에 떠서 6천 원에 구매. 그런데 여러분, 이 책 어떤 출판사에서 작년에 판권 사갔다고 합니다. 곧 새 책 나올 듯요.


    


아껴둔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이제 드디어 읽으려고.




델핀 드 비강 작품은 아주 강렬하지 않은데, 이상하게 계속 손이 간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성장소설. 지적 조숙아 ‘루’와 홈리스 소녀 ‘노’ 두 소녀의 만남을 통해 찬란한 성장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고. 성장소설다운 애틋함과 묵직한 메시지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평.




앨리스 먼로의 유일한 장편 소설. 이 작품도 어떤 책에서 극찬해서 더 흥미가 생겼음(르 귄 여사 책이었나....?). 1940년대 온타리오주 시골 마을에서 주인공 델 조던이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델의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짐.
    



타임 패러독스 SF의 영원한 고전, 상대성 이론의 쌍둥이 역설을 소재로 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숨은 걸작, 25년만의 새 번역판.




순전히 사라 파레츠키 <세 점박이 포> 읽으려고 구매. 사라 파레츠키의 ‘V. I. 워쇼스키’가 활약하는 작품들은 <블랙 리스트>를 비롯해 다 절판임. 누가 좀 다시 내주시라~!




폴스타프 님이 ‘뜻과 내용은 별개로 하고 활자를 다 읽었다는데 의의를 두겠다’고 말한 이 작품. 그러나 르 귄 여사는 극찬한 이 작품.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이거 배지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선물용으로 샀는데, 나도 갖고 싶으네요.... 그냥 내가 가질까...?

내가 산 건 피너츠인데, 상품 이미지로는 둘리가 나오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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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4-13 12: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히히. 잠자냥님과는 당최 겹치는 책이 없는디 이번엔 우주만화 당첨!! ^^ 저도 르귄 언니 땀시 저 책 구매했는데, 폴스타프님 평을 보니, 일단 모셔만 놓을 확률이 높네요^^;;;

잠자냥 2021-04-13 12:24   좋아요 0 | URL
르 귄 님이 낚은 분이 또 여기 계셨군요. 저도 일단 읽을 책이 밀려서 잠시 모셔두기로....ㅋ

coolcat329 2021-04-13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단 제목에 ‘우주‘가 들어가면 심하게 거부감이 드네요 ㅋㅋ
타타르, 침묵은 저도 읽고 싶은 책이구요, 요사는 단 한 권 만 읽어봤지만 팬이 되고 싶었어요.

잠자냥 2021-04-13 12:25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도 우주~ 이런 거 좀 안 좋아했는데요, 요즘은 SF도 꽤 재미나더라고요.
단 한 권으로도 팬이 되고 싶어진 요사의 그 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도 다음에 읽어보게요. ㅎㅎ

coolcat329 2021-04-13 12:34   좋아요 1 | URL
아 잠자냥님 읽으셨을거 같은데요, <새엄마 찬양>입니다. 발칙한 소설이죠 😆😆😆

잠자냥 2021-04-13 13:16   좋아요 0 | URL
요사는 이제 첫 도전입니다! 다음에 그 책도 읽어볼게요~

새파랑 2021-04-13 1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키키키린 예전에 나온 책 말고 새로 나왔나 보내요 ㅋ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ㅎㅎ 그리고 반가운 죄와벌~! 이런 글은 너무 재미있네요^^

잠자냥 2021-04-13 12:26   좋아요 2 | URL
네, 올해 4월에 나온 아주 따끈한 새 책입니다. 아마 이 책은 인터뷰어가 고레에다 히로카즈란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남들 책 산 이야기 정말 재밌죠? ㅎㅎ

미미 2021-04-13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지우개만이 아니라 배지가 있었네요!!!(그런 줄도 모르고 주문할때 떴는데 선택안함ㅠ)올려주신 책들 잠자냥님 리뷰 기대되요.😆
일단 저는 ‘패러독스‘에 끌려 <별을 위한 시간>담아갑니다.ㅎㅎ

잠자냥 2021-04-13 12:27   좋아요 3 | URL
지우개만 있었음 저도 선택 안했을 텐데 그 배지가 그만 너무나 매력적이라... ㅎ
네, 열심히 읽고 리뷰 남기겠습니다.

Falstaff 2021-04-13 12: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읽고난 다음에 알았는데요, 쾨슬러는 (친한)이웃의 아내와 딸을 강간했거나 시도한 것이 나중에 들통나 문제가 된 인물이라고 그러더군요.
<우주만화>는 중고로 사시기 잘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4-13 13:17   좋아요 2 | URL
으이그 쓰레기인간이었군요. -.-

Conan 2021-04-13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부지런히 읽고 있습니다만 읽는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입니다.....

잠자냥 2021-04-13 13:27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그 속도가 반대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syo 2021-04-13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는 속도보다 읽는 속도가 빠르기는 한데,
사 놓은 거 안 읽고 자꾸 다른 거 빌려보고 하는 바람에 결국 안 읽고 쌓이는 건 마찬가지라는.....

잠자냥 2021-04-13 14:23   좋아요 1 | URL
syo님은 정말 읽는 속도 놀라움. 책을 눈으로 씹어드시는 것 같아요.
어쩜 그렇게 빨리 많이 읽는지 부럽사옵니다.

다락방 2021-04-13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이런 페이퍼 진짜 너무 좋고 싫어요. 막 또 장바구니 쓸어담고 그래야 되니까.. 후후
어제도 책 샀는데, 저도 컨페션 샀는데 아직 안왔어요.
리뷰대회는 아무거나 하나라도 참가해보고 싶지만 저 이번달 여성주의 책도 이제 막 시작한터라(글씨가 너무 작지 뭡니까!) 제가 도대체 뭘 읽고 쓰기나 할 수 있을지 ㅠㅠ
저 지우개는 너무 귀여워서 저도 혹했지만 쓸 일이 없기 때문에 패쓰했어요. 나름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입니다. 엣헴- (정말?)
죄와벌 저는 열린책들로 읽었는데 문동으로 다시 살까요? (대체 왜..)

그럼 이만.

잠자냥 2021-04-13 16:50   좋아요 0 | URL
너무 좋고 싫다는 말 거참 뭔지 알겠네....ㅋㅋㅋㅋㅋ
4월은 아직 많이 남았어요. 리뷰 대회 열심히 읽고 도전하세요~~
지우개는 조카 주지 ㅋㅋㅋㅋ
죄와벌은 사지 마요! 냉철한 이성 차려욧!!!!

stella.K 2021-04-13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맨 첫번째로 소개하신 책은 저도 읽고 싶네요.
정말 작품에서 남성이 여성을 그릴 때 어쩌면 개같이 그려 놓던지
화가 나더군요. 또 그건 생각 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특히 영화 <롤리타>를 보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뭐 이렇게 말하면 여성 작가도 남자들 제대로 알고 그리는 건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서로 배울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암튼 작가가 참 멋있군요.

저도 <죄와벌>을 오래 전에 읽긴 했는데 지난 주 동서문화사 걸로 사 봤습니다.
일전에 박균호님이 책에서 번역자를 극찬을 하시길래 어떤가 싶어서.
마음으론 문동판을 사고 싶긴했습니다만.
암튼 잘 보고 갑니다.^^

잠자냥 2021-04-13 20:38   좋아요 0 | URL
넵! 첫 번째 책 기회되신다면 읽어보세요~ 저도 아직 읽기 전이라 뭐라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작가의 생각만큼은 극공감합니다.

<죄와 벌> 동서문화사 번역이 그렇게 좋군요! 궁금해지네요. ㅎㅎ
 

그 명성에 비해 토니 모리슨을 너무 늦게 읽기 시작했다. 아직 그의 작품을 다 읽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산문집이 출간되니, 마음이 갑자가 다급해져서 이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잉크>에는 토니 모리슨의 여러 글들이 실려 있다. ‘에세이라고 하면 왠지 가벼운 산문 위주일 것 같다. 나 또한 얼마쯤 그런 생각으로 책을 펼쳤는데 첫 장부터 조금 당황했다. 글도, 내용도 어투도, 주제도 하나 같이 모두 묵직하다. 이 책에는 소설가이자 영문학자, 편집자, 비평가로서 토니 모리슨의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에세이와 강연, 연설들이 묶여 있다. 그 주제도 다채로워서 문학은 물론 사회, 문화, 예술 문제에 이르기까지 날카로운 사유의 흔적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이 눈에 띠는 것은 인종’, ‘흑인’, ‘여성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출판편집자, 영문학 강사로 일하면서 마흔이라는 어찌 보면 늦은 나이에 소설가로 데뷔한 토니 모리슨. 그는 끊임없이 흑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문학 작품을 세상에 선보여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때문에 그가 미국 흑인 문학을 대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렇기에 인종차별이나 젠더 갈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 또한 당연해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며, 아니 펼치기 전에 흑인과 여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쓰여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는 맞다. 그러나 100%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을 당신도 토니 모리슨의 사유의 깊이가 이토록 깊을 줄은 예상치 못했을 터이므로.

 

여러 글들이 인상 깊지만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잉크>는 토니 모리슨 작품의 창작 배경을 이해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토니 모리슨의 팬이라면, 그래서 그의 모든 작품을 섭렵한 이들이라면 이 책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토니 모리슨 정도의 작가에게조차 사람들은 무례하게 이렇게 묻는다. “언젠가 백인에 대해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흑인 작가라는 말이 끔찍하지 않으신가요?”(37) 등등. 다른 작가들에게는 물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기이한 질문이다. 한편, 이 질문은 어느 여성 작가에게 언젠가 남성에 대해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니까?” “여성 작가라는 말이 끔찍하지 않으신가요?” 묻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때로 이렇게 질문으로도 폭력을 가한다. 이런 불쾌한 질문에도 토니 모리슨은 진솔하게 답한다. 그는 자신의 상상력이 가능한 한 방해받지 않는 동시에 가능한 한 책임지길 원했다.’ ‘문화적으로 특수한 동시에 인종에서 자유로운 세계를 빚고 싶었다.’고 말한다. 서구 혹은 유럽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인종에서 자유롭거나 인종을 초월한다고 믿으며, 그렇게 믿겠다고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토니 모리슨이 보기에 진실은 우리 모두 인종화되어있을 뿐이다.

 

서구 혹은 유럽 작가들이 가진 자주권을 토니 모리슨 또한 원했기에 자신의 소설, 자신과 그 작품, 자기의 능력을 해방하는 방식으로 창작하고 싶었다. 토니 모리슨에게도 선택의 가능성이 있었다. 첫째는 인종을 무시하거나 인종을 언급하지 않고 2차 세계대전이나 가족 사이의 갈등을 쓰는 법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자기의 존재와 토니 모리슨 그 자신의 지성에 유일하지는 않지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를 지워버리는 방법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는 객관적 관찰자가 되어 인종 갈등이나 화합에 대해 쓰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 또한 그렇게 하면 중심 위치에 있는 기존 생각에 무대 한복판을 내어줘야 할 수밖에 없고 주제는 언제나 영원히 인종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도 있다. 상상력을 인종이 지우는 부담과 한계로부터 해방하는 동시에 그것의 중심 위치가 토니 모리슨이 주제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과 세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탐구하는 것이다. 토니 모리슨은 여기에서 일단 역사보다는 기억에 의존하고 기억으로 대체하려고 노력한다. 토니 모리슨의 소설이 자전적이어서(자전적이고 싶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가 매우 인종화된 사회에서 글을 쓰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이런 사회에서 상상력은 절룩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하는 일은 기억하는 것이다. 이 세상을 기억한다는 것은 창조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책임은 (시대가 어떻든) 세상을 바꾸는 일, 자신의 시대를 더 낫게 만드는 일이다. 그게 너무 야심에 차 보인다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96)

 


여기서 말하는 기억이란 단순히 한 개인의 기억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역사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토니 모리슨은 흥미롭게도 과거가 미래보다 더 무한하다’(206) 말하는데, ‘시간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데이터 양의 측면에서는 분명히그렇다는 그의 주장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한걸음 뒤로 갈수록 하나의 세상이, 또 하나의 세상이펼쳐진다. 과거는 무한한 것이다. 때문에 토니 모리슨은 도처의 흑인 예술에서 강렬하게 나타나는 신화적 특성을 글에 담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노예라는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딸을 죽인 흑인 여성의 이야기 <빌러비드>는 실존 인물인 노예 마거릿 가너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1983년에 <빌러비드>를 처음 구상할 때 토니 모리슨은 역사와 복잡한 관계가 있었기에 이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역사의 정보성 때문에 역사적 기록에 의존했던 그이지만, 그 기록 역사의 삭제와 부재, 침묵을 예리하게 의식했던 토니 모리슨은 삭제된 어떤 것에서 그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간다. 가너는 농장에서 탈출한 직후 아이들과 함께 붙잡혔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들을 살 수 없는, 견딜 수 없는 삶으로 돌려보내는 대신, 죽이는 쪽을 죽이려고 시도하는 쪽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죽이지 못했고 노예폐지론자는 가너의 사건을 크게 문제 삼았다.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토니 모리슨을 괴롭힌다. ‘제 자식을 자신의 일부라고 할 수 없는 노예 여성, 너무 사랑해서 죽일 수 있는 여성, 너무 사랑해서 사랑하는 것이 더렵혀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의 용기, 자책, 자기 처벌, 자기 파괴를 상상할 수 있는가?’(207)

 

한편으로 <빌러비드>는 한 신문 스크랩과 함께 개략적 질문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그 질문의 핵심에는 여성 운동이 추구하고 있는 자유-동일 권리, 접근권, 임금 등 이외에- 어떤 자유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이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을 무렵인 1980년대 초,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가 여성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이었다. 많은 여성은 그 통제권이 아이를 낳을 선택과 이어진다고 확신했다. 엄마가 되지 않는 것이 결함이 아니며, 엄마가 되지 않겠다는 선택이 자유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시기이다. 여성 운동의 또 다른 측면은 여성이 여성을 지지하는 것을 적극 장려했다. 여성의 관계를 남성과의 관계에 종속시키지 말자고 했으며 여성 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노는 시간이 아니라 제대로 보내는 시간이라고 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토니 모리슨은 여성의 중요한 우정<술라>에서 다룬다. 그러나 첫 번째 문제, 내 몸의 주인이 될 자유, 자유의 표식으로서 아이 없는 삶은 토니 모리슨을 깊이 사로잡았고, 여성 노예의 관점(여기서도 역사적 기록의 침묵, 논쟁에서 소수 집단이 주변화된 상황이 그의 주의를 끌고 탐구의 대상이 됨),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아닌 아이를 갖는 것, 어머니로 불리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자유를 뜻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를 낳도록 요구당하는 것이 아니라(젠더, 노예 신분 때문에, 수익을 얻기 위해) 아이를 책임지기로 선택할 수 있다면? 다시 말해 번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가 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미국 노예제도 아래에서 이런 주장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법이고 반정부적이었다. 또한 용인되지 않는 여성의 독립선언이었고 자유였다. 만일 이런 권리 주장이 영아 살해로 이어진다면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가져올 수 있었고 실제로 그랬(101). 이렇게 역사적 기록의 빈틈에서 토니 모리슨의 상상력이 더해져 <빌러비드>가 탄생한다.

 

그뿐만 아니다. 그의 첫 소설 ‘<가장 푸른 눈>1963년 한 인구집단이(토니 모리슨이 속한) 역사책과 문학에서 도매금으로 무시당하고 있다는 데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창작된다. 토니 모리슨이 보기에 연민의 감정으로든 멸시의 감정으로든 예술적 검토 대상이 된 모든 인물 가운데 특히 부재가 두드러진 이들은 취약한 흑인 소녀였다. 그들은 문학 작품에 등장해도 그저 웃음거리, 동정의 대상, 이해의 노력이 결여된 동정의 대상으로 그려졌다. <가장 푸른 눈>에서는 인종주의를 개인적 사회적 정신이상의 원인, 후과 그리고 발현으로 보았고 <술라>에서는 인종적 맥락을 넣었을 때 놀라운 의미를 획득했던 젠더 문화, 정체성의 날조에 몰두했으며, <솔로몬의 노래>에서는 공동체와 개별성에 대한 로망에 대한 인종이 끼치는 영향을, <빌러비드>에서는 인종의 안경을 끼고 바라본 육체와 정신, 주체와 객체, 과거와 현재의 대립이 무너지고 매끄럽게 연결될 때 역사 서술의 가능성에 관심을 두었다. <재즈>에서는 인종적 가옥에 대한 대답으로 현대성을 발견하고자 했다.’(150)

 

나는 내가 누구이고 나의 작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아는 능력이 부족 내에서 혹은 가족, 국가, 인종, 성별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밀접하게 엮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명확성은 자아의 평가를 위해 필수적이고 다른 부족이나 문화와의 어떤 생산적 교류를 위해 필수적이다. (.....) 쓰고자 하는 갈망 심지어 존재하고자 하는 갈망은 흑인으로서 나의 자각, 흑인과 하는 경험, 심지어 흑인을 향한 경외심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질에서 온다. (45)

 

이렇듯 <보이지 않는 잉크>에서 토니 모리슨은 자신의 문학 세계를 설명하고자 아주 자세하게 자기만의 창작 노트를 공개한다. 앞서 말했듯 그의 문학을 아끼고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으로 인해 그 세계를 한결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글을 쓰려는 그의 모든 시도가 결국 흑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자기 존중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토니 모리슨의 석사 학위 논문은 <버지니아 울프와 윌리엄 포크너가 다룬 소외된 이들 Virginia Woolf's and William Faulkner's treatment of the alienated>이다. 이 책에서도 그는 포크너로부터 받은 감동을 언급한다. 토니 모리슨이 포크너에게 깊이 감명한 이유는 이 나라에 대해 그리고 역사책에 나오지 않지만 예술을 통해 드러난 이 나라의 과거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토니 모리슨은 때로 역사가 거부하는 일을 예술과 소설이 해낼 수 있다. 역사는 과거를 인간 중심으로 볼 수 있지만 아주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에서 종종 그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작가는 한 시대의 탐사를 통해 그 시대를 분명히 드러냈고 포크너는 그 탐사의 절정에 있었다.’(203) 말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이제 저 포크너가 들어갈 자리에 토니 모리슨의 이름을 넣어도 무방할 것 같다. 모리슨은 끊임없이 개인의 기억과 역사적 기억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이어 붙여 공통의 흑인 기억을 만들고자 애써왔다. 그 자신이 역사책에는 기록되지 않은, “보이지 않는 잉크를 알아본 독자였으며 행간에, 그리고 안팎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발굴해 상상력으로, 문학으로 재창조한 사람이다. 독자에게 보이지 않는 잉크에 민감하기를 촉구하는 토니 모리슨 자신이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잉크에 민감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이 진솔한 기록들은 어떤 화려한 수사로 가득한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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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3-31 16: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솔로몬의 노래 재미나게 읽었어요!!!
근데 이 책은 안 읽을 거 같아요. 에세이엔 어째 손이 잘 가지 않더라고요.

잠자냥 2021-03-31 17:00   좋아요 4 | URL
네 폴스타프 님 낚으려는 것은 아니었어요. 저리 가세요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3-31 17:1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아 다행이다. 이번엔 옆구리 좀 남아나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3-31 16: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빌러비드> 읽기를 미루다가 어느 순간
토니 모리슨 작가의 모든 책들을 읽어
야지 싶어서 도전에 나섰던 기억이 나네
요.

이제는 모두 절판된 들녘 버전의 책들
을 구하느라 원정 뛴 생각이 나네요 :>

소설 중에서 아직 번역이 안된 책이
있더라구요.

잠자냥 2021-03-31 17:02   좋아요 3 | URL
<가장 푸른 눈> 그래서 구하셨습니까? ㅎㅎ
토니 모리슨 전작 읽을 만한 작가입죠. 그렇습니다. 암요. (그러면서 저도 아직 다 못 읽음 ㅋㅋ)

레삭매냐 2021-03-31 19:43   좋아요 2 | URL
네 바로 그 책 사러 수원까지 갔다 왔답니다.

유부만두 2021-03-31 20:10   좋아요 2 | URL
가장 푸른 눈, 개정판 나오겠죠?

전 위의 네 권 다 읽었어요!! 최애는 술라고요, 솔로몬의 노래를 제일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래도 최고는 역시 빌러비드... 맘이 너무 아프고 힘들었지만 역시 최고에요.

잠자냥 2021-03-31 23:39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 님/ 네 <가장 푸른 눈>은 개정판 나오리라 믿습니다. 토니 모리슨 작품 많이 읽으셨네요. 저도 곧 다 읽겠습니다!

mini74 2021-03-31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빌러비드 밖엔 읽은게 없군요 ㅠㅠ잠자냥님 추천보고 도서관 예약 신청했는데 빨리 보고싶네요 *^^*

잠자냥 2021-03-31 18:23   좋아요 2 | URL
ㅎㅎ 어여 미니 님 손에 도착하기를~!

미미 2021-03-31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자냥님 믿으니까 읽어보려구요! 일단 <소녀,여자,사람들>과 <초조한마음>이 급함ㅋㅋ

잠자냥 2021-03-31 23:39   좋아요 1 | URL
ㅎㅎ 요즘 읽고 싶은 책 너무 많아서 발동동 아닙니까!

다락방 2021-03-31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만년전에 재즈 읽었던 것 같아요. 역시나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저는 이미 가지고 있는(!!) 빌러비드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이 페이퍼를 읽으니 ‘사유가 깊다‘는 걸 저도 느껴보고 싶어져요. 저는 그런 여성 작가들에게 진짜 크게 감동하거든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말입니다. 훗.

잠자냥 2021-03-31 23:40   좋아요 1 | URL
저도 빌러비드는 가지고만 있어요. 올해는 꼭 읽어야겠어요. 암튼 요즘 여성 작가들의 깊은 사유 속에 빠지는 일 너무나 행복합니다.

han22598 2021-04-01 0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에 불운은 없다. 백인들이 있을 뿐이다˝ 빌러비드에 씌여진 글인데, 흑인들의 깊은 빡침의 표현인데...희한한게..소설 안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레 토로되는 느낌. 신기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토니 모리슨의 다른 작품들...아껴두고 천천히 읽고 싶더라고요.

잠자냥 2021-04-01 09:55   좋아요 1 | URL
아껴두고 천천히 읽고 싶은 마음도 정말 깊이 공감합니다~

2021-04-12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2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이딘 고디머의 《거짓의 날들》을 읽고 완전 반해서 집에 있는 고디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고 있다. 주로 단편들. 그이의 단편이 실린 책들도 대부분 절판 상태이다. 단편 <최고의 사파리 The Ultimate Safari>는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에 실려 있다. 고디머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왕은철 번역가가 ‘<최고의 사파리>를 중심으로 본 타자 재현의 문제-네이딘 고디머에 대한 애도를 겸하며’라는 논문을 쓴 적이 있다는 것을 보고, 이 작품을 좀 더 주의 깊게 읽기 시작했다.

《거짓의 날들》은 문체가 유려하고 서정적이었던 데 비해 <최고의 사파리>는 투박한 단문으로 이루어져 있어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 놀랐다. 그러나 곧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작품 화자는 아프리카의 어린 소녀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날 밤 어머니는 가게에 간다며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모르겠다. 아버지도 어느 날 집을 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전쟁터에 나간 것이었다. 우리도 참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직 어렸기 때문에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같은 신세였다. 우리에겐 총이 없었다. 정부가 늘 노상강도라 부르던 아버지의 적군은 사방을 마음대로 다녔으며 우리는 개에게 쫓기는 닭처럼 도망 다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어머니는 식용유를 구할 수 있다는 말에 가게에 갔다. 식용유를 맛본 지 너무나 오래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행복해했다.’

시작 부분을 이렇게 길게 소개하는 까닭은 이 길지 않은 문장에  작품의 주요 상황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쟁터에 나가 부재하는 아버지, 식용유조차 쉽게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식용유 한 병을 구하려고 가게에 간 뒤 돌아올 줄 모르는 엄마. 정부가 늘 노상강도라고 부르는 약탈꾼들의 존재, 남겨진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다. 소녀의 엄마는 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노상강도들이 세 번이나 마을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이제 마을에는 남은 것이 없다. 강도들이 불을 질러 소녀네 집 초가지붕은 무너져 내렸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지붕이 없어서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 그 약탈꾼들은 소녀의 집에 오지 않았다. 겁에 잔뜩 질려 아이들은 밤을 지새운다. 소녀의 오빠는 부러진 나무 조각을 한 손에 쥔 채로 다 타 버린 집 기둥에서 밤을 지새운다. 노상강도에게 들켰을 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학교도, 교회도 모두 파괴되었으므로 소녀와 남동생, 그리고 오빠는 시간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는 채 어머니를 줄곧 기다린다. 그러나 끝내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고, 아이들만 남았다는 소리를 듣고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와서 손주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도 한 달 가까이 엄마를 기다리지만 엄마는 돌아올 줄 모른다. 할머니의 집도 사정은 형편없어서 굶주림이 날마다 이어진다. 할아버지에겐 전에 소와 양이 있었지만 그 또한 노상강도들이 모두 빼앗아갔다.

굶주림 속에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자 할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이들은 떠나게 되어 기쁘다. ‘어머니가 있지 않은 곳’, ‘항상 배가 고픈 곳에서’ ‘노상강도도 없고 음식이 있는 곳’으로 아이들은 떠나고 싶었다. 집을 떠나 할머니가 목표로 삼은 ‘그곳’에 가려면 크루거 공원을 지나야만 한다. 아이들은 크루거 공원을 잘 알았다. ‘동물들만 사는 거대한 왕국, 코끼리, 사자, 자칼, 하이에나 하마, 악어, 모든 동물이 사는 곳’이다. 마을에도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런 동물들이 이었는데, 노상강도들이 코끼리를 잡아 상아를 팔고, 사슴을 다 먹어 치웠다. 소녀는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 마을은 사람이 사는 곳이었지 동물의 왕국은 아니’라고. 크루거 공원을 잘 아는 이를 안내자 삼아 소녀의 가족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은 삼삼오오 떠난다. 크루거 공원에서는 울타리를 돌아 더 먼 길로 돌아가야 한다. 울타리를 손으로 만지는 순간 살이 타들어서 죽기 때문이다. 말이 ‘공원’이지, 소녀가 묘사하는 내용을 유추해 보면 크루거 공원은 ‘사파리Safari’임을 알 수 있다.

공원에서는 모닥불을 피울 수가 없다. 연기 때문에 그들이 공원에 있다는 사실이 탄로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관과 공원 관리인이 이들의 존재를 알면 그들을 돌려보낼 것이 틀림없다. 때문에 그들은 ‘동물들 사이에서 동물처럼’ 움직인다. 소녀는 이곳에서 코끼리, 수사슴, 멧돼지 등을 맞닥뜨린다. 동물들의 뒤를 쫓다가 물웅덩이를 발견하면, 동물들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물을 마신다. 소녀가 볼 때마다 동물들은 풀이나 나무나 뿌리를 먹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인간이 먹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할머니가 가져온 곡물 가루도 이미 다 떨어졌고, 소녀는 개코원숭이들이 먹는 음식이나 겨우 먹을 수 있다. 인간이면서도 이곳에서는 인간이 아닌 존재와 마찬가지인 그들은 그렇다고 ‘동물처럼 행동하기’도 어렵다. 소녀는 날씨가 아주 더운 낮에는 누워서 잠든 사자들을 본다. 자신도 사자처럼 눕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누워 잠들면 사자에게 먹힐지도 모른다. 남동생은 점점 더 야위어 가고, 오빠는 어느새 말을 잃어버린다.

그렇게 여행은 지속되어 그들은 낮에도 밤에도 걷는다. 야영지에서 백인들이 요리하며 피우는 모닥불을 본다. 연기 냄새와 고기 냄새에 이끌려 일행 중 한 여인이 그들에게 가서 도움을 청하자고 한다. 여인은 ‘쓰레기통에 버린 음식을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말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안내자는 크루거 공원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를 도우면 그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리를 봐도 못 본 척할 수밖에 없다고. ‘그들이 본 건 단지 동물뿐’이라고. 크루거 공원을 지나는 동안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볼일을 보기 싫었는지 풀숲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할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일행들은 길을 떠나야 한다고 재촉하고, 할머니와 소녀와 오빠는 할아버지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만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을 굶겨죽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결국 일행을 따라 길을 나선다. 할아버지는 어딘가에 남겨둔 채. 아빠와 엄마에 이어 할아버지마저 사라진 것이다.

드디어 소녀 앞에 저 멀리 아주 큰 천막이 보인다. 파랗고 하얀 천막이다. 소녀의 고향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 진료소 수녀의 말에 따르면 아기들을 제외하면 그 수가 200명쯤이다. 각 가족에게는 집 대신 큰 자루나 종이 판지 등 찾을 수 있는 것들로 사방을 막은 작은 구역이 주어진다. 이 공간이 자신의 것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타내는 것이다. 문도 창문도 지붕도 없지만 이 공간에 마음대로 들어올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문도, 창문도 지붕도 없기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남의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일종의 사파리와도 같다. 진료소에서 나눠 준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배급을 받고, 옷을 얻어 입고 소녀와 오빠는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었지만 남동생은 또래 아이들처럼 놀지 못한다. 할머니는 진료소를 찾아가고, 수녀는 남동생이 충분히 먹지 못해 머리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한다. ‘전쟁 때문에,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크루거 공원에서 굶주렸기 때문에 남동생은 종일 할머니 무릎 위에 누워 있거나 할머니한테 기대어 있기를 좋아한다.’

시간은 흐른다. 천막에서 얼마나 오래 생활했는지 소녀는 열한 살이 되었고, 동생은 세 살이 다 되어 간다. 동생은 여전히 몸집은 작지만 머리는 크다. 몸이 건강한 할머니는 일자리를 구했고, 소녀네 가족들은 굶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크루거 공원에서처럼 천막 안 공간도 비좁아 서로 가깝게 누워 있어야 할 만큼의 자리밖에 없다. 어느 날 백인들이 천막에 사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으러 왔다. 그들은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한 백인 여자가 소녀네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가 할머니에게 묻는다. 백인 여자의 말을 알아들은 어떤 사람이 그 말을 통역해서 되물어 준다.



언제부터 이렇게 살고 있나요?
이곳을 말하는 겁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이 천막에서 이 년하고 한 달 살았어요.
앞으로 바라는 것 있어요?
아무것도요. 여기에 있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는요?
아이들이 교육을 받아 좋은 직장을 구하고 돈을 벌기를 바랍니다.
고국으로, 모잠비크로 돌아가고 싶나요?
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이곳에 머물지 못할 텐데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할머니는 더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할머니가 그 백인 여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백인 여자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더니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최고의 사파리>,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 389쪽)


이 짧은 단편에서 가장 압도적인 장면이 아닐까. 이 년 넘도록 천막 안에서 지내는 소녀의 가족. 남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자루나 종이 판지 등으로 사방을 막아도, 문도, 창문도, 지붕도 없기에 누구라도 마음먹으면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을 백인이 ‘영화’를 찍는다면서 ‘비집고’ 들어와 자기들의 언어로 질문을 퍼붓는다. 그러고는 소녀네 가족을 향해 ‘미소’ 짓는다. 야생동물의 생활 터전에 마음대로 들어가 그들의 생활을 염탐하고는 제멋대로 그 삶을 낭만화해 미소 짓거나 즐거워하는 사파리 관광객들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크루거 공원을 지날 때 백인들의 음식 냄새에 이끌려 도움을 청하자고 했던 여인에게 안내자가 했던 말도 그런 의미에서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보여도 못 본 척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그들. 크루거 공원에서 그들은 동물처럼 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동물보다 그 존재가 뚜렷하게 인식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동물은 타인의 눈에 보이는 존재여도, 이들은 결코 보여서는 안 된다. 할머니는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집도 없다고 말하지만 소녀는 할머니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전쟁이 끝나고 노상강도도 없어지면 집에서 엄마가, 그리고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그렇기에 다시 크루거 공원을 통해 집으로 돌아가리라 마음먹는다. 소녀의 이 소망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사파리Safari'는 잘 알다시피 야생 동물을 놓아기르는 자연공원에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차 안에서 구경하는 일을 뜻한다. 원래는 스와힐리어의 ‘여행’이라는 뜻으로, 사냥을 하기 위해 사냥감을 찾아 원정하는 일을 이르던 말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이 작품 <최고의 사파리 The Ultimate Safari>라는 제목은 작품 내용과 어우러져 무척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가 늘 ‘노상강도’라 부르던 아버지의 적군, 코끼리를 잡아 상아를 팔고, 사슴을 몽땅 먹어 치운, ‘노상강도’들은 그저 단순히 아프리카의 또 다른 종족들을 말하는 것일까? 만지는 순간 살이 타들어서 죽는 울타리를 크루거 공원에 친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이 아프리카 땅에서 사냥은 누가 했으며 진짜 사냥감은 누구였을까. 한쪽에서는 그렇게 집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난민들에게 천막을 제공해주는 하얀 얼굴의 백인들이 있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런 난민의 삶을 영화로 만들겠다며 다정히 다가와 카메라를 들이대며 미소 짓는 백인들도 있다. 차 안에 편히 앉아 유리창 너머로 사파리를 돌아보는 관광객이나, 카메라 렌즈를 통해 난민의 삶을 담고 전시하는 백인이나 모두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삶을 ‘사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아프리카에서 긴 ‘여행’을 할 것이 분명한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네이딘 고디머의 시선과 통찰력은 이렇게 짧은 작품에서도 빛이 난다. 그렇다고 고디머의 작품이 아프리카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다른 단편 <발견>(《견딜 수 없는, 미쳐 버리고 싶은》)에서는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해, 여자라면 환멸을 느끼게 된 남자가 홀로 바닷가 휴양지로 떠나 겪는 일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이런 작품들을 읽노라니 당연히 네이딘 고디머의 작품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절판된 책들도, 그리고 아직 한 번도 번역되지 않은 그 많은 작품들도 속히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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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3-29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 읽었어요. 옛날 옛적에요. ㅎㅎㅎ 그래서 기억 안 나요. 암튼, 저도 예전 제 글을 보면서 제가 나딘 고디머를 잠자냥님처럼 엄청 좋아햤더라고요. ㅋㅋ 암튼 <보호주의자> 주제넘게 추천합니닷! 읽으시고 멋진 글 써주세요. (근데 정말 우리 취향 비슷해요!!😅)

잠자냥 2021-03-29 21:45   좋아요 0 | URL
<보호주의자>는 현재 절판이라 구할 수가 없네요. 나중에 읽게 되면 꼭 리뷰 남기겠습니다.

다락방 2021-03-3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를 읽었다는 기억은 나거든요. 그래서 혹시 뭔가 써놓은게 있나 싶어 검색해봤더니, 2014년에 밑줄긋기 단 한 건을 했더라고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문장이 나딘 고디머의 것은 아닌듯 합니다.

잠자냥 님의 글로만 봐도 참 좋은 단편일 것 같은데, 어째서 이렇게 기억은 전혀 없을까요. 대체 책은 왜 읽는 걸까요... 하아-

잠자냥 2021-03-30 10:06   좋아요 0 | URL
단편은 금방 잊히긴 하죠. 제가 이 책 링크 하느라 옛 리뷰들 좀 찾아보니 다락방 님은 페이퍼를 몇 개 쓰셨더라고요. 그때 이 책에 실린 <아들의 죽음>을 인상 깊게 읽으셨나 봅니다. 물론 지금은 기억 못하시겠지만...*힐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3-30 12:06   좋아요 0 | URL
페이퍼도 썼어요,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혀, 기억이 안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독서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2021-04-12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2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케이 2021-04-2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밑의 [견딜 수 없는 미쳐버리고 싶은] 저 책 대학생 시절 밀란 쿤데라 단편 때문에 빌려 읽었던 책이네요. 원래 쿤데라 단편 제목이 [히치하이킹 게임] 인데 왜 이상한 제목을 갖다 붙였을까 의문스러웠던 기억만 나고 쿤데라 소설 외 다른 소설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네요..십수년전 읽었던 책 표지를 보니 기분이 묘해요.

잠자냥 2021-04-21 09:45   좋아요 1 | URL
ㅎㅎㅎ <견딜 수 없는....> 이 책 제목 참 이상하죠. 단편 모음집의 단점이라면, 몇 년 지나면 그 안에 실린 단편 대부분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ㅎㅎ 하긴 요즘 저는 장편도 좀만 지나면 아주 강렬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기억이 희미해집니다. -_-;
 

중고책 겟! 하다 보면 자꾸 새 책도 딸려오는 기이한 현상....;;


그리하여 산 새 책(나 요즘 굿즈 선택 안하고 있다. 장하다)

 


전설의(?) 절판 책이었던 낭만주의의 뿌리가 최근 다시 나왔다. 16년만의 복간, 이런 책은 바로 구매. 20세기 최고의 사상사가로 꼽히는 이사야 벌린의 강연록으로, 18세기 후반에 계몽주의에 대한 반발로 일어나 서구 세계의 가치관과 역사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낭만주의 운동을 다루고 있다. 루소, 디드로, 쉴러, 슐레겔, 노발리스, 괴테, 블레이크, 바이런, 베토벤을 포함한 18~19세기의 위대한 사상가와 예술가들을 폭넓게 다루면서 낭만주의의 뿌리를 찾아간다.

 


푸코 평전 및 레비-스트로스와의 대담집을 펴내고, 성적 지배 체계와 소수자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해온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 동성애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자 계급 가족을 떠났던 저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과 가족의 계급적 과거를 탐사해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권터 그라스의 새 번역 작품이다! 일단 담아! 그런데 사기 전에 보니 레샥매냐 님이 극도의 혹평을 해서 살짝 걱정되긴 하나,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겠다. 이 작품 또한 나치 이데올로기를 고발하면서, 무비판적으로 나치에 동조한 소시민들에게도 집단적 죄과가 있음을 꼬집는 듯.

 



살까말까 망설이다 고다 로한 작품 궁금해서 결국 샀다. 그리고 바로 읽음. 표현이 굉장히 색다르다. 번역도 일부러 그렇게 한 듯. 다만 번역에 역주가 굉장히 자세해서 책 읽기 흐름에 방해가 될 지경. 이런 작품을 스물넷에 썼다고 하니 거참, 옛날 사람들은 현대인보다 성숙했던 것인가.

 

 


르 카레 옹의 새 작품은 무조건 담아야지. 책 표지도 이쁘다. 소장각

 

 


애초에 사려고 생각했던 책인데, 폴스타프 님 리뷰 보고는 더 굳게 구매 결심. 3권으로 분권했던데 그냥 2권으로 내놨어도 괜찮았을 거 같다. ‘바이올린 한 대의 역사를 되짚으며 시공을 초월한 악의 연대기를 엮고 있다는데 자못 흥미진진해 보인다. 그러나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 작가의 새 책! 대산세계문학 좋아! 러시아 문학에서 인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언론인, 사회비평가, 사회활동가로 활동하며 당대 작가들은 물론 후대에 이르기까지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블라디미르 코롤렌코가 숨을 거둔 지 올해로 100년이란다. 이 책은 그의 대표작을 모았다.

 



내가 요즘 눈여겨보는 출판사가 있는데 (도서출판)’- 빅토리아 토카레바 <티끌 같은 나>를 출판한 곳이라 이 출판사 도서 목록을 죽 보니 꽤 흥미로원 작품들을 속속 번역하고 있다. 이 책도 그렇게 발견. 41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작가 사토 야스시의 대표작 <오버 더 펜스>, <여름을 쏘다>, <황금옷> 세 편으로 구성된 중편소설집. ‘청춘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토니 모리슨의 에세이다! 에세이 잘 읽지 않는데 이건 사야해!

 



애트우드 여사의 글쓰기 강연 책이다! 어머, 이것도 사야해! 요즘 읽고 있다. 강연 초반은 애트우드 여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흥미롭다.

 



유부만두 님에게 땡스투하고 산 책. 에밀리 디킨슨, 레이철 카슨, 마거릿 풀러 등 아름다운 사람들의 저마다의 삶을 펼쳐놓고 서로 연결고리들을 찾아 턱턱 걸어버린다. 보기만 해도 흥미진진해 보인다. 그래서 머리맡에 두고 보고만 있다. 읽지는 않고;;;

 




중고로 구매

 



으아, 이거 구한 게 가장 기쁘다. 이 책 절판되서 중고로 거의 3만원 가까이 팔리고(어떤 분은 76,000원에 팔고 계시네;) 있었는데, 알라딘 중고로 떴어. 손 떨리는 마음으로 드디어 구했다.

 




요즘 알라딘 서재에서 인기 좋으신 윌라 캐더 님, 중고로 구해서 더 좋습니다.

 

 


믿고 보는 강유원. 새 책 살까말까, 도서관에 있는데 빌려볼까 망설이면서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중고로 뜬 거 보고 바로 구매.

 



폴스타프 님이 애정하는 율리 체도 만나보겠습니다.

 



내가 애정하는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도 중고로 떴기에 신나서 구매. 그런데.... 책 안쪽에 이 책 판매한 사람 사인과 서명이 있어서 급실망. 솔직히 중고로 책 샀을 때 전 주인 사인 있는 것 증말 싫다. 그 장만 찢어버릴 수도 없고. 이 책은 소장할 건데....

 



새 책 같은 중고! 로맹 가리의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 전쟁고아로 삼촌과 함께 사는 뤼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고 하니, 내가 좋아하는 로맹 가리 성장 소설 분위기인 듯 싶어서 기대된다.

 



대산세계문학에서 절판된 책인데 중고로 뜨면 바로 사야한다. 치누아 아체베, 윌레 소앙카와 같은 아프리카 문학 1세대 작가들이 아프리카의 식민지 현실과 독립에의 열망을 문학에 담아냈다면 이 책의 지은이 벤 오크리는 독립 이후 아프리카의 현실에 주목한다. 어린 시절 겪은 비아프라 내전과 이어지는 숱한 종족 갈등과 쿠데타는 벤 오크리에게 정신적 상흔으로 남았으며, 그는 이 어두운 역사를 수많은 작품에 담아냈다. 소설 <굶주린 길>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 책도 절판인데 중고로 구함. 파리에 거주하며 독일어로 글을 쓰는 스위스 국적의 작가 파울 니종은 유럽권의 유수의 문학상들을 휩쓸고, '오늘날 독일어권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또는 '현재 가장 위대한 독일어의 마술사'라고 칭송받는다고. 삶의 동기가 없는 20대 초반 청년 슈톨츠의 방황을 그린 작품.

 

 


<백년보다 긴 하루>의 친기즈 아이트마토프 작품이지 않은가. 그냥 닥치고 사서 읽자.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노로 구니노부의 마지막 소설. <사랑에 관한 데생>은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펴낸 책이다. 초판은 1979년에 나왔고, 오랫동안 절판된 채로 있다가 2006년에 복간되었다. 생전에 노로 구니노부는 일본 고서점계의 유명 인사였다. <사랑에 관한 데생>에는 그가 그토록 자주 드나들었던 고서점의 다채로운 풍경이 속속들이 녹아들어 있다고. 사실 이 책은 출간되었을 때부터 읽고 싶었는데, 때마침 내가 서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고 있던 터라, 혹시라도 영향 받을까봐 읽지 못했다. 이제는 마음껏 읽을 수 있다. 그것도 중고로 구매해서! 이 책도 현재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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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 연습> 읽고 홀딱 반한 레몽 크노. <연푸른 꽃>은 오랜 세월 언어를 가지고 실험했던 크노가 펴낸 후기작이다. 만년에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대가의 면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꿈과 현실, 중세와 현대, 각종 언어와 조어가 갈마드는 이 작품의 독특한 서사적 구성은 읽을 때마다 또다른 재미를 안긴다나.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사실주의 작가 조지 기싱은 이 소설에서 여성의 삶을 경제적, 정신적으로 황폐화하는 가부장제의 폐해와 이에 맞서 여성에게 자기존중과 경제력을 길러 주기 위해 노력한 페미니스트 선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기싱의 여성주의적 시각을 내가 한번 파헤쳐 보겠다. 그나저나 이 책 출간한 코호북스도 내가 눈여겨보는 출판사 중 하나.

 



독일 낭만주의를 이끈 대표적 인물인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장편소설. ‘낭만적 사랑의 모델을 역사상 처음으로 제공하여 독일문학이 일궈낸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소설은, 그동안 특유의 난해함으로 인해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쉬이 번역되지 못했다고얼마나 난해한지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낭만주의로 시작해서 낭만주의로 끝나는 페이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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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모자 2021-03-19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거짓의날들 구하셨군요... 저도 비싼 중고 가격에 못 구하고 있습니다 ㅜ
중고책 사면 가끔 예전 주인에게 써준 작가 사인도 함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측은합니다...

잠자냥 2021-03-19 12:18   좋아요 2 | URL
<거짓의 날들> 저도 두 번째로 성공했어요. 한번은 그걸 장바구니에 담고, 바로 샀어야 했는데 (배송료 안 내려고) 신간 고르는 사이 어떤 분이 사 가셨더라고요. ㅠㅠ 그래서 그 다음에 떴을 땐 닥치고 그냥 <거짓의 날들>만 샀습니다. 저도 가끔 작가 사인 받은 책 있는데, 그런 책은 도저히 못 팔겠더라고요.

다락방 2021-03-19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페이퍼를 읽고난 후부터 나딘 고디머의 거짓의 날들 중고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겁니다! (비장)

잠자냥 2021-03-19 12:17   좋아요 1 | URL
위에 댓글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한 번 실패하고, 두 번째로 샀으니 아예 안 나오는 상품이 아니라능! 꼭 성공하세요.

blanca 2021-03-19 1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워요. 흑. 이유는 아시죠? ㅋㅋㅋ 나 3월달엔 책 구매 안 하려고 했는데...

잠자냥 2021-03-19 12:45   좋아요 3 | URL
책 안 사겠다는 결심만큼은 이 알라딘에서는 가장 허무맹랑한 결심입니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3-19 1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두 달은 폭 파묻힐 수 있겠습니다!!!
나는 고백한다, 좋습니다. 잠수한계시간도 마음에 드실 거고요, 체벤구르 역시 장땡은 아니어도 8땡은 될 겁니닷! ㅋㅋㅋ
저도 고양이와쥐 사놓고 메냐 님 서평때문에 기 죽어 있는데....위안이 되는구먼요.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3-19 13:09   좋아요 1 | URL
고양이와 쥐! 우리 각자 읽어보고 평가합시당! ㅎㅎㅎ

coolcat329 2021-03-19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비장한 페이퍼에 달리는 댓글들이 너무 재밌어요.
앓는 소리들이 환청으로 들리는 듯...그 와중에 폴스타프님의 먼저 읽으신 분으로서의 자신감까지요~~ㅎㅎ

Falstaff 2021-03-19 13:09   좋아요 3 | URL
요즘 읽은 책들 있잖아요, 제복의 소녀, 키플링 단편집, 토카레바 뭐 이런 것들은 잠자냥님 페이퍼 보고 컨닝한 것들이예요. 낚시에 걸렸든지 ㅋㅋㅋㅋ

잠자냥 2021-03-19 13:0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댓글도 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앓는 소리 환청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3-19 13:10   좋아요 3 | URL
서로 물리고 물리는 ㅋㅋ 아니 낚고 낚이는 이곳은 바로 개미지옥 알라딘 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3-19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윌라 캐더의 책은 고저 사랑입네다.

제가 읽은 책들도 보이고, 또 사두고
째려 보기만 하는 책들도 있고 또
서로 자극해서 이 책도 사야 하나?
하는 책들도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그 중에서 이사야 벌린이하고 사토
야스시 씨의 책이 땡기네요... 주말에
비도 온다고 하던데 책사냥을 나서야
하나요.

잠자냥 2021-03-19 13:12   좋아요 3 | URL
ㅋㅋㅋ 레삭매냐 님은 누구보다 빨리 읽는 신간사냥꾼 -
낭만주의의 뿌리 주말에 사신다에 천 원 겁니다! ㅋ

새파랑 2021-03-19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책이 딸려오는 정도가 아닌거 같은데요? ㅋ 스케일이 그냥~!! 잠자냥님 리뷰 보고 찾아 읽겠습니다^^

얄라알라 2021-03-19 14:0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도 페이퍼 제목을 보고, 중고 사면서 몇 권 얹어 더 사셨나보다....그러다가 스크롤 또 스크롤^^ 게다가 한 권 한 권 아주 주도면밀하게 살펴서 겟하신 정성에 ^^ 전 빌려만 읽기려 들기에 진정한 알라디너가 되려면 멀었어요

잠자냥 2021-03-19 14:17   좋아요 2 | URL
흐흐흐흐흑.... 매달 딱 5만원만 쓴다고 하는데 언제나.... 흐흐흑 *울면서 달려간다*

페넬로페 2021-03-19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들 모두 잠자냥님은 다 읽는다~~
라고 예상합니다^^
저와 다르게^^

잠자냥 2021-03-19 14:17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 저도 이 중 또 안 읽고 쌓아두고 또 새로 사는 책이 많을 겁니다. 늘 그렇듯이...;;

잠자냥 2021-03-19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금모자 님과 다락방 님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조만간 <거짓의 날들>을 읽고 뽐내보겠습니다. 음하하하하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3-19 15:12   좋아요 1 | URL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3-19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투 감사합니다. 책 사는 데 보태겠습니다.
우리 서로 돕는 거 맞죠, 그죠?

잠자냥 2021-03-20 01:37   좋아요 0 | URL
아 그럼요. 이 개미지옥에서 서로 도와야죠..... 왜 눈물 나지!? ㅋㅋㅋㅋㅋㅋ

라로 2021-03-19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딘 고디머의 <보호주의자>를 옛날 아주 까마득한 옛날에 읽었었는데요.
그거 읽고 진짜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대단한 작가군요. 덕분에 나딘 고디머와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그나저나 책 샀다고 올린 페이퍼 이렇게 오래 스크롤 내려간 건 처음이지 싶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책을 사려면 잠자냥님처럼 화끈하게 사야지!!!👍👍👍

잠자냥 2021-03-20 01:38   좋아요 0 | URL
오 <보호주의자>도 궁금합니다! 그나저나 저처럼 화끈하게 매달 사면 아니되옵니다... ㅠㅠ

그레이스 2021-03-30 14:45   좋아요 1 | URL
보호주의자 1표
당시에 완전 생소한 느낌이었어요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종차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구요.

붕붕툐툐 2021-03-3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여기는 보물창고!! 사고 싶었던 책을 중고로 구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잠자냥 2021-03-30 13:27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또 중고를 쿨럭;;; ㅋㅋㅋ

건수하 2023-03-08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에서 이 짝 없는 여자란 표현이 기싱의 소설에서 왔다고 해서 찾아보니
잠자냥 님 글이 딱 뜨네요 ㅎㅎ

그래서... <짝 없는 여자들> 읽어보셨나요? +_+

잠자냥 2023-03-08 14:0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고닉 그 에세이 읽으면서 아아, 이제 드디어 저 책을 읽을 때가 되었구나 생각(만)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08 14:15   좋아요 1 | URL
앗 자냥n별을 여쭤보고 싶었는데 ㅎㅎㅎ
일단 고닉의 에세이부터 읽어보겠습니다 :)

그레이스 2023-03-0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유원 좋아하시는군요
저두요,^^
낭만주의의 뿌리는 사놓고 읽을 기회를 못찾고 있는중요
고닉 에세이는 전작보다 조금 식은 느낌?! 기싱의 이런 작품이 있었군요
전 그 내용 아직 못 봤는데..!

그런데 중고를 정말 잘 건지고 계시네요,
전 들어가보면 사라지고 없던데...ㅠ

잠자냥 2023-03-08 15:05   좋아요 1 | URL
네 강유원 책은 나오면 꼭 읽어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낭만주의의 뿌리... ㅎㅎ 저도 중간까지만 읽고 아직 완독을 못 했네요-
고닉 에세이에 관한 말씀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ㅎㅎㅎ

그레이스 2023-03-08 15:1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이건 언제적 페이퍼 ㅎㅎ
댓글 달리는 거 보고 위에 글 읽었는데, 최신으로 보이는 현상
어쩐지 낭만주의의 뿌리가 지금 나왔을리 없는데 ㅋㅋ
다시 보니 제가 위에 댓글도 달았군요
덕분에 다시 읽고 기싱을 조명!
오늘 교훈은
아는만큼 보인다!
 

이십대 후반의 내게 수전 손택은 하나의 본보기였다. 그이처럼 많이 읽고 보고 느끼며 쓰고 싶었다. 심지어 그 말년의 새하얀 머리칼조차 닮고 싶을 정도였다. 요즘 거울 앞에서 검은 머리칼 속에서 가끔 흰머리를 찾으면 그걸 골라내며 생각하곤 한다. ‘하이고, 손택 닮고 싶다 하더니 다른 것도 아니고 흰머리가 나나!’ 예전처럼 100% 그이를 닮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흰머리조차도 달갑지 않다). 그럼에도 죽을 때까지 아직 할 일이 남았다며 죽기를 거부한 그 열정 넘친 삶의 자세, 문학의 뜨거운 추종자이자, 대중문화를 열렬히 사랑하고 옹호함으로써 대중문화와 고급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린 손택의 찬란히 빛나는 글솜씨는 여전히 본받고 싶다. 평생 지성의 세계에 머물기를 바랐고, 그 세계에서 자기만의 성(城)을 쌓는 데 성공한 그의 삶도 닮고 싶다.

손택의 일기인 <다시 태어나다>와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를 이미 읽은 터라 손택의 전기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이 출간되었을 때, 살짝 고민했다. 읽을까 말까. 손택의 일기를 읽은 마당에 전기를 읽는 게 어떤 소용이 있을까? 과연 손택 그 자신이 원하는 전기일까? 그럼에도 결국 이 책을 선택한 까닭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수전 손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가 본 ‘나’와 타인이 바라본 ‘나’는 미세하게라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니엘 슈라이버의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은 손택의 일대기를 중요 분기점에 따라 연대순으로 그리면서 손택이 되고자 했던 문학가이자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조명한다. 손택은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는 탐독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든 판타지로 구성된 새로운 정체성을 얻고, 평생 신조로 삼은 자기창조를 시작, 온갖 이상과 관심사, 품행과 야망을 아우르는 ‘수전 손택 프로젝트’에 자기의 열정을 쏟아 부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글에서 내가 손택의 삶을 일일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손택의 저작에 관해서는 언급할 필요를 느끼는데, 이 저작들은 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손택이 죽기 전까지 남기고 간 작품은 널리 알려진 에세이집 아홉 권, 논쟁을 불러일으킨 소설 네 편,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시나리오 두 편,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채 남아있던 희곡 한편으로 그의 작품들은 당시 32개 언어로 번역된 상태였다. 대부분의 유럽인은 손택을 에세이 작가이자, 미국인 비평가로 기억할 텐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손택 그 스스로는 에세이스트나 비평가이기보다는 작가, 그러니까 소설가이기를 갈망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어린 시절 탐닉했던 <마의 산>의 토마스 만 같은 작가가 되기를 꿈꿨던 게 아닐까.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논쟁을 불러일으킨 소설’이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다. 에세이스트로서의 명성에 비해 손택의 소설가로서의 자질은 그의 팬임을 자처하는 내가 보기에도 좀 부족해보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 <타인의 고통>, <사진에 관하여>와 같은 에세이들은 얼마나 찬란히 빛나는가. 이 책은 이렇게 지성의 세계에 평생 머물기를 바랐던 어린 소녀 손택이 세계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비평가, 문화예술계 시대의 아이콘이자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우뚝 서기까지의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수전 손택의 십대 시절부터 30세까지의 일기를 다룬 <다시 태어나다>에서 손택은 일찍이 ‘난 글을 쓰고 싶다. 나는 지적인 환경에서 살고 싶다.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는 문화의 중심에서 살고 싶다. 이 모든 것과 그 이상을 원한다.’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언제나 진지하고 열정적이며 사색하기를 좋아했던 아이 수전은 여덟아홉 살 무렵부터 글을  엄청나게 써댔다. 1985년 인터뷰에선 심지어 처음 글쓰기를 시도한 때가 일고여덟 살이라고도 했다. 1987년에는 예닐곱 살이라고 말하며 “희극, 시, 소설”을 썼다고 덧붙였다. 종종 자신을 극적으로 포장하려는 유혹에 사로잡힌 손택이라 어떤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찍부터 읽고 쓰는 삶에 빠진 것만은 틀림없다. 어린 시절 손택은 어머니와 불화했고(일기 <다시 태어나다>에서도 이 사실은 또렷하게 드러난다), 가족 안에서 “체류하는 이방인”이라 생각했으며 유년기라는 “장기 복역”에서 석방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손택에게 ‘손택’이라는 멋진 성(姓)을 남겨준 양아버지는 수전에게 “그렇게 책만 읽다가 남편감 찾기는 그를 거다”라고 훈계했지만 수전은 십대의 치기로 응수한다. ‘이 얼간이는 바깥세상에 지적인 남성들이 있다는 걸 모르는군. 다른 남자들이 다 자기 같은 줄 아나 봐.’

열여섯 살에 대학에 입학, 드디어 새로운 지성의 세계에 진입한 손택은 열일곱 살에 결혼, 열아홉에는 엄마가 된다.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의 저자 다니엘 슈라이버는 이를 ‘너무나 맹렬하게 스스로를 밀어 붙여가며 성년기에 진입한 나머지 마치 청소년기에서 되도록 빨리 벗어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삶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한 기준이 확고했기에 여느 10대 청소년처럼 질문과 체험, 시행착오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70쪽)는 평가 또한 그렇다. 나이 많은 남자 필립 리프와의 이른 결혼에는 할 말이 많다. 손택은 어린 나이에 자기의 학문적 우상과 결혼했지만 그 시절 보수적인 남자답게 필립 리프는 수전에게 그리 좋은 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일단 그는 젊은 아내가 스스로 정체성을 찾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자기의 연구 활동을 위해 손택이 삶과 자아실현을 희생하기를 바랐다. 프로이트에 관한 중요 논문을 쓰면서 손택과 나눈 수없는 대화와 심지어 손택이 조사하고 작성한 내용을 가져다 썼다. 실제로 당시 비평가와 학계 동료들은 <프로이트: 도덕주의자의 정신>은 두 사람의 공동저작이라고 했을 정도였으나 리프는 학계의 인정을 손택과 나누려 하지 않았다. 이혼 합의서에는 손택이 리프와 함께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책 <프로이트: 도덕주의자의 정신>을 리프의 단독 저작물로 한다는 조항까지 덧붙였다. 이런 두 사람의 차이는 ‘리프의 머릿속엔 대가족이, 손택의 머릿속엔 대도서관이 있었다’(88쪽)는 구절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손택은 훗날 리프와의 관계를 미화하는 말을 종종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동성애자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숨기기 위한 일종의 트릭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에서 그려진 두 사람의 불화는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데, 이와 달리 손택의 일기인 <다시 태어나다>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들을 통해 결혼에 관한 신랄한 그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결혼을 발명한 사람이 누구든지 간에 그 사람은 천재적인 고문 기술자였다. 결혼은 감정을 무디게 만들려고 작정한 관습이다. 결혼의 핵심은 반복이다. 그 최상의 목적은 강한 상호 의존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결혼에 관하여: 그게 전부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 끝없이 다시 복제되는 말다툼과 부드러운 애정. 그저 말다툼의 농도가 점점 더 짙어져 애정을 줄 능력을 묽게 할 뿐이다.’ ‘결혼 생활을 하며 내 개성은 일정 부분 사라졌다. 처음에는 그 상실이 유쾌하고 쉬웠다. 이제는 그 상실이 아프고, 쉽게 불만을 느끼는 내 기질을 새로 맹렬하게 자극한다.’ 1975년 왜 리프와 이혼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손택은 여러 삶을 살고 싶었는데 남편과의 공생관계에서는 그게 불가능해 보였다고 말했다. 손택의 삶 중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리프와의 이혼이 아니었을까.
 
손택은 자존심과 초기 페미니스트적 의식 때문에 남편으로부터 위자로 받기를 거부한다. 게다가 무직 상태였음에도 아들을 위해 양육비를 청구하자는 변호사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한다. 그리고 이 스물여섯 살 싱글맘은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로 이주해 작가, 영화감독 지식인으로 살고자 한다. 그리고 혼자 힘으로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꿈을 이룬다. 1959년 말, 손택은 자신이 남성뿐만이 아니라 여성도 욕망한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데 동성 연인 포네스와 함께 하는 동안 손택은 전에 몰랐던 성적 만족을 경험하고 이것을 글쓰기와 연관시키며 말한다. “나는 글쓰기를 욕망한다.” 글쓰기와 성적 욕구와 밀접히 연관된다는 사실은 점점 뚜렷해졌고 손택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필요한 이유를 일기에 쓴다. “글을 쓰고자 하는 나의 욕망은 내 동성애와 연관이 있다. 내게는 무기가 될 만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사회가 나를 향해 겨누고 있는 무기에 대항하기 위한 정체성. 이것으로 내 동성애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다만-내 느낌이지만-일종의 면허를 발급받는 거다.”(123쪽). 이 구절은 <다시 태어나다>에서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손택은 평생 자신의 성정체성을 명확히 밝히는 일을 꺼렸는데, 이는 “레즈비언 작가” “페미니스트 작가” 등 꼬리표를 피했던 것처럼 자기 작품이 정체성 정치라는 프리즘을 통해 읽히기를 원치 않았고 커밍아웃을 했다면 의심의 여지도 없이 그렇게 될 게 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1958년, 필립 리프와의 결혼 생활 청산은 곧 아카데미에 갇힌 삶과의 결별을 뜻하기도 했다. 손택은 문학과 영화학, 문화사 같은 분야의 논문에 정통했지만, 그의 에세이적인 글쓰기는 학술적 글쓰기와 상반되었고 손택은 작가의 삶과 학자의 삶이 서로 배타적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학문적 삶이 우리 세대 최고의 작가들을 파괴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결국 엄청나게 가부장적인 대학 세계에 속한 여성이기를 스스로 거부한다. 이후 손택은 1962년 <파르티잔 리뷰>에 에세이를 발표하고 이듬해 첫 소설 <은인>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수전 손택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이 시기는 1964년부터 1980년까지, 손택의 30~40대, 정확히는 31세부터 47세까지의 일기와 메모를 담고 있는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에서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 무렵의 손택은 작가로서나 한 인간으로서 절정기를 누렸다. <해석에 반대한다>, <은유로서의 질병>을 비롯한 평생의 걸작들이 이때 탄생했다.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는 그 무렵 손택의 기록으로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뉴욕 지성계의 여왕’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등등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수전 손택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로서의 위대한 성공 과정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시절 어울렸던 각계각층의 작가, 예술가, 지식인과의 만남을 보여준다. 또한 어린 시절 꿈꾼 그대로,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든 여행할 수 있는 여력, 이 모든 걸 얻었음에도 ‘여전히 열렬히 배우는 학도’로서의 모습을 담담하지만 열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손택의 일기 3권은 아직 출간이 되지 않아 그 말년의 기록을 읽을 수는 없었는데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에서 그 갈증을 조금 채울 수 있었다.


내 독서는 탐욕스러운 사재기. 축적. 미래를 위한 비축. 현재의 빈 구멍을 채우려는 노력이다. -<다시 태어나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내 옷장에 걸려 있는 옷가지처럼 바로 곁에서 낡은 감수성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새로운 감수성을 포기하지 않기.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

“하루는 24시간이지만 저는 하루가 48시간인 것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 -<수전 손택-영혼과 매혹>


어린 시절에는 탐욕스러운 독서로 자기만의 지성의 세계를 쌓아가고, 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던 수전 손택. 손택은 암과 투병하고 백혈병으로 싸우면서도 하루가 48시간인 것처럼 살고자 노력했고 실제로 또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그 열정은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영향력을 발휘해, 삶을 긍정하는 충동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손택은 ‘세계문학에 새 생명을 불어놓고 문학의 우수성을 열정적으로 옹호’함으로써 손택이 아니었다면 파묻히고 말았을 작가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손택이 읽은 다음, 그 특유의 ‘주제가 되는 작가와 작품의 특징을 적절히 물 흐르듯 전기를 그려’냄으로써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린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니엘 슈라이버는 손택의 그러한 행위가 그 자신이 꿈꾼 “위대한 도서관을 위한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하면서 손택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면 후안 룰포와 같은 작가의 책이 영어로 번역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는데 그러한 평에 나 또한 크게 공감한다. 어디 후안 룰포만 그러할까. 제발트를 비롯해 로베르트 발저, 레오니드 치프킨 등등 위대한 작가를 나 또한 손택을 통해 알게 되지 않았던가.

“아무리 미세한 것이라도, 난 ‘모든 걸’ 바꿔 놓을 사람이나 예술 작품과 조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던 수전 손택. 손택은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여러 책을 남겼다. 그는 “책을 많이 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에도 읽을 탁월한 책을 몇 권 쓰고 싶어요.”라고 말했는데, 그의 빛나는 에세이 <은유로서의 질병>, <타인의 고통>, <사진에 관하여>, <해석에 반대한다> 등은 틀림없이 100년 뒤에도 읽히며 여전히 사람들에게 놀라운 영감을 줄 것이다. 손택과 가까이 지낸 출판 에이전트 앤드루 와일리는 일흔을 앞두고도 손택은 나이든 여성처럼 행동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만년에도 손택은 여전히 스물한 살 같았습니다. 언제나 모르는 것에 관심이 있었죠. 많은 사람이 만년에 이르면 자기가 아는 것에 의존하죠. 하지만 수전은 어제 태어나서 여전히 온 세상이 신세계인 것처럼 살았습니다.”(399쪽) 언제나 온 세상이 신세계인 것처럼 뜨겁게 살았던 수전 손택. 손택은 여전히 나에게 자신처럼 갈망하고 읽고 보고 생각하고 쓰고, 또 쓰라고, 그렇게 뜨겁게 살라고 외친다.


















내 책꽂이의 손택 코너- 저 빛나는 에세이들! 정녕 지성의 전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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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15 1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으는 중인데 부럽게도 한 장을 꽉 채우셨네요! 처음 <타인의고통>읽고 몰랐던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암과 백혈병까지 겪었군요. 덕분에 어서 읽어야지하고 자극이 팍팍됩니다👍

잠자냥 2021-03-15 10:48   좋아요 2 | URL
암은 이겨냈으나, 결국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손택의 책 꼭 다 읽어보세요.....(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희곡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도 저는 좋았어요. 요즘 읽으면 또 더 할 말이 많은 작품 같기도 합니다.)

다락방 2021-03-15 1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책장 너무 근사하네요, 잠자냥 님! 저는 한나 아렌트로 이렇게 채우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라고 수전 손택에 관한 글을 읽고 씁니다

그나저나 잠자냥 님 이십대에 수전 손택이라니, 너무 멋져요! >.<

잠자냥 2021-03-15 10:54   좋아요 2 | URL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하나로 모아두는 것 정말 뿌듯하죠.
제게 없는 손택의 책은 소설 <화산의 여인>하고 희곡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인데.... 이것이 참 소설과 희곡이라 선뜻 손이 안 가기는 하네요. 하하하하
한나 아렌트로 채우는 것도 정말 멋질 거 같아요!

그 옛날(?)에 손택 책 꾸준히 내놓던 ‘이후 출판사‘가 워낙 찾는 사람이 없어서 망하는 거 아닌가 조마조마했는데, 최근 손택 붐(?)이 일어 책이 잘 팔리는 거 같아 안심했어요. ㅎㅎㅎ 손택 일기 3권도 곧 이 출판사에서 나올 테고요.

새파랑 2021-03-15 1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에 대한 애정이 책장에서 느껴지네요. 부럽습니다~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잠자냥 2021-03-15 11:06   좋아요 5 | URL
ㅎㅎ 손택 님은 저를 전혀 모르겠지만 저는 손택 님을 사...사...사모합니다. ㅋㅋㅋㅋ
손택 저서를 읽으신다면 일기나 전기부터 시작하기보다는 <사진에 관하여>, <타인의 고통>, <은유로서의 질병> 같은 그의 저작부터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syo 2021-03-15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옷을 입은 <손택 약전>같은 느낌이어요!
손택 코너 정도는 갖춰줘야 손택 약전을 쓸 수 있는 거군요...

잠자냥 2021-03-15 12:40   좋아요 1 | URL
하하하, 그렇기도 하네요. ㅎㅎ
이 약전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손택 코너 플러스 ‘애정‘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syo 2021-03-15 12:42   좋아요 2 | URL
그러네요. 애정이 없다면 코너를 만들 정도로 책을 모으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이게 다 근본적으로는 ‘사...사...사모‘의 위력이었군요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3-15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손택 코너, 진정 지성의 전당입니다. 저는 딱 한 권 읽고 이 언니에게 반했지만 약간 범접 불가 연예인 언니여서 몇 권 모셔만 놓고 연예인 사진 보듯 헤벌쭉 보곤 합니다. 잠자냥님은 친언니처럼 끼고 사는군요.^^

잠자냥 2021-03-15 17:08   좋아요 0 | URL
하하하, ˝친언니˝ 재미난 표현입니다. 범접 불가 연예인이라는 말씀에도 공감이 가고요. ㅎㅎ

난티나무 2021-03-1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읽으라고 추천해주신 세 권 저도 먼저 사야지 생각하던 책이라 반갑습니다.^^ 또 사야 합니다.^^;;;;;;

잠자냥 2021-03-15 23: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 세 권은 사놓으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