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속도가 책 사는 속도를 도무지 따라가지 못하고, 책은 날로 쌓여가는데도 책은 또 사고 있다. 4월에 산 책들 소개. 그러나 4월은 아직 절반도 가지 않았고, 또 사려고 담아둔 책도 또 있다능.

    


이 박람강기 프로젝트는 작가들이 글을 어떻게 썼나에 초점을 맞춘 책들을 시리즈로 내고 있다. 예컨대 레이먼드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같은 책. 이 시리즈 지난번 출간 책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긴장감 넘치는 글쓰기를 위한 아이디어>인데, 이것도 무척 흥미가 당긴다. 암튼 사라 파레츠키의 이 책은 나오자마자 닥치고 살 정도로 열광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남성 작가들이 팜므파탈 아니면 집 안의 천사로만 그려내던 소설 속 여성상을 바꾸기 위해 강인한 여성 탐정 ‘V. I. 워쇼스키’를 창조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소설을 즐겨 읽었던 파레츠키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슬립>을 읽으며 그의 여성 묘사에 화가 나서 “소설과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범죄 소설을 쓰겠다”고 맹세하고 그런 인물을 창조했다. 너무나 멋지지 않은가. 게다가 미스터리와 범죄소설을 쓰려는 여성들을 돕는 조직 ‘시스터스 인 크라임’을 설립하기도 했다. 진짜 너무 기대되는 책.



    
일본 배우 중에 단연 존재감 있는 이가 키키 키린아닐까. 마음 산책 이 말 시리즈는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종종 있어서 살까말까했는데, 지은이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인 걸 보고 믿고 구매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인터뷰어로 나선 키키 키린 인터뷰집으로, 두 사람이 처음 만난 2008년부터 키키가 세상을 떠난 2018년 사이 나눈 여섯 번의 대담이 실려 있다. 두 사람의 깊이 있는 대화가 기대된다.




국내 초역작인 데다가 명성이 자자한데 읽지 않고 베길 수 있는가. ‘실존주의, 부조리, 마술적 사실주의가 녹아든 이탈리아 문학계의 기인이 쓴 20세기 환상문학의 고전’이라는 말이 한껏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소싯적인 십대 때 문고판으로 읽었던 <죄와 벌>. 언제고 다시 한 번 읽고 싶었는데, 이 문학동네 번역이 좋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드디어 이 책으로 다시 읽기 도전.   




4월 초에 사서 읽고 리뷰까지 마친 책. 극찬이 많아서 궁금했는데, 리뷰대회도 있어서 겸사겸사 읽었다. 극추천. 중고로 되팔면 2만원 넘게 받을 수 있지만, 책꽂이에 고이 모셔둠.




요즘 읽고 있는 책. 내용 전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가 의외의 전개에 처음엔 깜짝 놀랐다. 흥미진진하다. ‘여성의 삶과 인생관을 가장 우아하게 그려내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시 버튼의 세 번째 장편. 런던과 뉴욕을 배경으로 삼십 년이라는 시차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 “여성들에게 바치는 나의 러브레터”라는 띠지 문구가 책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아, 여러분 이 책도 리뷰대회 있습니!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서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은 최근 읽은 어떤 책에서 인상 깊게 이야기해, 꼭 읽어봐야지 싶어서 메모해뒀는데(정작 이 책을 알게 해준 그 책이 뭔지 생각이 안남;), <피에 젖은 땅>에서도 또 쾨슬러가 언급되어서 드디어 구매. 혁명 과정에서 목숨을 걸고 동지를 지키고 헌신했던 이들이 혁명 이후 왜 서로를 의심하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게 되었는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와 더불어 공산주의 정치제제에 대한 20세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게 프리모 레비는 쉽게 읽을 수 없는 작가 중 하나이다. 읽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달까. 그의 죽음도 그렇고. 이 책은 그래서 출간 당시 차마 사지 못했는데, 이번에 <피에 젖은 땅> 읽고 나니 자, 이제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

    


이탈리아의 철학자 잠바티스타 비코(1668~1744)의 자서전. 그에 대해서도 어떤 책을 읽다가 알게 되어 호기심이 생겼는데.... (역시 그 책은 기억이 안 난다;) 세계 지성사의 페이지들을 장식하고 있는 학자들에 견줄 만한 성취를 보였음에도 생전엔 이름을 떨치지 못했던 비코. 난 이렇게 약간 소외자 같은 인물에 관심이 좀 많다. 인류 문명 전 시대를 아우르는 독특하고도 방대한 사유는 놀라웠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조차 영어, 프랑스어 등의 번역본을 통해서야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토로할 정도로 난해하다는 꼬리표가 언제나 따라붙었다고.




중남미 환상문학을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중남미 작가 작품을 다양하게 읽지 못했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도 그런 작가 중 한 사람인데(여태 이 작가 작품 하나도 안 읽음), 드디어 읽기로 결심. ‘바르가스 요사가 직접 꼽은 대표작’이자 ‘1950년대 뻬루 독재 정권하의 사회상을 나락으로 추락한 인물들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작품 중 가장 먼저 골라봤다. 마술적&환상이 아니라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게 중요함.


중고로 구매
    


토니 모리슨, <가장 푸른 눈> 우아, 절판된 이 책이 알라딘 중고에 떠서 6천 원에 구매. 그런데 여러분, 이 책 어떤 출판사에서 작년에 판권 사갔다고 합니다. 곧 새 책 나올 듯요.


    


아껴둔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이제 드디어 읽으려고.




델핀 드 비강 작품은 아주 강렬하지 않은데, 이상하게 계속 손이 간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성장소설. 지적 조숙아 ‘루’와 홈리스 소녀 ‘노’ 두 소녀의 만남을 통해 찬란한 성장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고. 성장소설다운 애틋함과 묵직한 메시지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평.




앨리스 먼로의 유일한 장편 소설. 이 작품도 어떤 책에서 극찬해서 더 흥미가 생겼음(르 귄 여사 책이었나....?). 1940년대 온타리오주 시골 마을에서 주인공 델 조던이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델의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짐.
    



타임 패러독스 SF의 영원한 고전, 상대성 이론의 쌍둥이 역설을 소재로 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숨은 걸작, 25년만의 새 번역판.




순전히 사라 파레츠키 <세 점박이 포> 읽으려고 구매. 사라 파레츠키의 ‘V. I. 워쇼스키’가 활약하는 작품들은 <블랙 리스트>를 비롯해 다 절판임. 누가 좀 다시 내주시라~!




폴스타프 님이 ‘뜻과 내용은 별개로 하고 활자를 다 읽었다는데 의의를 두겠다’고 말한 이 작품. 그러나 르 귄 여사는 극찬한 이 작품.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이거 배지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선물용으로 샀는데, 나도 갖고 싶으네요.... 그냥 내가 가질까...?

내가 산 건 피너츠인데, 상품 이미지로는 둘리가 나오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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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4-13 12: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히히. 잠자냥님과는 당최 겹치는 책이 없는디 이번엔 우주만화 당첨!! ^^ 저도 르귄 언니 땀시 저 책 구매했는데, 폴스타프님 평을 보니, 일단 모셔만 놓을 확률이 높네요^^;;;

잠자냥 2021-04-13 12:24   좋아요 0 | URL
르 귄 님이 낚은 분이 또 여기 계셨군요. 저도 일단 읽을 책이 밀려서 잠시 모셔두기로....ㅋ

coolcat329 2021-04-13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단 제목에 ‘우주‘가 들어가면 심하게 거부감이 드네요 ㅋㅋ
타타르, 침묵은 저도 읽고 싶은 책이구요, 요사는 단 한 권 만 읽어봤지만 팬이 되고 싶었어요.

잠자냥 2021-04-13 12:25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도 우주~ 이런 거 좀 안 좋아했는데요, 요즘은 SF도 꽤 재미나더라고요.
단 한 권으로도 팬이 되고 싶어진 요사의 그 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도 다음에 읽어보게요. ㅎㅎ

coolcat329 2021-04-13 12:34   좋아요 1 | URL
아 잠자냥님 읽으셨을거 같은데요, <새엄마 찬양>입니다. 발칙한 소설이죠 😆😆😆

잠자냥 2021-04-13 13:16   좋아요 0 | URL
요사는 이제 첫 도전입니다! 다음에 그 책도 읽어볼게요~

새파랑 2021-04-13 1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키키키린 예전에 나온 책 말고 새로 나왔나 보내요 ㅋ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ㅎㅎ 그리고 반가운 죄와벌~! 이런 글은 너무 재미있네요^^

잠자냥 2021-04-13 12:26   좋아요 2 | URL
네, 올해 4월에 나온 아주 따끈한 새 책입니다. 아마 이 책은 인터뷰어가 고레에다 히로카즈란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남들 책 산 이야기 정말 재밌죠? ㅎㅎ

미미 2021-04-13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지우개만이 아니라 배지가 있었네요!!!(그런 줄도 모르고 주문할때 떴는데 선택안함ㅠ)올려주신 책들 잠자냥님 리뷰 기대되요.😆
일단 저는 ‘패러독스‘에 끌려 <별을 위한 시간>담아갑니다.ㅎㅎ

잠자냥 2021-04-13 12:27   좋아요 3 | URL
지우개만 있었음 저도 선택 안했을 텐데 그 배지가 그만 너무나 매력적이라... ㅎ
네, 열심히 읽고 리뷰 남기겠습니다.

Falstaff 2021-04-13 12: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읽고난 다음에 알았는데요, 쾨슬러는 (친한)이웃의 아내와 딸을 강간했거나 시도한 것이 나중에 들통나 문제가 된 인물이라고 그러더군요.
<우주만화>는 중고로 사시기 잘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4-13 13:17   좋아요 2 | URL
으이그 쓰레기인간이었군요. -.-

Conan 2021-04-13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부지런히 읽고 있습니다만 읽는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입니다.....

잠자냥 2021-04-13 13:27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그 속도가 반대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syo 2021-04-13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는 속도보다 읽는 속도가 빠르기는 한데,
사 놓은 거 안 읽고 자꾸 다른 거 빌려보고 하는 바람에 결국 안 읽고 쌓이는 건 마찬가지라는.....

잠자냥 2021-04-13 14:23   좋아요 1 | URL
syo님은 정말 읽는 속도 놀라움. 책을 눈으로 씹어드시는 것 같아요.
어쩜 그렇게 빨리 많이 읽는지 부럽사옵니다.

다락방 2021-04-13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이런 페이퍼 진짜 너무 좋고 싫어요. 막 또 장바구니 쓸어담고 그래야 되니까.. 후후
어제도 책 샀는데, 저도 컨페션 샀는데 아직 안왔어요.
리뷰대회는 아무거나 하나라도 참가해보고 싶지만 저 이번달 여성주의 책도 이제 막 시작한터라(글씨가 너무 작지 뭡니까!) 제가 도대체 뭘 읽고 쓰기나 할 수 있을지 ㅠㅠ
저 지우개는 너무 귀여워서 저도 혹했지만 쓸 일이 없기 때문에 패쓰했어요. 나름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입니다. 엣헴- (정말?)
죄와벌 저는 열린책들로 읽었는데 문동으로 다시 살까요? (대체 왜..)

그럼 이만.

잠자냥 2021-04-13 16:50   좋아요 0 | URL
너무 좋고 싫다는 말 거참 뭔지 알겠네....ㅋㅋㅋㅋㅋ
4월은 아직 많이 남았어요. 리뷰 대회 열심히 읽고 도전하세요~~
지우개는 조카 주지 ㅋㅋㅋㅋ
죄와벌은 사지 마요! 냉철한 이성 차려욧!!!!

stella.K 2021-04-13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맨 첫번째로 소개하신 책은 저도 읽고 싶네요.
정말 작품에서 남성이 여성을 그릴 때 어쩌면 개같이 그려 놓던지
화가 나더군요. 또 그건 생각 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특히 영화 <롤리타>를 보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뭐 이렇게 말하면 여성 작가도 남자들 제대로 알고 그리는 건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서로 배울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암튼 작가가 참 멋있군요.

저도 <죄와벌>을 오래 전에 읽긴 했는데 지난 주 동서문화사 걸로 사 봤습니다.
일전에 박균호님이 책에서 번역자를 극찬을 하시길래 어떤가 싶어서.
마음으론 문동판을 사고 싶긴했습니다만.
암튼 잘 보고 갑니다.^^

잠자냥 2021-04-13 20:38   좋아요 0 | URL
넵! 첫 번째 책 기회되신다면 읽어보세요~ 저도 아직 읽기 전이라 뭐라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작가의 생각만큼은 극공감합니다.

<죄와 벌> 동서문화사 번역이 그렇게 좋군요! 궁금해지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