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와 스테이크












                                                                                               한국 사회는 권위적이다. 누구나 동의한다면 에브리바디, 부처 핸섬 ~        청년이 꼰대의 권위에 삿대질을 하면 대뜸 너는 뭔대 ? _ 라는 앙칼진 말풍선이 돌아오는 사회'다. 그렇다면 권위적 사회를 떠받들고, 그것을 동조하는 현대인의 심리는 무엇일까 ?  바로 " 무력한 자의 심리 " 이다. 상대와 싸워서 이길 힘이 없는 사람은 전의를 상실한 채 오히려 그 상대의 힘에 복종하다가 결국에는 숭배하는 태도를 취한다. 인질로 잡힌 피해자가 인질범을 동조하거나 찬양하는 " 스톡홀름 신드롬 " 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박정희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 살았다며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태극기 흔드는 빈곤한 노인-들의 심리도 결국은 무력한 사람이 강력한 힘에 복종하고 우상을 숭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M(마조히즘 : 피가학)이다. 문제는 무력한 자의 M이 S(사디즘 : 가학증)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과 같은 관계라는 데 있다. 프로이트가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S와 M은 불가분이다. 다자이 오사무와 미시마 유키오는 서로 정반대의 성향으로 으르렁거렸지만 결국은 일란성 쌍둥이와 같은 성격이었듯이 S와 M도 그렇다. 강한 힘 앞에서는 복종하지만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향해서는 가차 없이 폭력적이다. 


덩치가 작은 개일수록 사납게 짓듯이 태극기 집회가 유독 사나운 이유이다. 내가 << 백종원의 골목 식당 >> 을 통해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 권위를 찬양하는 대중의 무력한 태도 " 였다. 이 길목의 미친놈은 나라고 외치는 백종원은 골목 세계에서는 절대 권위자(이자 동시에 골목 파괴자)이다. 백'에게 토를 다는 놈은 백이면 백,  놈의 혓바닥을 뽑아버릴 기세로 달려든다. 그 골목은 백이 " 내가 혀혀혀혀, 현정화라면 현정화1) " 인 세계이다. 백종원에게 토를 다는 임춘애 파는 배신, 배반, 관계 대명사를 부정하는 TO부정사'다. 


백종원이 골목 상권을 파괴하는 요식업계의 거대 프랜차이즈 대표라는 점을 상기하면 자영업자들이 그를 숭배하는 것은 힘 없는 빈곤 노인이 자유한국당을 추종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그가 " 프랜차이즈도 못 이기면 식당하지 마라 ! " 라고 말했을 때 진심으로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경우의 수는 희박하다. 한때 프랜차이즈 기업 << 파리바게트 >> 가 동네 골목 상권 안으로 침투했을 때 소비자들은 모두 환호했다. 카드 혜택 및 적립으로 빵 값이 쌀뿐만 아니라 맛도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성비 면에서 게으른 동네 빵집보다 프랜차이즈 파리바게트를 애용하는 것은 당연한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  2019년 현재 우주를 통틀어서 빵 값이 가장 비싼 곳은 대한민국이다. 두말하면 입 아픈 소리이지만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히 대기업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처음에는 각종 카드 혜택과 저렴한 가격으로 골목에 입성한 파리바게트는 그 골목의 동네 빵집을 전멸시킨 후 빵 가격을 달동네 계단보다 가파르게 올리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우주 최강에 이르게 된 것이다. 동네 이웃의 불행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며 가성비만 좇다가 결국 되돌아오는 것은 우주 최강의 빵 값이다. 지금, 우주 최강의 빵 값이 당신 심장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있는 중이다. 빵이야, 빵이야 ! 



 




그렇다면 왜 백종원은 대세남이 되었고 대중은 그를 추종하게 되었을까 ? 그것은 " 고립자의 심리 " 로 설명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로부터 고립되거나 추방되는 공포라고 말한다. 현대인이 사회로부터 고립되거나 추방되는 공포( : 왕따 )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쉽게 할 수 있는 수단은 유행(대세)에 편승하는 것이다. 왕따에 대한 공포가 유행에 대한 집착을 낳은 것이다. 그렇기에 유행에 민감한 사회일수록 고립과 소외 문제가 심각한 사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한민국의 허니버터칩 현상과 노스페이스의 교복화 현상(롱패딩 열풀을 보라)은 고립자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인 것이다. 


한국 대중이 골목 식당의 음식 맛에 매료되는 것은 사실은 음식 맛 때문이 아니라 백종원이라는 브랜드 유행에 대한 추종 때문이다. 한국 사회를 크게 두 가지로 권위주의적이며 대세추종적이라고 했을 때,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한국 사회는 " 쾌락지향적 " 이다. 먹고 마시고 싸는 쾌락 3종 세트가 한국보다 잘 발달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민국은 먹방의 시조새이자 종주국이요, 찬란한 밤문화는 일본을 열심히 따라잡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한국인이 쾌락과 행복을 혼동하고 있다는 데 있다. 쾌락은 " 순간 " 에 방점이 찍힌 감정이고 행복은 " 지속 " 에 방점이 찍힌 태도이다. 


행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삶의 긍정적 태도를 오래 간직해야 된다는 점에서 쾌락과는 다르게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2)에 있다. 그런데 한국인은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그것을 순간적 쾌락이라 여기지 않고 행복이라 여긴다. 그러다 보니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권태에 빠진 사람은 그 심리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먹고 마시고 싸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종합하면, << 백종원의 골목식당 >> 에 대한 대중적 열광은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적, 대세추종적, 쾌락지향적 성격이 현대 한국인의 무력감, 고립감, 권태감과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만성적 우울증이 낳은 현상'이다. 


12시간 줄을 서야 비로소 먹을 수 있다는 포방터 시장 돈가스는 영화 << 매트릭스 >> 에서 멀건 죽에 진저리를 쳤던 사이퍼가 가상 세계에서 허겁지겁 먹던,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하지만 가짜였던 스테이크와 같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 있잖아. 난 이 스테이크가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아. 내가 이걸 입에 넣으면 매트릭스가 내 뇌에 이것이 맛있고 육즙이 많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고 " 









​                             


1)   넘버 3, 조필(송강호)의 명대사

2)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행복을 단순한 기분(감정)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로 보았다. 행복(Happiness)의 어원이 " 우연(hap) " 이라는 것은 인간이 행복을 작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렇기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작위성)가 행복한 기분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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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0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30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30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30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9-12-30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사라져버린 골목마다 있었던 구멍가게, 동네 맛집을 그리워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흐른 듯 보입니다. 그렇지만, 4대강 보를 열었을 때 맑은 수질로 인해 오지 않던 철새도 돌아오고, 강변 모래도 쌓이는 것을 보면서 아주 늦은 일만은 아니라는 위안도 해봅니다. 곰곰발님 지난 한 해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 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2-30 11:31   좋아요 1 | URL
되돌아와야지요. 구멍가게가 대기업 가게에 지지않고 건승했으면 합니다. 겨울호랑이 님도 새해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꾸벅 ~

레삭매냐 2019-12-30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쌩뚱 맞지만...

돈스파이크가 돈까스, 파스타, 스테이크
의 약자라고 합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9-12-30 11:4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조크 이해했습니다..

라로 2019-12-30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빵이야, 빵이야!
저는 빵야, 빵야,,,그러는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곰발님의 필력은 여전히 살아있군요!!!♥
암튼 여기도 파리 바게트가 들어와 있는데 대만의 JJ Bakery나 85도 보다 비싸요.
그래서 잘 안가요. 그정도 맛은 포기할 수 있어서?ㅎㅎㅎ
암튼 저도 새해 인사드릴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꾸벅


곰곰생각하는발 2019-12-30 13:32   좋아요 0 | URL
스위스 물가 높기로 악명 높은 곳인데 스의스 빵보다 2배보다 더 비싼 빵을 한국인이 먹고 있으니... 이게 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라로 님도 새해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라로 님 글 자주 올려주세요.. 요즘 심심합니다..ㅎㅎ

프레이야 2020-01-01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지에서 맛집 찾아다니기만 빼도 보다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지요. 많다고 좋은 건 아니고 보다 의미있는 걸 우연한 행복거리를 조우할 기회도 많아지구요. 경자년에도 곰발님의 찌릿한 글 자주 볼 수 있기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1-02 11:3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맛집 찾아다니는 것도 여행의 묘미이기는 하나 지나치게 여행의 식도락화‘가 되었다고나 할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