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와 스테이크












                                                                                               한국 사회는 권위적이다. 누구나 동의한다면 에브리바디, 부처 핸섬 ~        청년이 꼰대의 권위에 삿대질을 하면 대뜸 너는 뭔대 ? _ 라는 앙칼진 말풍선이 돌아오는 사회'다. 그렇다면 권위적 사회를 떠받들고, 그것을 동조하는 현대인의 심리는 무엇일까 ?  바로 " 무력한 자의 심리 " 이다. 상대와 싸워서 이길 힘이 없는 사람은 전의를 상실한 채 오히려 그 상대의 힘에 복종하다가 결국에는 숭배하는 태도를 취한다. 인질로 잡힌 피해자가 인질범을 동조하거나 찬양하는 " 스톡홀름 신드롬 " 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박정희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 살았다며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태극기 흔드는 빈곤한 노인-들의 심리도 결국은 무력한 사람이 강력한 힘에 복종하고 우상을 숭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M(마조히즘 : 피가학)이다. 문제는 무력한 자의 M이 S(사디즘 : 가학증)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과 같은 관계라는 데 있다. 프로이트가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S와 M은 불가분이다. 다자이 오사무와 미시마 유키오는 서로 정반대의 성향으로 으르렁거렸지만 결국은 일란성 쌍둥이와 같은 성격이었듯이 S와 M도 그렇다. 강한 힘 앞에서는 복종하지만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향해서는 가차 없이 폭력적이다. 


덩치가 작은 개일수록 사납게 짓듯이 태극기 집회가 유독 사나운 이유이다. 내가 << 백종원의 골목 식당 >> 을 통해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 권위를 찬양하는 대중의 무력한 태도 " 였다. 이 길목의 미친놈은 나라고 외치는 백종원은 골목 세계에서는 절대 권위자(이자 동시에 골목 파괴자)이다. 백'에게 토를 다는 놈은 백이면 백,  놈의 혓바닥을 뽑아버릴 기세로 달려든다. 그 골목은 백이 " 내가 혀혀혀혀, 현정화라면 현정화1) " 인 세계이다. 백종원에게 토를 다는 임춘애 파는 배신, 배반, 관계 대명사를 부정하는 TO부정사'다. 


백종원이 골목 상권을 파괴하는 요식업계의 거대 프랜차이즈 대표라는 점을 상기하면 자영업자들이 그를 숭배하는 것은 힘 없는 빈곤 노인이 자유한국당을 추종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그가 " 프랜차이즈도 못 이기면 식당하지 마라 ! " 라고 말했을 때 진심으로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경우의 수는 희박하다. 한때 프랜차이즈 기업 << 파리바게트 >> 가 동네 골목 상권 안으로 침투했을 때 소비자들은 모두 환호했다. 카드 혜택 및 적립으로 빵 값이 쌀뿐만 아니라 맛도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성비 면에서 게으른 동네 빵집보다 프랜차이즈 파리바게트를 애용하는 것은 당연한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  2019년 현재 우주를 통틀어서 빵 값이 가장 비싼 곳은 대한민국이다. 두말하면 입 아픈 소리이지만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히 대기업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처음에는 각종 카드 혜택과 저렴한 가격으로 골목에 입성한 파리바게트는 그 골목의 동네 빵집을 전멸시킨 후 빵 가격을 달동네 계단보다 가파르게 올리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우주 최강에 이르게 된 것이다. 동네 이웃의 불행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며 가성비만 좇다가 결국 되돌아오는 것은 우주 최강의 빵 값이다. 지금, 우주 최강의 빵 값이 당신 심장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있는 중이다. 빵이야, 빵이야 ! 



 




그렇다면 왜 백종원은 대세남이 되었고 대중은 그를 추종하게 되었을까 ? 그것은 " 고립자의 심리 " 로 설명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로부터 고립되거나 추방되는 공포라고 말한다. 현대인이 사회로부터 고립되거나 추방되는 공포( : 왕따 )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쉽게 할 수 있는 수단은 유행(대세)에 편승하는 것이다. 왕따에 대한 공포가 유행에 대한 집착을 낳은 것이다. 그렇기에 유행에 민감한 사회일수록 고립과 소외 문제가 심각한 사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한민국의 허니버터칩 현상과 노스페이스의 교복화 현상(롱패딩 열풀을 보라)은 고립자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인 것이다. 


한국 대중이 골목 식당의 음식 맛에 매료되는 것은 사실은 음식 맛 때문이 아니라 백종원이라는 브랜드 유행에 대한 추종 때문이다. 한국 사회를 크게 두 가지로 권위주의적이며 대세추종적이라고 했을 때,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한국 사회는 " 쾌락지향적 " 이다. 먹고 마시고 싸는 쾌락 3종 세트가 한국보다 잘 발달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민국은 먹방의 시조새이자 종주국이요, 찬란한 밤문화는 일본을 열심히 따라잡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한국인이 쾌락과 행복을 혼동하고 있다는 데 있다. 쾌락은 " 순간 " 에 방점이 찍힌 감정이고 행복은 " 지속 " 에 방점이 찍힌 태도이다. 


행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삶의 긍정적 태도를 오래 간직해야 된다는 점에서 쾌락과는 다르게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2)에 있다. 그런데 한국인은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그것을 순간적 쾌락이라 여기지 않고 행복이라 여긴다. 그러다 보니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권태에 빠진 사람은 그 심리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먹고 마시고 싸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종합하면, << 백종원의 골목식당 >> 에 대한 대중적 열광은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적, 대세추종적, 쾌락지향적 성격이 현대 한국인의 무력감, 고립감, 권태감과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만성적 우울증이 낳은 현상'이다. 


12시간 줄을 서야 비로소 먹을 수 있다는 포방터 시장 돈가스는 영화 << 매트릭스 >> 에서 멀건 죽에 진저리를 쳤던 사이퍼가 가상 세계에서 허겁지겁 먹던,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하지만 가짜였던 스테이크와 같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 있잖아. 난 이 스테이크가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아. 내가 이걸 입에 넣으면 매트릭스가 내 뇌에 이것이 맛있고 육즙이 많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고 " 









​                             


1)   넘버 3, 조필(송강호)의 명대사

2)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행복을 단순한 기분(감정)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로 보았다. 행복(Happiness)의 어원이 " 우연(hap) " 이라는 것은 인간이 행복을 작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렇기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작위성)가 행복한 기분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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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0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30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30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30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9-12-30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사라져버린 골목마다 있었던 구멍가게, 동네 맛집을 그리워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흐른 듯 보입니다. 그렇지만, 4대강 보를 열었을 때 맑은 수질로 인해 오지 않던 철새도 돌아오고, 강변 모래도 쌓이는 것을 보면서 아주 늦은 일만은 아니라는 위안도 해봅니다. 곰곰발님 지난 한 해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 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2-30 11:31   좋아요 1 | URL
되돌아와야지요. 구멍가게가 대기업 가게에 지지않고 건승했으면 합니다. 겨울호랑이 님도 새해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꾸벅 ~

레삭매냐 2019-12-30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쌩뚱 맞지만...

돈스파이크가 돈까스, 파스타, 스테이크
의 약자라고 합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9-12-30 11: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조크 이해했습니다..

라로 2019-12-30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빵이야, 빵이야!
저는 빵야, 빵야,,,그러는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곰발님의 필력은 여전히 살아있군요!!!♥
암튼 여기도 파리 바게트가 들어와 있는데 대만의 JJ Bakery나 85도 보다 비싸요.
그래서 잘 안가요. 그정도 맛은 포기할 수 있어서?ㅎㅎㅎ
암튼 저도 새해 인사드릴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꾸벅


곰곰생각하는발 2019-12-30 13:32   좋아요 0 | URL
스위스 물가 높기로 악명 높은 곳인데 스의스 빵보다 2배보다 더 비싼 빵을 한국인이 먹고 있으니... 이게 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라로 님도 새해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라로 님 글 자주 올려주세요.. 요즘 심심합니다..ㅎㅎ

프레이야 2020-01-01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지에서 맛집 찾아다니기만 빼도 보다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지요. 많다고 좋은 건 아니고 보다 의미있는 걸 우연한 행복거리를 조우할 기회도 많아지구요. 경자년에도 곰발님의 찌릿한 글 자주 볼 수 있기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1-02 11:3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맛집 찾아다니는 것도 여행의 묘미이기는 하나 지나치게 여행의 식도락화‘가 되었다고나 할까요..ㅎㅎ
 












1초의 오르가슴도 없이 사정없이 끝내버리기








프로이트는 식칼을 든 살인마'였다. 그의 책을 펼치는 순간,   뒤통수에서 칼 가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면 사람 얼굴 가죽을 벗긴 가면을 쓴 프로이트가 식칼을 들고 나를 향해 돌진했다. 기존의 사상이 저 높은 곳을 향한 흠모였다면 프로이트는 밑바닥 아래에 깔린 인간 내면의 추잡스러운 욕망을 보라고 충고한다. 전자가 형이상학이라면 후자는 형이하학인 셈이다. 


평소 난도질 공포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프로이트가 피범벅이 된 얼굴로 지하실 밑바닥에서 드루와, 드루와 ~ 라고 유혹했을 때 내심 기뻤다. 오(호)라, 프로이트여. 내 육신을 도륙해다오. 내 기름진 배때기에서 뒤룩뒤룩 살찐 내장을 내팽개쳐다오. 맑스도 내 뒤통수를 친 철학자'였다. 하부 구조( 물질 : 생산 경제 )가 상부 구조( 정신 : 이념 사상 정치 종교 문화 )를 결정한다는 맑스의 도발적 낫질에 등짝 찍힌 기분이 들었다. 마르크스도 하부 구조인 지하실에서 나에게 속삭였던 것이다. 드루와, 드루와.  프로이트가 식칼을 들고 마르크스가 낫을 들었다면 니체는 망치를 든 파괴자'였다. 


계룡산 뜬구름 위에서 뒷짐 지고 철학 하던 자에게 니체는 말한다. 내려와, 내려와 ~       니체는 철학자들이 계룡산에서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고 땅에 발을 디디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그리고는 망치를 들고 훌륭한 가치라 믿어 의심치 않은 가치를 1초의 오르가슴도 없이 사정 없이 퐈괴한다. 맙소사, 1초의 오르가슴도 없이 사정없이 끝내버리는 사내라니.  이처럼 좋은 책은 어두운 곳에서 호시탐탐 독자의 뒤통수를 노리는 놈들이다. 공부란 내가 모르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난도질이야말로 훌륭한 죽비'다. 스승은 비열할수록 훌륭한 스승이다. 


반면에 독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살랑살랑 웃으면서 머리도 쓰다듬고 가끔 눈물도 흘리는 멘토의 책은 좆으로 보면 된다. 혼자인 사람에게 혼자여도 괜찮다, 라고 지껄이는 것은 위로가 아니라 아래로'다. 즉, 하수'다. 니체였다면 그 멘토의 멱살을 잡고 아주리 쌍쌍바를 먹인 다음에 원 펀치 쓰리 강냉이를 털었을 것이다. 독서의 고수라고 자청하는 이들이 독서를 통해서 위로를 받고 힐링을 얻는다고 고해성사 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해마다 지랄은 풍년이구나.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명백하다. 


타인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는 일은 유쾌하다. 타인을 괴로워하게끔 만드는 것은 더욱 유쾌하다. 이것은 하나의 냉혹한 명제다. 니체의 << 도덕의 계보 >> 에 나오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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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3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믿 고   거 른 다 :



베스트셀러라서 괜찮아 !



1 베스트셀러라서

히트 상품의 특징은 어느 순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는 점이다.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인 경우. 한때 허니버터칩은 신이 내린 맛이라는 평가1)를 받기도 했다. 누군가는 혀에서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고백하는 이'도 있었으니 먹을 때마다 멀티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섹스머신'이 되는 기적이 연출되기도 했다. 과자 공장 공장 사장은 생산 라인 증설을 고민해야 했고 급기야 생산 라인을 증설하기에 이르렀다.  소비자의 입맛은 진리이니까. 잘 돼야 될 텐데.........  그런데 웬걸 ! 활화산 같은 인기를 자랑했던 허니버터칩은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는 갈치의 운명이 되었다. 없어서 못 팔던 허니버터칩은 오늘날에는 있어도 안 팔리는 과자가 되었다. 대중의 지랄 같은 변덕이 낳은 결과였다. 이처럼 인기란 한때 불 싸지르고 이내 차갑게 식는 " 허영의 불꽃 " 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도 마찬가지'다. 암시장에서 정상 가격의 열 배나 많은 웃돈을 주는 진풍경을 연출했던 허니버터칩은 이제 마트 창고에서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되고 있듯이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책들은 현재 헌책방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책이 되었다. 그렇다면 베스트셀러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 



■ 이것은 광고인가 서평인가...   체인지그라운드의 ‘브런치 글’ 논란

■ 북튜버의 순수한 책 추천?...  '돈'이 만든 베스트셀러 의혹

■ 출간했다 하면 베스트셀러...   로크미디어와 체인지그라운드의 수상한 동행




독서신문의 서믿음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체인지그라운드(신영준)와 김미경tv 는 " 개평" 을 뜯어먹기 위해 " 서평 " 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홍보성 위장 전술이 베스트셀러를 만든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런 일을 북튜버(북+유튜버)라 불리는 인플루언서가 맡고 있는데,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북튜버가 소개했다 하면 책 판매량이 수십~수백 배 증가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미경TV’(28일 기준 구독자 82만 여명 )를 꼽을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 기준으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 열여섯권 중 열세권이 ‘김미경TV’에서 소개된 책일 정도입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 『아주 작은 습관의 힘』(비즈니스북스 ), 『말센스』(스몰빅라이프 ), 『팩트풀니스』(김영사 ),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 ) 등 숱한 책이 김미경 대표 소개로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이 외에도 유튜브 ‘신박사TV’(28일 기준 구독자 7만 여명 ),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15만5,000 여명 ), ‘체인지그라운드’(55만6,000 여명 ) 등을 운영하는 신영준 ‘체인지그라운드’ 의장도 유명한 북튜버입니다. 신 의장은 자신이 (단행본 )의사결정권자로 있는 출판사 로크미디어의 책을 홍보하며 여러 책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은 바 있습니다. 10월 셋째주 기준 종합 베스트셀러(교보문고 ) 13위에 오른 『베스트 셀프』(안드로메디안 ), 51위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커넥팅 ), 63위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브론스테인 ) 등이 그것입니다. 출간 월 당시 해당 책들의 인기는 지금보다 더해 대다수 책이 베스트셀러 10위 내에 속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런 결과 때문인지 신 의장이 운영하는 체인지그라운드에는 책 홍보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책 읽지 않는 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책을 소개하고 읽게 하는 행위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 추천도서에 정말 사심이 반영되지 않았을까요? 다시 말해 좋은 책 선정과 추천에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느냐는 말입니다. 김미경TV의 김 대표는 책을 소개하는 ‘북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자 “좋은 책을 리뷰하려는 마음에 ‘북드라마’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근사해져서 기쁘다”며 “출판사에서는 소정의 영상제작비만 지원 받아 소개한다”고 말해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돈과 상관없이 정말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판계에 따르면 그 “소정의 비용”은 책 한권당 기본이 500만원이었습니다. 대형 출판사에는 1,000만원을 받았다는 소문도 들려옵니다. 실제로 출판 홍보 담당자인 A씨는 “김미경TV는 단가표도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며 “콘텐츠 협업에 있어서도 (의뢰자 ) 입장이 잘 반영되지 않고, 중도에 엎어지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고 지적합니다.

출처 : 독서신문, 북튜버의 순수한 책 추천 중


개평을 뜯기 위해 서평을 이용하는 이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는 개평과 서평을 분간할 줄 알아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베스트셀러 목록은 믿고 거르는 것이다. 




2 괜찮아 ? 


카프카는 이런 말을 했다   :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하지 않는 책이라면 그따위 책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카프카는 주먹 대신 도끼를 휘둘렀다. 플로베르도 이와 비슷한 소리를 했다. “어떤 책이 좋은지 판단하는 기준은, 그 책이 얼마나 강한 펀치를 당신에게 날리는가 하는 점이다”  니체 형님도 가만 있을쏘냐. 아무나 붙잡고 망치로 이마 까, 라고 말씀하셨다. 이쪽 분야에서 방귀 꽤나 꼈다는 명사들이 책을 주먹질, 도끼질, 망치질 따위로 설명하는 것은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김난도의 문장을 살짝 빌리자면 아프니까 독서다. 아니나 다를까, 돌이켜 보면 나를 사로잡았던 책은 내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책이었다. 책이 내 뺨을 때리고 멱살을 쥐고 흔들 때 진짜 눈물을 맛볼 수 있었다. 반대로 독자를 위로한답시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당신 귓구멍에다가 " ...... 해도 괜찮아 ! "  라고 속삭이는 책은 괜찮기는커녕 짜증만 났다.  물론, 달콤한 위로에 마음이 녹아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진짜 눈물인지 가짜 눈물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 위로 " 라는 힐링 에너지에 중독이 되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마약중독자들이 우울할 때마다 마약을 찾듯이 우울할 때마다 " 위로-뽕 " 에 중독되면 곤란하다.  외로우면 << 외로워도 괜찮아 >> 라는 책을 읽고, 왕따가 되면 << 왕따라도 괜찮아 >> 를 읽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 뚱뚱해도 괜찮아 >> 라는 말에 위로를 얻는다. 그런데 이런 위로들이 정말 당신의 결핍을 채우는 활력소가 될 수 있을까 ?  책이 당신에게 또박또박 말 걸기를 포기하고 당신 귓구멍에 에코 빵빵 넣어서 ASMR를 송출할 때 그것은 힐링-포르노에 지나지 않는다. 혜민이 당신 귓구멍에 " 슬플 땐 하늘을 보아요. " 라는 쌍팔련도 하이틴 노랫말을 내뱉으면 냉큼 귓방망이 한 대 올려라. 걱정하지 마라. 그는 관대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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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9 2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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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2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도 책 사러 서점 가요 ?













    이십 세기말, 디카( : 디지털카메라)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필카( : 필름 카메라)를 다루는 사람들은 모두 짐승털카메라를 비웃었다. 하지만 디카는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고 필카는 추억의 물건으로 몰락하고 말았다(이제 필름 카메라는 한강 미사리 밤 카페 진열대에 놓인 인테리어 소품으로 남아 그나마 근근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캔 로치는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었던 지구의 마지막 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손으로 필름을 다루며 편집했던 직업군 또한 종말을 고했다. 필름이여, 안녕 !  


전자책과 종이책의 대결도 이와 유사했다. 업계에서는 필카의 전광석화 같은 몰락을 예로 들며 전자책이 곧  세계를 지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건재하다. 종이책만이 가지고 있는 물성과 지적 허세를 자랑하고 싶은 독자의 " 가시성의 욕망 " 이 겹치다 보니 종이책은 죽지 않아 !  종이책은 한숨 깊은 문학소녀에게 이렇게 속삭이리라. 오빠는 몸 성히, 성히, 성히 잘 있단다.  종이책을 단순하게 상품의 흥망성쇠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왜냐하면 종이책은 오래된 상품의 한 종류'라기보다는 인류 문명과 함께 한 문화적 자산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 밀리의 서재 >> 가 전자책 플랫폼이라는 사실은 친애하는 이웃의 글을 통해서 알았다. 눈동냥으로 밀리의 서재라는 이름을 간혹 보긴 했으나 책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려니 했다. 호기심이 생겨 살펴보니 정액제로 월9,900원을 내면 전자책 30,000권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단 " ㅡ 9,900원 " 이라는 박리다매의 자본적인 너무나 자본적인 자본주의적 센티멘탈에 빈정이 상했다.  또한 " ㅡ 무제한 " 이라는 표현도 눈에 거슬렸다. 마치 무한리필 고깃집 마케팅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1인당 9,900원을 내면 배가 터지도록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괴깃집의 전략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 


어떤 이는 밀리의 서재 플렛폼 방식을 두고 시대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공유 경제 형태의 소비 방식'이라고 주장했으나 무제한이라는 타이틀을 단 무한리필이 21세기 공유 경제의 최신 버전이라면 무한리필 삽겹살집도 21세기 최첨단 공유 경제 플렛폼이라고 주장해도 된다. 고무줄 바지 입고 무한리필 식당에서 품질 낮은 고기를 허겁지겁 배 터지게 먹다 보면 차라리 좋은 고기를 파는 식당에서 우아하게 여유있게 칼질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고기를 먹고 싶다는 소비자의 식욕을 탓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당신이 소위 전문가라는 고독한 미식가'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신이 고독한 미식가라면 박리다매로 파는 식당 때문에 정직한 맛으로 승부를 거는 작은 식당이 문을 닫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야 한다. 



 



소설가 김영하가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밀리의서재 광고 문구는 " 요즘도 책 사러 서점 가요 ? " 이다.  책 사러 서점에 가는 행위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20세기 쇼핑 행위'라는 뉘앙스로 읽힌다.  마치 백종원이 " 요즘도 동네 골목 식당에서 식사하세요 ? 이제 더본호텔 푸드코트1)에서 식사하세요 ! "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볼에 헛바람 넣고 " 작은 독립 서점 응원합니다, 뿌잉뿌잉 ! " 했던 김영하2)가 돌변하여 " 시발, 아직도 서점에서 책 사냐? " 라며 타박이나 하고 있으니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어 오늘도 나는 달콤쌉싸래한 씀바귀.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글을 써서 성공한 몇 안 되는 인기 작가'가 광고 욕심에 부나방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박리다매 플랫폼에 뛰어드니 그 꼴이 참 장관. 영화 << 해바라기 >> 에서 열연을 펼쳤던 김래원의 성대모사를 빌리자면 " 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냐 ? " 책을 팔아서 노후 걱정 없이 살 만큼 부를 쌓았던 인플루언서라면 그동안 자신의 문장을 따스하게 품었던 종이책과 동네 책방'에 대한 리스펙트는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  내가 이 광고를 통해서 느끼는 것은 " 예의 상당히 졸라 없음 " 이다. 마시던 우물에 침 뱉고 떠난 꼴이다. 


사람들은 전자책의 장점으로 종이책에 비해 여러 방면에서 읽기에 편리하다는 점을 뽑는다. 달리 말하면 종이책은 전자책에 비해 불편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불편하다는 것은 독서 행위에 있어서는 단점이 아니라 최대 장점이라는 점이다. 나는 종이책이 전자책에 비해 불편하기 때문에 애써 종이책을 읽는다. 








​                         


1)  백종원이 운영하는 호텔


2)  문학동네와 전속 계약을 맺었던 김영하 작가'가 최근 출판사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모양이다. 야구 용어를 사용하자면 FA 신분인 셈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김영하 1인 출판사(임프린트 출판사)를 차릴 것 같다는 소식이다. 김영하 출판사의 첫 책은 밀리의서재에서 종이책 특별 한정판으로 나오는 모양. 이제 그는 작가에서 출판사를 굴리는 사장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작가 신분이었을 때에는 동네 책방과의 상생을 그토록 강조하더니 사장이 되고부터는 요즘 누가 서점 가서 책 사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밀리의서재에서 출간하는 종이책은 일반 서점에 배포되지 않고 회원들에게만 판매되는 한정판이기 때문이다). 사업가 부심 쩐다. 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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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7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7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7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7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7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19-12-17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김영하 정도의 파워가 있는 작가가 ˝요즘도 책 사러 서점 가요?˝라는 말이 담긴 광고를 찍을 때는 생각 좀 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덧붙인 글 2)번 내용을 보니 하, 그가 그럴만 했구나 싶군요. 휴....

암튼 ‘이십 세기말,‘ 이거 왠지 김영하 묘하게 까는 말 같아서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7 11:23   좋아요 0 | URL
저도 모르고 있었는데 글 쓰면서 알게 되었네요. 2) 각주 내용 말이죠. 그러니 서점 가봐야 내 책 없어 ! 구닥다리 서점 갈 생각 말고 밀리 가입해 어성.. 뭐, 이런 시추에이션인데... 좀, 자신이 몸 담았던 곳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습니다.


+
이십 세기말... ㅎㅎㅎㅎㅎ 아시는군요. 잠자냥 님은 그 묘한 뉘앙스를..

雨香 2019-12-17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밀리의 서재 광고가 자꾸 뜨는게 불편합니다.
제가 책을 돈 주고 사는 이유는 그래야 좋은 책이 계속 출간될 것이란 생각 때문인데,
과연 구독형/정액형 서비스가 그런 역할을 할지 의문입니다.
블로그성 책들이 난무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입니다.
(그들에게 책은 자신의 경력을 쌓기 위한 미끼?)

처음엔 전자책이 눈에 안들어왔습니다만(전자책도 구매합니다.)
꾸역꾸역 보다 보니 이젠 좀 적응이 되었습니다.
물리적 한계(집에서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많아지다 보니)때문에 전자책을 종종 구입합니다만,
종이책을 읽을 때 ‘약간 앞쪽 좌측 하단에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라는
기억을 전자책에서는 느낄 수가 없는 점이 아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7 11:25   좋아요 3 | URL
맞아요. 가끔 어떤 문장을 찾아야 할 떼가 있어 종종 읽었던 책을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 이 정도쯤에 그 문장이 있었지, 하면 대충 거의 맞더라고요.

하지만 전자책은 그게 불가능해요.

코끼리 2019-12-1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지적입니다. 공감.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7 18:4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쎄인트 2019-12-17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한리필 고깃집 ; 니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니?

#무한리필 밀리네 ; 니가 읽어봐야 얼마나 읽겠니?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7 18:42   좋아요 1 | URL
딱이지 않습니까 ? 일종의 무한리필이에요.

레삭매냐 2019-12-1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이 다 시원합니다 -

뭐 그닥 선호하는 작가가 아니다
보니 그러거나 말거나지만 신속한
태세전환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전 죽을 때까지 종이책을 고집하렵
니다. 오늘도 헌책방 가서 몇 권
털어 왔습니다. 디트리히 피셔 디스
카우와 빌헬름 켐프의 추억의 씨디
도 한 장씩 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7 18:43   좋아요 0 | URL
전 김영화 소설을 좋아하긴 하는데
이번 방식은 좀 노골적이엇씁니다. ㅎㅎ

가넷 2019-12-18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더라, 책의 미래를 말하는 다큐에 나오는 것 같던데. 재미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12-18 21:20   좋아요 1 | URL
그 방송에서 그의 멘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 나도 이런 곳에서 서점하고 싶다아 ~ ˝

카알벨루치 2019-12-19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이책이 얼마나 좋은데, 김영하 작가 좋아하는데 곰곰님 글읽고 “그거슨 아니지!!!”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공감 만개 누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2-21 23:59   좋아요 1 | URL
상도덕에 어긋나는 짓이죠. ㅎㅎ
 
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소   문   과       권    력    :











풍문으로 들었어







네가 자초한 거야. 그 습관 고치라고 말했는데

길에서 걸으면서 책 읽는 거 말야


- 밀크맨 中



                                                                                  


아무개 아들 아무개가 내 가슴을 총으로 찌르고 고양이 같은 년이라고 하면서 나를 쏘려고 한 날이 밀크맨이 죽은 날이었다 ㅡ 로 시작하는, 소설의 첫 문장치고는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드는 << 밀크맨 >> 의 첫 문장은 작가를 꿈꾸는 예비 독자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소설 도입부의 이 첫 문장 때문에 500페이지에 가까운 장편 전체에 긴장감을 주면서 끈질기게 독자의 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레이먼드 챈들러(아마도....)는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일단 총부터 등장시키라고 충고했는데 애나 번스는 시작부터 " 총 - 찬스 카드 " 를 꺼내든 셈이다.  위기 상황일 때 꺼내드는 것이 < 비장의 카드 > 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나 번스는 과감하게 첫 문장부터 총을 꺼내들어 승부수를 띄웠으니 변칙이라면 변칙에 가깝다.  애나 번스는 축구 경기에서 경기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경기 후반부에 교체 투입되는 히든 카드 " 조커 " 를 전반전 경기 시작부터 선발 출전시킨 것이다. 이 작전은 훌륭했다. 첫 문장 덕에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다. 


왜 아무개 아들 아무개는 화장실에서 주인공 여자 가슴을 총으로 쿡쿡 찌르면서 고양이 같은 년이라고 욕을 했을까 ?  아무개 아들 아무개 씨의 진짜 이름은 아무개는 아닐 터이니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  밀크맨은 주인공과 어떤 관계일까 ?  밀크맨의 직업은 우유배달부인가, 진짜루 ??!  시작은 암살과 폭력이 난무하는 하드보일드 정치 스릴러'처럼 보였지만 읽다 보면 열여덟 소녀의 끊임없는 입말과 독백으로 이루어진 성장 소설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 나 " 는 가시적인 폭력 행위보다 비가시적인 소문이야말로 자신을 억압하고 착취하며 복종하게 만드는 폭력의 한 형태'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 나 " 에 대한 소문은 성별화된 위계질서를 지지하는 지역 공동체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각색되어 유통된다. 총보다 무서운 것은 말이고 격발된 총알보다 빠른 것은 소문의 속도다. 이 소설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을 모두 다 익명으로 처리했는데 익명 뒤에 숨은 소문의 폭력성을 강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화자인 " 나 " 가 입말이라는 형식을 빌려 토해내는 또래 언어'가 시종일관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읽다 보면 디스토피아 가상 소설처럼 보이지만 책을 덮고 뒤돌아서는 순간 이 세계가 한국 사회를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걸으면서 책을 읽는 소녀가 꽃뱀으로 오해를 받는 가상의 사회보다 더 고약한 사회는 한 여성이 단지 브래지어 착용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브래지어 착용을 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상한 여자'로 낙인을 찍어 기어코 살해하는 한국 사회다. 누군가는 설리의 죽음 앞에서 죄의식도 없이 이런 식으로 말을 할지도 모른다. 네가 자초한 거야. 그 습관 고치라고 말했는데, 노브라로 걸으면서 돌아다니는 거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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