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끌려 두 권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궤도의 과학허세와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 허세라면 과학 허세 만한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유튜브로 과학을 접한 아이들과 대면함에 있어 이정도는 읽고 전투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방학이 아직 남아있으므로 괜찮습니다. 차근차근 읽기로 합니다. 오늘은 벌써 다른 책을 읽었으니까. 있어보이는 과학의 어떤 것이 담겨있는지 두근거리며 목차를 봅니다. '술이 당신을 마시는 이야기'라니, 나를 위한 책인것만 같습니다. 사진 찍고 책을 학교에 두고 온 것이 슬퍼집니다. 또 맥주를 들이켭니다.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은 조금 더 진지해보이는 책입니다. 이쪽도 목차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과학은 동사다'라니, 과학이 명사라고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허세 떨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인가봅니다. 원숭이와 인간의 혈액형은 같은지, 어쩐지 궁금해지는 제목 투성이입니다. 이것도 차근차근 읽어보겠습니다. 두 권으로 과학 허세를 떨어봅시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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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일기를 쓰기 좋은 달”이라는 광고 문구를 보았다. 그렇다. 1월만 쓰지 않는다면, 좋은 달이지. 독서일기를 쓰기에도 좋은 달이다. 작년에도 1월에만 책과 연결된 글을 힘주어 쓰고, 그 뒤로 11달을 거의 손을 놓다시피했다. 올해는 그래도 좀 읽은 걸 잘 소화하고 남겨야지 다짐하며 오랜만에 북플에도 들어가 이것저것 손보았다. 그러다가 우와. 작년에 내가 쓴을 읽었는데 잘도 썼구나 싶은 글을 발견해 놀랐다. 역시 과거의 나는 대단하다. 꾸준히 하려면 뭔가 동력이 필요해서 독서 노트도 손보았다. 아직 1월이고 올해 읽은 책은 열 권 내외이므로 정리가 쉽다.

독서노트로 작년에 아무 다이어리나(사실 이거 고르는데도 일주일 걸렸지만) 골라잡아 썼더니 생각보다 불편해서 인터넷으로 디자인 문구점을 샅샅히 뒤졌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건, 정작 무턱대고 찾아간 오프라인 대형서점에서 발견했다. 자문자답 시리즈로, 노트 쓰는 사람들 마음을 좀 안다. 방안 그어진 종이가 생각보다 부드럽고 잘 비치지 않는다. 미색 아니고 흰색에 가까운 종이를 써서 화이트질을 해도 티나지 않는다. 사이즈는 좀 작아서 인용구를 쓰다보니 한 권에 두 페이지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게 맞쪽으로 넓어지면 부담스러우니 그냥 포스트잇을 붙이기로 한다. 내가 쓸 녀석은 노랑으로, 빨강은 선물용으로 샀는데, 필요하시려나 잘 모르겠다. 하드커버가 휘어지면 울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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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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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겉보기 사회적 위치가 어느정도 레벨이 되었는지 스스로는 종종 잊는다. 내가 어느정도의 나이로 보이는가를 잊는다는 것이다. 마음은 늘 스물 여덟 정도로 살아가는 나로써는 좀 아줌마로 보이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일터. 가끔 미용실이나 옷가게에서 나의 겉보기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데, 모두가 나를 ‘언니’로 부르기 때문이다. 나도 미용실 언니를 언니로, 옷 가게 언니를 언니로 부르니까, ‘언니’는 그냥 대강 나이를 모르는 여자를 지칭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뭐, 처음 보는 사이에 아줌마로 불렀다가 서비스직의 본분을 잊었다느니 기분나빠서 거기 안가면 안되니까. 언니로 수렴되는, 몇 번의 방문으로 뭔가 편안한 분위기가 되면, 그녀들은 묻는다. 결혼해도 괜찮으냐고. 애 키우기 괜찮으냐고. 불쌍해보이나, 내가?

최근에는 두 언니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나야 물론 이럴 때마다 ‘나만 당할 수 없지’의 심정으로 결혼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가능하면 아이도 낳고 결혼하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은근 농담을 던진다. 그러고는 친정 동생을 대하는 심정으로 결혼의 장단점을 읊는다. 그들도 다 들어보았을 말을. 살림, 시댁, 육아에 관한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출처가 분명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 일반적이 된 호러물 스토리들을. 이때 호감이 가는 여성이라면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꼭 더 붙인다. 그 남자만 보일 떄 결혼하면 안된다고. 그 남자에 딸린 모든 식구가 따라오며, 당신도 혼자 시집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업고 가는 거라고. 아니고 싶지만 그렇다고. 그러면 언니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죠 그렇죠’하며 맞장구를 치다가 결국 자신이 점찍어 놓은 그 남자 하나에 대한 아쉬움과 연애의 피로를 토로하기 마련. 나야 머리 손질을 끝내고, 옷가게를 나오면 그만이지만 내 말은 가게를 맴돌며 그녀돌의 마음을 스치다 다음 언니에게 질문이 옮겨가겠지. 어떤 선택을 하던지 후회하는 성격이라면, 둘 다 후회할 거고 후회없는 성격이라면 비혼으로 살아도 후회없겠지. 결국 못 가본 길에 대한 기회비용 아닌가. 최근 미용실 언니가 그만둔 것으로 보아, 결혼하나보다. 축하해 주고 싶으나 심정은 말이되어 나오지 않는다.

오찬호님의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을 읽었다. 결혼해서 애를 낳기 전에는 이해하기 힘들 말들. 나도 몰랐던. ‘왜 다들 이렇게 힘들다고 말 안해준거야?’가 아니라 사실은 다 말해줬는데 내가 골라들었던 것들. 언제 결혼하느냐 묻는 무례한 말들부터 육아서의 육아간섭과 사교육으로 불어닥치는 옆집 엄마들의 공세까지. 대한민국에서 지금,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두에게 무릎을 치게, 아니 가슴을 쥐어 뜯게 할 글들. 하지만 책 표지의 글처럼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들은 이 책을 잠깐의 불편함으로 느끼고, ‘다들 불편하군’ 위로하며 결국 스스로를 토닥이고, 다시 정상, 평균, 보통의 육아로 돌아갈 터. 모두가 불편해서 모두가 이것을 바꾸는 일은 언제 또 일어날까.

다행이라면 오찬호님과 비슷한 세대라, 함께 사회의 아픔을 쏙쏙 파고들어 조망할 수 있다는 것. 아니야, 이건 다행이 아닌것 같다는 슬픈 느낌. 망했어. 이번 생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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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좀 관심있다 하는 녀석들은 꼭 ‘양자역학‘에 대해 묻는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끔 과학교사를 테스트 하는 경우도 있다. 양자역학에 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권할 책은 많지만 결국 ‘어려워서 이걸 어떻게 읽어요‘하는 원망만 돌아온다. 사실 그렇다. 양자역학을 그림으로 보여주겠나 어쩌겠나. 결국 설명인데 모두 어렵다. 그래서 나왔나, 좀 쉬워보이고 재미있는 양자 책.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 양자중첩, 양자붕괴, 불확정성의 워리, 양자얽힘, 터널효과, 슈뢰딩거까지 목차도 깔끔. 내용도 중학교 1-2학년 수준으로 낮춰놨다. 그래도 뒤로가면 어려워지지만 :-) 같은 시리즈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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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 알바노동자의 현재와 미래
박정훈 지음 / 빨간소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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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근처에 아주 작은 편의점이 하나 있다. 10년 넘게 세탁소가 있던 자리에 폐업을 알리는 종이 쪽지가 붙더니 이내 번듯한 편의점이 되었다. 그곳의 점장은 사라진 세탁소 사장의 아들일까? 아니면 어디 좋은 자리없나 알아보다 이곳에 오게 된 걸까. 미스테리하지만 묻지 않는다.

내가 들르는 시간은 주로 5시 반-6시 사이다. 주로 맥주를 산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점장은 알고 있다. 그때 즈음에는 저녁 근무를 하는 알바생과 점장을 함께 만날 수 있으니까. 알바생은 자주 바뀌지만 점장은 계속 나를 만나므로 다른 맥주를 들고가면 ‘오늘은 다른 거 드시네요.’ 하고 알은체를 한다. 밤에 가면 알바생만 있는 걸 보면 점장이 낮에 근무하고, 알바생이 밤에 근무하는 것이리라.

그 시간의 점장과 알바생의 표정은 늘 밝지 않다. 좁은 카운터 뒤에서 점장은 늘 알바생에게 잔소리다. 보통은 손님이 들어오면 끊어지기 마련인데, 어느 날은 굉장한 기세로 잔소리가 쏟아진다. 앉아서 핸드폰만 보지 말고 뭔가 일을 하라는 것이다. 어디 앉아있을 만한 곳도 없어 보이는 카운터 뒤에 점장과 함께 서서 침과 잔소리를 한번에 받아내는 알바생의 영혼을 잃은 표정.

그런 날은 어색하게 카드를 받아들고 주섬주섬 맥주를 챙긴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그의 목소리 사이를 비집고 점장의 꾸중은 이어진다. 더 큰 소리로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라고.

박정훈님의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를 읽었다. 그러면서 또다른 누군가의 집 앞에 있는 전국 3만여 개의 편의점에서 매일 점장의 잔소리에 시달리는 이런 알바생들이 계속 떠올랐다. 재미있게 읽었다. 통계와 인터뷰, 인용과 상상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는 글이다. 맥도날드, 편의점, 여성 알바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언급한 점도 좋았다. ‘알바’로 뭉뚱그려진 그 노동의 사이에서 생동감 넘치는 알바생들이 튀어나와 자신의 경험담을 증언하는 모습이다. 생생한 알바노동의 사회학. 강력추천.

“여기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노동자 혐오가 깔려 있다. 편의점 알바노동자는 나보다 하층 인간이다. 그런데 그런 인간에게 무시당했다는 분노가 폭력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내가 제어할 수 있을 것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행사가 거대한 권력이나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맞서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82쪽

“용모 단정이라는 전가의 보도는 의외의 효과를 낸다. 구직자로 하여금 자신이 자격이 되는지를 검열하게 만든다. 그 결과 사장은 두 가지 이점을 얻는다. 스스로 자격을 의심하는 노동자를 손쉽게 다룰 수 있으며, 노동자들이 자격을 갖추기 위해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꾸미기 노동을 한다는 점이다.” 107쪽

“사장들은 자주 ‘화장은 예의’라고 말한다. 여성의 꾸미기가 자기 관리와 노동 조건을 넘어서 인성으로까지 치환되는 순간이다.” 110쪽

“남성은 자신의 고생을 생색낼 수 있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과제를 부여받는다. ‘내가 이렇게 무거운 걸 옮겼어. 이렇게 힘든 일을 해냈어.’ 반면 여성은 늘 타인의 시선을 기준으로 수동적인 과제를 부여받는다. ‘내가 손님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었어.’ 무엇을 차별이라고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누군가는 노동자로 인정받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인형으로 인정받기를 요구받는다는 사실이다.” 121쪽

“알바노동자들의 하루 20분짜리 무료 노동에 대한 문제 제기가 어쩌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하루 2시간짜리 무료 노동을 비추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158쪽

“결국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그러니깐 나이 처먹고 알바나 하지’였어요. - 20대에 잠깐 하고야 말아야 할 알바 노동시장에 계속 머물러 있는 50대의 무능력에 대한 비하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실패한 인생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잔인하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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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의눈물 2019-01-25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본사와의 계약구조가 개선되어야 점주도 알바도 살기 좋아질 것 같아요. 점주 입장에서 본사에게는 을 입장이니 자신이 갑이되는 알바생을 뜯어먹으려는 것 같아요. 모두가 모두에게 갑질하는 세상이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