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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미셸 투르니에 지음, 에두아르 부바 사진,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등짝의 재발견
영화에서 배우는 독백이 아닌 이상, 대화 상대를 앞(혹은 옆,뒤)에 두고 대화를 나눈다. 감독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설정을 관객에게 사전에 알리기 위해 두 사람이 한 화면에 잡히는 각도로 촬영된 화면을 제일 앞에 배치한다. 등장 인물을 한 화면에 모두 담기 위해서 카메라는 어쩔 수 없이 피사체-들'로부터 뒤로 물러나야 한다.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을, 세 사람보다는 네 사람을 한 화면에 모두 담으려고 할 때 카메라는 점점 더 뒤로 빠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 마스터 숏 " 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마스터 숏은 한 화면이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주로 배치된다. 그런데 " 마스터 숏 " 은 배우의 섬세한 표정 연기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예를 들면 : 학교 졸업식 단체 사진'을 생각하면 된다. 단체 사진은 개개인의 풍부한 표정을 담을 수 없다. 단체 사진 속 피사체가 대부분 무표정하다. 굳이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졸업식 단체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 쪽수 " 를 증명하는 것이지 개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영화에서 마스터 숏을 시작과 끝에 배치하는 이유는 카메라가 자유롭게 피사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만약에 마스터 숏을 배치하지 않는다면 관객은 " 영화적 상황 " 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 현기증 >> 의 한 장면을 보자.

관객은 마스터 숏이 있기에 c와 d 장면에서 대화를 나누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d는 남자가 프레임 밖에 위치하고 있지만, 여자는 남자 배우의 리액션을 어느 정도 가정하고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며 액션을 선보인다. 좋은 배우는 액션(단독 숏에서의 연기)뿐만 아니라 리액션에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훌륭한 배우는 오버 더 숄더 숏(b)에서 등짝만 보여주기에 낯짝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 장면에서도 성실한 낯짝으로 상대 배우의 연기를 도운다. 영화 << 밀양 >> 에서의 송강호 연기가 대표적이다. 그는 배우란 낯짝뿐만 아니라 등짝도 메소드 연기를 해야 된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한 배우'다.
미셀 투르니에의 사진 에세이 << 뒷모습 >> 은 " 등짝의 재발견 " 에 대한 에세이'다. 타인의 어깨 너머에서 바라보게 되는 등은 텅 빈 기표에 가까운, 우리에게 백지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미셀 투르니에는 뒷쪽이 진실이다 _ 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 좋은 배우는 성실한 등을 보여주듯이 정직한 사람의 뒷모습에는 비릿한 비열함이 없다. 많은 말을 쏟아내는 얼굴보다는 많은 감정이 읽히는 등짝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