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토머스 하디의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를 읽었다. 하디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이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라서 흥미진진,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다. 그러나 그런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임에도 그러한 스토리를 이루는 배경, 즉 사회나 제도에 관한 날선 비판과 빼어난 통찰력 때문에 역시 고전은 이런 맛에 읽는구나 싶어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짜릿했다.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고아나 다름없이 태어난 ‘주드 폴리’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고 지성적인 세계에 매료되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 그가 꿈꾸는 지성의 세계, ‘사상과 종교의 유일한 중심지이자 이 나라 지성과 정신의 곡창’이라 불리는 ‘크라이스트민스터’에 가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그 꿈은 번번이 좌절되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 ‘수 브라이드헤드’와의 사랑마저도 실패로 끝나고 마는 비극의 이야기이다. 그의 인생에서 그토록 열망했던 두 가지, 지성의 세계에 진입하여 그 안에서 살고자했던 꿈도, 사랑하는 이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꿈도 모두 실패하는 비운의 주드. 그의 실패는 여러 면에서 태어날 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책의 세계와 돼지의 세계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의 “Obscure”는 여러 의미가 있다. 민음사 번역본에서 선택했듯이 “이름없는” 즉 무명(無名)의 뜻도 있으며 ‘외딴, 벽지의, 미천한, 이해할 수 없는, 어두운, 흐릿한, 어두컴컴한, 구름 낀’ 등등의 의미가 있다. 이 모든 형용사가 주드에게 어울린다. 그 자신도 번번이 실패를 겪은 후 “그건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구름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런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탄하지 않는가. 실제로 주드의 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고난의 연속이다. 머리 위에서 구름이 걷힐 날이 없다. 그리고 그 구름은 그가 태생적으로 미천한 출신이라는 점(물론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선조대에서는 그래도 명망이 있었노라...고 하디는 쓰기는 하지만), 가난했기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없는 환경에 있었다는 점이 그를 이름없는, 비운의 주드로 살다 가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의아함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주드가 너무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이렇다 할 지원과 자원이 없었기에 그의 실패는 예정된 것이었을까? 과연 그의 모든 실패가 가난 때문일까? 토머스 하디의 펜은 분명 주드에게 주어진 가정과 사회 환경이 미천한 신분, 빈곤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노라 당시의 사회 제도나 구조, 계층 문제를 비판하고는 있다. 그러나 꼭 거기에만 그쳤던 것은 아닌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름없는 주드>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그와 비슷한 인물인 <마틴 에덴>의 ‘마틴 에덴’이 떠오른다. 그런데 마틴 에덴은 주드와 비슷한 조건을 갖고 태어나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죽기 살기로 노력해 자신이 꿈꾼 것을 이룬다(작가). 토머스 하디(1840~1928)와 잭 런던(1876~1916)이 살았던 시간과, 두 작품의 배경이 저마다 19세기 말 영국(빅토리아 시대), 20세기 초 미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비슷한 시기에 한 인물은 꿈을 이루지만(물론 그 꿈 때문에 또 다른 환멸을 맞닥뜨려 스스로 생을 등진다는 점에서 마틴 에덴도 비극의 주인공이긴 하다), 한 인물은 왜 일생 내내 머리 위의 구름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더 어두운 곳으로 걸어 들어가기를 자처하게 되는 것일까? 

마틴 에덴과 주드의 가장 큰 차이는 자기의 욕망, 특히 성적 욕망을 어떻게 다루었느냐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의 주드는 자신이 스스로 원하지 않는 세계 속에 살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푼돈이라도 벌어보고자 새를 쫓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새를 쫓아내지 못한다. 새가 단지 불쌍해서가 아니라 ‘새들의 좌절된 욕구에 동정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새들이 자신처럼 그들이 원하지 않는 세계 속에 살고 있음을 알게’(31쪽) 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계를 벗어나려면 책-그러니까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책을 구해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공부하는 등 지성의 세계를 열망하며 언젠가는 ‘불빛의 도시’이자 ‘지식의 나무’가 자라며 ‘인간의 스승들이 나오고 또 찾아가는 곳’이자 ‘학문과 종교로 무장된 성’인 크라이스트민스터에 갈 것이라고, 그곳은 ‘나한테  잘 어울릴’거라고 ‘끈기는 나의 특기’이므로 ‘크라이스트민스터는 나의 모교가 될’ 것이며 ‘나는 모교의 사랑받는 아들이 되고, 모교는 그 아들에 만족할’ 거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그는 실패한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며 시골길을 걷던 주드에게 누군가가 무언가를 툭 던진다. 어떤 물체가 그의 귀를 날카롭게 때리고 그 부드럽고 차가운 물체는 주드에게 던져졌다가 발에 떨어진다. 주드는 한눈에 그것이 동물의 살점, 그것도 ‘거세된 돼지의 특정 부분’(71쪽)이라는 것을 알아본다. ‘거세된 돼지’라는 묘사가 눈에 들어온다. 주드는 어떤 의미로는 거세된 자이다. 세상에서 동떨어진, 미천한 신분의, 너무나 가난해 꿈꾸기조차 거세당한 사람. 그런데 왜 하필이면 거세된 ‘돼지’의 특정부분이 그에게 던져졌을까. 그것을 던진 사람은 주드에게 호감을 가진,  그를 신랑감으로 점찍은 동네 처녀 ‘아라벨라’이다. 주드와 아라벨라가 살던 웨섹스 지방에서는 돼지를 키우는 농가가 많았고, 아라벨라네 집이 돼지농장을 하고 있었기에 돼지를 죽여서 내장을 씻고 하는 일이 아라벨레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소도 아니고 말도 아닌 돼지일까? 돼지는 영리하긴 하지만, 동물이며 본능에 충실하다. 먹고 자고 교미하여 번식한다. 아라벨라는 이 돼지의 특성과 어울리는 여자이다. 육감적이고 자기의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다. 시골 마을에서는 좀 남다른 주드, 잘생긴 주드에게 호감을 갖고 거세된 돼지의 특정 부분을 툭 던지면서 구애를 하는 넉살좋은 행동이 그래서 그녀에겐 어울린다. 

그런데 주드가 좀 신기하다. 줄곧 지성의 세계를 갈망하고 ‘크라이스트민스터’에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연연해 마치 ‘젊은 애인이 숨겨둔 연인에 대해 말을 꺼내듯 도시의 이름을 입에 담으면서는 얼굴까지 붉히는’(47쪽) 이 수줍음 많은 청년은 아라벨라의 이 단 한 번의 구애에 너무나 쉽게 넘어간다. 심지어 아라벨라의 집안을 엿보고는 그녀가 속한 세계는 너무나 세속적이고 비속하여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학에 대한 연구와 크라이스트민스터에 대한 눈부신 꿈에 집착한 그의 생활에는 맞지 않는 그 무엇이 그녀에게 있’다고 심지어 자기에게 ‘공격을 개시하기 위해 그런 무기를 선택한 것은 순수한 의도의 표현은 아니었다.’는 것까지도 ‘자신의 지성의 눈으로 꿰뚫어’ 본다. 그러나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 스쳐 가는 분별력은 금세 사라지고 그는 다가오는 새로운 야성적 쾌락의 조건에 빠져’(77쪽) 든다. 뭐 잠깐 놀면 되는 거야, 생각하고선 아라벨라와 첫 키스를 하더니 자기가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보낸 세월을 무려 ‘낭비’라고 느끼기까지 한다. 그러느니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은가’ ‘교황이 되는 것보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게 더 나으리라’(89쪽)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이 충격적이었다. '낭비'라니! 그 긴 시간 읽은 책과 언어와 공부가 낭비라니! 이것이 정녕 지(知)를 사랑하는 자의 태도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주드는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 성공하려고 책을 읽고 공부한다. 그것이 자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마틴 에덴 또한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려고, 성공하려고, 그래서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신분이든 재산이든 사회적 명성이든 기타 등등의 모든 면에서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공부한다. 그런데 주드는 저 돼지의 특정 부위를 던진, 자기가 생각하기에 자신과 어울리지도 않는 육감적인 여자와 단 한번 키스로 인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너무나 성적인 욕망, 육체적인 욕망에 쉽게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사람이다. 그토록 지성의 세계를 갈망한다면서도 단 한 번의 키스, 단 한 번의 섹스로 그간 쌓아온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인물이다. 욕망과 본능에 충실한 돼지는 주드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닐까. 

그 후로도 돼지는 이 작품에 번번이 여러 형태로 등장한다. 거세당한 특정 부위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결국 아라벨라와 결혼하여 돼지나 돌보면서 사는 인생을 견디며, 종국에는 돼지를 죽이는 일에서조차 아라발레와 갈등을 빚고 두 사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시로도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권에서 ‘수’와 ‘주드’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주드가 또 한 번 여자 때문에 자신이 가려던 길을 포기할 때이다. 이때 돼지의 그림자는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이상한 것은 그의 첫 번째 소원-학문적 숙달을 향한-이 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되었는데, 그의 두 번째 염원-사도가 되려는-도 또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건” 그가 중얼거렸다. “여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사물의 인위적인 체제 때문인가? 그래서 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무서운 집안의 올가미로 변해서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을 붙잡는 것인가?”(2권 43쪽) 



아라벨라와의 결혼이 실패한 후, 사촌인 ‘수’를 향한 열망을 꽃피우다 결국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주드는 그날 바로 정원으로 나가 얕은 구덩이를 파고 그가 가지고 있는 신학 서적과 윤리학 책을 모조리 들고 나와 구덩이 속에 쌓아 올리고 불태운다. 1권에서 아라벨라와의 육체적 결합 이후 결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책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더니 이번에는 아예 책을 불태워버리는 것이다. 이때 하디는 이렇게 쓴다. “찢어진 책에 불꽃이 붙어서 거의 재로 사라질 때까지 집 뒤쪽과 돼지우리와 자신의 얼굴을 환히 비췄다.”(2권 44쪽). 주드가 번번이 성적 욕망에 무릎을 꿇어서 자기가 가려던 길을 포기하게 될 때마다 돼지가 여러 형태로 등장하는 것이다. 

작품 말미에 주드가 아라벨라와 재결합한 후에도 돼지는 또 등장한다. 아라벨라는 남의 남자(수의 남자)가 된 주드가 탐이 나서 술수를 쓴 끝에 그를 자기에게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한다. 함께 살 집이 마땅치 않아서 그녀의 아버지가 빌린 작은 집의 아래층 뒷방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데, 그 집 앞쪽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돼지고기 가게가 있다. 여기서 일하던 아라벨라의 아버지는 흡사 ‘돈육 전문 백정’(2권 325쪽)처럼 보인다. 이 백정의 집에서 주드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 이처럼 주드의 첫 여자 아라벨라는 책이 아닌 돼지, 동물적인 세계에 어울리는 여자이다. 그런데 주드는 아라벨라와 다름없는 육체적 욕망 때문에,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세계를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인간의 선함과 자신의 긴박함보다 결혼이나 그 밖의 다른 의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구교도나 신교도임을 밝혀도 그는 바리세인보다 못한 자니라....... -존 밀턴



2권이 시작되는 “4부 새스턴에서”에는 존 밀턴의 위와 같은 글귀가 인용된다. 1권이 주드가 처한 상황을 묘사하면서 사회 제도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면 2권에서는 결혼제도와 인습에 관한 통렬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물론 1권에서도 주드와 아라벨라의 결합을 통해 결혼이란 제도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결혼식이라는 장례식
주드는 사회적으로 ‘거세당한 돼지’이기도 했지만 성적으로도 ‘거세당한 돼지’에 가깝다. 아라벨라에 이어 그가 두 번째로 관심을 갖는 여성인 ’수 브라이드헤드‘는 애초부터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두 사람은 사촌 사이이다. 주드의 할머니는 주드의 예민함, 그의 쉽게 열정적으로 변하는 성정을 잘 알기에 사촌인 수의 사진을 보여주면서도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사촌이니까 다른 관심은 갖지 말라고, 섣불리 가까이 가지 말라고 여러 차례 주의를 준다. 그러나 할머니의 염려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만다. 

수의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주드는 호감을 갖기는 하지만 성적인 집착은 아니었다. 주드가 수의 사진을 처음으로 보면서 스스로 했던 생각을 떠올릴 때를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우아한 유형. 그의 인상은 이것이 전부였다. 화가가 그녀를 잘생겼다거나 아름답다고는 하지 않을 유형.’(162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수에게는 역시나 그에게는 없는 것, 아라벨라에게도 없는 것, 그가 살고 있는 세계와 동떨어진 그 무엇이 있다. ‘그녀는 주드를 특징짓는 투박한 시골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주드는 그녀의 사진을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결이 빗나가고 불행하고 악운이 끼인 집안의 자손이 이렇게 섬세함의 정점에 이를 수가 있는 것인가? 그것은 런던에 살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그의 가슴속에 갇혀 있던 고독감과 시로 승화된 크라이스트민스터에 대한 사랑이 자신도 모르게 이 환상의 여인에게 옮아’(162쪽) 간다.

그러니까 시골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이 주드에게는 늘 환상, 자기가 처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환영이 필요했다. 이것을 애초부터 알아본 사람은 아라벨라이다. 훗날 곤궁함에 빠진 주드는 빵을 만들어 팔게 되는데 그때조차 ‘크라이스트민스터 케이크’를 만들어 판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아라벨라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크라이스트민스터 노래군요. 케이크를 가지고도요!” “꼭 주드다운 짓이에요. 그를 지배하는 열정이에요. 그는 별난 사람이에요. 항상 그럴 거예요. 그에게는 크라이스트민스터가 일종의 고정된 환영이에요. 그 사람은 그 환영에 대한 믿음을 떨쳐버리지 못할 거예요.”(2권 209쪽) 주드를 사로잡는 환영, 그것은 처음에는 크라이스트민스터였지만 이제는 크라이스트민스터와 닮은, 시골적인 특성이 없는, 우아하고 섬세한 여성, 런던에서 살았을 것이 분명한 ‘수’이다. 그러니까 주드는 하나의 환영이 부서진 이후에는 또 다른 대상을 이상화해 거기에 자기의 온 정신을 갈아 넣는 사람인 것이다. 

수의 사진을 본 이후로 그녀는 주드에게 이상이 된다. 사촌이니까, 심지어 자기는 한 번 결혼한(그 결혼은 이혼이라는 분명한 결과로 매듭짓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이어지고 있기에) 사람이기에 수를 사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런데 이 사랑도 육체적 욕망을 동반한다. 수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채, 그녀를 몰래 따라다니며 염탐하면서도 수를 욕망한다. 그녀에 대한 자기의 관심이 틀림없이 성적인 성격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상 이제 수 브라이드헤드와 내밀한 친분 관계를 시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더욱 강하게 고개를 든다. 그러나 ‘외로운 저녁이 반복되면서 그녀를 잊는 것이 아니라 더 강렬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머릿속에서 잘못되고 관행을 벗어나는 예기치 않은 짓을 상상함으로써 거기서 놀라운 희열을 경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175쪽)하면서도 스스로 ‘나에게 궁극적인 문제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육체적인 욕정이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면서 자기가 수를 사랑하는 것은 ‘수가 남달리 총명’해서 이며 ‘내가 바라는 것은 부분적이지만 지적 공감’이라고 ‘내 고독에 대한 애정 어린 친절’일 뿐이라고 자위한다(176쪽). 정말로 그러할까? 

주드와 수는 결국 가까워진다. 수는 여러 차례 주드를 거부한다. 심지어 다른 남자(‘필롯슨’)와 결혼한다. 그러나 결국 그 결혼을 파기하고 주드에게 돌아온다. 그러나 그럼에도 쉽사리 주드와 육체적인 결합은 하지 않는다. 주드를 거의 미칠 지경으로 몰아간달까? 그런데 이게 단지 그 둘 사이가 ‘사촌’이기에 두 사람 모두 결혼 전력이 있고 그 결혼이 법적으로 완전히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니기에 수가 주드를, 주드의 육체적 욕망에 응답하기를 내내 거부한 것일까? 수는 굉장히 정신적인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주드와 그의 전처 아라벨라가 속한 돼지의 세계와 가장 극단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수의 남편 필롯슨이 수와 더 닮은꼴에 가깝다. 물론 필롯슨 또한 아내를 안고 싶어 하지만 수의 거부를 존중한다. 

그런데 주드는 어떠한가? 필롯슨을 떠나 주드와 함께 도피한 수. 주드가 호텔을 잡았는데 방은 하나. 수는 필롯슨을 떠난 바로 그 밤에 주드와 나란히 한방에 머무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면서 그와 같은 방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이때 주드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함께 있는다는 건 나라는 비참한 인간에게는 과분하지....” 한껏 자신을 동정하면서 수를 공격한다. 그녀를 “정령이며 육체가 없는 존재, 사랑스럽고 감미롭고 간장을 애태우는 유령. 거의 육체가 없는 사람. 내가 몸에 팔을 얹으면 그 팔이 공기를 뚫고 지나가듯 모을 관통할 것 같은 사람”(2권 93쪽)이라고 말한다. 이런 말이 한번만이 아니다. “내가 자기를 사랑한 만큼 자기는 날 결코 사랑하지 않았소. 결코! 자기의 가슴은 열정적인 가슴이 못 되오. 자기의 가슴은 불꽃 속에서 타지 않소! 자기는 대체로 요정이거나 정령의 일종이지, 여자가 아니오.” 

수를 사랑하지만 수가 자신과의 섹스를 거부하기 때문에 요정이거나 정령의 일종이며 급기야 ‘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주드는 이혼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아라벨라가 자기를 찾아와 여관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아라벨라를 만나러 가겠다면서 수를 협박하듯 말한다. “수, 난 자기를 사랑하오. 그러나 자기에게 오랫동안 시중을 들었는데 보상은 너무 초라해요.”(2권 128쪽) 여기서 말하는 보상이란 육체적인 접촉, 그러니까 섹스를 의미한다. “나에게서 가장 훌륭하고 고상한 면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소.”(2권 128쪽) 말하면서도 섹스를 하자고 안 그러면 여관에서 기다리는 전처한테 가겠노라 졸라대는 것이다. 아라벨라에게 다시 보낼 수는 없다고, 질투에 눈먼 수는 결국 그날 주드를 붙잡고자 육체적인 접촉을 허락한다. 주드가 거침없이 키스를 하도록 내버려두었을 뿐만 아니라 전에 한 번도 그런 일이 없는 식으로 주드의 키스에 답례를 한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접촉인데도 쓸쓸하다. “작은 새가 드디어 잡혔네요!” 수는 말한다. 그녀의 미소에는 쓸쓸함이 떠 있었다.(2권 131쪽) 함께 밤을 보낸 것이 틀림없는 그밤 이후의 묘사는 더욱 쓸쓸하다. 그다음 날은 비가 내리고, 수는 우울하기 짝이 없다.

수는 그렇다면 그토록 사랑하는 주드를 위해 남편을 떠났음에도 왜 다시 결혼하기를, 성적으로 결합하기를 거부한 것일까? 정말 ‘사촌’이라는 관계 때문일까? 수는 주드 못지않게 아니, 주드보다 더 정신적인 세계를 갈망하는 여자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책을 읽고 공부했으며 필롯슨과 주드 이전의 남자(‘미스터’)와도 깊은 우정을 나누면서 정신적인 교감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늘 상대-남자는 그 이상을 바란다는 것, 수가 자신에게 속한 여자(육체적으로도 완전히)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꼭 법이나 제도로 묶여서 확인받아야 한다는 것에 늘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며 그런 이유로 ‘결혼’이라는 말 앞에서는 번번이 극렬하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사람의 연인이 되어야 한다는 명령을 받은 시간부터 그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본성에 낯선 일이에요.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랑을 계속 할 기회가 더 많은 것이 인간적인 일이에요.”(2권 116쪽) 이렇게 생각하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녀이기에 주드와의 결혼을 거부하면서도 ‘사랑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므로 더 주드를 사랑한 것이다. 


“난 오빠가 생각하는 만큼 예외적인 여자는 아니에요. 결혼을 좋아하는 여자는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그 수가 적어요. 여자가 결혼을 하는 이유는 결혼이 주는 위엄 때문이고, 때때로 사회적 이점이 따르기 때문이죠. 난 위엄과 이점은 없어도. 살아요.” (2권 117쪽)


이런 수에게 주드가 고작 하는 말은 온갖 맹점을 알면서도 결혼하는 사람들, “그들은 평범한 열정을 가졌기에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 거야. 수, 자기는 환영 같은 육체가 없는 존재야. 자기에게는 동물적인 정열이 없어. 문제가 생겼을 때 이성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지. 그런데 우리처럼 둔한 몸뚱이를 가진 가엾고 불행한 인간은 그런 일이 가능하지 않아.”(2권 116쪽) 이렇게 변명처럼 둘러 댈 뿐이다. 사랑이나 현상을 해석하고 받아들일 때 수와 주드의 이런 정신적인 차이, 육체적인 욕망에서의 큰 차이가 두 사람을 끝끝내 불행으로 내몬 것은 아니었을까. 수가 인습을 거부하면서도 끝내 거기에 얽매여서 사촌과 결혼하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엔 그녀의 본질을 절반만 본 것이리라. 만일 수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녀는 필롯슨에게 자유로울 권리를 주장하며 해방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나를 떠나면 주드와 결혼할 것이냐고 묻는 필롯슨에게 ‘내 방식대로’ ‘내가 선택한 대로 그와 살 것’이라고 대답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수가 주드와 마찬가지로 비운의 수가 되고 마는 까닭은 사촌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촌과 ‘결혼’이라는 인습적 제도 안으로 들어가기를 끝끝내 거부한 탓이다. 평범한 여자처럼, 그러니까 아라벨라처럼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위엄이나 사회적 이점 안으로 숨어들기를 선택하지 않은 탓이다.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내가 잘못하는 거죠. 난 항상 잘못하고 있어요! 하나의 신조를 믿는 것처럼 항상 사랑에 자신을 매어두는 것은 비난받을 만한 일이에요. 어떤 특정한 음식이나 음료수를 항상 좋아하겠다고 서약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거예요!”(2권 54쪽)


항상 사랑에 자신을 매어두는 것은 비난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이 특별한 여자, 결혼이라는 위엄과 사회적 이점 안에 정착하기를 거부한 여자. 남자와 여자 사이에 육체적인 접촉보다 더 숭고한 우정과 애정, 정신적으로 깊이 있는 그 무엇인가가 틀림없이 있으며 거기에서 더 큰 만족을 느꼈던 여자. 그러므로 결혼도, 결혼이 강요하는 의무 안에서 자식을 낳아 번식하기를 끔찍하게 여겼던 여자. 그 여자의 정신을 품기엔 지성의 세계를 갈망하긴 했으나 마침내 “식구 입이 더 많아진 것 빼고는” “다른 곳으로 가서도 별로 큰일을 한 게 없는 것”같은(2권 231쪽), 그 남자 주드가 애초부터 너무나 미천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그의 특기라는 끈기는 왜 공부에서는 끝까지 발현되지 못하고 수에게 졸라대는 것에서만 발현된 것일까.... 주드의 이 개인적인 한계도 그를 영원히 이름없는 자로 남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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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2-01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길다 길어~ 일 좀 하고 와서 읽을게요!

잠자냥 2025-12-01 15:56   좋아요 1 | URL
너희들이 질리도록 썼다.... 다시는 써달라고 조르지 못하게...(엥?) 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12-01 16:42   좋아요 2 | URL
이것 보다 두배로 길어도 또 써달라고 조를건데요? 이런 고퀄 리뷰를 어디서 읽어요♥

잠자냥 2025-12-01 16:47   좋아요 2 | URL
🙀 🙀 🙀 망고가 수영장에서 아부만 배웠는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12-01 16:49   좋아요 2 | URL
저 나름 새침 시크한 냥이인데요ㅋㅋㅋㅋㅋ잠자냥님 한정 애교쟁이랄까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2-01 17:38   좋아요 1 | URL
안 질리고 금방 읽는데요?? 더 길게 써라! 더!!

잠자냥 2025-12-02 09:39   좋아요 1 | URL
이거 A4로 7장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2-02 12:41   좋아요 0 | URL
엥? 진짜요?
그럼 다음엔 8장으로..? ㅋㅋㅋ

페넬로페 2025-12-01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길다 길어~~2
위로 올라가서 다시 집중해서 읽어야징^^

페넬로페 2025-12-01 16: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환경적인 면도 무시 못하지만 개인적 한계도 정말로 중요하죠.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의 뤼시앙이 떠오르네요.
그때 고구마 너무 많이 먹어 이 책은 아마 읽지 않을 것 같은데~~
생각 바뀌면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5-12-01 16:24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전 그거 안 읽었는데 읽어보겠습니다!
이건 고구마는 아니에요. 넘나 흥미진진합니다.
여기엔 안 쓴 충격적인 사건도 있고요. 제가 여기서 쓴 내용들이 잊힐 때쯤 꼭 한번 읽어보세요

잠자냥 2025-12-01 16:34   좋아요 1 | URL
근데 혹시라도 이 책 읽으실 때 민음사 판 뒤표지는 읽지 마세요!
줄거리 그냥 그 충격적인 사건까지 죄다 나와있음.. 오마이갓. 왜 그런짓을........ -_-;;;

페넬로페 2025-12-01 17:26   좋아요 1 | URL
네.

다락방 2025-12-01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가 질리지 않고 미간에 힘 뽝 주고 읽었음을 밝힙니다.
이건 페이퍼가 아니라 한 편의 논문이네요. 소제목까지.. 정말 근사한 글입니다. 저도 읽고 쓰기를 계속하면서 느낀건데 말이지요, 재미있게 읽어야 재미있는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경험을 해야 재미있는 글이 나오는 것처럼요. 그런 점에서 주드는 글을 쓰도록 격려하는 훌륭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잠자냥 님의 훌륭한 글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잠자냥 님이 글에서 언급하신 부분들 중에 저 역시 깊은 생각을 했던 부분들이 겹치는데요, 무엇보다 저는 주드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것, 실패에 대해, 그것을 여자 탓으로 돌린다는 겁니다. 내 꿈은 저 여자 때문에 꺾였어, 라고 말이지요. 이건 그냥 뭐랄까... 그 여자랑 그렇게 살기를 희망한게 누구란 말입니까. 그런 말과 행동을 하고 그 삶을 산게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그런 점에서 쥬드가 정말 찌질했지요. 게다가 또다른 찌질함은, 제가 제 페이퍼에도 언급했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했을것 같은데(하도 빡이쳐서), 질투심을 이용해서, 섹스를 원하지 않는 수와 기어코 섹스를 했다는 점입니다. 육체적 폭력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수로 하여금 의지를 꺾이게 만들었지요. 너무 꼴보기 싫은 놈이에요.

저는 수가 체제에 순응하지 않기 때문에 불행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아라벨라는 체제에 순응했기 때문에 불행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디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소설이었고 잠자냥 님의 글 역시 소설만큼이나 좋습니다.

소주 마시고 싶네요. 인생 잘근잘근 씹으면서.....

잠자냥 2025-12-01 16:53   좋아요 0 | URL
이건 정말 구구절절 할 말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사실 이 글이 너무 길어져서 제가 쓰려고 마음먹고 인용하려고 옮겨 적은 부분에서 ‘시간 아범’에 관한 부분이 있거든요. 아, 이 아이를 어쩌면 좋죠. 이 아이들 사건을 반출생주의 하고도 연관 지어서 써보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참 하디가 여러 가지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 1권 시작 부분이 아마 여자 탓하는 어떤 구절 인용한 거였어요. 아 찾아보니 미리보기로 확인할 수 있네요.

그렇다. 여자 때문에 사리 판단 능력을 잃고
그들을 위해 하인이 되는 자가 많다. 여자 때문에 죽은 자,
잘못을 저지른 자, 죄를 범한 자도 또한 많다.
오, 남자들이여, 여자들이 이러는 것을 보고도
여자들이 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에스트라서>

이 인용구절 보고도 약간 예상은 할 수 있었으나 주드여, 오 주드여! 이 썩을놈아 싶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다락방님 페이퍼에서도 확인했어요. 저랑 같은 부분을 지적하셨더라고요. 아라벨라한테 간다고 협박하면서 졸라대는 거요. 으으. 진짜... 사실 그 불쌍한 아이, 시간 아범의 탄생도 참...... -_-

“제발 저에게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어쩔 수가 없어요. 만약 꽃이 며칠 사이에 모두 시들어버릴 거라는 생각을 잊을 수만 있다면 저는 꽃을 매우 매우 좋아할 수 있을 거예요.”
시간 아범의 이 말 너무 슬퍼요.....


아라벨라는 체제에 순응해서 불행해졌다는 말씀 또한 명언입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다양한 감상을 하게 해주는 토머스 하디 최고.

다락방 2025-12-01 16:28   좋아요 1 | URL
알라딘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것 같습니다. 같은 책 읽고 감상 나누는게 너무 좋아서요. 잠자냥 님, 제가 말씀 안드려도 물론 그러시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읽고 써주시길 바랍니다.

망고 2025-12-0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안 읽은 입장에서 주드는 가난으로 꿈이 좌절된 사람으로 동정의 여지가 많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네요. 어쩐지 읽으면서 엄청 화가날 것 같은 예감...

잠자냥 2025-12-01 16:54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가난으로 꿈이 좌절된 사람이긴 해요. 여러 가지로 불행하기도 하고....
다만 졸라대는 장면은 좀 그랬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다락방님처럼 테스보다는 이 작품을 하디의 대표작..으로 꼽을 거 같아요.

건수하 2025-12-0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하디가 이렇게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점이 훌륭한 거로군요...
저는 <테스>에서 찌질한 남자들이 너무 짜증이 나서 읽고 싶지가 않았는데
다락방님 잠자냥님이 훌륭하다고 하시니 읽어봐야하는가 싶지만
웬만해선 읽을 것 같지 않습니다..

잠자냥 2025-12-01 17:3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근데 하디 작품은 찌질한 남자도 많이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여자를 입체적으로 그려서 다른 남작가 책 읽을 때보다는 덜 고구마입니다!

다락방 2025-12-01 23:05   좋아요 1 | URL
건수하 님,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주드는... 읽지 않고 넘어가기에 너무 아까운 작품입니다. 고구마라뇨, 똑똑한 여자 좀 살게 내버려두라고 하디는 외치고 있습니다!!

독서괭 2025-12-0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주드는... 돼지인데 돼지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환상이 환상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하는 놈이로군요. 하지만 그래서 ‘이름없는‘ =‘평범한‘ 주드인 것 같기도 하네요.
‘여기서 안 쓴 충격적인 사건‘ 궁금하다.. 근데 뒤에 줄거리에 나와 있다고요? 오마이갓.. 민음사 왜 그랬대요?
옛날옛적에 테스를 읽었던 것 같긴 하지만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요, 이 작품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잠자냥의 긴 리뷰 엄지 100개~!!

잠자냥 2025-12-02 09:46   좋아요 1 | URL
제가 너무 주드의 못난 면만 부각한 것 같네요. 돼지라기보다는... 음 뭔가 그렇게 동물적인 면모도 많이 갖고 있는 캐릭터이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괭 님 말대로 평범한 주드라는 말도 어울리는 것 같네요.
전 2권 넘어가기 전에 1권 뒷부분 읽어봤거든요. 근데 어라...... ㅋㅋㅋㅋㅋ 스포일러 당했.... 근데 그거 다 알고 읽어도 재밌었습니다. 물론 모르고 읽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가끔 출판사가 그렇게 뒤표지 같은 데서 스포일러하는 경우 있던데 대체 왜 그러는지...... ㅠㅠ

다락방 2025-12-02 19:05   좋아요 1 | URL
저는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를 오래전에 봤어서 스포일러 알고 봤습니다. 그런데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그 영화를 보면서 느끼지 못한 걸 책을 읽고 느꼈습니다. 하여간 책이 강력추천입니다. 영화는 본 지 20년은 된 것 같아서 그 스포일러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어요. 정말 너무 대충격을 받았어가지고..

단발머리 2025-12-01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obscure‘를 ‘이름 없는‘으로 번역한 거였군요. 이 페이퍼 아니었으면 전혀 몰랐을 것 같아요. <제인 에어>에서 제인이 로체스터랑 막 싸울 때 말이에요. ˝내가 가난하고, obscure하고, 평범하고, 별 거 없는 사람이라 영혼도 감정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말을 하거든요. 그 때, obscure라는 단어가 나와요. 잠자냥님 페이퍼에서 만나서 깜짝 놀라고요.

<마틴 에덴>이랑 연결해서 써주셔서 조금 더 쉽게 이해했어요. 잠자냥님 고퀄 페이퍼를 읽고 나니 갈팡질팡 주드도 궁금하지만 수도 궁금해요. 수가 바라는 대상이 있고, 바라는 세계가 있는데 남자들은 항상 다른 세계를 갈구하니깐요. 수는 얼마나 괴로웠을건인가... 그렇다고 해서 남자들이, 혹은 그 욕망이 저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수의 세계가 있고, 아라벨라의 세계가 있는 거고, 그걸 단순히 나누는 건 너무 대놓고 이분법적인 것이며... 하디의 원래 의도는 뭐였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민음사 구입 안 한지 꽤 오래됐는데 이 페이퍼 덕분에 이 책은 좀 사고 싶네요. 근데 두 권이네요. 사서 읽어야 하리, 띠리링~~

다락방 2025-12-01 23:04   좋아요 2 | URL
저는 이 글의 첫째줄에서 obscure 라는 원제를 쓰신걸 보고, 아 이름없는이 obscure 였어? 하고 사전 찾아봤는데, 단발머리 님은 그전부터 원서를 읽어오신 분이셔서 그런지 이미 알고 있는 단어셨군요. 역시 영어를 잘하고자 하면 단어를 많이 아는게 우선임을 재차 확인합니다.

제가 굳이 이 댓글에 덧붙이자면, 아마도 제 댓글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나눈다고 생각하셨을것 같은데, 사실 하디는 수와 아라벨라를 극과 극으로 나누었다기 보다는 사회의 제도와 관습의 부조리함,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대부분 다수의 사람들이 제도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사람에게 강제함에 대해 보여주려 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인물들이고요. 저랑 같이 읽은 친구는 사실 아라벨라에 대해서 저처럼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고보면 아라벨라에 대한 느낌 혹은 생각은 제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발머리 님 말씀처럼 남자도 그리고 그들의 욕망도 그 자체로는 당연히 저속하지 않지요. 그것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때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욕망의 실현을 위해 기어코 다른 사람을 굴복시키기고, 또 그 욕망 실현의 결과로 타인을 원망한다면, 그 순간 그 욕망도 그 남자도 저속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디는 그걸 캐치했다고 생각합니다.

두 권이지만 정말 금세 읽혀요. 잠자냥 님은 물론 워낙 빨리 읽는 분이시지만, 주말동안 다 읽어버리셨잖아요? 이게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가 힘듭니다. 왜냐면 정말 재미까지 끝내주거든요!! 그래도 주드가 어릴 적에 공부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괴롭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님도 얼른 읽고 리뷰 써주세요!! >.<

단발머리 2025-12-01 23:29   좋아요 1 | URL
obscure는... 영화 <제인 에어> 예고편에,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고 유명한 장면이라 대사를 제가 알고 있어서~~ (지금 가서 다시 보고 왔는데요. 거기에선 obscure를 ‘미천한‘ 이렇게 해석했네요.)

제도 속에 들어가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 혹은 그 제도 속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강제하는 측면이 있죠. 자신의 욕망의 실현만을 추구한다면 이것 역시 잘못된 것이구요. 다락방님 댓글 읽고 나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오히려 제 댓글이 더 이분법적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단지 저는 이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맨 상층부에 수가 있고 가운데에 주드, 그리고 아래쪽에 아라벨라가 있다고 했을 때(이건 하디의 설정이겠죠), 주드는 수를 열망하지만 결국 아라벨라와 함께 있는 건데... 그렇다면 아라벨라와의 시간은 무조건 타락 혹은 실패로 볼 수 있는가. 주드가 그렇게 갈망했던 수 역시 주드가 만들어낸 환상의 일부인데, 환상이 실제가 되었을 때 진짜 실패하는 사람은 결국 주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요. 제가 책도 안 읽고 쓸데없이 말이 길었습니다.
읽어야겠어요. 일단 책을 사고요. 그 담에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5-12-02 00:17   좋아요 2 | URL
사실 제가 제일 못하는 것중에 하나가 ‘구조를 보기‘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건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의 본질적인 문제.. 라고도 생각하는데요(아니면 저의 지독히 개인적인 문제..),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었고, 그리고 잠자냥 님의 이 페이퍼를 읽었으면서도, 단발머리 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상층부 부터 수-주드-아라벨라 의 구조라고 생각하질 못했어요. 제가 단발머리 님의 댓글을 읽는 순간 동공지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늦되요. 책은 왜 읽는 것인가..
좀 멀리 떨어져서 구조를 볼 줄 알아야 하는데, 늘 이렇게 가까이에서 봐서 놓치는게 많은 것 같습니다. 이게 제가 소설을 잘 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변명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단발머리 님으로부터는, 아주 다른 감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주드가 나쁜 책이라는 식의 다른 감상이라는게 아니라요, 저랑은 다른 식으로 접근해서 다른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감상이요. 저는 그것이... 기대가 됩니다!! >.<

단발머리 2025-12-02 09:53   좋아요 1 | URL
다르게 읽고 다르게 볼 수 있어서 같이 읽기는 참 즐거운 일이고, 또 한 편으로는 위험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발견의 시간이니깐요. 내면의 발견과 어둠의 발견이 가능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은 스스로 구조를 보는 것에 약하다고 하셨지만, 저는 소설 혹은 문학읽기의 제일 주요한 지점은 ‘입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시대, 그 상황, 그 주인공에게로 들어가는 거요. 보통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서 사람들은 인간의 활동 중 ‘감정적‘ 측면을 평가절하하지만, 감정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지점이니까요. 제가 오래 기억하고 또 읽고 싶은 소설들은 대부분 제게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소설들이구요. 그러니깐 사랑이 시작되는 설레임의 순간 뿐만 아니라 후회나 부끄러움, 자긍심을 느끼는 부분들이요. 다락방님처럼 저도 소설을 읽고 싶은데, 저는 그게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어요. 지나치듯이 읽어서 그런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좋은 책이고, 좋은 페이퍼여서 할 이야기가 많았네요. 우리의 이야기는 투비 컨티뉴드~~~~

잠자냥 2025-12-02 10:19   좋아요 2 | URL
ㅋㅋ 아니, 이분법 이야기는 애초부터 제가 이 글 쓸 때 이분법적으로 제목을 뽑았잖아요. 책과 돼지, 결혼식 장례식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충분히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고 봅니다만 하디도 그렇게만 쓰지는 않았을 테고 독자도 그렇게 이분법으로만 생각하면서 읽긴 어려운 작품입니다. 진짜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랄까요. 다만 저는 좀 그런 면들을 부각해서 글을 썼다 보니 그렇게 읽힐 수도 있다고 봅니다. 참 그리고 저 또한 다락방 님처럼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 싶은 그런 욕망을 저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아니 저도 그런 욕망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요. 뭘... 엥? ㅋㅋㅋ). 역시 다락방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주드가 그걸 해소(?)하는 방법이 좀 저열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것도 리뷰에 쓰려다 만 부분이긴 한데, 왠지 하디도 좀 그런 면을 생각한 것 같기도 하고요. 주드가 가난한 환경 때문에 뭔가가 자연스럽지 않다? 그런 점은 여자를 대할 때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이런 게 생각난 부분이 있는데요, 태어날 때부터 사회/문화적 자본이 풍부한 사람이었다면 아라벨라나 수한테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빠져들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만일 주드가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어린 시절부터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하다못해 여자 가정교사라든가 이런저런 다양한 친인척과의 만남을 통해) 또래나 조금 나이가 많은 여성들과 접할 기회가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그랬다면 저렇게 단 한번 만나거나 사진만 보구선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져들었을까 싶거든요. 이것도 주드가 외딴곳에서 여자라곤 접해본 적이 없어서 더 심하게 충동조절을 못하고 빠져든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다락방 님 친구분은 아라벨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왠지 알 것도 같긴 합니다만...

단발머리 님은 얼른~!! 읽고 구조주의에 입각해 리뷰를 쓰시오!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2-02 12:40   좋아요 1 | URL
훌륭한 리뷰에 고퀄의 댓글.. 멋있습니다. 단발님이 제인 에어에 obscure가 나왔다고 갖고 오시니 막 전율이 입니다. 멋있다..

다락방 2025-12-02 12:44   좋아요 2 | URL
아, 제 친구는 아라벨라에 대해 어떤 특별한 생각을 가졌던건 아니고요, 제가 아라벨라 역시 제도에 들어가서 불행해졌다고 했을 때 ‘그런가..‘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아라벨라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 건 아니고, 제 반응에 대한 대응을 보고, 아 나처럼 생각하진 않았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 페이퍼와 댓글 덕분에 obscure 라는 단어를 암기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영어능력 레벨이 조금 올라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2-0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저도 주드 재미있게 읽고 또 잠자냥 님도 재미있게 읽었다 하시니, 시간 날 때 특별히 추천할만한 고전에 대한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고전이라고 막 다 좋거나 그러진 않잖아요. 그렇지만 분명, ‘아 이 맛에 고전 읽는다‘ 싶은 것들도 있고요. 제 경우에 지금 생각나는 건, [이름 없는 주드]와 [프랑켄슈타인] 입니다. 잠자냥 님도 나중에 언젠가라도 시간 나면 써주세요. 히힛.

잠자냥 2025-12-02 13:1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전에 제가 이런 거 쓴 적은 있지요... 참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관련 글 최근에 썼는데... 이건 아마 다락방 님이 엄청 바쁠 때 쓴 거라 놓치신 거 같기도 하고... (영화 이야기도 나와서 그냥 일단 패스하신 거 같기도 하고)

고전이 재미없다고?! 재미100% 보장 세계문학고전
https://blog.aladin.co.kr/socker/11798934

타자가 아닌 이가 그린 타자 이야기
https://blog.aladin.co.kr/socker/16881649

다락방 2025-12-02 13:31   좋아요 1 | URL
첫번째 링크 글은 제가 읽었고 기억도 납니다. 그래서 왕자와 거지 읽어야지 했지만 아직도 안읽고 있다는.. 사기는 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책이 너무 많잖아요? 딱 열 권 이런 식으로 압축해보면 또 그 사이에 업데이트 된 책 목록도 있을테니... 문제는 접니다. 지금 딱 두 권 밖에 생각이 안나서... ㅋㅋㅋㅋ

프랑켄슈타인은 놓쳤어요! 지금 재미나게 읽고 왔습니다. 후훗.

잠자냥 2025-12-02 14:2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저 링크 찾아서 다시 읽어보니 그새 업데이트 된 것도 있고 그럴 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딱 열 권 이것도 엄청 고민하게 될 거 같고.. 음.
<왕자와 거지>는 걍 나중에 읽으세요. 아님 조카에게... ㅋㅋ 최근에 허클베리핀도 읽으셨는데;; 차라리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다시) 같이 읽기 할까요? ㅋㅋㅋㅋ 이것도 진짜 기억희미다....////_////(아련한 느낌만 남음)

아무튼 조만간 업데이트 페이퍼를 써보겠습니다...

케이 2025-12-02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 책이 그런 내용이었어요? 저는 Jude 영화 포스터만 보고 애절한 사랑이야기인 줄 착각했네요.
와 분통터지긴 하겠지만 재밌긴 무지 재밌어 보여요.
영국소설 읽으면 확실히 내가 너무 영미소설에만 익숙해져 있단 느낌이 들어서 되도록이면 다른 나라 소설도 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또 영미소설이 익숙한 만큼 재미는 있더라고요.
거참... 약간 홍상수 영화같은 느낌이 드네요. 물론 저는 책은 못읽었지만 외면하고 싶은 면까지 너무 리얼하게 그려내서 짜증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잘 만들어서 외면하지는 못하는 그런.
시대만 바뀌었지 지금도 이름만 다른 주드, 수, 아라벨라가 영국 뿐아니고 한국에도 많잖아요.
제3자로 멀리서 보면 그들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게 보이겠지만 내가 저 세 명중 하나라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겠죠.
긴글이지만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제 업무 특성상 일의 90%가 12월-3월에 집중되는데 12월이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흑흑흑
아무 문제 없이 마무리 잘하면서 또 잠자냥님 감상문도 재미나게 읽을게요! 건강하세요!

잠자냥 2025-12-02 14:29   좋아요 1 | URL
오, (영화 포스터 검색 후) 영화도 재밌을 거 같아요. 케이트 윈슬렛이 ‘수’ 역할을 했군요. 정말 잘 어울릴 거 같고, 어떤 연기를 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애절한 사랑이야기인 합니다. 영화는 왠지 사촌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더 애절하게 포커스 맞췄을 거 같긴 한데... 소설은 아무래도 분량도 길고 그래서 더 섬세하게 영화보다 많은 걸 담고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책 진짜 재밌으니까 나중에 꼭 읽어보세요. (홍상수 영화 같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주드가 홍상수의 남자들처럼 그렇게까지 찌질하진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다. 사진만 보고 “수 씨, 예뻐요 반했어요 사랑해요. 같이 자요.” 이거 홍상수의 남자들 전매특허인가? ㅋㅋㅋㅋㅋㅋㅋ)

주드, 수, 아라벨라가 한국에도 많다는 말씀도 또 많은 걸 생각해보게 하네요.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그나저나 바쁜 시기가 도래하셨군요. 일 때문에 건강 해치지 마시고!! 틈틈이 재미난 책도 읽으시고! 연말도 잘 보내시고!
오늘부터는 진짜 겨울 같아요. 쌍둥이들과 감기 조심하면서 겨울 잘 보내세요!

케이 2025-12-02 14: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홍상수 영화의 남자들 대체 얼마나 찌질한 거냐. 정말 ㅋㅋㅋㅋ 다행입니다. 그 지경은 아니라서요. 애 둘 키우면서 회사다니기 쉽지 않네요. ㅜ 요즘들어 때려치고 싶은 맘이 얼마나 간절한지 모릅니다. ㅜㅜ
저는 요즘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엑스(구.트위터) 앱 핸드폰에서 지웠어요. 일단 4일째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ㅋㅋ

잠자냥님도 건강하세요!

잠자냥 2025-12-02 14:46   좋아요 1 | URL
제가 몇 달 전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다시 보다가 도저히 못 보겠어서 껐어요. ㅋㅋㅋㅋ
그 옛날에 (대학교때) 이걸 어떻게 견디면서 봤을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땐 제가 현실에서 그런 인간들을 많이 보지 못했던 터라 감정이입이 잘 안 되어서 그나마 견딘 듯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엑스 지웠어요? 전 지우지는 않았지만 요즘 거의 접속 안 하거든요. (열면 다들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어서 ㅋㅋㅋㅋㅋ) 그랬더니 세상 평화롭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12-04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긴 리뷰와 또 이렇게 긴 댓글들!
마틴 에덴 책들도 등장하니 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와 닿는 것도 같구요.
고전 작가의 대열에 오른 작가들은 역시!
서사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읽어봐야겠네요. 일전에 다락방 님 리뷰도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때도 읽어봐야지. 그러면서 또 차츰 기억이 희미해졌는데 잠자냥 님이 또 이렇게 붙들어 주심.ㅋㅋㅋ 내년엔 세계고전 소설들을 좀 읽어볼 참입니다. P지만 J처럼 계획을 미리 세웠어요.ㅋㅋㅋ

잠자냥 2025-12-04 10:54   좋아요 1 | URL
긴 본문에 긴 댓글까지 여기까지 다 읽으신 분도 대단합니다!
이 작품은 꼭 읽어보세요~ 계획 안 세워도 읽어보기! ㅋㅋㅋ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굳이 다시 읽은 까닭은 순전히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을 보기 위해서였다. 영화가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머릿속에서는 책을 괜히 읽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원작이 있는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겼을 때 책보다 좋았던 적은 극히 드물다(물론 예외도 있기는 하다). 나의 상상력과 해석이 당신(감독)의 그것과 많이 다르기에, 그 간극에서 비롯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그런 면에서 원작과는 참 다른, 그래서 실망스러웠던 작품이다. 물론 원작하고 똑같이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비틀었어야 했을까?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이 메리 셸리의 원작과 참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결국 세상을 보는 방식이 원작자인, 여성 메리 셸리와는 애초부터 달랐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빅터와 그의 가족, 특히 아버지에 관한 묘사이다. 원작의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내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부모와의 관계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형제, 그리고 사랑하는 사촌이자 훗날의 약혼자가 되는 엘리자베스와의 사이, 그리고 절친한 벗 등 주위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상처나 오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물론 열일곱의 나이에 맞닥뜨린 어머니의 죽음이 빅터를 생명과 죽음의 원리에 탐닉하게 만들기는 한다). 무엇보다 소설 속 빅터의 아버지는 다정다감하고 사랑 넘치며 끝까지 아들 빅터를 믿고 응원해주는 자상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영화 속 빅터에게는 이런 관계가 전무하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기는 한데 이 어머니는 힘이 없으며, 냉혹하고 차가운 아버지는 빅터를 단지 자신의 의사라는 가업을 물려받을 존재로만 인식, 빅터를 몰아붙이기만 한다. 영화 속 아버지는 아내도 사랑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아내를 닮은 장남 빅터를 차별하고 은근히 혐오한다. 반면 자신을 닮은 빅터의 어린 남동생 ‘윌리엄’은 한없는 애정으로 대한다. 때문에 빅터는 아버지를 증오하고 의심하며(윌리엄을 낳다가 죽은 어머니를 의사인 아버지가 방치해 일부러 죽였을 것이라는 의심), 이 미움과 증오는 영화의 빅터를 재능은 있지만 오만하고 비뚤어진 인간으로 자라게 하는 데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그렇게 자란 빅터는 결국 생명과 죽음마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방자한 인간이 되어 범죄자를 데려와 실험하고 여기저기서 시체를 끌어 모아다 실험의 재료로 쓴다. 이런 빅터에게서 일말의 도덕적 고뇌나 죄의식, 윤리, 양심의 가책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죽음을 정복하겠노라는 그 야망으로만 불탈 뿐이다. 유유상종이라고나 할까. 이런 인간 주변에는 비슷한 인간이 꼬인다. 원작에서는 없는 인물 ‘하인리히’(크리스토프 왈츠)가 빅터의 연구에 흥미를 갖고 그에게 막대한 자금을 후원하겠노라며 접근한다. 원작에서 빅터는 몇 년 동안 오로지 혼자 실험실에서 고대 연금술사들의 오컬트적인 이론을 독파하고 화학적 실험을 거듭하는데 이것과는 꽤 다른 지점이다. 하인리히는 굳이 왜 빅터를 후원하는 것일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에게도 죽음을 정복해야만 하는 치명적인 이유-질병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앓는 질병도 참 상징적이긴 한데, 두 독버섯 같은 인간이 서로의 독을 알아본 셈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렇게 야심과 욕망에만 불타는 두 인간에게 생명이나 죽음을 인간이 좌지우지한다는 것에 대한 윤리나 도덕, 죄의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인간이 이렇게 단순한 존재인가?



인간은 그렇게 강하고 덕이 높고 훌륭하면서, 동시에 그렇게 사악하고 비열하단 말인가? 어떤 때는 악한 원칙만 물려받은 자손처럼 보이다가도, 또 어떤 때는 고상하고 신성한 생각만 하는 존재 같기도 했지.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영화에 비해 원작의 빅터는 여러 차례 고뇌와 갈등을 겪는다. 처음에는 그 또한 탄생과 죽음의 비밀을 밝히고 말겠다는, 그리하여 불멸의 존재를 창조하겠다는 야망에 넘쳐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실험을 하는 동안을 비롯해 실험이 성공한 이후에도 자신의 연구가, 그런 선택이 그릇된 것은 아닌가 여러 번 의심하고 꺼림칙해한다. 조금이라도 의심하고 꺼림칙해할 줄 아는 그 마음, 그것이 인간을 더 인간다워 보이게 하지 않는가? “내 마음이 불행으로 오염되어, 세상에 널리 도움이 되겠다는 밝은 꿈이 나 자신에 대한 우울하고 편협한 회상으로 바뀌기 전”을 빅터는 그리워하기도 한다. 자신이 창조한 괴물의 흉측한 모습을 보고서는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이따금 그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를 보았을 때, 움직이고 말하는 그 끔찍한 거구를 보았을 때 가슴이 쓰려서 공포와 증오의 감정으로 바뀌었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메리 셸리는 빅터라는 인물의 복잡한 심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기에 그의 오만함, 광기와도 같은 열정도 어느 지점에선 이해가 되기도 하고, ‘자신이 만든 괴물의 노예’로 살아가는 그에게 연민마저 든다. 게다가 그의 고통은 자기가 창조한 괴물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를 가할 때마다 더더욱 커져간다. 내가 생명을 불어넣은 존재가 누구보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목숨을 빼앗는다면, 그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창조자의 삶은 지옥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 엘리자베스는 그 엘리자베스가 아니었기에
그러나 영화 속 빅터라는 인물에게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가? 그렇지는 않다. 특히 그의 이기심, 자기의 욕망 앞에서는 윤리도, 죄의식도 도덕적 망설임도 없는 뻔뻔함에는 경멸의 감정까지 솟구치는데, 그가 ‘엘리자베스’를 대하는 태도에서 이런 감정은 절정에 달한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원작과 다른 기묘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엘리자베스’라는 캐릭터이다. 원작에도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의 여성은 등장한다. 그러니까 빅터의 사촌으로, 어린 시절부터 소꿉동무이자, 일찌감치 신붓감으로 점찍은 여성. 빅터와 엘리자베스는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자 연인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 엘리자베스를 원작과 달리 동생 윌리엄의 약혼자로 둔갑시킨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약간 삼류로맨스....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동생이 약혼녀를 소개하겠다면서 이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는 형 빅터를 찾아왔을 때부터,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함께한 식탁에서 도도한 표정으로 빅터의 생명창조설 이론에 살짝 반기를 들면서 냉소를 머금은 조롱 비슷한 미소를 지을 때부터, 관객은 모두가 다 예상하게 된다. 아, 저 둘이서 또 사랑에 빠지겠구먼, 동생의 약혼자, 약혼자의 형을 사랑하는 금기 아닌 금기의 로맨스가 펼쳐지겠구먼, 그런데 둘만 안타깝겠구먼....

실제로 영화는 그렇게 전개된다. 빅터는 동생의 약혼자, 이 당돌한 여자에게 매혹당해 그녀를 갖고 싶어 한다. 엘리자베스가 마음을 줄 듯 말 듯 하기에 더 애가 탄다. 여기서도 빅터는 동생 윌리엄에 대한 죄책감이나 죄의식 등은 없다. 그냥 탐이 나니까 빼앗고 싶을 뿐이다. 시체를 누덕누덕 기워서라도 괴물이라도 상관없으니 생명을 창조하면 그만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 엘리자베스라는 여성도 좀 신기하다. 약혼자인 윌리엄과는 생김새부터 정반대인 형 빅터에게 처음부터 끌린 것 같은데(망나니 같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오만방자형의 전형적인 나쁜 놈에게 끌리는 심리),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또 그를 경멸하듯이 내치기 때문이다(그런데 왜 또 같이 웃고 싸돌아 다니는지 원....). 사실 이 여자가 결국 빅터를 선택하지 않는 지점에는 다른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 ‘하인리히’라는 보이지 않는 손. 그러니까 이 여자는 그냥 이 남자에서 저 남자로 남자들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메리 셸리의 원작에서는 볼 수 없는 그냥 전형적인 여자 그 자체인 캐릭터이다. 

엘리자베스를 동생의 애인으로 둔갑시키고, 게다가 ‘괴물’을 마주하게 하는 존재로, 그리하여 ‘괴물’이 진심으로 마음을 열게 되는 대상으로 바꾼 것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가장 다른 지점이면서도 바로 그 점 때문에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망작으로 만든, 좋지 않은 각색이 아니었을까. 엘리자베스는 네 남자(빅터-윌리엄-하인리히-괴물) 사이에서 갈등을 촉발하는 존재이면서도 그 갈등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단지 아름다운 ‘여성’으로만 그려진다. 게다가 이 엘리자베스가 ‘괴물’을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은 무엇인가?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같이 보던 집사2에게 영화를 보다 말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지금 저 여자가 괴물한테 느끼는 감정이 호기심이야? 두려움이야? 공포야? 연민이야? 애정이야? 애정인 것 같은데 그게 사랑이야? 아니면 반려동물한테 느끼는 그런 애정이야?”(아는 분은 제보 바람). 괴물에게 “나를 데려가 달라”라고 말할 때도 타자를 이해하는 또 다른 타자의 동질감에서 비롯한 호소라고 받아들여보려고 애를 써 봐도 그 감정선이 뜬금없어서 생뚱맞아 보이기만 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처럼 또 한 번 괴물과 인간 여성 간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은데... 그 영화에 비하면 이 작품의 로맨스는 좀 공감하기 어려웠다. 



인간들은 부와 결합된 고귀하고 순수한 혈통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도 배웠어.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사람들은 존경할 거야. 하지만 둘 중 하나도 없으면,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택된 소수를 위해 자기 힘을 낭비해야 하는 부랑자나 노예로 간주되었지.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내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나를 창조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무것도 모르지. 하지만 내게 돈이나 친구, 재산이 전혀 없다는 사실 정도는 알지. 게다가 내 외모는 끔찍하게 추악하고 혐오스럽지. 심지어 내게는 사람의 본성도 없어. 나는 사람보다 더 민첩하고, 더 보잘것없는 음식을 먹고 살 수도 있어. 또 심한 더위나 추위를 견딜 수 있지. 내 키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크지. 주위를 둘러보니, 나 같은 존재는 보거나 들어 본 적이 없어.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는 괴물이란 말인가? 모든 인간이 도망치고, 모든 인간이 부인하는 지상의 오점이란 말인가.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눈이 멀어야 더 잘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타자는 타자의 슬픔을 알아보건만
그럼에도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아름답고 그래서 슬픈 장면들이 있다. 괴물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분이다. 원작을 읽을 때도 괴물의 고통은 빅터의 그것보다 더 절절하게 와닿는다. 영화는 원작의 이 장점을 잘 살린다. 괴물은 추악하고 못생긴, 게다가 태생부터가 혐오스러운 존재이기에 창조자인 빅터마저도 그 기이함에 혐오감을 느끼고 달아난다. 그러나 그런 괴물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는 영화에서나 원작에서나 늙은 노인, 그것도 눈먼 노인이다. 눈이 멀어 그는 괴물의 형체, 겉모습을 보지 못하고 그의 목소리나 행동(남을 돕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으로 괴물이 다정한 친구, 요정, 님프 같은 존재라고 인식한다. 노인 또한 여러 의미로 타자이다(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병들고 약한, 노인이라는 점에서).

영화에서 괴물에게 연민과 동질감을 기반으로 한 애정을 느끼는 존재도 ‘엘리자베스’라는 여성, 또 다른 타자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셸리의 원작에서 말하듯 ‘그들의 눈은 치명적인 편견에 가려서,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친구를 보아야 하는데 혐오스러운 괴물만’ 본다. 이해받지 못한다는 고통,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또 다른 존재가 전무한 외로움의 고통, 그런 고통스러운 삶을 끝낼 수도 없는 형벌과도 같은 삶. 이 삶을 그나마 견디고자 괴물은 자신과 닮은, ‘추악하고 못생긴 여자 괴물’을 창조해달라고 빅터에게 말한다(영화에서는 ‘동반자’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러나 원작에서도 영화에서도 괴물의 이 간절한 소망, 자기처럼 결함이 있는 존재, 같은 종족이라서 편견 없이 자기를 온전히 받아들여줄 또 다른 타자, 그리하여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잊게 해줄 존재의 탄생은 이뤄지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영원한 타자인 괴물은 스스로 죽지도 못한 채 이른바 정상성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를(사라지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메리 셸리는 그 자신이 타자였기에 타자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고통, 그 영원한 형벌과도 같은 삶의 모순을 괴물이라는 타자를 창조함으로써 폭로했다. 그런데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그 타자의 고통에 얼마나 다가갔을까? 권위적이고 폭압적인 아버지를 죽이고(넘어서고) 싶었던 빅터와 또 그런 빅터를 죽여야만 하는 괴물의 이야기, 타자의 소외와 슬픔을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로 만들어버린 <프랑켄슈타인>은 나에게는 실패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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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5-11-17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를 보며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괴물한테 그대로 주는 걸 보며 (공부 못 한다고 때리는) 원작도 이런건가 싶었어요 근데 완전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읽고 있어요😆 저도 괴물을 처음 보고 오묘하게 반하는? 연민을 느끼는? 사랑에 빠지는? 엘리자베스가 이해가 안 갔어요. ˝갑자기???˝이런 느낌만 들었어요

잠자냥 2025-11-18 09:38   좋아요 1 | URL
영화만 본 분들은 아마도, 원작을 참 단순하게(?) 생각할 것 같기는 해요. 대부분의 프랑켄슈타인 영화가 좀 괴물의 괴물다움에만 초점을 맞춰서 공포 영화로만 소비되는 거 보면 저세상에서 메리 셸리가 안타까워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 엘리자베스 정말 갑분사... 갑자기 분위기 사랑에 빠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그 지하에 감금된 괴물하고 첫 만남에서요.... 전 약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윌리엄-빅터 형제에 비해 괴물이 겉으로는 남성성이 두드러지잖아요? 그래서 저기에 급반한 건가? 싶었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11-17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를 그런 식으로 그려냈다고 하니 좀 실망이네요. 저는 책만 읽었는데... 아주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괴물의 말과 행동에 사로잡혀서 엘리자베스는 잘 기억도 안 나고 그렇습니다.
메리 셸리가 워낙 천재이고 그 작품의 무게가 무겁기도 했겠지만, 결국 감독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그린 것 같아요. 영화를 패쑤하게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드네요.

잠자냥 2025-11-18 09:46   좋아요 0 | URL
원작에서는 엘리자베스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아니긴 하죠. 빅터가 사랑하는 사람이자 나중에 그 사랑 때문에 크게 고통을 겪게 하는 존재이니까요. 근데 영화에서는 엘리자베스와 사촌이고 어릴 때부터 약혼한 사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인물로만 표현하기엔 심심하다 싶었던가 봅니다. 게다가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어 했던 부친살해-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더 극적으로 보여주려면 엄마를 닮은-엄마와 동일인물이 엘리자베스 역할도 했다고 해요-엘리자베스가 빅터의 여자로 나와야만 괴물의 빅터 살해 욕망 또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설명이 되니까요... 아무튼 원작의 괴물이나 영화의 괴물은 저마다의 이유로 아름답긴 합니다.

서기장 2025-11-18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던 행인입니다. 서재 글이 따로 올라와서 차분하게 읽어봤는데 비평문 형식의 글을 잘 감상했습니다. 마침『프랑켄슈타인』 원작과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의 평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구나 짐작했어요. 어쩌면 서재님의 말대로, 원작을 따라가는 작품은 없나 봅니다. 메리 셸리는 워낙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구요. 두서 없지만, 잘 감상하고 갑니다. 이 불운한 프랑켄슈타인에게도 행운을 빌어줘야겠네요.

잠자냥 2025-11-18 09:55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은 원작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사랑을 많이 받는 작품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호불호도 있겠지만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대체로 극찬받고 있으니까요. 감상은 늘 주관적인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원작을 워낙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영화에서 느낀 아쉬운 점을 좀 끼적여봤습니다. 델 토로의 다른 작품인 <나이트메어 앨리>는 제가 영화부터 보고 영화가 매혹적이어서 원작까지 찾아 읽었던 작품인데, 이건 또 반대로 영화가 더 좋다고 느꼈어요. 결국 뭘 먼저 접하느냐의 차이일까요? ㅎㅎㅎ

종이 2025-11-18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잠자냥 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두 작품을 보았습니다.
원작이 가진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고전의 힘이겠죠. 델 토로 감독은 아마 이 소설에서 부자 관계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확인하고 영화도 그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나봐요. 어릴 때부터 이 소설을 읽고 좋아했으며 영화화 된 작품들에 불만스러워 했고 본인이 꼭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고 저도 내용상으로는 의아함이 좀 있었습니다. 다들 느끼시는 것 같던데 엘리자베트가 좀 그랬죠. 이전에 곤충에게 보인 관심이 예사롭지 않고 대화에서 세상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있음을 보여주지만 전체 시간의 압박 때문인지 피조물에게 너무 빨리 밀착감을 느낀다는 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배에서 두 인물의 마무리 장면이 역시 쉽게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고요.
하지만 피조물 캐릭터는 아주 좋았습니다. 전쟁터의 잔해로 만들어진 피조물이 영원한 추방과 고통 속에 남겨진다는 점, 그것이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아버지와 원작에 없던 인물인 무기상의 지원으로 가능해 진다는 점 등, 현대적인 재해석의 가능성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원작과 달리 피조물이 못 볼 정도로 끔찍하지는 않은 외모를 가졌고 불필요한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 점에서 감독의 의도가 잘 이해 되었습니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못 봤는데 찾아 보고 싶네요.

잠자냥 2025-11-18 15:17   좋아요 0 | URL
네, 원작이든 델 토로의 영화든 두 작품 모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텍스트이므로 좋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엘리자베스는 초반엔 곤충학자처럼 나오기에 저 여자도 과학자로서 빅터에게 뭔가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역할을 하는 것일까? 기대를 했는데 곤충과 관련한 이야기도 그냥 흐리멍덩해지고 말씀하신 것처럼 피조물에게 느끼는 감정이 너무 급작스러워서(시간의 압박! ㅋㅋㅋㅋ)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에 빅터와 피조물의 급화해 마무리씬도 마찬가지고요. <스타워즈>의 “아임유어파더”가 갑자기 떠올라서 혼자 빵 터지기도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피조물은 눈이 참 예쁘더라고요? 저는 영화 보면서 저 배우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실물은 잘생긴 사람을 썼나 보다 했습니다. (나뭇잎이 떠내려가는 걸 지켜보는 장면 등) 여러 의미로 아름다운 캐릭터이긴 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원작의 배경보다 좀 더 현대로 시대 배경을 선택하고 하인리히가 무기상이었다는 점이나, 전쟁터의 시체를 끌어다가 피조물을 만든다는 점도 색다른 시도이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그런 설정조차도 남자(델 토로) 창작자의 머릿속에는 ‘아버지와 전쟁’이 차지하는 비중이 참 크구나 싶었지만요. ㅋㅋㅋ

델 토로의 <나이트메어 앨리> 꼭 보세요. 저는 <프랑켄슈타인>보다는 이쪽이 더 좋았습니다. 기이한 존재들도 더 많이 나오고요. ㅎㅎㅎ

독서괭 2025-11-19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엘리자베스를 동생 약혼녀로 ㅠㅠ 가정사정은 또 왜그렇게 바꿨을까요. 엘리자베스 캐릭터가 젤 별로네요. 그래도 잠자냥님 리뷰는 재밌다!

(그런데 왜 또 같이 웃고 싸돌아 다니는지 원….) => 빵 터짐 ㅋㅋㅋㅋ

프랑켄슈타인은 정말 매력적인 작품 같아요. 그 시대에 여성 작가가 어린 나이에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게 놀라워요. 진짜 천재인 듯..

잠자냥 2025-11-20 10:28   좋아요 1 | URL
사실 원작에선 동생들이 빅터에 비해 참 어린데 말이죠.... ㅋㅋㅋㅋㅋㅋ
나중에 프랑켄슈타인은 음...여자 감독 그러니까 <서브스턴스> 만든 코랄리 파르자 감독 같은 사람이 다시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색다르고 재미나게 만들 거 같은데...

다락방 2025-12-0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델 토로 감독이 프랑켄슈타인을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다른 분의 글에서도 영화는 실망이었다는 감상을 본 것 같았는데 잠자냥 님도 그러셨군요., 안그래도 제가 ‘잠자냥 님은 영화 본다고 책 읽으셨는데 그래서 보셨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 보시고 감상도 있었네요. 하- 이 글을 놓치다니.. 제가 잠자냥 님 글을 혹시라도 놓칠까봐 가끔 브리핑 안떠도 닉네임 누르고 들어와서 보거든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내가, 감히, 놓칠 수가 있죠?

저는 사실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를 참 좋아했어요. 마지막 결말이 너무.. 저에게는 충격이었거든요. 저같은 현실주의자에게는 ‘뭐야, 죽음이잖아!‘ 싶었지만, 그런데 그렇게 죽어서 마주한 세계는 엄마 아빠와 함께 왕비, 왕, 공주.. 이러니까. 뭘 어쩌란거지? 하고 대충격 받고 그 다음 작품들도 찾아보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도 잔뜩 기대를 했는데... 안보고 싶네요. 영화를 안봐서 하는 얘기지만, 어쩐지 슈테판 츠바이크의 [연민] 생각도 납니다. 서투른 연민은 더 큰 고통을 가져오는 법인데, 엘리자베스가 괴물에게 가진 것은 서투른 연민은 아니었을 것인가, 라는 의심이 들면서.. 하여간 그렇습니다.

잠자냥 2025-12-02 14: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이 페이퍼는 말이죠. 다락방 님이 1등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던 그때 쓴 거라서 다락방 님 정신이 온통 1등에 가 있어서 놓친 겁니다!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사람이 너무 1등 같은 거에만 연연하면 큰 걸 놓친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델 토로 <프랑켄슈타인>은 실망했다는 평도 많지만 호평도 많아요. 이것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좀 많이 달라지는 그런 작품이 아닌가 싶고요. 원작을 충실하게 읽은 사람들은 원작하고 비교하면 실망할 거 같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또 영화만의 매력을 잘 찾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나중에 한국에 와서 넷플 계정 공유할 수 있는 사람꺼 빌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번 보세요. 이거 때문에 넷플 다시 구독하진 마시고요. 델 토로의 명작은 아무래도 <판의 미로>죠. 이 작품은 거기에 비하면 좀...;; ㅎㅎ

엘리자베스가 괴물한테 느낀 감정은 연민만은 아닌 거 같거든요. 좀 갑자기 사랑?? 이런 느낌도 들기도 하고. (저 위에 댓글 다신 분도 있지만) 영화 속 괴물은 그다지 흉측하지 않은 외모이거든요. 눈은 특히 예쁩니다. 몸매도 좋구요(엥?) ㅋㅋㅋㅋㅋㅋㅋ(영화 속 엘리자베스를 사랑하는 두 남자에 비하면 신체조건은 월등한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괴물한테 반했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니까요.) 그러니까 정답은 다락방 님이 나중에 보시고 저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페이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이 다시 재미있는 시기가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서재에 들어가 사두고 안 읽었던 책들을 훑어보다가 꽂히면 읽기 시작하고 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도 그렇게 꺼내 들었다. 이걸 몇 해 전에 사두었더라? 문학동네에서 신간 나온 걸 샀으니 꽤 지난 셈이다(2018년). 당시에도 영화로 하도 유명한 작품이라 안 읽었지만 읽은 것 같은 책인데, 읽을까 말까 좀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읽기를 마친 지금, 그냥 읽은 듯한 책으로 남겨둘 걸 하는 후회도 조금 밀려오지만, 실체(?)를 알고 나니 좀 후련한 기분도 든다. 안 그랬으면 영화 포스터에 속아 유리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이 천년의 사랑인 줄 알고 죽었을 거 아냐? 그런 대(大) 오해가!

문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 문학이나 닥치는 대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내가 좀 싫어하는 종류의 문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작가 본인의 삶을 투영했는데 작가 스스로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거나 변명하는 느낌이 강한 작품(차라리 부코스키처럼 자기를 개차반으로 그리는 게 낫다), 둘째, 작가가 작품에 툭툭 개입해서 설교조(교장선생님 훈화말씀!)로 이야기하는 작품(내 기준엔 톨스토이와 루쉰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 작가의 판타지가 투영된 것이 분명한 작품(마찬가지로 내 기준엔 하루키가 여기에 속한다.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어떤 의미로든 소년에서 자라지 않은 초식남에게 여자들이 육탄공세하면서 달려든다..... 하루키의 판타지 겸 한풀이로 읽힌다). 나는 이런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는 1과 3 모두에 해당한다. 그래서 <닥터 지바고>를 좋게 볼 수 없었다. 1, 2권으로 분권된 문학동네 버전 <닥터 지바고>를 1권까지 읽었을 때는 별 다섯을 주었다. 괜찮았다. 일단 뜻밖으로 문장이나 배경 묘사 등이 아름다웠다. 서정미의 극치. 게다가 그 유명한 천년의 사랑, 세기의 사랑 유리와 라라의 관계가 영화 속 포스터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예상 밖이었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그러니까 둘 다 처음부터 서로에게 반해 사랑에 빠져서 이런저런 역사적 격동기를 겪으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서로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그런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단 둘 다 각각 아내와 남편이 있다(오, 놀라워라!). 유리는 유리대로 어린 시절 입양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집에서 함께 자란 여자 친구에게 사춘기를 지나면서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그러니까 ‘토냐’와 당연하다는 듯이 결혼한다. 유리도, 토냐도 서로를 사랑하는 것은 틀림없다. 결혼생활도 행복하게 흘러간다. 

라라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 아름다운 라라, 숨 막힐 듯한 미모를 자랑하는 라라를 숭배한 ‘파샤’와 당연하다는 듯이 결혼한다. 라라와 파샤 또한 서로 엄청나게 사랑한다. 이 뜻밖의 전개에 일단 놀란 나. 그런데 내가 1권에서 매혹된 점은 ‘라라’의 성격이다. 라라는 앞서 말했듯 팜파탈적 미모를 지니고 있다(생각해보니 이 여자로 인해 파멸의 길을 걷는 남자가 몇이냐....). 헌데 일찌감치 아버지를 잃고 혼자 라라와 라라의 남동생을 부양하며 살아야하는 어머니가 독립적이지 못하다. 남자한테 의존적인 성격인 데다가 남자에 기대어 사는 게 아주 익숙하다. 그런 때 이 엄마를 돕는답시고 옆에 붙어 있는 인간이 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닥터 지바고>의 유일한 악인이라고 하는데, 그가 ‘악인인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이 든다. 그저 자기 욕망에 충실한 인간일 뿐) 변호사 ‘코마롭스키’이다. 아버지가 부재한 집, 아버지 역할을 한답시고 엄마 옆에 붙어 있는 돈 많고, 권력 있고, 힘 있고 뻔뻔한 이 중년의 남자. 그 집에는 엄마만 있는 게 아니라 어여쁘디 어여쁜, 이제 미모가 한창 피어오르기 시작한 십 대의 딸이 있다. 결국 라라와 코마롭스키 사이에는 독자 모두가 예상하는 바로 그 일이 일어난다. 코마롭스키는 라라의 엄마로도 모자라 라라를 자기의 여자로 삼는다. 

그런데 여기엔 좀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라라의 마음이다. 나는 코마롭스키가 라라를 ‘강간’했다거나 ‘능욕’했다거나 등등의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이건 너무 라라에겐 수동적인 표현이다. 라라는 일찌감치 코마롭스키가 자신을 부적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안다. 불쾌해한다.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는 한편으로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자기가 코마롭스키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영악한 소녀였다고나 할까? 그래서 라라는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면, 무능력한 엄마 밑에서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면 내가 자발적으로 나의 힘을 이용하자, 싶어진다. 그래서 코마롭스키의 연인이 되어 그에게 몸을 허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마음대로 주물럭거린다. 원하는 것을 갖는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자신이 이토록 어린 나이에 타락했다고 생각하면서, 후회하고 번뇌하고 이 삶을 청산해야 한다고 거듭 마음먹는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자 코마롭스키를 벗어나고 싶지만 이 막강한 남자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기적적으로 자력으로, 그를 떠나는 데 성공한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서 십대 시절 라라의 성격이, 그녀에 관한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권력을 가진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게 아니라 (비록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했지만) 능동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그를 쥐락펴락했다는 점. 그리고 거기에서 도덕적 윤리적으로 번뇌한다는 점….

‘파샤’와의 결혼도 ‘유리’와의 만남도 모두 이 코마롭스키 이후에 이뤄진다. 그런데 문제는 파샤는 어린 시절부터 라라를 숭배하다시피 했고, 라라 또한 이 사실을 안다는 것. 유리와 라라는 어린 시절에 직접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우연히(이놈의 우연! 이 작품에는 우연이 남발한다. 그 넓은 러시아 땅에서 늘 우연히 만나는 인물들.....) 유리가 라라의 어떤 모습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하필이면 코마롭스키로부터 벗어나려고 기를 쓰던 중 라라가 그에게 총을 쏘는 장면(!)을 본 것이다. 이토록 강렬한 만남, 아니 그 무엇보다 저토록 강렬한 미모의 소유자...... 유리는 이때 어린 라라와 코마롭스키가 그렇고 그런, 부적절한 사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총을 쏜 저 아름다운 소녀의 인생이 기구해지겠거니 안타까이 생각하면서도 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러나 그녀에 대한 기억은 오랫동안 유리의 머릿속에서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

유리는 유리대로, 라라는 라라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시련은 라라에게 먼저 닥친다. 그러니까 저 순진무구한 파샤가 자기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해 방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라라는 결혼 전 코마롭스키와의 관계를 파샤에게 모두 털어놓는다. 이상적인 성격의 파샤는 그런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닌 듯 쿨하게 받아들이고 결혼 생활을 시작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어디 그러한가. 아내의 과거는 언뜻언뜻 파샤에게 떠올라 그를 괴롭힌다. 그들의 생활은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파샤는 갑자기 전쟁터로 떠나버린다. 그렇게 홀로 남은 라라는 이러구러 어찌어찌 유리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친밀해지고 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자꾸 라라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지만 부정한다. 도리어 아내인 토냐가 남편이 라라라는 여자에게 끌리고 있다는 걸 유리 본인보다 먼저 알아차린다. 그렇게 시작되는 불륜이 두 사람.... 세기의 사랑의 전말은 이러하다. 

그래, 불륜도 세기의 사랑이 될 수는 있지. 왜 아니겠는가. 그런데 잠깐만 이거 좀 이상하다. 작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실제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여자는 모두 셋이다. 파스테르나크는 당시로서는 조금 늦은 나이였을지 모를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첫 번째 결혼을 한다(‘예브게니 루리에’). 이 결혼에서 아들을 하나 둔다. 그런데 그 이후 마흔 즈음에 ‘지나이다’라는 여자에게 반해 무작정 집을 나와 이 여자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이때 첫 번째 부인과 아들은 해외로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 이 ‘지나이다’가 ‘라라’의 모델인가 싶어지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지나이다와 두 번째 결혼을 한 후로 그럭저럭 사는 것 같더니, 파스테르나크가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서른넷의 ‘올가 이빈스카야’를 만난 것이다.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로 만났던 두 사람은 파스테르나크가 죽기 전까지 그 관계를 이어나갔다고 하는데 두 사람의 관계를 두 번째 아내인 지나이다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파스테르나크는 지나이다를 떠나기 거부한 채 계속 이 관계를 유지했다고. 대환장파티가 아닐 수 없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자. 작품 속 유리는 토냐와 결혼한 상태로 라라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 모두 유부남/유부녀이다(실제로 라라의 모델이 된 ‘올가’는 남편을 잃고 혼자 자식을 키우고 살던 싱글맘이었다). 유리는 토냐를 사랑한다. 절대 그녀를 떠날 수 없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 토냐는 파스테르나크의 두 번째 부인인 지나이다를 본뜬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닥터 지바고>에서 참 신기한 점이 하나 있다. 토나도 라라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질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토냐가 임신해서 애를 낳을 때 라라가 출산을 돕............ 그런 데다가 토냐는 토냐대로, 라라는 라라대로 유리 지바고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간 중의 하나이며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자기에게 그토록 상처를 줘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구구절절 말한다(제발, 그만!). 파스테르나크 자체도 자기 분신인 유리를 그렇게 그린다. 이것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의사인 유리는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쓸모가 있어서 파르티잔(빨치산)에게 붙잡혀가 몇 년 동안 탈출도 못하고 생고생을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탈출에 성공해 라라와 감격에 겨운 재회를 한다. 두 사람은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둘만의 낙원(은 아니다 라라와 파샤 사이에 난 딸 카챠가 함께 한다)에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낸다. 그런데 유리는 그러는 한편으로는 토냐의 소식이 궁금하다. 토냐가 모스크바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가족들과의 재회를 꿈꾸기도 한다. 그럴 수 있다. 인간이란 모순적인 존재이니까, 그런데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은, 그토록 사랑한다는 라라를 결국 코마롭스키! 이놈과 함께 떠나도록 방관한다는 점이다. 아아아아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로는 결국 그것이 라라를 위하는 가장 최선의 길이라는데, 진짜 그래? 난 이 사랑 도무지 이해 못하겠네. 게다가 이 천년의 사랑, 라라를 코마롭스키와 떠나도록 종용하고는, 유리는 세 번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야’- ........ 말잇못. 

파스테르나크도, 작품 속 유리도 인간 개인의 감정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혁명도,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사업도 사랑과 같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부정하면 아무 의미 없노라 설파한다. 그것을 유리 그 자신의 삶으로 몸소 보여준다. 시를 쓰며 이 시대가 애달프기만 한 부르주아지여! 그런데 의아하다. 그토록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마음을 으뜸으로 쳤던 작가나 작가의 분신(‘유리’)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어쩌면 그렇게 게으르기 짝이 없었을까? 


토냐와 라라는 서로 질투하지 않는다. 유리를 미워하지조차 않는다. 라라의 남편 파샤도 아내의 과거가 괴로울 뿐 나중에 유리와 라라의 관계를 알고 나서도 질투하지 않는다. 고통받지 않는다. 아내가 자신을 그토록 사랑했다는 걸 알고 나름 기꺼워할 뿐. 유리 또한 라라가 자신의 남편 ‘파샤’만큼 숭고한 남자는 없다고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할 때 질투하지 않는다. 고통받지 않는다. 자기는 자기보다 훌륭한 존재는 질투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코마롭스키 같은 저열한 인간한테 질투를 느낄 뿐이라고.....(말해놓고 그에게 라라를 보내는 유리 지바고여....) 파스테르나크는 공산주의 혁명을 비판하면서도 아내 공유, 자식 공유 등 처자 공유를 내세웠던 플라톤의 공산주의는 따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기의 삶이 그러했으므로 정당화하거나 또는 면죄부를 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름다움도 의미가 있을 때 아름답다. 파스테르나크의 이 징그러운 마스터베이션에 1권에서 느낀 아름다움마저 공허하게 느껴진다. 태생이 부르주아였던 파스테르나크라면 아마도 몹시 싫어했을 작품임에 틀림없을 오스트롭스키의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의 그 투박함이, 촌스러움이 오히려 아름답게 여겨질 정도이다. 이 작품은 그래도 뜨겁기라도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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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1-04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이 싫어하는 문학이 저랑 정말 너무나 똑같네요. 저는 작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도 싫고 작가가 자기(혹은 주인공) 변명을 대신해주는 것도 싫고, 책에서 괴상한(?)자기 로망 실현하는 것도 싫습니다. 그러니까 용을 그려내는 판타지 실현은 상상의 세계라고 할 수있지만, 말도 안되는 인간에 대한 설정은 역겹지요. 저는 잠자냥 님이 하루키를 예로 드신 그 ‘판타지 투영‘ 에 하루키는 생각나지 않고, 박범신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은교] 말이지요. 그 작품은 십대소녀를 성적으로 보는 할아버지가 그런데 남성적 매력을 가득 가진 것으로 나왔잖아요. 도덕도 없고 판타지만 있는 똥같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소설을 싫어합니다.

그나저나 저는 닥터 지바고 안읽고 영화도 안봤는데 하하하하 유부남 유부녀의 사랑인줄은 몰랐네요? 하하하하. 엄청난 세기의 사랑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 페이퍼 읽고 이게 뭐야 싶습니다. 그런데도 어쩐지 읽어보고 싶은 마음... 읽고 들입다 까고 싶은 마음이네요. 아니 그런데 이런 작품을 왜그렇게 영화로 만들고 또 이렇게 고전으로 남은걸까요? 미스테리..

잠자냥 2025-11-05 09:54   좋아요 1 | URL
<은교>는 제가 안 읽었지만 왠지 그럴 거 같고요. ㅋㅋㅋㅋ
굳이 유부남/녀 사랑으로 그린 건 파스테르나크 자전적 이야기도 좀 들어가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사랑엔 장애가 좀 있아야 안타깝고 절절하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그런 설정을 한 것도 같고 등장인물이 많아야 이야깃거리가 많으니까 굳이 그렇게 한 거 같기도 해요. 이 작품 뜬금 등장인물도 많거든요.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구성상 구멍도 숭숭… ㅋㅋㅋㅋ 영화 만드는 사람들도 이 애절한 사랑에 세 번째 부인까지 넣긴 뭐했는지 그녀의 존재는 삭제한 모양입니다. 영화 보신 분이 세 번째 여자이야기엔 경악한 걸 보면요….🤣.

꼬마요정 2025-11-05 20:05   좋아요 0 | URL
아악 은교!!! 저도 싫어요. 저는 심지어 극장에서 영화 봤어요ㅠㅠㅠㅠ 암것도 모르고 그냥 갔다가 식겁….

잠자냥 2025-11-06 11:57   좋아요 1 | URL
(저는 그 영화를 안 봤지만...) 왠지 더러웠을 거 같아요. 🤣

건수하 2025-11-05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소설이 왜 유명한 거죠...? 남성들이 공감하고 소망을 투영한 건가요...?;;;

잠재적 시간 낭비를 막아주신 잠자냥님 감사합니다 ㅎㅎ

건수하 2025-11-05 16:06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냉전 시대 상황이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것도 있다고... 그 부분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

잠자냥 2025-11-05 16:14   좋아요 0 | URL
문학이 다양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를 주니까 문학 아니겠습니까~
저와 달리 이 작품을 좋게 본 사람들도 많겠지요....(근데 왠지 영화 때문에 더 유명해진 것 같기도??)

말씀하신 것처럼 냉전 시대... 서방의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아주 좋아할 만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꼬마요정 2025-11-05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권 읽으시고 좋아하셔서 차마 말 못했는데… 왜 유리가 그렇게 매력적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 근데 저 어릴 때 읽었을 땐 유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라라와는 운명적이고 코마롭스키는 나쁜 놈이고 파샤와는 우정일 뿐이라고… 로맨스가 좋을 땐 그렇게 보였나봐요 ㅎㅎㅎ 근데 진짜 여자들 관계도 참 신기하고 그 시절 혹독한 러시아 무시무시하구요ㅜㅜ 하지만 그 장면은 계속 기억에 남아요. 유리랑 라라랑 오두막에서 닿기만 해도 불타오르던… 너무 추운데 그 장면만 좀 따뜻한 느낌이라 그럴까나요.

잠자냥 2025-11-05 20:56   좋아요 1 | URL
네🤣🤣🤣🤣

케이 2025-11-06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상상하는 여자의 한계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내가 늙었어도 이 정도면 젊은 여자랑 사랑할 수 있잖아 그치??? 라고 주장하고 강요하는듯한 ㅋㅋㅋㅋ 하루키는 그래도 최소한의 마지노선인지 늙은 남자 좋아하는 역할로 20대 여자는 잘 안나오더라고요. ㅋㅋㅋ 그렇다고 40대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요.
여자 입장에서 볼 때 그런 얘기가 얼마나 소구력이 떨어지는지 그들은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르겠지요.
아이작 아시모프였는지 누구였는지 어떤 SF 작가가 여자 등장인물을 너무 입체적으로 잘 쓰기로 유명해서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여자에 대해 잘 아냐. 물어봤더니 작가가 나 사실은 여자에 대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여자도 그냥 남자라고 생각하고 남자 등장인물 쓸 때랑 똑같이 쓴다고 했다는 일화가 생각나요 ㅋㅋㅋㅋ(확실친 않습니다 저도 스치다 본 거라)
나이든 남자 작가 분들이 난 비록 젊고 예쁜 여자가 좋지만 여자는 늙었어도 매력있는 남자를 사랑해 줄거야. 여자는 남자랑 다를거야!! 라는 생각을 제발 멈춰 줬으면 좋겠어요. 여자도 남자랑 똑같이 젊고 예쁜 남자가 좋답니다!!!!

잠자냥 2025-11-06 16:58   좋아요 1 | URL
최소한의 마지노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키는 그래도 양심이 있는 건가요!
아 그리고 이 책 원작에서는 유리 잘 생긴 얼굴이라고 나오지 않는데, 영화에서 반칙입니다. 영화가 너무 원작을 미화한 것으로... 결론! ㅋㅋㅋㅋㅋㅋㅋㅋ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는 사랑에 관한 책이다. 한때 한 사람을 사로잡아 그의 온 존재를 불사르게 했으나 사랑이 늘 그렇듯이 마침내는 잃어버리고 산산이 부서지게 되는 그런 사랑의 기록. 사랑의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으며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고, 지식일 수도 있으며 조직이거나 공동체 또는 그 모두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으리라. 어떻게 공산주의와 로맨스를 나란히 놓을 수 있느냐고. 그러나 무언가에 열렬하게 빠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로맨스, 그러니까 사랑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 공산당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을 것이 틀림없는 마르크스는 일찍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상대를 사랑하더라도 상대의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즉 그대의 사랑이 사랑으로서 상대의 사랑을 산출하지 못한다면, 사랑에 빠진 사람의 삶의 발현을 통해 그대를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그대의 사랑은 무력하며 하나의 불행이다.”(마르크스, <경제학, 철학 수고>, p.202) 그런 의미에서 마르크스는 지금도 열렬히 누군가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존재라는 점에서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미국이라는 자본주의의 화신과도 같은 나라에서 수천, 수만 명의 공산주의자들을 탄생시켰고 그들의 뜨거운 열정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저세상에서나마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그토록 열정을 바친 자들의 삶은 현재 어떠할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으나 그 사랑이 결국 깨져버린 후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 비비언 고닉은 그들의 사랑이 끝난 이후의 삶을 추적한다. 헌데 왜 하필이면 미국 내 공산주의자들일까? 사실 고닉 그 자신이, 그런 환경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뉴욕 브롱크스의 좌파 노동계급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 틈바구니에서 살아온 고닉에게 공산주의는 페미니즘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그가 이제는 흩어져 한때 자신을 사로잡았던 그 열정의 대상을 애써 잊거나 감추거나 또는 증오하거니 마워하거나 그 나날들을 후회하면서 단지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만을 지닌 채 살아가기에 바쁜 그 시절 공산주의자들을 찾아가는 여정은 자신의 과거이자 지난날 사랑을 추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책 초반, 고닉이 풀어놓는 이야기 속 그들은 전형적인 사랑에 빠진 자들이다. 이제는 노회한 그들이 젊은 시절 공산당원이 되기까지 거기에 매료당한 경험을 털어놓는 모습은 처음 사랑에 빠진 기억을 떠올리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사람들 같다. 전율, 그토록 강렬하게 다가와 번개처럼 타오르고 가슴 가득 의미로 꽉 찬 느낌. 생활이 삶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듯한 느낌. 생의 충만함이, 인생의 의미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나의 삶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의 삶조차 바꿀 수 있을 듯한 의욕이 샘솟는 그런 기분…. 누군가는 그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마르크스를 처음 읽었을 때,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그 기분, 인간의 지성을 향해 샘솟는 그 사랑 말이오.... 맙소사 난 처음으로 마르크스를 발견하고 동시에 나한테 정신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그 시절처럼 그렇게 자유로워 본 적이 없었소.”(p.129)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도 말한다. "인생은 똥이야, 사람들도 똥이고. 그치만. 가끔 인생은 위대해. 그리고 사람도 위대하지. 그리고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거기서 뒷걸음질쳐 나오기가 힘들어. 다른 무슨 일이 일어나도 말이야. 그러니까, 나한테 공산당이 그랬던 거지. 물론 공산당엔 똥이 많았지. 똥 같은 인간들도 많았고. 하지만 내가 인생이 위대하다고, 사람들이 위대하다고 느껴본 유일한 시절은 공산당 안에 있을 때였어. 오만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그 삶에는 의미가 있었지. 그 삶은 자기 힘으로 만회했어. 만회하고 또 만회했지. 거기에는 진짜 의미가 있었거든. 그리고 내가 그 일원인 동안에는 나한테도 진짜 의미가 있었던 거요."(p.103) 

그렇다. 인생은 똥이다. 사람도 똥이다. 대다수가 똥이다. 나 또한 그 똥무더기를 이루는 똥일 뿐이다. 그렇지만 때때로 사람은 위대하다. 그런 사람이나 상황을 맞닥뜨릴 때 인생은 가끔 의미 있다. 나도 똥을 조금은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차피 똥일 바엔 거름처럼 의미 있는 똥이 되자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전환의 순간, 스위치가 확 켜지는 순간, 이때가 바로 열정에 불꽃이 당겨지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열정의 대상은 앞서 말했듯이 마르크스가 쓴 책일 수도 있고, 마르크스라는 사람일 수도 있고, 마르크스주의를 따르는 무리들일 수도 있다. 대상은 달라도 불꽃이 일어난 것은 똑같다.

이렇게 사로잡힌 영혼은 열정을 불러일으킨 대상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마르크스 또는 그가 제시한 유토피아의 환상에 사로잡힌 이들은 그 사랑에 붙들린다. 사랑은 그들을 고양시키지만 때로는 일그러뜨리기도 한다. ‘그들 한 명 한 명은 내면의 발광을 경험한다. 영혼을 찢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빛. 그 발광을 알아차리는 것, 내면에서 불이 켜지는 것, 그러다가 그 빛을 잃어버리는 것, 그 빛과 열기를 잃고 내동댕이쳐지는 것, 그 뒤 빛 없이 캄캄한 일상의 평범한 회색을 맛보는 것, 그것은 어쩌면 깊은 사랑에 빠졌다가 그 사랑을 잃고 어딘가가 부서져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황홀감과 공포를 알아차리는 것이다.’(p.43)

사랑이, 열정이 그 미몽迷夢 안에서 끝없이 유지된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탈진하거나 쓰러지거나…. 그래서 그런 것일까, 그들은 어느 순간 불꽃을 놓아버린다. 불꽃에서 멀어진다. ‘공산주의라는 정치적 열정의 자장 안에서 자기의 영혼을 반사하는 그 거칠고 눈부신 광선 안에서 살며 처음에는 그 닫힌 시스템의 언어에서 자양분을 얻지만 그 때문에 곧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 협소한 강렬함으로 다져지지만 바로 그 강렬함 때문에 형태가 틀어지고, 찬란한 영향력의 시기,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 자신의 깊고 가장 특수한 부분에 말을 걸어온 역사의 한 순간에 내려진 결정의 힘에 의해 자존감을 얻기도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절뚝거리기도 하면서’(p.254) 대개의 사람들은 미몽의 시간을 벗어난다. 

콩깍지- 열정이 스스로를 기만하는 비극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공산당이 선물처럼 안겨주었던 자아에 대한 감각은 소련의 부패를 공산당원들이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소련의 전체주의적 성향까지 외면하게 만든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실체를 마주하기를 회피하면서 또는 직시하기를 거부하면서 스스로를 계속 기만한다. 그러는 사이에 매카시즘 광풍이 불어 닥친다. 수많은 공산당원들이 투옥되고, 어떤 이들은 행방불명을 자처하거나 지하로 침잠한다. 흔들리던 관계에는 종말 또는 파국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흐루쇼프가 스탈린 통치의 참상을 폭로하는 내부 스캔들이 터지면서 미국 공산당뿐 아니라 전 세계 좌파 조직은 속절없이 허물어져간다. 환멸. 열정의 대상으로부터 얻은 이 깊은 환멸과 실망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공산주의가 지닌 태생적 한계나 모순보다도, 흐루쇼프의 폭로로 터져버린 스탈린 치하의 참상보다도 당원 개개인을 더욱 속절없이 무너뜨린 것은 자기를 사로잡았던 바로 그것, 자기가 매혹되었던 바로 그 지점에 대한 환멸이 아니었을까. 유토피아를 꿈꾸게 했던 강력한 이데올로기는 어느 순간 도그마가 되어 그를 옭아맨다. 자본주의가 인간성을 말살시킨다는 이유로 투쟁하던 그들이 당의 강령과 어긋난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자들을 감시하고 기록해 고발한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며 저마다 살길을 찾아 누군가를 고발하고 숙청하면서 인간성을 저버린다. 이것이 유토피아인가? 더욱이 음악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등 예술가로서의 삶을 꾸려나가던 이들은 바로 그 강력한 도그마 때문에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잃어버린다. 이것을 과연 견딜 수 있을까? 사랑했던 존재가 바로 자기를 유혹했던, 매료시킨 속성으로 자신을 옭아맨다면 그 사랑을 벗어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

그러나 사랑은 끝나고 잃어버리고 부서질지라도 기억은 남는다. 한때... 나는 공산당원이었노라고 모두 과거시제로 그 사랑을 회한에 찬 심정으로 이야기하더라도 그때의 정체성은 ‘방향을 찾는 탐험가에게 북극을 가리키는 나침반의 바늘이 그렇듯 존재의 지도에서 안정된 기준점’이 된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또는 무엇인지 같은, 좋든 싫든, 사랑하든 증오하든, 그 기억을 이상화하든 욕하든 공산당원인 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들 각각이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여전히 기대는 경험”(p.340)으로 자리 잡는다. 

고닉은 말한다. “인간의 정신에는 시공을 초월한 허기가 숱하게 존재하고, 그 각각의 허기는 자기현시적인 생명을 얻는 순간 열정으로 타오를 역량을 품고 있다. 이런 허기 중 하나는 의문의 여지없이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다. 거기서 동기로 작용하는 힘은 무의미한 삶에 대한 끔찍한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허기는 육신이 아닌 정신의 욕구에, 인간에 대한 가장 심오한 정의와 관련된 욕구에 말을 건다. 그리고 인간의 다른 욕구가 그렇듯 이런 태곳적 허기를 의식의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사람, 이념, 사건과 조우하지 못한 채 일생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번 마주치고 나면…”(p.45)

고닉의 저 말줄임표 다음에는 어떤 말이 생략되어 있을까. 한번 마주치고 나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란 어렵다 정도가 아닐까. “열정이라는 허기. 그 허기를 살게 했지만, 종국에는 그 허기가 그들을 살게” 한다. “열정이 성립되려면 그것이 전부여야 하는 까닭에, 그리고 무언가가 전부가 될 때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서로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까닭에, 본질적으로 인간다움을 강제하지만 동시에 인간다움의 말살을 강제하는 열정”(pp.45~46). 고닉은 공산주의와 사랑에 빠진 자들의 초상을 좇으면서 페미니즘과 사랑에 빠졌던 자신의 경험도 털어놓는다. 빛을 본 자는 또 다른 빛을 본 자를 알아본다. 그 빛은 모두 갈망에서 시작되었다. ‘가장 극심한 갈망, 무명의 자아에 파묻혀 있던 갈망, 우리 내면의 그 지리멸렬한 삶의 중심에 있는 불가사의하고 나약한 심장을 직격한 갈망,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과 관계된 갈망’…. 파리스에게 헬레네와 같았던 갈망, 공산당원이 된 사람들에게는 마르크스주의가 헬레네였고, 고닉에게는 페미니즘이 그러했다. 나에게는 그 갈망이 무엇인가? 살아도 살아도 허기진 이 생에서 불꽃을 당겨줄 그 갈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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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0-2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더 읽겠다는 갈망 아닐까요?ㅎㅎ 좀더 좋은 글을 읽고 싶은 갈망?
인간은 똥이군요.. 나 .. 똥이었어? 똥 좋아하는 제 아이들이 들으면 좋아할 것 같습니다..(한창 똥방구 좋아할 나이..흑흑)
마르크스가 새삼스럽게 정말 대단한 사상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다니.

잠자냥 2025-10-28 08:49   좋아요 0 | URL
땡!

술입니다…. 알코올을 향한 갈망!😻

다락방 2025-10-27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갈망은 다락방 아니에요? (도망친다)

독서괭 2025-10-27 18:05   좋아요 1 | URL
도망쳤다 금방 돌아오셨네요?ㅋㅋㅋㅋ

다락방 2025-10-27 19:1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역시 잠자냥 님을 떠날 수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10-28 08:50   좋아요 0 | URL
헉😱 더 멀리 도망 가! 🤣🤣

다락방 2025-10-28 22:08   좋아요 0 | URL
날 잡아야지!!!!!!!!!!!!!!!!!

잠자냥 2025-10-29 08:53   좋아요 0 | URL
더 멀리 가라고!! 🤣

다락방 2025-10-27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생은 똥이다를 항상 부르짖고 다녔었는데 말입니다. 나중엔 제가 ‘인생은 뭐지?‘ 그러면 후배 직원이 ‘똥입니다!‘ 하기도 했어요. 하하. 전 스스로 인생이 똥임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 인생을 사랑하기도 하지요. 저는 공산주의에 매료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예전부터 정말 궁금했어요. 이 책은 그런 저에게 딱 맞을 것 같아요. 제가 이 책을 사두었다는 것에 뿌듯해하면서, 그러나 한국에 돌아가야만 읽을 수 있구나, 생각하니 좀 아쉽네요. 당장 읽고 싶은데. 여기 있으니까 그게 좋아요. 당장 읽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책을 지르지 않을 수 있다는거요. 한국이었으면 저는 또 얼마나 많은 책을 샀을까요. 저 책 좀 당분간 그만 사라고 여기 와있는가 봅니다.

잠자냥 2025-10-28 08:52   좋아요 0 | URL
맨날 1등만 하는 똥다락방!
인생이 똥 같아도 인생을 사랑하는 똥다락방! ㅋㅋㅋㅋ
다락방 님 그 자세는 진짜 존경합니다.
요즘엔 서울 날씨도 똥 같아서 더 똥 같은 잠자냥 드림.🤣

건수하 2025-10-28 0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페미니즘에 사로잡힌 제 생각을 했는데 ㅎㅎ 고닉도 그랬군요. 고닉은 허기가 많이 졌겠어요.

제게 페미니즘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제게 계속 긍지를 느끼게 해줘서였어요. 그래서 페미니즘에서 환경 동물권 등으로 확장되는게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으려고 노력중이에요.

잠자냥 2025-10-28 09:43   좋아요 1 | URL
네 이 책 5장은 고닉의 페미니즘 사랑이 절절하게 그려집니다. 근데 2차 페미니즘 물결에서 약간 그 흐름과 다른 발언했다가 코너로 몰리고 회의감에 젖고…. 그래도 페미니즘에서 빛을 본 경험을 놓지 못하는 등등의 이야기가 공산주의자들의 그것과 참 닮았더라도요. 언제 기회 되시면 5장 만이라도 읽어보세요. 게수하 님은 많이 공감하면서 읽으실 듯….. 게수하 님!🤣

건수하 2025-10-28 09:19   좋아요 1 | URL
…. 방금도 게임하다가 왔는데 어찌 아시고 ㅋㅋㅋ 그래도 닉네임은 안바꿀 거예요 ㅋㅋㅋㅋ

독서괭 2025-10-28 22:18   좋아요 1 | URL
게수하 😂😂😂

단발머리 2025-10-29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반 정도 읽었는데, 너무 좋았는데 제 안에서 쏟아지는 기억 때문에 더 이상 못 읽겠더라구요. 잠자냥님 리뷰 읽으니 나도 다시 힘내서 읽어볼까~~ 하는 건전한 생각이 드네요.

잠자냥 2025-11-05 16:12   좋아요 0 | URL
자~ 다시 남은 절반을 읽는 겁니다~!! 특히 마지막 5장은 꼭 읽으세요. 그것만이라도... ㅎ
 

*글과 사진 등 역대급으로 긴 페이퍼이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그동안 산 책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4월 이후 멈춤. 그래서 책을 사지 않았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요. 무지막지하게 샀더군요. 오랜만에 산 책 올리려고 구매리스트 살펴보다가 깜놀..... 4월 초에 산책 페이퍼 쓰고 나서 구매한 책들 세어보니 무려 112권(전자책 포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 울 집 책방에 책도 넘치고 고양이도 넘치고......(응?) 정신 차려! 다 읽고 사! 제발... 

2025년 10월에는 직장인들이 수천 년 전부터 그토록 고대해왔다던 기나긴 황금연휴가 있었다. 나는 10월 2일부터 연차를 냈기 때문에 무려 11일을 쉰 듯(헤아리기도 어지러움ㅋㅋㅋ). 올 초만 하더라도 집사2하고 어딜 갈까? 그때 비행기 티켓 값 비싸겠지, 고양이들 때문에 어차피 멀리 못가 등등 의견이 분분했었다. 그러다가 정한 게 제주도 자전거 일주였다. 인생 버킷리스트 따위 없이 되는대로 살자 잠자냥이지만, 그래도 거의 유일하게 죽기 전에 이건 꼭 하자 싶은 게 내 브롬톤(제주도에서 빌리는 게 아니라 꼭 내 자전거이어야 함)으로 제주도 일주를 하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너무 덥거나 추우면(특히 땅이 얼거나 눈이 내리는 겨울은 불가)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집사2와 내가 자전거 국토 종주를 떠났던 계절은 봄/가을 그러니까 5월, 9월, 10월이었다. 10월의 제주도 자전거 일주라니. 환상이다!!! 싶었는데...........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지 않음.)

역시 환상으로 그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 8월 집사2가 고관절이 뚝 부러져서 수술을 받는 바람에 자전거 여행은커녕 테니스도 못 친 지 어언 두 달이 넘었다. 그런 데다가 다들 아시다시피 9월에는 느닷없이 우리 둘째가 고양이별로 떠나버렸....... 이 와중에 또 새로운 아깽이들을 둘이나 데리고 왔......... 그러니 이 녀석들 적응시키려면 집사들이 집에 있어야 할 거 같아서 기나긴 연휴를 고양이들과 씨름하면서 보냈다. 8월, 9월, 10월 아무튼 돌봄 끝판왕...으로 보낸 나. 요즘은 진짜 좀 방전된 기분이다...... 에효. 하루 중 가장 편할 때는 모든 집안일 끝내고 냥이들도 재우고 집사2도 재우고 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침대에 누워서 책 읽을 때. 물론 그때도 3호는 한손으로 부둥부둥해줘야 하지만.......(곧 잠듦)

아무튼 연휴 막바지에는 단 며칠이라도 고양이들하고 좀 떨어져 있고 싶어서(울고 토하고 싸우고 난리 ㅋㅋㅋㅋㅋㅋ) 2박 3일로 가까운 곳으로 요양여행을 다녀왔다. 계속 비가 내려서 비 내리는 거 강물 흐르는 거 보면서 멍 때림- 그런 중에 10월 9일 저녁에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집사2랑 민음사 유튜브를 시청했다........(엥?) 내 평생 유튜브 그렇게 오래 본 건 처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책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좀 재미나기는 했다. 다른 편집자들이 소개하는 책에는 혹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화면에서 맨 왼쪽에 있는 편집자가....(나름 유명한 거 같은데 이름을 잘 모르겠다) 소개한 자메이카 킨케이드 <내 어머니의 자서전>은 좀 읽어보고 싶어졌다. 사실 나는 킨케이드가 노벨문학상 받을 것 같지는 않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으로 나온 <루시>나 <애니 존>은 그다지 인상 깊게 읽지 않아서(엄마와 딸 이야기 좋아하지 않음.......) <내 어머니의 자서전>도 딱 그럴 것 같았단 말이지? 그래서 패스했는데, 그 편집자가 참 흥미로워 보이게 잘 소개하더라. 이건 조만간 읽어봐야지.




이렇게 오랫동안 유튜브를 시청한 건 이날이 처음인 잠자냥.



그리하여 대망의 수상자는 내가 작년부터 계속 찜했던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꺄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사2랑 술 마시면서 유튜브를 보다가 내가 수상자 맞혔다고 환호하며 나 알라딘에서 배팅한 거 배당금 받아!!!!!!! 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얼마나 받느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쎄, 300만원을 베팅한 사람끼리 나눠준대. 근데 라슬로 쓴 사람 얼마 없을걸?” “그냥 주식을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제가 도무지 알지 못하는 세계라 사양하겠습니다.....




꺄하하핳하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러니까 이제 300만원을 215명이 나눠 갖는 것입니다.... 그럼 얼마냐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950원! 책 한 권 값도 안 나오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라슬로가 드디어 받았고, 이 작가의 책 중 아직 구매하지 않았던 책 두 권을 그때 바로 주문했다. 연휴 시작 전에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이 우주점에 중고 최상으로 풀린 걸 보고(왠지 안 읽고 내다 판 느낌적 느낌 ㅋㅋㅋㅋㅋㅋ), 아, 이 인간 이번에 노벨상 받을 텐데, 받으면 중고로 나온 거 싹 다 사라질 텐데 살까 말까 살까 말까 고민하다 말았는데... 아마 지금쯤 예상대로 다 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새 책으로 구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세계는 계속된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라슬로 국내 번역된 책은 다 갖췄다. 근데 솔직히 <사탄 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둘 다 3분의 2 가까이 읽었으면서 결국 포기했었다(나가떨어짐). 내가 웬만하면 책 읽다가 중도에 포기 안 하는데 이건 참..... 극복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라슬로의 국내 출간 작품 중 유일하게 완독한 책은 상대적으로 짧은 <라스트 울프>. 문체가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내가 싫어하는 문체야. 묵시록이 아니라 이건 그냥 문체로 지옥을 보여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내 취향 작가는 아닌데 읽다보면 묘하게 매력도 있고 대단한 건 알겠어서 사 둔 책은 다 읽기는 할 것이다....

그간 구매한 책 112권을 다 올릴 수는 없어서(이미 읽고 팔아버린 책도 많음) 그중에서 아직 안 읽었거나, 읽었지만 팔지 않아서 남아 있는 책들 위주로 올려본다.   




하인리히 뵐, <여인과 군상>
노벨문학상 받은 작가이면서도 넘나 내 취향인 뵐.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바로 그 책! <여인과 군상> 출간 소식 듣고 너무 사고 싶었다. 그런데 지만지여...... 이런 책을 무슨 3만원 가까이 받는가?(정가 28,800원) 가격만 보면 큰글자도서인 줄... 이달의 당선작 적립금 받으면 사야지하고 기다렸다가 이번에 샀다.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멜랑콜리아>
이번에 노벨문학상 베팅 사이트에서 순위가 좀 많이 올라갔었다는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민음사 유튜브 편집자1(남자 편집자/해외문학 담당자였던 듯)이 이 사람이 받을 거 같다고 찜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내용만 훑어보면 약간 동화 같고 약간 환상적인 게 좀 내 취향은 아닐 거 같아서 망설였었는데 이번에 한번 읽어보기로. 제럴드 머네인 <평원>도 이즈음 읽었는데 그냥 그랬다.... 다른 작품 또 읽어보기는 좀 망설여짐(차암....재미없음 ㅋㅋㅋㅋㅋㅋㅋ)


샬럿 우드, <상실의 기도>
노벨문학상 말고 부커상도 좀 관심이 가지 않습니까? 현대 호주 문학계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가는 작가 샬럿 우드의 2024년 부커상 최종 후보작- 2014년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이후 호주 문학 작품으로는 10년 만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 


코맥 매카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새로운 번역이 나와서 구매. 코엔 형제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아서 이 작품을 영화화한 것도 보지는 않았다...만 역대급 악인 단발머리 하비에르 바르뎀은 기억한다. 매카시 작품이 늘 그렇듯이...... 자극적이고 무자비하며 폭력적인 게 도파민 폭발할 거 같아서 샀다.


헨리 제임스, <보스턴 사람들>
읽고 리뷰 남겼다. 연휴에 은근 스트레스&열받게 했던 작품.


데니스 존슨, <예수의 아들>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하는 미국인들이 참고하는 경지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끝없는 감탄과 상찬을 끌어내고 있”다는 책. 트위터에서도 엄청나게 상찬해서 궁금증에 사서 읽었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던 것으로.... 약물중독이든 알코올중독이든 중독자들이 밑바닥으로 살아가는 자극적인 인생의 나열을 나는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은근 모범생인가...? -_-?) 그런 중에도 뭔가 희망이 있어야 함. 레이먼드 카버의 빵 한 덩이 같은 뭐 그런 거(‘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체사레 파베세, <아름다운 여름>
다 읽고 100자평 남김. 리뷰를 쓸 것 같지는 않다. 마음으로 느끼는 책. ‘지니아’의 첫사랑이 그렇게 될 줄은 이 책의 첫 문장을 읽는 사람 누구나, 그리고 지니아, 그 아이조차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름이란, 첫사랑이란 다 그렇게 가는 거지......

그새 고양이털 많이 묻었다.........-_-


그레이엄 그린, <아바나의 우리 사람>
제가 또 좋아하는 작가가 그레이엄 그린 아니겠습니까? 그린의 이 책도 뒤늦게 구매.


미시마 유키오, <새벽의 사원>
유키오 이 미친놈의 책도 뒤늦게 구매. <풍요의 바다> 시리즈 완간된 거 같으니 마저 다 읽어야지. 아참, 최근에 미시마 유키오의 <목숨을 팝니다>가 알에이치코리아(RHK)에서 재출간되었던데... 딱히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완전 통속소설에 괴작이라서 괴랄&아스트랄한 맛 좋아하는 독자라면 모를까 미시마의 문장이나 미학적 아름다움에 반해서 이 인간 책 읽는 독자라면 굳이....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년>
야스나리의 소년애를 다룬 이 소설도 구매. 문장하면 또 가와바타 야스나리 아닌가.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과 비교하며 읽어도 흥미로울 듯.


스테파니 오셰, <고양이 예찬>
토하고 울고 싸우는 울집 고양이들에 지쳐 여행 떠난 주제에 고양이 예찬 책은 산, 고양이에 미친 자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보기로 몇 줄 읽었는데 고양이 찬양한 문장들 읽으면서 또 막 웃고 있는 잠자냥. 나도 참 진짜 못 말려.

그나저나 생각난다. 얼마 전 쿨캣 님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쿨캣님은 정작 푸코와 한나 입양한 글엔 댓글 달지 않으셨던데 너무 놀라서 그냥 가셨던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르난두 페소아, <이명의 탄생>
<불안의 책>으로 국내에선 널리 알려진 페소아. 그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시각, 문학 창작자로서의 태도 등 페르난두 페소아 문학 에세이- 


윌리엄 해즐릿,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이 사람 신간 또 나왔더라.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사람들이 이런 느낌을 갖는단 말인가? 신기하네... 아무튼 뭔가 꼰대 맛인데 계속 읽게 되네. 저 신간도 읽을 듯.


아쉴 음벰베, <죽음정치- 증오의 정치에 관하여>
10월에 드디어 올해의 책을 만난 기분. 왜냐면... 읽어보면 압니다. 그나저나 이 책으로 갑자기 땡스투 적립금이 680원이나 들어와서 에엥? 이거 6만원 안 넘는데...? 했더니 같은 날 세 사람이 산 듯. ㅋㅋㅋㅋㅋㅋ(225*3)

낸시 프레이저.라엘 예기, <포식하는 자본주의>
식인 자본주의에 관한 비판서였던 <좌파의 길 Cannibal Capitalism: How our System is Devouring Democracy, Care, and the Planet and What We Can Do About It>과 같은 맥락의 책으로 보인다. 비판 이론 제4세대 학자인 라엘 예기와의 대화로 묶은 책이라 좀 더 쉽게 읽히지 않을까.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밀리의서재'에 있어서 심심해서 읽어보다가 의외로 재미나서 아아.. 이건 종이책으로 읽어야겠다 싶어서 구매. 마르크스 자본은 읽지 못해도 피케티 21세기 자본은 읽고 죽어야지.



주디스 버틀러,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
다 읽고 100자평 남김. 이 책을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잠자냥 픽 올해의 책이 아닐까 싶었다... 만 <죽음정치>로 밀림. 그러나 버틀러 언니도 <죽음정치>를 극찬했으므로 괜찮아.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개역판으로 샀고, 드디어 읽었다.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몇 년 뒤 다시 읽을 듯. 


찰스 라이트 밀스,<화이트칼라-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화이트칼라’ 계급을 분석한 기념비적 저작. “화이트칼라 계층의 부상이 현대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 특성뿐 아니라 심리적 특성까지 망라”한다는데 너무 재밌을 거 같아서 사두고는 계속 다른 책에 밀리고 있다... 


존 R. 히빙.케빈 B. 스미스.존 R. 알포드,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타고난 성향인가, 학습된 이념인가>
내가 다른 세상, 세계,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내 정치 성향은 지금과 달라졌을까? 아니면 타고난 성향일까? 진심 궁금해서 샀다. 그렇지만 책을 펼쳐든 순간.... 글자체, 장평, 자간 등등 편집이 너무... 읽기 싫게 생겨서 조금 읽다가 일단 덮음. -_-


키스 로, <야만 대륙-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유럽 잔혹사>
유럽은 참 자기들이 선진국이라고 대단한 착각을 하고 사는 것 같다. 이 책은 ‘야만대륙’이라는 표제가 알려주듯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민낯을 까발린다. 저자는 전시뿐 아니라 전후에도 인류가 ‘짐승’ 노릇을 계속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특히 유럽에서 저질러진 헤아릴 수 없는 만행을 고발한다고. 왠지 시원할 거 같음.


아비탈 로넬, <루저 아들>
제목부터 참 흥미롭다. 루저 아들이라고? 아비탈 로넬은 911 테러와 그 후 미국이 일으킨 전쟁의 중심인물이 모두 ‘루저 아들’이었다는 데 주목한다(아들 ‘부시’를 보라......) 아버지의 억압을 세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같은 ‘루저 아들’로 해석, 권위의 형상을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이 책 읽다가 일단 다른 책 갑자기 궁금해져서 덮어 둔 상태인데 참 재밌다능....
 

자크 랑시에르, <이미지의 운명>
자크 랑시에르, <무지한 스승>
<무지한 스승> 개정판 사면서 <이미지의 운명>도 같이 샀다. 


애그니스 아널드포스터, <노스탤지어, 어느 위험한 감정의 연대기>
부제는 “인간은 왜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그리워하는가” 난 이게 정말 궁금했다. 사람들은 왜 옛날에 그렇게 향수가 있는 걸까?? 대체 왜죠?


모니크 위티그, <스트레이트 마인드>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이번에 <젠더 트러블> 읽을 때 여러 번 언급되더라. 그래서 다시 읽고 싶어져서 구매. <젠더 트러블> 아직 안 읽은 분들은 모니크 위티크 <스트레이트 마인드>하고 게일 루빈 <일탈> 먼저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요......

그나저나 집사2가 푸코 한나 다음에 고양이 또 생기면 (게일 ‘루빈’에서 따서) 루빈이라고 짓자고 했는데....... 과연 루빈이라는 이름을 쓰게 될까요? 아닐까요? ㅋㅋㅋㅋㅋ ㅋ그나저나 그렇게 되면 울 집 고양이 게이, 스트레이트, 레즈비언(이면서 사도마조히스트ㅋㅋㅋㅋㅋ) 다 있는 거니?! 좋으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멀리서 또 쿨캣님 놀라는 소리 들려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붉은 인간의 최후>
알라딘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리스트에 있어서 구매했다. 그나저나 올해 우주리뷰대회는 '21세기 최고의 책' 중 읽고 리뷰 쓰는 거였는데... 올해는 도전 못했다. 그 리스트 중 읽은 책은 많은데 글을 못 씀. ㅜㅜ 10월에 쓰려고 했는데 돌봄에 지쳐 그만...ㅋㅋㅋ 내년에는 꼭 다시 도전! (이러다 없어지는 거 아닌지?) 



대니얼 헬러-로즌, <에코랄리아스- 언어의 망각에 대하여>
이 책도 ‘21세기 최고의 책’에 있어서 구매. “언어의 상실과 망각, 인간 본성에 관한 21편의 에세이.” 넘나 재밌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거 세우다가 쓰러질 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하........생략.


그만 소개하고 고양이나 보자...





요즘 3호. 형아는 없어지고 이상한(?) 꼬물이들 둘이 나타나 자길 따라다녀서 정신적 아노미 상태...



내려와 이눔아... 넌 거기 잘 안 올라갔잖아......-_-



여전히 꽃미모 원조 막냉이....(6호)



쿨캣님을 놀라게 한.... 푸코의 등장.... 7호.



근데... 8호가 또 있었으니.....



안녕하세요, 한나라고 합니다..... 8호.



ㅋㅋㅋㅋㅋㅋㅋㅋ 인형이세요?



얼굴 가득 주근깨..(눈밑에 주근깨가 브리티시숏의 매력이라는데...) 그래서 깨돌이라고 부르는 중.



막냉이가 앉았던 벤치에 앉은 푸코. 같은 자리 다른 느낌.



이 녀석 보면 넘 웃기게 생겨서 웃음 터지긴 한다.....



우리집 똥개..... 



공 던져주면 저렇게 입에 물고 옵니다..... 똥깨야!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 진짜 공 던지면 물고 오는 고냥이.... 아니 똥개


 

왜요, 나 똥깨 아닌데요.



무럭무럭 자라는 깨돌이. 집에 온 지 3주 조금 지났을 뿐인데... 무슨 터줏대감 같으십니다.



불편한 동거. ㅋㅋㅋㅋㅋㅋㅋㅋ 등돌린 3호



도대체 이 인간은 뭘 저렇게 보는 걸까...? 궁금한 푸코.



나랑 좀 놀아줘요... 이잉...


 

뭘 보는 걸까.... 이 인간은?



알 수 없다. 인간은... 도대체..... 이게 뭐라고 날마다 보는 걸까?



오늘 아침 따끈따끈 한나. 고양이 예찬 위에 앉았네용.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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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10-17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어떡해😀🥰😍🤩❣️
책이 보이지 않고 냥이만 선명히요~~
넘 예쁘고 귀여워요.

그래도 노벨상 예상해서
만원대의 베팅 상금 받으시네요.
저는 매년 루슈디 예상하거든요.
정작 아직 그 작가의 책 한 권도 읽지 않았어요 ㅎㅎ

잠자냥 2025-10-17 12:16   좋아요 1 | URL
사실 고양이 사진 올리려고 갑자기 산 책 페이퍼 쓴 거랍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0-17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아기냥이들 넘나 예쁘네요. 푸코 는 눈이 처진게 저 닮았어요.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00원 이상 엄청난 땡투 적립금 중 하나는 접니다. ㅋㅋ 싱가폴로 돌아가는 제 캐리어에 실려 있습니다. 하-

저는 오늘 올리신 책중에 ‘낸시 프레이저.라엘 예기, <포식하는 자본주의>‘ 가 너무 관심이 가네요. 이 페이퍼를 지금 봐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안그랬으면 저것도 사서 가방이 난리날 뻔 했어요. 수트케이스가 너무 무거워요. 아, 저는 자본주의 이걸 좀 어떻게 해야할 것 같다고 늘 생각하고 있거든요. 뭐, 저야말로 자본주의에 찌들어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우주리뷰상 도전할 생각도 안했어요. 이건 내 길이 아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

잠자냥 2025-10-17 14:55   좋아요 0 | URL
아 진짜 왜 이래요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푸코 눈 볼 때마다 다락방 님 생각 나게! ㅋㅋㅋㅋㅋㅋㅋ
담에 만나면 눈 밑에 주근깨 그려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다락방 님이 하나 날렸겠구나 싶었어요.
근데 저 벌써 <죽음정치> 이거 땡투로 천원은 넘게 벌었어요. ㅋㅋㅋㅋ 현재까지 일곱 분이 땡투 주심. ㅋㅋㅋ

싱가포르 돌아가고 있군요. 다음에 나왔을 땐 제 신변도 좀 정리되고 다락방 님 신변도 정리가 되어서 순대국밥 한 그릇 따뜻하게 먹읍시다~!!

다라방, 우주리뷰상 도전해서 돈 벌지... 이런 생각은 하긴 했는데.... *먼산*

다락방 2025-10-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저도 친구가 노벨상 발표 때문에 민음사 유튭 본다길래 막판에 잠깐 보았거든요. 다른 분들이 하는 얘기는 못들었고, 흰셔츠의 여자분이 언급하신 책이 너무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아직 번역도 안되고 우리 나라에 소개가 안된 작가더라고요. ‘세자르 아이라‘의 [바라모] 인데, 월급을 위조지폐로 받고 시를 쓰게 되는 주인공이 나온다고 했어요. 되게 궁금하더라고요.

잠자냥 2025-10-17 14:56   좋아요 0 | URL
막판에 보셨군요? 전 거의 처음부터 보다가 수상자 발표하고 나서는 바로 껐어요. 흰셔츠 그분이 초반에도 그 책에 관해서 이야기 많이 했는데 뭔가 마술적 리얼리즘 계열 같아서 아 내취향은 아니구나... 했던 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5-10-1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 동안 정말 바쁘셨겠어요. 원하던 제주여행은 못하게 되셨지만 그래도 잠깐의 휴식을 취하셔서 다행입니다.
3호가 진짜 지쳐보이는... 아이들이 정말 3호를 좋아하나봐요ㅋㅋ ‘나 좀 잠깐이라도 내버려둬.‘라고 말하는 듯 보였어요. 막냉이는 여전히 예쁜데 푸코, 한나 무시못할 매력입니다ㅎㅎ
우주리뷰대회는 저도 보기는 했는데 제가 낄 곳은 아니다 싶어 패스~ 내년에도 있을 겁니다.
책탑 쌓느라 무척 힘드셨을 것 같아요. 엄청난 리스트 중 한 권의 픽 ‘증오정치‘를 찜해놓겠습니다^^

잠자냥 2025-10-17 15:03   좋아요 0 | URL
3호가 진짜 지쳐 보이는군요? ㅋㅋㅋㅋ 아 불쌍해.
그래도 이 녀석을 위해서 밤 12시 넘으면 제 방에서 다른 고양이들 다 내쫓고 저랑 둘만 자는데요, 그때 정말 행복해하긴 합니다. ㅋㅋㅋㅋㅋ
푸코 한나는 아깽이들이라 더 귀엽긴 한 것 같은데 성묘로 자라도 이쁠 것 같기는 해요.
<증오정치>는 역사적 이야기도 많아서 화가 님은 더 흥미롭게 읽으실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5-10-1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들 많이 컸네요.
푸코랑 한나 눈망울 넘 예뻐요.ㅋㅋㅋ
근데 자냥 님댁에선 웃기게 생긴 얼굴이라니.ㅋㅋㅋ

저는 한 번씩 민음사 tv 유튜브 봅니다.
저기 왼쪽에서 두 번째 분 조아란 부장? 차장?이라고 하시던데 저 분 입담이 장난 아니시더라구요. 정말 말을 재미나게 잘 하시더라구요. 다른 북튜버들도 서국전에서 저 분을 보고 출판사계의 아이돌이라면서 다 알아보는 걸 봐선 아주 유명한가보더라구요.
근데 저기 출판사 직원들은 다들 말을 재미나게 잘 해서 웃으면서 보다가도 뭘까? 출판사는 저렇게 재미난 곳일까? 상상해보곤 하죠.ㅋㅋ
저는 저 영상은 안 보고 지나쳤던지라 지금 보고 다시 들어와 댓글을 답니다.ㅋㅋㅋ
엄청나게 긴 영상이두만요?
보고 나니 왼쪽 혜진 편집자님 소개하신 책이 좀 땡기긴 하네요.
그나저나 저 네 분이 못맞힌 노벨 수상자를 자냥 님이 맞히시다니?
저는 아마도 계속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 찍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죠.
내년엔 누굴 찍으실 건지 꼭 비댓으로 알려주세요. ㅋㅋㅋㅋ
그리고 올만에 보는 책탑!
여적 본 책탑 중 높이가 가장 고층인 책탑이지
싶네요. 축하드려요.ㅋㅋㅋ
간병인으로 고생하신 정신을 책으로 잘 다스리시길 바랍니다.^^

잠자냥 2025-10-17 15:11   좋아요 1 | URL
그쵸? 그새 많이 컸죠? 아니 집에 들어온 지 3주, 2주째인데 그새 왜케 많이 컸는지...-_-
그냥 자라지 않고 이대로 계속 아기냥이였으면 좋겠습니다.
푸코 웃기게 생기지 않았어요? 약간 눈이 심술궂어 보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음사 유튜브는 책 좋아하는 분들은 재미나게 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저희 회사는 다들 말이 없기는 한데....
그래서 제가 좀 웃긴 편입니다. ㅋㅋㅋㅋㅋㅋ(헐?! ㅋㅋㅋㅋ)
오늘도 점심회식 했는데 제가 좀 농담으로 많이 웃긴 거 같았어요. 푸하하하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킨케이드 소개하신 분 성함이 박혜진인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 네 분이 못 맞힌 이유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책이 민음에서 출간되었거나 출간 예정이 아니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책으로 잘 다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망고 2025-10-17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는데...내년엔 잠자냥님한테 물어보고 투표해야지 꼭 알려주세요😁
똥개냥이 발이 넘넘 귀엽습니다 발 큰거 보니 키도 많이 클 모양입니다 공 물고 있는 모습ㅠㅠ 아 귀여워귀여워!!!!!!!!

잠자냥 2025-10-17 15:15   좋아요 1 | URL
내년에는.....내년에는..... 여남여남 이 수상 패턴이 깨질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푸코 저 종이 앞다리가 굵은 게 특징이더라고요. 정말 앞다리 튼실튼실. ㅋㅋ
3호는 예전에 쥐돌이 던져주면 물고 달려왔는데
푸코는 공던져 주면 물고오니까 정말 똥개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망고님은 그 어렵다던 한강 수상 맞힌 사람 아닙니까?!!?!?!?!?!!?!

blanca 2025-10-17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7호, 8호, 이런 고양이들 두고 출근 내지 외출 가능한가요? 진짜 비현실적 미묘네요. 그리고 어떻게 노벨문학상을 맞추셨어요? 저는 이 작가 존재조차 몰랐는데... 와, 그리고 배당금 ㅋㅋ 그렇게 맞힌 사람이 많다는 거에 더 놀라고 가네요. 고관절 골절은 보통 일이 아닌데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잠자냥 2025-10-17 15: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외출은 자연스레 안 하게 되던데, 출근은 안 하고 싶어도 할 수밖에 없...ㅋㅋ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긴 연휴 덕분에 고양이가 가장 귀여운 시기에 실컷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기는 했어요. 벌써 폭풍 성장해버리고 있네요;;;

아 배당금... ㅋㅋㅋㅋㅋㅋ 저도 215명이나 투표했을 줄은 몰랐습니다... 작년에 한강 맞힌 분들이 아마 대박이었을 듯. 이참에 블랑카 님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책 한번 읽어보세요~

단발머리 2025-10-17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벨상 맞추는 사람이 있긴 있군요!! 아니 ㅋㅋㅋㅋㅋㅋ 전 거기 작가들도 다 모르겠는데 이 사람일 것이다... 라고 점찍었단 말이에요? 게다가 맞추기까지? 내년에도 꼭 성공하시길 바래요. 아마도 성공하실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코가 얼굴은 예쁜데 ㅋㅋㅋㅋㅋㅋㅋ 우아... 한나 털색깔이 진짜 막강하네요. 막강 미모!!

독서괭 2025-10-17 20:06   좋아요 1 | URL
와 “악인 단발머리” 시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0-17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대급 긴 페이퍼!! 기대별점부터 올리고 들어갑니다. 백개!

독서괭 2025-10-17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밑에서부터 거꾸로 보고 있는데.. 한나 푸코 미모에 😍😍😍 이러고 있다가 책탑 보고😱😱😱 이렇게 됨

잠자냥 2025-10-20 10: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저 책탑에 책 더 올렸으면 쓰러졌을 듯....ㅋㅋㅋㅋ

건수하 2025-10-20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재밌겠다 하다가 냥이들 보고 다 까먹...
3호의 지친 옆모습에 동병상련을 느끼고 갑니다

(어제 집사3 콘서트 따라갔다옴...)

잠자냥 2025-10-20 14: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차하고 차 안에서만 기다리지 않았나요? 그런데도 지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10-20 14:30   좋아요 0 | URL
아침 9시 전에 나가서 밤 12시 넘어서 들어왔습니다.. (이하 생략)

잠자냥 2025-10-20 14:45   좋아요 0 | URL
🙀🙀🙀

종이 2025-10-25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책 소개해 주시는 글 읽으면 아는 책이라도 한 번 더 자극 받고 살 때가 많아요. 이번에도 몇 권 찜합니다.
코엔 형제 영화를 안 좋아하시나요. 폭력적인 장면이 좀 있으나 흥미진진 하면서도 구태의연함 전혀 없어서 저는 좋아하거든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너무 재밌지만 폭력 장면 싫으시면 ‘인사이드 르윈‘은 뮤지션 이야기니 안 보셨으면 추천드려요.

잠자냥 2025-10-25 23:5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잘 읽으시면서 잘 지내시죠? ㅎㅎ 주의 깊게 살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코엔 형제 영화는 말씀하신 인사이드 르윈도 봤는데! 고양이도 나오는데! 제 감정선을 크게 건드리지는 못해서 아, 나랑은 좀 안 맞는 감독들인가 보다…. 하고 살고 있습니다. 허드서커 대리인 정도가 가장 좋았던 거 같아요. ㅎㅎ 계속 많이 읽으시고 좋은 글 쓰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