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테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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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아손을 혐오한다. 그래서 아르고 호의 아야기가 나오는 순간 이아손이 떠올랐다. 그는 순수하지 못하기에 ‘낙하’할 자격도 없다.

어떤 이야기를 듣거나 상상할 때 혐오하는 대상을 먼저 떠올리다니, 슬픈 일이다.

‘유퀴즈’에 나온 물리학자의 말이 생각났다. 우주에서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생명’이 오히려 특이한 것이라는. 부테스는 태초의 소리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뛰어내렸다.’ 새의 얼굴을 한 세이렌의 소리는 자연이며 날 것이다. 형식적이고 작위적인 오르페우스의 소리와 대척점에 있는. 금기를 어긴, 돌아보지 말라는 페르세포네의 말을 어긴 그는 -이유야 무엇이든. 시의 완성이든, 에우리디케의 선택이든, 미친듯이 보고 싶어서든- 바쿠스 신의 여사제들에게 찢기고 머리가 뽑힌다.

이 책은 새와 낙하와 죽음이 곳곳에서 흘러넘친다. 세이렌의 소리는 과연 파멸의 소리인가? 기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와호장룡>의 마지막 장면 역시 ‘낙하’이다. 고요한 표정으로 아득한 저 밑으로 뛰어내리는 옥교령은 어찌보면 부테스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은 ‘자유’일까?

부테스는 갑판으로 올라가 뛰어내린다.
음악은 사고思考가 두려움을 느끼는 곳에서 사고한다.
음악에 앞서 여기 있는 음악, ‘길을 잃을 줄 아는 음악은 고통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파멸‘에 노련한 음악은 이미지나 명제로 스스로를 보호할 필요도, 환영이나 몽상으로 자신을 기만할 필요도 없다.
음악이 고통의 밑바닥에 닿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곳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분절된 언어에 앞서 존재하는 노랫소리는 애도에 잠긴
‘길 잃은 본성 la Perdue‘으로 다이빙한다. 무조건 뛰어내린다. 부테스가 뛰어내리듯 그저 뛰어내릴 뿐이다. - P21

파에스툼에서는 티레니아 해의 곶이 곳이 없는 로마에서는 타르페이아 바위가 그런 장소이다. 아들 세네카는 죽음의 본성과 동시에 무작위로 선택된 파르마코스‘의 머리부터 떨어지는 죽음의 다이빙에 관해 다음과 같은 놀라운 글을 쓰고 있다. 왜냐하면 허공에 몸을 던진다는 단순한 사실은 뛰어내림으로써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낙하는 육체의 어떠한 후퇴 가능성도 배제함으로써 내면의 미련을 모조리 제거한다(irrevocabilis praecipitatio absciditpoenitentiam). 그가 가지 못했을 수 있는 곳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이다(non licet eo non pervenire quo non ire licuisset)."
시간이란 육식동물들의 시간의 감산에 의한 조급함이며, 격렬한 죽음에 소요되는 시간의 감산에 의한 서두름이다. 죽음에는 그들 자신의 운동성이 뒤섞여 있다.
죽음과 뛰어내림은 같은 것이다.
(pp.56-57)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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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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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늘 마음 속에 담아두는 생각이 하나 있다. 세상은 노력한다고 해서 노력한 만큼 결실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고, 노력한 만큼 혹은 조금만 노력해도 이룰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래서 나는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만족하려고 하고, 생각보다 결과가 잘 나온다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런 생각이 어쩌면 현재에 안주하게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마음은 편하다. 나이가 든 건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서, 몸이 불편해져서 등등의 이유로 일을 하기 어려워져도 먹고 사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가 오면 어떨까. 아무리 노력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아예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오래 거칠 수도 있고, IMF처럼 사회 환경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자신은 예외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경은 가장이다. 수경의 부모님인 여숙 씨와 양천식 씨, 남편인 우재, 조카인 준후와 지후 이렇게 다섯 식구를 책임지는 가장. 우재는 주식에 매진하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 양천식 씨는 사기를 당해 집을 잃고, 여숙 씨는 범죄의 피해자가 된 딸의 곁에 있기 위해 청소일을 그만두고, 우재의 형 주재는 이혼하고 사라졌고 주재의 아내는 애들을 동서의 집에 맡긴 채 아주 가끔 연락만 한다. 그래서 이 작은 집에 여섯 명이 살게 된 거다. 수경과 우재가 방 하나, 준후와 지후가 방 하나, 여숙 씨와 양천식 씨는 거실에서 생활한다. 


수경은 회사에서 믿었던 동료가 수면제를 탄 술을 마셨다. 그 동료는 그녀를 업고 모텔로 갔고, 의심스러운 점을 포착한 모텔 사장의 신고로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수경은 더 이상 남자를 믿지 못하게 됐다. 성범죄의 대부분은 '아는 사람'의 짓이다. 회사의 상사는 자신이 건넨 음료수를 먹지 못하는 수경을 보며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에 불쾌해 한다. 그녀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면서.


한동안 밖을 나올 수 없었던 그녀를 지키기 위해 여숙 씨는 일을 그만두고 수경을 지킨다. 우재는 계속 주식을 하지만 수익률은 마이너스이고, 양천식 씨는 일다운 일을 구하지 못한다. 준후와 지후는 학교를 가고, 가끔 준후의 여자친구인 은지가 수경네 집에 놀러온다. 


수경은 자신이 벌었던 돈으로 생활하는 가족이 점점 궁핍해지는 것을 깨닫는다. 고기 반찬은 먹어본 지 오래고, 늘 두부에 싼 반찬들로 밥을 먹는다. 가난은 개인이 무언가를 극복하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래서 수경은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억지로 한 걸음 내딛는 그녀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수경은 여숙과 택배 일을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면이 적은 일이라 심적 부담은 덜했으나 최저 임금만큼이라도 벌려면 정말 죽어라 뛰어야 했고,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여야 했고, 밥을 빨리 먹어야 했고, 몸이 다치지 않아야 했고, 사고가 나지 않아야 했다. 


수경이 움직이자 양천식 씨도 무슨 일이든 해보려 한다. 준후의 도움으로 앱을 깐 그는 걸어서 배달하는 일을 한다. 예전 회사의 김과장에게 연락도 해본다. 물론 이상한 라면이나 떠안았지만. 그나마 라면값은 안 내도 되어 다행이긴 했다. 뻘하지만, 양천식 씨가 다단계에 빠질 뻔한 일을 보니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울 엄마도 다단계 땜에 돈 좀 날리셨지... 내가 엄마 때문에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우재도 몸으로 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트라우마가 생긴 수경이 극복하는 과정을 보며 온 가족이 그들을 잠식하고 있던 무기력과 우울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경력이 단절된 40대 남자인 우재가 갈 수 있는 직장은 정말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리운전과 병행하여 일을 구해야 했고, 청소일과 음식점 주방일을 하던 여숙 씨 역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양천식 씨 역시 변변찮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 


이 가족의 일은 남의 일만은 아니다. 한 때 우리 가족의 모습과도 겹쳐지고, 내 친구의 가족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내 이웃의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나름 뻔한 결말인 것 같아도 기적 같은 일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우재의 친구인 황보석은 비영리 가게를 열었는데, 별 걱정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살았다. 그 곳을 방문한 수경과 우재가 자신들만 불행한 게 아니었다는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면서 불안을 조금이나마 잊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모두가 불안한데 이 불안을 해소할 방법은 개인이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개인에게 책임을 지워버리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모두가 같은 배경이나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개인의 능력 때문이려니 받아들이는 모습은 이치에 맞지 않다.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수경과 여숙은 결국 '헬프 미 시스터'라는 앱을 통해 신청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을 하게 된다. 이 앱은 여자들만 이용할 수 있다. 즉 신청인은 모두 여자이고, 요구를 들어주는 사람들 역시 모두 여자다. 그래서 수경은 조금은 덜 두려운 채 일을 할 수 있었으나, 의뢰인에게 질문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쩌면 범죄의 방조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앱이 수락률을 90% 이상 유지하게 하고, 승낙 여부를 1시간 이내에 하도록 하고, 평가 단계를 10개에서 5개로 줄여버리자 고민에 휩싸인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말이다.


'사이버 프롤레타리아'. 근로자를 사업주라 하고, 고용주는 중개자가 되어버린 세상. 앱이나 웹 같은 플랫폼을 통해 일을 시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형태. 현대판 노예제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황보석의 말은 일견 타당하다.


준후와 은지의 모습으로 보는 10대의 세상은 조금 무서웠다. 결코 밝지 않은 미래가 눈에 보였다. 준후는 자신이 관리자라고 착각하지만, 결코 준후는 관리자가 될 수 없다. 또 다른 일개미일 뿐이다. 미성년자들만 사용해야 하는 앱에 어른이 끼어들며 변질되어 버린 그 세상은 은지가 사이버 매춘 같은 일을 겪게 만든다. 오디션에 합격한 은지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래서 남자 어른에게 사진을 보낸 과거가 들킬까봐 겁내 한다. 어린 아이들을 이용하는 어른들이 혐오스럽다. 


여자의 존재 이유가 남자의 성적 만족을 위해서인가.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공창' 제도를 말하면서 남자의 성적 충동은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막을 수 있는지 없는지부터 따지고 싶지만 일단 막을 수 없다고 치고, 그럼 그 충동은 스스로 해결해야지. 하지만 희안하게도 그 충동을 해소하려면 대상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여자는 도구가 되어 버린다. 됐거든요. 알아서 해결하세요... 아님 억제하던가. 성범죄의 처벌 수위도 높아지고, 성적 도구란 없다는 것도 좀 알았으면 좋겠다.


롯데리아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하던 여숙 씨와 양천식 씨는 플랫폼을 통해 일을 하면서 조금은 세상과 가까워졌다. 이제는 롯데리아에 가서 원하는 메뉴를 먹을 수 있다. 조금은 느릴지라도 먹고 싶은 햄버거와 커피를 사서 마신다. 이만큼의 사회화도 기적 같은 일인 걸까.

"돈이 제일 무섭다는 거 놀면서 깨달았어."
진심이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트라우마 운운하기에 수경은 너무 현실적이었다. 어떤 분노는 가난 때문에 그것을 충분히 드러낼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수습되어버린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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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벤트로 주는 고양이 얼음틀을 보니 무조건 갖고 싶어서 책을 샀다. 

굿즈가 가지고 싶어서 책 사는 건 정말 오랜만이긴 한데, 마침 사고 싶은 책도 있어서 냉큼 질렀다.

그리고 두둥!! 몇 날 며칠을 얼려서 만든 고양이 얼음!!


 


나는 아이스 음료를 안 먹어서 남편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타 먹기로 결정!


하지만 너무 귀여워서 먹지를 못해 계속 모으다가 결국 먹어주기로 했다. 


커피 붓는 영상이 있는데, 특정 매체만을 통해야 하니까 올리지를 못하겠다. 엄청 귀여운데 아쉽다.



https://www.aladin.co.kr/Ucl_Editor/events/book/220714_july_pop.aspx?index=5


이 이벤트다.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는데 정말 맘에 든다.


닮았을까냥 ㅎㅎㅎ


 


이 아이는 모짜!! 모짜렐라의 줄임말인데, 완전 애기 때는 여아인 줄 알고 모짜렐라라고...

알고 보니 엄청나게 기다란 남자 고양이였다!!



이 아이는 카프!! 카프레제의 줄임말이다. 이 아이는 남아일 거라 예상했다. 완전 똥꼬발랄에 개구쟁이였는데!!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밖에 안 됐을 때 이유를 모르게 아파서 완전 고생했더랬지. 나아서 이렇게 튼실해지다니.. 정말 다행이다.



이 아이는 우리집 둘째 샤미!! 어찌나 도도한지 지 예뻐하면 총총총 사라진다. 그러다 슥 와서 뽀뽀 한 번 해주고 또 도망가고 ㅎㅎㅎ 


마지막으로 막내 라인 세 마리!!


왼쪽부터 카프, 레이, 모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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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7-14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모양 아이스 트레이네요. 한 개로 여러개를 만드신 건가요. 실제로 보면 예쁠 것 같습니다.
고양이 네 마리 사진도 잘 봤습니다.
꼬마요정님,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꼬마요정 2022-07-14 22:15   좋아요 2 | URL
네!! 한 개로 8개의 고양이 얼음을 만들었어요. 하나 만들고 또 있다가 하나 만들고...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계속 냉동실을 열었다 닫았다 했네요 ㅎㅎㅎ
저희집 고양이 귀엽죠!! 전 팔불출 집사입니다.!!
서니데이님!! 시원하고 즐거운 꿈 꾸세요^^

잠자냥 2022-07-15 0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꺄울… 저도 저거 받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요. 고양이가 녹는 걸 차마 볼 수 없어서…..? ㅋㅋㅋㅋㅋㅋ 근데 역시 얼음 고양이들보다 실제 냥님들이 더 넘나 귀엽네요. 얼음 고양이는 녹지만 꼬마요정 님네 냥이들은 제 마음을 녹였어요!!!

꼬마요정 2022-07-15 11:10   좋아요 0 | URL
저도 얼려두고 차마 먹지를 못했는데 한 번 먹으니 그냥 먹어집니다. ㅎㅎㅎ 크으 저희집 냥이들을 좋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2-07-15 0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카프, 레이, 모찌!
뒷모습이 영롱합니다^^
아기때의 모찌 넘 귀엽고
지금은 똘똘해 보여요^^

꼬마요정 2022-07-15 11:11   좋아요 1 | URL
모짜입니다!! 모짜는 여아인 줄 알았는데 지금 집에서 두 번째로 커졌어요. 애가 날씬하게 길어서 멋집니다. ㅎㅎ 세 마리가 벌레를 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2-07-15 08: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란한 냥이 세마리 뒷모습 너무 귀여운 거 아닙니까!! >.<

그나저나 저는 괜히 이 페이퍼를 봐가지고 ㅋㅋ 존재를 몰랐던 냥이 얼음틀을 보고 홀딱 반해서 지금 계속 장바구니 넣었다 뺐다 하고 있어요. 저는 이 얼음틀 조카 두 명에게 주고 싶어서요. 흑흑. 너무 주고 싶네요. 그런데 오만원 이상... 두 명 이면 십만원.... 십 만원으로 얼음틀 사기..... 인생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이런걸 저 왜 알려주신 겁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워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

꼬마요정 2022-07-15 11:23   좋아요 0 | URL
음… 아마 어딘가에 실리콘 얼음틀을 팔지 않을까요… 10만원보단 쌀 거 같습니다ㅜㅜ 하지만… 사실 사고 싶은 책들이 많지 않을까요… 이 기회에 사시는 것도… 쿨럭…

죄송하네요 다락방님ㅜㅜㅜㅜ 하지만 이 얼음틀은 널리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귀여운 얼음이 있다!! 크으 받아보시면 아, 잘 샀구나!! 하실지도… 지금 제가 그러고 있거든요. 하하하ㅠㅠ

coolcat329 2022-07-15 09: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고양이 집사셨군요! 다들 한 매력 뿜뿜입니다.
고양이 얼음틀 저도 혹~했었는데 참았습니다. 근데 이 페이퍼 보니 살짝 흔들리네요. 여러개 얼려놓으니 더 이뻐요 😆

꼬마요정 2022-07-15 11:32   좋아요 1 | URL
여섯 냥이 집사입니다. 정말 귀엽습니다^^ 저는 팔불출 집사라서 부끄럽지만 올려봤어요 ㅎㅎㅎ 얼음틀 너무 귀여워요. 얼려두니까 너무 귀여워서 못 먹다가 먹었습니다. 뭔가 더 맛있습니다!!

coolcat329 2022-07-15 12:41   좋아요 1 | URL
와~여섯 마리~ 대단하세요!
충분히 자랑하실만 합니다. 앞으로 종종 고양이 올려주세요~맛있는 점심!

꼬마요정 2022-07-15 14:20   좋아요 0 | URL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곧 다가올 저녁에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하이드 2022-07-15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음 빼기 어려워 보이는데 ,뺄만 한가요? 넘 귀엽습니다. 얼음냥이들도, 리얼냥이들도!

꼬마요정 2022-07-15 11:36   좋아요 1 | URL
처음엔 얼음 빼기 힘들었는데 하다보니 요령이 생겨서 이젠 쑥 잘 뺍니다. 다리 쪽을 뒤집어서 위에서 누르니까 쏙 빠지더라구요. ㅎㅎㅎ 처음엔 목도 잘라먹고 그랬는데.. 이젠 완벽해졌어요!! 너무 귀엽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조선환담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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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삼국유사>나 <요재지이> 등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전래동화 중에서도 귀신이 나오거나 도깨비가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공포영화를 즐겨 봤고, 요즘도 <심야괴담회>를 열심히 보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을 보면서 늘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것을 느낀다. 언제나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누군가가 다친다. 그 누군가가 자신이든, 자연이든 말이다. 그리고 자연 앞에서 겸손해져야 하는 우리를 발견한다.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때론 거대한 자연의 힘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다치고 죽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며 내가 알지 못한다고 거짓이라는 생각은 오만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공자가 귀신이나 괴이함 등을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은 그런 것들이 요사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런 소재를 이상하게 함부로 다룰까 걱정했을 거라는 신돈복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누군가의 원한이 귀신이 되어 사람을 괴롭힌다거나, 가뭄 귀신(한발 같은)이나 독각귀 같은 것이 나타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역병을 옮긴다거나, '남굴'을 통해 별세계로 이동한다거나 하는 그런 이상야릇한 별난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 이야기들은 공자의 영향으로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다행히도 기록을 좋아하는 우리 조상님들이 남겨줬다. <학산한언>, <천예록>, <금계필담>, <어우야담>, <청구야담>, <용재총화> 등이 그러한 기록물인데, 이 책은 그런 문헌들에서 발췌한 이야기를 읽기 좋게 편집했다. 생각보다 깔끔하고 읽기 좋게 되어 있어 놀랐다. 아는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사뭇 궁금해하며 읽었다. 역시 이런 이야기들은 재미가 있다. 신기하고 놀랍다.


이 책은 네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첫번째는 기이한 역사 속에 나타난 비범한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다들 알만한 인물도 있지만, 이름 없는 이들도 있다. 난세에 대비해 소금만 먹으며 자신의 육체를 죽여 영웅들을 만드는 '우'라는 거인의 이야기와 그를 알아봐준 정몽주의 이야기는 몰락해가는 나라와 짜맞춰진다. 난세에 나오는 이야기일수록 고달픈 이들의 바람이 많이 녹아있는 것이겠지. 숙종 때 벼슬을 하던 신여철과 무변의 이야기는 대가 없는 나눔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임진왜란 때 배수의 진으로 전사한 신립 장군의 이야기나 조카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와 한명회의 이야기, 신기한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박엽의 이야기들은 아마 익숙할 수도 있을 듯하다. 


두번째는 믿기 힘든 기묘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귀신을 점호하는 선비의 이야기는 언제봐도 신기하다. 저승도 아니고 염라대왕도 아닌데 이승에 있는 귀신을 다루다니... 꿈에 나타난 흑산도 주인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가 아리아드네를 두고 가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신이든 신선이든 잘해주고 뒤늦게 원하는 것을 달라하니 미리 말이라도 했으면 그 호의를 안 받을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뒷간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다르다고 요구를 알았어도 욕심을 부렸을지도 모르겠다. 목 잘린 과부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다. 억울하게 죽은 과부도 불쌍하고 누명을 쓴 아버지도 불쌍하다. 범인이 잡혀서 정말 다행이다. 나쁜 놈들. 가장 가슴 아팠던 이야기는 용을 아내로 둔 아전이었다. 인간 세상에서 아전이라는 위치는 양반에게 꼼짝도 못하는 자리라 어쩌면 아전이 아내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걸지도 모른다. 결국 남편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 아내는 남편의 무지함 때문에 하늘의 벌을 받는데, 어쩜 그리 되고도 이리 될 줄 알았다며 남편을 원망하지 않다니... 인간이 제일 모자란 존재인 것 같다. 그 외에도 인어 이야기, 차원 이동에 대한 이야기, 한라산에 핏빛 비가 내린 이야기 등 기이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세번째는 괴이하고 요사한데 신기한 조선의 귀신 이야기이다. 외다리 귀신인 독각귀나 낮에 나타나는 그슨새, 새타니 등의 귀신이 나온다. 독각귀는 병을 옮기고, 그슨새는 홀로 있는 사람을 홀려 죽게 만든다. 원통함을 지닌 아이 귀신 새타니나 목신 역시 사람을 홀려 죽게 만드는데 제주도에 그 이야기들이 전해내려 온다. 머리를 깨서 죽이는 두억시니나 악취를 풍기는 귀신인 취생, 가뭄귀신, 칠성신 등 역시 신기한 조선의 귀신들이다. 칠성신의 경우는 확실히 도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한데, 이성계가 치성을 잘 드려 삼한의 주인이 되었으나 그가 세운 나라는 도교와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만을 숭상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세상사 라는 게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네번째 이야기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무서운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야말로 요즘에도 있을 법한 괴담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인도에 갇혀 독초를 먹고 털복숭이가 된 선비의 혀를 잘라 그가 가진 보물을 빼앗고 재주를 부리게 한 인간들이나, 자신의 자손이 천자가 되지만 2대에서 끝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야사를 태워 묫자리를 쓴 흥선대원군의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흥선대원군의 이야기는 영화 <명당>에서도 다루고 있는데, 결국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커다란 화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고 하겠다. 홀로 살아 돌아온 심마니의 비밀은 욕심을 부린 자는 화를 입고, 그 사실을 보고 욕심을 버린 자는 복을 받는다는 전형적인 이야기지만 실천이 어렵다. 하지도 않은 일로 비난 받지만 그 억울함마저 갈무리하고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는 삶은 배울만하다. 무덤가의 여인을 살해한 친구를 벌한 평안감사의 이야기는 비정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며, 얼굴에 못박혀 죽은 여종이 저주를 퍼붓는 건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저주를 퍼붓는다고 여종이 살아날 수도 없고 오히려 또 다른 죄를 짓는 일이니, 여종의 영혼은 구제받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 제일 신기한 이야기는 마십의 이야기이다. 마십이 원님의 아들을 구해줬는데, 이 아들이 은혜를 원수로 갚아 마십의 아내를 훔쳐간다. 아내를 구하려고 마십은 원님이 시킨 굴을 뚫는 일을 하는데, 하늘의 도움으로 뚫은 굴이 아내가 갇힌 광과 연결되어 있어 아내를 구해 굴을 통해 도망가려 한다. 마십굴이라 불리는 그 곳은 아직도 있다고 하는데, 마십과 아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작가님들의 말처럼, 정식 기록이 아님에도 이런 이야기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들이 많다. 이 세상은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라는 것,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지나친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른다는 것, 자연 앞에서 겸허해져야 한다는 것 등 말이다. 우리가 이런 마음들을 지닌다면 이 세상은 좀 더 살만해질까. 이렇게 더운 여름이 계속될 거라는 두려움 앞에 황룡이라도 나타나 구름으로 해를 가려주고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고 가문 곳에 비를 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만히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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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10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계신 곳 비 피해 없으셨길 바랍니다

꼬마요정 2022-08-11 09:0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저는 부산에 있어서 비 피해는 없었는데 윗 지방 분들 다들 무사하시면 좋겠어요ㅠㅠ

그레이스 2022-08-10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려요!

꼬마요정 2022-08-11 09:0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2-08-10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당선 축하합니다~!!

꼬마요정 2022-08-11 09:0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2-08-10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2-08-11 09:0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이하라 2022-08-10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꼬마요정 2022-08-11 09: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8-11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왕조현, 장국영 주연의 <천녀유혼>을 정말 좋아합니다. 이 영화가 <요재지이>의 <섭소천>편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고 뒤늦게 <요재지이>를 접했네요... 많은 전설과 괴담에서는 귀신과 요괴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인간을 괴롭히는 것으로 나오지만, 대부분 이들에게 사연이 있었고 이들이 선량한 마음을 가진 피해자였다는 내용을 돌이켜보면 진정 괴물이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꼬마요정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꼬마요정 2022-08-11 09:52   좋아요 1 | URL
아, 저도 그 영화 좋아합니다. 왕조현, 장국영 진짜 이쁘죠 ㅎㅎ 양조위가 나온 <천녀유혼3>도 좋아해요. 그건 양조위가 좋아서죠. ㅎㅎㅎ <요재지이> 속 섭소천은 뭔가 불쌍하지 않나요? 오히려 귀신이 더 의리가 있고 정도가 있어서 겨울호랑이님 말씀처럼 누가 괴물인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축하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8-11 12:49   좋아요 1 | URL
<요재지이> 속 섭소천의 불행은 <천녀유혼>의 왕조현의 아름다움으로 많이 씻겨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꼬마요정 2022-08-11 15:01   좋아요 1 | URL
정말 그럴거라 믿어요^^ 진짜 왕조현의 섭소천은 정말... 아름답죠.^^

페넬로페 2022-08-11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요재지이‘는 딸아이 어릴 때 읽으라고 사 주었는데, 저도 같이 읽은 기억이 납니다**

꼬마요정 2022-08-11 15:0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요재지이>는 그냥 옛날 이야기나 전래동화 같은 느낌이라 따님이랑 재미나게 읽으셨겠어요. ㅎㅎ 옛날 이야기라 고리타분한 소리도 있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도 있고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bookholic 2022-08-11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 님, 이달의 당선작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시고요... 주말도요... 광복절도요...^^

꼬마요정 2022-08-12 00:3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북홀릭 님두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구요. 주말도 광복절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도시, 청년, 호러 안전가옥 FIC-PICK 3
이시우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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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습도가 높아 온 몸이 끈적거려 기분이 나빠질 때 쯤이면 진부하지만 등골이 오싹해질만한 무서운 이야기를 찾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무서운 이야기라는 게 귀신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실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말처럼 사람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이야기. 그것이 악의를 가지고서든, 아니든 상관없이.


이시우 작가님의 <아래쪽>은 나도 익히 들어 본 적 있는 괴담을 주제로 한다. 하수도라는 게 문명의 척도이자 아주 훌륭한 시설이긴 한데, 그 아래쪽을 다루는 사람들은 어떨까. 빛이 들어오지 않아 검은 밤보다 어둡고, 땅 위의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려 회색보다 더한 잿빛을 띈 물이 흐르는 곳. 사람의 무의식이 깊고 무섭듯, 그 곳 역시 깊고 무섭지 않을까. 김팀장과 박주사와 함께 땅 밑에 있는 하수관을 순찰(?)하는 일은 무서워보였다. 봉인지를 붙이는 일이며, 각 번호가 붙은 관로를 지나면서 보이는 '위험' 팻말이며,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며, 위쪽과의 통신 중 지직거리는 소리하며... 외부와 단절된 아래쪽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땅 위 세계에 발붙이지 못한 원혼들이라도 아래쪽에 살고 있는 것일까? 새벽에 일을 마치고 안마를 받는 건 일종의 퇴마 의식 같은 것일까.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계이기에 무서울 수 있지만, 사실 하수관은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흔히 영화에서 많이 보던 도둑이나 스파이들이 지나다닌다던가,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파리의 하수도를 따라 도망쳤다던가 하는. 


김동식 작가님의 <복층집>은 아주 무섭다. 우리가 살면서 먹고 입고 하는 것들도 중요하지만, 일이든 공부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쉬는 일이야말로 아주 중요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집이, 가장 내밀하고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어야 하는 그 집에 낯선 이가 드나든다고 생각하면... 너무 소름끼친다. 어린 여자들이 좋아하도록 복층을 만들어 예쁘게 인테리어 한 집을 세놓는 그 파렴치한들은 모두 그냥 싹둑 잘라버리고 싶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도 모르게 친정집에 있는 계단 밑 공간이 떠올랐다. 대충 물건들을 넣어두는 창고로 사용하긴 했는데 새삼 무서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리포터도 거기 살았는데... 


허정 작가님의 <분실>은 마음이 아팠다. 경쟁사회에 내몰려 가족도,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스스로를 고독하고 외롭게 만드는 것이 말이다. 석진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효도도 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연락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돈이 없어서 허름한 고시원에서 커다란 얼룩을 보면서도 보다 깨끗한 곳으로 이사가지 못하고, 돈이 없어서 비싼 강의를 불법적인 경로로 보는 바람에 금융정보까지 털리는 지경에 이른다. 아, 그 적금은 엄마가 보이스피싱을 당한건가? 연락이 안 되는 석진 때문에? 커다란 얼룩은 석진의 영혼에도 자국을 남기는 것 같았고, 옆방 아저씨가 준 용액은 석진마저 지워버리는 것 같다.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려면 무엇이 있어야할까. 이렇게 잊혀진 사람들은 누가 찾아줄 수 있을까.


전건우 작가님의 <Not Alone>은 한 편의 스릴러 영화 같았다. 나미수는 좋은 회사에 취직했지만 회식 자리에서 이사님을 성대모사하는 바람에 혼자가 된다. 누군가를 바보 만드는 건 나쁘지만, 상사를 성대모사한 건 나름 풍자로 넘어가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피한다. 너무나 외로웠던 나미수는 'Not Alone'이라는 앱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중독되기 시작한다. 그 앱은 요즘 심각한 그루밍 범죄의 한 단면도 보여준다. 닉네임의 뜻을 알아주고, 이야기에 공감해주면서 친밀감을 형성한 '가이거'는 나미수를 스토킹하고 나미수는 집에서조차 안전하지 못해 cctv를 달기에 이른다. 그리고 사람을 죽였다며 경찰서로 달려가는데... 나미수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조금이라도 기준에 맞지 않으면 배척하고 따돌리는 사회가 좀 무섭기도 하고 허언증마저 없다면 삶의 낙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안타까우면서도 스릴 있었다.


조예은 작가님의 <보증금 돌려받기>는 섬뜩했다. 계속해서 되풀이되지만, '집'이라는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하거나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 된다. 나만의 공간이자 나를 온전히 풀어둘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2년마다 이사를 가야한다든지, 누군가가 쳐다본다든지, 무서운 무리들이 집 앞을 서성인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집안 사정으로 보증금을 빼야 하는 성아는 돈이 없어서 집이 나가기 전까지는 보증금을 줄 수 없다는 집주인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 놈은 집을 본다며 늦은 밤에 술에 취한 채 사람을 데려오지를 않나, 은근히 협박을 하지 않나... 그래서 성아는 집주인이 쓰러져 있을 때 그런 행동을 한 건지도 모른다. 단발머리나 퍽치기는 누구였을까. 새로 이사 간 집에서 성아는 행복할 수 있을까. 건물과 건물 사이의 적당한 거리마저 보장되지 않는 요즘, 나만의 '스위트 홈'은 꿈이기만 할까.


남유하 작가님의 <화면 공포증>은 그럴싸했다. 정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시간 모니터나 핸드폰 액정을 쳐다보고 사는 우리의 눈알이, 목이 과연 안전할까. 코로나19 이후 역병은 머나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언제든 전염병은 돌 수 있고, 기후는 이상할 수 있고, 우리의 눈과 뇌는 부서질 수 있다. 화면을 보면 눈이 빠질 것 같고, 끌려들어갈 것 같은 그 '병'은 전염병이다. 작가는 삼성역에 내렸을 때 온통 보이던 '화면들'에 압도당했다고 한다. 크고 작은 전광판이 번쩍이고,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핸드폰을 쳐다보고, 식당이든 어디서나 텔레비전부터 컴퓨터 모니터까지 화면이 없는 곳이 없다. 비말감염은 마스크를 쓴다지만, 이런 화면 공포증은 어떻게 노출을 없앨 수 있을까. 과연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일일까. 하긴 그 전에 거북목이 되어 목이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먼저일 것 같긴 하다. 


우리는 종종 젊을 때는 못 할 게 없고 나이 자체가 무기라는 말을 듣고 삽니다. 저는 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때 저는 못 한 게 너무 많았는데 한참 동안 제가 약하고 못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는 일종의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다른 청년들은 정말로 못 할 게 없이 다 이루어 내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젊어도 못 하는 건 못 하는 거였고, 만약 못 할 게 정말로 없다면 그건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이 되어야 했습니다. 저는 이런 무책임한 말들이 지금의 청년들을 더 고립되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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