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정치 - 증오의 정치에 관하여
아쉴 음벰베 지음, 김은주 외 옮김, 김은주 해제 / 동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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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100쪽 정도만 읽고도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보편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사유와 그걸 담은 조목조목 통찰력 넘치는 명문장의 향연이라니! 밑줄을 긋는 정도가 아니라 책을 통째로 외우고 싶을 정도. 리스펙트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올해의 원픽을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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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0-15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겠습니다. 제가 이 책을 싱가폴에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좀 그 뭣이냐, ‘사유‘, ‘통찰‘ 이런거에 환장하는 것 같아요..

잠자냥 2025-10-15 14:38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원래 사유다락방이잖아요. (책)사유~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0-15 15:48   좋아요 1 | URL
(책)사유~ 다락방에서 책 빼주세요. 그냥 사유다락방 으로 해주세요!!!!! 흥!!!!

잠자냥 2025-10-15 16:13   좋아요 1 | URL
적립금 들어온 거 같은데 빨리 사유....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0-15 16:3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알라딘 앱 들어가서 그 신간 천원 적립금 부지런히 받고 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10-15 16:44   좋아요 0 | URL
아니 그거 말고... 이달의 당선작 다락방 6만원 들어간 거 같은데...ㅋㅋㅋ (이쯤이면 투비나 브런치보다 서재가 더 돈 잘 버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0-15 16:45   좋아요 1 | URL
아 그것도 확인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글 써서 돈 벌고 있었네요, 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달에 육만원, 리뷰 안쓰면 삼만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필요하다, 가난한 유학생은!!
 
[전자책] 리추얼의 종말 -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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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인 나로서는 공동체가 최선인 듯 말하는 저자의 논리에 모두 공감하기 어렵지만(특히 ‘리추얼이 규정하는 사회에선 우울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기호의 제국 일본이 과연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인가? 의아해짐) 신자유주의와 소셜미디어를 향한 날 선 비판에는 대체로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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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0-14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전반적으로 ‘라떼는 말이야~’ 느낌이다.

독서괭 2025-10-14 15:44   좋아요 0 | URL
전 라떼 좋아해요😋ㅋㅋ

잠자냥 2025-10-14 15:48   좋아요 1 | URL
달자마자 댓글다는 독서괭.....
전 라떼 먹어본 지 한 백만년은 된 거 같아요.
그나마 라떼 중에선 스벅 더블샷만 좋지만... 이것도 넘 달아서 잘 안 먹음요-

독서괭 2025-10-14 16:02   좋아요 1 | URL
호 달달구리 안 좋아하는 잠자냥은 그럴 줄 알았어요. 저는 요즘 커피빈에서 아메리카노에 바닐라파우더 추가해 먹는 것에 맛들여서..(향이 너무 좋음) 자주 안 먹으려고 열심히 참습니다..

잠자냥 2025-10-14 16:03   좋아요 1 | URL
심심한 독서괭.... 페이퍼를 쓰시오.
(커피빈 가면 한번 해볼.... 아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0-14 16:27   좋아요 1 | URL
바닐라향 좋아하면 해보아요 ㅋㅋ 일하다 막히니까 자꾸 여기 오는 중…

건수하 2025-10-14 16:39   좋아요 0 | URL
오 저도 커피빈 가면 해볼게요. 그러나 커피빈이 주변에 없...
커피빈은 옛날에 모로칸 민트 티 라떼 좋아했었는데 없어진 뒤로는 굳이 찾지 않았어요.


건수하 2025-10-14 16:39   좋아요 0 | URL
스벅 더블샷 바닐라가 맛있습니다..

가을 시즌 상품 마룬 라떼가 맛있는데... 칼로리 엄청 높을거 같은 맛이에요 ㅋㅋ

잠자냥 2025-10-14 16:48   좋아요 0 | URL
커피빈이 요즘 많이 사라지긴 했지요...

그나저나 마룬...라...떼....! 🙀🙀🙀 상상만해도 달아서 쓰러짐

(하트는 하나인데 댓글은 9개 ㅋㅋㅋㅋ)

건수하 2025-10-14 16:58   좋아요 1 | URL
하트 하나 추가...
아, 마룬 아니고 ‘마롱 에스프레소 크림 라떼‘ 입니다.

우울할 때 마시면 마음이 충만해져요... (255kcal)
(충격파+도수치료 받는 날 꼭 들름)

잠자냥 2025-10-14 17:00   좋아요 1 | URL
한병철이 좋아요는 아무 의미없따고 했써요.....
그치만 난 하트 좋은 잠자냥...ㅋㅋㅋㅋㅋ

작은데 참 칼로리가...ㅋㅋㅋㅋ
마롱부터 먹고 충격파하면 칼로리 분쇄되면 좋겠군요. ㅋㅋㅋ

건수하 2025-10-14 17:01   좋아요 0 | URL
치료받고 나서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할 때 마셔야 합니다...

독서괭 2025-10-14 17:11   좋아요 0 | URL
요즘 커피빈이 별로 없죠? 스벅에는 파우더 추가가 없더라고요 ㅠ 아메리카노 자체도 저는 커피빈이 더 취향. 스벅에서는 그 크리스마스 시즌에 나오는 거 좋아해요. 뭐더라..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뭐 그거 있는데..ㅋㅋ
라떼는 말이야에서 시작된 커피 수다..

독서괭 2025-10-14 17:12   좋아요 0 | URL
충격파 안 받아봤는데 그거 힘든 거군요?ㅜㅜ

잠자냥 2025-10-14 17:16   좋아요 0 | URL
산타 라떼입니까?!🤣

건수하 2025-10-14 17:23   좋아요 0 | URL
뱅쇼? 아니면 카모마일 릴랙서?
저도 둘다 좋아해요 ㅎㅎ

충격파는 아프게 만들어서 낫게 하는거라...
도수치료 받고 딱 아픈 근육에 쉴새없이 충격파 맞으면 정말 힘들더라고요 ㅠ

독서괭 2025-10-14 17:28   좋아요 0 | URL
토피넛!! 토피넛 라떼입니다!!ㅋㅋ
아 충격파가 그런거군요..넘 아프겠네요 으아 ㅜㅜ

건수하 2025-10-14 17:29   좋아요 0 | URL
아 토피넛... 전 그보단 뱅쇼나 카모마일 릴렉서를 좋아합니다 ㅎㅎ

충격파.. 받으실 일 없길 바래요 ;ㅁ;

책읽는나무 2025-10-14 17:4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달달한 사람들.
신세계 자판으로 웃고 있어요.ㅋㅋㅋ

독서괭 2025-10-14 18:33   좋아요 1 | URL
오? 신세계 자판?!

다락방 2025-10-14 20:03   좋아요 4 | URL
어째서 이 댓글들은 책과 상관없이 커피에서 신세계 자판으로 흐르게 되었는가..

건수하 2025-10-14 23:51   좋아요 2 | URL
나무님 사셨군요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10-15 07:50   좋아요 2 | URL
제가 제일 빨리 샀나요?ㅋㅋ
어제 신기하고 신나서 자판 치다가 연습삼아 북플 들어와 신나게 자판을 이용했더랬는데 말이죠. 이게 습관이 안되다보니 계속 모바일 자판 그대로 다시 사용. 원시인으로…지금도.^^
헌데…계속 책 얘기와는 상관없이..🙄
ㅋㅋㅋ

잠자냥 2025-10-15 08:51   좋아요 1 | URL
계속 가봅시다…🤣

독서괭 2025-10-15 08:51   좋아요 3 | URL
한병철님 죄송합니다…
책나무님 키보드 사셨군요! 저 이거 진짜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ㅎㅎ 온만 하면 바로 연결되니 편하더라구요!

잠자냥 2025-10-15 08:57   좋아요 2 | URL
예전에 제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넌 왜 홈페이지나 블로그하면 커뮤니티가 되니?”🤣

책읽는나무 2025-10-15 09:28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서도 소중한 커뮤니티의 장.
자냥장.^^
그동안 잠자냥 님 올리신 리뷰나 백자평 읽으면서 읽어보지 못했고 처음 보는 책들이 많아 도저히 책 얘기를 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서야 실컷 얘기하네요.ㅋㅋㅋ
한병철 작가님 죄송합니다.2
그래서 백자평 한 번 더 읽음.^^

잠자냥 2025-10-15 09:42   좋아요 2 | URL
괜찮아요. 아무 이야기나 하세요.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10-15 10:30   좋아요 1 | URL
아래 수하 님 댓글을 읽다가 헐..했네요. 한병철 작가님이라고 쓰면서 설마 그분? 했었는데 맞네요?! 그분이…
저는 오래 전 ‘피로 사회‘ 읽었었는데 말이죠.
저도 찾아보니 백자평 남겼더라구요.ㅋㅋ
별 셋!(나 왠만해선 별 셋을?🙄)
그땐 너무 어렵게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지금 읽는다면 좀 어떨까?
저도 뒤늦게 한병철 작가님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자냥 님께 허락받았으니 앞으로 아무 말을 막!!!ㅋㅋㅋ)

잠자냥 2025-10-15 10:33   좋아요 2 | URL
이분은... 피로사회가 결국 대표작일 것 같아요...
그 이후에 나온 책들 몇 권 읽었는데 같은 이야기를 다른 버전으로 좀 반복하는 듯한 느낌적 느낌. ㅋㅋㅋㅋㅋㅋ

(우아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갔어요!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10-15 10:35   좋아요 1 | URL
이게 다 먼 곳에서 1등 하시는 그분의 영향력이네요.ㅋㅋㅋ

다락방 2025-10-15 14:0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10-15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병철님 <불안 사회>만 읽었는데요.... 뭔가 남은 건 없고 (...)

삶의 정처없음을 어떻게 극복합니까. 그냥 살아야지... 이런 생각입니다 =ㅁ=

(뒤늦게 책에 관해 조금 써본다)

잠자냥 2025-10-15 10:3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냥 이 책 읽어도 그냥 살아야지.... 이런 생각입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0-15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병철 읽었는데 아마도 피로.. 였나 더 읽었나 ㅋㅋ 기억이..

잠자냥 2025-10-15 14:38   좋아요 0 | URL
비슷해서 여러 권 읽었어도 한 권 읽은 느낌이 아닐까요...ㅋㅋㅋㅋ
 
보스턴 사람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0
헨리 제임스 지음, 윤조원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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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사람들>은 참 신기한 작품이다. 재미있는 것 같으면서도 재미가 없고 속 시원한 것 같으면서도 읽다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장장 688쪽. 연휴 동안 3일에 걸쳐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쫑낼 때쯤엔 부글부글 끓던 속이 울화통에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책을 덮으며 말했다. “아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그러면서도 별 넷? 별 다섯? 생각하다가 별 다섯을 줬다. 기분이 너무 나빠서 별 넷으로 깎으려다 그래도 다섯으로 준다. 헨리 제임스.

헨리 제임스는 예전에 폴스타프 님이 딱 적절하게 표현하신 적이 있다. “장황하고 끝도 없는 단어와 문장과 문단의 연속. 유장한 언어의 큰 강어귀, 그 속에서 빠져 죽기 일보 전이다. 2백쪽도 안 왔는데 환장하네, 이거. 하긴 이렇지 않으면 헨리 제임스가 아니지. 안 읽는다, 안 읽는다 하면서도 보이면 꼭 읽게 되는 제임스. 내가 밋쵸요, 밋쵸.”라고 2024년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한 <보스턴 사람들> 100자평을 남기셨는데, 여기에 완전 공감한다. 헨리 제임스 작품은 대체로 그렇다. “안 읽는다 하면서도 보이면 꼭 읽게 되는 제임스”- 이런 작가로 현대에는 <아름다움의 선>, <수영장 도서관>의 앨렌 홀링허스트가 있다. 홀링허스트의 작품도 읽을 땐 좀 질리면서도 눈에 보이면 또 읽게 된다. 홀링허스트는 21세기의 헨리 제임스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 두 작가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난........(응? 아니 고통스러운 재미의) 경험이 될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보스턴 사람들>의 줄거리는 딱히 별게 없다. 그러면서도 600쪽 넘게 써 내려간 헨리 제임스. 하여간 대단해... 게다가 중간에 딱 덮어도 되는데 뭐랄까 자잘한 소품으로 이어진 드라마를 꾸역꾸역 보게 되는 듯한 심정으로 끝까지 읽게 된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서는 불유쾌한 감정이 들었던 것일까? 꼭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자, 별 다섯을 줘놓고도 씁쓸&불쾌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는 뭘까 곱씹어 보자.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가 있으니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실눈 뜨고 읽거나 패스하시라-

<보스턴 사람들>의 주요 등장인물은 세 사람, 두 여자와 한 남자이다. 한 여자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1800년대 당시로서는 드문 독신의, 귀족 출신의, 부유한 여성 ‘올리브 챈슬러’이다. 문학동네 책 표지에서 왼쪽의 회색 머리 여성이 올리브 챈슬러로 보인다. 오른쪽에 그려진 남성 ‘배질 랜섬’은 올리브의 먼 친척으로 남부의 몰락한 귀족 출신의 변호사이다. 자 가운데 얼굴을 보이지 않은 빨간 머리의 여성은 누구일까? 이 여성은 젊고 아름다운 연설가 ‘버리나 태런트’로 올리브와 랜섬 두 사람으로부터 동시에 사랑받는 존재이다. 그러니까 젊고 아름다운 한 여자를 두고 보스턴 출신의 부유한 귀족 여성과 남부 미시시피 출신의 가난뱅이 남성이 경쟁을 벌이는 삼각관계의 로맨스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오잉? 1800년대에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로맨스도 아니고 남녀가 경쟁한다고? 그것참 파격적이네!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저 부유한 독신 여성 ‘올리브’는 여성운동에 투신한 사람으로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기에도 남자를 혐오하는(올리브는 남자를 혐오한다) 페미니스트에 가깝다. 자신의 풍요로운 부를 여성운동에 투신한 사람들을 돕거나 후원하는 일에 기꺼이 쓰고 있으며 억압받은 여성들을 위해 그녀 자신 또한 기꺼이 무언가를 하리라 다짐하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원로 여성운동가의 거처에서 열린 모임에서 버리나 태런트의 연설을 듣고 그녀에게 홀딱 반해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연설을 들으러 간 사람이 올리브뿐만이 아니었다는 것. 올리브는 남북전쟁 패전 이후 재산과 노예를 모두 잃고 집안이 몰락한 배질에게 친족의 도리를 다하고자 그를 보스턴의 자기 집으로 초대했던 터였고, 첫 만남에서부터 그가 자기와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남자임을 알고는 혐오하면서도 여성운동가들의 모임에 굳이 데리고 간 것이었다. 배질 또한 버리나에게 한눈에 반하는데, 버리나의 연설에 깊이 감화받은 올리브에 비해 배질이 반한 것은 버리나의 미모와 목소리였다(왜 안 그렇겠습니까). 근데 여기서 잠깐 궁금해진다. 정말 올리브는 버리나의 연설과 그 연설의 바탕이 된 ‘생각’에 반한 것일까? 올리브는 내내 그렇게 주장하기는 한다. 




도대체 올리브의 성별은 무엇이란 말인가? (474쪽)



<보스턴 사람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 아닐 수 없다. 배질 랜섬은 버리나를 사이에 두고 올리브와 각축을 벌이던 끝에 울화통이 터져서 저렇게 절규한다. 올리브 챈슬러, 이 노처녀-랜섬은 올리브를 처음 보자마자 ‘전형적인 노처녀’로 규정한다. 심지어 ‘이는 그녀의 특성이자 운명’이라면서 ‘올리브 챈슬러는 그녀의 존재가 함축하는 모든 의미에서 비혼’이라고 ‘셸리가 서정시인인 것처럼, 8월이 무더운 것처럼 그녀는 비혼의 노처녀’라고 생각한다-가 도대체 왜 그렇게 자신과 성별이 똑같은 버리나에게 그토록 집착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저렇게 외치는 것이다.

<보스턴 사람들>이 시대를 앞선 점이 있다면 바로 저 문장이 아닐까(헨리 제임스는 자신도 모르게 젠더 문제를 건드렸어! 주디스 버틀러가 놀랄 만한 혜안이여!!) 그러니까 올리브는 자신이 여성임을 자각하기는 하지만, 자기가 버리나에게 반한 것이 단지 그 감동스러운 연설과 생각 때문이라고 착각한다. 자신의 정체성이나 섹슈얼리티를 깨닫지 못한 상태의 레즈비언인 것이다. 물론 자각은 했으나 적절한 언어가 없어서 표현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마치 저 오래전의 래드클리프 홀의 <고독의 우물>의 주인공 ‘스티븐 고든’이 스스로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정체화했으나 실은(내가 보기엔 평생 남성으로 살기를 소망했고 남장을 했던 점에서) ‘FTM(Female to Male)트랜스젠더’이므로 결국 레즈비언이 아닌 이성애자였음에도 당시에는 이를 표현할 언어가 없어서 결국 레즈비언 문학의 효시가 되고 말았던 그 스티븐 고든처럼 이 올리브는 레즈비언인데도 레즈비언이라는 언어로 표현 갈 길이 없었던 본투비 레즈비언이었던 것이었으니......

암튼 버리나에게 반한 이후 올리브의 행태를 보자. 그는 일단 돈이 많았으므로 가난한 하층민 출신 이 소녀를 돈으로 산다(성매매를 한다는 소리는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예쁜 딸을 이용해 한몫 단단히 벌어보려던 부모에게 뒷돈을 주고 버리나를 자기 집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보스턴 매리지의 기원이 된다). 근데 같이 살면 그만일 텐데, 이 인간 좀 보게나. 이 아름다운 버리나 주변에 파리 떼처럼 몰려드는 온갖 젊은 남자들을 다 떨어뜨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ㅋㅋㅋㅋㅋㅋㅋ버리나에게 절대 결혼하지 말라는 둥, 누구와 누가 와서 구애를 하는지 밝히라는 둥 버리나의 사생활(특히 남자관계)에는 쌍심지를 켜고 감시하며 버리나를 구속한다. 그러면서도 촉은 좋아서 애초부터 이 잘생긴 사촌 배질 랜섬이 버리나에게 위험한 인물이 될 것임을 알아차리고는 거의 히스테리 부리듯 배질과 버리나 사이를 경계하고 감시하고 구속한다. 근데 이게..... 진정 억압받는 여성의 해방을 외치는 여성의 모습인가? 돈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옆에 구속해두고 사사건건 감시하는 거..... 이건 그녀가 그토록 경멸하는 당시 남자들이 하는 행태와 똑같지 않은가? 그러니까 배질 랜섬처럼 나 또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올리브 챈슬러, 그녀의 성별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배질 랜섬이야 말해무엇하리. 그는 오늘날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남자들의 전형이다. 미소지니(여혐)의 뜻도 몰라서 내가 여성혐오자라고요? 내가 아름다운 여성들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난 여성들의 능력을 존중합니다.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보여줍니까? 집구석에서 돌봄과 남성의 옆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있는 거 정말 여성들의 뛰어난 능력입니다. 참으로 위대하지 않습니까? 제가 이렇게 여성을 찬양하는데 여성혐오자라니요, 무슨 소리! 이 지랄하는 전형적인 여성혐오자이다. 게다가 대놓고 올리브와 올리브 근처 여성운동가들을 비아냥대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 버리나에게도 당신의 생각이나 연설에 감명받았다고....(입 발린 소리하면서 다가오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거짓말하는 대신, 당신의 아름다운 외모와 목소리에 반했다면서 끈덕지게 구애한다. 그러니까 랜섬은 그냥 딱 그대로 남부 출신 전형적 보수주의자 꼰대 남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의 사랑을 받는 빨간 머리, 표지에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헨리 제임스 왈 너무나 아름답다는 버리나는 어떤 사람일까? 표지에서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테지만, 뒷모습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버리나라는 캐릭터의 속성을 잘 알 수 있다. 사실 나는 <보스턴 사람들>의 세 인물 모두 비호감인데(이러기도 쉽지 않음) 그중 이 버리나가 가장...은 아니지만 가장 밉상인 인물 랜섬 못지않게 싫었다. 이 여자는 단지 말만 잘하는, 외모만 그럴듯한 앵무새가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올리브를 혹하게 했던 연설도 아버지가 시킨 대로 했을 뿐인데 올리브는 알아채지 못한다. 올리브가 개인적으로 버리나에게 여성운동과 여성의 억압, 해방 등에 관한 생각을 물어봤을 때 버리나는 그 질문에 두루뭉술하게 대답할 뿐인데 이미 첫눈에 그녀에게 반해버린 올리브는 제멋대로 해석하면서 버리나가 지성미도 뿜뿜이라고 착각한다. 게다가 그 훗날의 연설들.... 그 연설 원고를 써주는 사람은 올리브이지 버리나 스스로는 원고를 단 한 줄도 쓰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올리브가 노심초사 걱정하고 경계할 정도로 버리나 주변에는 그녀의 외모에 반해 그녀를 칭송하며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끊이지 않는데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고 이용할 줄 아는 버리나는 그것을 십분 활용하며 즐긴다. 그러니 이 말 잘하는 허영덩이 앵무새가 여성해방 운운하는 자신의 말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비꼬고, 공격하는 랜섬에게 넘어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어차피 그녀 고유의 생각이랄 게 없었으므로 오직 갖고 있는 자신의 미모만 찬양하면, 게다가 잘생긴 남자라면 땡큐인 것이다. 헨리 제임스는 결국 이 앵무새가 잘못된 선택을 했노라고 앵무새의 앞날에 눈물이 끊이지 않음을 암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헨리 제임스가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인가!? 한다면 글쎄.... 헨리 제임스는 랜섬을 곱게 보지도 않지만 그가 여성운동가인 올리브와 버리나를 묘사하는 방식을 보라. 더 고단수로 그들을 비꼬고 있지 않은가. 여성운동이라고? 올리브, 빨간 머리 앵무새, 정작 니들이 하는 짓을 봐! 하고 마음껏 비웃는 느낌. 그게 <보스턴 사람들>을 읽고 나서 똥물 들이켠 듯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이다. 그럼에도 별 다섯? 그래도 19세기에 “대체 그녀의 성별은 무엇이란 말인가!” 외치며 젠더, 섹슈얼리티, 성역할, 결혼제도, 여성해방 등의 문제를 다채롭게 짚고 있다는 점에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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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0-1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에…스토리 꽤 재밌을 것 같았는데, 왜 기분이 나쁠지 알겠네요. ‘그럼에도 별다섯’ 주면서 부들부들…손이 떨리셨을 듯 ㅋㅋㅋ 헨리 제임스가 그 ‘나사의 회전‘ 쓴 사람이죠? 앞으로 고통의 헨리제임스로 기억해야겠다…엘린 홀링허스트와 쌍두마차로다가.

잠자냥 2025-10-13 15:47   좋아요 2 | URL
스토리는 재밌어요... 헨리 제임스 추임새도 웃기게 넣고 ㅋㅋㅋㅋ 그래도 부들부들 ㅋㅋㅋㅋㅋㅋㅋ
네, 나사의 회전하고.. 워싱턴스퀘어, 데이지밀러 등등 다 재미나긴 합니다.
헨리 제임스가 여성해방이나 여성인권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복잡했을 듯.
헨리 제임스 여동생이 앨리스 제임스(Alice James)인데 이 동생 또한 재능이 넘쳤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 재능을 못 펼치고 단명했거든요. 그녀에 관한 희곡이 수잔 손택의 <앨리스 인 베드 Alice in Bed>입니다.
국내에선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으로 소개...기회 되면 이것도 읽어보세요.

다락방 2025-10-13 1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는데 엄청 재미잇을 것 같아요. 저는 이 리뷰 읽는데 ‘메그 윌리처‘의 [여성의 설득] 생각이 납니다. 저명한 여성주의자와 그녀를 좇는 젊은 여성주의자가 나오고, 그런데 그들도 나름의 모순을 당연히 갖고 있고.. 하여간 헨리 제임스의 이 책은 빡치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자기 주변 남자들 다 치워버리려는 이 노처녀가 젊은 여자는 얼마나 야속했을까요? 이상 모순된 다락방이 썼습니다.

잠자냥 2025-10-13 16: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재미는 있어요. 이 책 사두지 않았어요? 은행나무 버전으로? 폴스타프 님이 페미니스트들이 좀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다락방 님이 읽으시면 빡치면서도 참 할 말은 많을 것 같아요.

올리브가 젊은 여성들에게 여성해방 운운하면서 설파하고 다니는데 결국 그 젊은 여성들의 관심사는 잘생긴 남자와의 데이트로... 귀결되는 거에 늘 절망하는 묘사도 나오는데 참 웃펐습니다. 요즘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0-13 17:24   좋아요 1 | URL
제가 이 책을 사뒀다고요?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다락방 2025-10-13 17:26   좋아요 2 | URL
방금 찾아보았고 제가 이 책을 사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쳐버려.. 투비 에서 후기 보고 샀대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10-13 17:32   좋아요 0 | URL
당신은 폴스타프 님 후기에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했다능….

다락방 2025-10-13 17:42   좋아요 0 | URL
저 이 머리로 어떻게 공부하는거죠? ( ˝)

잠자냥 2025-10-13 17:49   좋아요 0 | URL
늘 일등이 더 신…기🤣🤣🤣🤣

독서괭 2025-10-14 07:25   좋아요 1 | URL
락방님은 잠자냥님 없으면 안 돼.. ㅋㅋㅋ

건수하 2025-10-14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헨리 제임스… 전 나사의 회전도 못 보겠더라고요. 뭔 소리를 하고싶은거야…!!! 하는 느낌?

그래서 그냥 글 다 읽었습니다. 음음… 궁금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요즘엔 성별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은 그냥 인간이다.. 욕망이 있는가운데 모순되기도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잠자냥 2025-10-14 10:08   좋아요 1 | URL
<나사의 회전> 어느 출판사 버전으로 읽으셨나요? 악명 높은 번역이 하나 있기는 하던데 ㅋㅋㅋㅋ 설마 그 판본으로 읽으신 건 아닌지...?
혹시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디 아더스> 보셨어요? 그 영화가 <나사의 회전>을 재해석해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영화 보고 원작 읽으면 더 잘 이해될 거 같기도 합니다.

건수하 2025-10-14 10:37   좋아요 0 | URL
열린책들로 봤었는데 악명 높은게 그건가요? 별거 아닌걸 과하게 애매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ㅎㅎ 그게 의도한 거긴 하지만요.. 귀신 얘기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합니다 =ㅁ=

<디 아더스> 옛날에 본 것 같아요. <식스 센스> 이후에..

잠자냥 2025-10-14 10:43   좋아요 1 | URL
다행입니다. 다른 출판사 판본입니다.

건수하 2025-10-14 13:27   좋아요 0 | URL
음음.. 다행이네요. 역시 저는 헨리 제임스 별로 안 좋아하나봅니다 ^^;;
 
예수의 아들
데니스 존슨 지음, 박아람 옮김 / 기이프레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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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버로스 ‘정키’의 단편 소설 버전을 읽는 기분이랄까. 아메리카의 한 도시, 펜타닐에 취해 좀비처럼 걸어다니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문자로 읽는 기분. 단편마다 제목을 뒤에 배치한 편집은 좀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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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0-1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너무 읽고 싶은데 윌리엄 버로스라고요? 저는 윌리엄 버로스는 좀... 흐음..

잠자냥 2025-10-13 16:56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윌리엄 버로스 그 지경은 아니에요. ㅋㅋㅋㅋㅋ
약물이든 알코올이든 중독자들이 매 단편에 등장하기는 합니다.
전 트위터에서 찬양하는 거 보고 사봤는데....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별 4개에 그쳤네요.

읽으면서 제목을 대충 맞혀보는 재미도 있고요.... (단편마다 제목이 맨 나중에 나와요)
 
아름다운 여름
체사레 파베세 지음, 이열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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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청춘. 첫사랑… 그리고 남은 쓸쓸함. 여름은 또 오겠지만 그런 여름은 다시 오지 못할 것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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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0-1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는 진짜 예술인것 같아요. 그런데 별 다섯이군요. 흐음..

잠자냥 2025-10-11 21:55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은 다섯까진 아닐 것입니다. ㅎㅎ 저는 좀 감정을 흔드는 부분이 있어서… ㅎㅎ

단발머리 2025-10-11 22:04   좋아요 0 | URL
흔들흔들 잠선생!! 🥰

다락방 2025-10-12 11:22   좋아요 1 | URL
저는 첫사랑(?)과의 추억이 딱히 좋은게 아니어서 아마도 첫사랑에는 흔들리지 않는가봅니다... (먼 산)

잠자냥 2025-10-13 16:57   좋아요 0 | URL
딱... 첫사랑이라기보다는 암튼 사랑을 진하게 해본 사람이라면 좀 흔들리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근데 아마 다락방 님은 이 책에서 남자놈들 역시 욕할 듯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0-11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맨티스트 잠자냥!!

잠자냥 2025-10-13 16:56   좋아요 1 | URL
키보디스트 독서괭!!

독서괭 2025-10-13 17:18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