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며 도시는 기억의 박물관”
_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승효상
1952년생 건축가 승효상은 2016년 9월, 2년간의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 직무를 마쳤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자신의 책 “빈자의 미학”(1996)을 재론한다.
질책과 염려에도 불구하고 ‘빈자의 미학’이라는 말이 갖는 아름다운 가치를 이미 감지했으므로 실천만이 자신이 안아야 할 과제였다고 밝혔다. 세월이 한참 지나, 비아냥과 욕설과 가난한 그의 주변은 스스로 다듬게 되는 동기가 되어 감당할 몫이라 여기면서, 자신이 썼던 말과 글이 누구에게는 상처로 남은 일을 못견뎌 하겠다며 ‘좋은 글쓰기가 좋은 건축을 짓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고백했다. 겸손하고 솔직하다. 관조와 성찰로 고양한 영혼을 담는 일, 절제와 비움의 철학을 공간화하는 일이 집짓기와 글짓기의 내적 질료이리라.
그래서 예전에 우리는 글’짓기’라는 용어를 썼을까. 그 말보다 글’쓰기’로 바꾸어 부르자고들 했고 그렇게 바꿔 불렀지만 다시 생각해볼수록 글’짓기’가 맞는 것 같다. 글도 집도 함부로 지어선 안 되겠다. 최선의 삶을 담는 일, 쉽지 않은 일이다.
“글쓰기 자체가 너무도 두려워지니 이제야 주변이 보이는 까닭일까?”(217쪽) -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_ 삶에 대한 진정성으로 가득한 이 절묘한 공간들을 어떤 현대건축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달동네는 인프라가 부족하고 위험하기도해서 재개발되어야 한다. 그러나 건축이 우리 삶을 지속시키는 기억의 저장소인 한, 이런 아름다운 공간은 재개발 속에서도 유지되어야 한다. 이것이라면 내가 건축하는 이유일 수 있었고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서울에 달동네라는 것을 모두 다 보고 확인하며 내 건축 속으로 불러 들였다. (중략)
빈자의 미학은 가난한 이가 아니라 가난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건축방법론이다. 공동체 지속을 위해 도시와 건축은 서로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했으며 20세기 초 서양에서 주장한 기능주의를 비판했고 그들의 목적적 건축 공간보다는 비어있는 우리의 옛 공간이 삶을 훨씬 윤택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소란한 시대에 침묵의 건축이 더 가치 있다고 그 책에 썼다.
(214쪽)
http://m.kyeongin.com/view.php?key=20211123010004372
2021 경인일보 기사 첨부. 김포에 이곳 가보고 싶네.
토요일 오전에 티비 채널을 돌리다 부산의 산복도로 마을 높은 곳, 산에 둘러싸인 하늘 아래 첫 아파트를 만났다. 프로그램 이름은 “여기 있는 가”. ‘가’는 한자로 집 가.
알베르토가 직접 걸으며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길을 안내했다. 눈에 익은 거리와 풍경을 따라가다 좌천아파트가 나와서 눈여겨 보았다. 1969년 건축된 아파트라 많이 노후되었고 실입주민은 거의 일인가구 사십여 가구라고 한다. 11평에 방 둘, 주방. 특이한 건, 화장실이 1층에 공동으로 모여 있고 각 호실 번호가 달려 있다. 이런 구조는 처음 보았는데 장점도 있을 것 같다. 거미줄 널린 돌보지 않은 빈집이 많고 건물 자체도 약간 기울어져 수평계가 외벽에 붙어 있다. 알베르토가 수평계를 확인했다. 외벽 칠도 벗겨지고 내부 천장에 습기도 차지만 예전에는 여기서 일고여덟 식구가 살았다며 아이 업고 장 봐서 들고 고갯길을 올라왔다고 혼자 사는 여성분이 회상한다. 지금은 승강기가 오르내려 동네사람들과 방문객의 발이 되어준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침에 길을 걷다 저렴한 유료지만 이와 비슷한 승강기 차 타고 고지대 마을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나이든 여자 두 사람, 젊은 아빠와 책가방을 멘 어린 여학생이 같이 타고 있었다. 출퇴근에도 등하교에도 필요한 교통수단이었다. 전망이 좋았었지.
좌천아파트 저 아래로 부산항 전망과 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 분이 마당에 나와 담소를 나누며 앉아계셨다. 자식들 걱정이시다. 건강하시길.
오래된 풍경에 밴 헙수룩함을 찾아다니는, 옆지기 사진.
두둥둥 구름이 저만치 아래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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