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사귀면서 질투라는 감정 한 번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소싯적엔 나도 한 질투하는 사람이었고 징글징글하게 질투하는 사람을 만나 본 적도 있다. 지금 만나는 사람과도 서로 괜한 질투심 때문에 크게 싸운 적이 몇 번쯤 있다. 그런데 만난 지 어언 10년 쯤 되다보니, 질투는커녕 서로 한 몇 개월 떨어져 지내도 뭐든지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랬더니 이제는 질투 따위는 하지도 않느냐고 섭섭해 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을 보면 요 질투라는 감정은 참으로 신기하다. 아예 안하면 섭섭하고 지나치면 이것만큼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환장이 다 뭐냐, 정말 사람 잡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다.

질투 때문에 사람 잡는 이야기로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오셀로>일 것이다. 그놈의 손수건 한 장 때문에 여러 목숨이 허망하게 사라져버린다. 여기에도 <오셀로> 못지않게 질투에 눈이 멀어 제 자신은 물론 그가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파멸로 몰아가는 한 인간이 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동 카즈무후’- 우리말로 옮기자면 ‘무뚝뚝 경’쯤 되시겠다. 마샤두 지 아시스의 <동 카즈무후>는 질투로 파멸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작가의 또 다른 작품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처럼 중년을 넘긴 남자가 일생을 회고하며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으로 쓰여 있다. 이 작품에서는 ‘동 카즈무후’라는 별명을 가진 주인공 ‘벤치뉴’가 인생을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 작품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 입으로 자신의 과오를 털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으로 말미암아 독자는 회환에 싸여 자기 이야기를 진솔하게 고백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면서 그의 고백이 꾸밈없이 솔직하리라 믿기 십상이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이렇게 자신의 과오를 털어놓는 화자가 진솔함을 가장해 자기의 죄를 변명한다면? <동 카즈무후>는 어디에 속할까? 그 판단은 독자 개개인의 몫이고 그에 따라 벤치뉴 그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카피투’ 그녀에 대한 판단도 달라지리라.

<동 카즈무후>의 전반부는 한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벤치뉴는 부모의 사랑과 주변의 관심을 담뿍 받으면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난다. 이웃에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름다운 소녀 ‘카피투’도 있다. 게다가 이 소년은 이 아리따운 소녀가 자기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좋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다. 그러나 이 부족함 없이 행복하던 소년 벤치뉴의 일상에 커다란 평지풍파가 닥쳐왔으니, 어머니가 그를 신학교에 입학시킬 계획이라는 게 아닌가! 심지어 어머니는 벤치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들을 사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신께 맹세한 상태였으니, 오호 통재라, 이를 어이할꼬.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꼬마 소년 벤치뉴는 소녀 카피투와 지들끼리 먼 훗날 결혼 약속까지 마친 상태인데 난데없이 사제의 길이라니.... 그것도 그것이지만 당장 카피투 곁을 떠나 신학교에 입학해야 한다니, 그는 눈앞이 깜깜해진다. 외동아들 찬스를 써서 신학교 입학만큼은 피해보려고 발버둥 쳐보지만 신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는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아들을 신학교에 떠나보낸다.

아니 그럼 사제가 된 ‘무뚝뚝 경’과 천하의 미모를 자랑하는 ‘카피투’와의 이룰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인가, 그리하여 사제가 뭇 남성들을 질투하며 괴로워하는 이야기인가 싶은데, 그것은 아니니 안심(?)하시라- 결과적으로 신학교 생활은 벤치뉴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그중 하나가 ‘에스코바르’라는 둘도 없는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 영특한 친구 에스코바르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어머니가 마음을 바꾸게 되어 벤치뉴는 학교를 졸업하고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변호사’라는 직업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 무럭무럭 아름다운 처녀로 자란 ‘카피투’와도 미묘한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이른다. 아니, 벤치뉴, 그의 앞날에 먹구름이라곤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무엇이 현재의 그를 이토록 방구석 은둔자, 무뚝뚝 경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빙고, 그렇다 그것은 그의 질투, 그 죽일 놈의 질투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은 앞서 100자평에서도 밝혔듯이 초반 한 150쪽까지는 좀 지루하게 느껴진다. 저 평화로운 나날들이 물 흐르듯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소년 벤치뉴와 소녀 카피투의 사랑에도 큰 장애가 없다. 그래서 대체 언제, 이 인간이 본색을 드러내서 질투에 눈이 멀어 복수심으로 활활 타오르는 것인가 답답해질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다(거의 200쪽이 넘어서야 그런 일이 초큼씩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때까지 참아라). 그런데 이 200쪽을 넘어서고 서서히 ‘동 카즈무후’와 ‘카피투’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즈음에 독자는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아, 앞에서 그때 그 일이 이런 전조였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심히 넘어갔던 그 행동들이 아, 이런 망상쟁이, 질투쟁이, 의처증쟁이 본색의 밑밥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동네 건달 놈을 잡으면 결혼하겠지요......” 이아고가 오셀로에게 흘렸던 그 손수건과 같은 역할을 한 첫 번째 단서는 벤치뉴의 집에서 집사처럼 일하는 ‘주제 지아스’ 아저씨의 이 한마디 말이다. 소년 벤치뉴는 이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카피투의 마음을 확인하고 뛸 듯이 기뻐했다. 그저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받는 것만으로 기쁜 순수한 어린양이었다. 그런데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 누군가가 무심코 흘린 저 한마디 말이 그를 사로잡는다. 설상가상, 방학 때 잠시 집에 돌아와서 만난 카피투는 무엇이 그리 행복한지 활짝 핀 꽃 같다. 자신은 신학교에서 그리움에 사무쳐 지내는 동안 뭐가 그리 희희낙락 즐거웠는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카피투가 미워죽겠다. 이런 벤치뉴의 부당한 행동에 카피투는 당황하며 그를 냉랭하게 대하는데, 그때 이 녀석 싹수 노란 것 좀 보소..... ‘그날 오후에 다시는 카피투를 보러 가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바로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미 서품 받고 그녀 앞에 서 있는 나에게 카피투는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할’ 것을 상상하면서 ‘그러면 나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경멸, 그 이상의 모멸감을 그녀에게 안겨줄’ 것이며 ‘그리고 그녀에게 등을 돌린 채 더럽다고 욕’하리라 이를 앙다문다. 이 찌질한 녀석! 그걸로도 모자라 심지어 카피투의 ‘목 아주 깊숙이 손톱을 박아 넣고 그녀가 피를 흘리며 숨이 끊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욕망’(204쪽)을 느끼기까지 한다. 아하, 그렇다. 바로 이것이 ‘동 카즈무후’의 샛노란 싹수였던 것이다. 우리의(응?) 카피투는 이때 바로 이놈으로부터 등을 돌렸어야 했거늘, 오호통재라. 나야 말로 그녀의 삶이 안타까워 탄식하게 된다.

아무튼 이것은 무뚝뚝 경의 샛노란 싹수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고, 결혼 후 그 못난이의 질투는 더하면 더하지 덜해지지 않는다. 미모로 빛나는 아내를 트로피처럼 자랑스럽게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아내를 훑는 남자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무도회를 즐기기는커녕, 급기야 세 번째 무도회에는 참석하지 않으며, 아내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알고’(276쪽) 싶어서 질투심이 나고, 이런 중증의 질투 상태는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도 멈추지 않는다. ‘아주 작은 몸짓 무심코 던진 한마디, 사소한 고집에도 괴로워할 정도로 집착’하고 ‘거의 모든 사람을 질투하며 남자라면 누구나’ 그를 ‘공포와 불신으로 가득’ 채운다. 이런 벤치뉴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질투에 사로잡힌 또 다른 남자, ‘그레이엄 헨드릭’이 떠오르기도 한다(줄리언 반스,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줄리언 반스의 이 작품에서 주인공 질투남은 전직 여배우였던 앤과 사랑에 빠져 결혼 후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아내가 출연했던 영화 속 정사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고 그날 이후로 아내의 과거가 어땠을까 질투와 망상에 시달리면서 서서히 파멸의 구렁텅이로 기어들어간다. 우리의 돈까스무후, 아니, ‘동 카즈무후’는 그래도 이성을 차리려고 오셀로의 손수건 한 장은 그저 ‘단순한 손수건’에 지나지 않았다고, 손수건은 잃어버릴 수 있다고, 오늘날에는 ‘침대 시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어떤 때는 시트도 안 되고, 셔츠만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335쪽)고 정신을 차리려 애써보지만 이미 망상에 찌든 그의 뇌는 회생의 기회를 잃고 말았으니, 그저 카피투와 또 다른 희생양, 0000의 생이 안타까울 뿐이도다......

한 가지 재미난 점은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의 그레이엄의 직업은 역사학자라는 것이다. 본래 소심하고 선량하던 그는 아내가 과거에 찍은 영화 속 정사 장면을 본 이후로 망상에 시달리면서 직업적 능력(!)을 십분 발휘해 아내의 과거에 대한 온갖 탐문과 답사, 자료 수집에 열을 올린다. <동 카즈무후>에서 벤치뉴의 직업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변호사’이다. 이 작품에서 그의 직업적 능력이 어떻게 발휘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나조차도 설득당할 뻔했으니 고놈 참, 변호사로서 재주가 출중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용병 출신 장군 오셀로는 결국 힘으로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만다. 벤치뉴는 과연 어떻게 아내에게 복수할까? 궁금하지 않은가? 오셀로에게 ‘손수건’과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 그레이엄에게는 아내가 출연한 영화 속 한 장면이었다. 그렇다면 <동 카즈무후>에서 그 손수건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도 궁금하지 않은가? 사랑에 빠진 누구에게나 오셀로의 손수건이나, 벤치뉴의 ‘그것’과 같은 것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명심하시라. 손수건은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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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1-2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저에게 오늘 도착한 책박스 중에는 이 책이 있었습니다. 땡스투 확인해보세요. 그거 제가 드렸습니다. 으하하하하.

질투 라면 말씀하신 것처럼, 과해도 피곤하고 안하면 신경쓰이는 그런 것이지요.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다 있지 않을까요. 저도 애인에게 질투쟁이라고 놀림받았었는데 어느 날 모임 다녀오겠다는 그에게 ˝잘 다녀와~˝ 했더니, ˝너 왜 질투 안해?? 왜 안심해??˝ 이래가지고 빵 터졌었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질투 라고 하시니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가 생각납니다. 제목에 혹해서 읽었다가 너무 지루해서 몸을 베베 꼬았던..

잠자냥 2022-11-23 16:23   좋아요 0 | URL
오모나, 그 140원이 다부장님께서 친히 내려주신 140원이군요! *글썽글썽*
맞아요. 질투! ㅋㅋ 하면 한다고 뭐라고 그러던 사람도 안 하면 안 한다고 뭐라고 하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
악, 알랭 로브그리예 질투!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작품은 그 작품 안 읽은 사람이 질투나는 작품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1-23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까스무후가 훨씬 외우기 쉬워요. 저 제목 안 외워지더니 잠자냥님 돈까스 덕분에 외웠습니다.
저의 불만은 왜 우리집 서방을 비롯한 나의 전 애인들까지 아무도 질투를 하지 않는것이냐? 내가 그렇게 못생겼단 말이냐입니다. ㅠ.ㅠ 이 책을 보면 저는 열폭할듯합니다. 파멸을 하든 말든 일단 질투를 받아보는 여자주인공이 부러워서요. ㅎㅎ

잠자냥 2022-11-23 17: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돈까스무후와도 같은 질투를 받아보고 싶으신 거군요?! ㅋㅋㅋㅋㅋㅋ 이 책 읽으면 아닐 걸요. ㅋㅋㅋㅋ

꼬마요정 2022-11-24 00:24   좋아요 1 | URL
돈까스무후!!!! 내일 점심은 돈까스 먹어야겠어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23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것을 바라진 않아~ 그저 사랑의 눈 빛이 필요 할 뿌냐~~ 나의 마음 전하려 해도~~~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딴따다다다다단딴따!! 질투는 좀 너무나 오래전에 느껴본 감정이라 아련해집니다..... 질투는 무엇인가.......... 아 사랑은 무엇이기에... 질투를 허락하는가........ 휴머니스트의 이번 시즌은 질투와 복수군요!

책읽는나무 2022-11-23 22:42   좋아요 1 | URL
앗! 어떻게 질투 노래를 알아요???ㅋㅋㅋ
글로 읽는데도 누구 노랫말 같다? 그러면서 읽었네요ㅋㅋㅋ
갑자기 카메라 뱅글뱅글 돌아가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잠자냥 2022-11-24 10:01   좋아요 2 | URL
뭐예요, 쟝쟝 언니 이런 노래나 알고... 언니 몇 살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24 10:28   좋아요 1 | URL
후후 ㅋㅋㅋㅋㅋㅋㅋ 1992!!! ㅋㅋㅋㅋㅋㅋㅋㅋ 유치원어린 아이에게 ‘질투’라는 단어를 알게해준 가사 ㅋㅋㅋ

잠자냥 2022-11-24 10:36   좋아요 1 | URL
1992살이라고요????????????????!

공쟝쟝 2022-11-24 12:40   좋아요 1 | URL
환생해서 열아홉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11-24 12:56   좋아요 0 | URL
언니~~~~~

책읽는나무 2022-11-2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투!!!!
맞아요. 질투는 해도 욕 먹고, 안 해도 욕 먹고...묘한 감정이긴 합니다.
일종의 밀당 같기도 하구요???
전 질투심 전혀 나지 않는데도 막 질투하는 척 하면 남편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헐리우드 액션을!!!!!!
이러다 배우로 등극하게 되는지 몰겠네요.ㅋㅋㅋ
소설 더 많이 읽어서 더더 분발해야겠어요.
동 카즈무후!!! 진짜 돈 까스무후같은 질투심을 겸비한 질투의 화신으로!!!!!!😡🤬😡

잠자냥 2022-11-24 10:02   좋아요 1 | URL
와, 질투심이 전혀 나지 않는 사람도 있군요?!
돈까스무후한테 책나무님 비법을 전수해줬어야 하는데!

책읽는나무 2022-11-24 10:20   좋아요 1 | URL
결혼해서 오래 살다 보면 권태기가 자주 오지~ 질투심이란 건 사치??
ㅋㅋㅋ 질투를 안 한지가 오래되었네요.
연애할 땐 질투의 화신 좀 했었죠ㅋㅋㅋ
돈까스무후의 비법 꼭 찾아 전수 받겠습니다^^

꼬마요정 2022-11-2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흄세 시리즈 질투와 복수 기대했는데, 일단 두 권은 조금 실망했어요. 이제 동 카즈무후와 밸런트레이 귀공자 기대해봅니다!!

잠자냥 2022-11-24 10:08   좋아요 1 | URL
두 권이라 함은 <미친 장난감>도 읽으셨나봐요? 전 아직 안 읽었는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 음... 읽고 나면 좀 기대에 못 미치더라고요........;
저도 지금까지 읽은 것 중 별 다섯! 준 건 없네요;.....
아마도 국내에 그간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을 소개하려다보니 한 작가의 대표작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살짝 실망스러운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은오 2023-02-2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사귀지도 않는데 왜 질투를....

잠자냥 2023-02-23 00:39   좋아요 1 | URL
질투하는 대상도 많은 폴리아모리 ㅋㅋㅋㅋ
 

달력이 한 장밖에 안 남았고(오 마이 갓!), 그런데 굥 정권은 고작 6개월밖에 안 지났고(으악!!!!!!!!!), 보는 뉴스마다 어쩌면 저 지경일까 혀를 끌끌 차면서 스트레스 지수 오를 때마다 책을 산다..... 그렇게 지른 11월의 책들- 근데 아직 11월 절반도 안 지났다는....?! 스트레스가 심한지 구매 목록이 깁니다..............




마샤두 지 아시스, <동 카즈무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은 시즌제로 5권씩 한꺼번에 내놓는데 이번에 나온 시즌3이 가장 흥미롭다. 주제는 ‘질투와 복수’- 마샤두 지 아시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했더니, 아하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의 그 작가이다! 11월에 산 책 중 가장 기대된다.




로베르토 아를트, <미친 장난감>
마찬가지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책. 표지부터 화끈(?)하다. 보르헤스와 함께 아르헨티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로베르토 아를트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이라고. 국내 초역이다!!




압둘라자크 구르나, <배반>
압둘라자크 구르나,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기 좋은 작가가 아닐지. 그의 작품 중 유독 아름답다고 하는 이 책- ‘인종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띈다.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품은 현재까지 <낙원> 한 권 읽었지만 <배반> 이 책을 포함해 <바닷가에서>, <그 후의 삶>도 모두 읽을 계획- 아직 안 읽어본 분들이 있다면(다부장님!) 한 권쯤 믿고 읽어보세요....




이디스 워튼, <환락의 집>
전에 펭귄클래식에서 <기쁨의 집>으로 나온 것을 읽을까말까 계속 미루던 터에, 민음사에서 <환락의 집>으로 새로 나왔다. 이디스 워튼은 몰아 읽으면 좀 질리는 경향이 있어서 한 권 읽고 나면 시간을 좀 뒀다가 읽게 된다. 요즘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워튼에게 부와 명성을 동시에 가져다준 대표작 중 하나.




에리크 뷔야르, <7월 14일>
에리크 뷔야르 팬도 아닌데, 왜 나오는 족족 읽고 있는지....? 건조하기 짝이 없는 문체로 역사적 사실을 남다른 시선으로 포착하는 그의 작품들에 은근히 매료...??? 이 책도 프랑스혁명을 노동자, 백수건달, 시골 사람 등 민중의 눈으로 새로 쓰고 있다고 한다.




레이 브래드버리, <사악한 것이 온다>
브래드버리 책도 정기적으로 읽어줘야 한다. 이 작품도 국내 초역작. 표지부터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ㅋ ‘유년기의 향수와 공포가 공존하는 매혹적인 다크 판타지’라고.




레오 페루츠, <심판의 날의 거장>
뭐야, 레오 페루츠 책도 나오는 족족 사서 읽고 있다. 이 책도 결국 구매. 저택에서 갑자기 목숨을 끊은 한 배우의 죽음의 진상을 추적하며, 그와 관련된 연쇄 자살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서스펜스, 추리, 공포, 환상’이 절묘하게 조합! 먼저 읽은 <스웨덴 기사>보다 이 책이 더 재미날 거 같다.

 


알프레트 되블린,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샀다.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의 행보와 심리 추이를 내적 독백으로 그리는 등 새로운 소설 쓰기로 독일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독일 문학치고는 재미있을 거 같은데....



로버트 네이선, <제니의 초상>
아니 잠자냥! 요즘 국내 초역작하고 무슨 단 한 권밖에 없는 책에 꽂혔는지 갑자기 이 책도 궁금해서 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문단에서 독자적 지위를 얻게 된 로버트 네이선의 대표작. 아니 글쎄 잠자냥이 판타지 멜로를 읽겠다고!



가와바타 야스나리, <손바닥 소설>
사실 이 책은 구판으로 이미 읽었다. 책도 아직 갖고 있음. 그런데 문지에서 1, 2권으로 분량이 꽤 늘어나서 다시 나온 게 아닌가?! 1권으로 나왔던 <손바닥 소설>을 무지 좋아했던 나는, 결국 이 개정판에 새로이 실린 작품들도 읽고 싶어서(목차 복사해서 구판과 개정판 일일이 대조했다. 새로 실린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 비교하려고....-_-vV) 결국 샀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전체적으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로 쓴 시라고나 할까. 하이쿠 같은 소설이라고나 할까. 암튼 새로 읽을 작품들 기대된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8- 소돔과 고모라 2>
민음사에서 드디어 13권으로! 완역되었더군요. 저는 중고로 촘촘히 모으고 있습니다. 드디어 8권까지 구매 성공. 이제 남은 5권 다 모으면 드디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것인가!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알라딘에서 ‘제인 에어’로 검색하면 국내도서로 무려 181개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그렇게 유명하고, 필독서인 이 작품을 나는 여태 안 읽었다. 사실 죽을 때까지도 읽을 생각 없었던 것 같다. 고백하자면 이 시기 여성 작가들 작품에 편견이 좀 있었다.......제대로 읽지도 않은 주제에 대부분 ‘로맨스 밀당’이잖아 싫어! 하고 안 읽음(그간 세계문학사의 백인 남성작가에게 가스라이팅 당해 온 잠자냥 ㅋㅋㅋ) 하지만 이제 마침내 읽는구나.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과 함께.















올리비아 랭, <에브리바디 - 모든 몸의 자유를 향한 투쟁과 실패의 연대기>
<이상한 날씨- 위기가 범람하는 세계 속 예술이 하는 일>
<외로운 도시> 한 권으로 홀딱 반한 올리비아 랭. 집에 사둔 <강으로> 읽기 전에 새로 나온 책들 두 권을 먼저 지른다..... 질렀다. 읽고 사, 인간아. 아무튼 이 사람 글쓰기 진짜 대박... >_<. 공쟝쟝이 절판되었지만 자기는 있다고 자랑한 랭의 또 다른 책 <작가와 술>- 이 광활한 우주점에 뜬 걸 보았으나 사지 않았다. 어쩐지 보아하니 올리비아 랭의 책을 계속 출간하고 있는 ‘어크로스’에서 재출간할 거 같은 느낌이 딱- 왔다(현암사에서 출간했던 <강으로>, <작가와 술> 모두 판권 소멸로 절판이던데 둘 다 어크로스에서 새로 나올 거 같은 느낌적 느낌.) 쟝쟝은 <작가와 술> 읽다 만 것 같던데(그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치버랑 카버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읽으려고), 난 이 책 재출간되면 바로 읽어도 무리 없지롱! 치버랑 카버 작품 좋아해서 그들에 관해서는 좀 알거든. (쟝쟝 악올리기)




존 버거, 이브 버거, <어떤 그림-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지>
열화당에서 나오는 존 버거의 책은 어쩐지 다 모으고 싶어진다.  이 책은 말년의 존 버거가 화가인 아들 이브 버거와 나눈 편지 모음집으로 2015~2016년경에 쓴 글을 담고 있다.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의 말- 우주 그리고 그 너머에 관한 인터뷰>
<코스모스> 읽으면서, 아니면 읽기 전에 읽으려고 구매. 요즘 살짝 우주에 관심이 가고 있는 잠자냥......뭐라고요? 그러면서 며칠 전 개기월식 보러 베란다조차 안 나간 주제에!




시어도어 젤딘, <인간의 내밀한 역사- 과거와의 대화는 어떻게 현재의 삶을 확장하는가>
이 책은 어디선가 소개 글 읽고 관심이 확 가서 내내 장바구니에 담아뒀었다. 도서관에도 있는데 왠지 사서 읽고 싶.........; ‘고독, 사랑, 공포, 호기심, 연민, 우울, 대화법, 섹스와 요리법, 이성애와 동성애, 운명 등 독특한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류의 경험을 고찰‘한다고. 와, 너무 흥미로울 거 같지 않은가? 아, 이미 읽었다고요? 네.......




리차드 세넷, <살과 돌- 서양 문명에서의 육체와 도시>
이 책은 ‘몸으로 읽어낸 도시문명사’라는 소개가 딱 어울리는 것 같다. 문화연구, 도시학, 건축학 분야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




오브리 파월,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
한때 앨범 수집 덕후로서 출간 당시부터 무지 관심 가던 책인데, 38,000원이라는 사악한 가격에 눈물만 머금고 사보지는 못하고 있었다. 도서관 희망도서도 비싸다고 안 받아줌..... 중고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 했더니 마침내 내 손에 들어왔구나. 책 만듦새 정말 황홀하게 훌륭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음반을 모으지 않아요... 책으로도 벅차서;

마지막으로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2021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사보려던 책인데 운 좋게도 선물 받았다. 다 읽고 리뷰 남김. 이 책에 관해 잠자냥의 작은 이벤트가 열리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리뷰 댓글 참조) 이 책은 별 다섯 줘도 되는 책인데, 왜 잠자냥은 별 하나를 결국 뺐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주관식이고요, 정답을 맞히시는 분에게는 소정의 상품이.........ㅋㅋㅋㅋㅋ




스트레스만큼이나 엄청난(?) 책 탑...


우울하니까 우리집 막내들(?) 사진으로 마무리



으그 못났다... 아직도 자기가 가장 귀여운 막내인 줄 아는 원래 막내...(현재 셋째)




너 왜 그렇게 자니....? 자세히 보면 자는 거 아님(귀여운 척 실눈 뜨고 있음ㅋㅋㅋㅋㅋ)




오구오구 그래도 내 눈엔 엄청 예쁜 우리 못난이 셋째....(원래 막내)




그리고 진짜 막내..... 육고 중 여섯째. 아우 귀여... ㅠㅠ

(두 달 만에 이렇게 근접 촬영 가능.. 그러나 아직 안을 수 없음. 안고 싶다!!!!!! 궁디팡팡 해주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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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11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리크 뷔야르 책 건조한 문체 좋아하는 저로선 관심이!ㅎㅎㅎ 시어도어 젤딘 책은 이전에 <인생의 발견> 읽어봤네요. 딱히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괭이들 언제 봐도 귀엽습니다~ㅎㅎ 오늘은 발라당 누운 사진이 치트키네요!*^^*

잠자냥 2022-11-11 11:40   좋아요 2 | URL
넵 <7월 14일> 제가 먼저 읽어보겠습니다! 건조한 문체가 또 매력적이기도 하지요!
괭이 사진 중 발라당 사진이 오늘의 치트키인줄 딱 알아보시는군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2-11-11 1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곱네요, 책탑도 잠자냥님 글도 고양이 발이랑 얼굴이랑 다.

잠자냥 2022-11-11 12:05   좋아요 1 | URL
책쟁이들은 결국 이럴 때 책으로 위로받는 수밖에는 없는 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2-11-11 1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뉴스를 봐도 그렇고 이태원 참사 후에도 몸에 힘만 빠집니다 ㅠㅠ
영롱한 책탑과
더 빛나는 냥이들에게 그나마 위로를 받네요^^
나도 냥이처럼 편한 얼굴로 살고 싶다~~

잠자냥 2022-11-11 12:07   좋아요 2 | URL
참사 이후의 언론과 정부 보면 정말 이 나라에 희망이 있는가 싶습니다.......
결국 책으로 도피하는데, 책으로만 도피가 가능하지 않은 현실도 답답하고.. ㅠㅠ
냥이들 정말 부럽죠. 맘 편해 보임.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1-11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잠자냥님 제인 에어를 읽으시는 건가요?? 전 다 읽었습니다.
그래서 잠냥님 책탑에 유일하게 중복된 책 한 권!!! 아~ 뿌듯하다ㅋㅋㅋ 아, 잃시찾 시리즈도 소장만 하고 있어 또 중복!!!
오늘도 잠냥님 스트레스 지수 덕분에 책탑 무한 감탄을 하고, 냥이들 눈으로 쓰담쓰담하고 갑니다. 막내는 아직도 낯가리나 보군요?? 집사님 부러 애 닳게 만드는 매력 덩어리!!!
그나저나 저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리뷰 분명 읽었는데 질문은 기억이 하나도 안나네요? 아....다시 공부하러 가야 하나요? 요즘 멍~ 하니 바보가 되어설라무네...ㅜㅜ

책읽는나무 2022-11-11 13:12   좋아요 1 | URL
백인 남자들 잘난 척 세상이 싫어서?
넘 성의없는 답안지네요ㅋㅋㅋ

잠자냥 2022-11-11 14:17   좋아요 2 | URL
<제인 에어> 다 읽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도 어서 읽을게요!
우리 막내 귀엽죠?! 업고 다니고 싶은 귀여움~ >_<
저 녀석 밖에 있을 땐 오히려 만질 수도 있고, 막 따라오더니 집에 들어와선 오히려 내외하네요!
요놈.. 밀당 고수?! 내년쯤엔 쓰담쓰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책나무님, 정답 틀린 거 알고 계시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1-11 15:02   좋아요 1 | URL
앗!! 틀렸어요?? 이런..ㅋㅋㅋㅋ
코로나만 아녔어도 정답 맞추는 건데...ㅋㅋㅋ
음....그렇다면 잠자냥님 싫어하시는 게 또 뭐가 있을까요???
‘흑인 랭보‘ 문구가 눈에 띄던데, 혹시 랭보를 싫어하시나요???
😃😃

잠자냥 2022-11-11 15:34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고정하세요!
아직 약 기운이 가득 남으셨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땡!

책읽는나무 2022-11-11 16:38   좋아요 1 | URL
약이 다 떨어져 두뇌회전이 안되나 봅니다. 오답행진 퍼레이드ㅋㅋㅋ
백인 인종차별주의가 답이 아니면 뭘까??? 🤔
갑자기 너무 궁금하네요??
잠자냥님 백인 남자 싫어하시지 않나요???😃😃

잠자냥 2022-11-11 17:03   좋아요 2 | URL
백인 남자 싫어한다고 말한 적은 없는뎁쇼!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1-11 18:18   좋아요 1 | URL
악!!!!!!!!!!!!🙈🙈🙈
재분석해서 다시 돌아오겠슴돠!!!!

포스트잇 2022-11-11 15: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렉산더 광장>이 민음사에서도 나왔군, ...이랬는데요,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는 자그만치 4권이었는데 어떻게 2권이 됐지, 무슨 마법인가 싶었다가, 오해라는 걸 깨닫기까지 좀 걸렸네요. ㅋㅋ

로렌스 더럴의 <알렉산드리아 4중주>와 혼동했습니다;;;;;
<..4중주>는 프루스트식 글쓰기를 보여준다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는 1차대전을 겪으며 글을 썼고,
더럴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글을 쓰고.. 대전을 겪으면 이런 대작들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

잠자냥 2022-11-11 16:09   좋아요 3 | URL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민음사랑 을유문화사, 시공사 세 곳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ㅎ <알렉산드리아 4중주>와 제목이 비슷(?!)해서 헷갈리셨군요! ㅗㅗ
<알렉산드리아 4중주> 참 재미난 대작인데 국내에선 유독 인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ㅎㅎ

Falstaff 2022-11-11 19:06   좋아요 3 | URL
오, 전 알렉산드리아 4중주, 넘 좋아합니다! 포스트잇 님, 반갑습니다! 잠자냥님도 물론이고요!!
이 작품을 거론하는 분이 거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포스트잇 2022-11-11 19:47   좋아요 3 | URL
두분이 이러시면 ... <알렉산드리아 4중주>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엄두가 안나기도 했고, 또 이책 좋다, 재밌다, 이런 확실한 보증^^이 있길 바랬거든요. 두분 믿고(!) 읽어볼래요.

Falstaff 2022-11-11 19:55   좋아요 3 | URL
제 경우엔 1부 <저스틴>에서 좀 헤맸습니다. 그래 더 읽을까 말까 하다가 한 일 년 지난 후에 2권 <발타자르>를 읽었는데 이때부터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찬란하고 그렇더라고요.
제가 좀 일천해 그렇겠지만 하여간 1권이 좀 그렇다고 실망하지 마시고 끝까지 한 번 밀어붙여 보세요! 뿌듯하실 겁니다! ㅎㅎ

잠자냥 2022-11-11 21:28   좋아요 2 | URL
포스트잇님! 꼭 읽어보세요!

새파랑 2022-11-11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잠자냥님이 싫어하는 사랑이야기가 있어서

2. 게다가 남자주인공이 재벌 백인임


아닌가요? ㅋ

Falstaff 2022-11-11 19:12   좋아요 3 | URL
오, 제인 에어 얘기시군요? ㅋㅋㅋㅋ
잠자냥 님도 참... 뭘 새삼스럽게 이걸 다 읽으시고. 중딩 때 마스터 했을 로맨스 아녀요? 근데 고백하자면 저도 쉰 넘어서 완독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2번은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크게 상관은 없을 듯..... 백인 거렁뱅이보다는 백인 재벌이 좋잖아요? 저라도 그렇겠습니다. 새파랑 님은 안 그래요? 흑인 여성 백만장자하고, 흑인 여성 프롤레타리아하고 있으면 누가 좋아요? ㅋㅋ

잠자냥 2022-11-12 01:59   좋아요 2 | URL
문트 님, 중딩 때 읽어야 할 그 책을 미루다 미루다 이제 읽어보렵니다! ㅋ

레삭매냐 2022-11-11 15: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베르토 아를트의 <미친 장난감>
지난 주말에 읽었는데 아직 리뷰
를 쓰지 못했네요.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써야 하는데...

<7월 14일>은 희망도서로 도서관
에 신청해 두었는데 미처 대여하지
못한 틈을 타서 썸바디가 슈킹해
갔더라는.

잠자냥 2022-11-11 16:10   좋아요 2 | URL
<미친 장난감> 벌써 읽으셨군요. 역시 빠르십니다.
그런데 그 빠른 매냐 님께서 어쩌다 <7월 14일>은 놓치셨어요! ㅋㅋㅋ

Falstaff 2022-11-11 19: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흠.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읽으시면 빡칠 수 있을 텐데, 이걸 우짜나요. 뭐, 팔잡니다.
환락의 집에서 기억에 남는 건, 페슈 알라 멜바. 전 그것 밖에 없습니다. ㅋㅋㅋㅋ 진짜 스토리는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았네요.

잠자냥 2022-11-12 02:01   좋아요 2 | URL
이 책 살 때 문트 님 리뷰가 있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아이고 이런 낭패가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2-11-12 09:22   좋아요 2 | URL
광장...읽을 때는 독후감을 거의 백자평 수준, 짧은 메모 형식으로만 썼거든요.
여성주의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거의 빡치실 겁니다. 그것도 초장부터요.

coolcat329 2022-11-11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휴머니스트 이번 시리즈 보면서 ‘이거 완전 내 스타일이다‘ 했어요.😅
표지도 강렬하고 넘 좋더라구요.
근데 저 브래드버리 책도 굉장하네요.
그 밑에 심판의 날도 모르는 작가인데 엄청 재미날 거 같아요.
다 찜합니다.
근데 이번에 유난히 좀 많이 사셨어요.

잠자냥 2022-11-12 02:0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이번엔 쿨캣 님 구미에 맞는 책이 많은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 제가 스트레스 많이 받아야하나 봐요! ㅋㅋㅋㅋ

꼬마요정 2022-11-12 0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흄세 시리즈 <폭풍의 언덕> 빼고 다 샀어요 ㅎㅎㅎ 씐납니다!!
잠자냥님이 싫어하는 게 뭘까용. 혹시 살짝 줏대 없는 주인공?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상대에게 다 맞춰주기? 새파랑님이 맞추신 건 아닐까 싶어요 ㅎㅎㅎ 궁금합니다.

잠자냥 2022-11-12 02:06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이미 읽은 <폭풍의 언덕>하고 <너희들 무덤에 침을…..> 빼고는 다 궁금하더라고요. 시즌 4도 궁금합니다.

새파랑 님은 정답 아닙니다!!

꼬마요정 2022-11-12 17:27   좋아요 2 | URL
너무 궁금해서 잠자냥님 글 다시 읽는데요,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매우 어렵구나 입니다 ㅋㅋㅋ 수능 공부할 때 기억을 더듬어 봐야겠어요 ㅎㅎㅎ

잠자냥 2022-11-12 19:4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정답은 나중에 꼭 공지하겠습니다!

공쟝쟝 2022-11-11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카버와 치버를 아예 잊고 있었던 (그렇지만 카버 시집은 누구 땜시 읽었다오) 제3의 올리비아 랭이 좋아합니다. 이 글을 K-제인 오스틴(독신이지만 연애 소설을 쓴, edps를 좋아하지만 섹스를 못하는)이 좋아합니다. 그리고 50살 쟝지니아울프... 그만해... 대체 너 자신을 어따 비비고 있는 거여... 왜 나 안말렸어,,, 잠자냥... 날 어떻게 키운 거예요? 엉????🤣🤣... (커서 잠자냥과 다부장이 되겠다던 나, 오만이 하늘을 찔러 대체 무슨 뭐가 되겠다고 하고 있는 데, 올해 제가 잠깐 뭐에 씌웠던 것이 아닐까요? 그만 해야 할 거 같아........조금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음..... 우윽 ㅋㅋㅋㅋ )

1. 쓰잘 데 없이 여성을 대상화했다. (식민지 남성성 어쩔 수 없지....)
2. 이래저래 꼬아놨는 데 결론이 결국 사랑임.. 트루럽........(사랑 밖엔 난 몰랑~..)

느끼겠지만 1-2 번은 제가 싫어하는....... 응?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1-12 02:0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50새 쟝지니아울프 님하 다 틀린 거 알죠?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11-12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존버거 책은 읽지 않은 책이 수두룩한데, 모으고 있습니다^^;;
사놓은 책, 사고싶은 책, 주저하고 있는 책.
여기 다 있네요^^;;

잠자냥 2022-11-12 13:25   좋아요 2 | URL
사놓은 책, 사고싶은 책, 주저하는 책 명언입니다. ㅎ

바람돌이 2022-11-12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표지 진짜 화끈한데요. 너무 맘에 들어요. ㅎㅎ
그런데 11월의 책탑이 진짜 와!! 잠자냥님의 책탑 역시 화끈합니다. <최후의 인간>읽다가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냥이들 사진으로 달래네요. ㅎㅎ

잠자냥 2022-11-14 10:1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최후의 인간>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우리 냥이들이 위로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 책 리뷰만 봐도 정말;; 힘들어 보이네요;;;

독서괭 2022-11-18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 글을 이제야 보다니. 어마어마한 책탑에, 역시 어마어마하게 귀여운 냥이들이군요!! >ㅁ< 아휴 털 넘 예쁘네요 -> 역시 고냥이 사진 보고 나면 책은 잊어버리는 독서‘괭‘...
아니 굥 임기 동안 이렇게 계속 사시면... 출판시장 활성화?? ㅋㅋㅋ 웃픕니다 웃퍼요..

잠자냥 2022-11-18 16:48   좋아요 1 | URL
ㅋ 역시 우리 괭이들이 괭님이 오셔야 기뻐하는군요...(응?) ㅋㅋㅋㅋ
굥 임기가 짧기만을 바랍니다.....;;;; ㅋㅋ

독서괭 2023-01-1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다락방의미친여자 제인에어편을 읽다보니 제인에어를 너무 재독하고 싶어졌는데, 민음사판 말고 다른 판본 찾다가 여기 왔어요. 조애리님이 번역한 <빌레뜨>가 좋았기 땜에 이책을 살까 하는데, 번역 지적들이 있네요? 혹시 읽어보셨나요?

잠자냥 2023-01-18 15:31   좋아요 1 | URL
앗, 이 댓글 이제야 봤어요. ㅎㅎㅎㅎ
아직 안 읽어봤어요. 같이 읽어보아요~ ㅎ
 














서른에 집을 나와 혼자 살기 시작했다. 정확히 혼자는 아니었다. 그 무렵 좋아하던 사람과 같이 살기 시작한 것이었으니. 도심 속의 복층 오피스텔이었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또 다른 타인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것이었으므로 고독하지도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완벽한 고독이 내게 주어졌다. 그때 그 사람이 다른 나라로 한 달 가까이 출장을 떠나면서 그 공간에 오롯이 나 혼자만 머물게 된 것이다. 어느 밤 13층에서 내려다본 거리는 문득 외로웠다. 도심에 위치했기에 그곳은 늦은 새벽에도 결코 어둠이 찾아오지 않았다. 쉼 없이 오가는 자동차 소리, 사이렌 소리, 오토바이 소리, 아직 잠들지 않은 곳곳의 빌딩에서 새어 나오는 빛, 빛, 빛…. 도심에서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결코 어두워지지 않는데 묘하게도 고독해지는 것. 그때 처음 느꼈다.

복층에 매트리스가 놓여있었는데, 거기 누워서 내려다 본 도시는 더 외로웠다. 그때 그 계절이 딱 지금 이맘때와 같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이 창 아래로 보이던 그 풍경. 비라도 오고 난 이튿날이면 차도 인도 가릴 것 없이 노란 잎이 내렸고, 그건 외로움을 덮어주는 듯했다. 늘 복작대던 가족과 살던 나에게 창을 닫으면 나의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함만이 가득했던 그 한 달 동안의 고독은 이제와 생각해 보니 완벽한 호사였다. 아니, 그때도 이미 알았다. 처음 혼자 지내게 됐을 때는 주말에는 당장 집에 가서 가족들하고 보내야지, 했는데 결국 나는 가지 않았다. 그 한 달 내내 그랬다. 그때 그 사람은 시차가 정반대인 곳으로 출장을 갔던 터라 메신저로 대화하는 것도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만 잠깐 했었는데, 어느 순간은 메신저도 좀 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좋아하는 마음이 시들했던 것도 아니고, 보고 싶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완벽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침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글을 썼다. 지금 읽어보면 형편없기 짝이 없는 단편이지만 그렇게 앉아서 끼적거렸다. 혼자 보는 창밖 풍경이 새롭고 남달라서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고, 연필로 서툴게 스케치를 해보기도 했다. 한 달이 지나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즈음에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못할, 나의 완벽한 혼자만의 시간, 그 외로움의 공간이 아쉽기도 했다. 그곳에선 1년밖에 살지 않았다. 잠들지 않는 도시의 소음이 어느 순간 못 견딜 정도가 되어 다른 곳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요즘도 아주 가끔 그곳을 지날 때가 있는데, 그러면 나는 아직도 여전히 우뚝 서 있는 그 오피스텔의 13층을 바라보며 그때 그 혼자 있던 때를 생각하곤 한다. 창밖으로 홀로 지켜보던 그 노란 은행나무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답던 은행나무….

이 가을, 문득 그 은행나무가 생각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고독한 인간의 삶을 다룬 두 편의 에세이를 연달아 읽어서일까.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 비비언 고닉의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이 두 책은 가을의 고독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두 권 모두 제목부터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이 깊이 배어 나온다. 고닉의 글이 자신의 내면을 파헤치고, 그와 얽혔거나 스쳐 지나간 타인들을 돌아보면서 관계에서의 고독과 외로움을 통찰하고 있다면 랭의 에세이는 거대 도시 뉴욕, 그 도시에서 자랐거나 생활하면서 예술을 꽃피운 몇몇 이들의 삶을 추적하며 도시의 외로움과 고독을 탐구한다. ‘한밤에 빌딩 6층이나 17층, 아니면 43층 창가에 서 있다고 생각해보라.’는 랭의 문장은 내 기억 속의 그 은행나무를 일깨운다. 그리고 그때 혼자 있음으로 해서 무언가를, 그러니까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생각에 빠졌던 그때의 나, 고독한 창조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랭이 언급한 예술가들 중에는 데이비드 호퍼나 앤디 워홀처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알 법한 이도 있으며 그보다는 조금 낯선 이들도 있다. 랭도 지적했듯이 호퍼의 그림은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외로움과 고독을 절절히 보여준다. 호퍼는 어쩌다 그토록 철저하게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그림을 그렸을까? 랭은 호퍼의 삶을 추적한다.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호퍼도 결국 어떤 식으로든 외로운 시절을 보냈고 타인(그의 아내)을 지독히도 외롭게 했고 때로는 착취했으며 그런 배경 아래 그 누구도 상대를 똑바로 응시하지 않는, 쳐다보지 않는 인물들로 가득한 그림을 빚어냈음을 알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남들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외로웠고 그 때문에 어쩌면 계속 똑같은 대상을 반복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앤디 워홀, 평생 골방에서 자기만의 예술의 성(城)을 구축한 헨리 다거, 너무나 처절하게 소외당해 왔기에 자기의 상처를 감추듯이 무표정한 얼굴의 랭보라는 가면을 선택한 데이비드 워나로위츠…. 이 고독한 예술가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고독이 얼마나 한 인간을 외롭게 만드는지 참으로 처절한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고독과 외로움의 시간들이 인간을 창작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는 역설을 깨닫게 된다. 랭 그조차도 연인과 헤어지고 혼자가 되어서야 ‘외롭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고 그에 천착하다 보니 이토록 아름다운 글을 써 내려가지 않았는가.


그리고 랭은 ‘고독이란 사람들이 그 속에 머무는 장소임’을 깨닫는다. 그에 따르면 이 도시, 맨해튼 또는 서울처럼 “엄격하고 논리적으로 구축된 공간에 거주할 때 어떤 사람이든 처음에는 길을” 잃는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정신적 지도, 각자 좋아하는 방향과 더 잘 가는 노선들이 개발되어 하나의 컬렉션을 구성”하게 된다. 자기 자신의 “경험과 타인들의 경험으로 짜 맞춰진 고독의 지도”(21쪽)가 바로 그것이다. 랭이 생각하기에 “고독은 사적인 것이면서도 정치적인 것”이기도 하다. 또한 고독은 ‘집단적이고 하나의 도시’이다. 그 속에 거주하려면 “규칙도 없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 다만 “개인적인 행복의 추구가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지는 의무를 짓밟지도 면제해주지도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뿐”(323쪽)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고독은 가치 없는 체험이 결코” 아님을, 이 “외로운 도시에서 경이적인 것이 수도 없이 탄생”했음을, “고독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고독을 다시 구원하는 것들”(22쪽) 탄생했음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결국 비비언 고닉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얽히면서도 때로 지독히도 외로워지는 순간을 경험하고 그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웠다고 고백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고닉은 뉴욕이라는 무대 위를 지나는 모든 사람, 낯설기도 하고 친밀하기도 한 그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추억,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 조그맣고 빈틈없는 세계’에서 ‘훌륭하게 작동하는 방법’(다시 말해 무례한 모욕을 피하고 어디까지 굴복할지 한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익힌다. 온전하게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로움과 고독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생각한다. 외로움과 고독은 떨쳐버려야 할 그 무엇이다.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고 혼자 있는 것은 무언가 불완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랭과 고닉조차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순간이 있었다. 심지어 고닉은 ‘외로움은 나를 겁에 질리게 했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고독은 인간에게 부정적이기만 할까. 도리어 타인과 함께 있음으로 해서 완벽하게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는 순간이 더 많은 것은 아닐까. 고닉이 말했듯이 ‘욕망을 불러일으키면서 그것을 해결해주지 않는 존재들과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더 결핍을 느끼고 그 결핍은 가장 나쁜 방식으로 ‘우리의 상상을 억누르고 희망을 질식’시키는 게 아닐까(<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216쪽). 고닉의 말대로 인간은 ‘사실 정말로 혼자 있는 게 더 쉬운’ 존재는 아닐까. 그리고 그 고독 속에서 비로소 랭이 말한 “고독을 다시 구원하는 것들”이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완벽하게 혼자 지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각각이 서로 닿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모두 내 목 아래쪽에 가볍지만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내게 마법 같은 따스한 연결감을 불어넣어 주는 구슬”(<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15쪽) 같은 느슨한 관계, 호퍼의 그림 속 사람들처럼 함께 있지만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그런 관계 속에서 홀로 오롯이 설 수 있을 때, 자신을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을 때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이 두 책은 보여준다. 그 어느 때 보았던 것보다 아름답던 그 시절의 은행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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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0-31 1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냥님 아름다워요!!!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나의 고독을 돌이켜보는 멋지고 담담한 글을 쓰고 싶어요!!! 🥹 (지금은 약간 퀴퀴한 외로움에 쩐 상태 ㅋㅋㅋㅋ) 라고 말하니까 되개 읍서보이네여…. 음… 고립과 고독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 하는 상태인 것 같아요!!! 움화화. 그저 혼자 술을 좀 안마시고 싶었을 뿐인데… (아무튼 나의 외로움을 스스로 해결하는 훈련 중입니다 ㅋㅋㅋ 근사한 걸 읽고 써야 한다!!!)
오늘 치 작업을 대충 마무리 지었으니 은행 꼬랑내 나더라도 좀 밟다 오겠어요.
랭의 외도는 작년, 고닉의 아무는 올해의 제게 최고의 에세이였습니다. 나는 이토록 근사한 고독을 즐길줄 아는 도시의 쓸쓸한…여성인 것입니다.

잠자냥 2022-10-31 17:3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지금의 고독을 쓰라고 하려고 했더니 ㅋㅋㅋㅋㅋ ㅋㅋㅋㅋ지금은 퀴퀴한 상태로군요? ㅋㅋㅋㅋㅋ 은행 함부로 밟으면 퀴퀴함에 똥냄새까지 난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2-10-31 17:50   좋아요 3 | URL
웅… 분명히 작년에 쉬면서 책 많이 읽고 달리기도 하고 그럴 때는 내가 좀 멋져보였는 데, 몸 상태 나빠지고 나서 부턴 고독사를 자꾸 생각해요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타인의 외로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싫어요. 나의 외로움을 잘 다루고 싶고. 고독 속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할겁니다. (내가 바로 현실에서 깨달음을 수행하는 참 불자니라 ㅋㅋㅋㅋ)

mini74 2022-10-31 1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아요 자냥님. 자냥오별 글입니다. 남편이랑 손 잡고 걷는데 친구가 우스개소리로 그러더군요. 부부는 손잡는거 아니라고 ㅎㅎ 부부라서 손잡고 걷는게 아니라서 외로워서 손 잡고 걷는거라고 그랬어요 ~ 멋있다하다가 은행 밟는 댓글에 웃고갑니다.

잠자냥 2022-10-31 20:29   좋아요 2 | URL
자냥오별 글이라니 감사합니다. 손 잡고 걷는 부부 보면 저는 좋아보이더라고요. ㅎㅎ

다락방 2022-10-31 2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잠자냥 님 글이 너무 좋아서 누군가 외로워한다면 이 글의 링크를 전달하고 싶어졌어요. 더불어 ‘아, 나도 글 쓰고 싶다’ 생각하게 됩니다. 글 쓰고 싶어졌어요.

잠자냥 2022-11-01 09:38   좋아요 1 | URL
ㅎㅎㅎ 누군가 외로워하고 있다면 링크를 허합니다......ㅋㅋ
그리고 오늘 다부장님 글 기대해도 되는 겁니까!

다락방 2022-10-31 2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덧붙이자면,
저는 연인과 헤어졌던 어느 때, ‘나를 좋아할 사람이 이 사람 말고 앞으로 또 있을까?’ 두렵기도 했고, 이제 이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하루를 꼬박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도 울었던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틀인가 사흘 후에, 제가 웃더라고요. 정확히는 ‘이제 자유다!’ , ‘이제 주말 다 내꺼다!!’ 하고 웃었어요. 와… 그런 생각을 하는 저에게 제가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잠자냥 2022-11-01 09:41   좋아요 0 | URL
다부장님은 평소 보면 자부심 뿜뿜인데 연애에서는 괜히 쭈그러진 적이 종종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지 마~~~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또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이 사람 말고 또 앞으로 누가 날 좋아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때가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전 그런 적이 없어서 그 마음을 잘 모르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만의 자유! 그게 참 또 사람 신나게 하죠. ㅎㅎㅎ

다락방 2022-11-01 09:45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근데 ‘이 사람 말고 앞으로 누가 날 좋아할까‘ 했을 때의 상대는 사실 제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상대였어요. 정작 제가 좋아하는 상대와 충만한 연애를 했을 때는 헤어진다고 해서 그런 식의 걱정을 하진 않더라고요. 그런걸 보고 제가 스스로 내린 결론은, 애초에 제 자아가 좀 약해져 있을 때 했던 연애는 여러모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어요. 약해져 있으니까 나 좋다는 상대를 사귀었고(내가 좋은건 나중 문제), 그렇게 헤어지니까 아직 약해져있는 자아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라 또 있을까, 했던 거고요. 그래서 저는 그 누구보다 제가 깨달은 바에 의해서, 내가 약해져 있을 때는 연애하지 말자, 누가 좋다고 해서 덥썩 물지 말자, 그건 똥으로 간다... 고 결론 내렸습니다. 으하하하하.

공쟝쟝 2022-11-01 15:57   좋아요 0 | URL
강한 연애... 연애 박사... 연애 큇 연애 박사.. 이별 석사 부장님...

잠자냥 2022-11-01 16:41   좋아요 1 | URL
쟝쟝/ 커서 다부장되기 목표는 좋은데, 다부장의 연애는 배우지 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01 16:54   좋아요 1 | URL
사랑은 자냥처럼 이별은 락방처럼 .... 적립금은 꼰대냥처럼 내집마련은 부장처럼 ....
점심은 부장님처럼 저녁(치킨)은 잠냥님 처럼...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맘을 적시고.... 이별은 겨울비 처럼 두눈을 적시고... 이 노래 들어야겠다...

잠자냥 2022-11-01 17:19   좋아요 0 | URL
괭이는 쟝쟝처럼~ 육고는 함부로 노노 ㅋㅋㅋㅋ

coolcat329 2022-10-31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하고 행복한데
아프면 외롭더라구요.
참 이기적이죠?
제 방에 호퍼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화장대 옆에 있어 매일 보는데 그냥 평면 그림인데 어쩜 고독의 깊이가 볼때마다 깊어지는지요.
오늘따라 글 잘쓰는 잠자냥님 참 부럽네요. 에휴

잠자냥 2022-11-01 09:41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아플 때는 혼자 있는 게 참 서럽죠. ㅎ 인간이란...ㅎㅎㅎ
와, 방에 호퍼 그림이 있으시군요. 요즘 같은 때 보면 정말 더 고독이 물씬 느껴질 것 같아요.

독서괭 2022-11-04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멋지다 해놓고 댓글을 미뤘네요. 은행나무 바라보는 자냥님 생각하니 <가벼운 마음>의 뤼시가 생각납니다. 앞으로 내게 자냥님 이미지는 뤼시..아니 그러기에는 MBTI가 너무 다르다 ㅋㅋ 아무튼 고독의 창조, 그 시간이 지금의 자냥님 필력을 만든 게 아닐까 싶네요. 랭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요즘 자냥오별 좀 많은데요? ㅋㅋ

잠자냥 2022-11-04 22:15   좋아요 1 | URL
ㅋ 뤼시는 제가 절대할 수 없는 인간 유형입니다. ㅋ 자냥오별 남발! 믿지마세요. ㅋㅋㅋ
 

10월에는 소소(?)하게 사고 있다. 10월에 구매한 책 사진을 지금, 10월 17일에 올린다는 것은 10월엔 더 이상 사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살만 루슈디, <악마의 시 1, 2>
10월 5일이었나? 노벨 문학상 발표되고 나서 구매한 책. 노벨 문학상 발표 기념(응?)으로 샀다. 내가 노벨 문학상 발표 기념으로 살만 루슈디 책 샀다고 했더니 친구 왈. “왜 굳이 그런 기념까지 만들어서 사는 거니?” 그렇다. 책쟁이들은 뭔가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산다. 책 살 핑계를 찾는다.
노벨 문학상 기념이라면 아니 에르노 책을 구매해야 할 텐데 국내 출간된 그이의 책은 대부분 읽었고 사 두고 아직 안 읽은 것은 <세월> 정도. 올해 문학동네에서 나온 <카사노바 호텔>은 안 읽었으나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다. 아니 에르노 문학도 약간 자기복제 반복인 면이 없잖아 있어서 좀 읽다 보면 질리는데...... 내가 지금 그런 상태인 듯.
아무튼 그래서 살만 루슈디 김진준 번역의 <악마의 시>를 샀다. ‘신성모독 논란으로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라는 이 책 드디어 읽을 때가 되었다.




옌롄커, <캄캄한 낮, 환한 밤- 나와 생활의 비허구 한 단락>
옌롄커, (골드문트 님 말씀처럼) 딱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닌데 나오면 사서 읽어보게 되네. 이 작품에서도 역시 동양, 그것도 중국의 남자 작가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여럿 있었다. 특히 아주 불편한 내용이 있어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는데(강간/스토킹 등) 요 작품의 묘미는……. 하 이건 읽을 사람들을 위해 말하지 못하겠다. <레닌의 키스>도 그러했지만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일요일 하루 날 잡아서 다 읽었다. 그러고는 눈살 찌푸려지던 그 마음을 극복하고(?) 별 다섯 줌.



라오서, <이혼>
이 책도 샀다. 아니 나 중국 작가 좋아하나??? 그건 아닐 텐데... 흠. 라오서의 유머가 가장 성숙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중매와 이혼 퇴치를 사명으로 여기는 인물과 사기꾼, 첩과 태극권에만 관심이 있는 인물, 이런 상황을 무기력하게 관찰하는 인물 등이 나온다. 중매와 이혼퇴치가 사명이라니, 아이구야 소개만 봐도 가부장제에 숨이 턱 막히는데, 라오서는 어떤 시선으로 매서운 비판을 할지 궁금하다. 라오서 자신이 꼽은 최고의 작품이라고.




마거릿 애트우드, <타오르는 질문들- 마거릿 애트우드 선집 2004~2021>
9월에 출간 소식 들었을 때부터 기다렸다. 사실 난 애트우드 여사가 노벨 문학상 받기를 바랐는데 허허허 그것참 안타깝네. 섭섭하네. 애석하네...... 마거릿 애트우드의 에세이 선집으로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여러 매체에 발표한 에세이 가운데 62편을 엄선해 한 권으로 엮었다. 이제까지 국내에도 애드우트 여사의 에세이가 여럿 나오기는 했지만 아마도 이 책 한 권으로서 그 모든 책을 갈음하고도 남지 않을까.




움베르토 에코, <에코의 위대한 강연>
에코의 이 책도 반갑다. 아니!? 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잠시 이성을 차리고 실눈 뜨고는 목차를 잘 훑어보았다. 열린책들에서 잘하는 짓(예전에 출간한 책을 마치 새 책인 것처럼 제목만 바꾸어서 개정판 내놓는)을 통해 나온 구판 아니야??? 이미 읽은 책 아니야?? 하고 보니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은 에코가 세계적인 문화 축제 〈라 밀라네지아나La Milanesiana〉를 위해 쓴 글을 모은 것으로, 2001년부터 2015년까지의 글 열두 편이 담겨 있다. 물론 몇몇 글은 역시나! 열린책들의 《가재걸음》, 《적을 만들다》에 수록된 바 있다. 하지만 어차피 읽은 지 오래되어서 다 잊은 마당에 그냥 새 글 읽는 느낌이려니 하고 구매. 목차만 봐도 흥미진진하다.




마리 루티, <가치 있는 삶>
다락방님에게 땡스 투~ 다부장님의 페이퍼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부장님의 단 두 줄 소개- ‘내가 좋아하는 작가’, ‘정말 너무너무 좋다’라는 표현에 궁금해져서 책 소개 페이지를 훑어보고 구매했다. 평소라면 내가 사지 않을 책 같았는지 이 책 소개한 페이퍼에 땡스 투 한다고 미리 알려줬는데 계속 못 맞히심..... 그래요 내 취향 책 아닐 거 같죠? 근데 나 요즘 소설보다 다른 분야 책 더 많이 읽는 것 같아요......




시몬 드 보부아르, 알리스 슈바르처, <보부아르의 말- 자유로운 삶을 꿈꾼 자주적인 여성의 목소리>
내가 살 때만 해도 이 책에 관한 반응이 의외로 조용해서 응? 하고 놀랐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알라딘에서 보부아르 언니 책이 나왔는데 왜케 조용하지? 다들 모르나? 했는데 다들 출간 소식을 모를 때(10월 7일) 덜컥 사서(에이, 그래서 그 이후 나온 마음산책 말 시리즈 굿즈, ‘나선형 원목 펜트레이’ 못 받음. 이 이벤트는 10월 13일부터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흑흑-_-) 다 읽어버림. 이제 <제2의 성>을 읽자...... 근데 이 책에서도 또 한 번 느꼈지만 난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와의 관계를 너무 완벽하게 말하는 것에 좀 반감이 든다.... 언니 그러지 마요, 언니는 언니 혼자만으로도 완벽해. 사르트르랑 자신을 자꾸 엮지마......




제임스 볼드윈,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
정희진쌤 책에서 자꾸 제임스 볼드윈의 이름이 언급되기에 샀다. 얼마나 미문이고 얼마나 사유가 남다른지 직접 확인해보겠음. 근데 집에 이미 있는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조반니의 방>부터 읽지 그러니.....




율리아 에브너, <한낮의 어둠-극단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는가>
작년부터 관심 있던 책인데 드디어 구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극단주의 단체 잠입 보고서’랄까.  반 극단주의 단체에서 일하던 저자는 극단주의자들을 알기 위해 잠입 취재에 나서는데…. 이슬람 지하디스트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자, 백인 민족주의자, 과격한 여성혐오주의자까지, 저자가 취재한 극단주의 운동들은 내부적으로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고(소속감과 안정감이 그것이다). 이 책은 극단주의가 사람들을 어떻게 사로잡고, 교육하고, 연결하고, 행동으로 이끄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소소(?)하게 샀다만 책값은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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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0-17 1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잠자냥 님이 마리 루티를 사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ㅋㅋ
저도 아직 읽지 않았지만 잠자냥 님도 읽고 좋아하셨으면 좋겠네요. 크-
저도 <한낮의 어둠>담아 놓고만 있는데 잠자냥 님 사셨네요? 오오.. 사야겠다. (응?)
그리고 저는 이 페이퍼 보고 또 한 권 담아갑니다. 단지 흑인이라서.... 이 책이요.
그러면 저 장바구니에 책 좀 담고 올게요!

잠자냥 2022-10-17 11:29   좋아요 2 | URL
ㅋㅋㅋ 그러셨을 거 같아요. 신간 소식에서 책이 예뻐서 눈에 일단 담아두긴 했는데 락방 님이 좋다고 하셔서 바로 구매-
암튼 어여가서 담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17 11:46   좋아요 2 | URL
저도 지난번에 아니 에르노 책 읽고 나서 ‘이제 아니 에르노는 그만 읽어도 되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노벨 문학상 발표 났어도 뭐 더 사거나 읽거나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요, 아니.. 아니 에르노 책 사면 필통..을 준다는 겁니다. 필통.. 초큼 갖고 싶어서.. .갈등만 하고 있습니다. 안 읽은 아니 에르노가 있으니까 그걸 사면 되기는 하지마는......... 필통 때문에 책을 사다니, 그건 좀 아니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고 아닌 척 해본다 ㅋㅋ)

잠자냥 2022-10-17 12:47   좋아요 0 | URL
ㅋㅋㅋ 필통 때문에 아니 에르노? 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10-17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낮의 어둠> 소개해주신 내용만으로 뭔가 궁금해지는데요~ㅎㅎ
하루가 다르게 책값이 비싸져서 꼭 살책인가 두번 세번 묻고 사긴 합니다만 꼭 이상하게 구매하고 나면 놓치는 책들이 보이더라구요^^;
저도 이달에 좀 많이 샀는데 아직 보부아르랑 아렌트 책들을 못사서 11월 1일에 살까 고민하고 있습니다~ㅎㅎㅎ 책탑 역시 아름답네요*^^*

잠자냥 2022-10-17 11:30   좋아요 2 | URL
와, 애트우드 여사 책하고 에코 책 사니까 그냥 5만원은 훌쩍 넘더라고요.....;;;
<한낮의 어둠> 흥미로울 거 같습니다!

단발머리 2022-10-17 1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볼드윈 담아봅니다. 일단 이거부터 읽어볼게요. (다짐전문가)
아니 에르노 수상이 너무 기쁘지만 애트우드님이 타셨다면 더 기뻤을거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내년에는 가능할까요? 🙄🙄🙄

잠자냥 2022-10-17 12:47   좋아요 0 | URL
크흑... 2년 연속으로 여성에게 줄 것 같지는 않아요....... ㅠㅠ

바람돌이 2022-10-1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오르는 질문들 궁금한데 또 벽돌책이더라구요. 그래서 주춤하고 있습니다. 그외에도 하나같이 궁금한 책들.... 아 저도 진짜 다 사고싶은.... 그래도 제일 궁금한 타오르는 질문의 리뷰를 기다려봅니다. ^^

잠자냥 2022-10-17 15:24   좋아요 0 | URL
<다락방의 미친 여자>보다는 얇은 벽돌이에요! ㅋㅋㅋ

건수하 2022-10-17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펜 트레이... 음...

9월에 비하면 10월은 저도 소소하게 사고 있었는데
잠자냥님 페이퍼 보고 드릉드릉 하네요 ㅎㅎ

잠자냥 2022-10-17 16:50   좋아요 1 | URL
펜트레이.... 예쁘더군요. 드릉드릉!

Falstaff 2022-10-17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해 테러도 당하고 그래서 저는 살만 루슈디가 노벨상을 탈 거라 은근히 기대했었습니다만. ㅋㅋㅋ 넘 속보였습니다.
문학상이지 정치학상이 아닌데 말입죠. 걍 소소하게 사신 것이 열 권. 앞으로 남은 시월도 열흘이 넘는단 말입니다. 흠.
전 책 일곱 권과 베토벤 현악사중주 CD 전집 하나. 이걸로 끝냈습니다. CD는 엔저를 이용해 일본 타워에서. 되게 싸요!!

잠자냥 2022-10-17 16:51   좋아요 2 | URL
ㅋㅋ 저도 살짝 테러도 당했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아아니, 엔저를 이용한 시디! 그것이야말로 아주 현명한 소비 아닙니까?!!

새파랑 2022-10-17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이어서 책탑도 딱 10권이군요 ^^ 그럼에도 아직 적립금이 어마어마하게 남아있으실거 같아요 ㅋ

잠자냥 2022-10-17 16:52   좋아요 1 | URL
앗 열 권인 줄 몰랐어요. ㅋ 어마어마하게 남지는 않았습니다.....;;; 속상하게도;;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0-17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젤 두꺼운 책이 <타오르는 질문들>이군요? 담아놓고 고민중인데.. 흠..
기념일 만들어 책사기 ㅋㅋㅋㅋㅋㅋ 기념일 많이많이 만드세요!
언니는 언니 혼자만으로도 완벽해 ㅋㅋㅋ 그런가요. 빨리 보부아르 읽어야하는데.. 잠자냥님도 아직 <제2의 성> 안 읽으셨다니 위로가 됩니다 ㅋㅋ
저도 마리루티 읽어야 하는데, 이거 슬렁슬렁 읽을만한 책이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미뤘어요. 어렵다기보다 잘 음미하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이번 책탑도 잘 보고 갑니당~^^

잠자냥 2022-10-17 20:21   좋아요 1 | URL
ㅋ 네 젤 아래 있는 젤 두꺼운 책이 바로 <타오르는 질문들>입니다. <제2의 성>보다는 얇은 것 같고 글자 크기는 확실히 더 큽니다요! ㅋ

책읽는나무 2022-10-17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의 말!!! ㅋㅋㅋ
저도 잠자냥님과 똑같은 생각!!ㅋㅋㅋ
아니 왜??? 아무도 글이 없어?? 다들 아렌트만 좋아하는 거야??? 우째??? 그랬더니 10월 10일 출간!!!! 전 9일에 주문했거든요ㅋㅋㅋ
그래서 우드 트레이를 보고 속 쓰렸다는...ㅜㅜ
일찍 책을 사면 이렇게 손해구나?? 뭐 그런 생각을!!!!
근데 왜 오늘은 육고냥이들 왜 안보여주나요??
아직 한 자리에서 가족 사진을 못 찍었나 보군요?ㅋㅋㅋ

잠자냥 2022-10-17 20:23   좋아요 2 | URL
흐흑 그러니까요, 괜히 빨리 샀어요… ㅠㅠ 6고는 아껴야 제맛 ㅋㅋㅋㅋ

공쟝쟝 2022-10-17 23:39   좋아요 1 | URL
버려진 보부아르 ㅋㅋㅋㅋ

공쟝쟝 2022-10-17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는 저 말들 시리즈가 좋긴 한데 시모어번스타인 말고는 안사게 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양장이 너무 고급지고 두꺼워서 부담 ㅋㅋ
저는 보부아르-사르트르 당연히 별로이지만, 그 시절에 보부아르가 그걸 해봤기에 숱한 여성들에게 반면교사!를 제공했다는 지점에서 보부아르를 사랑합니다 ㅋㅋㅋ
그걸 이 유명하고 천재인 언니가 안 견뎌내고 안 살아냈으면 ㅋㅋㅋ 그 별로인 관계가 가지는 한계는 오랫동안 안알려졌을 듯 ㅋㅋㅋ 미리 이렇게 살지 말라고 알려주신 거 아닐까요? ㅋㅋㅋㅋ 물론 판단은 개인의 몫이지만 ㅋㅋㅋㅋ
그리고 보-사 계약결혼 아름다운 걸로 포장해온 건 대체로 남자들 아닙니까? (제 기억에 남자 교수들이 열광했음 이 커플) 결론 : 남자들이 좋아하는 건 일단 실눈뜨고 본다 ㅋㅋㅋ

잠자냥 2022-10-18 08:55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전 웬만하면 사보는데, 시모어 번스타인 제외하고는 다 바로 팔았다는 게 비밀 아닌 비밀입니다. ㅋㅋㅋㅋ 이 책도 바로 되팔 예정이고, 몇몇 책은 아예 안 사고 빌려 읽었습니다. 요즘 한나 아렌트의 말 빌려와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중간에 그만 둘 거 같아요. 아렌트의 다른 책을 읽는 게 나을 거 같고 질문자와 대담자 합이 딱히 좋지는 않은 듯해서 대화 내용이 겉도는 느낌. 암튼 보-사 커플은 질투도 분명 심했고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점도 없었다고 노년에 이르러 말하는 걸 보니 역시 기억은 편한대로 왜곡되는구나 싶고…. <작별의 의식> 보면 보부아르가 사르트르한테 돌봄 노동 제공하는 거 같아서 그것도 좀 별로였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관계를 돈독히(?)하기 위해 타인들을 타자화하고 소외시킨 게 좀 그럽디다…. 난 좀 그래….

공쟝쟝 2022-10-18 08:58   좋아요 1 | URL
시모어 선생님 ㅠㅠㅠㅠㅠ 아 또 갑자기 그립네? ㅋㅋㅋㅋ 아 그게 질문자 때문였구나 ㅋㅋㅋㅋ 합이 좋은 질문-답이 나와야 책의 소장가치가 커지나봐요!!!!!
보-사 커플, 맞아요 그래요! 정말로 그래 ㅋㅋㅋ 찬양해줄 필요가 1도 없는 커플이라는 것에는 동감해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천재에 부르주아 ㅋㅋㅋㅋ 혼자 살면 더 좋았을 텐데 ㅋㅋ 보뷰아르🥹 잠자냥이 역시 제일 훌륭한 페미 맞다ㅋㅋㅋ

coolcat329 2022-10-2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낮의 어둠>이 끌립니다. 도서관에 신청해야겠어요~
옌레커도 읽어보고 싶구요.
문학 비문학 골고루 사셨는데 예전보다 비문학이 많이 보이네요~ 😁

잠자냥 2022-11-10 09:35   좋아요 0 | URL
아니 이 댓글을 이제야 보다니!
네 요즘 비문학을 조금 읽고 있습니다.
쿨캣 님 댓글 보고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도 읽어보려고요!
 

‘Political Correctness’. 사전을 검색해 보면 이렇게 나온다. ‘정치적 정당성(차별적인 언어 사용·행동을 피하는 원칙)’(옥스퍼드), 그런데 몇몇 사전에서는 이런 토를 달고 있다. ‘[美, 경멸적] 정치적 공정, 올바른[진보적] 정치관; (소수파나 약자인 인종·성 등에 대한) 편견[차별] 없는 언동(약어 P.C.)’ 여기서 [美, 경멸적]이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적인 언어, 행동을 피하는 운동을 뜻하는 ‘정치적 올바름’(이하 PC)이 미국에서이긴 하지만 어쩌다가 조롱이나 경멸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최근엔 한국에서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을 종종 볼 수 있다. 예컨대 ‘PC충’이나 ‘프로불편러’, ‘인권충’, ‘입진보’, ‘인권팔이’, (넓은 의미로는) ‘강남좌파’ 같은 단어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향한 조롱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의 저자 강준만처럼 나도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한다. 그리고 그 운동이나 그런 흐름은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때로는 아,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 지경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PC에 대한 피로도가 확 몰려드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내가 처음 PC에 회의감이 들고 대체 이게 무엇을 위한 운동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거의 10여 년 전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블로그가 매우 활발하게 이용되던 시기로, 나 또한 블로그를 하면서 마음이 맞는 몇몇 이웃을 만나 소통하고 지냈다(그들 중 몇몇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젠더 관련 책 저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비슷한 관점과 의견을 갖고 있었기에 블로그 이웃으로 잘 지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떤 일로 미묘한 차이가 발생했고, 결정적으로 내가 어떤 댓글을 보게 되면서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조두순 사건과 관련한 시각 차이에서였다. 나와 내 친구(친구들 또한 블로그 이웃이었다)들은 그 사건을 두고 격분하지 않을 수 없어서 험한 말을 입에 담았는데(예컨대 화학적 거세, 사형시켜 마땅하다 등등), 그들은 그 사건에서조차 너무나 세련된 태도로 화학적 거세만이 답이 아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결국 남성(성기)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사형이라니 운운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들의 그런 주장을 담은 글과 댓글들을 보면서 아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중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나와 내 친구들이 보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는지 뒷말을 하듯이 ‘그분들은 (한국에선) 좀 다른 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분들조차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걸 보고 좀 충격받았다'고 달았더라. 그 댓글을 보고는 솔직히 그간의 모든 우정이 사라지고 만 느낌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 세련된 PC에 질려 “분노할 때는 분노할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마지막 댓글을 달고는 이웃으로서의 인연을 끊었다. 화학적 거세가 답이 아니라는 것도, 페니스를 제거하면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사형 제도를 찬성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런 극악무도한 사건 앞에서 맹렬하게 분노하기보다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PC를 추구하는 그 나이스한 태도가 먼저였을까? 그때 내가 느낀 PC에 대한 피로감은 말로 다 표현 못할 정도이다. 그때 그 조두순이 출소했다. 가해자가 거리를 활보할 때 피해자는 이사를 갔고, 또 다른 피해를 염려하는 그 지역 사람들도 속속 그 지역을 떠났다는 기사를 최근에 읽었다. 그때의 그 블로그 이웃은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현실을 보면서도 여전히 예전과 똑같은 주장을 할지 궁금하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몇몇 한국 남성 작가들도 고발당했다. 불똥은 의외의 곳까지 확대되어서 기존의 한국 문학(주로 남성 작가들이 지배해온)까지 공격당하기 시작했다. 내가 본 가장 어이없는 비판은 1920~30년대 한국 문학을 싸잡아서 ‘한남문학’이라 칭하면서 김유정의 스토킹 전력을 끌어와 김유정 문학 자체를 ‘스토킹 문학’이라 낙인찍거나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과 동이의 관계를 비판하면서 ‘싸튀충 한남 문학의 절정’이라 조롱하거나 <운수 좋은 날>의 김 첨지가 설렁탕을 사와서는 다 죽은 아내를 발로 차며 우는 장면(“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을 끌어다가 한남문학은 이래서 소비하면 안 된다 등등의 논리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생각하기에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의 한국 사회는 그랬구나 하면서 읽는다. 책을 읽는 관점이 조금 달라져서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던 부분이나 장면들이 거슬릴 수도 있다. 그러면 아, 내가 이런 부분은 이제 못 읽겠다, 좀 불편하구나 하고 넘어가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걸 소비하는 다른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이렇게 저렇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한남문학을 여전히 소비하는 당신은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한, 무지몽매한 사람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조롱한다.

내가 그냥 그런 문학을 더는 못 읽겠어서 더 이상 찾지 않는 것과 그런 나를 전시(정확히는 과시)하면서 그렇지 못한 타인에게 딱지를 붙이는 행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노먼 메일러의 폭력적인 면과 마초적인 면을 못마땅하게 여겨 굳이 그의 작품을 읽지 않는 것과 노먼 메일러 작품을 읽는 사람에게 그런 폭력적인 인간의 작품을 소비하다니, 당신도 그의 폭력 행위를 옹호하고 동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를 좋아한다. <차이나타운>이나 <피아니스트> 같은 영화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물론 그의 작품 중에는 망작도 많다). 그럼에도 <차이나타운>이나 <피아니스트> 같은 영화 때문에 신작이 나오면 궁금해진다. 그런데 로만 폴란스키는 누구나 다 알 듯이 아동성범죄자이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은 궁금하다. 이것도 누군가에게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태일 것이다. 당신처럼 비윤리적인 소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로만 폴란스키 같은 사람이 여전히 영화를 만들고 거장으로 추앙받으며, 문화 권력자로 행세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문화예술 작품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만이 창작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내용만을 담아내야 할까? 이런 세계는 또 다른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윤리적 소비에 관한 말이 나오니 또 떠오르는 사건도 있다. 이 책에서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싸이의 ‘300톤 물폭탄 흠뻑쇼’에 관한 것이다. 이 논란은 PC로 중무장한 사용자들이 많은 트위터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는데, 가뭄으로 고통받는 시국에 물폭탄 쑈가 웬말이냐며 싸이에 대한 비난은 콘서트에 가는 사람들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콘서트를 비판하는 나는 깨어있는 사람이고, 콘서트에 가는 사람은 개념 없는 무지한 사람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도 뚜렷하게 보였다. 최근에는 트위터에서 남양을 소비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는 사람을 보기도 했다. 요즘은 이런 윤리적 소비, 가치 소비-인권 보호와 폭력 반대를 지향하는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거나 갑질 논란이 있는 회사 불매 운동, 비건 제품이나 유기견 기부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남양 불매, 쿠팡, 마켓컬리 불매, 스타벅스 불매, SPC 불매를 자랑하듯이 공개한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비난하면서 당신은 개념 없는 사람이라고 몰아세우는 행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강준만은 “나는 기본적으로 PC 운동의 취지와 당위성엔 동의와 지지를 보내면서도 동의와 지지를 보낼 뜻이 있는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운동 방식의 문제엔 비판적인 입장”(<정치적 올바름>, 30쪽)이라고 밝힌다. 그가 말하는 운동 방식의 문제는 결국 ‘과유불급’이라 말할 수 있는데 그는 이것을 “인간에 대한 예의”로 압축해서 표현한다. “PC운동이 애초에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출발한 것임에도 어떤 사람들이 그 예의를 지키지 않거나 소홀히 대한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너무 거친 비판을 퍼부음으로써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건 모순”(30쪽)이라는 것이다.

강준만의 주장에 따르면 너무 거친 비판은 주로 언어본질주의 문제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누군가를 본질이 담긴 단어로 딱지 붙이기를 할 때 언어는 곧잘 현실을 왜곡한다. 즉 어떤 사람이 무심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을 때 그건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라고 지적하는 것과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다’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PC에 근거한 비판은 곧잘 후자의 딱지 붙이기를 하는 경향이 있고 이런 본질주의적인 딱지 붙이기는 일반 대중에게 필요 이상의 반발을 초래해 원래 의도한 사회 약자에 대한 보호에 막대한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PC운동을 일상적 삶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엘리트 중심의 운동으로 인식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30쪽)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른바 ‘트럼프 현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반(反)엘리트 우익 포퓰리즘이 미국을 넘어서 서구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갖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을 가능성마저 제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PC 피로증과 서양의 많은 진보좌파 지식인들이 PC비판에 나선 것은 이런 딱지 붙이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강준만의 지적은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는 이들이 한번쯤은 새겨들어볼만한 주장이 아닐까.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정치적 올바름은 계급 관점에서도 도전을 받고 있다는 부분이다. 먹고사니즘에 급급한 이들에게,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조차 버거운 이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남양이나 SPC 불매 운동을 생각하기 이전에 오늘 남양 우유가 저렴하니까, 오늘 파리바게트 빵이 대폭 세일하니까 자연스레 손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제 퇴근길에 보니 집 근처에서 남양유업이 두 달 동안 무료로 우유를 배달받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끊을 수 있다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던데, 당장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이라면 이 유혹을 뿌리치기 쉽기 않을 것이다.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것도 계급 문제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값싸게 소비할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을 보라. 대부분 육류가 포함되어 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식품을 소비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비용이 더 들고 더 수고롭다. 그런데 이런 이들에게도 당신은 비윤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비난하고 가르치려고 드는 게 온당할까?

계급 문제를 앞세워 PC를 비판하는 대표적 이론가인 지젝은 PC를 경제적인 계급 불평등을 은폐하는 ‘부르주아 자유주의의 주요한 이데올로기적 방패’(48쪽)라 말한다. 또한 지젝은 PC는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기본적 동질성은 손대지 않은 채 문화적 차이를 위한 싸움에서 대리 분출구를 발견한 것”이며 “PC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자본주의는 승리의 행진을 하고 있다”(49쪽) 말한다. PC를 포함한 정체성 정치 전반에 대한 진보좌파적 비판도 많다. 이런 비판은 ‘인종, 성, 종교 등 여러 기준으로 분화되어 각 집단의 권리를 주장하는 정체성 정치가 경제적 정의의 문제를 도외시하면서, 극심한 빈부격차, 도시 황폐화, 자원 낭비 등 진정한 사회 문제엔 침묵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50쪽)고 지적하기도 한다.

PC의 ‘정의롭고 깨끗하고 올바른 상황만을 지향하는 문화적 경향’을 가리켜 “살균된 문화”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병든 문화의 다른 이름”이라는 비판에는 나도 동의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문화예술 작품에서조차 지나친 PC를 요구하는 경향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최근 한국 문학은 정치적 올바름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성소수자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이것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이 만든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와 문학 작품만을 고집할 거라면 문화예술 작품을 왜 소비하는가? 특히 이런 경향은 “표면적인 올바름과 건강함과 건전함과 미담 너머에 있는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불평등을 보지 못하게”(49쪽)만들기도 한다. “정치적 올바름은 마치 테러처럼 나름의 생명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보다 고차원적인 이상’이라는 명분 아래 어느 틈에 재능, 자발성, 열정,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무디게 만드는 파괴적이고 비윤리적인 힘이 되고 있다.”는 어느 미국 언론인의 지적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프라이는 공개적으로 PC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좌파이자 동성애자이다. 그의 처지를 보면 PC를 지지하는 게 당연할 것 같은데 왜 반대하는 걸까? 그는 자신이 궁극적으로 PC에 반대하는 이유는 그가 일생동안 혐오하고 반대해왔던 것들이 PC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설교조의 개입, 경건한 체하는 태도, 독선, 이단 사냥, 비난, 수치심 주기, 증거 없이 하는 확언, 공격, 마녀사냥식 심문, 검열 등이 PC에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좀 더 관용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고매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단순히 어떤 용어나 언어를 만들어내서 사람들이 그 불편하고 멍청한 표현을 쓰도록 강제하는 건 핵심이 아니”(85쪽)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맥락을 간과한 채 모두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행태, 자기과시를 위한 도덕- 이것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PC에 대한 피로감을 증폭하는 데 한몫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나를 과시하며 그런 나는 선(善)이고 그렇지 못한 타인은 악(惡)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PC를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PC- 이 말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도 트럼프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미국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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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10-06 16:59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의 글에 상당부분 동의하면서도 일부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어요.
PC에 대한 회의와 지적이 시기적절하게 등장했다고
생각하긴하는데 ‘PC이다 아니다‘를 구분하는것조차 완전히 객관적일수는 없다는 점이예요.
(극단적인 경우를 예외로 하더라도)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논란이 폭발한 시점도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익명에 숨어 자기 의견을 말하는 공간이 활성화되었고
이른바 유명인들도 가세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시점이죠.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과정에서는 극단적인 사람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데(눈에 띄기도 하고요)
PC와 혐오자들이 그런 면에서 양 극단을 잘 보여주는것 같고 또 양상이 비슷하기도 하고요.
그렇긴해도 PC라는 낙인찍기의 파급력도 무시할 순 없어요. 미디어의 발달로 이제 겨우 목소리를 찾기 시작한
사람들조차 덩달아 오명을 뒤집어쓰고 입에 재갈이 물릴 수 있다는게 제가 의문을 가지고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아무튼 이 책을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2-10-06 17:25   좋아요 8 | URL
네 미미 님 말씀대로 어디까지가 pc이냐 아니냐의 기준도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가치 판단이 들어가는 부분은 객관적일 수 없지요. 혐오와 역차별로 넘어가면 더 의견이 분분해질 것 같고요.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죽여서는 안 되겠지요.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사례로 이준석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관한 논평을 예로 들기도 합니다. 이 부분도 흥미로웠어요. 미미 님이 직접 읽어보시면 저와는 또 다른 생각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공쟝쟝 2022-10-06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래서... 제가 친히 잠자냥님에 대한 미움받을 용기로 시작한 디지털과 페미니즘 독후감을 안 읽으신 건가요? 공쟝쟝이 너무 PC해서? ㅋㅋㅋㅋㅋ
이 책은 강준만님의 전작 <싸가지 없는 진보>랑도 일맥상통하네요. 자기 과시를 위한 도덕이라니... ㅋㅋ 뭐 그런것도 같습니다. 저는 pc를 자기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있느냐 없느냐로봐요. (그 정도의 인식에 가 닿기 위한 노력을 부정하진 않고요) 그리고 언제나 자기의 언어를 가진 사람들은 그걸 자신을 지키는 무기로도 사용하지만 때로는 공격의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죠. 저의 경우 제 지적/언어적 열망은 어떤 권력에의 욕망과 다름 아니라는 걸 스스로는 인식하고 있고, 그걸 갖추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끔 화가나기도 하지만... 이제 권력을 누군가를 죽이고 살리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정희진의 (이것도 정희진이 푸코 해석한 글 어딘가에서 읽었던 것 같은 데) 문장에 동의해요. 즉 저는 저를 설명할 수 있는 쾌감을 제공하는 어떤 언어/권력을 갖고 있구나 하고 스스로 인식하고 점점 더 인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튼 자기의 말에 책임감을 느끼고 그걸 감당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밖에 답이 없다는 생각예요. 언어가 없는 사람들은 언어를 만들어야겠지만요.

잠자냥 2022-10-06 21:51   좋아요 2 | URL
아니 왜그러노 ㅋㅋㅋ(아니 에르노가 노벨문학상 받았대서 한번 해본 드립 ㅋㅋㅋ) 아니 요즘 바빠서 북플 잘 못봤어요. 그새 포스팅했군요. 정독하겠습니다- 다만 아니 에르노는 좀 충격이네 ㅋㅋㅋㅋ

<싸가지 없는 진보> 읽지는 않았으나 맥락은 비슷할 거 같습니다. 이 책에서도 싸가지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PC를 자기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있느냐 없느냐로 본다는 말 곰곰 생각해보게 하네요.

공쟝쟝 2022-10-06 22:08   좋아요 2 | URL
와.. 아니!! 에르노!!가!! 두둥.. ㅋㅋ 처음이다, 내가 노벨 문학상에 관심 가져본 후로 내가 아는 사람이 노벨문학상 받은 거..

얄라알라 2022-10-07 0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살균된 문화‘ 그 문구가 조롱조로 쓰이는 ˝PC˝용법을 확 드러네주네요,
로만 폴란스키의 범죄와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잠자냥님 말씀 새겨듣고 갑니다. 저도 혹시 [로만 폴란스키]영화 보면서 잠자냥님 지적하신 바로 그 생각 때문에 스스로 떳떳하지 않았었나...돌아보게 되네요

잠자냥 2022-10-07 08:40   좋아요 1 | URL
네 저는 문화에 지나치게 pc 잣대를 들이대는 건 반대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만 해도 읽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사라지기 때문에…. 로만 폴란스키 같은 사람의 작품을 소비할 땐 스스로 복잡한 감정이 들죠. 근데 그 잣대로 타인를 재단하고 평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락방 2022-10-07 0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이 책을 아직 읽진 않았지만 잠자냥 님의 리뷰로 짐작해보는 바 이 책과 그리고 잠자냥 님의 리뷰 모두가 사실은 ‘이렇게 PC한 나‘ 에 취하는 걸 경계하자로 읽힙니다. 저는 때로 PC하자는 주장이나 지적이 정말로 잘못된 점을 고치게 하려는 의도라기 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발현한다고 보거든요. 잠자냥 님의 리뷰에도 나오지만,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살아야 하기 때문에, 분노 앞에서도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할까요? 저는 진짜 아니라고 보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는 분노가 한무더기 나오므로.. 왜, 괴물을 상대하다가 너도 괴물이 되면 안돼, 라는 말들(심연.. 그거요)이 그 피씨한 나에 취한 자들의 대표적인 근거문이 아닐까 싶은데, 저는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설사 제가 괴물이 될지라도 으르렁 대겠다고 생각했어요. 뭐, 제가 아무리 그래봤자 원본 괴물을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요. 저는 뒷짐지고 가만히 서서 ‘어허~ 그러면 안돼~ 무릇 인간이란 피씨해야지~‘라고 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어휴 댓글 그만 써야지 쓰다가 분노가 올라와서 댓글에 화가 녹아나네요. ㅎㅎ

아무튼 저는 그간 강준만의 책을 읽으며 강준만의 말에 고개 끄덕이는 편이었으므로 이 책을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괴물 씀.

공쟝쟝 2022-10-07 09:52   좋아요 1 | URL
단독자 칸트 다부장님은 심연 아무리 들여다 봐도 괴물은 안될 것 같아요. 그러니 이잡듯이 뒤져서 악의 게의름을 꾸짖어주소서!! 아니 게으름 ㅋㅋㅋ

다락방 2022-10-07 09:54   좋아요 1 | URL
근데 나도 생각해보고 또 해봤는데 나는 괴물은 안될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괴물이 되기엔 너무 꼿꼿해..

공쟝쟝 2022-10-07 09:59   좋아요 0 | URL
응.. 사람이 그래… 꼿꼿하고 자기 보호 잘하고… 성실하기까지… 암튼 타고 나기를 그래…. 근데 정치를 하기엔 또 너무 꼿꼿하고… 그냥 지금 이대로 지내자 ㅋㅋㅋ

잠자냥 2022-10-07 10:03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역시 다부장 님은 제가 척하며 탁하고 알아듣습니다요!
제가 요즘 가장 피곤함을 느끼는 부분도 이렇게 정의로운 나를 과시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역하다고나 할까... ㅋㅋㅋ 이 책에서는 그런 문제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sns에서 리트윗하고 좋아요 누르면서 이렇게 정의로운 나는 오늘도 세계를 위해 이런 일을 했다! 자위하는 문화요. 물론 이런 문화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인정하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pc가 액세서리가 되어 그런 액세서리를 달지 못한 사람을 무작정 조롱하거나 가르치려고 드는 듯한 태도..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현재 미국이 그런 지경....)

암튼 저도 분노할 땐 분노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괴물을 상대할 때까지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를 강제한다는 것은 좀 무리라고 생각하고요. 괴물이 아닌데도 pc를 덜 갖춘 아니면 못 갖춘 사람에게까지 괴물처럼 구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발머리 2022-10-08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책에서부터 애정했으나 이제는 멀리 가버리신 ㅠㅠㅠㅠ 그러나 여전히 존경하는 강준만 교수님의 이 책, 꼭 읽어봐야겠어요. PC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지점들이 모두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순간들이었다는 느낌도 들고요.
잠자냥님 글 읽으면서 전 필립 로스가 그렇게나 생각나네요. 나의 보물이며 나의 어둠.....

잠자냥 2022-10-08 23:22   좋아요 2 | URL
아주 멀리 가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PC를 부르짖는 목소리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긴 멀었고요. 다만 아직도 멀었는데 외면받지 않으려면 전략적인 부분에서 좀 수정도 필요하단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필립 로스 ㅎㅎㅎ 누구나 길티 플레저는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케이 2022-11-09 0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잠자냥님. 전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고 종종 보는데 거기서도 교류가 전혀 없어서 pc하다는 뜻이 뭔지 잘 몰랐어요.잠자냥님 리뷰보고 pc의 뜻을 정확히 알게 되었어요.
화면 뒤에서 고작 자판 두드리는 걸로 본인들이 뭔가 대단한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것처럼 구는 거 너무 이상해요. 우습기도 하고.
전 그들의 사고방식이 꼭 파시스트 혹은 홍위병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정치에 무관심한 이들보다 더 해로운 존재들이예요.
글은 항상 재밌게 읽고 있는데 댓글은 오랜만에 달아요 전 요즘 매일 2시까지 다음날 먹일 애들 먹일 반찬 준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ㅜㅜ 까다로운 아이 둘 키우는 거 힘드네요...언제쯤 좋아질지ㅜㅜ
잠자냥님 건강하시고 늦가을 정취를 제 몫까지 흠뻑 느끼시길!

잠자냥 2022-11-10 09:37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에서도 sns를 통해서 좋아요, 누르거나 리트윗하는 등의 행동(손가락만)으로 대단한 정치적 행동을 했다고 자위하는 문화도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예 안하는 것보다 순기능은 분명히 있다고 인정하기도 하고요...
홍위병 같다는 케이 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아니 그런데, 아가들이 벌써 반찬(!)을 먹을 만큼 자랐나요?! ㅎㅎㅎㅎ
반찬 먹는다고 생각하니 넘 귀엽네요. 케이 님도 아가들과 씨름하면서 ㅎㅎ 즐거운 연말(! 벌써...ㅠㅠ)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