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이다. 새해 첫 출근길 전철은 한산했다. 샌드위치 금요일이라 휴가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 회사도 아직 휴가 중 빈자리가 조금 보인다. 그러나 나는 하반기 결산 페이퍼를 쓰기 위해 작업실에 출근했다.....(엥?) ㅋㅋㅋㅋㅋ 사실 그건 아니다. 이 페이퍼는 연말에 다 써두긴 했었다. 근데 나는 12월 31일까지 책을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아니 뭐 매해 그렇습니다), 그중에서도 왠지 베스트가 나올 것 같아서 이 페이퍼를 연말에 올리지는 않았다.

아무튼, 예전에도 그랬지만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는 것, 딱히 체감 되지는 않는다. 시간은 이어지고 있으니까. 돌아보니 2025년은 딱히 좋았던 해 같지는 않다. 커다란 상실이 있었던 해. 2025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내가 둘째 고양이를 잃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 그런데 녀석은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렸고, 녀석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두 녀석이나 새로 데리고 왔고....(쿨럭) 그렇게 인생은 흐른다. 

2025년에는 191권을 읽었다. 11월에 가장 많이 읽었는데, 북적북적앱 11월에는 캐릭터가 삼겹살이 되기도 하고(우아! 놀라워라), 와인병이 되기도 하더라. 매달 늘 식빵이 정도에서 멈췄는데 삼겹살/와인병 되니까 신기해서 캡쳐도 했었다능 ㅋㅋㅋㅋㅋㅋ





2025년 하반기에 좋았던 책들....(되도록 2025년에 출간된 책에서 골라보려고 애썼다) 상반기 리스트를 보고 싶은 분은 클릭.

문학

2024년에 이어 여전히 소설을 많이 읽지 못했다. 읽어도 크게 감흥이 남은 작품이 많지 않았는데 그래도 그중에서 골라보자면. 



김안나, <어느 아이 이야기>
별 기대 없이 읽다가 막판에는 으아!...했다. 초반에 좀 지루한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건조한 보고서 형식이 이어지는 부분은 더욱)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더니, 도대체 왜? 하는 생각과 함께 ‘대니’의 생부는 과연 누구인가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까지 든다. 같은 소재를 다뤄도 다른 방식&관점으로 말하면 이렇게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는구나, 그래서 역시 문학이지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글자 수 제한 때문에 100자평은 줄여서 올렸는데 원래 끼적인 감상은 이렇다. ‘이 세상에 흩어져 있는 뿌리 없이 중생’ 영원한 이방인들의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삶. 다른 인종의 피가 흐르는 아이를 낳은 젊은 두 여성(‘캐럴’과 ‘Ha’)의 삶이 교차하며 그려진다. 인종과 국가, 국가 간의 경계 이런 것들은 개인에게 어떤 지문을 남기는 것일까. 그토록 건조하고 경멸에 찬 느낌마저 주던 보고서가 막판에 달라지는 것을 보면 뭉클하면서도 참.... 인간은 측정이 가능한 존재인가? 인간의 거죽은 인간의 영혼과 연결돼 있는가? 묵직한 질문이 남는다. 

그러니까 인종차별/우생학... 더불어 나치의 만행 같은 것들까지도 담긴 수작이다. 이런 소재 뻔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라. 아닐걸? 

‘밀리의 서재’에서 읽었는데, 밀리에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통 밑줄이었는데, 종이책으로 읽었으면 이걸 언제다 옮기나...? 한숨 쉬었을 듯. 밀리는 복사해서 옮겨두면 좋아요... 


어떻게 인간을 측정하는가? 존경심으로? 아니면 헌정하는 마음으로? 아니면 절대적 정확성으로? 숫자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심으로? 숫자를 모독하는 자에게 고통이 있으리니, 그는 객관성을 어긴 것이다. 그런데 이 측정을 통해 알게 되는 건 무엇인가? 이 수치들은 무엇을 밝히는가? 인종의 영혼을? 인간의 거죽이 인간의 영혼과 연결돼 있다고, 아니, 아니다, 단순히 연결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거죽이 그 인간의 영혼을 직접 지시하는 것이다. 이 테제를 요약하면, 우리는 피부와 눈의 형태와 입술의 두께 및 너비와 콧구멍의 형태로부터 영혼의 사본을 보는 것이다. 귀스타브 르봉이 19세기 말에 주장했듯이, 모든 영혼은 정신의 지형을 갖고 있는데 이는 정확히 그의 해부학적 지형과 똑같이 확정되어 있다. -<어느 아이 이야기>, 지은이 | 김안나 - 밀리의 서재




존 밴빌, <오래된 빛>
내겐 2025년 ‘올해의 문학’이다. 인간이 소설을 왜 읽는가 생각해 보면 ‘이야기’때문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랄까. 나는 특히 더 그런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스토리만이 중요하다면 장르소설을 읽겠지...만 나는 장르소설에서는 재미를 못 느낀다(오히려 지루해 죽을 것 같음). 왜냐면 결국 문학은 문체가 중요하니까. 그런 점에서 존 밴빌은, 문장이, 표현이 정말 어쩜 이래?! 오랜만에 정말 제대로 쓰인 문학을 읽는 기분이었다. 오죽하면 다 읽고 나서 원서 전자책 찾아서 문장을 개처럼 훑었다... 미시즈 그레이의 “내 생각에 너는 이제 집에 가야 할 것 같아.”(p.321) 이 문장도 잊히질 않는다. 


내가 평생 사랑했던 아우라 넘치는 모든 여자는, 지금 나는 사랑했다는 말을 가장 넓은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나에게 자신의 자국을 남겼다. 옛 창조의 신들이 진흙을 빚어 우리를 만들었을 때 인간의 관자놀이에 엄지 지문을 남겼다고 하는 것처럼. 바로 그렇게 나는 내 기억의 밑면에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긴 나의 여자들-그들 모두를 여전히 내 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각각의 특정한 자취를 간직하고 있다. 거리의 분주한 군중 사이에서 밀 색깔의 머리카락으로 덮인 머리가 멀어져가는 모습, 혹은 위로 올라간 늘씬한 손이 특정한 방식으로 흔들리며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이 흘끗 눈에 띄곤 한다. 호텔 로비의 맞은편에서 짧은 웃음소리 한 토막 또는 귀에 익은 따뜻한 억양으로 말하는 단어 딱 한 마디가 들리곤 한다. 이런저런 것을 만나는 순간 그녀는 그곳에 있다. 생생하게, 덧없이. 그러면 나의 심장은 늙은 개처럼 기어올라와 그리움에 잠겨 컹컹 짖는다. (pp.147~148)



“이런저런 것을 만나는 순간 그녀는 그곳에 있다. 생생하게, 덧없이. 그러면 나의 심장은 늙은 개처럼 기어올라와 그리움에 잠겨 컹컹 짖는다.” 

미쳤어... 정말.




하인리히 뵐, <여인과 군상>
지만지 책값 더럽게 비싼데, 가끔 이렇게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보물 같은 작품이 있다. 그래서 외면할 수가 없어. 뵐의 이 책도 그렇고 지난해 하반기 좋았던 책으로 꼽은 크리스토프 하인 <호른의 죽음>도 그렇다. 비싼 책값, 그 가치 이상을 하는 지만지 만의 (가끔) 특별한 책들. 국내에서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로 더 널리 알려진 하인리히 뵐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 바로 이 <여인과 군상>이다. <카타리나...>도 좋지만 이 작품은 더욱 좋으니 뵐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라...(만 <카타리나>에 비해 압도적인 두께와 압도적으로 비싼 책값이 부담스럽기는 하겠구나). 자본주의,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많은 부를 갖는 것이, 탐욕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 인간에게는 정말 그것만이 전부인가? 인간답게 산다는 어떤 것인가 잠깐이라도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작품.



 
아서 밀러,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캬, 역시 아서 밀러. 이 작품도 미쳤어. 질투와 배신, 포비아적 감정에 대한 묘사 등 인간 내면의 강렬하고도 복잡한 심리와 욕망, 끝내 그 욕망으로 인해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솜씨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 이 작품도 필독!(지만지 종이책 비싸다고 여겨지는 분은 전자책도 있어요....) 얼마전 페넬로페 님이 지만지 관계자냐고 물으셨는데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지만지에서 제가 쓴 문구 자기들 홍보문구로 써도 되느냐고 물어온 적은 있어서 허락한 적은 있습니다만. 




저스틴 토레스, <암전들>
문학에서 기교가 심하면 좀 거부감이 있는 편이다. 기교가 오히려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고 보는 편. 그런데 <암전들>은 달랐다. 이런 방식으로 역사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던 퀴어들의 목소리를 되살릴 수도 있구나, 퀴어 문학도 이렇게 진보하는구나 소름 돋았던 작품. 20세기 초 퀴어 사회학자 잰 게이가 실제 퀴어들로부터 수집한 인터뷰를 담은 연구서 <성적 변종들: 동성애 패턴 연구>를 바탕으로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뒤섞으면서 침묵을 강요당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되살린다.  




미시마 유키오, <우국·한여름의 죽음 외 22편>
좋아하지 않는 작가가 틀림없는데도 계속 작품은 찾아 읽는 것을 보면, 참 미치도록 잘 쓰는 작가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듯. 데뷔작부터 마지막 대표작까지 미시마 유키오가 직접 선별한 22개의 작품이 실렸다. 열여섯에 썼다는 첫 작품 <꽃이 한창인 숲> 읽으면서 감탄하면서도 좌절했다(그래, 나여, 소설은 이제 쓰지 마.......). <우국>을 읽다 보면 왜 한국의 신모작가가 표절의 충동&욕구를 끝내 참지 못했는지 절로 알게 된다. 




헨리 제임스, <보스턴 사람들>
“도대체 올리브의 성별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이래서 헨리 제임스를 끊을 수가 없어! 19세기 작품에 페미니즘/가짜페미니즘/반페미니즘/미소지니/젠더 문제 다 담겨 있다. 읽고 나면 씁쓸한 기분인데도 별 다섯을 줄 수밖에 없었던 작품.




체사레 파베세, <아름다운 여름>
특별할 것 없는 여름, 한때의 사랑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는 체사레 파베세의 십 대 소녀 빙의가 너무 완벽해서였을까. 지니아의 나머지 이야기들도 듣고 싶구나.




로베르트 발저, <장미>
온 세상이 소음이다. “단지 소리가 크기 때문에 성실하다고 간주되는 것은 표면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증거”(<장미>, p,117)라고 쓴 로베르트 발저. 이런 세상에서 발저를 읽는 일은 낯선 경험이다. 쓸모없음에 시간을 들이는 또 다른 쓸모없음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이런 세계에서 발저를 읽는 일은 내 영혼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서 방황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단, 아직 영혼이 살아있다면…. 나 스스로 욕심이 많아진다고 느껴질 때면 발저를 펼쳐 읽는다.




토머스 하디, <이름없는 주드>
올해의 고전. 서가에 이름없이 꽂혀있던 주드, 이제야 읽고서 ‘역시 토머스 하디!’를 외친다. 


비문학



아쉴 음벰베, <죽음정치>
2025년 하반기 책 중 베스트...  2025년 올해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저 아래 저 책에 밀려서 탈락! 그러나 아무튼 매우 흥미롭게 충격적으로 지적인 자극을 받으며 한 번 읽기를 마쳤고, 재독, 삼독을 위해 책장에 꽂아둠. 프란츠 파농과 함께 재독해야지....




주디스 버틀러,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
올해는 드디어 버틀러의 <젠더트러블>을 다 읽었고! 이어서 이 책도 읽었다. ‘젠더’라는 말만 입에 담아도 공격받는 시대, 누가 도대체 젠더를 두려워하는가?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 책. 이 책은 쉽습니다요. <젠더트러블> 읽다 떨어져 나간 이들이여, 이 책부터 도전해 보심은...?




수잔 손택, <여자에 관하여>
손택의 읽지 않은 산문들이 내 곁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이영은, <제국의 어린이들>
일제강점기, 한일 두 나라 어린이들의 글을 비교해 역사적 접근을 한다는 시도가 독창적이었고 그렇게 해서 살펴본 결과물(역사적)도 꽤 의미 있었다. 일단 나는 글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어린이들이 쓴 글을 정말 정독했는데, 그 시절 어린이들이 이토록 글을 잘 쓴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며... 기술은 발달할지언정 인간(정신)은 정말 퇴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리적 의심이.....




제임스 우드,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100자평에 내가 이 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았으므로, 다시 옮겨 본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한결 애틋한 마음으로, 문학을 잘 모르는 사람은 그 세계가 궁금해져서, 한때 사랑했으나 문득 문학과 멀어졌던 사람은 다시 그리운 마음으로, 문학이 아닌 책을 읽던 사람은 그 책을 내려놓고 소설이 꽂힌 서가 앞에 당장 서성이게 만드는 제임스 우드의 글들.” 이 책 읽고 나서 책장에 꽂혀 있던 벤빌 <오래된 빛> 읽었으므로 이 책은 더 만점.....! 



사라 아메드, <행복의 약속>
이 책도 정말 구구절절 너무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결혼하고 재생산하고 등등 정상성에 기반한 평범한 삶을 꾸리면서 그 주어진 삶이 행복이려니 착각하며 살지 않아서 행복하다고 느꼈다.....(엥?) 당신들의 눈엔 불행할 삶이라서 햄볶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사라 아메드 책 다 읽을 예정! 크릉.




로베르 브레송, <브레송이 말하는 브레송>
브레송의 진솔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윤진 번역으로 읽는다. 이보다 완벽한 순간이 있을까. 검은 장정마저 아름다운. 그 안에 담긴 생각들은 더 아름다운.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뭉크를 읽는다>
화가에 관한 책은 대상 화가의 생애와 작품을 엮어 쓰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뭉크를 읽는다>는 좀 특이한 책이었다. 저자인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가 직접 뭉크 전을 기획/전시하게 되면서(이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품들도 고정관념을 깬다) 뭉크에 관해 연구하며 알아가게 된 사실 및 작품에서 저자가 느낀 점들 위주로 서술해 나간다. 특히 뭉크와 관련 있는 여러 예술가들을 만나 직접 그 인터뷰를 실었다는 점도 특별했다. 그렇게 직조한 뭉크의 모자이크는 이미 알려진 것들도 또 새로운 것들도 많았다. 저자가 이 책을 마무리하는 방식도 특별했는데 내가 그 심정을 알아서 그런 걸까, 손에 땀을 쥐면서 응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비언 고닉,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크하, 이 책 정말 좋았다. 읽었을 당시도 좋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이 책은 완전 사랑에 폭 빠졌다가 그 사랑과 헤어진 후의 상실, 후회, 미련, 아련, 이불킥 등이 다 담긴 책이잖아! 고닉 책 다 모으겠다고 외쳤던 나는 대부분은 팔았는데 오히려 이건 갖고 있다는......



디디에 에리봉,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2025년 12월 31일을 앞두고 급박하게 출간된 책, 급박하게 주문해서 12월 31일 읽기를 마치고 하반기의 책, 2025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 디디에 에리봉, 어쩜 이렇게 뛰어난 통찰력과 글 솜씨를 갖추었을까! 현기증 나게 좋았다.... 부르디외, 아니 에르노, 디디에 에리봉. 당신들은 보석 같은 계급탈주자자들일세.


올해의 아쉬움




<우는 나와 우는 우는>, <뜻밖의 우정>
장애와 노년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두 진솔한 에세이집을 그냥 탈락시키기엔 뭔가 아쉬워서 일단 한번 읽어보시라고 살짜쿵 올려봄


올해의 원픽은....... 



디디에 에리봉,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한 구절 와 닿지 않은 부분이 없다. 부디 <랭스로 되돌아가다>와 이 책을 읽지 않은 알라디너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에리봉의 저작을 아직 안 읽은 분들은 <랭스>부터 읽기를 추천합니다.

그러고 보니 2025년 상반기에 가장 좋았던 책도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



하반기에도 디디에 에리봉...
2025년은 에리봉 만세!


그나저나 우리 푸코. 12월 31일 중성화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수술 전 12시간 금식해야 해서 전날 저녁 8시부터 온 가족이 다 함께 금식! ㅋㅋㅋㅋㅋㅋ 했는데 아니 이 녀석 밥과 물이 풍부히 넘쳐흐르던 이 집에 무슨 일?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밥과 물이 보이지 않자 당황해서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울부짖기 시작. 




"밥 업떠요...?"




"밥 달라냐옹...."




"이게 무슨 일이냐 집사야! 밥이 없다구!"



"밥줘...이잉이이잉......."




"헉!! 무서!" 나는 왜 그 앞에서는 작아지는가........



그런데 이눔이 갑자기 이렇게 쪼그라든 이유는 바로 망태할아버지... 아니고 망태형아 등장에 놀람 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가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존재가 3호다. 3호는 워낙 낯가림이 심한 녀석이라 아직도 푸코 한나한테 하악질 중... 어느 날 푸코가 그런 3호를 개무시하고 다가갔다가 크게 혼쭐이 난 적이 있어서 그때부터 3호는 푸코한테 망태형아가 되었다. 푸코가 말 안 들을 때마다 “이눔! 망태형아 온다!” 한다는 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어쩜 좋아. 하필이면 12월 31일에...우리집 진짜 막냉이 우리 쪼꼬미 우리 딸래미 한나가 발정이 오고 만 것이었는데....(냥이 강쥐 많이 키워봤어도 발정난 거 처음 봄.... -_-;;;;) 아니, 왜 도대체 벌써!!!? (집냥이들은 영양상태가 좋고 집이 따뜻해서 발정이 일찍 오기도 한단다....) 그날 당장 수술하려고 했더니 암컷은 발정 났을 때는 부작용이 많아서 수술 못한다고... 이번 발정이 끝나야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헐.... 근데 우리 한나가 꽂힌 대상이 누구냐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가 아니었다.

우리 망태형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필이면 망태형아, 망태오빠한테 꽂혀서 ㅋㅋㅋㅋㅋ 연신 구애작전 중인데 망태형아는 그런 거 극혐해서 하악질에 도망 다니기 바쁘고... 으아........ 자냥 하우스는 한나의 발정난 콜링 소리와 함께 새해가 밝았다 한다. ㅜㅜ 한나야 빨리 끝내...... 제발..... 


근데 3호는 원조막냉이(6호)도 좋아한다. 2호가 고양이별로 떠난 후로 마음 둘 곳 없는 6호는 3호한테 허구한 날 애정 표현 중인데 우리 3호는 쳐다보지도 않음. 아 미쳐. 3호는 우리 집 수컷들 중에 가장 바보 같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암컷들의 애정은 다 받고 있네....? 근데 얘들아, 3호는 집사들만 좋아하지 고양이들은 좋아하지 않아.... ㅠㅠ 아직도 자기가 크면 사람 되는 줄 알고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가폭발 울집 3호 망태형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새해 복많이 받아라냐옹.... 재미난 책 많이 읽는 한해 보내라냐옹..."


딴데 보는 거 아님. 세배하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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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01-0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래요 잠자냥님 하반기 책 중에 제가 읽은 책은 하나도 없잖아요!!😭 사실 작년은 책을 정말 안 읽었던 해였기도 하고....하지만 <이름없는 주드>는 사다놨어요ㅎㅎ
인기남 망태형아 잘생겼어요 역시 냥이들도 얼굴 본다니까😆 잘생긴게 최고ㅋㅋㅋ

잠자냥 2026-01-02 13:08   좋아요 1 | URL
망고 님은 영미문학 위주로 많이 읽으시는데, 제가 영미문학을 많이 안 읽은 것 같기도...? <주드> 다 읽으시면 <어느 아이 이야기>하고 <암전들> 한번 읽어보세요.
망태형아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잘생긴건 1호가 정말 잘생겼는데.... 급노화로 6호랑 8호 눈에는 할애비로 보이는가 봅니다;;;

blanca 2026-01-02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큰 상실이 있었군요. 하지만 그 상실을 채워줄 생명들이 와서 다행입니다. 저 <오래된 빛>이랑 미시마 유키오 저 단편 못 읽었어요. 계속 미루는 중이었는데 <오래된 빛>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디디에 에리봉!!!! 셧아웃합니다. 어쩜 그래요? 이 두권은 정말 독서 모임에서 읽을 책으로도 강추입니다. 잠자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냥이들도 올한 해 건강하게 보내기를....

잠자냥 2026-01-02 13:11   좋아요 1 | URL
미시마 유키오 단편은 (현대문학 단편선이 대부분 그렇듯이) 한 번에 몰아읽기 하지 마시고요. ㅋㅋㅋㅋ 하루에 한두 편씩 천천히 읽으세요!

디디에 에리봉 이 책은 정말 밑줄 긋다가...(저는 팔 생각 있는 책은 밑줄 안 긋는데, 이 책은 안 팔 거 알아서 밑줄 긋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책 전체가 그냥 다 밑줄이 될 거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책 초반에 페미사이드 운운 그때부터 미쳤다 정말 싶었어요. 이 남자는 정말 공부를 제대로 해서 계급탈주한 사람이구나 싶습니다. 에리봉 저작은 무조건 닥치고 다 읽는 것으로.... 블랑카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시고!

독서괭 2026-01-02 1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올라왓다!!

잠자냥 2026-01-02 13:11   좋아요 2 | URL
약속했짜나.....

독서괭 2026-01-02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코… 눈빛이 어쩐지 슬퍼 보이는구나…

잠자냥 2026-01-02 13:12   좋아요 2 | URL
수술 후 노랑넥카라하고 다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움 ㅋㅋㅋㅋ

독서괭 2026-01-02 13:13   좋아요 1 | URL
노랑넥카라 사진도 올려주세욤!!!

잠자냥 2026-01-02 13:26   좋아요 1 | URL
아직 안 찍었는데 ㅋㅋㅋ

독서괭 2026-01-02 1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디디에에리봉 책 나온 거 보고 오 자냥님이 좋아하겠다 했는데 진짜 빠르게 읽으셨군요 ㅎㅎ 랭스도 아직 안 읽은 사람.. 젠더를 두려워하랴도 사놓고는 지금 원서읽기에 밀려서 못 읽는 중 ㅠㅠ
3호가 왜 인기냐구요? 잘생겼으니까!! 제가 첨부터 맘에 들어했던 아이 아닙니까. ㅋㅋㅋ 한나와 원조막냉이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면서 사람만 좋아하는 녀석이라니.. ㅋㅋㅋㅋ 너무 웃겨🤣🤣🤣 건강하게 오래 살자 3호야, 그럼 너도 사람 될 수 있어!!
2025년도 열심히 읽은 잠자냥, 새해에도 잘 부탁해요!!

잠자냥 2026-01-02 13:30   좋아요 1 | URL
에리봉 책 보면서 자냥 생각 독서괭! 올해는 에리봉을 읽어봅시다!

망태형아는 사실 1호보다는 못생겼는데 ㅋㅋㅋㅋ 상대적으로 젊어서 그런 게 아닐까… (냉정한 동물의 세계) 근데 쏘영 푸코는 수술 후 (병원 냄새 때문이겠지만) ㅋㅋㅋㅋ 한나한테 하악질만 당하고 😹

단발머리 2026-01-02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반기에도 내가 안 읽어도 좋은 책은 참 많이도 나왔네요. 잠자냥님 픽이라 일단 읽고 싶어요, 에 넣어두고 에리봉 사러 가야겠어요. (털썩털썩)

나는 3호 사진 보면 왜 다들 그렇게 구애하는지 단박에 알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딱 보니깐 알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1-02 14:05   좋아요 1 | URL
당신이 인공지능(책)에 빠진 사이에......ㅋㅋㅋㅋ
에리봉 책 단발 님도 좋아하실 것입니다! 틀림없이!

오늘 망태형아 워너비인 사람들한테도 인정!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1-02 15:49   좋아요 1 | URL
어머나 ㅋㅋㅋㅋㅋㅋㅋ 안 읽어도 좋은 책이 아니라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토록 안 읽었는데도 좋은 책들은 많이도 나왔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리봉, 곧 드갑니다!

독서괭 2026-01-02 14:33   좋아요 2 | URL
어쩐지 안 읽어도 좋은 책이라니 이상하다 했어요 ㅋㅋㅋㅋ

건수하 2026-01-0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마리 다 건강하군요! 발정은 괴롭지만...... 얼른 지나가기를.

한나야 (소근소근) 걔 빈땅콩이야! =ㅁ=

그나저나 (고양이 소식에 밀림) 191권이라니.... 알라디너의 모범이십니다.
랭스~ 올해 읽으려고 했는데 그 새 한 권 더 나왔다니.... 얼른 랭스부터 읽어보겠습니다 :)

잠자냥 2026-01-02 14:41   좋아요 0 | URL
건수하 님 발정 당해보신 적 있어요?! (말이 좀 이상한가...ㅋㅋㅋ) 우아... 저는 동물 키우면서 처음인데 ㅋㅋㅋ 저 아이도 괴롭겠지만 지켜보는 집사도 증말 괴롭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증상 완화해준다는 방법은 다 써보고 있지만 그것참...ㅋㅋㅋㅋㅋ 3호가 자극제인 거 같아서 둘이 지금 최대한 차단 중인데 아니 3호 웃긴 게 관종인지 ㅋㅋㅋㅋㅋㅋㅋ 괜히 한나 앞에 가서 기웃거리면서 도발한다니까요. 나원참. 빈땅콩주제에! ㅋ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 책 읽기 하신 분들은 이번에 출간된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이게 더 흥미롭게 읽히실 것 같은데요, <랭스>하고 이어지거나 연관된 부분이 있어서 에리봉 책은 <랭스>부터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건수하 2026-01-02 14:54   좋아요 1 | URL
둘째가 발정이 일찍와서… 이불 덮은 제 다리에….. (이하생략) 😭

네, 랭스부터 읽어볼게요!

잠자냥 2026-01-02 15:1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한나는 3호가 주 타깃이긴 한데...
자기도 이게 뭔지 몰라서 막냉이 언니한테도 까불다가 솜방망이로 맞았대요. ㅋㅋㅋ
저한테 와서도 애교&구애 작렬이라서 정신 차리라고 이 추운 날 창문 열어줬어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1-02 19:14   좋아요 1 | URL
발정 당해본 적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올해의 질문이다, 이건!!

잠자냥 2026-01-02 22:10   좋아요 0 | URL
😹 아까 적절한 표현이 안 떠올라서….

건수하 2026-01-02 22:12   좋아요 1 | URL
근데 제 경우에는 당했다는 표현이 적절해요… 🥲

페넬로페 2026-01-02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빛과 장미 읽고 있는데 언제 완독할지 아늑하네요 ㅎㅎ
푸코와 한나도 좋지만
저는 원조 막냉이도 보고 싶어요.
사진 많이 올려 주세냥^^

잠자냥 2026-01-02 15:28   좋아요 1 | URL
<장미>도 좀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책 같습니다.
저도 원조 막냉이를 더 애정...(울집 냥이들한테는 비밀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원조가 원조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6-01-0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발저를 읽고 싶네요.
집에 있는 책도 못읽었는데 장미를 주문해요ㅠㅠ
언제 읽을까 싶네요 ㅎㅎ

잠자냥 2026-01-02 22:11   좋아요 1 | URL
장미 한 송이 집에 꽂아두시고 천천히 음미하세요!

다락방 2026-01-02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세배하는 거 맞아요? 딴데 보는거 같은데요? 딴데 보면서 세뱃돈은 바라겠지... ㅋㅋㅋㅋㅋ

올해도 좋은 책 많이 읽으셨네요, 잠자냥 님. 저는 [우는 나와 우는 우는]을 네별줬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남들에게 말 못할 어떤 감상이 들기도 했으므로, 올해 읽은 좋은 책에 넣을 수는 없습니다.

음, 저는 사실 아직 주디스 버틀러가 딱히 좋지가 않고요, 앞으로 좋아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주디스 버틀러 천재라는 말에도 딱히 동의도 안되고요. ㅎㅎ 그건 비비언 고닉도 마찬가지고요. 그렇지만 비비언 고닉의 저 공산주의 로맨스는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페이퍼를 읽고난 지금,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잠자냥 님, 멋져!!‘

이만 총총.

독서괭 2026-01-02 20:01   좋아요 0 | URL
버틀러보다 고닉보다 잠자냥이죠, 암요! 역시 잠사모 우수회원님!

잠자냥 2026-01-02 22:11   좋아요 0 | URL
/ 고기전괭! 엥…🤦🏻‍♀️ 실체도 없는 잠사모 ㅋㅋㅋㅋ

잠자냥 2026-01-02 22: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녀석들 세뱃돈은 중성화수술비로 탕진 ㅋㅋㅋㅋㅋ

<우는 나와 우는 우는> 저도 별점은 넷 준 거 같아요. 그래도 많은 사람이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말 못할 어떤 감상 내게만 말해 봐! ㅋㅋㅋㅋ 전에 제게 말한 그 이야기인가요? 그건가 싶군요.

버틀러는 자기 서사를 바탕으로 거대한 사회적 화두랄까요,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데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디디에 에리봉도 그렇고요. 그런 능력이 저는 부럽습니다!😸

다락방 2026-01-03 00:59   좋아요 1 | URL
저는 그들의 그런 능력을 알아보는 잠자냥 님이 정말 뛰어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잠자냥 님 같은 능력이 있었다면 잘난척 이천번 했을겁니다. 그런데 우리 잠자냥 님은 잘난척을 안하셔..... 껄껄.

아는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쓸 수 있잖아요. 저는 그래서 제 한계를 느낍니다. 제 쓰기는 딱, 제 앎의 정도겠지요.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제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직 안주무시겠지만, 굿나잇!

coolcat329 2026-01-02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1권! 정말 부럽고 멋지고 대단합니다. 👏 👏 👏 단 한 권도 읽은 책은 없지만 제임스 우드, 미시마 유키오, 존 밴빌은 저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헨리 제임스는 현대문학 단편집 읽고 나가 떨어져서 다시는 안 읽겠다 다짐했지만 이 책은 또 관심이 가네요.
미시마 유키오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아 저도 올해는 꼭 읽어볼랍니다.

근데 망태형아 도도한 모습이 오~푸코 표정이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1-02 22:34   좋아요 1 | URL
책 읽는 것 말고는 하는 게 없어서 그렇습니다! 🤣
쿨캣 님은 존 밴빌 꼭 읽어보시고… 헨리 제임스 그 현대문학 단편집은…. 전 그 시리즈 무척 좋아하는데도 그건 안 샀는데! ㅋㅋㅋㅋㅋㅋ 왜 하필! ㅋㅋㅋㅋㅋ 헨리 제임스는 <워싱턴스퀘어>가 그나마 좀 재미난 편입니다. <보스턴 사람들>은 600쪽 가까이라 지겨워지실 수도ㅋㅋㅋㅋ😹
미시마 유키오도 저 단편집으로 시작하시지 말고 <금각사>나 <가면의 고백> 또는 <봄눈>으로 시작하세요. 단편집에서는 맛보기 용이라면 <우국>

방금 망태형아 방문 밖에서 한나 울음소리 듣고 기겁🤣🤣🤣

coolcat329 2026-01-02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맞춤 추천 감사합니다.
<워싱턴 스퀘어>는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추천해주신 책들 꼭 읽어볼게요!

구단씨 2026-01-03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서, 결제 전에 다시 한번 책 소개 글 살피다가 잠자냥 님 글 있어서 확신을 갖고 결제합니다. ^^
소개해 주신 목록에서 제가 읽은 책보다 궁금하던 책이 더 많았는데, 이 페이퍼에 제가 고민하던 책들이 많아서 더 좋네요.
땡스투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잠자냥 2026-01-03 21: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조만간 구단씨 님 페이퍼 보면 어떤 책 사셨는지 알 수 있겠군요?! 재미나게 읽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자목련 2026-01-0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글을 통해 매번 새로운 책을 알게 됩니다. 제가 모르는 책이 정말 많구나 느끼고요. 올해도 다양하고 멋진 책 안내, 기대할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냥이도 금식을 하다니, 몰랐어요. 한나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겠죠? ㅋㅋㅋ

잠자냥 2026-01-04 13:23   좋아요 0 | URL
저도 자목련 님의 한국문학 관련 페이퍼 보면서 오, 이런 책도 있었구나! 늘 배웁니다. 올해도 계속 다독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세요.

냥이들도 수술 전에는 마취를 하니까 보통 12시간은 금식해요. 한나의 사랑 ㅋㅋㅋㅋㅋ 계속 들이대니까 망태오빠가 이제 승질은 안 내네요. 근데…. ㅋㅋㅋㅋㅋ 발정이 가고 있는지 한나가 이제 망태오빠한테 별 관심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햇살과함께 2026-01-0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하반기 원픽이라니! 에리봉 꼭 읽어보겠습니다.
자냥님 상실의 아픔 늦게 알았네요.
두 냥이 너무 귀엽습니다.

잠자냥 2026-01-05 10:15   좋아요 0 | URL
이제 괜찮.......습니다! 라고 말합니다만
어제 트위터에서 어느 고양이 세상 떠난 소식 듣고 둘째 생각에 눈물 또 터졌네요.. ㅠㅠ
근데 또 우리 푸코 보면서 웃었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에리봉 꼭 읽어보시고요!
 

책장 파먹기 중이다. 신간 도서 중 눈에 들어오는 책도 많지 않고, 이 방구석 저 방구석 쌓여 있는 책 더미를 보노라니 저걸 다 어찌하나 싶어서 죽기 전엔 다 읽어버리고 내 손으로 처분하고 가자 싶어져서 열심히 파먹는 중. 그러다 보니 드디어! 알라딘 3개월 순수구매액 30만 원 대로 떨어졌다. 와 너무 기뻐!!!!(그전엔 70만원 대였다......... ) 계속 이렇게 해서 10만 원 대로 떨어지는 것이 목표이다. 



꺄하하하하하ㅏㅏㅏㅏㅏㅏㅏ 잠자냥은 기쁨의 눈물, 알라딘은 슬픔의 눈물....



요즘 신간 도서 중 눈에 들어오는 책이 별로 없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작년 이맘 때 계엄령이 떨어졌고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러다 보니 1주년 기념(!)이라도 하는 심정들인가 여기저기서 계엄/내란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치인 책도 그렇고. 근데 내가 제일 꼴 보기 싫은 책 중 하나가 국내 정치인 책이다. 스스로 쓰지도 않았으면서 자기 이름으로 책 내는 것도 웃기지만 참...... 여러 가지로 종이가 아깝다.... 요즘 종이값도 비싼데.......

아무튼 그런 중에 산 책



에밀 졸라, <사랑의 한 페이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중 여덟 번째 작품이다. 빛소굴출판사는 과거에 출간된 책들 중에 재발굴해서 펴내는 책이 종종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1994년 출간된 <사랑의 한 페이지>의 개정판. 1994년에는 제가 졸라의 진가를 잘 몰라서...... 그저 친구들하고 모여서 성인에로영화인 줄 알고 비디오로 <나나>만 보고는 이거 원작이 있다는데... 졸라 지루한 사람인가 보다 했다. 그 시절 친구들하고 모여서 본 영화는 장 르누아르의 고전 <나나>(1926)가 아니고 <나나 Nana, the True Key of Pleasure>(1983)라는 영화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희대의 망작. 국내 개봉은 아마도 1990년인가 그랬던 거 같다. 야하긴 야했던 거 같은데 아무튼 애들은 다 자고 있더라....



이런 영화였다......ㅋㅋㅋㅋㅋㅋㅋ



그 시절 순진했던 잠자냥은 이런 장면 보면서 진짜 변태 같다..... 생각했으나... 지금은....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언니가 주인공이었다..... 와 얼굴 기억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시절 비디오의 추억. 이때 애들이 웃겨서 소리 지른 거 생각난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 중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1994년에는 <사랑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조차 읽을 생각을 못했고요. 이 나이가 되어서야 지금 당장! 읽어보기로. 사실 이 책 좀 기다리면 ‘밀리의서재’에 올라올 거 같아서 전자책으로 풀릴 때까지 기다릴까 싶었지만 종이책으로 읽고 싶어서 구매.



미시마 유키오, <미시마 유키오- 우국·한여름의 죽음 외 22편>
이건 12월에 산 책은 아니다. 11월에 사서 다 읽고 이미 100자평 남김. 근데 왜 이걸 산 책 리스트에 올리느냐면 아래 책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이 책 379쪽 문장 한 줄이 통째로 빠졌다... 현대문학에 메일 보낼까 하다가... (빠진 문장이 뭐냐고) 귀찮아서 걍 상상으로 마무리함.



"은은한 광택을........." 이 다음 문장이 뭐죠? 다음 장의 첫 문장하고 안 이어짐.....



380쪽은 이렇게 시작하는데.........




이노우에 다카시, <미시마 유키오, 죽음의 충동과 허무의 미학>
어머! 나 이 인간 좋아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뭘 이런 책까지 사 보고 그러냐?! 교양인에서 출간 중인 ‘문제적 인간’ 시리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괴벨스(<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이후로 끌린 책이 바로 이것(괴벨스나 미시마 유키오나...내 기준엔 희대의 돌아이... 돌아이라고 하니까 맛이 안 산다. 아무튼 또라이한테 관심 많은 잠자냥...). 목차를 보니 미시마 유키오 생애와 작품을 엮어서 한방에 정리해주는 것 같아 너무 흥미진진해 보여서 구매. 

그나저나 현대문학 세계문학 시리즈 오랜만에 샀다. 미시마 유키오 다 읽고 오에 겐자부로 옆에 살포시 꽂아둠. 이 시리즈는 웬만해서는 다 산 것 같은데(전자책으로 구매한 것 포함) 완독한 것은 아직 몇 권 되지 않는다. 단편 모음집 특성상 한 번에 몰아 읽으면 너무.... 이 단편, 저 단편 막 섞이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완독한 책은......
그레이엄 그린, 윌리엄 트레버, 대프니 듀 모리에, 키플링, 러브크래프트, 헤밍웨이, 오 헨리, 기 드 모파상,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레이 브래드버리,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미시마 유키오! 

헐 이것뿐이냐?! 얼른 다 읽어라! 


조영일, <세계문학의 구조>
이 책도 어느덧 개정판이 나왔다. 구판으로 몇몇 챕터만 훑어봤었는데 이번에는 각 잡고 다 읽어보기로. 가라타니 고진 책과 같이 읽으면 더 좋을 듯.



제임스 우드,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부제는 ‘삶과 문학, 읽고 쓰기에 관한 네 번의 강의’- 급박하게 사서 급박하게....... 는 아니고 진지하게 읽고 100자평 남겼다. 읽는 내내 아, 내가 이래서 소설을, 문학을 좋아했지, 좋아하지..... 미소 지으며 읽었다. 공감하고 밑줄 그은 부분도 많았고. 우드의 다른 글들도 더 읽고 싶은데.



더글러스 크림프, <애도와 투쟁>
부제는 ‘에이즈와 퀴어 정치학에 관한 에세이들’- 출간된 지는 좀 된 책이다(2021년 발행). 최근에 읽은 <가족을 구성할 권리>(김순남)에서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궁금해서 구매. 이 책에서 인용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다음과 같은 구절이 꽂혀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애도의 불가능성을 인지하는 존재들. 이들에게는 애도마저 저항이고 투쟁이다.”(<가족을 구성할 권리>)



진짜 소박하쥬? 정말 뿌듯하다.......(엥?)




그리고 오랜만에 울 고냥이들. 그새 많이 컸다. 그동안 이깽이 필수 백신 3차까지 맞으러 여러 번 병원을 오간 녀석들. 병원에서도 인기 짱! ㅋㅋㅋㅋㅋㅋ 근데 좀 신기한 게 푸코는 견주들이 특히 좋아하던데...... 가방 안에 담겨 있는 푸코를 보고 강아진 새끼인 줄 알았던 게 아닌가 싶은 합리적 의심이 든다. 애가 좀 똥개 같이 생겨서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이 녀석 식탐이 대단하다. 이 녀석 한 마리만 키우면 자율급식 아니고 하루 세 번 정도만 밥 줄 거 같은데, 여러 마리를 키우다보니 자율급식 중. 근데 녀석 무슨 잔반처리반 출동하세요? 게다가 사람 음식도 탐을 내서 ㅋㅋㅋㅋㅋㅋ 얼마 전엔 잠봉뵈르 안에 들어 있던 버터 이눔이 다 핥아먹고(대충격...... 버터 좋아하는 고양이는 니가 처음이야....) 우유 마시는데 그것도 빼앗아 먹고(우유 먹는 고양이도 니가 처음. 울집 기존 냥이들은 우유 안 좋아한다. 펫밀크 사줬는데 그것도 안 먹어서 몽땅 버린 적 있다), 녀석이 우유 좋아하나 싶어서 펫밀크를 사줬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펫밀크 봉지 소리만 들어도 자다 번쩍 뛰어나온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참치회, 연어회, 육회 다 좋아함. 아 이 돼냥이! 큰일 났다.




많이 컸쥬...?



반면 한나는 얼마 전에 양배추 썰다가 바닥에 좀 떨어뜨렸더니 그걸 주워 먹고 있어??? 처음엔 장난치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 후로도 양배추만 보면 환장해서 먹는다.............. 마요네즈 찍어주면 더 좋아한다. 아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에서 오는 박스, 비닐봉지, 뭐 이런 거 좋아하는 건 울집 냥이들 다 똑같다......





건수하 님이 울 한나 예쁘다고 해서 더 올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읽는 잠자냥 배 위에서 꾹꾹이 중 한나.



오늘 아침 책탑 사진 찍는데 난입 푸코.




이눔 네가 너의 미래(20251231)를 아느뇨!?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풋코는... 12월 31일에 병원 예약이 되어 있다. 왜냐면..... 풋고추를 따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태어난 지 5개월이 된 풋코.. 녀석 닮은 이쁜 냥이 한 마리만 더 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냥이들이 한 마리만 낳는 것은 아니라서... ㅠㅠ 풋코의 자손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공교롭게도 1호, 2호, 3호, 그리고 7호 푸코까지 울 집 수컷 냥이들 중성화는 내가 다 데리고 갔었네....... 엥? 알고 보니 잠자냥은 수컷 거세 담당이라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얼떨결에 6호가 되어버린 나의 영원한 막냉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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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5-12-17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까 이거 보고 댓글 달려고 했더니 알라딘 점검 들어가서.. 이제야 왔습니다 ㅎㅎ

풋코랑 한나 넘 예뻐요~ 확실히 풋코는 옆구리가 통실하고 한나는 홀쭉하네요.
버터...양배추.... 둘다 식성이 특이한 거 같아요 ㅋㅋㅋ
저희집 1호는 양송이를 그렇게 좋아한다는...

6호는 오늘 표정이 좋지 않네요 항상 예쁜 사진이었는데 ^^

(고양이 댓글 쓰다가 책에 관해 할 말은 잊어버림)

70이었다니... ㄷㄷ 전 저번에 올해의 책 보니 알라딘에서 20권 샀더라고요? 크하하

잠자냥 2025-12-18 10:20   좋아요 0 | URL
어제 알라딘 점검 뜬 거 보고 몇 달 전 예스24같은 사태 일어난 것인가 식겁했었어요.
그 사태로 저희 회사 예스24 매출이 확 줄어들기는 했거든요. 근데 나중에 마케팅 팀장한테 이야기 들어보니 며칠 전부터 서버 점검할 거라고 알라딘에서 계속 알림 오긴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암튼...

6호는 요즘 심정이 복잡한 거 같아요. 이 녀석이 울집 냥이들 중엔 EQ가 가장 높은 녀석인 거 같은데 푸코 한나 보면서 자기한테 쏟아지던 저의 애정이 분산되는 거 같아서 질투도 나면서 애기들하고 놀고 싶기도 하고 푸코 한나는 저한테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들(안기거나 이런 거)이 왜 나는 안 될까?? 고민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암튼 원조 막냉이 볼 때마다 짠해서 더 예뻐해 주는데 한나가 득달 같이 달려와서 자기 예뻐해 달라고 끼어드니까 막냉이는 화나서 한나한테 솜방망이질 ㅋㅋㅋㅋ 저 사진도 제가 책 사진 찍고 있으려니 푸코 한나가 쫓아와서 옆에서 놀고 이럴 때 6호도 쭐레쭐레 따라와서 구경 중이던 상황이었답니다.

고양이 댓글 쓰다가 책에 관해 할 말 잊는 거 대환영! ㅋ

단발머리 2025-12-1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보루인 잠자냥님마저 책 구매액을 줄이셨다니요. 저, 책나무님, 독서괭님이 작년보다 20여권 덜 샀고요. 다락방님도 현저한 긴축 재정이었는데 잠자냥님까지.... 이거 진짜 알라딘 머리 싸매고 대책 세워야겠네요.

현대문학 너무 근사하네요. 쭈욱 모아보면 이런 모습이군요. 그래도 제 눈에 들어오는 건 악셀 호네트 선집이네요. 도서관에서 빌렸더니 너무 헌 책이라 일단.... 하고 미뤄뒀거든요. 그러나! 책이 뭐가 중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나와 푸코의 귀여운 모습! 한나 털색깔이 너무 기기묘묘하고 예뻐요~~
막냉이도 이쁘지만, 아.... 한나가 더 이쁜 것임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12-18 10:21   좋아요 0 | URL
제가 마지막 보루였나요? ㅋㅋㅋㅋㅋ 저희집 보루를 지키기 위해 저도 책 사는 거 좀 줄이긴 해야 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집사2가 책 때문에 바닥 무너지는 거 아니냐고 잔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

현대문학 시리즈 모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죠! 악셀 호네트 선집도 그렇고......(근데 이런 식이면 책 값 못 줄인다! ㅋㅋㅋㅋㅋ)

한나 털 색깔 좀 신기하기는 해요. 실버라고 하던데... 저희집 1호하고 똑같은 회색인가 싶었는데 같이 있는 거 보면 회색은 아니더라고요? 실버인가보다.....

다락방 2025-12-18 11:35   좋아요 1 | URL
저 한국 돌아가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12-18 11:57   좋아요 0 | URL
다락방/ 알고 있다🤣

망고 2025-12-1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이상해요ㅠㅠ 이제야 로그인 되네.
잠자냥님 야한 비디오 보던 불량 학생이었나요?ㅋㅋㅋㅋㅋㅋ영화 캡쳐만 봐도 망작의 기운이ㅋㅋㅋㅋㅋㅋ
현대문학은 꽂아 놓으면 하얀색이라 깔끔하고 예쁘네요. 탐난당
풋코 풋고추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엄청 빨리 하시네요? 원래 5개월 정도에 하나요? 제 기억에 망고는 한살때 땅콩을ㅋㅋㅋㅋ너무 다 아는 나이에 수술을 시켜서 망고가 더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요....
강아지 같은 풋코 정잘 귀여워요ㅠㅠ 한나는 넘 예쁘네요.
그러나 저는 노랑이 막냉이한테 정이 갑니다 아고 귀여워라 영원한 막냉이

잠자냥 2025-12-18 10:23   좋아요 1 | URL
불량학생 ㅋㅋㅋ 전 사실 그렇게 모범생은 아니었어요. 아니 모범생 친구들을 좀 재미없어 해서 이른바 학교에서 노는 학생이라고 찍힌 애들하고 놀던 모범생이라고 해야 하나? ㅋㅋㅋ 그래서 친구 가려 사귀라는 말도 많이 듣고는 했습니다. 암튼 저 비디오는 중학생 때 본 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풋코의 풋고추는.... ㅋㅋㅋㅋ 병원에서도 푸코는 이제 충분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뭐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술해도 된다네요. 몸무게도 기준치 넘었고 5개월이면.... ㅋㅋㅋㅋ 1호부터 2호 3호도 다 5~7개월 그 사이에 했어요. 보통 발정 전에 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서는 한나도 그날 같이 하라고! 권했는데... 한나는 푸코보다 몸무게 적게 나가고 2주 늦게 태어나서 다음 달에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암컷은 수컷보다 수술이 좀 복잡하기도 하고.... 영원한 막냉이 진짜 예쁘죠?!

blanca 2025-12-17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에밀졸라 저 책 너무 궁금했는데 빨리 읽으시고 리뷰해 주세요. 그런데 ㅋㅋㅋ 아놔, 저 나나 영화 올려주신 장면 보고 뿜었어요. 왜 이상한 상상이 자꾸 ㅋㅋ 냥이들 이쁩니다. 미시마 유키오 저도 그런 상태예요. 맘에 안 드는 점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 문장을 읽으면... 묘하게 이끌립니다.

잠자냥 2025-12-18 10:23   좋아요 0 | URL
넵! 에밀 졸라 책 냉큼 읽겠습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나 저 영화 진짜 웃겨요. 어린 마음에 야하기도 했는데 너무 저런 장면이 많아서 친구들하고 끽끽 대고 봤던 것 같습니다. 그때 이미지가 있을까 과연 하고 찾아봤더니 역시 인터넷은 없는 게 없다!

미시마 유키오... 블랑카 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정말 그런 심정이에요!

독서괭 2025-12-17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머엄머엄머멈 푸코랑 한나 많이 컸네요 세상에<~ 사진보고 갑자기 댓글부터 다는 괭 ㅋ

독서괭 2025-12-17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 푸코 운명의 날이 다가오는군요… 거세담당 ㅋㅋㅋㅋ 세상 무시무시하다 ㅋㅋㅋ 많이 아프지 않길 얘들아 ㅠㅠ
애들 너무 예쁘고 막냉이도 여전히 너무 예뻐요~~
에밀졸라는 졸라 지루해? ㅋㅋㅋ 가슴 가린 거 왜케 웃겨요 🤣🤣🤣 모바일로 보니 너무 작아서 내일 피씨로 다시 봐야겠다~~

잠자냥 2025-12-17 23:00   좋아요 1 | URL
아니 뭘 피씨로 다시 봐?🤣🤣🤣
걍 지금 확대해 봐바….🤣🤣🤣

잠자냥 2025-12-18 10:24   좋아요 1 | URL
거세 담당 잠자냥 ㅋㅋㅋㅋㅋ 진짜 웃긴 건 3호 수술했을 때인데 그 깔때기 쓰고 자기 아프다고 저 똑바로 쳐다보면서 계속 저 앞에서 어정어정 왔다 갔다하는 거예요. 3호가 좀 엄살이 심하거든요.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ㅋㅋㅋ

관찰자 2025-12-18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냥이들은 원래 저렇게 앞발을 다소곳이 모아서 사진 찍는걸까요? 아니, 왜케 귀엽냐고요. 누가 가르쳐 준것도 아닌데 죄다 앞발을 포개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어. 진짜 미쳐버려요.

잠자냥 2025-12-18 10: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관찰자 님은 역시 냥이 특징도 잘 관찰하셔. ㅋㅋㅋㅋㅋ 앞발 모으고 꼬리도 착~~ 모으고 아주 얌전한 척하지만 돌아서면 지랄발광 냥이들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5-12-18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코와 한나, 정말 많이 컸네요! 사지만으로도 이렇게 귀여운데 실물 영접하면 기절할 것 같아요. 얼결에 막내에서 벗어난 걸 아는 건지 6호는 의전한 모습이고요 ㅎㅎ
이미 잠자냥의 5별, 제임스 우드의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가 궁금하네요.

잠자냥 2025-12-18 11:08   좋아요 0 | URL
저도 맨날 기절해요! 푸코 너무 웃기게 생겨서 이 녀석만 보면 웃음 팡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 자목련 님도 좋아하실 거 같은데....

다락방 2025-12-18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배추 먹는 한나 라니... 넘 좋네요. ㅋㅋㅋㅋㅋ 나도 양배추 좀 먹어야 하는데...
거세 담당 잠자냥, 마음에 듭니다. 제가 잠자냥 님을 괜히 좋아한게 아니었나봐요. 거세의 기운이 물씬 풍겼던건가봉가...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12-18 11:49   좋아요 0 | URL
양배추는 사랑입니다. ㅋㅋ 이번에 마트 갈 땐 양배추 좀 사서 스테이크랑 먹어요!
거세 담당 잠자냥 좋아하는 다락방 ㅋㅋㅋㅋ 고양이들 진짜 신기한 게 거세하고 나면 ㅋㅋㅋㅋㅋㅋ 붕가붕가 같은 거 하는 거 본 적이 없어요. 강아지는 중성화하고 나서도 좀 그러던데, 고양이는 수컷암컷 다 붕가붕가라는 것을 모르는 동물인 듯?(그 점도 고양이만의 매력) 그래서 그런 생각도 좀 듭니다. 인간도 시도 때도 없이 붕가붕가, 그것도 상대방 동의 없이 붕가붕가하려는 놈들은 고양이처럼 거세해야 하는데...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2-18 11:51   좋아요 1 | URL
우리가 거세해야 할건 냥이가 아니라 남자인데요... 그러면 진짜 세상이 분명히 더 좋아질텐데... 고양이 좀 많아지면 어떤가요. 인간 남자랑 바꾸자!!

잠자냥 2025-12-18 11:54   좋아요 0 | URL
난 좋아 🙆🏻‍♀️🤣🤣🤣🤣

거리의화가 2025-12-18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늦었네요. 오후에 들어가니 알라딘 점검이라고 해서 식겁한... 요즘은 알라딘 점검하면 제 시간에 복구되나 그 걱정이 들더라구요^^;
구매금액이 줄었지만 저도 3개월에 딱 30만원 정도 채운 걸로 나오네요. 최근에는 펀딩을 좀 했더니 그런 것 같은. 그래도 10만원대까지 줄이는 건 어렵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늘 생각하지만 독서 범위가 넓고도 깊으셔서 놀라요. 저는 결코 불가능한...ㅎㅎ
냥이들 사진 정말 힐링이에요~ 푸코는 그러고 보니 강아지 같은 모습도 있는 듯한걸요?ㅎㅎ 잘 크고 있는 듯하여 제 마음도 좋습니다. 중성화수술도 잘되길!

잠자냥 2025-12-18 11:53   좋아요 0 | URL
아 하긴 저도 3개월 평균 10만 원 대! 이렇게 써놓고 생각해보니 그건 불가능이다... 싶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달에 10만원이겠지! ㅋㅋㅋㅋㅋ 3개월 평균 30만 원 대에서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푸코는... 저 녀석 몸땡이 색깔이 골드라고 ‘브리티시숏 골드’라고 하던데 ㅋㅋㅋㅋ 골드는 무슨 우리나라 황구 같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 암튼 저는 저 녀석 일자 눈이 너무 웃기고 예쁘고 귀엽고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12-19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한나. 푸코 갈수록 인물 난다. 인물 나!❤️
한나 넘 예쁜데 때론 약간 호랑이 상으로도 보이네요? 얼굴 색깔 때문에 그렇게 보이나봐요.
푸코의 저 눈망울! 오늘따라 불쌍한 눈망울이라니…거세담당 주인때문에…흑흑흑
포스를 봤을 땐 막내였던 6호가 의젓하게 위로해줄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

현대문학 단편선집들의 위용!
완독 책들도 부럽군요.
저도 따라잡고 싶네요.
냥이들의 귀여움을 따라잡지 못하니까 잠자냥 님의 폭풍독서라도 따라잡자. 부릉부릉…

잠자냥 2025-12-20 17:3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한나 푸코 진짜 예쁘죠? 정말 웃음 팡팡 매력덩어리들 입니다.
나무 님의 읽기도 응원한대요~~ 한나가 ㅋㅋ
 



















주말 동안 토머스 하디의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를 읽었다. 하디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이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라서 흥미진진,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다. 그러나 그런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임에도 그러한 스토리를 이루는 배경, 즉 사회나 제도에 관한 날선 비판과 빼어난 통찰력 때문에 역시 고전은 이런 맛에 읽는구나 싶어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짜릿했다.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고아나 다름없이 태어난 ‘주드 폴리’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고 지성적인 세계에 매료되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 그가 꿈꾸는 지성의 세계, ‘사상과 종교의 유일한 중심지이자 이 나라 지성과 정신의 곡창’이라 불리는 ‘크라이스트민스터’에 가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그 꿈은 번번이 좌절되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 ‘수 브라이드헤드’와의 사랑마저도 실패로 끝나고 마는 비극의 이야기이다. 그의 인생에서 그토록 열망했던 두 가지, 지성의 세계에 진입하여 그 안에서 살고자했던 꿈도, 사랑하는 이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꿈도 모두 실패하는 비운의 주드. 그의 실패는 여러 면에서 태어날 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책의 세계와 돼지의 세계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의 “Obscure”는 여러 의미가 있다. 민음사 번역본에서 선택했듯이 “이름없는” 즉 무명(無名)의 뜻도 있으며 ‘외딴, 벽지의, 미천한, 이해할 수 없는, 어두운, 흐릿한, 어두컴컴한, 구름 낀’ 등등의 의미가 있다. 이 모든 형용사가 주드에게 어울린다. 그 자신도 번번이 실패를 겪은 후 “그건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구름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런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탄하지 않는가. 실제로 주드의 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고난의 연속이다. 머리 위에서 구름이 걷힐 날이 없다. 그리고 그 구름은 그가 태생적으로 미천한 출신이라는 점(물론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선조대에서는 그래도 명망이 있었노라...고 하디는 쓰기는 하지만), 가난했기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없는 환경에 있었다는 점이 그를 이름없는, 비운의 주드로 살다 가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의아함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주드가 너무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이렇다 할 지원과 자원이 없었기에 그의 실패는 예정된 것이었을까? 과연 그의 모든 실패가 가난 때문일까? 토머스 하디의 펜은 분명 주드에게 주어진 가정과 사회 환경이 미천한 신분, 빈곤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노라 당시의 사회 제도나 구조, 계층 문제를 비판하고는 있다. 그러나 꼭 거기에만 그쳤던 것은 아닌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름없는 주드>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그와 비슷한 인물인 <마틴 에덴>의 ‘마틴 에덴’이 떠오른다. 그런데 마틴 에덴은 주드와 비슷한 조건을 갖고 태어나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죽기 살기로 노력해 자신이 꿈꾼 것을 이룬다(작가). 토머스 하디(1840~1928)와 잭 런던(1876~1916)이 살았던 시간과, 두 작품의 배경이 저마다 19세기 말 영국(빅토리아 시대), 20세기 초 미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비슷한 시기에 한 인물은 꿈을 이루지만(물론 그 꿈 때문에 또 다른 환멸을 맞닥뜨려 스스로 생을 등진다는 점에서 마틴 에덴도 비극의 주인공이긴 하다), 한 인물은 왜 일생 내내 머리 위의 구름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더 어두운 곳으로 걸어 들어가기를 자처하게 되는 것일까? 

마틴 에덴과 주드의 가장 큰 차이는 자기의 욕망, 특히 성적 욕망을 어떻게 다루었느냐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의 주드는 자신이 스스로 원하지 않는 세계 속에 살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푼돈이라도 벌어보고자 새를 쫓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새를 쫓아내지 못한다. 새가 단지 불쌍해서가 아니라 ‘새들의 좌절된 욕구에 동정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새들이 자신처럼 그들이 원하지 않는 세계 속에 살고 있음을 알게’(31쪽) 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계를 벗어나려면 책-그러니까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책을 구해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공부하는 등 지성의 세계를 열망하며 언젠가는 ‘불빛의 도시’이자 ‘지식의 나무’가 자라며 ‘인간의 스승들이 나오고 또 찾아가는 곳’이자 ‘학문과 종교로 무장된 성’인 크라이스트민스터에 갈 것이라고, 그곳은 ‘나한테  잘 어울릴’거라고 ‘끈기는 나의 특기’이므로 ‘크라이스트민스터는 나의 모교가 될’ 것이며 ‘나는 모교의 사랑받는 아들이 되고, 모교는 그 아들에 만족할’ 거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그는 실패한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며 시골길을 걷던 주드에게 누군가가 무언가를 툭 던진다. 어떤 물체가 그의 귀를 날카롭게 때리고 그 부드럽고 차가운 물체는 주드에게 던져졌다가 발에 떨어진다. 주드는 한눈에 그것이 동물의 살점, 그것도 ‘거세된 돼지의 특정 부분’(71쪽)이라는 것을 알아본다. ‘거세된 돼지’라는 묘사가 눈에 들어온다. 주드는 어떤 의미로는 거세된 자이다. 세상에서 동떨어진, 미천한 신분의, 너무나 가난해 꿈꾸기조차 거세당한 사람. 그런데 왜 하필이면 거세된 ‘돼지’의 특정부분이 그에게 던져졌을까. 그것을 던진 사람은 주드에게 호감을 가진,  그를 신랑감으로 점찍은 동네 처녀 ‘아라벨라’이다. 주드와 아라벨라가 살던 웨섹스 지방에서는 돼지를 키우는 농가가 많았고, 아라벨라네 집이 돼지농장을 하고 있었기에 돼지를 죽여서 내장을 씻고 하는 일이 아라벨레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소도 아니고 말도 아닌 돼지일까? 돼지는 영리하긴 하지만, 동물이며 본능에 충실하다. 먹고 자고 교미하여 번식한다. 아라벨라는 이 돼지의 특성과 어울리는 여자이다. 육감적이고 자기의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다. 시골 마을에서는 좀 남다른 주드, 잘생긴 주드에게 호감을 갖고 거세된 돼지의 특정 부분을 툭 던지면서 구애를 하는 넉살좋은 행동이 그래서 그녀에겐 어울린다. 

그런데 주드가 좀 신기하다. 줄곧 지성의 세계를 갈망하고 ‘크라이스트민스터’에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연연해 마치 ‘젊은 애인이 숨겨둔 연인에 대해 말을 꺼내듯 도시의 이름을 입에 담으면서는 얼굴까지 붉히는’(47쪽) 이 수줍음 많은 청년은 아라벨라의 이 단 한 번의 구애에 너무나 쉽게 넘어간다. 심지어 아라벨라의 집안을 엿보고는 그녀가 속한 세계는 너무나 세속적이고 비속하여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학에 대한 연구와 크라이스트민스터에 대한 눈부신 꿈에 집착한 그의 생활에는 맞지 않는 그 무엇이 그녀에게 있’다고 심지어 자기에게 ‘공격을 개시하기 위해 그런 무기를 선택한 것은 순수한 의도의 표현은 아니었다.’는 것까지도 ‘자신의 지성의 눈으로 꿰뚫어’ 본다. 그러나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 스쳐 가는 분별력은 금세 사라지고 그는 다가오는 새로운 야성적 쾌락의 조건에 빠져’(77쪽) 든다. 뭐 잠깐 놀면 되는 거야, 생각하고선 아라벨라와 첫 키스를 하더니 자기가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보낸 세월을 무려 ‘낭비’라고 느끼기까지 한다. 그러느니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은가’ ‘교황이 되는 것보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게 더 나으리라’(89쪽)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이 충격적이었다. '낭비'라니! 그 긴 시간 읽은 책과 언어와 공부가 낭비라니! 이것이 정녕 지(知)를 사랑하는 자의 태도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주드는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 성공하려고 책을 읽고 공부한다. 그것이 자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마틴 에덴 또한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려고, 성공하려고, 그래서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신분이든 재산이든 사회적 명성이든 기타 등등의 모든 면에서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공부한다. 그런데 주드는 저 돼지의 특정 부위를 던진, 자기가 생각하기에 자신과 어울리지도 않는 육감적인 여자와 단 한번 키스로 인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너무나 성적인 욕망, 육체적인 욕망에 쉽게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사람이다. 그토록 지성의 세계를 갈망한다면서도 단 한 번의 키스, 단 한 번의 섹스로 그간 쌓아온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인물이다. 욕망과 본능에 충실한 돼지는 주드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닐까. 

그 후로도 돼지는 이 작품에 번번이 여러 형태로 등장한다. 거세당한 특정 부위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결국 아라벨라와 결혼하여 돼지나 돌보면서 사는 인생을 견디며, 종국에는 돼지를 죽이는 일에서조차 아라발레와 갈등을 빚고 두 사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시로도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권에서 ‘수’와 ‘주드’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주드가 또 한 번 여자 때문에 자신이 가려던 길을 포기할 때이다. 이때 돼지의 그림자는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이상한 것은 그의 첫 번째 소원-학문적 숙달을 향한-이 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되었는데, 그의 두 번째 염원-사도가 되려는-도 또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건” 그가 중얼거렸다. “여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사물의 인위적인 체제 때문인가? 그래서 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무서운 집안의 올가미로 변해서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을 붙잡는 것인가?”(2권 43쪽) 



아라벨라와의 결혼이 실패한 후, 사촌인 ‘수’를 향한 열망을 꽃피우다 결국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주드는 그날 바로 정원으로 나가 얕은 구덩이를 파고 그가 가지고 있는 신학 서적과 윤리학 책을 모조리 들고 나와 구덩이 속에 쌓아 올리고 불태운다. 1권에서 아라벨라와의 육체적 결합 이후 결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책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더니 이번에는 아예 책을 불태워버리는 것이다. 이때 하디는 이렇게 쓴다. “찢어진 책에 불꽃이 붙어서 거의 재로 사라질 때까지 집 뒤쪽과 돼지우리와 자신의 얼굴을 환히 비췄다.”(2권 44쪽). 주드가 번번이 성적 욕망에 무릎을 꿇어서 자기가 가려던 길을 포기하게 될 때마다 돼지가 여러 형태로 등장하는 것이다. 

작품 말미에 주드가 아라벨라와 재결합한 후에도 돼지는 또 등장한다. 아라벨라는 남의 남자(수의 남자)가 된 주드가 탐이 나서 술수를 쓴 끝에 그를 자기에게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한다. 함께 살 집이 마땅치 않아서 그녀의 아버지가 빌린 작은 집의 아래층 뒷방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데, 그 집 앞쪽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돼지고기 가게가 있다. 여기서 일하던 아라벨라의 아버지는 흡사 ‘돈육 전문 백정’(2권 325쪽)처럼 보인다. 이 백정의 집에서 주드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 이처럼 주드의 첫 여자 아라벨라는 책이 아닌 돼지, 동물적인 세계에 어울리는 여자이다. 그런데 주드는 아라벨라와 다름없는 육체적 욕망 때문에,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세계를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인간의 선함과 자신의 긴박함보다 결혼이나 그 밖의 다른 의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구교도나 신교도임을 밝혀도 그는 바리세인보다 못한 자니라....... -존 밀턴



2권이 시작되는 “4부 새스턴에서”에는 존 밀턴의 위와 같은 글귀가 인용된다. 1권이 주드가 처한 상황을 묘사하면서 사회 제도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면 2권에서는 결혼제도와 인습에 관한 통렬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물론 1권에서도 주드와 아라벨라의 결합을 통해 결혼이란 제도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결혼식이라는 장례식
주드는 사회적으로 ‘거세당한 돼지’이기도 했지만 성적으로도 ‘거세당한 돼지’에 가깝다. 아라벨라에 이어 그가 두 번째로 관심을 갖는 여성인 ’수 브라이드헤드‘는 애초부터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두 사람은 사촌 사이이다. 주드의 할머니는 주드의 예민함, 그의 쉽게 열정적으로 변하는 성정을 잘 알기에 사촌인 수의 사진을 보여주면서도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사촌이니까 다른 관심은 갖지 말라고, 섣불리 가까이 가지 말라고 여러 차례 주의를 준다. 그러나 할머니의 염려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만다. 

수의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주드는 호감을 갖기는 하지만 성적인 집착은 아니었다. 주드가 수의 사진을 처음으로 보면서 스스로 했던 생각을 떠올릴 때를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우아한 유형. 그의 인상은 이것이 전부였다. 화가가 그녀를 잘생겼다거나 아름답다고는 하지 않을 유형.’(162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수에게는 역시나 그에게는 없는 것, 아라벨라에게도 없는 것, 그가 살고 있는 세계와 동떨어진 그 무엇이 있다. ‘그녀는 주드를 특징짓는 투박한 시골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주드는 그녀의 사진을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결이 빗나가고 불행하고 악운이 끼인 집안의 자손이 이렇게 섬세함의 정점에 이를 수가 있는 것인가? 그것은 런던에 살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그의 가슴속에 갇혀 있던 고독감과 시로 승화된 크라이스트민스터에 대한 사랑이 자신도 모르게 이 환상의 여인에게 옮아’(162쪽) 간다.

그러니까 시골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이 주드에게는 늘 환상, 자기가 처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환영이 필요했다. 이것을 애초부터 알아본 사람은 아라벨라이다. 훗날 곤궁함에 빠진 주드는 빵을 만들어 팔게 되는데 그때조차 ‘크라이스트민스터 케이크’를 만들어 판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아라벨라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크라이스트민스터 노래군요. 케이크를 가지고도요!” “꼭 주드다운 짓이에요. 그를 지배하는 열정이에요. 그는 별난 사람이에요. 항상 그럴 거예요. 그에게는 크라이스트민스터가 일종의 고정된 환영이에요. 그 사람은 그 환영에 대한 믿음을 떨쳐버리지 못할 거예요.”(2권 209쪽) 주드를 사로잡는 환영, 그것은 처음에는 크라이스트민스터였지만 이제는 크라이스트민스터와 닮은, 시골적인 특성이 없는, 우아하고 섬세한 여성, 런던에서 살았을 것이 분명한 ‘수’이다. 그러니까 주드는 하나의 환영이 부서진 이후에는 또 다른 대상을 이상화해 거기에 자기의 온 정신을 갈아 넣는 사람인 것이다. 

수의 사진을 본 이후로 그녀는 주드에게 이상이 된다. 사촌이니까, 심지어 자기는 한 번 결혼한(그 결혼은 이혼이라는 분명한 결과로 매듭짓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이어지고 있기에) 사람이기에 수를 사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런데 이 사랑도 육체적 욕망을 동반한다. 수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채, 그녀를 몰래 따라다니며 염탐하면서도 수를 욕망한다. 그녀에 대한 자기의 관심이 틀림없이 성적인 성격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상 이제 수 브라이드헤드와 내밀한 친분 관계를 시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더욱 강하게 고개를 든다. 그러나 ‘외로운 저녁이 반복되면서 그녀를 잊는 것이 아니라 더 강렬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머릿속에서 잘못되고 관행을 벗어나는 예기치 않은 짓을 상상함으로써 거기서 놀라운 희열을 경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175쪽)하면서도 스스로 ‘나에게 궁극적인 문제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육체적인 욕정이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면서 자기가 수를 사랑하는 것은 ‘수가 남달리 총명’해서 이며 ‘내가 바라는 것은 부분적이지만 지적 공감’이라고 ‘내 고독에 대한 애정 어린 친절’일 뿐이라고 자위한다(176쪽). 정말로 그러할까? 

주드와 수는 결국 가까워진다. 수는 여러 차례 주드를 거부한다. 심지어 다른 남자(‘필롯슨’)와 결혼한다. 그러나 결국 그 결혼을 파기하고 주드에게 돌아온다. 그러나 그럼에도 쉽사리 주드와 육체적인 결합은 하지 않는다. 주드를 거의 미칠 지경으로 몰아간달까? 그런데 이게 단지 그 둘 사이가 ‘사촌’이기에 두 사람 모두 결혼 전력이 있고 그 결혼이 법적으로 완전히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니기에 수가 주드를, 주드의 육체적 욕망에 응답하기를 내내 거부한 것일까? 수는 굉장히 정신적인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주드와 그의 전처 아라벨라가 속한 돼지의 세계와 가장 극단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수의 남편 필롯슨이 수와 더 닮은꼴에 가깝다. 물론 필롯슨 또한 아내를 안고 싶어 하지만 수의 거부를 존중한다. 

그런데 주드는 어떠한가? 필롯슨을 떠나 주드와 함께 도피한 수. 주드가 호텔을 잡았는데 방은 하나. 수는 필롯슨을 떠난 바로 그 밤에 주드와 나란히 한방에 머무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면서 그와 같은 방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이때 주드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함께 있는다는 건 나라는 비참한 인간에게는 과분하지....” 한껏 자신을 동정하면서 수를 공격한다. 그녀를 “정령이며 육체가 없는 존재, 사랑스럽고 감미롭고 간장을 애태우는 유령. 거의 육체가 없는 사람. 내가 몸에 팔을 얹으면 그 팔이 공기를 뚫고 지나가듯 모을 관통할 것 같은 사람”(2권 93쪽)이라고 말한다. 이런 말이 한번만이 아니다. “내가 자기를 사랑한 만큼 자기는 날 결코 사랑하지 않았소. 결코! 자기의 가슴은 열정적인 가슴이 못 되오. 자기의 가슴은 불꽃 속에서 타지 않소! 자기는 대체로 요정이거나 정령의 일종이지, 여자가 아니오.” 

수를 사랑하지만 수가 자신과의 섹스를 거부하기 때문에 요정이거나 정령의 일종이며 급기야 ‘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주드는 이혼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아라벨라가 자기를 찾아와 여관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아라벨라를 만나러 가겠다면서 수를 협박하듯 말한다. “수, 난 자기를 사랑하오. 그러나 자기에게 오랫동안 시중을 들었는데 보상은 너무 초라해요.”(2권 128쪽) 여기서 말하는 보상이란 육체적인 접촉, 그러니까 섹스를 의미한다. “나에게서 가장 훌륭하고 고상한 면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소.”(2권 128쪽) 말하면서도 섹스를 하자고 안 그러면 여관에서 기다리는 전처한테 가겠노라 졸라대는 것이다. 아라벨라에게 다시 보낼 수는 없다고, 질투에 눈먼 수는 결국 그날 주드를 붙잡고자 육체적인 접촉을 허락한다. 주드가 거침없이 키스를 하도록 내버려두었을 뿐만 아니라 전에 한 번도 그런 일이 없는 식으로 주드의 키스에 답례를 한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접촉인데도 쓸쓸하다. “작은 새가 드디어 잡혔네요!” 수는 말한다. 그녀의 미소에는 쓸쓸함이 떠 있었다.(2권 131쪽) 함께 밤을 보낸 것이 틀림없는 그밤 이후의 묘사는 더욱 쓸쓸하다. 그다음 날은 비가 내리고, 수는 우울하기 짝이 없다.

수는 그렇다면 그토록 사랑하는 주드를 위해 남편을 떠났음에도 왜 다시 결혼하기를, 성적으로 결합하기를 거부한 것일까? 정말 ‘사촌’이라는 관계 때문일까? 수는 주드 못지않게 아니, 주드보다 더 정신적인 세계를 갈망하는 여자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책을 읽고 공부했으며 필롯슨과 주드 이전의 남자(‘미스터’)와도 깊은 우정을 나누면서 정신적인 교감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늘 상대-남자는 그 이상을 바란다는 것, 수가 자신에게 속한 여자(육체적으로도 완전히)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꼭 법이나 제도로 묶여서 확인받아야 한다는 것에 늘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며 그런 이유로 ‘결혼’이라는 말 앞에서는 번번이 극렬하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사람의 연인이 되어야 한다는 명령을 받은 시간부터 그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본성에 낯선 일이에요.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랑을 계속 할 기회가 더 많은 것이 인간적인 일이에요.”(2권 116쪽) 이렇게 생각하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녀이기에 주드와의 결혼을 거부하면서도 ‘사랑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므로 더 주드를 사랑한 것이다. 


“난 오빠가 생각하는 만큼 예외적인 여자는 아니에요. 결혼을 좋아하는 여자는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그 수가 적어요. 여자가 결혼을 하는 이유는 결혼이 주는 위엄 때문이고, 때때로 사회적 이점이 따르기 때문이죠. 난 위엄과 이점은 없어도. 살아요.” (2권 117쪽)


이런 수에게 주드가 고작 하는 말은 온갖 맹점을 알면서도 결혼하는 사람들, “그들은 평범한 열정을 가졌기에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 거야. 수, 자기는 환영 같은 육체가 없는 존재야. 자기에게는 동물적인 정열이 없어. 문제가 생겼을 때 이성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지. 그런데 우리처럼 둔한 몸뚱이를 가진 가엾고 불행한 인간은 그런 일이 가능하지 않아.”(2권 116쪽) 이렇게 변명처럼 둘러 댈 뿐이다. 사랑이나 현상을 해석하고 받아들일 때 수와 주드의 이런 정신적인 차이, 육체적인 욕망에서의 큰 차이가 두 사람을 끝끝내 불행으로 내몬 것은 아니었을까. 수가 인습을 거부하면서도 끝내 거기에 얽매여서 사촌과 결혼하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엔 그녀의 본질을 절반만 본 것이리라. 만일 수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녀는 필롯슨에게 자유로울 권리를 주장하며 해방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나를 떠나면 주드와 결혼할 것이냐고 묻는 필롯슨에게 ‘내 방식대로’ ‘내가 선택한 대로 그와 살 것’이라고 대답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수가 주드와 마찬가지로 비운의 수가 되고 마는 까닭은 사촌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촌과 ‘결혼’이라는 인습적 제도 안으로 들어가기를 끝끝내 거부한 탓이다. 평범한 여자처럼, 그러니까 아라벨라처럼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위엄이나 사회적 이점 안으로 숨어들기를 선택하지 않은 탓이다.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내가 잘못하는 거죠. 난 항상 잘못하고 있어요! 하나의 신조를 믿는 것처럼 항상 사랑에 자신을 매어두는 것은 비난받을 만한 일이에요. 어떤 특정한 음식이나 음료수를 항상 좋아하겠다고 서약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거예요!”(2권 54쪽)


항상 사랑에 자신을 매어두는 것은 비난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이 특별한 여자, 결혼이라는 위엄과 사회적 이점 안에 정착하기를 거부한 여자. 남자와 여자 사이에 육체적인 접촉보다 더 숭고한 우정과 애정, 정신적으로 깊이 있는 그 무엇인가가 틀림없이 있으며 거기에서 더 큰 만족을 느꼈던 여자. 그러므로 결혼도, 결혼이 강요하는 의무 안에서 자식을 낳아 번식하기를 끔찍하게 여겼던 여자. 그 여자의 정신을 품기엔 지성의 세계를 갈망하긴 했으나 마침내 “식구 입이 더 많아진 것 빼고는” “다른 곳으로 가서도 별로 큰일을 한 게 없는 것”같은(2권 231쪽), 그 남자 주드가 애초부터 너무나 미천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그의 특기라는 끈기는 왜 공부에서는 끝까지 발현되지 못하고 수에게 졸라대는 것에서만 발현된 것일까.... 주드의 이 개인적인 한계도 그를 영원히 이름없는 자로 남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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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2-01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길다 길어~ 일 좀 하고 와서 읽을게요!

잠자냥 2025-12-01 15:56   좋아요 1 | URL
너희들이 질리도록 썼다.... 다시는 써달라고 조르지 못하게...(엥?) 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12-01 16:42   좋아요 2 | URL
이것 보다 두배로 길어도 또 써달라고 조를건데요? 이런 고퀄 리뷰를 어디서 읽어요♥

잠자냥 2025-12-01 16:47   좋아요 2 | URL
🙀 🙀 🙀 망고가 수영장에서 아부만 배웠는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12-01 16:49   좋아요 2 | URL
저 나름 새침 시크한 냥이인데요ㅋㅋㅋㅋㅋ잠자냥님 한정 애교쟁이랄까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2-01 17:38   좋아요 1 | URL
안 질리고 금방 읽는데요?? 더 길게 써라! 더!!

잠자냥 2025-12-02 09:39   좋아요 1 | URL
이거 A4로 7장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2-02 12:41   좋아요 0 | URL
엥? 진짜요?
그럼 다음엔 8장으로..? ㅋㅋㅋ

페넬로페 2025-12-01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길다 길어~~2
위로 올라가서 다시 집중해서 읽어야징^^

페넬로페 2025-12-01 16: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환경적인 면도 무시 못하지만 개인적 한계도 정말로 중요하죠.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의 뤼시앙이 떠오르네요.
그때 고구마 너무 많이 먹어 이 책은 아마 읽지 않을 것 같은데~~
생각 바뀌면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5-12-01 16:24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전 그거 안 읽었는데 읽어보겠습니다!
이건 고구마는 아니에요. 넘나 흥미진진합니다.
여기엔 안 쓴 충격적인 사건도 있고요. 제가 여기서 쓴 내용들이 잊힐 때쯤 꼭 한번 읽어보세요

잠자냥 2025-12-01 16:34   좋아요 1 | URL
근데 혹시라도 이 책 읽으실 때 민음사 판 뒤표지는 읽지 마세요!
줄거리 그냥 그 충격적인 사건까지 죄다 나와있음.. 오마이갓. 왜 그런짓을........ -_-;;;

페넬로페 2025-12-01 17:26   좋아요 1 | URL
네.

다락방 2025-12-01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가 질리지 않고 미간에 힘 뽝 주고 읽었음을 밝힙니다.
이건 페이퍼가 아니라 한 편의 논문이네요. 소제목까지.. 정말 근사한 글입니다. 저도 읽고 쓰기를 계속하면서 느낀건데 말이지요, 재미있게 읽어야 재미있는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경험을 해야 재미있는 글이 나오는 것처럼요. 그런 점에서 주드는 글을 쓰도록 격려하는 훌륭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잠자냥 님의 훌륭한 글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잠자냥 님이 글에서 언급하신 부분들 중에 저 역시 깊은 생각을 했던 부분들이 겹치는데요, 무엇보다 저는 주드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것, 실패에 대해, 그것을 여자 탓으로 돌린다는 겁니다. 내 꿈은 저 여자 때문에 꺾였어, 라고 말이지요. 이건 그냥 뭐랄까... 그 여자랑 그렇게 살기를 희망한게 누구란 말입니까. 그런 말과 행동을 하고 그 삶을 산게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그런 점에서 쥬드가 정말 찌질했지요. 게다가 또다른 찌질함은, 제가 제 페이퍼에도 언급했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했을것 같은데(하도 빡이쳐서), 질투심을 이용해서, 섹스를 원하지 않는 수와 기어코 섹스를 했다는 점입니다. 육체적 폭력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수로 하여금 의지를 꺾이게 만들었지요. 너무 꼴보기 싫은 놈이에요.

저는 수가 체제에 순응하지 않기 때문에 불행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아라벨라는 체제에 순응했기 때문에 불행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디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소설이었고 잠자냥 님의 글 역시 소설만큼이나 좋습니다.

소주 마시고 싶네요. 인생 잘근잘근 씹으면서.....

잠자냥 2025-12-01 16:53   좋아요 0 | URL
이건 정말 구구절절 할 말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사실 이 글이 너무 길어져서 제가 쓰려고 마음먹고 인용하려고 옮겨 적은 부분에서 ‘시간 아범’에 관한 부분이 있거든요. 아, 이 아이를 어쩌면 좋죠. 이 아이들 사건을 반출생주의 하고도 연관 지어서 써보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참 하디가 여러 가지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 1권 시작 부분이 아마 여자 탓하는 어떤 구절 인용한 거였어요. 아 찾아보니 미리보기로 확인할 수 있네요.

그렇다. 여자 때문에 사리 판단 능력을 잃고
그들을 위해 하인이 되는 자가 많다. 여자 때문에 죽은 자,
잘못을 저지른 자, 죄를 범한 자도 또한 많다.
오, 남자들이여, 여자들이 이러는 것을 보고도
여자들이 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에스트라서>

이 인용구절 보고도 약간 예상은 할 수 있었으나 주드여, 오 주드여! 이 썩을놈아 싶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다락방님 페이퍼에서도 확인했어요. 저랑 같은 부분을 지적하셨더라고요. 아라벨라한테 간다고 협박하면서 졸라대는 거요. 으으. 진짜... 사실 그 불쌍한 아이, 시간 아범의 탄생도 참...... -_-

“제발 저에게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어쩔 수가 없어요. 만약 꽃이 며칠 사이에 모두 시들어버릴 거라는 생각을 잊을 수만 있다면 저는 꽃을 매우 매우 좋아할 수 있을 거예요.”
시간 아범의 이 말 너무 슬퍼요.....


아라벨라는 체제에 순응해서 불행해졌다는 말씀 또한 명언입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다양한 감상을 하게 해주는 토머스 하디 최고.

다락방 2025-12-01 16:28   좋아요 1 | URL
알라딘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것 같습니다. 같은 책 읽고 감상 나누는게 너무 좋아서요. 잠자냥 님, 제가 말씀 안드려도 물론 그러시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읽고 써주시길 바랍니다.

망고 2025-12-0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안 읽은 입장에서 주드는 가난으로 꿈이 좌절된 사람으로 동정의 여지가 많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네요. 어쩐지 읽으면서 엄청 화가날 것 같은 예감...

잠자냥 2025-12-01 16:54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가난으로 꿈이 좌절된 사람이긴 해요. 여러 가지로 불행하기도 하고....
다만 졸라대는 장면은 좀 그랬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다락방님처럼 테스보다는 이 작품을 하디의 대표작..으로 꼽을 거 같아요.

건수하 2025-12-0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하디가 이렇게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점이 훌륭한 거로군요...
저는 <테스>에서 찌질한 남자들이 너무 짜증이 나서 읽고 싶지가 않았는데
다락방님 잠자냥님이 훌륭하다고 하시니 읽어봐야하는가 싶지만
웬만해선 읽을 것 같지 않습니다..

잠자냥 2025-12-01 17:3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근데 하디 작품은 찌질한 남자도 많이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여자를 입체적으로 그려서 다른 남작가 책 읽을 때보다는 덜 고구마입니다!

다락방 2025-12-01 23:05   좋아요 1 | URL
건수하 님,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주드는... 읽지 않고 넘어가기에 너무 아까운 작품입니다. 고구마라뇨, 똑똑한 여자 좀 살게 내버려두라고 하디는 외치고 있습니다!!

독서괭 2025-12-0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주드는... 돼지인데 돼지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환상이 환상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하는 놈이로군요. 하지만 그래서 ‘이름없는‘ =‘평범한‘ 주드인 것 같기도 하네요.
‘여기서 안 쓴 충격적인 사건‘ 궁금하다.. 근데 뒤에 줄거리에 나와 있다고요? 오마이갓.. 민음사 왜 그랬대요?
옛날옛적에 테스를 읽었던 것 같긴 하지만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요, 이 작품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잠자냥의 긴 리뷰 엄지 100개~!!

잠자냥 2025-12-02 09:46   좋아요 1 | URL
제가 너무 주드의 못난 면만 부각한 것 같네요. 돼지라기보다는... 음 뭔가 그렇게 동물적인 면모도 많이 갖고 있는 캐릭터이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괭 님 말대로 평범한 주드라는 말도 어울리는 것 같네요.
전 2권 넘어가기 전에 1권 뒷부분 읽어봤거든요. 근데 어라...... ㅋㅋㅋㅋㅋ 스포일러 당했.... 근데 그거 다 알고 읽어도 재밌었습니다. 물론 모르고 읽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가끔 출판사가 그렇게 뒤표지 같은 데서 스포일러하는 경우 있던데 대체 왜 그러는지...... ㅠㅠ

다락방 2025-12-02 19:05   좋아요 1 | URL
저는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를 오래전에 봤어서 스포일러 알고 봤습니다. 그런데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그 영화를 보면서 느끼지 못한 걸 책을 읽고 느꼈습니다. 하여간 책이 강력추천입니다. 영화는 본 지 20년은 된 것 같아서 그 스포일러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어요. 정말 너무 대충격을 받았어가지고..

단발머리 2025-12-01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obscure‘를 ‘이름 없는‘으로 번역한 거였군요. 이 페이퍼 아니었으면 전혀 몰랐을 것 같아요. <제인 에어>에서 제인이 로체스터랑 막 싸울 때 말이에요. ˝내가 가난하고, obscure하고, 평범하고, 별 거 없는 사람이라 영혼도 감정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말을 하거든요. 그 때, obscure라는 단어가 나와요. 잠자냥님 페이퍼에서 만나서 깜짝 놀라고요.

<마틴 에덴>이랑 연결해서 써주셔서 조금 더 쉽게 이해했어요. 잠자냥님 고퀄 페이퍼를 읽고 나니 갈팡질팡 주드도 궁금하지만 수도 궁금해요. 수가 바라는 대상이 있고, 바라는 세계가 있는데 남자들은 항상 다른 세계를 갈구하니깐요. 수는 얼마나 괴로웠을건인가... 그렇다고 해서 남자들이, 혹은 그 욕망이 저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수의 세계가 있고, 아라벨라의 세계가 있는 거고, 그걸 단순히 나누는 건 너무 대놓고 이분법적인 것이며... 하디의 원래 의도는 뭐였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민음사 구입 안 한지 꽤 오래됐는데 이 페이퍼 덕분에 이 책은 좀 사고 싶네요. 근데 두 권이네요. 사서 읽어야 하리, 띠리링~~

다락방 2025-12-01 23:04   좋아요 2 | URL
저는 이 글의 첫째줄에서 obscure 라는 원제를 쓰신걸 보고, 아 이름없는이 obscure 였어? 하고 사전 찾아봤는데, 단발머리 님은 그전부터 원서를 읽어오신 분이셔서 그런지 이미 알고 있는 단어셨군요. 역시 영어를 잘하고자 하면 단어를 많이 아는게 우선임을 재차 확인합니다.

제가 굳이 이 댓글에 덧붙이자면, 아마도 제 댓글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나눈다고 생각하셨을것 같은데, 사실 하디는 수와 아라벨라를 극과 극으로 나누었다기 보다는 사회의 제도와 관습의 부조리함,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대부분 다수의 사람들이 제도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사람에게 강제함에 대해 보여주려 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인물들이고요. 저랑 같이 읽은 친구는 사실 아라벨라에 대해서 저처럼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고보면 아라벨라에 대한 느낌 혹은 생각은 제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발머리 님 말씀처럼 남자도 그리고 그들의 욕망도 그 자체로는 당연히 저속하지 않지요. 그것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때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욕망의 실현을 위해 기어코 다른 사람을 굴복시키기고, 또 그 욕망 실현의 결과로 타인을 원망한다면, 그 순간 그 욕망도 그 남자도 저속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디는 그걸 캐치했다고 생각합니다.

두 권이지만 정말 금세 읽혀요. 잠자냥 님은 물론 워낙 빨리 읽는 분이시지만, 주말동안 다 읽어버리셨잖아요? 이게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가 힘듭니다. 왜냐면 정말 재미까지 끝내주거든요!! 그래도 주드가 어릴 적에 공부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괴롭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님도 얼른 읽고 리뷰 써주세요!! >.<

단발머리 2025-12-01 23:29   좋아요 1 | URL
obscure는... 영화 <제인 에어> 예고편에,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고 유명한 장면이라 대사를 제가 알고 있어서~~ (지금 가서 다시 보고 왔는데요. 거기에선 obscure를 ‘미천한‘ 이렇게 해석했네요.)

제도 속에 들어가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 혹은 그 제도 속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강제하는 측면이 있죠. 자신의 욕망의 실현만을 추구한다면 이것 역시 잘못된 것이구요. 다락방님 댓글 읽고 나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오히려 제 댓글이 더 이분법적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단지 저는 이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맨 상층부에 수가 있고 가운데에 주드, 그리고 아래쪽에 아라벨라가 있다고 했을 때(이건 하디의 설정이겠죠), 주드는 수를 열망하지만 결국 아라벨라와 함께 있는 건데... 그렇다면 아라벨라와의 시간은 무조건 타락 혹은 실패로 볼 수 있는가. 주드가 그렇게 갈망했던 수 역시 주드가 만들어낸 환상의 일부인데, 환상이 실제가 되었을 때 진짜 실패하는 사람은 결국 주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요. 제가 책도 안 읽고 쓸데없이 말이 길었습니다.
읽어야겠어요. 일단 책을 사고요. 그 담에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5-12-02 00:17   좋아요 2 | URL
사실 제가 제일 못하는 것중에 하나가 ‘구조를 보기‘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건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의 본질적인 문제.. 라고도 생각하는데요(아니면 저의 지독히 개인적인 문제..),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었고, 그리고 잠자냥 님의 이 페이퍼를 읽었으면서도, 단발머리 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상층부 부터 수-주드-아라벨라 의 구조라고 생각하질 못했어요. 제가 단발머리 님의 댓글을 읽는 순간 동공지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늦되요. 책은 왜 읽는 것인가..
좀 멀리 떨어져서 구조를 볼 줄 알아야 하는데, 늘 이렇게 가까이에서 봐서 놓치는게 많은 것 같습니다. 이게 제가 소설을 잘 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변명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단발머리 님으로부터는, 아주 다른 감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주드가 나쁜 책이라는 식의 다른 감상이라는게 아니라요, 저랑은 다른 식으로 접근해서 다른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감상이요. 저는 그것이... 기대가 됩니다!! >.<

단발머리 2025-12-02 09:53   좋아요 1 | URL
다르게 읽고 다르게 볼 수 있어서 같이 읽기는 참 즐거운 일이고, 또 한 편으로는 위험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발견의 시간이니깐요. 내면의 발견과 어둠의 발견이 가능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은 스스로 구조를 보는 것에 약하다고 하셨지만, 저는 소설 혹은 문학읽기의 제일 주요한 지점은 ‘입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시대, 그 상황, 그 주인공에게로 들어가는 거요. 보통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서 사람들은 인간의 활동 중 ‘감정적‘ 측면을 평가절하하지만, 감정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지점이니까요. 제가 오래 기억하고 또 읽고 싶은 소설들은 대부분 제게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소설들이구요. 그러니깐 사랑이 시작되는 설레임의 순간 뿐만 아니라 후회나 부끄러움, 자긍심을 느끼는 부분들이요. 다락방님처럼 저도 소설을 읽고 싶은데, 저는 그게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어요. 지나치듯이 읽어서 그런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좋은 책이고, 좋은 페이퍼여서 할 이야기가 많았네요. 우리의 이야기는 투비 컨티뉴드~~~~

잠자냥 2025-12-02 10:19   좋아요 2 | URL
ㅋㅋ 아니, 이분법 이야기는 애초부터 제가 이 글 쓸 때 이분법적으로 제목을 뽑았잖아요. 책과 돼지, 결혼식 장례식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충분히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고 봅니다만 하디도 그렇게만 쓰지는 않았을 테고 독자도 그렇게 이분법으로만 생각하면서 읽긴 어려운 작품입니다. 진짜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랄까요. 다만 저는 좀 그런 면들을 부각해서 글을 썼다 보니 그렇게 읽힐 수도 있다고 봅니다. 참 그리고 저 또한 다락방 님처럼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 싶은 그런 욕망을 저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아니 저도 그런 욕망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요. 뭘... 엥? ㅋㅋㅋ). 역시 다락방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주드가 그걸 해소(?)하는 방법이 좀 저열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것도 리뷰에 쓰려다 만 부분이긴 한데, 왠지 하디도 좀 그런 면을 생각한 것 같기도 하고요. 주드가 가난한 환경 때문에 뭔가가 자연스럽지 않다? 그런 점은 여자를 대할 때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이런 게 생각난 부분이 있는데요, 태어날 때부터 사회/문화적 자본이 풍부한 사람이었다면 아라벨라나 수한테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빠져들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만일 주드가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어린 시절부터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하다못해 여자 가정교사라든가 이런저런 다양한 친인척과의 만남을 통해) 또래나 조금 나이가 많은 여성들과 접할 기회가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그랬다면 저렇게 단 한번 만나거나 사진만 보구선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져들었을까 싶거든요. 이것도 주드가 외딴곳에서 여자라곤 접해본 적이 없어서 더 심하게 충동조절을 못하고 빠져든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다락방 님 친구분은 아라벨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왠지 알 것도 같긴 합니다만...

단발머리 님은 얼른~!! 읽고 구조주의에 입각해 리뷰를 쓰시오!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2-02 12:40   좋아요 1 | URL
훌륭한 리뷰에 고퀄의 댓글.. 멋있습니다. 단발님이 제인 에어에 obscure가 나왔다고 갖고 오시니 막 전율이 입니다. 멋있다..

다락방 2025-12-02 12:44   좋아요 2 | URL
아, 제 친구는 아라벨라에 대해 어떤 특별한 생각을 가졌던건 아니고요, 제가 아라벨라 역시 제도에 들어가서 불행해졌다고 했을 때 ‘그런가..‘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아라벨라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 건 아니고, 제 반응에 대한 대응을 보고, 아 나처럼 생각하진 않았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 페이퍼와 댓글 덕분에 obscure 라는 단어를 암기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영어능력 레벨이 조금 올라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2-0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저도 주드 재미있게 읽고 또 잠자냥 님도 재미있게 읽었다 하시니, 시간 날 때 특별히 추천할만한 고전에 대한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고전이라고 막 다 좋거나 그러진 않잖아요. 그렇지만 분명, ‘아 이 맛에 고전 읽는다‘ 싶은 것들도 있고요. 제 경우에 지금 생각나는 건, [이름 없는 주드]와 [프랑켄슈타인] 입니다. 잠자냥 님도 나중에 언젠가라도 시간 나면 써주세요. 히힛.

잠자냥 2025-12-02 13:1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전에 제가 이런 거 쓴 적은 있지요... 참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관련 글 최근에 썼는데... 이건 아마 다락방 님이 엄청 바쁠 때 쓴 거라 놓치신 거 같기도 하고... (영화 이야기도 나와서 그냥 일단 패스하신 거 같기도 하고)

고전이 재미없다고?! 재미100% 보장 세계문학고전
https://blog.aladin.co.kr/socker/11798934

타자가 아닌 이가 그린 타자 이야기
https://blog.aladin.co.kr/socker/16881649

다락방 2025-12-02 13:31   좋아요 1 | URL
첫번째 링크 글은 제가 읽었고 기억도 납니다. 그래서 왕자와 거지 읽어야지 했지만 아직도 안읽고 있다는.. 사기는 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책이 너무 많잖아요? 딱 열 권 이런 식으로 압축해보면 또 그 사이에 업데이트 된 책 목록도 있을테니... 문제는 접니다. 지금 딱 두 권 밖에 생각이 안나서... ㅋㅋㅋㅋ

프랑켄슈타인은 놓쳤어요! 지금 재미나게 읽고 왔습니다. 후훗.

잠자냥 2025-12-02 14:2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저 링크 찾아서 다시 읽어보니 그새 업데이트 된 것도 있고 그럴 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딱 열 권 이것도 엄청 고민하게 될 거 같고.. 음.
<왕자와 거지>는 걍 나중에 읽으세요. 아님 조카에게... ㅋㅋ 최근에 허클베리핀도 읽으셨는데;; 차라리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다시) 같이 읽기 할까요? ㅋㅋㅋㅋ 이것도 진짜 기억희미다....////_////(아련한 느낌만 남음)

아무튼 조만간 업데이트 페이퍼를 써보겠습니다...

케이 2025-12-02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 책이 그런 내용이었어요? 저는 Jude 영화 포스터만 보고 애절한 사랑이야기인 줄 착각했네요.
와 분통터지긴 하겠지만 재밌긴 무지 재밌어 보여요.
영국소설 읽으면 확실히 내가 너무 영미소설에만 익숙해져 있단 느낌이 들어서 되도록이면 다른 나라 소설도 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또 영미소설이 익숙한 만큼 재미는 있더라고요.
거참... 약간 홍상수 영화같은 느낌이 드네요. 물론 저는 책은 못읽었지만 외면하고 싶은 면까지 너무 리얼하게 그려내서 짜증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잘 만들어서 외면하지는 못하는 그런.
시대만 바뀌었지 지금도 이름만 다른 주드, 수, 아라벨라가 영국 뿐아니고 한국에도 많잖아요.
제3자로 멀리서 보면 그들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게 보이겠지만 내가 저 세 명중 하나라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겠죠.
긴글이지만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제 업무 특성상 일의 90%가 12월-3월에 집중되는데 12월이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흑흑흑
아무 문제 없이 마무리 잘하면서 또 잠자냥님 감상문도 재미나게 읽을게요! 건강하세요!

잠자냥 2025-12-02 14:29   좋아요 1 | URL
오, (영화 포스터 검색 후) 영화도 재밌을 거 같아요. 케이트 윈슬렛이 ‘수’ 역할을 했군요. 정말 잘 어울릴 거 같고, 어떤 연기를 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애절한 사랑이야기인 합니다. 영화는 왠지 사촌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더 애절하게 포커스 맞췄을 거 같긴 한데... 소설은 아무래도 분량도 길고 그래서 더 섬세하게 영화보다 많은 걸 담고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책 진짜 재밌으니까 나중에 꼭 읽어보세요. (홍상수 영화 같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주드가 홍상수의 남자들처럼 그렇게까지 찌질하진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다. 사진만 보고 “수 씨, 예뻐요 반했어요 사랑해요. 같이 자요.” 이거 홍상수의 남자들 전매특허인가? ㅋㅋㅋㅋㅋㅋㅋ)

주드, 수, 아라벨라가 한국에도 많다는 말씀도 또 많은 걸 생각해보게 하네요.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그나저나 바쁜 시기가 도래하셨군요. 일 때문에 건강 해치지 마시고!! 틈틈이 재미난 책도 읽으시고! 연말도 잘 보내시고!
오늘부터는 진짜 겨울 같아요. 쌍둥이들과 감기 조심하면서 겨울 잘 보내세요!

케이 2025-12-02 14: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홍상수 영화의 남자들 대체 얼마나 찌질한 거냐. 정말 ㅋㅋㅋㅋ 다행입니다. 그 지경은 아니라서요. 애 둘 키우면서 회사다니기 쉽지 않네요. ㅜ 요즘들어 때려치고 싶은 맘이 얼마나 간절한지 모릅니다. ㅜㅜ
저는 요즘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엑스(구.트위터) 앱 핸드폰에서 지웠어요. 일단 4일째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ㅋㅋ

잠자냥님도 건강하세요!

잠자냥 2025-12-02 14:46   좋아요 1 | URL
제가 몇 달 전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다시 보다가 도저히 못 보겠어서 껐어요. ㅋㅋㅋㅋ
그 옛날에 (대학교때) 이걸 어떻게 견디면서 봤을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땐 제가 현실에서 그런 인간들을 많이 보지 못했던 터라 감정이입이 잘 안 되어서 그나마 견딘 듯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엑스 지웠어요? 전 지우지는 않았지만 요즘 거의 접속 안 하거든요. (열면 다들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어서 ㅋㅋㅋㅋㅋ) 그랬더니 세상 평화롭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12-04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긴 리뷰와 또 이렇게 긴 댓글들!
마틴 에덴 책들도 등장하니 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와 닿는 것도 같구요.
고전 작가의 대열에 오른 작가들은 역시!
서사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읽어봐야겠네요. 일전에 다락방 님 리뷰도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때도 읽어봐야지. 그러면서 또 차츰 기억이 희미해졌는데 잠자냥 님이 또 이렇게 붙들어 주심.ㅋㅋㅋ 내년엔 세계고전 소설들을 좀 읽어볼 참입니다. P지만 J처럼 계획을 미리 세웠어요.ㅋㅋㅋ

잠자냥 2025-12-04 10:54   좋아요 1 | URL
긴 본문에 긴 댓글까지 여기까지 다 읽으신 분도 대단합니다!
이 작품은 꼭 읽어보세요~ 계획 안 세워도 읽어보기! ㅋㅋㅋ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굳이 다시 읽은 까닭은 순전히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을 보기 위해서였다. 영화가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머릿속에서는 책을 괜히 읽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원작이 있는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겼을 때 책보다 좋았던 적은 극히 드물다(물론 예외도 있기는 하다). 나의 상상력과 해석이 당신(감독)의 그것과 많이 다르기에, 그 간극에서 비롯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그런 면에서 원작과는 참 다른, 그래서 실망스러웠던 작품이다. 물론 원작하고 똑같이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비틀었어야 했을까?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이 메리 셸리의 원작과 참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결국 세상을 보는 방식이 원작자인, 여성 메리 셸리와는 애초부터 달랐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빅터와 그의 가족, 특히 아버지에 관한 묘사이다. 원작의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내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부모와의 관계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형제, 그리고 사랑하는 사촌이자 훗날의 약혼자가 되는 엘리자베스와의 사이, 그리고 절친한 벗 등 주위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상처나 오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물론 열일곱의 나이에 맞닥뜨린 어머니의 죽음이 빅터를 생명과 죽음의 원리에 탐닉하게 만들기는 한다). 무엇보다 소설 속 빅터의 아버지는 다정다감하고 사랑 넘치며 끝까지 아들 빅터를 믿고 응원해주는 자상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영화 속 빅터에게는 이런 관계가 전무하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기는 한데 이 어머니는 힘이 없으며, 냉혹하고 차가운 아버지는 빅터를 단지 자신의 의사라는 가업을 물려받을 존재로만 인식, 빅터를 몰아붙이기만 한다. 영화 속 아버지는 아내도 사랑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아내를 닮은 장남 빅터를 차별하고 은근히 혐오한다. 반면 자신을 닮은 빅터의 어린 남동생 ‘윌리엄’은 한없는 애정으로 대한다. 때문에 빅터는 아버지를 증오하고 의심하며(윌리엄을 낳다가 죽은 어머니를 의사인 아버지가 방치해 일부러 죽였을 것이라는 의심), 이 미움과 증오는 영화의 빅터를 재능은 있지만 오만하고 비뚤어진 인간으로 자라게 하는 데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그렇게 자란 빅터는 결국 생명과 죽음마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방자한 인간이 되어 범죄자를 데려와 실험하고 여기저기서 시체를 끌어 모아다 실험의 재료로 쓴다. 이런 빅터에게서 일말의 도덕적 고뇌나 죄의식, 윤리, 양심의 가책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죽음을 정복하겠노라는 그 야망으로만 불탈 뿐이다. 유유상종이라고나 할까. 이런 인간 주변에는 비슷한 인간이 꼬인다. 원작에서는 없는 인물 ‘하인리히’(크리스토프 왈츠)가 빅터의 연구에 흥미를 갖고 그에게 막대한 자금을 후원하겠노라며 접근한다. 원작에서 빅터는 몇 년 동안 오로지 혼자 실험실에서 고대 연금술사들의 오컬트적인 이론을 독파하고 화학적 실험을 거듭하는데 이것과는 꽤 다른 지점이다. 하인리히는 굳이 왜 빅터를 후원하는 것일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에게도 죽음을 정복해야만 하는 치명적인 이유-질병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앓는 질병도 참 상징적이긴 한데, 두 독버섯 같은 인간이 서로의 독을 알아본 셈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렇게 야심과 욕망에만 불타는 두 인간에게 생명이나 죽음을 인간이 좌지우지한다는 것에 대한 윤리나 도덕, 죄의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인간이 이렇게 단순한 존재인가?



인간은 그렇게 강하고 덕이 높고 훌륭하면서, 동시에 그렇게 사악하고 비열하단 말인가? 어떤 때는 악한 원칙만 물려받은 자손처럼 보이다가도, 또 어떤 때는 고상하고 신성한 생각만 하는 존재 같기도 했지.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영화에 비해 원작의 빅터는 여러 차례 고뇌와 갈등을 겪는다. 처음에는 그 또한 탄생과 죽음의 비밀을 밝히고 말겠다는, 그리하여 불멸의 존재를 창조하겠다는 야망에 넘쳐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실험을 하는 동안을 비롯해 실험이 성공한 이후에도 자신의 연구가, 그런 선택이 그릇된 것은 아닌가 여러 번 의심하고 꺼림칙해한다. 조금이라도 의심하고 꺼림칙해할 줄 아는 그 마음, 그것이 인간을 더 인간다워 보이게 하지 않는가? “내 마음이 불행으로 오염되어, 세상에 널리 도움이 되겠다는 밝은 꿈이 나 자신에 대한 우울하고 편협한 회상으로 바뀌기 전”을 빅터는 그리워하기도 한다. 자신이 창조한 괴물의 흉측한 모습을 보고서는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이따금 그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를 보았을 때, 움직이고 말하는 그 끔찍한 거구를 보았을 때 가슴이 쓰려서 공포와 증오의 감정으로 바뀌었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메리 셸리는 빅터라는 인물의 복잡한 심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기에 그의 오만함, 광기와도 같은 열정도 어느 지점에선 이해가 되기도 하고, ‘자신이 만든 괴물의 노예’로 살아가는 그에게 연민마저 든다. 게다가 그의 고통은 자기가 창조한 괴물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를 가할 때마다 더더욱 커져간다. 내가 생명을 불어넣은 존재가 누구보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목숨을 빼앗는다면, 그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창조자의 삶은 지옥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 엘리자베스는 그 엘리자베스가 아니었기에
그러나 영화 속 빅터라는 인물에게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가? 그렇지는 않다. 특히 그의 이기심, 자기의 욕망 앞에서는 윤리도, 죄의식도 도덕적 망설임도 없는 뻔뻔함에는 경멸의 감정까지 솟구치는데, 그가 ‘엘리자베스’를 대하는 태도에서 이런 감정은 절정에 달한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원작과 다른 기묘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엘리자베스’라는 캐릭터이다. 원작에도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의 여성은 등장한다. 그러니까 빅터의 사촌으로, 어린 시절부터 소꿉동무이자, 일찌감치 신붓감으로 점찍은 여성. 빅터와 엘리자베스는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자 연인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 엘리자베스를 원작과 달리 동생 윌리엄의 약혼자로 둔갑시킨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약간 삼류로맨스....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동생이 약혼녀를 소개하겠다면서 이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는 형 빅터를 찾아왔을 때부터,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함께한 식탁에서 도도한 표정으로 빅터의 생명창조설 이론에 살짝 반기를 들면서 냉소를 머금은 조롱 비슷한 미소를 지을 때부터, 관객은 모두가 다 예상하게 된다. 아, 저 둘이서 또 사랑에 빠지겠구먼, 동생의 약혼자, 약혼자의 형을 사랑하는 금기 아닌 금기의 로맨스가 펼쳐지겠구먼, 그런데 둘만 안타깝겠구먼....

실제로 영화는 그렇게 전개된다. 빅터는 동생의 약혼자, 이 당돌한 여자에게 매혹당해 그녀를 갖고 싶어 한다. 엘리자베스가 마음을 줄 듯 말 듯 하기에 더 애가 탄다. 여기서도 빅터는 동생 윌리엄에 대한 죄책감이나 죄의식 등은 없다. 그냥 탐이 나니까 빼앗고 싶을 뿐이다. 시체를 누덕누덕 기워서라도 괴물이라도 상관없으니 생명을 창조하면 그만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 엘리자베스라는 여성도 좀 신기하다. 약혼자인 윌리엄과는 생김새부터 정반대인 형 빅터에게 처음부터 끌린 것 같은데(망나니 같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오만방자형의 전형적인 나쁜 놈에게 끌리는 심리),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또 그를 경멸하듯이 내치기 때문이다(그런데 왜 또 같이 웃고 싸돌아 다니는지 원....). 사실 이 여자가 결국 빅터를 선택하지 않는 지점에는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 ‘하인리히’라는 보이지 않는 손. 그러니까 이 여자는 그냥 이 남자에서 저 남자로 남자들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메리 셸리의 원작에서는 볼 수 없는 그냥 전형적인 여자 그 자체인 캐릭터이다. 

엘리자베스를 동생의 애인으로 둔갑시키고, 게다가 ‘괴물’을 마주하게 하는 존재로, 그리하여 ‘괴물’이 진심으로 마음을 열게 되는 대상으로 바꾼 것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가장 다른 지점이면서도 바로 그 점 때문에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망작으로 만든, 좋지 않은 각색이 아니었을까. 엘리자베스는 네 남자(빅터-윌리엄-하인리히-괴물) 사이에서 갈등을 촉발하는 존재이면서도 그 갈등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단지 아름다운 ‘여성’으로만 그려진다. 게다가 이 엘리자베스가 ‘괴물’을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은 무엇인가?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같이 보던 집사2에게 영화를 보다 말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지금 저 여자가 괴물한테 느끼는 감정이 호기심이야? 두려움이야? 공포야? 연민이야? 애정이야? 애정인 것 같은데 그게 사랑이야? 아니면 반려동물한테 느끼는 그런 애정이야?”(아는 분은 제보 바람). 괴물에게 “나를 데려가 달라”라고 말할 때도 타자를 이해하는 또 다른 타자의 동질감에서 비롯한 호소라고 받아들여보려고 애를 써 봐도 그 감정선이 뜬금없어서 생뚱맞아 보이기만 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처럼 또 한 번 괴물과 인간 여성 간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은데... 그 영화에 비하면 이 작품의 로맨스는 좀 공감하기 어려웠다. 



인간들은 부와 결합된 고귀하고 순수한 혈통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도 배웠어.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사람들은 존경할 거야. 하지만 둘 중 하나도 없으면,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택된 소수를 위해 자기 힘을 낭비해야 하는 부랑자나 노예로 간주되었지.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내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나를 창조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무것도 모르지. 하지만 내게 돈이나 친구, 재산이 전혀 없다는 사실 정도는 알지. 게다가 내 외모는 끔찍하게 추악하고 혐오스럽지. 심지어 내게는 사람의 본성도 없어. 나는 사람보다 더 민첩하고, 더 보잘것없는 음식을 먹고 살 수도 있어. 또 심한 더위나 추위를 견딜 수 있지. 내 키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크지. 주위를 둘러보니, 나 같은 존재는 보거나 들어 본 적이 없어.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는 괴물이란 말인가? 모든 인간이 도망치고, 모든 인간이 부인하는 지상의 오점이란 말인가.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눈이 멀어야 더 잘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타자는 타자의 슬픔을 알아보건만
그럼에도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아름답고 그래서 슬픈 장면들이 있다. 괴물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분이다. 원작을 읽을 때도 괴물의 고통은 빅터의 그것보다 더 절절하게 와닿는다. 영화는 원작의 이 장점을 잘 살린다. 괴물은 추악하고 못생긴, 게다가 태생부터가 혐오스러운 존재이기에 창조자인 빅터마저도 그 기이함에 혐오감을 느끼고 달아난다. 그러나 그런 괴물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는 영화에서나 원작에서나 늙은 노인, 그것도 눈먼 노인이다. 눈이 멀어 그는 괴물의 형체, 겉모습을 보지 못하고 그의 목소리나 행동(남을 돕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으로 괴물이 다정한 친구, 요정, 님프 같은 존재라고 인식한다. 노인 또한 여러 의미로 타자이다(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병들고 약한, 노인이라는 점에서).

영화에서 괴물에게 연민과 동질감을 기반으로 한 애정을 느끼는 존재도 ‘엘리자베스’라는 여성, 또 다른 타자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셸리의 원작에서 말하듯 ‘그들의 눈은 치명적인 편견에 가려서,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친구를 보아야 하는데 혐오스러운 괴물만’ 본다. 이해받지 못한다는 고통,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또 다른 존재가 전무한 외로움의 고통, 그런 고통스러운 삶을 끝낼 수도 없는 형벌과도 같은 삶. 이 삶을 그나마 견디고자 괴물은 자신과 닮은, ‘추악하고 못생긴 여자 괴물’을 창조해달라고 빅터에게 말한다(영화에서는 ‘동반자’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러나 원작에서도 영화에서도 괴물의 이 간절한 소망, 자기처럼 결함이 있는 존재, 같은 종족이라서 편견 없이 자기를 온전히 받아들여줄 또 다른 타자, 그리하여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잊게 해줄 존재의 탄생은 이뤄지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영원한 타자인 괴물은 스스로 죽지도 못한 채 이른바 정상성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를(사라지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메리 셸리는 그 자신이 타자였기에 타자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고통, 그 영원한 형벌과도 같은 삶의 모순을 괴물이라는 타자를 창조함으로써 폭로했다. 그런데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그 타자의 고통에 얼마나 다가갔을까? 권위적이고 폭압적인 아버지를 죽이고(넘어서고) 싶었던 빅터와 또 그런 빅터를 죽여야만 하는 괴물의 이야기, 타자의 소외와 슬픔을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로 만들어버린 <프랑켄슈타인>은 나에게는 실패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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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5-11-17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를 보며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괴물한테 그대로 주는 걸 보며 (공부 못 한다고 때리는) 원작도 이런건가 싶었어요 근데 완전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읽고 있어요😆 저도 괴물을 처음 보고 오묘하게 반하는? 연민을 느끼는? 사랑에 빠지는? 엘리자베스가 이해가 안 갔어요. ˝갑자기???˝이런 느낌만 들었어요

잠자냥 2025-11-18 09:38   좋아요 1 | URL
영화만 본 분들은 아마도, 원작을 참 단순하게(?) 생각할 것 같기는 해요. 대부분의 프랑켄슈타인 영화가 좀 괴물의 괴물다움에만 초점을 맞춰서 공포 영화로만 소비되는 거 보면 저세상에서 메리 셸리가 안타까워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 엘리자베스 정말 갑분사... 갑자기 분위기 사랑에 빠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그 지하에 감금된 괴물하고 첫 만남에서요.... 전 약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윌리엄-빅터 형제에 비해 괴물이 겉으로는 남성성이 두드러지잖아요? 그래서 저기에 급반한 건가? 싶었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11-17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를 그런 식으로 그려냈다고 하니 좀 실망이네요. 저는 책만 읽었는데... 아주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괴물의 말과 행동에 사로잡혀서 엘리자베스는 잘 기억도 안 나고 그렇습니다.
메리 셸리가 워낙 천재이고 그 작품의 무게가 무겁기도 했겠지만, 결국 감독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그린 것 같아요. 영화를 패쑤하게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드네요.

잠자냥 2025-11-18 09:46   좋아요 0 | URL
원작에서는 엘리자베스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아니긴 하죠. 빅터가 사랑하는 사람이자 나중에 그 사랑 때문에 크게 고통을 겪게 하는 존재이니까요. 근데 영화에서는 엘리자베스와 사촌이고 어릴 때부터 약혼한 사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인물로만 표현하기엔 심심하다 싶었던가 봅니다. 게다가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어 했던 부친살해-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더 극적으로 보여주려면 엄마를 닮은-엄마와 동일인물이 엘리자베스 역할도 했다고 해요-엘리자베스가 빅터의 여자로 나와야만 괴물의 빅터 살해 욕망 또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설명이 되니까요... 아무튼 원작의 괴물이나 영화의 괴물은 저마다의 이유로 아름답긴 합니다.

서기장 2025-11-18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던 행인입니다. 서재 글이 따로 올라와서 차분하게 읽어봤는데 비평문 형식의 글을 잘 감상했습니다. 마침『프랑켄슈타인』 원작과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의 평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구나 짐작했어요. 어쩌면 서재님의 말대로, 원작을 따라가는 작품은 없나 봅니다. 메리 셸리는 워낙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구요. 두서 없지만, 잘 감상하고 갑니다. 이 불운한 프랑켄슈타인에게도 행운을 빌어줘야겠네요.

잠자냥 2025-11-18 09:55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은 원작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사랑을 많이 받는 작품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호불호도 있겠지만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대체로 극찬받고 있으니까요. 감상은 늘 주관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원작을 워낙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영화에서 느낀 아쉬운 점을 좀 끼적여봤습니다. 델 토로의 다른 작품인 <나이트메어 앨리>는 제가 영화부터 보고 영화가 매혹적이어서 원작까지 찾아 읽었던 작품인데, 이건 또 반대로 영화가 더 좋다고 느꼈어요. 결국 뭘 먼저 접하느냐의 차이일까요? ㅎㅎㅎ

종이 2025-11-18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잠자냥 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두 작품을 보았습니다.
원작이 가진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고전의 힘이겠죠. 델 토로 감독은 아마 이 소설에서 부자 관계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확인하고 영화도 그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나봐요. 어릴 때부터 이 소설을 읽고 좋아했으며 영화화 된 작품들에 불만스러워 했고 본인이 꼭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고 저도 내용상으로는 의아함이 좀 있었습니다. 다들 느끼시는 것 같던데 엘리자베트가 좀 그랬죠. 이전에 곤충에게 보인 관심이 예사롭지 않고 대화에서 세상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있음을 보여주지만 전체 시간의 압박 때문인지 피조물에게 너무 빨리 밀착감을 느낀다는 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배에서 두 인물의 마무리 장면이 역시 쉽게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고요.
하지만 피조물 캐릭터는 아주 좋았습니다. 전쟁터의 잔해로 만들어진 피조물이 영원한 추방과 고통 속에 남겨진다는 점, 그것이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아버지와 원작에 없던 인물인 무기상의 지원으로 가능해 진다는 점 등, 현대적인 재해석의 가능성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원작과 달리 피조물이 못 볼 정도로 끔찍하지는 않은 외모를 가졌고 불필요한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 점에서 감독의 의도가 잘 이해 되었습니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못 봤는데 찾아 보고 싶네요.

잠자냥 2025-11-18 15:17   좋아요 0 | URL
네, 원작이든 델 토로의 영화든 두 작품 모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텍스트이므로 좋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엘리자베스는 초반엔 곤충학자처럼 나오기에 저 여자도 과학자로서 빅터에게 뭔가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역할을 하는 것일까? 기대를 했는데 곤충과 관련한 이야기도 그냥 흐리멍덩해지고 말씀하신 것처럼 피조물에게 느끼는 감정이 너무 급작스러워서(시간의 압박! ㅋㅋㅋㅋ)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에 빅터와 피조물의 급화해 마무리씬도 마찬가지고요. <스타워즈>의 “아임유어파더”가 갑자기 떠올라서 혼자 빵 터지기도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피조물은 눈이 참 예쁘더라고요? 저는 영화 보면서 저 배우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실물은 잘생긴 사람을 썼나 보다 했습니다. (나뭇잎이 떠내려가는 걸 지켜보는 장면 등) 여러 의미로 아름다운 캐릭터이긴 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원작의 배경보다 좀 더 현대로 시대 배경을 선택하고 하인리히가 무기상이었다는 점이나, 전쟁터의 시체를 끌어다가 피조물을 만든다는 점도 색다른 시도이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그런 설정조차도 남자(델 토로) 창작자의 머릿속에는 ‘아버지와 전쟁’이 차지하는 비중이 참 크구나 싶었지만요. ㅋㅋㅋ

델 토로의 <나이트메어 앨리> 꼭 보세요. 저는 <프랑켄슈타인>보다는 이쪽이 더 좋았습니다. 기이한 존재들도 더 많이 나오고요. ㅎㅎㅎ

독서괭 2025-11-19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엘리자베스를 동생 약혼녀로 ㅠㅠ 가정사정은 또 왜그렇게 바꿨을까요. 엘리자베스 캐릭터가 젤 별로네요. 그래도 잠자냥님 리뷰는 재밌다!

(그런데 왜 또 같이 웃고 싸돌아 다니는지 원….) => 빵 터짐 ㅋㅋㅋㅋ

프랑켄슈타인은 정말 매력적인 작품 같아요. 그 시대에 여성 작가가 어린 나이에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게 놀라워요. 진짜 천재인 듯..

잠자냥 2025-11-20 10:28   좋아요 1 | URL
사실 원작에선 동생들이 빅터에 비해 참 어린데 말이죠.... ㅋㅋㅋㅋㅋㅋ
나중에 프랑켄슈타인은 음...여자 감독 그러니까 <서브스턴스> 만든 코랄리 파르자 감독 같은 사람이 다시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색다르고 재미나게 만들 거 같은데...

다락방 2025-12-0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델 토로 감독이 프랑켄슈타인을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다른 분의 글에서도 영화는 실망이었다는 감상을 본 것 같았는데 잠자냥 님도 그러셨군요., 안그래도 제가 ‘잠자냥 님은 영화 본다고 책 읽으셨는데 그래서 보셨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 보시고 감상도 있었네요. 하- 이 글을 놓치다니.. 제가 잠자냥 님 글을 혹시라도 놓칠까봐 가끔 브리핑 안떠도 닉네임 누르고 들어와서 보거든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내가, 감히, 놓칠 수가 있죠?

저는 사실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를 참 좋아했어요. 마지막 결말이 너무.. 저에게는 충격이었거든요. 저같은 현실주의자에게는 ‘뭐야, 죽음이잖아!‘ 싶었지만, 그런데 그렇게 죽어서 마주한 세계는 엄마 아빠와 함께 왕비, 왕, 공주.. 이러니까. 뭘 어쩌란거지? 하고 대충격 받고 그 다음 작품들도 찾아보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도 잔뜩 기대를 했는데... 안보고 싶네요. 영화를 안봐서 하는 얘기지만, 어쩐지 슈테판 츠바이크의 [연민] 생각도 납니다. 서투른 연민은 더 큰 고통을 가져오는 법인데, 엘리자베스가 괴물에게 가진 것은 서투른 연민은 아니었을 것인가, 라는 의심이 들면서.. 하여간 그렇습니다.

잠자냥 2025-12-02 14: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이 페이퍼는 말이죠. 다락방 님이 1등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던 그때 쓴 거라서 다락방 님 정신이 온통 1등에 가 있어서 놓친 겁니다!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사람이 너무 1등 같은 거에만 연연하면 큰 걸 놓친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델 토로 <프랑켄슈타인>은 실망했다는 평도 많지만 호평도 많아요. 이것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좀 많이 달라지는 그런 작품이 아닌가 싶고요. 원작을 충실하게 읽은 사람들은 원작하고 비교하면 실망할 거 같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또 영화만의 매력을 잘 찾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나중에 한국에 와서 넷플 계정 공유할 수 있는 사람꺼 빌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번 보세요. 이거 때문에 넷플 다시 구독하진 마시고요. 델 토로의 명작은 아무래도 <판의 미로>죠. 이 작품은 거기에 비하면 좀...;; ㅎㅎ

엘리자베스가 괴물한테 느낀 감정은 연민만은 아닌 거 같거든요. 좀 갑자기 사랑?? 이런 느낌도 들기도 하고. (저 위에 댓글 다신 분도 있지만) 영화 속 괴물은 그다지 흉측하지 않은 외모이거든요. 눈은 특히 예쁩니다. 몸매도 좋구요(엥?) ㅋㅋㅋㅋㅋㅋㅋ(영화 속 엘리자베스를 사랑하는 두 남자에 비하면 신체조건은 월등한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괴물한테 반했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니까요.) 그러니까 정답은 다락방 님이 나중에 보시고 저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페이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이 다시 재미있는 시기가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서재에 들어가 사두고 안 읽었던 책들을 훑어보다가 꽂히면 읽기 시작하고 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도 그렇게 꺼내 들었다. 이걸 몇 해 전에 사두었더라? 문학동네에서 신간 나온 걸 샀으니 꽤 지난 셈이다(2018년). 당시에도 영화로 하도 유명한 작품이라 안 읽었지만 읽은 것 같은 책인데, 읽을까 말까 좀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읽기를 마친 지금, 그냥 읽은 듯한 책으로 남겨둘 걸 하는 후회도 조금 밀려오지만, 실체(?)를 알고 나니 좀 후련한 기분도 든다. 안 그랬으면 영화 포스터에 속아 유리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이 천년의 사랑인 줄 알고 죽었을 거 아냐? 그런 대(大) 오해가!

문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 문학이나 닥치는 대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내가 좀 싫어하는 종류의 문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작가 본인의 삶을 투영했는데 작가 스스로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거나 변명하는 느낌이 강한 작품(차라리 부코스키처럼 자기를 개차반으로 그리는 게 낫다), 둘째, 작가가 작품에 툭툭 개입해서 설교조(교장선생님 훈화말씀!)로 이야기하는 작품(내 기준엔 톨스토이와 루쉰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 작가의 판타지가 투영된 것이 분명한 작품(마찬가지로 내 기준엔 하루키가 여기에 속한다.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어떤 의미로든 소년에서 자라지 않은 초식남에게 여자들이 육탄공세하면서 달려든다..... 하루키의 판타지 겸 한풀이로 읽힌다). 나는 이런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는 1과 3 모두에 해당한다. 그래서 <닥터 지바고>를 좋게 볼 수 없었다. 1, 2권으로 분권된 문학동네 버전 <닥터 지바고>를 1권까지 읽었을 때는 별 다섯을 주었다. 괜찮았다. 일단 뜻밖으로 문장이나 배경 묘사 등이 아름다웠다. 서정미의 극치. 게다가 그 유명한 천년의 사랑, 세기의 사랑 유리와 라라의 관계가 영화 속 포스터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예상 밖이었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그러니까 둘 다 처음부터 서로에게 반해 사랑에 빠져서 이런저런 역사적 격동기를 겪으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서로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그런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단 둘 다 각각 아내와 남편이 있다(오, 놀라워라!). 유리는 유리대로 어린 시절 입양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집에서 함께 자란 여자 친구에게 사춘기를 지나면서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그러니까 ‘토냐’와 당연하다는 듯이 결혼한다. 유리도, 토냐도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틀림없다. 결혼생활도 행복하게 흘러간다. 

라라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 아름다운 라라, 숨 막힐 듯한 미모를 자랑하는 라라를 숭배한 ‘파샤’와 당연하다는 듯이 결혼한다. 라라와 파샤 또한 서로 엄청나게 사랑한다. 이 뜻밖의 전개에 일단 놀란 나. 그런데 내가 1권에서 매혹된 점은 ‘라라’의 성격이다. 라라는 앞서 말했듯 팜파탈적 미모를 지니고 있다(생각해보니 이 여자로 인해 파멸의 길을 걷는 남자가 몇이냐....). 헌데 일찌감치 아버지를 잃고 혼자 라라와 라라의 남동생을 부양하며 살아야하는 어머니가 독립적이지 못하다. 남자한테 의존적인 성격인 데다가 남자에 기대어 사는 게 아주 익숙하다. 그런 때 이 엄마를 돕는답시고 옆에 붙어 있는 인간이 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닥터 지바고>의 유일한 악인이라고 하는데, 그가 ‘악인인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이 든다. 그저 자기 욕망에 충실한 인간일 뿐) 변호사 ‘코마롭스키’이다. 아버지가 부재한 집, 아버지 역할을 한답시고 엄마 옆에 붙어 있는 돈 많고, 권력 있고, 힘 있고 뻔뻔한 이 중년의 남자. 그 집에는 엄마만 있는 게 아니라 어여쁘디 어여쁜, 이제 미모가 한창 피어오르기 시작한 십 대의 딸이 있다. 결국 라라와 코마롭스키 사이에는 독자 모두가 예상하는 바로 그 일이 일어난다. 코마롭스키는 라라의 엄마로도 모자라 라라를 자기의 여자로 삼는다. 

그런데 여기엔 좀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라라의 마음이다. 나는 코마롭스키가 라라를 ‘강간’했다거나 ‘능욕’했다거나 등등의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이건 너무 라라에겐 수동적인 표현이다. 라라는 일찌감치 코마롭스키가 자신을 부적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안다. 불쾌해한다.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는 한편으로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자기가 코마롭스키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영악한 소녀였다고나 할까? 그래서 라라는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면, 무능력한 엄마 밑에서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면 내가 자발적으로 나의 힘을 이용하자, 싶어진다. 그래서 코마롭스키의 연인이 되어 그에게 몸을 허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마음대로 주물럭거린다. 원하는 것을 갖는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자신이 이토록 어린 나이에 타락했다고 생각하면서, 후회하고 번뇌하고 이 삶을 청산해야 한다고 거듭 마음먹는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자 코마롭스키를 벗어나고 싶지만 이 막강한 남자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기적적으로 자력으로, 그를 떠나는 데 성공한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서 십대 시절 라라의 성격이, 그녀에 관한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권력을 가진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게 아니라 (비록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했지만) 능동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그를 쥐락펴락했다는 점. 그리고 거기에서 도덕적 윤리적으로 번뇌한다는 점….

‘파샤’와의 결혼도 ‘유리’와의 만남도 모두 이 코마롭스키 이후에 이뤄진다. 그런데 문제는 파샤는 어린 시절부터 라라를 숭배하다시피 했고, 라라 또한 이 사실을 안다는 것. 유리와 라라는 어린 시절에 직접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우연히(이놈의 우연! 이 작품에는 우연이 남발한다. 그 넓은 러시아 땅에서 늘 우연히 만나는 인물들.....) 유리가 라라의 어떤 모습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하필이면 코마롭스키로부터 벗어나려고 기를 쓰던 중 라라가 그에게 총을 쏘는 장면(!)을 본 것이다. 이토록 강렬한 만남, 아니 그 무엇보다 저토록 강렬한 미모의 소유자...... 유리는 이때 어린 라라와 코마롭스키가 그렇고 그런, 부적절한 사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총을 쏜 저 아름다운 소녀의 인생이 기구해지겠거니 안타까이 생각하면서도 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러나 그녀에 대한 기억은 오랫동안 유리의 머릿속에서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

유리는 유리대로, 라라는 라라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시련은 라라에게 먼저 닥친다. 그러니까 저 순진무구한 파샤가 자기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해 방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라라는 결혼 전 코마롭스키와의 관계를 파샤에게 모두 털어놓는다. 이상적인 성격의 파샤는 그런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닌 듯 쿨하게 받아들이고 결혼 생활을 시작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어디 그러한가. 아내의 과거는 언뜻언뜻 파샤에게 떠올라 그를 괴롭힌다. 그들의 생활은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파샤는 갑자기 전쟁터로 떠나버린다. 그렇게 홀로 남은 라라는 이러구러 어찌어찌 유리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친밀해지고 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자꾸 라라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지만 부정한다. 도리어 아내인 토냐가 남편이 라라라는 여자에게 끌리고 있다는 걸 유리 본인보다 먼저 알아차린다. 그렇게 시작되는 불륜이 두 사람.... 세기의 사랑의 전말은 이러하다. 

그래, 불륜도 세기의 사랑이 될 수는 있지. 왜 아니겠는가. 그런데 잠깐만 이거 좀 이상하다. 작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실제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여자는 모두 셋이다. 파스테르나크는 당시로서는 조금 늦은 나이였을지 모를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첫 번째 결혼을 한다(‘예브게니 루리에’). 이 결혼에서 아들을 하나 둔다. 그런데 그 이후 마흔 즈음에 ‘지나이다’라는 여자에게 반해 무작정 집을 나와 이 여자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이때 첫 번째 부인과 아들은 해외로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 이 ‘지나이다’가 ‘라라’의 모델인가 싶어지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지나이다와 두 번째 결혼을 한 후로 그럭저럭 사는 것 같더니, 파스테르나크가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서른넷의 ‘올가 이빈스카야’를 만난 것이다.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로 만났던 두 사람은 파스테르나크가 죽기 전까지 그 관계를 이어나갔다고 하는데 두 사람의 관계를 두 번째 아내인 지나이다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파스테르나크는 지나이다를 떠나기 거부한 채 계속 이 관계를 유지했다고. 대환장파티가 아닐 수 없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자. 작품 속 유리는 토냐와 결혼한 상태로 라라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 모두 유부남/유부녀이다(실제로 라라의 모델이 된 ‘올가’는 남편을 잃고 혼자 자식을 키우고 살던 싱글맘이었다). 유리는 토냐를 사랑한다. 절대 그녀를 떠날 수 없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 토냐는 파스테르나크의 두 번째 부인인 지나이다를 본뜬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닥터 지바고>에서 참 신기한 점이 하나 있다. 토나도 라라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질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토냐가 임신해서 애를 낳을 때 라라가 출산을 돕............ 그런 데다가 토냐는 토냐대로, 라라는 라라대로 유리 지바고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간 중의 하나이며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자기에게 그토록 상처를 줘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구구절절 말한다(제발, 그만!). 파스테르나크 자체도 자기 분신인 유리를 그렇게 그린다. 이것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의사인 유리는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쓸모가 있어서 파르티잔(빨치산)에게 붙잡혀가 몇 년 동안 탈출도 못하고 생고생을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탈출에 성공해 라라와 감격에 겨운 재회를 한다. 두 사람은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둘만의 낙원(은 아니다 라라와 파샤 사이에 난 딸 카챠가 함께 한다)에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낸다. 그런데 유리는 그러는 한편으로는 토냐의 소식이 궁금하다. 토냐가 모스크바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가족들과의 재회를 꿈꾸기도 한다. 그럴 수 있다. 인간이란 모순적인 존재이니까, 그런데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은, 그토록 사랑한다는 라라를 결국 코마롭스키! 이놈과 함께 떠나도록 방관한다는 점이다. 아아아아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로는 결국 그것이 라라를 위하는 가장 최선의 길이라는데, 진짜 그래? 난 이 사랑 도무지 이해 못하겠네. 게다가 이 천년의 사랑, 라라를 코마롭스키와 떠나도록 종용하고는, 유리는 세 번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야’- ........ 말잇못. 

파스테르나크도, 작품 속 유리도 인간 개인의 감정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혁명도,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사업도 사랑과 같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부정하면 아무 의미 없노라 설파한다. 그것을 유리 그 자신의 삶으로 몸소 보여준다. 시를 쓰며 이 시대가 애달프기만 한 부르주아지여! 그런데 의아하다. 그토록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마음을 으뜸으로 쳤던 작가나 작가의 분신(‘유리’)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어쩌면 그렇게 게으르기 짝이 없었을까? 


토냐와 라라는 서로 질투하지 않는다. 유리를 미워하지조차 않는다. 라라의 남편 파샤도 아내의 과거가 괴로울 뿐 나중에 유리와 라라의 관계를 알고 나서도 질투하지 않는다. 고통받지 않는다. 아내가 자신을 그토록 사랑했다는 걸 알고 나름 기꺼워할 뿐. 유리 또한 라라가 자신의 남편 ‘파샤’만큼 숭고한 남자는 없다고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할 때 질투하지 않는다. 고통받지 않는다. 자기는 자기보다 훌륭한 존재는 질투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코마롭스키 같은 저열한 인간한테 질투를 느낄 뿐이라고.....(말해놓고 그에게 라라를 보내는 유리 지바고여....) 파스테르나크는 공산주의 혁명을 비판하면서도 아내 공유, 자식 공유 등 처자 공유를 내세웠던 플라톤의 공산주의는 따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기의 삶이 그러했으므로 정당화하거나 또는 면죄부를 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름다움도 의미가 있을 때 아름답다. 파스테르나크의 이 징그러운 마스터베이션에 1권에서 느낀 아름다움마저 공허하게 느껴진다. 태생이 부르주아였던 파스테르나크라면 아마도 몹시 싫어했을 작품임에 틀림없을 오스트롭스키의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의 그 투박함이, 촌스러움이 오히려 아름답게 여겨질 정도이다. 이 작품은 그래도 뜨겁기라도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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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1-04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이 싫어하는 문학이 저랑 정말 너무나 똑같네요. 저는 작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도 싫고 작가가 자기(혹은 주인공) 변명을 대신해주는 것도 싫고, 책에서 괴상한(?)자기 로망 실현하는 것도 싫습니다. 그러니까 용을 그려내는 판타지 실현은 상상의 세계라고 할 수있지만, 말도 안되는 인간에 대한 설정은 역겹지요. 저는 잠자냥 님이 하루키를 예로 드신 그 ‘판타지 투영‘ 에 하루키는 생각나지 않고, 박범신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은교] 말이지요. 그 작품은 십대소녀를 성적으로 보는 할아버지가 그런데 남성적 매력을 가득 가진 것으로 나왔잖아요. 도덕도 없고 판타지만 있는 똥같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소설을 싫어합니다.

그나저나 저는 닥터 지바고 안읽고 영화도 안봤는데 하하하하 유부남 유부녀의 사랑인줄은 몰랐네요? 하하하하. 엄청난 세기의 사랑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 페이퍼 읽고 이게 뭐야 싶습니다. 그런데도 어쩐지 읽어보고 싶은 마음... 읽고 들입다 까고 싶은 마음이네요. 아니 그런데 이런 작품을 왜그렇게 영화로 만들고 또 이렇게 고전으로 남은걸까요? 미스테리..

잠자냥 2025-11-05 09:54   좋아요 1 | URL
<은교>는 제가 안 읽었지만 왠지 그럴 거 같고요. ㅋㅋㅋㅋ
굳이 유부남/녀 사랑으로 그린 건 파스테르나크 자전적 이야기도 좀 들어가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사랑엔 장애가 좀 있아야 안타깝고 절절하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그런 설정을 한 것도 같고 등장인물이 많아야 이야깃거리가 많으니까 굳이 그렇게 한 거 같기도 해요. 이 작품 뜬금 등장인물도 많거든요.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구성상 구멍도 숭숭… ㅋㅋㅋㅋ 영화 만드는 사람들도 이 애절한 사랑에 세 번째 부인까지 넣긴 뭐했는지 그녀의 존재는 삭제한 모양입니다. 영화 보신 분이 세 번째 여자이야기엔 경악한 걸 보면요….🤣.

꼬마요정 2025-11-05 20:05   좋아요 0 | URL
아악 은교!!! 저도 싫어요. 저는 심지어 극장에서 영화 봤어요ㅠㅠㅠㅠ 암것도 모르고 그냥 갔다가 식겁….

잠자냥 2025-11-06 11:57   좋아요 1 | URL
(저는 그 영화를 안 봤지만...) 왠지 더러웠을 거 같아요. 🤣

건수하 2025-11-05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소설이 왜 유명한 거죠...? 남성들이 공감하고 소망을 투영한 건가요...?;;;

잠재적 시간 낭비를 막아주신 잠자냥님 감사합니다 ㅎㅎ

건수하 2025-11-05 16:06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냉전 시대 상황이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것도 있다고... 그 부분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

잠자냥 2025-11-05 16:14   좋아요 0 | URL
문학이 다양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를 주니까 문학 아니겠습니까~
저와 달리 이 작품을 좋게 본 사람들도 많겠지요....(근데 왠지 영화 때문에 더 유명해진 것 같기도??)

말씀하신 것처럼 냉전 시대... 서방의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아주 좋아할 만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꼬마요정 2025-11-05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권 읽으시고 좋아하셔서 차마 말 못했는데… 왜 유리가 그렇게 매력적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 근데 저 어릴 때 읽었을 땐 유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라라와는 운명적이고 코마롭스키는 나쁜 놈이고 파샤와는 우정일 뿐이라고… 로맨스가 좋을 땐 그렇게 보였나봐요 ㅎㅎㅎ 근데 진짜 여자들 관계도 참 신기하고 그 시절 혹독한 러시아 무시무시하구요ㅜㅜ 하지만 그 장면은 계속 기억에 남아요. 유리랑 라라랑 오두막에서 닿기만 해도 불타오르던… 너무 추운데 그 장면만 좀 따뜻한 느낌이라 그럴까나요.

잠자냥 2025-11-05 20:56   좋아요 1 | URL
네🤣🤣🤣🤣

케이 2025-11-06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상상하는 여자의 한계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내가 늙었어도 이 정도면 젊은 여자랑 사랑할 수 있잖아 그치??? 라고 주장하고 강요하는듯한 ㅋㅋㅋㅋ 하루키는 그래도 최소한의 마지노선인지 늙은 남자 좋아하는 역할로 20대 여자는 잘 안나오더라고요. ㅋㅋㅋ 그렇다고 40대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요.
여자 입장에서 볼 때 그런 얘기가 얼마나 소구력이 떨어지는지 그들은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르겠지요.
아이작 아시모프였는지 누구였는지 어떤 SF 작가가 여자 등장인물을 너무 입체적으로 잘 쓰기로 유명해서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여자에 대해 잘 아냐. 물어봤더니 작가가 나 사실은 여자에 대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여자도 그냥 남자라고 생각하고 남자 등장인물 쓸 때랑 똑같이 쓴다고 했다는 일화가 생각나요 ㅋㅋㅋㅋ(확실친 않습니다 저도 스치다 본 거라)
나이든 남자 작가 분들이 난 비록 젊고 예쁜 여자가 좋지만 여자는 늙었어도 매력있는 남자를 사랑해 줄거야. 여자는 남자랑 다를거야!! 라는 생각을 제발 멈춰 줬으면 좋겠어요. 여자도 남자랑 똑같이 젊고 예쁜 남자가 좋답니다!!!!

잠자냥 2025-11-06 16:58   좋아요 1 | URL
최소한의 마지노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키는 그래도 양심이 있는 건가요!
아 그리고 이 책 원작에서는 유리 잘 생긴 얼굴이라고 나오지 않는데, 영화에서 반칙입니다. 영화가 너무 원작을 미화한 것으로... 결론!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