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이 읽었을 줄이야. 밥벌이 글을 쓰겠답시고 독후감을 고작 세 편 쓴 데다 자기 계발서처럼 가벼운 책 위주로 읽었더니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재독한 책이 꽤 된다. (무라키마 하루키의 <1Q84> 1,2권. <소설 쓰기의 모든 것>, 쿤데라의 <소설의 기술>등 책 블로그 하기 전에 읽었던 책은 카운팅을 하기로, 책 블로그 이후 읽었던 제임스 설터의 <스포츠와 여가>, <가벼운 나날>은 카운팅하지 않았다.)
시월 달엔 매일매일 무너졌다. 책을 읽고 마음을 다 잡아도 다음날이 되면 도로아미타불. 불안과 걱정으로 영혼은 잠식당했다. 생계를 궁리하다보니 자연스레 창업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불굴의 의지를 다질 수 있을까?‘가 가장 커다란 관심사였다.
10월 29일, 청계광장, 대학 친구들과 함께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며 ‘바크네는 하야하라’ 구호를 외쳤다. 이명박 당선 발표 뒤로 얻게 된 홧병, 9년 묵은 체증이 그나마 풀린다. 완치는 불가능하겠지.
김재규는 다카키 마사오를 왜 쏘았나? 문영심은 김재규 평전 <바람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에서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 중에 한 가지는 박정희의 자식 문제였다. 박지만은 육사 생도로서 온갖 추악한 짓을 벌이고 다녔고, 박근혜는 ‘태자마마’를 사칭하는 사기꾼 최태민과 함께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다녔다.
김재규의 직언에 박정희는 중정이 그런 것까지 간섭하나며 불쾌해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이비 교주 딸내미 무당과 남창이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게 된 건 이미 1970년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다. 역사에 만일은 없다지만 그 당시 최태민을 잡아 죽였더라도 이렇게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을까. 그 이전에 남로당 프락치로 사형을 언도받았던 친일파 다카기 마사오를 잡아 죽였다면, 무당 꼭두각시 바크네가 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여전히 친일파 무리가 국정을 농단하는 현실에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팀, 김용진, 박중석, 심인보의 해방 7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친일과 망각>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생물학적인 친일파는 죽었다. 그러나 ‘친일의 혼’은 죽지 않았다. 친일파 후손 중에 선대의 잘못을 고백한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반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온갖 파렴치한 짓거리들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대표적인 친일파 다카키 마사오의 후손인 박근혜는 친일파들을 영웅으로 만들 국정화 교과서를 밀어붙이면서- 그리고 지금도 교육부는 밀어붙이고 있다-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박근혜는 단 한번도 역사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정신이 나간 것이다. 미친년을 정신병원으로 보내야지, 왜 청와대에 보냈는지? 미친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청와대에 있는 것들도 죄다 혼이 나갔다. 청와대가 정신병원 이름이냐?
박근혜가 안쓰럽다는 어르신들이 있나본데, 아픈 사람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하는 게 환자를 위한 일이 아닌가? 아픈 사람에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기는 게 그 사람을 위한 일인가? 엄마, 아빠 둘 다 총 맞아 죽었는데, 그 자식의 정신이 온전할 수 있겠는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정신이 나간 미친년을 계속 대통령 자리에 있게 하는 게 박근혜를 위한 길인가?
‘친일’의 ‘일’은 결국 ‘일본’이라기 보다는 ‘일제’를 가리킨다. ‘친일파’는 정확히 말하면, 일제 식민당국이라는 정통성 없는 권력에 참여했거나 ‘부당한 거래’를 자발적으로 진행한, 특히 이미 광의의 지배자적 위치에 있거나 그런 위치를 점하려 하는 피식민 사회 구성원을 일컫는다. 그들의 행위는 ‘민족적 배신’이라기보다는 ‘무법적 권력에 대한 부역’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그렇다면 ‘친일’이란 무엇인가? 그 어떤 견제도 불가능하고 언제든지 노골적인 폭력으로 전락할 수 있는 무법 권력에 대한 부역 행위다. ‘민족’을 떠나서 이런 행위는 근대적 시민사회를 건설하려는 곳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민족 배신’보다는, 국내외적 권력형 폭력에의 가담이야말로 ‘친일파 문제’의 핵심이다. 친일파를 단죄하는 것은 ‘민족정기를 되찾는’일이라기보다는, 폭력 사회에서 정상 사회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 박노자, <주식회사 대한민국> 중.
친일파를 단죄하지 않는 한, 최순실 게이트는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다. ‘무법적 권력에 대한 부역’자들을 처단하는 것은 폭력 사회에서 정상 사회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광화문에 백 만명만 모이면 끝장낼 수 있다. 불의에 항거하지 않는다면 공범으로 전락할 뿐이다. 우리도 정상적인 사회에서 살아보자. 부정부패한 권력 밑에서 정상적인 삶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