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마이 페어 레이디 : 50주년 기념판
조지 쿠커 감독, 오드리 헵번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숙녀와 새


 


                                    그는 노란 앵무새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앵무새인데 말하는 재주는 없다고 했다. 말을 가르칠 요량으로 날마다 앵무새 앞에서 " 토킹 어바웃 " 을 했지만 앵무새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내가 퉁명스럽게 앵무새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말하는 것을 흉내 내는 것이므로 의사 전달 행위라 볼 수 없기에 대화를 나눌 대상은 아니 _ 라고 말하자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

​어느 날, 그는 나를 찾아와서 이런 고백을 했다 : 형, 처음에는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치려고 했는데 나중에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온종일 앵무새에게 넋두리를 늘어놓게 되었어. 대화 상대가 생긴 거지. 내 말을 들어주는. 고맙더군. 처음에는 교화해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친구가 되었어. 그 후로 그를 다시 만난 것은 다음해 여름'이었다. 우리는 낮술을 하기 위해 대폿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앵무새는 잘 있어 _ 라고 묻자 그의 얼굴이 먹장구름처럼 어두워졌다. 아차, 싶었지만 늦었다. 그는 대폿집에서 울기 시작했다.

 

버나드 쇼의 희곡 << 피그말리온 >> 은 시골뜨기 처녀에게 세련된 도시 표준 교양어(말투)를 가르치려다가 사랑에 빠지는 언어학 교수와 여자의 이야기다. 이 희곡은 << 마이 페어 레이디 >> 라는 뮤지컬 영화'라 만들어지기도 했다. 촌구석 시골뜨기 처녀 역을 오드리 햅번이 연기했다. 아우라'란 이런 것이다. 올림머리를 풀어헤쳐 봉두난발을 한다고 해서 수감 중인 503호로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 오드리 햅번은 촌구석 시골뜨기 처녀 역을 하기에는 너무나 우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일라이자 두리틀(오드리 햅번)을 무난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발성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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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싫은 새된 목소리가 형광등 백한 개를 깨트렸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앵무새 때문에 울었던 그 친구가 생각난다. 새에게 말을 가르치려다 사랑에 빠진 그와 하층민 여자에게 상류층 말(투)를 가르치려다 사랑에 빠지는 교수가 겹쳐진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언어학에서 중요한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 능력이 아닐까.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은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사람보다 우위를 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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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kim 2017-08-2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 두기만 하고 언제나 읽게될지 님의 글을 보니 버나드 쇼의 묘비명‘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가 생각 나네요.좋아하는 작가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7 11:48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은근히 뮤지컬 영화를 좋아합니다.. ㅎㅎ 버나드 쇼 원작과 영화는 마지막 해석이 전혀 다르죠. 개인적으로는 쇼 원작의 결말이 좋더군요..

겨울호랑이 2017-08-2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글을 읽다보니 ‘호흡‘에서는 먼저 숨을 내쉰 후 들이마시는 것과 반대로 의사소통에서는 ‘듣기‘가 ‘말하기‘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함을 알게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7 11:47   좋아요 1 | URL
겨호 님도 말하기보다는 듣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셨을 것 같습니다.. ^^

2017-08-2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7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뒷모습
미셸 투르니에 지음, 에두아르 부바 사진,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등짝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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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배우는 독백이 아닌 이상, 대화 상대를 앞(혹은 옆,뒤)에 두고 대화를 나눈다. 감독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설정을 관객에게 사전에 알리기 위해 두 사람이 한 화면에 잡히는 각도로 촬영된 화면을  제일 앞에 배치한다. 등장 인물을 한 화면에 모두 담기 위해서 카메라는 어쩔 수 없이 피사체-들'로부터 뒤로 물러나야 한다.

​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을, 세 사람보다는 네 사람을 한 화면에 모두 담으려고 할 때 카메라는 점점 더 뒤로 빠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 마스터 숏 " 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마스터 숏은 한 화면이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주로 배치된다. 그런데 " 마스터 숏 " 은 배우의 섬세한 표정 연기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예를 들면   :   학교 졸업식 단체 사진'을 생각하면 된다. 단체 사진은 개개인의 풍부한 표정을 담을 수 없다. 단체 사진 속 피사체가 대부분 무표정하다. 굳이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졸업식 단체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 쪽수 " 를 증명하는 것이지 개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영화에서 마스터 숏을 시작과 끝에 배치하는 이유는 카메라가 자유롭게 피사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만약에 마스터 숏을 배치하지 않는다면 관객은 " 영화적 상황 " 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 현기증 >> 의 한 장면을 보자.

 


관객은 마스터 숏이 있기에 c와 d 장면에서 대화를 나누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d는 남자가 프레임 밖에 위치하고  있지만,  여자는 남자 배우의 리액션을 어느 정도 가정하고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며 액션을 선보인다. 좋은 배우는 액션(단독 숏에서의 연기)뿐만 아니라 리액션에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훌륭한 배우는 오버 더 숄더 숏(b)에서 등짝만 보여주기에 낯짝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 장면에서도 성실한 낯짝으로 상대 배우의 연기를 도운다. 영화 << 밀양 >> 에서의 송강호 연기가 대표적이다. 그는 배우란 낯짝뿐만 아니라 등짝도 메소드 연기를 해야 된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한 배우'다.

 

미셀 투르니에의 사진 에세이 << 뒷모습 >> 은 " 등짝의 재발견 " 에 대한 에세이'다. 타인의 어깨 너머에서 바라보게 되는 등은 텅 빈 기표에 가까운, 우리에게 백지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미셀 투르니에는 뒷쪽이 진실이다 _ 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 좋은 배우는 성실한 등을 보여주듯이 정직한 사람의 뒷모습에는 비릿한 비열함이 없다. 많은 말을 쏟아내는 얼굴보다는 많은 감정이 읽히는 등짝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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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23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이 며칠만 안 보이셔도 허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3 11: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2017-08-23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3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8-23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셸 투르니에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기만 하고 결국 못 다 읽고
반납했네요. 다시 한 번 빌려다
읽어 볼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3 20:16   좋아요 0 | URL
글이 별로 없어서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사진도 좋고
글도 좋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8-23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다고 평가받았던 박지성 선수가 생각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3 20:1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박지성이 훌륭한 이유는 공과 상관없이 분주하게 움직여서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점이라고 하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17-08-23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이나 기억이 가물한데 곰곰생각하는발님 글로 다시 만나니 좋으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3 20:17   좋아요 0 | URL
확실히 읽은 책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는 것은 그것을 오래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방식이더군요..
 
밀양 (2disc)
이창동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각본 없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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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픽션 서사가 픽션을 압도할 때 우리는 흔히 " 각본 없는 드라마 "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문장은 쌍팔련도 구닥다리 표현이어서 요샛말로 번역하자면 이거, 실화냐 ?  _ 정도 되겠다, 이런 느낌. 잉글랜드 쾌남아 로빈후드와 대결해도 이길 것 같은 구한말 조선 시스터후드 박근혜와 최순실의 " 근친 레즈비언 퀴어 떼강도 강탈 모의극 " 이 좋은 예이다.

​

그것은 애새끼들이 작당하고 국고를 터는, 졸라 스빽따끌하며 폴리띡하고 다크한 청와대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이거, 실화냐 ?                         현실에서 " 각본 없는 드라마 " 란 일상의 통념과 보통의 상식 그리고 통계에 근거한 평균값을 뛰어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9회말 2아웃, 완봉승을 눈앞에 둔 투수에게 8번 스윙맨'이 때린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처럼 말이다. 이처럼 드라마는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 희소성 " 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판타지에 가깝다.  최순실과 박근혜의 명연이 돋보이는 최가박당 드라마가 명품인 이유는 ' 논픽션의 픽션化 ' 에 있다.

 

" 각본 없는 드라마 " 가 예측-불가능한 서사라면,  " 각본 대로 진행 " 되는 서사 코드'는 예상-가능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것이 각본 대로 진행되는 서사의 구조'이다.   당연히 예상 가능한 서사는 몰입감과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예측-불가능성이 명품을 만든다.  영화 << 스타워즈 >> 가 명품'인 이유는 다스베이더와 루크가 부자 관계라는 데 있다.  내가 네 애비다, 이눔아  _ 라고 고백할 때,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양키 포데기 신파극은 빛을 발한다.  바로 이런 것이 막장의 품격'이다.  그런데 예측불가능성은 스릴러나 추리 장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

​영화 << 밀양 >> 이 걸작인 이유는 신애(전도연)의 동선과 행위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 예측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신애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캐릭터'다. 관객은 움직이는 시한 폭탄이 언제 터질 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게 된다.  우리는 신애가 울증일 때도 불안하지만 조증일 때도 불안하다는 사실을 목격하게 된다. 이 캐릭터는 각본 대로 흘러간다기보다는 신의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신애는 창조주가 짜놓은 운명에서 벗어나 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배우 전도연은 감독 이창동이 짜놓은 각본에서 벗어나 있다.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

켄 로치는 " 내용이 스타일을 결정해야 한다. 카메라와 스타일은 기록하는 대상과 사태보다 중요해져서는 안 된다. " 고 일갈한 적이 있는데, 영화 << 밀양 >> 에서 카메라는 대상보다 앞서 나아가지 않는다. 심지어 신애 곁을 지키는 송강호(종찬 역) 또한 조연으로 머문다. 송강호라는 이 위대한 배우가 액션과 리액션에서 벗어나 밀양의 풍경이 될 때, 이 겸손한 배려에 감동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롯이 신애라는 한 인물에 집중할 수 있다. 씨네21의 남다은 기자가 남긴 20자평처럼 이 영화는 " 판타지 없이도, 구원의 가능성 없이도,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것 " 을 묵묵히 보여준다.

​

이 영화야말로 진정한 각본 없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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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8-18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청준 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밀양의 원작인 ‘벌레 이야기‘는 예전에 읽었던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확실히 명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광주항쟁 이후‘, ‘권위주의 정권의 형식적 소멸 이후‘의 정서와 풍경을 다루었던 여러 작품군들 중에서 밀양에 견줄 만한 관념의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최근에 호평을 받고 있는 ˝택시운전사˝조차도 그날의 참상을 다시 한번 환기해냈다는 점에서는 상찬을 받을 만하지만, 기존의 광주 소재 작품들에서 얼마나 진전된 시각과 인식을 보여주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제가 보기에는 ˝택시운전사˝조차도 기존 작품들의 전형성과 평범성, 안이한 관점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좀 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9 06:16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영화를 올해 2번 보았는데, 그 전에는 서사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연기에 관심이 가더군요.
전도연과 송강호, 두 연기만으로도 탁월한 영화입니다.



+

택시운전사.. 음 저는 안 봐서 아직 잘 모르겠군요.. 개인적으로
장훈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전혀 없는 1인이라..

2017-08-21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3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악    인    열    전     :



 




옴므 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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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연기로 자욱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술집. 고독한 탐정이 홀로 도라지 위스키 한 잔을 들이키며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생각한다. 그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그는 맨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맨드라미를 사랑한다. 탐정의 눈꺼풀이 물에 젖은 휴지처럼 무겁게 내려앉을 무렵, 문을 열고 한 여자가 등장한다. 또각,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 느와르 영화에서 귀뚜라미를 사랑하는 고독한 탐정의 옆자리는 항상 비어 있는 법. 여자는 항상 그 자리에 앉는다. 와와, 형광등 백한 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    탐정은 여우에 홀린 듯 넋을 놓고 쳐다보지만 미녀는.......  생깐다, 사내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여자는 주문한다. " 도라지 위스키에 계란 반숙 동동 ! " 허스키한 목소리. 얼굴은 챙 넓은 모자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살짝 미소를 보인 것도 같다. 이때 여자는 가방을 열어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 한 개피를 꺼내 입에 문다. 느와르 영화에서 미녀는 담배는 가지고 다니지만 라이터는 가지고 다니지 않는 법. 탐정이 불을 건넨다. 불빛 교환은 곧 눈빛 교환으로 이어진다. 관객은 이 여자가 " 팜므 파탈 " 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 여자는 탐정을 유혹하고 곤경에 빠트릴 것이다. 그것은 느와르라는 장르'가 관객에게 사전에 미리 약속한 코드'이다. 그렇기에 당신이 그 여자의 정체를 미리 알아차렸다며 으스대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팜므파탈의 정체를 관객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탐정만 모를 때 느와르라는 장르는 제대로 굴러간다. 얼핏 보기에는 시작부터 패를 보여주고 시작하는 코드 전략이 흥미를 반감시킬 것 같지만, 사실 장르 영화에서 " 익숙한 코드 " 는 등장 인물을 소개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압축해서 바로 본론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전략'이다. 악당 전문 배우들이 항상 악당으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굳이 악당을 자세히 설명하느라 영화 진행을 지연시키다 보면 스토리 진행이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팜므 파탈이나 옴므 파탈을 소개하는 시간을 절약하면 주요 배역을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느와르 영화에서 팜므 파탈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보자마자 첫눈에 그 정체를 알 수 있듯이, 나는 이명박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상종 못할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가 살아온 약사를 훑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숱 없는 머리카락을 동백 기름으로 빗어넘긴 헤어스타일에서 품어져 나오는 악의 기운은 다크했고, 찢어진 눈깔과 앵두 같은 입술에서 탐욕의 스멜을 맡을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안개 자욱한 술집 문을 열고 등장할 때부터 탐정의 빈 자리에 앉아서 도라지 위스키에 계란 반숙 동동 _ 이라고 말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는 유혹하듯이 담배를 입에 물리라. 모르면 등신이지. 그래서 그가 대중을 향해 시베리아 허스키한 목소리로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_ 라고 히죽거릴 때,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조까 !                               우리는 흔히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의가 반드시 한 번 승리할 때 불의는 반드시 아홉 번 승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단 한번의 정의가 이명박의 목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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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16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때가 무르익었군요. 내 생이 끝나기 전에 이런 판을 볼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503의 업적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9 05:51   좋아요 0 | URL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이명박근혜가 엄청난 기여를 했죠..ㅎㅎ

꼬마요정 2017-08-16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명박도 빨리 503처럼 숫자를 받아야 할텐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9 05:50   좋아요 0 | URL
이명박 깜빵 가면 504번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7-08-16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9 0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6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9 0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                               


야 부 리 의     제 왕   :



 



짜릿짜릿한 30만 볼트의 서사 



 

 


 

                                                                                                    50년대 " 과학 빈티지 B급 괴수 영화 " 를 좋아하다 보니 유투브에 접속해서 괴수가 등장하는 장면을 모은 동영상을 자주 감상한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참.... 거지 같구나.             

​

거무퉤퉤한 라텍스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살덩어리를 볼 때마다 폴리 에스테르의 살냄새가 물씬 풍겨서 어지러울 정도다. 평소에는 쩨깐해서 거들떠도 안 봤던 것들이 영화 속에서는 " 모비-딕 " 이 되어 돌아온다. 거대한 개미, 거대한 거미, 거대한 문어, 거대한 파리(인간), 거대한 바퀴(인간) 따위. 만약에 당신이 괴수의 탄생을 두고 과학적 해명을 요구한다면, 당신은 B급 영화를 볼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괴수(혹은 기이한 현상)에게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뿐더러 멍청한 짓이기도 하다(내가 박근혜에게 왜 그랬어요, 네에 ? _ 라고 묻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괴물이 가지고 있는 성정은 가짜 - 시늉, 흉내, 의태 따위이다).

​

괴수는 리얼하지 않을 때 비로소 리얼한 존재가 되는 법이다. 영화 속 과학자가 이게 다 방사선 노출 탓이라고 설명하면 관객은 무조건 믿어야 한다. 방사선은 괴수의 어머니요, 양수(羊水)'이다. 그것은 사이비 신앙과 비슷해서 의심을 품는 순간 과학 빈티지 B급 괴수 영화를 즐길 수 없게 된다. 스티븐 킹 소설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다가 말이 안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독자는 사이비 신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킹에 대한, 그리고 H.P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예의이다. 리얼리티는 지나가는 개에게 주시라. 장편소설 << 리바이벌 >> 에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엉터리 고개가 등장한다.

​

나는 하, 정말 말도 안되는 장면이구나 _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속는 셈치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래도 킹인데 어련하시것냐 _ 이런 마음으로. 이 고개만 넘으면 된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설정을 모두 전기 탓으로 돌린다. 마치 싸구려 B급 영화에 등장한 과학자가 이게 다 방사선 탓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노하지 말라. 번개(전기)가 너희를 구원하리라.  주식회사 한국전력의 사훈 같은, 이 엉터리를 긍정하고 나면 < 30만 볼트, 짜릿짜릿한 킹의 세계 > 를 영접하게 된다. 나는 이 야부리를 비판할 생각이 전혀 없다. 소설의 본질은 픽션이니까.

​

​킹이라는 미치광이 교주의 신도로서 한마디 하자면 : 그는 공포소설뿐만 아니라 성장소설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작가'이다. 그는 " 성장 " 이라는 궤궤한 코드도 러블리한 야부리로 독자를 즐겁게 만들 줄 아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로서 함께 한다는 것은 영광'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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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 2017-08-15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글 읽으면 30만볼트 미소가 저절로 지어짐~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5 17:03   좋아요 0 | URL
참 신기한 작가예요.. 도대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한 작가입니다.
도대체 이 양반은 소설적 영감이 마를 날이 없으니...

다크아이즈 2017-08-15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의집님 말씀에 공감이요~~~
유쾌한 한 방, 매서운 통찰 속에 숨겨 둔 온기를 발견하하는 재미랄까요.
빗님 오시는데 빈대떡 한 접시 배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5 17: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조금 아쉽네요. 빈대떡 보내실 때 막걸리도 함께 보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ㅎㅎ

2017-08-15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6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8-1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성장소설에도 재능을 가졌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끄덕끄덕)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9 05:54   좋아요 0 | URL
끄덕끄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