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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는 주로 도서관에서 집에서 사무실 까페에서 써왔지만, 아무래도 고시원에 들어가면 무언가를 써서 나온다. 3년 전, 여름엔 고시원으로 두 달 동안 출퇴근했다. 한 달 동안은 장르 소설만 읽었고 (책 블로그를 하기 전이라 리뷰도 쓰지 않았고, 스릴러 소설들만 읽어서인지 예순 권은 읽었다. 여름엔 이보다 더 좋은 휴가는 없는 듯) 한 달 동안은 글을 썼다. 고시원에서 살라고 하면 못 살 것 같은데, 글만 쓰러 출 퇴근 하는 건 나쁘지 않다. 의자에서 일어나, 뒤로 두 발짝 움직이면 화장실... 옆으로 한 발짝 움직이면 침실... 고시원에 한 달에 30만원 냈었는데, 그때 쓴 글로 백 배로 돌려받았으니, 나름 괜찮은 투자였다. 또 다시 들어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흑. 그러니까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돈이 필요한 법이다.
마테오 페리콜리의 <작가의 창>에 대해 미처 리뷰를 쓰지 못했다. 책을 읽다, 책에 그려진 작가의 작업실 창 밖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마치 내가 작가와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글 쓰는 여자의 공간>에선 창 바깥의 풍경이 아닌 창 안쪽의 풍경인, 여성 작가들의 작업실이 소개된다. 추천사를 쓴 엘케 하이덴라이히는 책상만 세 개다. 아, 부러워~~~ 21페이지엔 아룬다티 로이의 사진......아, 사랑해요, 로이. 여성 작가들 중엔 왜 이리 골초들이 많은지? 담배를 못 끊겠다.
도로시 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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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랄한 독설로 명성을 떨친 도로시 파커는 주로 호텔 스위트 룸에서 글을 썼다. 미친 거 아님? 파커처럼 호텔 스위트 룸에서 글 쓰는 걸 버킷 리스트에 넣어야 겠다.
프랑수아즈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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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은 깐느에 있는 칼튼 호텔에서 자신의 두 번째 책을 썼다. 룰렛 게임을 하다가 8만 프랑, (오늘날로 치면 122만 유로)의 돈을 따, 집을 샀다고. 골초.
엘리자베스 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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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금수저. 방이 서른 개나 되는 저택에서 살았다니. 역시 골초
크리스타 볼프,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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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타 볼프에게 장소나 분위기가 중요하지 않았다. 1960년부터 9월 27일이 되면 일기를 썼다.
“나는 회고록을 쓰지 않을 생각이다.
완벽하게 정직한 회고록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거트루드 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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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금수저. 거트루드 스타인은 벽에 피카소, 마티스 등 현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보며 글을 썼다.
“유대인들은 세 사람의 탁월한 천재를 배출했다.
예수와 스피노자 그리고 나다.“
한나 아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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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업 공간을 알고 싶다면 영화 <한나 아렌트>를 보면 된다고. 골초.
시몬 드 보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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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는 주로 까페에서 책을 썼다.
“글을 쓰지 않는 내 인생은 상상할 수 없다.”
잉에보르크 바흐만, 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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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골초, 바흐만은 담배를 쥔 채 잠들었다가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글을 쓸 때만 존재한다.
글을 쓰지 않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을 쓰지 않을 때면 나 자신이 몹시 생소하게 느껴진다. 이상한 존재방식이다.
반사회적이고 고독하며 지긋지긋한 일이다.“
엘프리데 옐리네크, 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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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늘 본인 서재에서만 집필한다.
“내 작품 속 인물들은 언어를 걸어놓는 옷걸이 불과하다.”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은 글을 써야 한다.”
엘사 모란테,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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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그녀의 첫 남편이 알베르토 모라비아라니. 로마에 있는 그녀의 작업실 ‘비아 델로카’에틀어박혀 글을 썼다.
제인 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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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다리에 상판이 호두나무로된 12각형 테이블에서도 썼다니.
샬럿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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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에밀리, 샬럿, 세 자매가 거실에서 각자 자신의 작품을 썼다니.
실비아 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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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썼다. 플라스는 서른 살이라는 나이에 너무 일찍 죽었다.
토니 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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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와 모리슨의 공통점. 새벽 4시에 쓴다.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
셀마 라게를뢰프,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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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의 신기한 여행>의 작가고, 1909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고향 집에서만 썼다.
카렌 블릭센,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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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디네센이 더 익숙하리라.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작가.
케냐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와 작가가 되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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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다섯 적 뒤라스는 한 중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이 경험은 후에 소설 <연인>으로 결실을 이룬다. 뒤라스는 프랑스 노플 르 샤토라는 작은 마을에서 글을 썼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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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는 사람을 피해 주로 유럽에서 글을 썼다. 골초
“글을 쓰는 것은 개인적인 일로, 그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글쓰는 행복을 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카슨 매컬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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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의 카슨 매컬러스가 쓴 작품이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이다. 골초.
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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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은 자신에게 글쓰기는 차가운 호수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즉, 처음에는 호수에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뛰어들고 나면 다시는 나오고 싶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니체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글쓰기는 허공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는 나탈리 사로트의 말을 바꾸어 표현한 것이었을까.
나탈리 사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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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매일 아침 9시 15분터 12시 30분 까지 파리 집 근처의 카페에서 글을 썼다. 골초.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허공에 뛰어드는 일과 흡사하다. 카페에서라면 쉽게 뛰어들 수 있다.”
메리 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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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 매카시는 빛이 잘 드는 방에서 아침 9시에 시작해 2시까지 글을 썼다.
“헬먼이 쓴 글은 ‘and’와 ‘the’를 포함해 모든 게 거짓말”
캐서리 앤 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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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글을 쓰기 위해 살고 글을 쓰기 위해 죽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늘 단숨에 글을 쓴다. 단편소설 <꽃 피는 유다 나무>를 썼을 때는 저녁 일곱시 경에 쓰기 시작해서 밤 한시 반에 원고를 우체통에 던져넣었다.”
“나는 세계의 수도에서 살거나, 아니면 차라리 짐승들이 울부짖는 황야에서 살고 싶다. ”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 스위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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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길 위에서 글을 썼고, 자전거 사고 때문에 죽었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벨기에,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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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글을 썼다.
앨리스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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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컬러 퍼프>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우머니즘의 제창자.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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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생각한다. 마음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천국이라고.”
이사벨 아옌데, 페루,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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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옌데의 모든 책은 자신이 ‘카시타Casita’라고 이름붙인 공간에서 탄생한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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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롱 스타킹>의 작가 린드그렌은 아흔 살의 나이에도 매일매일 글을 썼다.
“너는 언젠가 작가가 될 거야. 그 말을 들은 나는 절대로 글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글을 쓸 때는 온갖 근심이 사라집니다. 글쓰기는 고된 작업이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일이지요. 나는 오전에는 글을 쓰고 저녁에는 사색을 합니다. 다시 아침이 오면 나는 계속 글을 쓸 수 있어요!”
나딘 고디머, 남아프리카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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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보내고 글을 썼다.
“나는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 직업이 나를 찾았을 뿐.“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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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염에 걸린 콜레트는 주로 침대에서 글을 썼다.
니콜 크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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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책상에서 영감을 받아 첫 소설을 쓴 니콜 크라우스는 그 책상 앞에 앉아 이후 모든 소설을 쓴다.
조르주 상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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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친 듯이 썼구나. 180권의 책.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읽을까 말까한 분량.
“슬픔이 밀려오려하면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면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
해리엇 비처 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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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글쓰기로 몰아넣기 위해 내 방이 있어야 합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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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소명 의식으로 글을 쓴다.”
책상을 아들에게 빼앗겼다. 아들이 자거나, 학교에 간 틈에 리뷰를 쓴다.
‘빼앗긴 책상’에 봄이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조상님이시여, ‘자기만의 방’과 돈을 주세요.
그렇다면 글을 쓰겠습니다. 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