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의 오르가슴도 없이 사정없이 끝내버리기








로이트는 식칼을 든 살인마'였다. 그의 책을 펼치는 순간,   뒤통수에서 칼 가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면 사람 얼굴 가죽을 벗긴 가면을 쓴 프로이트가 식칼을 들고 나를 향해 돌진했다. 기존의 사상이 저 높은 곳을 향한 흠모였다면 프로이트는 밑바닥 아래에 깔린 인간 내면의 추잡스러운 욕망을 보라고 충고한다. 전자가 형이상학이라면 후자는 형이하학인 셈이다. 


평소 난도질 공포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프로이트가 피범벅이 된 얼굴로 지하실 밑바닥에서 드루와, 드루와 ~ 라고 유혹했을 때 내심 기뻤다. 오(호)라, 프로이트여. 내 육신을 도륙해다오. 내 기름진 배때기에서 뒤룩뒤룩 살찐 내장을 내팽개쳐다오. 맑스도 내 뒤통수를 친 철학자'였다. 하부 구조( 물질 : 생산 경제 )가 상부 구조( 정신 : 이념 사상 정치 종교 문화 )를 결정한다는 맑스의 도발적 낫질에 등짝 찍힌 기분이 들었다. 마르크스도 하부 구조인 지하실에서 나에게 속삭였던 것이다. 드루와, 드루와.  프로이트가 식칼을 들고 마르크스가 낫을 들었다면 니체는 망치를 든 파괴자'였다. 


계룡산 뜬구름 위에서 뒷짐 지고 철학 하던 자에게 니체는 말한다. 내려와, 내려와 ~       니체는 철학자들이 계룡산에서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고 땅에 발을 디디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그리고는 망치를 들고 훌륭한 가치라 믿어 의심치 않은 가치를 1초의 오르가슴도 없이 사정 없이 퐈괴한다. 맙소사, 1초의 오르가슴도 없이 사정없이 끝내버리는 사내라니.  이처럼 좋은 책은 어두운 곳에서 호시탐탐 독자의 뒤통수를 노리는 놈들이다. 공부란 내가 모르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난도질이야말로 훌륭한 죽비'다. 스승은 비열할수록 훌륭한 스승이다. 


반면에 독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살랑살랑 웃으면서 머리도 쓰다듬고 가끔 눈물도 흘리는 멘토의 책은 좆으로 보면 된다. 혼자인 사람에게 혼자여도 괜찮다, 라고 지껄이는 것은 위로가 아니라 아래로'다. 즉, 하수'다. 니체였다면 그 멘토의 멱살을 잡고 아주리 쌍쌍바를 먹인 다음에 원 펀치 쓰리 강냉이를 털었을 것이다. 독서의 고수라고 자청하는 이들이 독서를 통해서 위로를 받고 힐링을 얻는다고 고해성사 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해마다 지랄은 풍년이구나.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명백하다. 


타인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는 일은 유쾌하다. 타인을 괴로워하게끔 만드는 것은 더욱 유쾌하다. 이것은 하나의 냉혹한 명제다. 니체의 << 도덕의 계보 >> 에 나오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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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1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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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14: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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