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볼트 이야기 쏜살 문고
로베르트 발저 지음, 최가람 옮김 / 민음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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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정보 없이 읽다가 자신의 삶에 아주 만족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다. 램프와 램프 갓을 좋아하는 백작의 저택에서 일을 하는데, 아름다운 저녁 방안을 살금살금 걸어다니면 그 조명들 때문에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고 램프 불빛을 들고 있는 자신이 알라딘처럼 느껴졌다고 하는 부분이나 난로 관리하면서 난로에 불을 지피면 그 신비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불 지피고 하는 일이 너무 즐거웠다고 하는 말이 신묘했다. 


하인주의라고 하던데, 모두가 모두를 섬기는 세상을 발저는 꿈 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토볼트는 하인으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비굴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인이 주인을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모두를 섬기자는 말을 하는 건 그리 와닿지 않았다. 어차피 귀족이 하인을 섬기자고 해도 그건 마치 사회주의나 혹은 계급 타파를 외치는 계몽주의 같을 것이라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하며 남과 비교하다가 결국에는 모든 것에서 소외되고 고독해지는 삶을 경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짧지만 강렬한 책에서 토볼트는 만족스럽고 평화로워보였다. 그가 귀족을 동경하지 않고 자신의 노동을 사랑하며 태어난대로 사는 것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좋아보였다. 살면서 순간 순간을 살아가는 그는 자신이 생각한대로 살았다. 이런 삶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르겠지만 개인에게는 불안에 떨지 않는 평온한 삶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이 편안하고 평안한 삶이라... 무척이나 달콤하고 아늑하여 붙잡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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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1-09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동은 신성한 것. 동시에 타인을 위한 노동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 삶에 만족하고 평화롭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꼬마요정 2025-11-11 11:11   좋아요 1 | URL
네, 정말 자기 삶에 만족하고 평화롭다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노동은 신성한데 점점 그 가치를 잃어가서 안타깝습니다. 대부분의 노동 덕분에 우리 모두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생각하니 더 신성하게 느껴집니다.

희선 2025-11-12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볼트가 섬기는 주인은 좋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주인이 좋아야 자기 삶에 만족하고 평화로울 것 같아요 서로가 괜찮은 사람이어야 신분 상승을 꿈꾸지 않고 자기 일에 만족하고 사는 것도 괜찮지요 다른 걸 바라는데 잘 안 되면 그건 더 힘들 듯합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5-11-13 09:43   좋아요 0 | URL
서로가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씀 정말 맞아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야 일할 맛이 나겠죠. 그래도 어느 자리에서든 만족하고 사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다면 본인이 제일 행복할 거예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