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 겟! 하다 보면 자꾸 새 책도 딸려오는 기이한 현상....;;


그리하여 산 새 책(나 요즘 굿즈 선택 안하고 있다. 장하다)

 


전설의(?) 절판 책이었던 낭만주의의 뿌리가 최근 다시 나왔다. 16년만의 복간, 이런 책은 바로 구매. 20세기 최고의 사상사가로 꼽히는 이사야 벌린의 강연록으로, 18세기 후반에 계몽주의에 대한 반발로 일어나 서구 세계의 가치관과 역사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낭만주의 운동을 다루고 있다. 루소, 디드로, 쉴러, 슐레겔, 노발리스, 괴테, 블레이크, 바이런, 베토벤을 포함한 18~19세기의 위대한 사상가와 예술가들을 폭넓게 다루면서 낭만주의의 뿌리를 찾아간다.

 


푸코 평전 및 레비-스트로스와의 대담집을 펴내고, 성적 지배 체계와 소수자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해온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 동성애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자 계급 가족을 떠났던 저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과 가족의 계급적 과거를 탐사해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권터 그라스의 새 번역 작품이다! 일단 담아! 그런데 사기 전에 보니 레샥매냐 님이 극도의 혹평을 해서 살짝 걱정되긴 하나,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겠다. 이 작품 또한 나치 이데올로기를 고발하면서, 무비판적으로 나치에 동조한 소시민들에게도 집단적 죄과가 있음을 꼬집는 듯.

 



살까말까 망설이다 고다 로한 작품 궁금해서 결국 샀다. 그리고 바로 읽음. 표현이 굉장히 색다르다. 번역도 일부러 그렇게 한 듯. 다만 번역에 역주가 굉장히 자세해서 책 읽기 흐름에 방해가 될 지경. 이런 작품을 스물넷에 썼다고 하니 거참, 옛날 사람들은 현대인보다 성숙했던 것인가.

 

 


르 카레 옹의 새 작품은 무조건 담아야지. 책 표지도 이쁘다. 소장각

 

 


애초에 사려고 생각했던 책인데, 폴스타프 님 리뷰 보고는 더 굳게 구매 결심. 3권으로 분권했던데 그냥 2권으로 내놨어도 괜찮았을 거 같다. ‘바이올린 한 대의 역사를 되짚으며 시공을 초월한 악의 연대기를 엮고 있다는데 자못 흥미진진해 보인다. 그러나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 작가의 새 책! 대산세계문학 좋아! 러시아 문학에서 인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언론인, 사회비평가, 사회활동가로 활동하며 당대 작가들은 물론 후대에 이르기까지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블라디미르 코롤렌코가 숨을 거둔 지 올해로 100년이란다. 이 책은 그의 대표작을 모았다.

 



내가 요즘 눈여겨보는 출판사가 있는데 (도서출판)’- 빅토리아 토카레바 <티끌 같은 나>를 출판한 곳이라 이 출판사 도서 목록을 죽 보니 꽤 흥미로원 작품들을 속속 번역하고 있다. 이 책도 그렇게 발견. 41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작가 사토 야스시의 대표작 <오버 더 펜스>, <여름을 쏘다>, <황금옷> 세 편으로 구성된 중편소설집. ‘청춘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토니 모리슨의 에세이다! 에세이 잘 읽지 않는데 이건 사야해!

 



애트우드 여사의 글쓰기 강연 책이다! 어머, 이것도 사야해! 요즘 읽고 있다. 강연 초반은 애트우드 여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흥미롭다.

 



유부만두 님에게 땡스투하고 산 책. 에밀리 디킨슨, 레이철 카슨, 마거릿 풀러 등 아름다운 사람들의 저마다의 삶을 펼쳐놓고 서로 연결고리들을 찾아 턱턱 걸어버린다. 보기만 해도 흥미진진해 보인다. 그래서 머리맡에 두고 보고만 있다. 읽지는 않고;;;

 




중고로 구매

 



으아, 이거 구한 게 가장 기쁘다. 이 책 절판되서 중고로 거의 3만원 가까이 팔리고(어떤 분은 76,000원에 팔고 계시네;) 있었는데, 알라딘 중고로 떴어. 손 떨리는 마음으로 드디어 구했다.

 




요즘 알라딘 서재에서 인기 좋으신 윌라 캐더 님, 중고로 구해서 더 좋습니다.

 

 


믿고 보는 강유원. 새 책 살까말까, 도서관에 있는데 빌려볼까 망설이면서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중고로 뜬 거 보고 바로 구매.

 



폴스타프 님이 애정하는 율리 체도 만나보겠습니다.

 



내가 애정하는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도 중고로 떴기에 신나서 구매. 그런데.... 책 안쪽에 이 책 판매한 사람 사인과 서명이 있어서 급실망. 솔직히 중고로 책 샀을 때 전 주인 사인 있는 것 증말 싫다. 그 장만 찢어버릴 수도 없고. 이 책은 소장할 건데....

 



새 책 같은 중고! 로맹 가리의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 전쟁고아로 삼촌과 함께 사는 뤼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고 하니, 내가 좋아하는 로맹 가리 성장 소설 분위기인 듯 싶어서 기대된다.

 



대산세계문학에서 절판된 책인데 중고로 뜨면 바로 사야한다. 치누아 아체베, 윌레 소앙카와 같은 아프리카 문학 1세대 작가들이 아프리카의 식민지 현실과 독립에의 열망을 문학에 담아냈다면 이 책의 지은이 벤 오크리는 독립 이후 아프리카의 현실에 주목한다. 어린 시절 겪은 비아프라 내전과 이어지는 숱한 종족 갈등과 쿠데타는 벤 오크리에게 정신적 상흔으로 남았으며, 그는 이 어두운 역사를 수많은 작품에 담아냈다. 소설 <굶주린 길>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 책도 절판인데 중고로 구함. 파리에 거주하며 독일어로 글을 쓰는 스위스 국적의 작가 파울 니종은 유럽권의 유수의 문학상들을 휩쓸고, '오늘날 독일어권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또는 '현재 가장 위대한 독일어의 마술사'라고 칭송받는다고. 삶의 동기가 없는 20대 초반 청년 슈톨츠의 방황을 그린 작품.

 

 


<백년보다 긴 하루>의 친기즈 아이트마토프 작품이지 않은가. 그냥 닥치고 사서 읽자.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노로 구니노부의 마지막 소설. <사랑에 관한 데생>은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펴낸 책이다. 초판은 1979년에 나왔고, 오랫동안 절판된 채로 있다가 2006년에 복간되었다. 생전에 노로 구니노부는 일본 고서점계의 유명 인사였다. <사랑에 관한 데생>에는 그가 그토록 자주 드나들었던 고서점의 다채로운 풍경이 속속들이 녹아들어 있다고. 사실 이 책은 출간되었을 때부터 읽고 싶었는데, 때마침 내가 서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고 있던 터라, 혹시라도 영향 받을까봐 읽지 못했다. 이제는 마음껏 읽을 수 있다. 그것도 중고로 구매해서! 이 책도 현재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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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 연습> 읽고 홀딱 반한 레몽 크노. <연푸른 꽃>은 오랜 세월 언어를 가지고 실험했던 크노가 펴낸 후기작이다. 만년에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대가의 면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꿈과 현실, 중세와 현대, 각종 언어와 조어가 갈마드는 이 작품의 독특한 서사적 구성은 읽을 때마다 또다른 재미를 안긴다나.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사실주의 작가 조지 기싱은 이 소설에서 여성의 삶을 경제적, 정신적으로 황폐화하는 가부장제의 폐해와 이에 맞서 여성에게 자기존중과 경제력을 길러 주기 위해 노력한 페미니스트 선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기싱의 여성주의적 시각을 내가 한번 파헤쳐 보겠다. 그나저나 이 책 출간한 코호북스도 내가 눈여겨보는 출판사 중 하나.

 



독일 낭만주의를 이끈 대표적 인물인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장편소설. ‘낭만적 사랑의 모델을 역사상 처음으로 제공하여 독일문학이 일궈낸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소설은, 그동안 특유의 난해함으로 인해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쉬이 번역되지 못했다고얼마나 난해한지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낭만주의로 시작해서 낭만주의로 끝나는 페이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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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모자 2021-03-19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거짓의날들 구하셨군요... 저도 비싼 중고 가격에 못 구하고 있습니다 ㅜ
중고책 사면 가끔 예전 주인에게 써준 작가 사인도 함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측은합니다...

잠자냥 2021-03-19 12:18   좋아요 2 | URL
<거짓의 날들> 저도 두 번째로 성공했어요. 한번은 그걸 장바구니에 담고, 바로 샀어야 했는데 (배송료 안 내려고) 신간 고르는 사이 어떤 분이 사 가셨더라고요. ㅠㅠ 그래서 그 다음에 떴을 땐 닥치고 그냥 <거짓의 날들>만 샀습니다. 저도 가끔 작가 사인 받은 책 있는데, 그런 책은 도저히 못 팔겠더라고요.

다락방 2021-03-19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페이퍼를 읽고난 후부터 나딘 고디머의 거짓의 날들 중고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겁니다! (비장)

잠자냥 2021-03-19 12:17   좋아요 1 | URL
위에 댓글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한 번 실패하고, 두 번째로 샀으니 아예 안 나오는 상품이 아니라능! 꼭 성공하세요.

blanca 2021-03-19 1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워요. 흑. 이유는 아시죠? ㅋㅋㅋ 나 3월달엔 책 구매 안 하려고 했는데...

잠자냥 2021-03-19 12:45   좋아요 3 | URL
책 안 사겠다는 결심만큼은 이 알라딘에서는 가장 허무맹랑한 결심입니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3-19 1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두 달은 폭 파묻힐 수 있겠습니다!!!
나는 고백한다, 좋습니다. 잠수한계시간도 마음에 드실 거고요, 체벤구르 역시 장땡은 아니어도 8땡은 될 겁니닷! ㅋㅋㅋ
저도 고양이와쥐 사놓고 메냐 님 서평때문에 기 죽어 있는데....위안이 되는구먼요.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3-19 13:09   좋아요 1 | URL
고양이와 쥐! 우리 각자 읽어보고 평가합시당! ㅎㅎㅎ

coolcat329 2021-03-19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비장한 페이퍼에 달리는 댓글들이 너무 재밌어요.
앓는 소리들이 환청으로 들리는 듯...그 와중에 폴스타프님의 먼저 읽으신 분으로서의 자신감까지요~~ㅎㅎ

Falstaff 2021-03-19 13:09   좋아요 3 | URL
요즘 읽은 책들 있잖아요, 제복의 소녀, 키플링 단편집, 토카레바 뭐 이런 것들은 잠자냥님 페이퍼 보고 컨닝한 것들이예요. 낚시에 걸렸든지 ㅋㅋㅋㅋ

잠자냥 2021-03-19 13:0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댓글도 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앓는 소리 환청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3-19 13:10   좋아요 3 | URL
서로 물리고 물리는 ㅋㅋ 아니 낚고 낚이는 이곳은 바로 개미지옥 알라딘 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3-19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윌라 캐더의 책은 고저 사랑입네다.

제가 읽은 책들도 보이고, 또 사두고
째려 보기만 하는 책들도 있고 또
서로 자극해서 이 책도 사야 하나?
하는 책들도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그 중에서 이사야 벌린이하고 사토
야스시 씨의 책이 땡기네요... 주말에
비도 온다고 하던데 책사냥을 나서야
하나요.

잠자냥 2021-03-19 13:12   좋아요 3 | URL
ㅋㅋㅋ 레삭매냐 님은 누구보다 빨리 읽는 신간사냥꾼 -
낭만주의의 뿌리 주말에 사신다에 천 원 겁니다! ㅋ

새파랑 2021-03-19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책이 딸려오는 정도가 아닌거 같은데요? ㅋ 스케일이 그냥~!! 잠자냥님 리뷰 보고 찾아 읽겠습니다^^

얄라알라 2021-03-19 14:0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도 페이퍼 제목을 보고, 중고 사면서 몇 권 얹어 더 사셨나보다....그러다가 스크롤 또 스크롤^^ 게다가 한 권 한 권 아주 주도면밀하게 살펴서 겟하신 정성에 ^^ 전 빌려만 읽기려 들기에 진정한 알라디너가 되려면 멀었어요

잠자냥 2021-03-19 14:17   좋아요 2 | URL
흐흐흐흐흑.... 매달 딱 5만원만 쓴다고 하는데 언제나.... 흐흐흑 *울면서 달려간다*

페넬로페 2021-03-19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들 모두 잠자냥님은 다 읽는다~~
라고 예상합니다^^
저와 다르게^^

잠자냥 2021-03-19 14:17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 저도 이 중 또 안 읽고 쌓아두고 또 새로 사는 책이 많을 겁니다. 늘 그렇듯이...;;

잠자냥 2021-03-19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금모자 님과 다락방 님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조만간 <거짓의 날들>을 읽고 뽐내보겠습니다. 음하하하하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3-19 15:12   좋아요 1 | URL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3-19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투 감사합니다. 책 사는 데 보태겠습니다.
우리 서로 돕는 거 맞죠, 그죠?

잠자냥 2021-03-20 01:37   좋아요 0 | URL
아 그럼요. 이 개미지옥에서 서로 도와야죠..... 왜 눈물 나지!? ㅋㅋㅋㅋㅋㅋ

라로 2021-03-19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딘 고디머의 <보호주의자>를 옛날 아주 까마득한 옛날에 읽었었는데요.
그거 읽고 진짜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대단한 작가군요. 덕분에 나딘 고디머와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그나저나 책 샀다고 올린 페이퍼 이렇게 오래 스크롤 내려간 건 처음이지 싶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책을 사려면 잠자냥님처럼 화끈하게 사야지!!!👍👍👍

잠자냥 2021-03-20 01:38   좋아요 0 | URL
오 <보호주의자>도 궁금합니다! 그나저나 저처럼 화끈하게 매달 사면 아니되옵니다... ㅠㅠ

그레이스 2021-03-30 14:45   좋아요 1 | URL
보호주의자 1표
당시에 완전 생소한 느낌이었어요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종차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구요.

붕붕툐툐 2021-03-3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여기는 보물창고!! 사고 싶었던 책을 중고로 구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잠자냥 2021-03-30 13:27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또 중고를 쿨럭;;; ㅋㅋㅋ

건수하 2023-03-08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에서 이 짝 없는 여자란 표현이 기싱의 소설에서 왔다고 해서 찾아보니
잠자냥 님 글이 딱 뜨네요 ㅎㅎ

그래서... <짝 없는 여자들> 읽어보셨나요? +_+

잠자냥 2023-03-08 14:0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고닉 그 에세이 읽으면서 아아, 이제 드디어 저 책을 읽을 때가 되었구나 생각(만)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08 14:15   좋아요 1 | URL
앗 자냥n별을 여쭤보고 싶었는데 ㅎㅎㅎ
일단 고닉의 에세이부터 읽어보겠습니다 :)

그레이스 2023-03-0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유원 좋아하시는군요
저두요,^^
낭만주의의 뿌리는 사놓고 읽을 기회를 못찾고 있는중요
고닉 에세이는 전작보다 조금 식은 느낌?! 기싱의 이런 작품이 있었군요
전 그 내용 아직 못 봤는데..!

그런데 중고를 정말 잘 건지고 계시네요,
전 들어가보면 사라지고 없던데...ㅠ

잠자냥 2023-03-08 15:05   좋아요 1 | URL
네 강유원 책은 나오면 꼭 읽어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낭만주의의 뿌리... ㅎㅎ 저도 중간까지만 읽고 아직 완독을 못 했네요-
고닉 에세이에 관한 말씀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ㅎㅎㅎ

그레이스 2023-03-08 15:1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이건 언제적 페이퍼 ㅎㅎ
댓글 달리는 거 보고 위에 글 읽었는데, 최신으로 보이는 현상
어쩐지 낭만주의의 뿌리가 지금 나왔을리 없는데 ㅋㅋ
다시 보니 제가 위에 댓글도 달았군요
덕분에 다시 읽고 기싱을 조명!
오늘 교훈은
아는만큼 보인다!
 

이십대 후반의 내게 수전 손택은 하나의 본보기였다. 그이처럼 많이 읽고 보고 느끼며 쓰고 싶었다. 심지어 그 말년의 새하얀 머리칼조차 닮고 싶을 정도였다. 요즘 거울 앞에서 검은 머리칼 속에서 가끔 흰머리를 찾으면 그걸 골라내며 생각하곤 한다. ‘하이고, 손택 닮고 싶다 하더니 다른 것도 아니고 흰머리가 나나!’ 예전처럼 100% 그이를 닮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흰머리조차도 달갑지 않다). 그럼에도 죽을 때까지 아직 할 일이 남았다며 죽기를 거부한 그 열정 넘친 삶의 자세, 문학의 뜨거운 추종자이자, 대중문화를 열렬히 사랑하고 옹호함으로써 대중문화와 고급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린 손택의 찬란히 빛나는 글솜씨는 여전히 본받고 싶다. 평생 지성의 세계에 머물기를 바랐고, 그 세계에서 자기만의 성(城)을 쌓는 데 성공한 그의 삶도 닮고 싶다.

손택의 일기인 <다시 태어나다>와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를 이미 읽은 터라 손택의 전기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이 출간되었을 때, 살짝 고민했다. 읽을까 말까. 손택의 일기를 읽은 마당에 전기를 읽는 게 어떤 소용이 있을까? 과연 손택 그 자신이 원하는 전기일까? 그럼에도 결국 이 책을 선택한 까닭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수전 손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가 본 ‘나’와 타인이 바라본 ‘나’는 미세하게라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니엘 슈라이버의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은 손택의 일대기를 중요 분기점에 따라 연대순으로 그리면서 손택이 되고자 했던 문학가이자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조명한다. 손택은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는 탐독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든 판타지로 구성된 새로운 정체성을 얻고, 평생 신조로 삼은 자기창조를 시작, 온갖 이상과 관심사, 품행과 야망을 아우르는 ‘수전 손택 프로젝트’에 자기의 열정을 쏟아 부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글에서 내가 손택의 삶을 일일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손택의 저작에 관해서는 언급할 필요를 느끼는데, 이 저작들은 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손택이 죽기 전까지 남기고 간 작품은 널리 알려진 에세이집 아홉 권, 논쟁을 불러일으킨 소설 네 편,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시나리오 두 편,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채 남아있던 희곡 한편으로 그의 작품들은 당시 32개 언어로 번역된 상태였다. 대부분의 유럽인은 손택을 에세이 작가이자, 미국인 비평가로 기억할 텐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손택 그 스스로는 에세이스트나 비평가이기보다는 작가, 그러니까 소설가이기를 갈망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어린 시절 탐닉했던 <마의 산>의 토마스 만 같은 작가가 되기를 꿈꿨던 게 아닐까.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논쟁을 불러일으킨 소설’이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다. 에세이스트로서의 명성에 비해 손택의 소설가로서의 자질은 그의 팬임을 자처하는 내가 보기에도 좀 부족해보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 <타인의 고통>, <사진에 관하여>와 같은 에세이들은 얼마나 찬란히 빛나는가. 이 책은 이렇게 지성의 세계에 평생 머물기를 바랐던 어린 소녀 손택이 세계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비평가, 문화예술계 시대의 아이콘이자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우뚝 서기까지의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수전 손택의 십대 시절부터 30세까지의 일기를 다룬 <다시 태어나다>에서 손택은 일찍이 ‘난 글을 쓰고 싶다. 나는 지적인 환경에서 살고 싶다.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는 문화의 중심에서 살고 싶다. 이 모든 것과 그 이상을 원한다.’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언제나 진지하고 열정적이며 사색하기를 좋아했던 아이 수전은 여덟아홉 살 무렵부터 글을  엄청나게 써댔다. 1985년 인터뷰에선 심지어 처음 글쓰기를 시도한 때가 일고여덟 살이라고도 했다. 1987년에는 예닐곱 살이라고 말하며 “희극, 시, 소설”을 썼다고 덧붙였다. 종종 자신을 극적으로 포장하려는 유혹에 사로잡힌 손택이라 어떤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찍부터 읽고 쓰는 삶에 빠진 것만은 틀림없다. 어린 시절 손택은 어머니와 불화했고(일기 <다시 태어나다>에서도 이 사실은 또렷하게 드러난다), 가족 안에서 “체류하는 이방인”이라 생각했으며 유년기라는 “장기 복역”에서 석방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손택에게 ‘손택’이라는 멋진 성(姓)을 남겨준 양아버지는 수전에게 “그렇게 책만 읽다가 남편감 찾기는 그를 거다”라고 훈계했지만 수전은 십대의 치기로 응수한다. ‘이 얼간이는 바깥세상에 지적인 남성들이 있다는 걸 모르는군. 다른 남자들이 다 자기 같은 줄 아나 봐.’

열여섯 살에 대학에 입학, 드디어 새로운 지성의 세계에 진입한 손택은 열일곱 살에 결혼, 열아홉에는 엄마가 된다.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의 저자 다니엘 슈라이버는 이를 ‘너무나 맹렬하게 스스로를 밀어 붙여가며 성년기에 진입한 나머지 마치 청소년기에서 되도록 빨리 벗어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삶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한 기준이 확고했기에 여느 10대 청소년처럼 질문과 체험, 시행착오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70쪽)는 평가 또한 그렇다. 나이 많은 남자 필립 리프와의 이른 결혼에는 할 말이 많다. 손택은 어린 나이에 자기의 학문적 우상과 결혼했지만 그 시절 보수적인 남자답게 필립 리프는 수전에게 그리 좋은 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일단 그는 젊은 아내가 스스로 정체성을 찾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자기의 연구 활동을 위해 손택이 삶과 자아실현을 희생하기를 바랐다. 프로이트에 관한 중요 논문을 쓰면서 손택과 나눈 수없는 대화와 심지어 손택이 조사하고 작성한 내용을 가져다 썼다. 실제로 당시 비평가와 학계 동료들은 <프로이트: 도덕주의자의 정신>은 두 사람의 공동저작이라고 했을 정도였으나 리프는 학계의 인정을 손택과 나누려 하지 않았다. 이혼 합의서에는 손택이 리프와 함께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책 <프로이트: 도덕주의자의 정신>을 리프의 단독 저작물로 한다는 조항까지 덧붙였다. 이런 두 사람의 차이는 ‘리프의 머릿속엔 대가족이, 손택의 머릿속엔 대도서관이 있었다’(88쪽)는 구절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손택은 훗날 리프와의 관계를 미화하는 말을 종종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동성애자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숨기기 위한 일종의 트릭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에서 그려진 두 사람의 불화는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데, 이와 달리 손택의 일기인 <다시 태어나다>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들을 통해 결혼에 관한 신랄한 그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결혼을 발명한 사람이 누구든지 간에 그 사람은 천재적인 고문 기술자였다. 결혼은 감정을 무디게 만들려고 작정한 관습이다. 결혼의 핵심은 반복이다. 그 최상의 목적은 강한 상호 의존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결혼에 관하여: 그게 전부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 끝없이 다시 복제되는 말다툼과 부드러운 애정. 그저 말다툼의 농도가 점점 더 짙어져 애정을 줄 능력을 묽게 할 뿐이다.’ ‘결혼 생활을 하며 내 개성은 일정 부분 사라졌다. 처음에는 그 상실이 유쾌하고 쉬웠다. 이제는 그 상실이 아프고, 쉽게 불만을 느끼는 내 기질을 새로 맹렬하게 자극한다.’ 1975년 왜 리프와 이혼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손택은 여러 삶을 살고 싶었는데 남편과의 공생관계에서는 그게 불가능해 보였다고 말했다. 손택의 삶 중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리프와의 이혼이 아니었을까.
 
손택은 자존심과 초기 페미니스트적 의식 때문에 남편으로부터 위자로 받기를 거부한다. 게다가 무직 상태였음에도 아들을 위해 양육비를 청구하자는 변호사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한다. 그리고 이 스물여섯 살 싱글맘은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로 이주해 작가, 영화감독 지식인으로 살고자 한다. 그리고 혼자 힘으로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꿈을 이룬다. 1959년 말, 손택은 자신이 남성뿐만이 아니라 여성도 욕망한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데 동성 연인 포네스와 함께 하는 동안 손택은 전에 몰랐던 성적 만족을 경험하고 이것을 글쓰기와 연관시키며 말한다. “나는 글쓰기를 욕망한다.” 글쓰기와 성적 욕구와 밀접히 연관된다는 사실은 점점 뚜렷해졌고 손택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필요한 이유를 일기에 쓴다. “글을 쓰고자 하는 나의 욕망은 내 동성애와 연관이 있다. 내게는 무기가 될 만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사회가 나를 향해 겨누고 있는 무기에 대항하기 위한 정체성. 이것으로 내 동성애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다만-내 느낌이지만-일종의 면허를 발급받는 거다.”(123쪽). 이 구절은 <다시 태어나다>에서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손택은 평생 자신의 성정체성을 명확히 밝히는 일을 꺼렸는데, 이는 “레즈비언 작가” “페미니스트 작가” 등 꼬리표를 피했던 것처럼 자기 작품이 정체성 정치라는 프리즘을 통해 읽히기를 원치 않았고 커밍아웃을 했다면 의심의 여지도 없이 그렇게 될 게 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1958년, 필립 리프와의 결혼 생활 청산은 곧 아카데미에 갇힌 삶과의 결별을 뜻하기도 했다. 손택은 문학과 영화학, 문화사 같은 분야의 논문에 정통했지만, 그의 에세이적인 글쓰기는 학술적 글쓰기와 상반되었고 손택은 작가의 삶과 학자의 삶이 서로 배타적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학문적 삶이 우리 세대 최고의 작가들을 파괴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결국 엄청나게 가부장적인 대학 세계에 속한 여성이기를 스스로 거부한다. 이후 손택은 1962년 <파르티잔 리뷰>에 에세이를 발표하고 이듬해 첫 소설 <은인>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수전 손택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이 시기는 1964년부터 1980년까지, 손택의 30~40대, 정확히는 31세부터 47세까지의 일기와 메모를 담고 있는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에서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 무렵의 손택은 작가로서나 한 인간으로서 절정기를 누렸다. <해석에 반대한다>, <은유로서의 질병>을 비롯한 평생의 걸작들이 이때 탄생했다.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는 그 무렵 손택의 기록으로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뉴욕 지성계의 여왕’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등등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수전 손택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로서의 위대한 성공 과정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시절 어울렸던 각계각층의 작가, 예술가, 지식인과의 만남을 보여준다. 또한 어린 시절 꿈꾼 그대로,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든 여행할 수 있는 여력, 이 모든 걸 얻었음에도 ‘여전히 열렬히 배우는 학도’로서의 모습을 담담하지만 열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손택의 일기 3권은 아직 출간이 되지 않아 그 말년의 기록을 읽을 수는 없었는데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에서 그 갈증을 조금 채울 수 있었다.


내 독서는 탐욕스러운 사재기. 축적. 미래를 위한 비축. 현재의 빈 구멍을 채우려는 노력이다. -<다시 태어나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내 옷장에 걸려 있는 옷가지처럼 바로 곁에서 낡은 감수성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새로운 감수성을 포기하지 않기.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

“하루는 24시간이지만 저는 하루가 48시간인 것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 -<수전 손택-영혼과 매혹>


어린 시절에는 탐욕스러운 독서로 자기만의 지성의 세계를 쌓아가고, 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던 수전 손택. 손택은 암과 투병하고 백혈병으로 싸우면서도 하루가 48시간인 것처럼 살고자 노력했고 실제로 또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그 열정은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영향력을 발휘해, 삶을 긍정하는 충동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손택은 ‘세계문학에 새 생명을 불어놓고 문학의 우수성을 열정적으로 옹호’함으로써 손택이 아니었다면 파묻히고 말았을 작가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손택이 읽은 다음, 그 특유의 ‘주제가 되는 작가와 작품의 특징을 적절히 물 흐르듯 전기를 그려’냄으로써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린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니엘 슈라이버는 손택의 그러한 행위가 그 자신이 꿈꾼 “위대한 도서관을 위한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하면서 손택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면 후안 룰포와 같은 작가의 책이 영어로 번역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는데 그러한 평에 나 또한 크게 공감한다. 어디 후안 룰포만 그러할까. 제발트를 비롯해 로베르트 발저, 레오니드 치프킨 등등 위대한 작가를 나 또한 손택을 통해 알게 되지 않았던가.

“아무리 미세한 것이라도, 난 ‘모든 걸’ 바꿔 놓을 사람이나 예술 작품과 조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던 수전 손택. 손택은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여러 책을 남겼다. 그는 “책을 많이 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에도 읽을 탁월한 책을 몇 권 쓰고 싶어요.”라고 말했는데, 그의 빛나는 에세이 <은유로서의 질병>, <타인의 고통>, <사진에 관하여>, <해석에 반대한다> 등은 틀림없이 100년 뒤에도 읽히며 여전히 사람들에게 놀라운 영감을 줄 것이다. 손택과 가까이 지낸 출판 에이전트 앤드루 와일리는 일흔을 앞두고도 손택은 나이든 여성처럼 행동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만년에도 손택은 여전히 스물한 살 같았습니다. 언제나 모르는 것에 관심이 있었죠. 많은 사람이 만년에 이르면 자기가 아는 것에 의존하죠. 하지만 수전은 어제 태어나서 여전히 온 세상이 신세계인 것처럼 살았습니다.”(399쪽) 언제나 온 세상이 신세계인 것처럼 뜨겁게 살았던 수전 손택. 손택은 여전히 나에게 자신처럼 갈망하고 읽고 보고 생각하고 쓰고, 또 쓰라고, 그렇게 뜨겁게 살라고 외친다.


















내 책꽂이의 손택 코너- 저 빛나는 에세이들! 정녕 지성의 전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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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15 1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으는 중인데 부럽게도 한 장을 꽉 채우셨네요! 처음 <타인의고통>읽고 몰랐던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암과 백혈병까지 겪었군요. 덕분에 어서 읽어야지하고 자극이 팍팍됩니다👍

잠자냥 2021-03-15 10:48   좋아요 2 | URL
암은 이겨냈으나, 결국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손택의 책 꼭 다 읽어보세요.....(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희곡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도 저는 좋았어요. 요즘 읽으면 또 더 할 말이 많은 작품 같기도 합니다.)

다락방 2021-03-15 1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책장 너무 근사하네요, 잠자냥 님! 저는 한나 아렌트로 이렇게 채우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라고 수전 손택에 관한 글을 읽고 씁니다

그나저나 잠자냥 님 이십대에 수전 손택이라니, 너무 멋져요! >.<

잠자냥 2021-03-15 10:54   좋아요 2 | URL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하나로 모아두는 것 정말 뿌듯하죠.
제게 없는 손택의 책은 소설 <화산의 여인>하고 희곡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인데.... 이것이 참 소설과 희곡이라 선뜻 손이 안 가기는 하네요. 하하하하
한나 아렌트로 채우는 것도 정말 멋질 거 같아요!

그 옛날(?)에 손택 책 꾸준히 내놓던 ‘이후 출판사‘가 워낙 찾는 사람이 없어서 망하는 거 아닌가 조마조마했는데, 최근 손택 붐(?)이 일어 책이 잘 팔리는 거 같아 안심했어요. ㅎㅎㅎ 손택 일기 3권도 곧 이 출판사에서 나올 테고요.

새파랑 2021-03-15 1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에 대한 애정이 책장에서 느껴지네요. 부럽습니다~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잠자냥 2021-03-15 11:06   좋아요 5 | URL
ㅎㅎ 손택 님은 저를 전혀 모르겠지만 저는 손택 님을 사...사...사모합니다. ㅋㅋㅋㅋ
손택 저서를 읽으신다면 일기나 전기부터 시작하기보다는 <사진에 관하여>, <타인의 고통>, <은유로서의 질병> 같은 그의 저작부터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syo 2021-03-15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옷을 입은 <손택 약전>같은 느낌이어요!
손택 코너 정도는 갖춰줘야 손택 약전을 쓸 수 있는 거군요...

잠자냥 2021-03-15 12:40   좋아요 1 | URL
하하하, 그렇기도 하네요. ㅎㅎ
이 약전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손택 코너 플러스 ‘애정‘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syo 2021-03-15 12:42   좋아요 2 | URL
그러네요. 애정이 없다면 코너를 만들 정도로 책을 모으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이게 다 근본적으로는 ‘사...사...사모‘의 위력이었군요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3-15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손택 코너, 진정 지성의 전당입니다. 저는 딱 한 권 읽고 이 언니에게 반했지만 약간 범접 불가 연예인 언니여서 몇 권 모셔만 놓고 연예인 사진 보듯 헤벌쭉 보곤 합니다. 잠자냥님은 친언니처럼 끼고 사는군요.^^

잠자냥 2021-03-15 17:08   좋아요 0 | URL
하하하, ˝친언니˝ 재미난 표현입니다. 범접 불가 연예인이라는 말씀에도 공감이 가고요. ㅎㅎ

난티나무 2021-03-1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읽으라고 추천해주신 세 권 저도 먼저 사야지 생각하던 책이라 반갑습니다.^^ 또 사야 합니다.^^;;;;;;

잠자냥 2021-03-15 23: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 세 권은 사놓으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사람에게는 꿈이 중요하다 말한다. 어린 시절에 꿈에 대해 질문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답하는 아이가 이런저런 자기의 꿈을 밝히면 질문한 어른의 상당수는 그 꿈에 대해 평을 덧붙인다. 그 꿈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꿈도 크다, 아니 어린 아이가 너무 꿈이 작잖아. 요즘 애들은 꿈도 참 현실적으로 꾼다 등등. 크면 커서 문제, 작으면 작아서 문제란다. 그런 어른도 정작 어린 시절에는 남들이 보기에 참 이루기 어려울 것 같은 꿈을 꾸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자기의 능력과 한계를 깨닫고는 꿈을 조정하고, 줄여가면서 현실이라는 틀에 맞춰 살게 된다. 그러면서 그 꿈 자체를, 아니 그런 꿈을 꾸었던 그 옛날의 자기를 잊고 먹고사는 일에 몰두해 나날이 살아가기 바빠진다. 나 또한 그런 아이였고, 그런 어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단편집을 읽고 있다. 두 번째 작품 <없었던 것에 대해>는 실현 불가능한 꿈과 그 꿈의 좌절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디마의 어린 시절 꿈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 디마는 호랑이를 키우고 싶어 한다. 어느 날 아빠가 여섯 살 난 디마의 손을 잡고 동물원에 데려가 호랑이를 보여 준다. 호랑이의 푸른 눈에는 수직의 눈동자가 있고, 코의 검은 피부 주위로는 까만 동그라미가 퍼져 있다. 그리고 머리 위로는 이등변삼각형을 닮은 두 귀가 돌출해 있다. 디마는 호랑이를 보자마자 깊은 감동을 받고 아빠에게 조른다. “아빠, 나 호랑이 갖고 싶어.”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아빠에게 또 다시 조른다. “호랑이 갖고 싶어. 우리 집에서 살 수 있게.” 그런 디마에게 아빠는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집에서는 개나 고양이가 사는 거야. 호랑이는 집에서 살지 못해.”

 

대부분의 아이라면 자라면서 호랑이를 왜 집에서는 키울 수 없는지 알게 되고 자연스레 그 꿈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런 꿈 자체를 어린 시절의 귀여운 일화쯤으로 치부하게 된다. 그러나 디마는 달랐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러 의사가 된 디마는 남들이 생각하기엔 버젓한 직업을 가졌지만 현실에 딱히 만족하지 못하고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호랑이를 갈망한다. 사람들은 위급한 상태에 처하면 디마를 집으로 호출한다. 그들은 디마의 왕진을 매우 기뻐하지만 상태가 좋아져 디마가 그들을 떠나는 즉시 그를 완전히 잊고 만다.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 그와 같다.’ 디마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직업은 전혀 창조적이지 않고, 환자들은 무례하기 짝이 없다. 그런 데다가 집에서는 엄마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잔소리를 한다. “넌 어릴 때부터 주변머리라곤 없었어. 다른 애들이 간단하게 다 하는 망나니짓도 할 줄 몰랐지. 지금도 너는 그래. 나태한 인간들도 다 가진 꿈도 간단하게 꾸지 못하잖아. 너한테는 아무것도 없어. 앞으로도 절대. 아무것도 없을 거다.”

 

나태한 인간도 다 가진 꿈조차 간단하게 꾸지 못한다고 구박받는 디마. 그에게는 그래도 호랑이를 키우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남들은 상상조차 잘 하지 않는 원대한 꿈이 있지 않은가? 술집에서 자기 신세를 한탄하던 그에게 누군가 조언한다. 동물원으로 가보지 그래요? 거기라면 호랑이 한 마리쯤 살 수 있지 않겠소? 디마는 드디어 자기 꿈을 실현하고자 행동으로 옮긴다. 그 어린 시절 동물원을 다시 찾은 것이다. 그런데 이 동물원은 어린 디마에게 줬던 감흥을 다시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20년 전에 그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독수리 우리에서 독수리 자체만을 봤다. 그런데 이제는 갇혀 있는 독수리를 본다. 독수리 우리는 위로 열려 있다. 독수리는 머리 위로 하늘이 있으나 그곳을 향해 날아갈 수 없다. 날개가 꺾였기 때문이다. 독수리는 꺾인 날개를 늘어뜨리고 넓은 그루터기에 앉아 있다가 가끔씩 나무 장식 위를 걸어 다니곤 한다. 그런 나무 장식은 주방 가구점에서나 파는 것들이다. ‘갇혀 있는 독수리를 보는 디마의 모습, 날개가 꺾였기에 하늘이 열려 있어도 그곳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독수리는 꿈은커녕 하루하루 소시민으로 살아가기 바쁜 디마, 그리고 현대인의 모습과 같다.

 

디마는 동물원 관리소 원장과 이야기를 나눈다. 호랑이를 사고 싶다고. 그러나 원장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대꾸한다. 우리에겐 남는 호랑이가 없다, 그게 얼마나 비싼 줄 아느냐, 당신의 재력으로는 절대 호랑이를 살 수 없다 등등. 그러면서 서커스장 조련사에게 가보라고 권유한다. 그곳이라면 호랑이 한 마리쯤 팔지도 모른다고. 디마는 그의 권유대로 이번에는 서커스장을 찾아가 조련사를 만난다. 호랑이를 집에서 키우고 싶다는 디마를 조련사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한 소원도 다 있군요.” 그러고는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내과 의사라는 말을 듣자 자기 병에 관해 질문하기 바쁘다. 이때 서커스 조련사가 하는 말이 인상 깊다. 호랑이는 당신보다 내게 더 필요해요. 당신에게는 꿈이지만 내겐 생산도구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사치스러운 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먹고사는 데 꼭 필요한 생산도구. ‘호랑이대신 다른 말을 집어넣어도 될 것 같다. 조련사는 마지막으로 두로프 우골로크’(학교나 공장에서 특별한 용도로 쓰이는 동물원이나 식물원)로 가보라고 제안한다. 디마는 또 그곳을 찾아가보지만, 그곳 관계자는 이곳에 집토끼, 비둘기, 너구리는 있어도 호랑이는 없다 말하며 자리를 뜬다.

 

디마는 호랑이를, 그 꿈을 잊고 싶다. 뇌에 스위치가 있어서 스위치를 끄면 모든 걸 잊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디마는 호랑이 꿈을 포기하게 될까? 그런데 뜻밖으로 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디마에게는 어릴 적 친구인 바샤가 있다. 지질학자인 바샤는 얼마 전 시베리아 호랑이의 원산지인 우수리스크침엽수림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곳에서 사라진 매머드 추골을 찾아냈는데, 그것 말고도 새끼 호랑이 암컷을 선물로 받아 온 것이다. 그의 아내는 그런 선물에 질색해서 새끼 호랑이를 정부에 무상으로 건네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라고 성화했고, 드디어 디마에게 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마침내 꿈이 실현된 것이다! 디마는 새끼 호랑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자기의 꿈이 이루어진 것을 축하하고자 아래층 레기나를 찾아 보드카를 마시자고 제안한다. 그때 레기나의 대답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꿈을 위해서디마가 제안했다.

그런 거라면 안 마실래요레기나가 거절했다

그래도 꿈이 없다면 산다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그럼 꿈꾸세요.” 그녀가 말했다. “아무 말 안 할 테니

 

새끼 호랑이를 드디어 집에서 키우게 됐으니 디마는 행복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디마와 달리 주변 사람들은 이 꿈의 실현이 못마땅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당연하다. 고양이도 개도 아닌, 호랑이지 않은가. 디마의 여자친구 랼랴는 정신적으로 이상이 없는 사람들은 호랑이를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의 집에 오기를 거부한다. 디마도 호랑이도 똑같이 무서워한다. 디마와 함께 사는 엄마와 아빠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지루하지만 평온했던 일상은 무너졌다. 새끼 호랑이는 오줌을 아무 데나 쌌고, 자랄수록 고기 값도 많이 들었으며, 소파를 손톱으로 긁어대 엉망으로 만들었다. 엄마는 이 모든 것을 참는다. 호랑이가 무섭기 때문에 호랑이를 다그치지 못하고 디마를 향한 잔소리가 더 늘어간다. 엄마의 끊임없는 비난을 들으면서 디마는 문득 의심하기 시작한다. 내 꿈이 이상한 게 아닐까? 잘못된 게 아닐까? 엄마의 말과 바샤의 아내 행동이 이치에 맞는 게 아닐까. 디마는 호랑이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그러니까 제 꿈을 다시 없었던 상태로 돌려놓고자 애를 쓴다. 그런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루었던 꿈을 포기하려고 마음먹고 괴로워하는 디마에게 릴랴는 다른 꿈을 가져보라고 조언한다.

 

다른 꿈을 가져 봐

하지만 그건 배신행위야!”

뭐가 배신행위야?” “실현된 꿈은 이미 꿈이 아니야.”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는데, 내가 호랑이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나의 가장 좋은 부분이 나한테서 사라지고 말 거야.”

그렇지만 당신이 호랑이를 보호한다면, 그가 자라서 당신을 잡아먹겠지. 그럼 당신에겐 결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걸.”

 

실현된 꿈은 이미 꿈이 아니라는 말도, 그러니까 이제는 다른 꿈을 가져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호랑이()’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가장 좋은 부분이 자기한테서 사라지고 말 거라는, 그건 배신행위라는 디마의 항변도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당신이 호랑이를 보호한다면, 그가 자라서 당신을 잡아먹겠지. 그럼 당신에겐 결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걸.”이라는 랼랴의 말은 남들이 보기에 허황하고 무모한 꿈을 꾸는 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실제로 호랑이가 사라지고 난 뒤 이웃들은 디마에게 전보다 더 친절해진다. ‘대체로 사람들은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 디마는 자신들과 같은 방식으로 사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꿈을 잃은 디마는 술집에 앉아 우울한 얼굴로 옆에 앉은 사내에게 말한다. “엥겔스가 그런 말을 했다죠. ‘비극이란 대체 무엇인가? 그건 바로 실현 불가능과 욕망의 충돌이다라고 말이에요.”........ 나에게도 아직도 꿈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혹시 디마의 호랑이 같은 것은 아닐까..... 이 짧은 단편은 오늘 내게 많은 것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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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2-25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 자라서 당신을 잡아먹겠지˝ 이 문장 인상깊네요. 방금 책 주문했는데 ㅜㅜ 이 📚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잠자냥 2021-02-25 17:42   좋아요 1 | URL
네, 빅토리아 토카레바는 모르고 지나가기엔 아까운 작가같습니다. 이 책으로 시작하셔도 좋고요. <티끌 같은 나>도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새파랑 2021-02-25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권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1-02-25 17:58   좋아요 1 | URL
토카레바는 믿고 추천합니다. <사랑의 역사>를 재미나게 보셨다면 아마 <티끌 같은 나>도 좋아하실 거예요. ^^

난티나무 2021-02-2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ㅠㅠ 정녕 호랑이인가요 제 꿈도...... 슬퍼지면서 동시에 보관함 슝 ~~~

잠자냥 2021-02-25 18:17   좋아요 0 | URL
ㅎㅎ 왠지 슬프죠. 이 책은 전자책도 있으니 쉽게 받아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전자책으로 읽어서 인용 문장 페이지를 밝히지 못했어요.
 

<책 좀 빌려줄래?>를 읽었을 땐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조금 실망했는데, 얼마 전 페넬로페 님의 글을 보고는 아, 이 책을 이렇게 재미나게 읽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페넬로페 님의 '내 책장의 책들'포스팅 속 질문을 가져와서 나도 답해봤다. 우리 책 환자들은 또 이렇게 남들이 어떤 책 읽는지 보기 좋아하잖아요?

 

1.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던 책

 

무척 많아서 꼽기 힘들지만, 최근 책 위주로 답해보자면,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읽고 있는데 이거 무지 재밌다. 너무 생생하게 잘 써가지고 책장이 휘리릭.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페미니즘, 인종차별, 가부장제, 데이트폭력..... 뭐 다 들어있는데, 이걸 또 이렇게 재미나게 범벅을 하네? 현재 절반쯤 읽었는데, 여기까지는 어떻게 보면 미드 엘 워드(The L Word)’ 흑인버전 같기도 하다. 밤에 이 책 붙잡으면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이러면서 계속 읽고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 책 대부분이 흥미진진하지만, <초조한 마음> 이 책은 정말 와... 너무 흥미진진해서 손에서 놓을 수 없음. 이 책 읽어본 분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아실 듯. <레베카>도 빼놓을 수 없다. 애트우드 여사 책도 무지 흥미로운데, 특히 이 <그레이스> 대박이다. 영화로 만들어도 아주 흥미진진할 거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넷플릭스에 드라마로 나온 게 있더라. 원작의 감흥을 망칠까봐 차마 드라마는 못 보고 있음.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도 꽤 인기 작가가 된 줄리안 반스. 그런데 말이죠. 여러분, 반스의 진짜 흥미진진한 작품은 이 책입니다. 반스의 최고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재미로만 따지면 톱 중의 톱. 이거 정말 재미나요. 근데 품절이네?

 



어린 시절 나의 명작. 성인이 되어 읽어도 정말 재미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 이 책에 그렇게 빠졌던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니, 뭔가 현실 탈출해서 신분 상승(?)하고 싶은 욕구를 채웠던 거 같기도.

 

 

2. 펴볼 엄두가 안 난 책

 

<성경>. 서양 문학 더 잘 이해하려고 읽어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걸 하고 있는 다락방 님 존경합니다.

 


책은 하나씩 모으고 있어요. 그렇지만 과연 언제 읽을지? 이걸 읽으려고 감옥에 갈 수도 없고. 자매품으로 <율리시스>도 있습니다.

 


책은 정말 좋다. 좋아, 그런데 이 책 ㅋㅋㅋㅋㅋㅋ ...크기가. 이 책 갖고 계신 분들은 알리라. 앉아서 들고 읽거나, 누워서 들고(????) 읽는 거 절대 불가능한 크기. 여러분 가방에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 그래서 고이 모셔만 두고 있는 책

 


내가 갖고 있는 벽돌책 중 하나. 호기롭게 샀으나, 서론과 1장 읽고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자꾸 다른 책에 밀려서 다시 펴볼 엄두가 안 나는 책. 조만간 완독하고 싶다.

 



이것도 호기롭게 사놓고 중간에 다른 책 읽고 싶어질 거 같아서 도저히 펴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3. 친구가 준 책
















예전에는, 그러니까 대학 때쯤엔 책 선물을 종종 받았다. 선배나 후배 같은 먼~ 사람들에게. 그러나 내가 책 취향이 까다롭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그 정도로 가까운 친구들은)은 섣불리 책을 선물하지 않는다. 자기 책장을 정리하다가 버릴 책 중에 내게 혹시 관심 있는 책 물어봐서 넘기는 일은 가끔 있다. 그런 것들 중에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 마르케스 자서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가 기억에 남는다. 친구는 내가 중남미 환상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내가 언젠가 읽을 것임을 알고 넘겨줌.

 



이건 정말 내가 받은 책 선물 중 가장 인상 깊다. 제주도 여행 전에 후배가 선물한 책인데, 국내 에세이 별로 안 좋아하는 내가 이 책 처음 받았을 때는 정말 시큰둥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줄줄 울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김영갑 갤러리 직접 가보고는 더 폭풍 오열. 김영갑 갤러리는 그 후로도 두 번인가 더 갔다. 그리고 급기야 이 책까지 삼.





4. 읽으려고 무진 애썼던 책

 



최근에는 이 책이 생각난다. 좋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으나, 나는 너무 재미가 없어가지고 진짜 꾸역꾸역 읽음.

 



아 정말 마가 꼈는지.... <마의 산> 1권만 지금 몇 번째인지.... 다음에 읽을 땐 1권은 벌써 몇 번 읽었으니까 2권부터 읽겠음. 그런데 벌써 1권 기억 희미...


 


폴스타프 님이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에서 재미있는 책 소개해주고 있는데, 재미없는 책으로 꼽으면 아마 이 책이 1위가 아닐지. 지겨워서 책 찢고 싶은 심정이 든다. 하지만 완독한 나 정말 장해.

 


5. 어째서인지 두 권이 있는 책(본 책에는 세 권)

 















<전망 좋은 방>, <타인의 고통>, <하워드 진, 역사의 힘>-  이 책들은 우리 집에 2권씩 있다. 지금으로부터 한 8년 전 현재 애인하고 본격 연애 시작할까말까 할 그즈음에 내가 이 책 세 권을 선물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이다. 그날 같이 술을 마시다가 내가 이 책을 꺼내서 선물했더니 눈이 커지면서 깜짝 놀라던 그 사람. 나중에 이야기했는데, 이런 책 선물하는 사람이라서 나한테 완전 더 반했다더라고. 아 진짜 쑥스럽구만. 그날 우리가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거 같다. 암튼 그리하여 현재 동거인이 된 바람에 이 책은 집에 2권이 되었다는. 살림 합칠 때 겹치는 책들은 팔거나 미련 없이 버렸는데, 이 세 권은 우리의 역사라서 도저히 버리거나 팔 수 없었다. 미련 없이 버린 대표적인 책이 사르트르의 <구토>. “이 책 보기만 해도 토 나온다하면서 알라딘에 팔 생각도 안하고 버렸다는.

 



나쓰메 소세키의 모든 책

나쓰메 소세키 작품을 좋아해서 빠짐없이 다 읽었다(소설만이 아니라 산문집도 포함). 여러 출판사 판으로 각각 갖고 있다. 그런데 몇 해 전 현암사에서 나쓰메 소세키 전집이 나왔다. 이걸 어떻게 안 사. 그래서 다 구매. 그러다 보니 소세키 책은 우리 집에 2, 심지어 3권인 책도 있다.

 


전자책으로 구매해놓고, 책꽂이나 책상에서 보이지 않으니까 없는(안 산) 책인 줄 알고 종이책으로 또 샀다. 종이책을 기쁘게 책꽂이에 꽂아놓고는, 어느 날 전자책 리더기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의 경악이란....!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둘 다 아직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이란...! 나만 그런 거 아니죠?

 

6. 내 생명을 구해준 책


6.25 전쟁 참전 시 적의 총알이 내 가슴을 뚫고 가려했으나 가슴팍에 있던 <성경> 때문에 내가 살았....... 이런 책을 뜻한다면 사실 그런 책은 없다. 더 넒은 의미로 나를 살린 책 뭐 이런 걸 생각해 본다면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가 있다(지금 애인 말고 그 전 사람). 진짜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 보니 사랑에 관한 책을 찾아 읽게 되더라. 이 책의 원제는 <All About Love> 내가 읽은 책은 절판되었고, 새로운 판 <올 어바웃 러브>로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로 선택한다는 것. 아무튼 그때 그 사람하고는 헤어졌지만, 잘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벨 훅스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내겐 큰 의미가 있는 책.
















지금 애인하고 초창기에 무지막지 싸웠다. 내 안의 괴물이 마구 튀어나오던 시기. 내가 말을 참 못되게 한다고 하더라. 사실 맞다. 지금 애인은 진짜 선한 사람이라 상처 주는 말을 잘 못한다. 그럼에도 싸우다 싸우다 거의 관계가 파탄 날 즈음, 나한테 뭐가 문제가 있는 걸까? 고민하다가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사 읽었다. 책을 읽은 후 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래도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말투는 좀 깨달았다고나 할까. 애인은 이런 책을 찾아 읽는 나를 보고는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 감동했다고 한다.

 















아주 우울하던 시기가 있었다. <길 위의 생>은 나쓰메 소세키의 가장 자전적 작품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틀림없는 인물 겐조’, 그의 인생은 정말 절망적이기 짝이 없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 중 제일 어둡고 비참한 작품이 아닐까.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묘하게도 위로받았다. 그에게도 이런 삶이 있었는데도, 꿋꿋하게 살아가지 않았는가 싶었다. 요즘도 가끔 지나치게 삶이 버거워질 때면 이 책을 들춰본다. 이 책은 요즘 <한눈팔기>라는 책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다.

 

7. 친구에게 빌려준 책



빌려주고 못 받은 책은 거의 없다. 내 친구들은 내가 책에 대해 엄청 까탈스럽게 군다는 것을 알아서 빌려 가는 일도 드물지만 빌려도 재깍재깍 돌려준다. 그런데....! 내 애인의 친구였던 그 인간....! 여기서 중요한 점은 친구였던에 있다. 애인도 관계를 끊을까 고민했던 인간이기에 꽤 오래 전에 절연했다. 근데 그 인간이 우리 집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 책을 빌려가서는 안 가져왔다. 애인도 기억 못하는 걸 난 기억한다. 한다고!!!! 우리 집에 이 책이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버전으로 있으니 용서한다. 근데 그 인간은 이 책 읽지 않았을 게 틀림없다.



8. 매일 밤 읽다가 잠드는 책



특별히 밤마다 들춰보는 책은 없고, 매일 밤 책을 읽다가 잠들기는 한다. 책을 들고 읽다가 스르르 잠에 빠져서 책을 떨어뜨리는 일 비일비재. 요즘은 앞서 말한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읽다가 잔다. , 이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책 읽다가 잠들어서 떨어뜨린 적 없음.

 

9. 내가 쓰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책

 


수잔 손택의 <강조해야 할 것>을 읽고 그처럼 에세이를. 글을, 쓰고 싶다고 간절히 열망하던 시기가 있다. 지금도 뭐 그렇기는 하다.















 


카포티, 체호프, 제임스 설터 이들처럼 단편을 쓰고 싶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ㅏㅏㅎ하하하하하하 ㅠㅠ

 

10. 내 인생을 바꾼 모든 책

  


강준만, <김대중 죽이기>

대학교 1학년 때 사귀던 애가 자기 숙제를 내게 부탁한 적이 있다. 나는 책도 많이 읽고 리포트도 잘 쓰니까 제발 이 책 한 번만 읽고 대신 리포트 써주면 안 되겠느냐고. 지금 같으면 안 해 줄 텐데, 그땐 나도 뇌가 덜 자라서 빻았던 시기라 그런 부탁을 받고도 흔쾌히 해준 것 같다. 그렇게 처음 만난 강준만. 사실 우리 부모님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나이대 보수당 지지자들이고, 김대중과 더불어 전라도를 괜히 싫어하는 그런 집안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그러려니 자란 나에게 이 책은 센세이션이었다. 그 후로 강준만 책을 많이 찾아 읽은 것 같다. 이와 비슷한 계보의 강준만 책으로 <노무현 죽이기>, <이문열과 김용옥>, <문학권력> 등이 있다. , 그때 그 애 말로 리포트는 A+ 받았단다.

 















<강준만 죽이기>에 이어서 이 책들도 대학교 1학년 때 읽었다. 지금까지 내가 받아온 교육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해준 책. 이 책을 시작으로 기존의 관점과 좀 다르게 쓴 책들을 스스로 많이 찾아보게 된 것 같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이 책은 내가 내 성향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꼽고 싶다.

 



이 책은 왜 절판이 되었을까. 요즘 다시 읽고 싶기는 하다. 요즘 대학교에서는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해, 거의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총여학생회. 대학 1, 2학년 때 총여학생회 회장이었던 우리 과 선배한테 반해가지고 총여학생회실을 제 안방처럼 삼아(실제로 술 먹고 잠도 많이 잠... -_-)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그 선배가 권해줬던 이 책. 언제나 추억에 잠기게 해주는 책이면서, 내게 페미니즘 관점을 심어준 첫 번째 책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무튼 알라딘 여성주의 책 읽기 모임 응원합니다. 제가 비록 강제로(?) 스케줄 따라 책 읽는 것을 싫어해서 그 모임에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뜨겁게 응원하고 있어요.

 














내가 읽은 책은 2쇄 째 찍은 판본. 정희진 쌤 강연을 처음 들으러 가서 그 자리에서 샀다.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라는 말. 어찌 잊을 수 있을까. 15주년 기념판 사고 싶으다.....

 



10대 때 이 책을 읽고 소설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느꼈던 것 같다. 황순원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랬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가슴이 시리게 아름답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11.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 가장 야한 책




이건 제가 덧붙여봤습니다. 우리가 또 이런 거 좀 좋아하지 않습니까? 쿨럭; 저도 야한 책 꽤 좋아하는데, , 사드 <소돔 120>만 한 책이 없습니다. 이 책은 내가 10대 시절, 서점에서 처음 판매되었는데(1992년 초판이 새터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바로 판금됨), 미성년자는 살 수 없었다. , 그런데 어떻게 읽었느냐면 훔쳐서..... 아 진짜 그때는 단짝 친구랑 서점에 자주 갔는데, 내 단짝 친구가 내가 책 좋아하는 걸 알아가지고 책을 종종 훔쳐 줬다. 아 미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날도 둘이서 함께 서점을 갔는데, 내가 이 책을 보고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을 이 녀석이 언제 캐치했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날 서점을 나왔더니 이 녀석이 자, 하면서 내게 이 책을 건네준 게 아닌가. 그날 집에 와서 엄마 몰래 이 책을 방에서 열심히 읽었는데, .... 신세계..... 난 인간이 이렇게 드러운 동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너무너무 충격적이고 야해서 읽다가 속이 미식미식... 그래서 결국 토했다. -_- 훔쳐 준 친구의 성의를 생각해서(??) 다 읽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내 정신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해서 며칠 뒤에 갖다 버렸다. .... 암튼 이 책 최고..... <소돔 120>2000년에 고도출판사에서 다시 나왔고 가장 최근에는 동서문화사에서 출간된 듯하지만.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누가 훔쳐줘도 안 읽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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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2-17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근데 민음사 추천 글 쓰는데 이틀을 잡아 먹었어요! 아주 속이 터집니다.
내 말 좀 들어봐... 재미 죽입니다만, 그래도 대표작은 10 1/2 라고 주장하고 싶은데 그럼 한 대 맞아야 하나요? ㅋㅋ
마의 산...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근데 어쩌자고 저걸 고딩 2학년 때 읽었는지. 한 번 더 읽어봐야 하나, 저도 고민 중입니다.
질투... 바나나 나무하고 자동차 생각만 납니다. 눈알 빼고 현미경 가져다 박으면 이런 책 쓸 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와, 소세키 광팬, 인정, 인정!!!
황순원, 전집을 다 읽었다는 거 아닙니까. 심지어 가지고 있기도 해요! 게다가 선생을 존경까지 한다니까요!!
소돔 120일...야하지 않더군요. 드러워요. 이걸 읽느니 차라리 야설을 읽고 말지. 야설은 가끔 귀엽잖아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2-17 15:49   좋아요 1 | URL
이런 글이 책도 넣어야 해서 은근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민음사 추천글 이틀 걸릴만합니다.
암요. 줄리언 반스 대표작은 10과 1/2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 말 좀 들어봐>는 재미면에서 톱이라고요. ㅎㅎㅎ
<마의 산> 한번 잡아들면 그 산에서 내려올 수 없다는 전설이...
황순원 전집 소장용입니다. 존경할만한 분이고요. ㅎㅎ
소돔 120일 드러워서 제가 토한 거군요. ㅠㅠ 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2-17 15: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별 백 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그런
뻬빠네요.

설터 샘의 단편집은 진짜 보물입니다.

전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가 최소한
3권 이상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권은
저희 독서 모임 짱님에게 진상했습니다.

얼마 전에 본가에 갔다가 또 한 권 발견
했답니다. 우와... 작정하지 않으면 쉽게
읽을 수 없는 그런 책이었던 것으로 기
억합니다.

작년에 <마의 산> 뽀갠다고 했다가
산에서 실종된...


잠자냥 2021-02-17 15:50   좋아요 1 | URL
설터의 <어젯밤>은 설터 책 중 제일 보석 같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제발트가 3권이나!! 아 그러고 보니 전 제발트 <아우스터리츠>는 읽다만 책이군요;;

<마의 산> 산에서 내려오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2-17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르테 클래식클라우드 <나스메 소세키> 기다리고 있어요~
출판사에서 올해 예정으로 올린 목록 보고.
기다리고 있는책 항목 추가해볼까요?^^
절판된 책도 기다리는게 몇 권 있는데 ㅎㅎ

잠자냥 2021-02-17 15:52   좋아요 0 | URL
기다리고 있는 책 항목 추가 재미날 거 같습니다!
클래식클라우드에 <나쓰메 소세키>가 나오는군요! 오, 제 친구 중 나쓰메 소세키 좋아하는 녀석이 있는데, 그 친구에게도 알려줘야 겠습니다.

다락방 2021-02-17 15: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이거 댓글 뭐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일단,

1. 그렇지만 <소돔의 120일>은 그러니까, 흥분을 자아내는 야함, 에로틱이 아니라 좀 하드한거죠? 제가 좋아하는 에로틱, 야함은 읽으면서 저도 같이 막 므흐흣 에헤헤셋 얄랄라라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몸을 비틀어 꼬고 그래야 되는건데, 저 사드는 그렇다기보다 윽 드러, 이렇게까지, 아니 이런걸해? 이런 거잖아요? 저는 사드는 정말 ‘토할것같은‘ 야함일것 같아서 아무리 그렇게 야하다고 하셔도 패쓰입니다.

2. 여성주의 책읽기는 저야말로 뭔가 ‘읽어야한다‘고 하면 읽는거에 엄청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라서, 그 조건을 최소한 하기 위해 이 번달엔 이 책이다 정도만 가져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어떤 사람이냐면, 대학교때 과친구들이 ‘너는 항상 책을 들고 다니는구나‘ 했을 정도로 책 열심히 읽는 사람이었는데, 교양으로 문학 시간이었나, 이문열의 <선택>을 읽어와라, 중간고사는 그거 읽고 답해야 한다, 고 하더라고요. 안그래도 제가 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갑자기 그 책으로 시험 본다니까 읽기 싫잖아요? 그래서 안읽었습니다. 네.... 그리고 시험 봤습니다. 네..... 저는 이시대 최고의 반항아! 우후훗-


3. 성경은 지금 <민수기> 를 읽는 중인데요, 오늘 읽은 부분은 정말 싫었어요. 신이 전쟁 일으켜서 저 편 다 죽여라, 이래가지고 모세가 그 말을 따르고 전쟁 일으켜서 다 죽여요. 이게뭐에요. 명분 있는 전쟁은 없다는 것은 현대에 생긴 개념인겁니까? 어떻게 그래요?? 읽을수록 신이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되고 신에 대한 기대를 놓게 되고 점점 더 신은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요. 저는 성경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엇나가는것 같아요. 이시대 최고의 반항아 답게... 하핫.


4. 으앗 저도 이 페이퍼 보니까 정말 써보고 싶은데... 그렇지만 생명을 구해준 책에서 막힐 것 같아요. 그런데 생명을 구해준 책의 에피소드가 제것이랑 비슷하네요. 저는 생명을 구해줬다고까지 할 순 없지만, 사랑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사랑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사랑에 관한 글을 찾아읽기는 했었거든요. 그런데 내가 혼자 공부한다고 되는 건 아닌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공부할 거에요.

5. 집에 책 두 권 된 에피소드 너무 사랑스럽네요, 잠자냥 님. 저도 .. 그런 장면을 몇 번 상상해보긴 했거든요. 서재 결혼시키기.. 읽고요. 애인책 내책 해서 두권이 되면 한 권은 정리해야지 라고 생각했다가 시간이 흘러서는 걍 두 권씩 두자 하나는 그사람꺼 하나는 내꺼 했다가 지금은 책 읽는 사람하고 같이 살지 말자.... 아니, 연애를 하지말자.....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비연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 아 맞다. <질투>!! 와, 저 진짜 저거 읽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다 읽은 저를 쓰다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지루한 책이었어요!! 지금은 완독했다는 사실만 기억납니다. ㅋㅋ

7. 그나저나 잠자냥 님 솔직히 말해봐요. 이 페이퍼... 좋아서 쓴 거 아니고 책 지르게 하려고 쓴거죠? 장바구니에 책 담아갑니다. 에잇. ㅠㅠ

잠자냥 2021-02-17 15:59   좋아요 2 | URL
아니, 다락방 님 일케 댓글로 하지 말고 페이퍼로 하라니까요.... ㅠㅠ 왜 요즘 바빠요?? 바쁜 거 사라지면 꼭 하세요. 페이퍼로. ㅋㅋㅋㅋ

맞아요, <소돔 120일> 야한 거 아니에요. 어린 제가 읽기에 야하다고 생각한 거지, 뭐 지금 기준에야 폴스타프 님 말처럼 드러운 거죠. ㅋㅋㅋㅋㅋㅋ <소돔 120일>은 정말 토할 거 같은 책이니까 읽지 맙시다. 우리 ㅋㅋㅋㅋ

서재 결혼시키기 이거 근데 가끔 그런 생각 들 때도 있어요. 혹시라도 헤어지면 책 나누기 거참 뭔가 굉장히 어렵겠는걸??;;; ㅋㅋㅋㅋㅋㅋ

<질투>는 진짜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 중 지루함 NO.1!!!!!

암튼 온갖 반항심에도 성경 읽는 당신 존경합니다. ㅎㅎㅎ

아니에요, 이 페이퍼 책 지르게 하려고 한 거 아니에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2-17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좋아요^^
일단 이 페이퍼 처음 부분에 제 이름이 떡하니 나와서요 ㅎㅎ
내 책장의 책들이라는 질문에 다른 분들은 어떻게 답할지 무척 궁금했거든요~~
다만 너무 업그레이드된 느낌에 최초의 것과 비교되네요 ㅎㅎ
그래도 최초로 제가 시도했다는데에 기쁨을 느끼려구요^^
생명을 구해준 책은 ‘사랑‘ 이라는 소재가 같아 반가웠어요**

잠자냥 2021-02-17 16:08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 님 덕분에 재미난 포스팅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길이가 참 업그레이드 됐지요? ㅎㅎㅎㅎ
다른 분들 것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책 환자들의 책 리스트 ㅎㅎㅎ

coolcat329 2021-02-17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번 째 책 그렇게 재밌군요! 와~~ 저도 초조한 마음, 레베카 내려놓기가가 힘들게 재밌었어요. 근데 책 빌려간 남편 친구! 저도 같습니다. 신혼 때 집에 와서 빌려갔는데 못 받았어요. 체 게바라 평전이었는데...
5번 스토리~~저도 젊을때 썸타는 누군가가 술 마시다가 이런 책들 불쑥 줬다면 아마 책을 지금보다는 많이 읽었을텐데요... ㅎㅎ 아름다운 책 추억이네요.

잠자냥 2021-02-17 16:42   좋아요 1 | URL
첫 번째 책 정말 재미나요! 추천입니다. 쿨캣 님하고 저랑 비슷한 추억이 있군요.
그나저나 왜 ‘젊을 때 썸타는 누군가‘라고 하셨어요. ㅋㅋㅋㅋ 우리 너무 늙은 거 같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2-17 16:41   좋아요 1 | URL
저는 시동생 책장에서 체 게바라 평전 슬쩍 가져왔는데 아직 모르는것 같아요^^

잠자냥 2021-02-17 16:42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 님 슬쩍 가져온 책 이것도 추가하시지 ㅋㅋㅋㅋㅋㅋ 체 게바라는 슬쩍 가져오고 가져가는 그런 인물이군요! 탐나는 인물? ㅋㅋㅋㅋ

비연 2021-02-17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책지름신과 만난 후, 집에 있는 <소녀, 여자, 다른사람들>을 한번 흘깃 보고 다음 책으로 소중히 지정해봅니다.
잠자냥님.. 이런 페이퍼 넘 좋은데... 왜 이리 슬픈 거죠...? ㅜ

잠자냥 2021-02-17 17:30   좋아요 0 | URL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다음 책으로 지정 좋아요~!!
이런 페이퍼 넘 좋지만 장바구니가 터지는 슬픔....ㅋㅋㅋㅋ

미미 2021-02-17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있는 책 거의 다 읽고 싶은 책이네요! 몇 권 저한테 있는 것도 있어서 그나마 좀 안심이 될 정돕니다.어제 정말 마지막이다 하고 주문했는데 오늘 진짜진짜 마지막 주문하러~😭👍♡

잠자냥 2021-02-17 17:55   좋아요 3 | URL
알라딘 책 승냥이들은 언제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책을 주문하러 가는 것이지요. ㅋㅋㅋㅋㅋㅋ

라로 2021-02-18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돌이킬 수 있는>이 너무 재미없었어요. 저는 꾸역꾸역 안 읽고 그냥 덮었습니다.ㅋㅋ 여기서 동지를 만나다니 넘 반가움. 저는 제가 이상한 줄;; 다들 좋다고 하는데 말이지요. 저도 이 페이퍼에 대한 얘기 하고 싶은 것이 좀 있지만, 시간 관계상,,,정희진샘 15주년 샀습니다요!! 보라색 줄넘기 받고,,그런데 언제 제 품에 안길지는,,,암튼 잠자냥님 멋져요!!^^

잠자냥 2021-02-18 08:28   좋아요 0 | URL
오 저만 이상한 게 아니었군요. ㅠㅜ 물론 제 친구에게 읽어보라고 했더니 친구도 딱히 재밌었다고는 안 하더라고요. 그나마 다행;;

psyche 2021-02-1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녀, 여자, 다른사람들>은 한국 갔을 때 가져오려고 동생 집으로 배달시켜 놓았는데 후회되네요. 한국 언제 갈 지 모르는데... 빨리 읽고 싶다. ㅠㅠ

잠자냥 2021-02-18 09:46   좋아요 0 | URL
아니 제가 프시케 님 발동동 하게 만들었군요. ㅎㅎㅎ 빠른 시일 안으로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읽게 되시길... ㅠㅠ

단발머리 2021-02-1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여기 잠자냥님 책들을 후루룩 모아 ‘읽고 싶어요‘ 넣는데도 한참 걸렸답니다. 좋은 페이퍼 너무 감사해요.
바쁜 시간 쪼개서 앞으로도 자주 부탁드려요. 다른 분들 장바구니 터지는 아픔 속에서도 다들 좋아하시는 분위기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2-19 11:16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는요, 저도 쓰면서 재미났던걸요.
그나저나 정말 다들 고문당하면서 기뻐하는 듯이 장바구니에 담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2-22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어마어마한 것을 읽어버렸다!!!!! 세상에, 이 황홀한 책환자 ㅠㅜ 저역시 연애 안풀릴 땐 벨 훅스.. 지금 성향을 만들어준 원전 같은 책?에 <경제성장이..>있어요. 으아!!

잠자냥 2021-02-22 13:08   좋아요 1 | URL
어머나 찌찌뽕! ㅋ 반가워라 <경제성장이...> 이 책 정말 좋은 책이죠. ㅎㅎ

공쟝쟝 2023-04-09 13:52   좋아요 1 | URL
나는 여기서도 벨훅스를 말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조한 마음 읽고 다른 페이퍼들 유랑하다 ㅋㅋㅋ 이 글 보고 다시 빵터집니다 ㅋㅋ 뽀리잠 ㅋㅋㅋ 소돔 120일 토한 소설 음음
 

좋은 서평이란 그 책을 사러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르 귄은 최고의 서평가이다. 그의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를 읽노라니 이 책에 언급된 모든 작품들을 읽고 싶어진다. 르 귄이 찬사를 쏟은 책은 물론이요, 조금 비판한 책은 또 그 나름대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읽어보고 싶어진다. 책을 읽는 내내 르 귄이 언급한 작품마다 온라인으로 찾아보고는 장바구니에 담기 급급해진다. 이미 읽은 책이더라도 르 귄이 지적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음미하면서 읽어보고 싶어지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하루가 급하게 읽고 싶어진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그리하여 결국은 삶에 관한 르 귄의 오랜 사유의 결과가 담긴 최고의 에세이다.

 

르 귄은 서평을 일컬어 흥미롭고 부담스러운 글이라고 말한다. 그 자신은 싫은 책을 다룰 때만 아니라면 서평 쓰기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르 귄이 생각하기에도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글이 서평으로서는 최고이지만, 그는 잘 쓰고 잘 맞는 악평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악평을 쓰는 즐거움은 저자에 대한 동료 의식과 함께 고통을 가하는 것을 즐긴다는 데 대한 부끄러움 등 온갖 죄책감 탓에 우울해진다고도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은 대부분이 호평이다. 그중에서도 주제 사라마구를 향한 애정 넘치는 글은 단연 인상적이다. 나는 사라마구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 작품은 처음부터 읽기 수월하지는 않았다. 독특한 문체도 그렇지만 그 끔찍한 상황이 주는 무시무시한 공포가 책장을 쉬이 넘기지 못하게 했다. 르 귄도 눈먼 자들의 도시로 처음 사라마구를 접했을 때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을 더 읽지 못하고 일단 사라마구의 다른 작품들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르 귄은 사라마구에게 완전히 반한다.

 

르 귄은 사라마구를 일컬어 그는 나와 같은 세대의 소설가 중에서 내가 몰랐던 것, 아니 어쩌면 내가 아는 줄 몰랐던 것들을 말해주는 유일한 소설가라고 말하며 내가 아직도 배우게 되는 유일한 소설가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라마구는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면에서 대단히 희귀한 뭔가를 전달하며 환상을 깨뜨리면서도 애정과 경탄을 허용하고 맑은 시선으로 용서한다. 르 귄이 보기에 사라마구는 그 정신과 유머 면에서 최초의 위대한 유럽 소설가 세르반테스와 가장 가까운 작가인지도 모른다. 수도원의 비망록,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동굴, 코끼리 여행등등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사라마구의 모든 작품이 읽고 싶어진다. 특히 르 귄은 코끼리 여행을 일컬어 사라마구의 가장 완벽한 예술 작품일 것이라고 극찬한다. ‘모차르트의 아리아나 민요처럼 순수하고 진실하며 불멸할 작품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사라마구는 심금을 울리는 품위와 재치를 담아, 그리고 자기 작품을 완전히 제어하는 위대한 예술가답게 단순하게 글을 쓴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원로이며 눈물이 있는 남자. 지혜로운 남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287)라는 매력적인 글귀를 읽노라면 누구인들 주제 사라마구를 읽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마거릿 애트우드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밝히는 글들도 흥미롭다. 이 책에서 르 귄은 사라마구만큼이나 애트우드의 작품을 여러 번 말한다. 도덕적 혼란을 언급할 때는 이 책은 하나의 건축물이고, 하나의 인생담이긴 하지만 삽화적이라 말하며 이 모든 단편의 공통점은 투명한 시선과 훌륭한 지력, 그리고 완벽한 나머지 번쩍일 때를 제외하면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언어 구사력을 극찬한다. 도덕적 혼란의 첫 번째 단편인 <나쁜 소식>을 평할 때 르 귄은 이보다 더 날카롭고, 건조하고, 웃기면서 슬플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급기야 이렇게 부드러우면서 그럴듯하게 판타지로 넘어가면서 현실을 심화시키는 수법이야말로 애트우드의 가장 음흉하고도 다정한 면모라며 정말이지, 애트우드 같은 작가는 없다’(338)고 말하기에 이른다. 홍수의 해에 대해서 그 결말은 놀라움이자 수수께끼라고 말하면서 여러분이 이 비범한 소설을 읽고 직접 판단해야 마땅하다.”고 하며, 애트우드의 또 다른 단편집 돌 매트리스의 서평에서는 유연하고 적응력 높고 매우 지적이며 대단히 고집스러운 재능 탓에 기존의 리얼리즘으로부터 멀리 배회하는 능력을 지닌 애트우드 그녀가 어디로 가는지 보는 일은 변함없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애트우드의 홍수의 해이 시리즈도 사놓고 아직 읽지 않았는데서둘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밖에도 이 책에는 매력적인 서평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소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스투르가츠키 형제의 노변의 피크닉에 관한 르 귄의 글은 소개하고 싶다. 르 귄은 이 작품을 일컬어 인간관계들은 진실성을 띤다. 엄청나게 뛰어난 지식인 같은 건 없다. 다들 평범한 사람이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대단찮고 모멸스러운 삶을 살아가며 그 모습은 감상주의도 냉소도 없이 그려진다. 인간애를 치켜세우지도 않지만, 깎아내리지도 않는다. 그게 얼마나 연약한지 알기에 저자들의 필치는 부드럽다고 말한다. 이탈로 칼비노의 완전판 우주만화(우리나라에서는 우주만화, 모든 우주만화로 번역)를 평하는 글도 아름답다. “여름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독서는 드러누워서 푹 빠져들 길고 두툼한 멋진 장편 소설 한 권, 아니면 여름 과일 바구니처럼 한 번에 한두 개씩 빼먹으며 온전히 음미하기 좋은 훌륭한 단편 잔뜩이다. 이탈로 칼비노가 보낸 큼지막한 이야기 바구니가 있다. 복숭아, 살구 천도복숭아, 무화과, 다 있다. 그것이 우주만화의 개요이다.”(369). 서평을 이렇게 쓸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당장 이탈로 칼비노의 책이 읽고 싶어진다.

 

마거릿 드래블의 작품을 언급하면서 그녀는 근본적으로 솔직하지만 즐겁도록 절묘하기도 한 강렬한 서사 추진력, 선명하지만 대부분 말로 하지 않는 도덕적 부담, 사회와 젠더와 예절과 유행에 대한 적확하고도 즐거운 관찰, 어쩌면 성격이 곧 운명인지도 모를 강렬한 개성을 갖춘 등장인물들. 세상에, 내가 지금 제인 오스틴에 대해 말하고 있나?”(377)라고 하는데, 나는 르 귄이 언급한 바다숙녀를 읽지는 않았지만 드래블의 찬란한 길에서 르 귄이 말한 지점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에 그저 그 빼어난 표현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출간된 살만 루슈디의 28개월 28일의 밤에 대해서 르 귄은 플롯을 요약할 생각만 해도 비명을 지르며 소파에 기절해 쓰러질 판이다. 루슈디의 상상력은 프랙털 구조다. 끝없이 플롯이 플롯을 싹틔운다. 적어도 101개의 이야기와 하부-이야기가 있으며 그만큼 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여러분은 이것만 알면 된다. 그 이야기들 대부분이 아주 재미있고 즐거우며 오묘하다는 것을. “나는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의 용기에 감탄하고, 그 끝내주는 색채와 활기와 유머와 찬란함을 즐기고 그 관대한 정신에 기쁨을 느낄지를 생각하고 싶다.”(473) 말하니 이 책도 당장 장바구니행이다. 르 귄이 서평 쓰기 강좌를 연다면 첫 번째로 달려가서 배우고 싶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단연코 읽고 싶어지는 책은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가 아닐까. SF 장르를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이 분야 책을 많이 읽지 못했던 나로서는 르 귄이 극찬한 이 작품은 진심으로 이제야 알게 된 것을 통탄하면서 그 어떤 작품보다 먼저 읽고 싶어진다. 그런데 절판!! 게다가 중고 판매 가격이……. 아무튼 누가 이 책 좀 다시 내주세요!

 

이렇게 르 귄이 언급한 책에 관한 구절만 소개하니.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는 단순히 서평 책인가 싶은데, 첫 번째 장은 읽기와 쓰기, 문학, 특히 SF장르에 관한 르 귄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많다. 무엇보다 르 귄은 문학의 성차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문학에서 여성들이 쓴 책은 줄곧 차별당하거나 소외당하며, “중요한문학상은 더 적게 받고 작가가 죽고 나면 부주의하게 다뤄지는 일이 더 많다. 르 귄은 여성의 글에 대해서는 들어도 남성의 글에 대해 듣지 못하는 상황, 즉 남성의 글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한 균형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흔히 쓰면서 자연히 따라와야 마땅할 반대말인 매스큘리니즘은 아예 쓰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동일한 특권과 편견이 반영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 작가의 글은 보통 폄하’, ‘누락’, ‘예외화등의 교묘한 방법으로 잊히거나 묻힌다. 예컨대 남자의 소설을 논하면서 저자의 성별을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자의 소설은 저자의 성별과 함께 논의되는 경우가 잦다. 정상은 남성이다. 여성은 정상의 예외, 정상에서 배제된 존재인 것이다. 르 귄이 보기에 어떤 여성 소설가가 1급 예술가라는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배제 수법은 여전히 작동한다. 제인 오스틴은 많은 존경을 받지만, 그래도 어떤 본보기로 여겨지기보다는 독특하고 흉내 낼 수 없는 놀라운 우연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르 귄이 생각하기에 작가 생존기에 일어나는 이러한 폄하, 누락, 예외화는 작가의 죽음 이후 일어나는 실종의 준비 작업이다. 르 귄의 이러한 지적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는 책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책 읽기를 멈추지 못하는 책 환자들을 위한 다정한 위로이자 격려의 책이다. 르 귄은 문학은 아직 놀랍게도 비교적 정직하고 신뢰할 만하다고 말하며 문학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최고의 매뉴얼, 우리가 여행하는 이라는 나라에 가장 유용한 안내서”(27)라고 말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다른 누군가의 정신과 교감하고, “상상력의 현장에 함께한다. 르 귄이 생각하기에 읽는 사람은 보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수동적인 즐거움과 자신들의 즐거움을 다르게 인식한다. 독서는 능동적이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행동이고 내내 깨어 있어야 한다. 스스로 말하지 않기에 책은 도전이 된다. 책은 머릿속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 단편소설 하나를 잘 읽으려면 그 글을 따라가고, 행동하고, 느끼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사실상 그 글을 쓰는 것만 빼고 다 해야 한다. 읽기는 게임처럼 규칙이나 선택지로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읽기는 작가의 정신과 능동적으로 협력하는 작업이다. 때문에 모두가 빠져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색다른 즐거움을 아는 이들, 그리고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해 오늘도 승냥이처럼 온라인 서점에 접속하고, 남들은 무슨 책을 읽나 살펴보고, 어떤 이들에게는 책보다도 더 재미없을 남들이 남긴 리뷰까지 읽어가며 책을 쓸어 담고 있는 이들, 그런 책 환자들은 계속 책을 읽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큰 즐거움임을 알기에. 그래서 르 귄의 다음과 같은 말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우리 손끝에 달린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 읽기를 익힌 고집스럽고 내구력 있는 소수가 오랫동안 그러했듯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리라 믿는다. 종이든 화면이든,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개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기에, 그리고 아무리 막연하다 해도 그 공유가 중요하다고 느끼기에, 어떻게 해서든 책이 다음 세대에도 존재하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다.”(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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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2-1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우~ 위험한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전에 저희 독서모임인 달궁에서 노변의
피크닉을 토론 독서로 삼아서, 한달간
죽어라 SF소설들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솔라리스>도 그 때 만났었습니다. 역시
나 대단한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탈로 칼비노는 <왜 고전을 읽는가>에
디어서리 선뜻 도전할 생각이...

잠자냥 2021-02-15 16:06   좋아요 1 | URL
이거 정말 위험한 책입니다. 전 일단 사라마구 책 다 담았고요....
<솔라리스> 이거 중고 엄청 비싼데도 사고 싶은 유혹이 마구마구... ㅠㅠ

다락방 2021-02-15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애트우드를 사야하는군요. 르귄도 사야하고. 애트우드와 르귄을 사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페이퍼에서 마지막 단락이 너무 좋네요. 책 읽는 제가 스스로 뿌듯해지는 글이에요. 그러니 저도 계속 읽도록 하겠습니다. 잠자냥 님도 계속 읽고 계속 써주세요. 물론 제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시겠지만 말예요.

:)

잠자냥 2021-02-15 16:07   좋아요 0 | URL
일단 애트우드와 르 귄을 사시고.... 르 귄 책을 보면 엄청 사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교보에서 사세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2-15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글이 좋은 서평이지만 위험하군요. 그래요, 전 책환자고 승냥이에요 책 쓸어 담으러 가겠어요.
아오오오~~~ (하울링)

참, 저 칼비노는 딱 한 권 저 <우주 만화>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다 이해한 거 같진 않은데 낚이고 휘둘린 느낌인데 즐거웠어요.

잠자냥 2021-02-15 16:08   좋아요 0 | URL
저도 승냥이 우리는 승냥이 알라딘 승냥이 ㅋㅋㅋㅋ
<우주 만화>도 담았습니다. ㅋㅋㅋ 아 정말 르 귄에게 모두 낚임당함...ㅋㅋㅋ

Falstaff 2021-02-15 16:19   좋아요 2 | URL
윽! <우주만화>가 재미있었다고요?
아아..... 어떤 기분이 낚이고 휘둘린 느낌일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전 뇌가 마구 헝클어지는 바람에 서너번 기절을 했었는데요. 흑흑.....

유부만두 2021-02-15 19:36   좋아요 1 | URL
바로 그게 재미지요!

단발머리 2021-02-15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코끼리의 여행>이랑 <우주 만화>에서 시작할까 싶습니다.
<도덕적 혼란>도 서둘러야겠는데, 웬일입니까! 이 책 읽고 나서 <미친 아담 시리즈> 다시 읽게 될것 같은 불길한 예감!!

잠자냥님 이 글 너무 좋아서 알라딘 책부자님들 다들 들썩이고 난리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2-15 17:19   좋아요 1 | URL
사실 더 소개할 책과 구절이 많았는데... 페이퍼 길이의 압박때문에... 흐흐흑
츠바이크의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에 대해서 르 귄은 정말 멋진 서평을 남겼어요(르 귄은 영어판으로 읽었는데, 그 제목은 <우체국 소녀>).

하, 저야 말로 르 귄님 때문에 책을 몇 권이나 더 사게 될 것인지!

유부만두 2021-02-15 20:36   좋아요 0 | URL
<다시> 에 방점!

행복한책읽기 2021-02-15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위험한 책임을 경고 들었지만 . . . . 저 주제 사라마구 진작부터 좋아했고, 애트우드 작년에 첨 읽고 반했고, 목차 보고 망설이다 이 리뷰에 또 한번 반해 장바구니, 생략 걍 구매 누르러 감다. 잠자냥님 리뷰 넘 잘 쓴다요. 시간 없어 대충만 읽었는데도 잘씀이 화악 보임요~~~~^^

잠자냥 2021-02-15 18:05   좋아요 0 | URL
르 귄 님에 비하명 새발의 피입니다요 ㅎㅎㅎ

Falstaff 2021-02-15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지금 이 글 여섯 번째 읽는 건데 말입니다.
하신 얘기가 전부 진실이고 댓글에 부친 답글 역시 정말로, 놀랍게도 진실이라면
이 책은 악마의 책이예요. 열성 독자는 절대 읽으면 안 됩니다.
책 사느라 집구석 기둥뿌리 뽑히는지 모르게 만들 수도 있는,
아주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 열혈 독자 여러분, 제발 이성을 찾으세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2-15 21:38   좋아요 0 | URL
우리들은 승냥이라 이 악마의 책에 기꺼이 다들 낚였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1-02-15 21:39   좋아요 0 | URL
근데 정말 제가 이 글에서 인용한 책은 르 귄이 말한 책에 비하면 몇 권 안 됩니다. 르 귄 책 읽으면 정말 큰일 남 ㅋㅋㅋㅋ

camiue76 2021-02-16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안 살 수가 없어요! 르 권의 서평책에 관한 이토록 멋진 서평이라니!

잠자냥 2021-02-16 14:25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어 보시면 아마도, 좋은 책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라로 2021-02-22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책(르 귄 여사의 책) 요즘 읽고 있는데 잠자냥님의 이 글은 이제 봤어요!! 정말 저와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또 느끼는 일인.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라마구에게 완전 반하셔서 블로그도 하셨잖아요. 르 귄 여사.ㅋ
저 이제 타우 세티에서, 앤서블로 보낸 응답,,읽을 차례에요.ㅋ 그리고 girl, woman, other도 오디오북으로 시작했어요!! 저 어쩌란;;;, 잠자냥 승냥이~~~ㅋ

잠자냥 2021-02-22 22:15   좋아요 0 | URL
네~ 르 귄 님이 참 좋은 책 많이 소개해 주셨지요?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오디오북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드라마 같을 거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