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낙지와 가위 그리고 노무현

 

 

 

이 좋아 " 나이프 " 이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 식칼 " 이다. 종종 중세 풍경을 다룬 그림을 보면 식탁 위에 돼지가 통째로 올려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한다. 그러니깐 나이프'는 사체'를 해부하기 위한 용도'였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도살 작업이 식탁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나이프  문화'보다는 젓가락 문화가 열 수 위'다. 젓가락 문화에서 칼질'은 반드시 부엌에서만 이루어진다. 엘리아스의 표현을 빌리면 젓가락은 우아하다. 동양에서는 식사 도중 다툼이 생기면 밥상을 엎지만 서양에서는 종종 나이프'로 찌르거나 포크로 찍었을 것이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70810 : 낙지 사회 )

 

-  낙지 사회 중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 문명화 과정 > 에서 동양의 젓가락 문화'를 세련된 문명화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식재료'에 대한 해체 작업은 부엌에서만 이루어지고 식탁에서는 우아하게 젓가락질'만 하면 된다. 반면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는 서양'은 동양에 비해 비문명화된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부엌에서 이루어져야 할 식재료 해체 과정이 식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다 젖혀 두고서라도 일단 식문화'에서는 동양이 한 수 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산낙지'를 손님이 보는 앞에서 펄펄 끓는 냄비 속에 넣는 식당 풍경'은 한식 문화의 퇴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모양이 예쁘지 않은 생선은 제삿상에도 올리지 못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이 살벌한 풍경 앞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숨탄것'을 볼거리'로 이용하려는 태도는 천박하다. 생명 윤리'에 대한 코딱지 만한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 때문에 몸부림치는 낙지'를 보며 침을 흘리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한 식문화의 퇴화'는 < 빨리빨리 > 문화가 정착되면서 더욱 노골적인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열에 달아오른 뚝배기'를 이'를 뽑는 집게'처럼 생긴 도구'로 잡아 식탁 위에 내려놓는 모습은 일상이 되었다. 열 때문에 거품은 미친듯이 끓어올랐다가 터지기를 반복한다.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민족이라고는 하나, 적어도 거품이 미친듯이 춤추는 과정은 주방에서 처리해야 될 과정은 아닐까 ? 그리고 이제는 거의 모든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위'다. 언제부터인가 재단 공장에서나 있어야 할 가위가 식탁에 버젓이 놓여 있다. 이상한 진풍경이다. 냉면집에 가면 종업원들은 자랑스럽게 손님이 보는 앞에서 가위질'을 한다. 볼 때마다 항상 의문이다. 냉면을 자르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의문이 아니다. 이러한 절단( 해부, 해체 ) 작업은 부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건 상식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식당에는 무식한 가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고기를 자르고, 냉면을 자르고, 김치와 무를 자른다. 무식한 짓'이다. 이건 한국 음식 문화가 산업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상한 방식으로 퇴화를 거듭하는 중이란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만약에 갓 쓴 조상 앞에서 가위로 냉면을 자르다가는 천한 것이라며 쌍욕을 먹었을 것이 분명하다. 곰도 아니면서 곰곰 생각해 보았다. 가지도 아니면서 가지가지 생각을 해 보았고, 별도 아니면서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어이없다. 결국은 빨리빨리'다. 한국인은 음식을 주문한 지 10분이 지나면 불쾌한 얼굴 표정을 짓는다. 정확히 11분이 되면 종업원을 호출한다. 그러니깐 모든 한식'은 10분 안에 세팅이 완성되어야 한다.

 

누가 한식을 슬로우 푸드'라고 했던가 ? 식당에서 파는 한식'은 이제 더 이상 슬로우 푸드'가 아니다. 패스트 푸드'다. 주방에서는 당연히 10분 안에 음식을 완성해야 한다. 11분이 되면 주인은 불호령을 내리리라. 결론은 완성되지 않은 음식을 내보내는 것이다. 주방에서 잘라야 할 냉면은 시간 관계상 생략하고 손님이 보는 앞에서 남은 뒷처리'를 하는 것이다. 결국 가위'가 식당 안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유는 손님과 주인 간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주문한 음식이 빨리빨리 나와서 좋고, 주인 입장에서는 테이블 회전율에서 이득을 본다. 결국은 천박한 문화'가 태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살아있는 낙지와 가위 그리고 집게'는 부엌에서 밖으로 내놓으면 안 될 식재료이거나 주방 도구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들을 자랑스럽게 밖으로 꺼내놓는다. 이것을 두고 괴팍한 과시 효과'라고 해야 할까 ? 낙지는 부엌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고, 가위와 집게도 손님들이 보지 못하도록 부엌에서나 사용되어야 할 도구'인데 말이다. 그것을 꺼내서 식탁에 내놓으면 미성숙한 문화가 되는 것이다. 감출 것은 감추어야 된다는 말이다. 포르노가 예술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감출 부분을 적출했기 때문이 아닐까 ? 속내는 은근히 보여줘야지 예술이 되는 것이지 까뒤집으면 프로파간다'가 되거나 포르노가 된다. 바로 그 점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그것'이다.  

 

노무현의 NLL 문서'는 국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부엌에서 보관되어야 할 주방도구'이다. 옛날이라면 조선 시대의 사초 ( 史草 ) 와 같다.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던, 천하를 호령하던 임금'도 절대 읽을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사초'다. 사초를 읽는 순간 현대 사극의 단골 주인공이 된다. 그런데 지금 국가는 너 나 할 것 없이 NLL문서를 부엌 밖으로 꺼내서는 손님 앞에서 가위질'을 존나 하고 있는 것이다. 알 권리'라는 오색찬란한 변명을 대면서 말이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당신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피가 거꾸로 솟아야 한다. 그것은 노무현을 지지했는가, 지지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보수인가 진보인가에 대한 문제도 아니다. 대통령 정상회담 기록 문서'를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국가 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죽은 자에 대한 일말의 대우'다.  (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정상회담 내용도 공개했으나 차후에 박근혜 정상회담도 공개하라,는  두고 보자 식 주장 또한 무식한 말이다. ) 그런데 지금 이 풍경은 재미 삼아 죽은 시체에 칼을 푹푹 찌르는 꼴이다.  한국 사회는 이상한 방식으로 천박해지고 있다. 펄펄 끓는 냄비 속에서 살아있는 낙지가 몸부림을 치면 입에서는 침이 고이고,  주방에서 미처 하지 못한 작업'을 손님이 보는 앞에서 가위질'로 주방에서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한다. 냉면 면발을 싹뚝, 잘 익은 무도 싹뚝 !  우리는 그것을 무뚝뚝~

 

하게 바라본다. 내가 보기엔 < 노무현의 NLL > 은 해물탕 가게에서 주인이 손님 앞에 내놓은 살아있는 낙지'와 똑같은 신세다. 싱싱한 생물을 보여주기 위해서 주인 ( 정치가 ) 은 손님 ( 국민 ) 앞에서 산낙지를 부글부글 끓는 냄비 속에 넣는다. " 요래, 요래, 오래 ! 낙지가 힘차게 꿈틀거리는 거 보십시요. 지랄하는 거 보이십니까 ?  얼마나 싱싱하면 끓는 물 속에서 3분 동안이나 꿈틀거리겠습니까 ! 하하하. "  처절한 고통(死) 을 싱싱한 것 (生)으로 인식하려는 심리'는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 일말의 동정이 있다면 그런 식으로는 말하지 못하리라. 그래서 두 말 하지 않으련다. 세 말 하면 잔소리이니 말이다. 내 말 명심해라. 내가 한 말을 털려면 마굿간에서 하길 바란다. 당신은 보글보글 끓는 해물탕 냄비 앞에서 침이 고인다. 배가 고프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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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7-05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국정원 댓글도 이해가 안가요. 중요사안인데도 대선 전에는 어영부영하더니 당선되고 좀 지나니까 다시 말이 많아...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5 12:39   좋아요 0 | URL
국가를 뒤흔들 일을 테러리스트가 아닌 국가 기관이 1년에 한번 테러를 가합니다.
500년 만에 한번 나올 엽기적인 사건을 우리는 1년에 한번 보지요.이런 것 참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7-0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자는 말이 없다고 하나, 참 너무한 세상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5 12:40   좋아요 0 | URL
내가 노무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무리 보아도 이건 정말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2013-07-0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MBC뉴스에서 고인이 북측과 회담하던 옛화면을 몇 분에 걸쳐 보여주더군요.
그것만 보고 있어도 가신 분을 저렇게 능욕하는구나 싶었는데
연이어 나오는 여름밤 '청계천'에서 더위 식힌다는 사람들 화면을 보면서 이건 뭐지 싶더라구요.
몽타쥬도 그런 몽타쥬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5 12:42   좋아요 0 | URL
전 제일 병신 같은 서울 시민 태도가 청계천 가서 데이트 하는 것과
아이들을 광화문 광장에서 놀게 하는 겁니다.
대기오염도가 가장 높은 곳에 몇 시간 놀게 해 보십시요. 그건 부모가 할 짓이 아닙니다.
만약에 새벽 님께서도 아이들을 광화문 광장에서 놀게 했다면 새벽 님만큼은 위의 사항에서 열외.. ㅎㅎㅎ

Forgettable. 2013-07-0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약간 래퍼 스톼일!!! 이상한게, 님의 글을 읽을 때면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은 익숙함이랄까.. 그 느낌 때문에 더 중독되는듯.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5 12:44   좋아요 0 | URL
전생에 부부였나 봅니다. ( 정색 ~ )

에리카 2013-07-0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는 국민에게 묻고 싶네요. 누가 더 잔인한가?
요즘 전 이 나라가 이상하리마치 조용하게 느껴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5 12:45   좋아요 0 | URL
오홋.. 에리카 님이 오시다니.. 후훗..
정말 이상하게 조용하지요. 이런 걸 두고 학습효과라고 하니요.
엽기적인 국가 테러( 국가가 테러의 주범 ) 가 자행되는 나라는 그리 흔치 않죠.
쪽팔립니다.

봄밤 2013-07-0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감합니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 일어납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고
무감각하게 오늘을 넘겨 사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28   좋아요 0 | URL
요즘.. 참 대한민국 레벨이 세계 453등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뭐, 이런 나라가 있나 싶어요.

레이스님 2013-07-05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무현을 춘풍추상에 비유하죠.
타인을 생각하며 자신의 자리를 비워두다 보니 결국 자신이 돌아갈 곳을 잃어 외로워져 버린, 춘풍추상.
이것이 어쩌면 상냥한 사람이 외로워지는 이유일 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28   좋아요 0 | URL
레이스메이커 님이군요 ? 피식...
그래서 제가 외로워지느군요.. 사람들이저보고 상냥하다고 그러더라고요..

히히 2013-07-05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등이 치러야 하는 긴장감에 비해
중간은 풍요하고 꼴지는 편안하며 쪼다는 즐겁다더니
정치에 머저리인 저는 이런 상황에도 행복합니다.
요즘은 미친년이 살기좋은 세상입니다.
으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29   좋아요 0 | URL
히히 님은 뭔가 해학의 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히히 님 작가시죠 ? 아무래도 소설 쓰시는 분 같습니다만.. 누구십니까 !!

만화애니비평 2013-07-0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그 책 제목이 생각나는군요. "노무현의 외로운 전쟁", 저를 두고 노빠라 해도 무방하나
사람을 그렇게까지 몇 번이나 죽이게 만드는 것이 속 편한지.

그러나 정말 미운 것은 선거 때 노무현 팔아먹다가 잠잠하게 있다가 노무현 까는
민주당 인간들....노회찬 의원이 그래 참여정부 때 날을 세웠으나 지금은
도리어 그때와 비교하죠. 참 어이가 없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30   좋아요 0 | URL
전 노회찬 좋아합니다.... 흑흑흑..

만화애니비평 2013-07-06 18:54   좋아요 0 | URL
저도 노회찬을 좋아합니다..ㅎㅎ

2013-07-1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빠들 여기서 단체로 딸딸이 치고 있군요.
그래서 노무현이 김정일 빨아준 게 아니라는 겁니까?
보여줘도 아니라 하니 이거 딸딸이 절정에 있구만.

까빠 2013-07-13 21:4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빨아주기의 진수 =>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752952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4 16:53   좋아요 0 | URL
딸딸이'라니... 사과하십시요.
차라리 헐 님의 자지를 빨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발기는 되십니까 ?

미미 2013-07-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들 NLL에 대한 공부좀 하셔야겠습니다. 1991. 12. 13.자 남북기본합의서를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은 전혀 하자가 없다는... 오히려 수선을 떨고 있는 이 정권과 언론이 국민을 무지몽매하게 보고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는지!
 

 

 

 

 

 

 

 

 

 

나는 작가'다 : 박민규 편.

 

나는 가수다 대신 나는 작가다' 라는 코너가 있었다면...

 

 

 

 

 

 

 

 

 

 

 

 

 

 

 

 

임재범은 확실히 < 잊혀진 전설의 무사 > 캐릭터였다. 고만고만한 군웅할거'의 무림세계'에 임재범'은 홀연히 나타난다. 세월에 장사'가 어디 있는가?  그는 늙고, 병든 모습'으로 등장한다. 갓 아래 빛나는 눈빛 만이 그가 과거의 전설적 무사'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뿐이다.  지금 6인의 무사'가 그를 말없이 지켜본다.  작은 돌개바람이 바닥에 깔린 마른 모래'를 휘몰다 사그라진다.  " 비가 오겠군 ! " 그가 낮은 탁성으로  읊조린다. 

 

" 진정한 무사'는 적의 목을 벨 때,  칼이 우는 노래'를 듣소. 종종... 자신의 목이 베일 때'도 그 소리를 듣지 !  그것이 무사의 숙명이 아니겠소 ?  "  다시, 돌개바람 !  누가 먼저 칼을 뽑을 것인가 ?  이소라다 !  이소라가 칼을 뽑는 순간 7인의 칼에 반사된 빛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광무/光舞' 를 춘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그는 외친다. " 누구든, 나의 벼린 칼 끝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  "  쿠아아아아아앙 .  무사는 냉정을 잃는 순간 목숨을 잃는 법이다. 하지만 그의 칼이 바람을 가를 때 내는 바람 소리'는 무디어졌고,  촉 또한 무디어졌다.  돌아온 무사의 포효하는 목소리'는 갈라,

 

졌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무디어진 칼과 촉'으로도 그는 무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떠난다. 남겨진 것은 6개의 칼과 머리'다. 전갈이 느린 걸음'으로 피비린내'를 맡으며 다가온다.  돌개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후, 두둑.  저, 멀리서 비가 온다.  저, 멀리서 하이에나가 운다.  아, 우우우우우우 !  아우우우우우 !  아이콩, 므므므므 무서워라.

 

 

< 나는 가수다 > 대신 < 나는 작가'다 > 라는 작가의 문장력' 경연 대회'를 연다면,  임재범이 연기한  절대지존 무림고수' 역은 누가 될까 ? 혹여,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조경란'이나 공지영'을 추천하지는 말라. < 나가수 > 에 < 걸스데이 > 같은 생활 체조 율동가'를 섭외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닐까 ?  절창 대회에서 엉덩이만 들이밀다가 갈 수는 없는 노릇.  신경숙 ?  글쎄 !  지나치게 대중적이지 않을까 ?  그녀의 발성법은 짧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임재범 역을 할까 ?

 

단연,  김훈'이다.  그는 느닷없이 문단에 출현하여 < 벼락 같은 축복 > 이라는 찬사를 받던 인물이 아니었던가 ?  그가 무대'를 장악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가 무대'에서 한지에 검은 먹물을 쏟아붓는 한 그는 절대지존'이리라. 하지만 그 또한 그리 오랫동안 무대'를 즐길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는 노마드'이므로 !  그에게는 자전거'가 있으므로 !

 

그가 떠난 무대'는 다시 고만고만한 군웅의 할거'로 난세'가 될 것이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실력 있는 무사'를 뽑으라면, 나는 < 박민규 > 를 선택하겠다. 그에게는 7단 고음이라는 화려한 스킬'은 없으나  대중성'과 넉넉한 성품이 있지 않은가 ?  그는 윤도현'이다.  웬만하면 떨어질 리 없다.  최소,  3개월 고정'이다.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우 하지도 맙시다. 아이콩 !

 

박민규는 < 삼미슈퍼스타즈 >를 락 버전으로 불러서 청중평가단 1위'에 오르는 영광도 맛보기도 했으며 < 지구영웅전설 >과  < 카스테라 > 는 그럭저럭 무난한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다음 무대에서 부른 < 핑퐁 > 에서는 죽을 쓴다.  연이은 비슷한 느낌의 노래와 창법'으로 청중평가으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그는 비장의 카드'를 내놓는다. 이소라가 < 넘버 1 > 으로 분위기'를 반전하듯이 말이다. 그는 펑크 락'을 버리고 재즈 소울 발라드'를 선택한다. 그가 선보이는 작품은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다.  우우 ?!  와와 !

 

" 신사숙녀여러분!  다음 무대'는 이 무대의 비쥬얼'을 담당하시는 박민규 씨'입니다. 의외로군요. 비장의 무기인가요 ? 슬픈 소울 발라드'로 돌아왔습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

 

무대는 어둡다. 핀 조명'이 무대 위의 고독한 하이에나 박민규'를 비춘다. 그는 이소라 흉내'를 내며 고개'를 37도 왼쪽으로 기운 후 의자에 앉아 있다.  잠자리 안경 속에 찢어진 그의 눈은 감은 것인지 뜬 것인지 모를 만큼 째진 눈이다. 이때 재즈 피아노 선율이 조용히 흐른다.  그는,  부른다 ! 

 

 

눈을 맞으며 그녀는 서 있었다. 

그해의 첫눈이 내린 날이었고,

열아홉 살이던 내가...

정확히 스무 살이 되던 날이었다.

길고 쓸쓸히 이어진 빈 논과 드문,

드문 서 있던 나무들...

  

낯설다. 분위기 반전을 노린 계획은 어쩌면 잘못 둔 패착'이리라. 펑크와 락 창법을 뺀 소울 풍의 노래'에, 관중은 우우 ( 하지 맙시다 )  예예 ( 하지 맙시다 ) 한다. 하지만 그가 누구이던가 ?  시작은 불안했지만 서서히 본 궤도'에 오른다. 그는 지금 조용히 노래를 부르지만 절정 부분'에서 자신의 주무기'인 창법을 구사하리라. 역시나 예상은 적중한다.

 

 

여자든 남자든 그런 대부분의 인간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전구와 같은 거야.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신 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P.185

 서서히 그의 색깔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절정 부분에서 이렇게 방방 뛴다.

 

알아 ?  추녀를 부끄러워하고 공격하는 건 대부분 추남들이야. 실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인 거지...  보잘것없는 여자일수록 가난한 남자를 무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야. 안 그래도 불안해 죽겠는데 더더욱 불안해 견딜 수 없기 때문이지. 보잘것없는 인간들의 세계는 그런 거야.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봐줄 수 없는 거라구. 그래서 와와 하는 거야. 조금만 이뻐도 와와, 조금만 돈이 있다 싶어도 와와, 하는 거지.

P.220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와와'라는 가사'를 지르자, 청중평가단 또한 와와 한다. 이 정도면 임재범이 부른 약간 촌스러운 퍼포먼스다. 그는 무릎을 꿇고 < 누가 나를 위로하지 ?  .... 바로 여러분 ! > 을 외치는 것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가사'로 청중평가단의 여심을 사로잡는다. 

 

 

미녀가 싫다기보다는 미녀에게 주어지는 세상의 관대함에 나는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뭐랄까, 그것은 부자에게 주어지는 세상의 관대함과도 일맥상통한 것이란 기분이 들어서였다.

 

P.315

 

 노래는 끝났다. 그는 무대'를 떠났다. 종합 점수 4위'였다. 그는 살아남았다. 500명의 청중평가단 가운데 여성은 300명이었다.

 

 

 

 

 

p.s 나는 작가다 2편은 성석제'입니다. 참고로 2편에서 박민규는 자폐아'로 나옵니다. 그는 하루종일 " 내 손은 백만 불짜리 손... 내 손은 백만 불자리 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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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7-04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 님이 나는 작가다!로 무대 위로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와와에 예예를 할 겁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19:52   좋아요 0 | URL
우와 와'를 합쳐서 우와''' 라고 하셔도 됩니다. 혹은 와를 먼저 붙여서 와우'라고 하셔도 되고요... 방긋.

라로 2013-07-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이거 시리즈 해주시는 거야요????꺅~~~~~좋아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21:48   좋아요 0 | URL
오홋... 반응 보고 10편으로 시리즈를 늘려보겠습ㄴ다. 개인 블로그에 올렸을 땐 별 반응이 없었는데
역시 알라딘은 이런농담을 좋아하나 봐요.. 후훗..

iforte 2013-07-0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오늘의 소감은 완전 요새 애들 시셋말로 표현해야 하겠는데요. 대. 박.
잘 읽었고요, 제점수는요......... 60초 뒤에 공개할께요... ㅎㅎㅎ

넘 재밌게 읽었어요. 글재주 만큼은 역시 곰발님이 갑... 아차, 곰발님은 새 좋아하시지..... ㅍㅎ
언젠가 반드시 곰발님이 무림평정하시고 나는 작가다, 왕중왕전 차지하실날이 올듯요.

지금 이곳 아침은 해가 쨍 밝아서인지, 곰발님의 맛깔나는 글 읽어서인지, 기분도 쨍하네요. 거기는 밤이니, 곰발님, 굿나잇하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21:47   좋아요 0 | URL
오홋... 요거 반응이 좋군요... 제 개인 블로그에 오래 전에 써둔 글입니다. 시리즈로 몇 편 더 있어요. 한 4편 되는데 반응 좋으면 10편으로 늘려보지요. 성석제'는 새터민'으로 나오고, 박민규는 자폐아'가 됩니다. 2편을 기대해주세요. 미리 써둔 것이라 잔뜩 있지만 그래도 쪼는 맛이 있잖습니껴 ~~~ 내일 공개하겠습니다.

iforte 2013-07-04 23:3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역시 연재가 흥미진진하게 하는데는 최고죠. 앗싸... 10편까지... 앞으로 또 날마다 손에 땀을 쥐고, 안나오면 러닝머쉰 한시간 뛰어서라도 억지로 땀을 짜내서, 기다리겠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5 00:08   좋아요 0 | URL
갑자기 부담감이.. ㅎㅎㅎㅎ.
정성일 씨도 등장하고 뭐 그렇스비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글러벌하게 하루키도 등장시킬까 고민하는데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군요.. 흠흠...

비로그인 2013-07-0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 글 좋다. 너의 이런 리즈미컬하고 템포있는 글 참 좋아. ㅎㅎ
성석제 기대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22:53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에서 압권은 성석제 작가님이시다. 내가 너무 애정하는 작가'로 좀 막 갔다....

새벽 2013-07-0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밌습니다. 누가 나가수와 문단을 저리 비교할 생각을 할 것이며 누가 저렇게 나가수 무대를 묘사하겠습니까.
곰곰발님께선 이제 포스팅보다 등단 준비에 더 박차를 가하셔얄 듯.. (읭?)

그런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저는 이 책 광고 봤을 때 웬 클래식 곡명을 그대로 책이름으로.. 하면서
흔한 통속물인 줄 알고 무시했었거든요. 곰곰발님이 이 정도로 칭찬하실 정도면 끝내주는 소설이겠군요. 음..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23:07   좋아요 0 | URL
끝내주지는 않습니다. 한 중간 정도 ? 제가 좋아하는 순서는
슈퍼스타 - 더블 - 지구영웅전설 - 파반느 - 핑퐁.... 이 순입니다.
박민규는 기본 가닥은 있잖아요. 전 박민규가 하루키보다는 3배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마립간 2013-07-0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분야의 고수는 제가 아는 바가 없어서...

진화론 분야의 대가, 고수의 대결은 '다윈의 식탁'이라는 책에 나와 있는데, 긴장감이 '나는가수다'에 못지 않습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5491338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5 12: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저 이 책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책은 과핵책이든 철학잭이든 어지 되었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ㅎㅎㅎ

이미화 2013-07-0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한은 정말.. 죽었을까요? 스트로베리필드로 떠났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31   좋아요 0 | URL
이미화 님 어디서 닉이 낯이 많이 익습니다, 만...
요한'이 행방불명 되나요 ? 읽었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요.. 찾아봐야겠다..ㅎㅎㅎㅎ

히히 2013-07-0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확실히 곰...발님의 글입니다.
위트 빠진 님의 글은 코 없는 버선, 귀 없는 바늘, 눈 없는 겨울이겠지요?

고수는 속인들의 품평에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러니 절대지존이 되지요. 노마드여 계속가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31   좋아요 0 | URL
어제도 술마시면서 위트에 대해 말했습니다.
위트'는 참 소중한 겁니다.
위트가너무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습니다.

윤스리 2013-07-1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뉴스레터 이메일 받았는데 페루애 님의 글이 똭 ㅎㅎ 뭔가 뿌듯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0 14:46   좋아요 0 | URL
그런 게 뜹니까 ? 난 안 뜨던데...ㅎㅎㅎㅎ
아참, 히말라야 갔다 왔는데 어떻습니까. 여행 후기나함 올려주쇼...
 
킹의 몸값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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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분서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 킹의 몸값 > 은 아직 읽지 않았다. 읽을 예정이다. 그러므로 이 글은 읽지도 않은 채 미리 쓰는 리뷰'이다. 사실 이 리뷰는 소설에 대한 글이 아니라 구로자와 아끼라가 감독한 < 천국과 지옥 > 에 대한 생각'이다. 이 영화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별점 체크'는 이 영화에 대한 기록'이다.

 

 

 


 

 

 

 

 

천국과 지옥

 

 

현대인이 가지는 고전'에 대한 선입견 가운데 하나는 < 고리타분 > 할 것이란 속단'이다. 하지만 고전이 가지는 생명력'은 재미'다. 재미있는 작품이 오래 사랑 받아서 고전'이 되는 것이다.  E.M 포스터가 쓴 아기자기한 연애 소설'을 읽다가 보면 고전의 힘은 결국 재미'란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 모든 작품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 ! ) 고전 영화에 대한 선입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평론가들이 뽑은 걸작 고전 영화는 재미가 없을 것이란 생각'을 먼저 한다. 물론 평론가들이 뽑은 작품 중에는 재미없는 걸작들이 수두룩하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 의하면,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만든 영화'만큼은 재미있다.

 

< 숨은 요새의 세 악인 > 은 헐리우드 모험 액션 영화의 기준이 되었다. 조지 루카스가 고백했듯이 < 스타워즈 > 는 < 숨은 요새의 세 악인 > 에서 영화적 서사를 노골적으로 차용했다.  스필버그가 만든 < 레이더스 > 시리즈도 알고 보면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에 대한 오마쥬라 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 < 7인의 사무라이 > 는 남성 밀리터리 액션 영화의 바이블 같은 작품이다. 후에 루카스와 스필버그'는 아키라의 영화 제작'을 후원하게 된다. 헐리우드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에게 전하는 " 감사의 뜻 " 이다.

■  평론가들은 구로자와 아키라'보다는 오즈 야스지로'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만 감독의 입장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감독들이 구로자와 아키라'를 경배했다. 브라보,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에게 영광 있으라 !

 

< 천국과 지옥 > 은 패러독스와 윤리적 딜레마'를 다룬다. 구두 회사 중역인 주인공은 아이를 유괴한 범인으로부터 몸값으로 3000만 엔'을 지불하라는 협박 전화를 받는다. 마침 그에게는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마련한 5000만 엔 수표가 있다. 하지만 회사 지분 인수 자금으로 마련된 돈을 몸값'으로 지불할 경우 주인공은 파산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세상 그 어느 부모가 아이가 유괴되었다고 하는데 돈이 아깝다고 망설이고 있을까 ? 이것저것 생각할 틈이 없다. 지구는 독수리 오 형제'가 구하지만 아이는 내가 구한다 ! 공부는 못해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그런데 일이 묘하게 꼬인다.

 

납치된 아이'는 주인공의 아들이 아니라 집에서 일하는 집사의 아이'였던 것이다. 그러니깐.... 실수로 아이'가 바뀐 것이다. 이 기막한 반전을 감독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불쑥 꺼내놓는다. 반전에 대한 그 어떤 암시도 없다. ( 지금 생각하니... 암시'가 있기는 했다. )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란 뜻이다. 부성애'를 다룬, 뻔한 납치 활극'은 갑자기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선과 악에 대한 세계를 다룬다. 주인공 곤도는 ( 소설에서는 " 더글라스 킹 " 이다. )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이 한숨'은 고약하다. 왜냐하면 범인은 계속 몸값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돈을 주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는 것이다. 안도가 이 협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집사의 아들은 결국 곤도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을 위험에 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결과의 원인은 결국 곤도가 가진 부 () 때문이다.

 

자,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 이제 당신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서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납치된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라 집사의 아들이다. 다행이다, 내 알 바 아닌가 ? 윤리적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몸값을 지불하면 지금까지 쌓았던 모든 부와 명예'는 한순간에 추락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인간이란 이타적일까, 이기적일까 ? 영화는 시작부터 돌 직구'를 날리면서 시작한다.

 

아키라 감독은 이 장면을 실내극처럼 꾸몄다. 1시간 동안 실내에서만 진행되는 무대극은 오로지 거실에서만 이루어지는데 거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브레히트의 연극 무대처럼 텅 비어 있는 것이다. 무대 위 오브제는 전화와 커튼이 전부다. 하지만 감독은 이 빈약한 소품으로 기막힌 서스펜스를 창조한다. 커튼'은 주인공이 처한 심리 상황'을 잘 전달한다. 주인공은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커튼 앞에 서 있다. 마음의 문(커튼)을 열 것인가, 아니면 닫을 것인가 ? 자신이 선택할 결정은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 것일까, 옳지 않은 것일까 ? 커튼을 열면 빛은 들어오고 닫으면 실내는 어두워진다. 양심을 위해 커튼을 젖힐 것인가, 아니면 재산을 위해 이웃의 비참을 위하 커튼을 닫을 것인가. 하루에도 열두 번, 생각이 바뀐다 ! 천국(빛)과 지옥(어둠)이 교차한다. 그것은 마치 주인공이 처한 마음 같다.

 

연극 무대처럼 진행되는 전반부는 지루할 틈이 없다. 정교하게 세팅된 카메라 동선과 오랜 팀 워크로 짜여진 배우들의 동선은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교차하며 화면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절제된 탱고와 같다. 카메라 동선이 남성 무희'라면 배우들의 동선은 여성 무희 같다. 남성 무희가 절도 있게 발을 뻗어 앞으로 나아가면 여성 무희는 뒤로 절도 있게 한발짝 물러난다. 그런가 하면 뱀장어들처럼 비비꼬이다가도 어느 순간에 마술사의 매듭처럼 순식간에 풀린다. 이 세련된 움직임은 이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었다. 이 < 실내극 > 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만든 < 로프 > 를 연상케 한다. 늙은 뱀처럼 움직이는 카메라'는 우아하다 :  빠른 것은 경쾌하지만 느린 것은 우아하다.

 

그런가 하면, 후반부는 < 실외극 > 이다. 전반부가 다분히 연극적 상황극'이라면, 후반부는 형사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다큐멘타리적인 성격이 강한 현장극'이다. 감독은 자극적인 기교를 버리고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과정을 무뚝뚝할 정도로 묵직하게 보여준다. 영화와 소설을 모두 보거나 읽은 사람'이 전한 말에 의하면 전반부는 원작에 충실하고 후반부는 일본의 상황'에 맞게 영화적 각색'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용이 약간 바뀌었다 해도 성격은 87분서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미덕에 충실한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묵직하고 담담한 추적'은 87분서 경찰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리얼리티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  한국 영화 < 파괴된 사나이 > 는 < 천국과 지옥 > 에서 나오는 그 유명한 인질 교환 장면을 그대로 베낀다. 결과는 예상대로 흘러간다.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아우라를 얻을 수는 없다. < 파괴된... > 은 그 유명한 장면을 그저 그런 장면'으로 연출한다.

 

< 본 시리즈 > 와 같은 현란한 추적'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밋밋한 추적극이 될 수도 있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기막한 반전이나 화려한 액션'에 익숙한 장르 소설 독자'라면 에드 맥베인의 < 87분서 시리즈 > 는 따분할 수가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양념으로 범벅이 된 비빔 냉면'만 먹다 보면 담백한 모밀 국수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 천국과 지옥 > 은 우아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소설이 궁금해진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구로자와 아끼라'는 평범한 것을 걸작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물론 그는 좋은 원작을 골라내는 매서운 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  소설 제목은 < 왕의 몸값 > 이 아닌 < 킹의 몸값 >으로 출간되었다. 소설 속 구두 회사 중역 이름이 " 더글라스 킹 " 이기에 < 왕의 몸값 > 이라고 하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염려에서 < 킹의 몸값 > 이라고 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중의적 의도'를 생각하면 < 왕의 몸값 > 이 더 근사하지 않나 ? 뭐,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 딴지'를 걸자는 뜻은 아니다. 난 아무래도 < 왕의 몸값 > 이 좀더 하드보일드하며, 비장미'가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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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7-03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 오랜만이어요. 언제 새 글이 포스팅 되나 매일 들어와서 체크했는데... 드디어....
그럼에도, 일본 문학이나 영화에 문외한인지라 연신 아항, 그렇군, 고개만 끄덕이다 나갑니다.
어린애도 아니니, 아싸, 일빠...뭐 이런 유치한 댓글 남기기도 민망하고. ㅍㅍ
그저, 좋은 한주 지내시라 안부만 남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3 13:28   좋아요 0 | URL
오홋 쓰고 나서 오타 없나 확인하려고 했는데 마침 덧글이 달려서 반갑습니다.
언제 시간 나시면 아키라 영화들 놓치지 마시고 꼭 보십셔...
특히 천국과 지옥'은 아주 끝내준답니다. 그 유명한 기차 장면이 나오기도 하죠...
요새 아키라 영화제를 해서 틈틈이 다시 보고 있습니다. 볼 때마다 재미있어요.
7인의 사무리아는 정말 재미있어요.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함...
모니터로 보면 재미없어요. 극장은 묘하게 몰입하게 만들잖아요....
킁킁 !!! 포르테 님도 건강한 한 주 되십셔..

처음에 올린 건 그냥 일단 저는 쓰고 올리고 나서 다시 수정하는 데..
항상 포르테 님은 다듬어지지 않은 글을 읽으셔서... ㅎㅎㅎㅎ 다시 읽어주셔욧 !!!! 마음에 들게 고쳤습니다..

비로그인 2013-07-03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따가 일 끝나고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를 봐 보아야겠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3 02:19   좋아요 0 | URL
넌 일본에 있으니깐 많이 볼 수 있을 거시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도 좋다... 사실 난 아키라 보다 오즈 야스지로가 더 좋지만..
아니다.. 둘 다 좋다.

비로그인 2013-07-03 02:29   좋아요 0 | URL
오즈 야스지로 뭐 먼저 보까? 우선 2편만 추천해줘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3 02:38   좋아요 0 | URL
너 어떻게 볼 수 있냐 ? 하긴 뭐 요즘 바로 구해서 볼 수는 있지.. 흠냐... 뭘 추천할까 ?
오즈 야스지로 하면 만추 아니겠냐... 만추하고 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꽁치의 맛'이란 영화가 있어..
고거 함 봐라... 참고로 이 영화에서 꽁치는 한번도 안 나온다.... 꽁치하면 가을에 먹잖아. 일본에서는 ...
아마 가을에 대한 제목을 짓고 싶어서 그리지은것 겉다...

만화애니비평 2013-07-03 12:56   좋아요 0 | URL
설마 눈미찌??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3 13:22   좋아요 0 | URL
다른 분입니다 !!

비로그인 2013-07-04 13:53   좋아요 0 | URL
곰발 ! 나 지금 오즈 야스지로 <만춘> 보는데
리스닝이 이렇게 힘든 영화는 첨 봐. ㅠ_ㅠ
옹알오알거리는 게 대사 30~40%는 흘리고 가는 느낌.
근데 대단하구나.. 이 영화.
이 옛날에 말이야..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14:33   좋아요 0 | URL
사실 오즈 영화는 카메라가 거의 안 움직여....
아키라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좀 답답하지..
그리고 맨 다다미'인가 ? 앉은 자세에서 거의 20분 이야기하잖아..ㅎㅎㅎㅎㅎㅎㅎ
그런데 뭔가.. 난 이런 영화들이 좋더라고.
카메라가 막 움직이면 짜증나.. 물론 아키라 팬이긴 하지만...
쓸데없이 뮤직비더오처럼 카메라 움직이는 걸 좀 혐오함..

비로그인 2013-07-04 14:38   좋아요 0 | URL
아아 어뜨케~~ 노리코가 넘 이뻐 !! ㅠㅠㅠㅠ
나, 노리코 같은 여자 넘 좋다.. 사랑스러워 !

그러게 말이야, 앵글의 변화가 거의 없다시피인데
조금도 지루하다거나 따분한 인상이 없어.

놀라움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15:03   좋아요 0 | URL
글쥐? 그게 오즈의 마법이다.
오즈 영화는 부끄러움을 담을 줄 아는 영화다.
오즈 영화가 좋으 것은 감독 스스로가 무척 겸손하다는 그 지점을 것이야..

비로그인 2013-07-04 15:14   좋아요 0 | URL
뭐랄까.. 무척 낭만적이야.
ㅎㅎㅎㅎ오즈의 마법인 거야?

나, 일본의 옛날 식 다다미 집.. 별로 싫었었는데..(냄새가 말야)
그 생각이 바꼈어. 다음 이사갈 땐 , 이런 낡은 다다미 단독주택서 살까봐.
감독의 겸손..

그래.. 그 정서가 물씬 느껴진다.
좋은 영화 추천해줘서 고 마 워 잉~!

잉~ ㅋㅋ

참 섬세하게 만들어진 영화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15:38   좋아요 0 | URL
난 오즈 하면 등'이 생각나.
뒷모습을 참 잘 찍는 감독이지.
난 얼굴을 잘 찍는 감독보다는
등을 잘 찍는 감독이 좋아.
오즈는 등을 잘 찍는 감독이야.
아버지는 이젠 시집 가면 그곳 귀신이 되라며 자주 오지 말라고 하지..
왠만한 감독이라면 아버지의 말을 듣는 딸의 얼굴을 보여줘 ( 이것을 용어라 리액션 씬'이라고 하는데... )
효녀거든... 아버지를 말을 들었을 때의 그 슬픔은 관객모두 알고 있지


그런데 오즈는 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그냥 등만 보여줘.

한동안 아주 오랫동안 말이야..
오랜 등'을 보면 오히려 얼굴을 보았을 때의 감흥보다 더 애잔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오즈는 그런 인간이야....

비로그인 2013-07-04 16:24   좋아요 0 | URL
다 봤어 !

네가 말한 감독의 겸손함..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어.
감정도 스킬도 철저하게 의도 하에 상당히 절제된 느낌이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감독의 내공이 느껴진다.
마져마져, 등,으로 사람의 표정을 잘 찍어내는 감독이란 거.
네가 말한 마지막 부녀간의 씬도 그렇지만..
퍼스트 씬부터 등장인물의 등장을 아예 그 인물의 등돌린 모습으로 시작하던데
무척 인상적이었어. 누구지? 저 여자가 주인공이로군.. 하는 포스가 자연히 느껴졌음.
오즈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봐 보아야겠다.

새벽 2013-07-03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이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감독과 작품을 짚어 주셨네요.
이 영화도 역시 원작 소설이 있었군요.. 몰랐습니다.
전 2004년인가.. 무슨 미술관 건물에 있던 시절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봤었습니다.
그때 본 구로자와 아키라 작품들 중에도 발군이었던 기억..
그래선지 연이어 봤던 <붉은 수염>은 조금 빛바랜,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3 11:33   좋아요 0 | URL
아마 정독도서관 아래 있던 미술관 아래'일 겁니다. 전 천국과지옥' 디븨디'로 봐는데 이거 극장에서 보는 것과 그냥 모니터로 보는게 확 달라요. 진짜 영화는 스크린으로 보아야 함...

왜 모니터로 봐도 되는 영화가 있고, 꼭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영화가 있죠.
큐브릭 같은 영화도 스크린으로 봐야 맛이 나고, 린 감독 작품도 절대 스크린으로 봐야 의미를 알 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끼라 영화도 마찬가지. 오즈는 모니터로 봐도 의미가 전달이 되는데.. ( 오즈 영화가 후지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전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아키라 보다는 오즈니깐 말이죠. )

아키라는 정말 스크린으로 봐야 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7-03 12:56   좋아요 0 | URL
새벽님이다!

새벽 2013-07-03 17:3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앗, 만애비님이다!

새벽 2013-07-03 17: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즈는 본 작품이 세 편 뿐이어서.. 만춘, 동경 이야기, 꽁치의 맛,을 봤었죠.
저도 굳이 꼽자면 오즈,를 더 높이 칩니다.
영화 보고 할 얘기는 구로자와 쪽이 더 많지만..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3 17:5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그렇습니다 !!!
저도 오즈를 더 애정하는데, 사실 말을 털 거리'는 오즈'는 딱히 없어요. (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
하지만 아키라'는 할 말이 꽤나 많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3-07-0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서재지수가위로군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3 13:2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요즘은 하도 레어템 하나만 먹어도 30000000 이러기 때문에 10 단위로 올라가는게 좀 답답하기는 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3-07-03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천국과 지옥>이 윤리보다도 계급의 문제로 읽히더라고요. 제목도 High and Low고, 주인공과 범인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해보면... 범인의 집뿐만 아니라 후반부에 부각되는게 창녀촌이나 외국인 클럽같이 하층민들의 공간이고요. 그래서 형사들이 범인을 알아채고도 형기를 늘리려고 작전 벌이는 장면은 정말 뻔뻔하게 느껴졌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3 14:39   좋아요 0 | URL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주인공 집은 꼳데기에 있고 범인은 낮은 동네 ( 로우)에 있고....
계급 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죠. 아마도 그것 때문에 영화 내내 낮은 동네'를 표현하면서 나오는
한국 술집들이.... 그 당시만 해도 대표적 하층민은 제일한국인이었죠...
누구의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전 순수하게 주인공의 갈등이 재미있더군요.
아무래도 아키라'가 도스토에프스키적 세계관에 심취한 모양입니다. 이 영화는 도스토의 취향이 강하게 드러나잖아요.

재는재로 2013-07-03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요짐보하고 7인의 사무라이 두편정도 받는데 고전이지만 진짜 지금봐도 현대의 블록버스터에서는 볼수 없는 매력이 있더라구요 님의 리뷰를 보니 영화가 보고 싶네요 87분서 시리즈 살의의 쐐기,아이스 두편 읽었는데 역시 고전이 왜 고전인지 알겠더라구요 현대의 마초적인 모습이나 영웅은 없지만 그 당시 특유의 경찰들의 활약 과학 기법이 등잘하기 전에는 경찰들의 육감과 수사만이 범인을 잡는 희망이 었죠 킹의 몸값도 오늘 주문했어요 받아서 읽어볼려구요 좋은 책은 시간이 흐른뒤 읽어도 좋은것 같아요 시대는 바뀌어도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3 20:54   좋아요 0 | URL
7인은 정말 재미있죠. 인질 구출하는 식의 영화는 모두 7인에서 따왔잖아요. 황야의 7인도 그렇고 지옥의 7인 그밖에 인질 구출 영화는 모두 사무라이.... 현대극 중에는 제가 이키루와 함께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천국과 지옥 말이지요. 솔직히 재미없는 걸작도 많아요. 그런데 적어도 아키라 작품만은 오락 영화로써 충분히 그 몫을 합니다. 솔까말 요즘 영화보다 재미있습니다.

다크아이즈 2013-07-0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국과 지옥 빌려다 볼게요. 디브이디로 도서관에서 가서요.
일단 뭔 말인지 쏙쏙 알아 듣게, 고급스런 글을 쓰는 님을 위해 공감 먼저 눌러 놓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14:31   좋아요 0 | URL
프릭스'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도 좋아하실 겁니다. 100% 보장함....
전 콘웰 같은 스릴러'보다는 현장감 있는 이런 추리가 좋더라고요..... 정말 끝내주는영화입니다.
아키라 현대극 중 가장 좋아하는 게 천국과지욱 그리고 이키루...

포스트잇 2013-07-0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영화 한편 알게 됐네요, 구로사와 영화중 못본건데 왜 놓쳤는지 몰겄네요. 감사!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14:31   좋아요 0 | URL
놓치셨다니 안타깝군요. 좋습니다. 이 영화는 꼭 보시기 바랍니다.

히히 2013-07-0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화이야기가 나와서요.
싫은 장면은 범인 한 명 잡는다고 시장통을 난리통으로 만드는 거, 주인공 살린다고 수십명 개목숨 만드는 거,
세기의 로맨스 만든다고 주위의 감정은 스토커로 만드는거.... 정말 영화스럽다는 생각입니다.
손수레가 뒤집어져 과일들이 떼굴거릴 때는 정말 화가 치밉니다.
범인은 놓치고 과일장수가 새겨집니다.
정말 감독은 이런것들이 아무렇치 않을까요? 박진감을 위해서라면.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5 14: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니깐 주인공 중심주의'가 싫다는 거죠 ?
전 이런 주인공 중심주의'가 영화에서는 그냥 용서가 되는데
드라마에서는 용서가 안 됩니다. 왜 주인공 하나 있고 나머지는 모두 주인공을 위한 들러리잖ㅇ요.
전 이게 꼴도 보기 싫더라고요. 제가 < 직장의 신 > 을 재미있게 본 것은
미스김이란 주인공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그게 좋더군요... 주인공 때문에 소외되는 엑스트라는 없다는 겁니다.

용서해주십셔... 감독들도 요즘 배를 골아요.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착한 소비'에 대한 착각.

 

 

데리아'가 2,900원짜리 햄버거 세트'를 내놓으면서 내세운 전략이 < 착한 점심 > 이다. < 통 큰 ~ > 시리즈를 변형'시킨 형태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를 고려한 롯데리아의 나눔 캠페인'이다. "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 사정 민망 합정(하지요) ? 롯데리아가 당신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 착한 점심 > 시리즈로 통 크게 쏩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기업. 롯.데.리.아 ! " 별 생각없이 보면 흐뭇한 광경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굉장히 뻔뻔한 광고'다.

 

왜냐하면 착한 점심'이라는 캠페인이 적용되려면 밑지고 팔아야 한다. 얼마 전 방송에 나온 원가 3000원짜리 밥을 1000원에 파는 식당'처럼 말이다. 주인은 가난한 사람들이 자존심을 지켜가면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허기가 빨리 진다고 재료에 신경을 쓰다 보니 팔면 팔수록 밑진다. 이윤 추구가 아닌 봉사'다. 이런 식당이 착한 가게이고, 착한 점심'이다. 10원이라도 이윤을 남긴다면 그것은 착한 장사'라고 할 수는 없다. 박리다매'는 이윤추구'를 위한 치열한 전략일 뿐이지, 착한 행위'가 아니다. 그런데 롯데리아'는 스스로 착하다고 하면서 쇼,쇼,쇼'를 하고 있다. 난리 부르스'도 아니다. 어, 정도면 뻔뻔함을 너머 뻔, 뻔뻔뻔데기'다.

 

조지 리처'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판 맥도날드'인 < 롯데리아 > 는 교묘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이용한다. 당신은 햄버거를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직접 서빙을 하며, 먹고 나면 쓰레기'를 분리 수거 한 후 테이블을 정리하고 떠난다. 만약에 테이블 정리'를 하지도 않고 떠나면 다음날 유투브에 < 롯데리아 진상녀 > 라는 제목의 고발'을 각오해야 한다. 더불어 수천 개의 악플과 함께 말이다. 싸가지, 교양, 된장녀, 에티켓 기타 등등. 그 다음에는 꼭 한 마디 한다. 너희들도 군대 가라잉 !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정말 싸가지 없는 행동'일까 ? 다른 식으로 접근하면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시스템'은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손님인 당신은 식당 종업원'이 해야 될 식당 일'을 대신 하는 것이다. 일반 식당이었으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스스로 서빙을 하고,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한 모범 답안'을 롯데리아(맥도날드)에서 준비하지 않을 턱이 없다. 값 싼 햄버거 가격에는 이미 종업원 봉사료'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님이 일한 만큼 그 가격을 빼서 가격 거품을 제거했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메뉴얼'인데 그 변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셀프 서비스 시스템'으로 인한 가격 절감'보다는 차라리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는, 막, 마마막대한 광고비'를 줄여서  햄버거 가격을 낮추는 것이 더 효율적인 판단이 아닐까 ? 2000원짜리 콜라는 원가가 100원도 되지 않는다. 그들은 박리다메로 이윤을 남길 뿐만 아니라 손님인 당신에게 종업원이 해야 될 일을 시키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착한 점심이 아니다. 착한 손님'을 만드는 기업일 뿐이다. 말이 좋아서 < 착한 손님 > 이지 건들건들거리는 건달들의 입말을 빌리면 호구 새끼요, 보라색 가지'의 속말을 빌리면 가지가지하는 짓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박리다매'는 경영 전략일 뿐이지 착한 장사'가 아니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소비'는 착하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착한 소비도 없고, 나쁜 소비'도 없다는 말이다. 이건희가 10억짜리 양복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그것을 두고 나쁜  소비'라고 할 수 있을까 ? 그렇지 않다. 그것은 자기 수준에 맞는 소비 행위'를 한 것뿐이다. 오히려 이건희에게 10만 원짜리 양복을 입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나쁜 태도'다. 이명박 손녀에게 유니클로 29,900원짜리 패딩 점퍼를 입혀야 속이 시원하다면 당신이야말로 가학적 취향이 아닐까 ?

 

내가 아는 사람'은 일반 커피보다 몇 배나 비싼 공정 무역 커피'를 구입하면서 동시에 < 이마트 > 에서 장을 본다. 이마트'가 동네 구멍가게'를 죽이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 착한 소비와 나쁜 소비를 굳이 구별해야 한다면 ) 묻고 싶다. 공정무역 커피를 사는 행위가 더 윤리적 소비 행위에 가까울까,

 

아니면 노인의 어깨'처럼 먼지가 내려앉은 구멍가게에서 대형마트보다 100원 더 비싼 맥주를 사서 마시는 것이 더 윤리적 소비에 가까울까 ? 나는 후자'가 더 현실적인 착한 소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기업형 대형마트'가 동네 골목에 난입해서 상권을 파괴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면서 대형마트에서 공정거래 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사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구멍가게에 가서 할인마트'보다 100원 더 비싼 맥주를 사서 마셔라. 공정무역 시스템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착한 소비의 시작은 < 골목 상권 살리기 > 부터 몸소 실천하고 나서 그 다음에 공정무역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  < 착하다 > 와 < 척하다 > 를 혼동하지 말자. 교양 있는 척하는 속물은 되지 말자.

 

착한 소비는 없다. 다만 착한 소비자'(호구)는 있다.

 

 

 

 

+

실제 경험담이다 : 공정무역 상품 예찬론자'가 있었다. 자신은 되도록이면 상생을 위해서 비싸지만 공정무역 상품'을 구입한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장'은 어디서 보냐고 했더니 이마트에서 본단다. 물론 그에 따른 변명은 재래시장'은 멀고 주차시설에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아마도 반론을 제기할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던 듯하다. 다시 물었다. 굳이 이마트 갈 필요 있나요 ?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시면 되잖아요 ?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 비싸요 ! 우리동네 구멍가게 주인 내외는 불친절하고 비싸요. 마트에서는 병맥주 1700원인데, 아니 글쎄... 그 가게는 2000원이지 뭡니까 ? 이 정도면 바가지 아닌가요 ? 호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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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6-30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전에 잠깐 한국에 들어갔을 때
그 사이에 동네에 이마트나 까르프 등의 대형 마트가
500~1000m거리 안에 4~5군데나 생겨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
그런데 평일 어딜 가도 사람들이 무척 많고 붐비더란 거. 믿기지 않은 풍경이었음.
그리고 마트가 저렴하단 생각은 전혀 안들더라.
양파 하나 필요해서 들렀다가도 막 7~8개 묶음으로 사야하고..
하나하나 품목들 따져보면 현재 일본보다 한국이 물가가 무진장 비싸다.
울 엄마 한국있다 여기와 살림하면서 맨날 그 얘기. 지금 한국 물가는 미쳤다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30 22:12   좋아요 0 | URL
시장 바로 옆에도 생겼더라... 거리제한제'가 있는 미국만 해도 골목 상권 보호하기 위한 거리제한제'가 있는데 한국은 뭐... 그냥 죽으라는 거지... 대기업 이익 집단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로 자꾸 넘어가기 때문에 그래. 결국은 잘못된 선거의 결과들이 아니겠어. 지역주의에 빠져서 무조건 당 보고 찍으려는 태도가 고쳐져야 하지...

비로그인 2013-06-3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나 아까
오랜만에 고기 무지 많이 먹었다.(자랑)

곰곰생각하는발 2013-06-30 22:13   좋아요 0 | URL
요즘 고기 못 먹어서 죽는 사람 있냐. 어디 와서 자랑질이야 !! 벌컥..

iforte 2013-06-3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 워... 누가 보면 진짜로 고기 못먹어서 샘내시는 줄 알겠어요. 진정. 진정... ㅋ

역시 오늘도 곰곰 생각해보게 하는 곰발님 글이네요. 평소에 별 생각없이 소비하면서 사는데.. 흠.. 이왕이면 수익의 몇%는 사회사업에.. 뭐, 이런 곳에서 돈쓰면서 쬐끔 뿌듯함 느끼는 정도? 급반성하고 있는중요. 생각 좀 하면서 살아야겠네요.
그러고보니 제가 사는 동네에는 구멍가게 개념 자체가 없네요, 아예. 다 큰 마켓체인들만 서로 경쟁하고요. 다만, 여기가 시골이다 보니 organic농산품을 파는 소규모의 채소가게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Whole Foods Market 같은 대형체인이 없길래 망정이지, 이거 들어오면 아마도 작은 가게들은 또 싹 없어질듯요. 이런추세가 계속된다면 Demolition man 영화에서 보듯, 미래에 모든 가게나 음식점은 다 사라지고 딸랑 타코벨 체인만 남아도 이상하지 않을듯요. ㅍ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30 23:14   좋아요 0 | URL
공정 무역 취지'는 이해는 가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공정무역 상품은 하나의 블루오션'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결국 이윤 추구를 위한 아이디어'인 셈이죠. 그런데 ( 모 방송에서 모 블로거가 하신 말씀입니다만.. ) 공정상품은 교묘하게 돈이 없어서 싸구려 상품을 사는 사람에게 죄책감이 들게 만든다는 거죠. 돈 많은 사람이야 일반 초콜릿보다 3배 비싼 초콜릿 먹으며 양심을 전시하겠지만 돈이 없는 88세대들은 절대 비싸서 못 먹거든요. 공정거래에 의한 추가 비용은 모두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거 아닙니까. 공정무역상품이 아니더라도 이미 협동조합이 있잖습니까. 너무 거창하다는 거죠...

마립간 2013-07-01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532494
31번 문항

2004년 보수/진보 논쟁과 관련되어 제가 게제한 글인데, 자신있게 저는 진보입니다라고 이야기한 분이 없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1:19   좋아요 0 | URL
저는 덧글창에 링크 건 것이 안 걸립니다.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도 오류가 나더라고요....

마립간 2013-07-01 11:26   좋아요 0 | URL
제가 덧글에 링크 거는 법을 몰라서요. ^^; 주소를 복사에서 인터넷 주소장 붙여 넣기를 하셔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3:13   좋아요 0 | URL
대체적으로 한국 사회는 대부분 보수화되었습니다. 입진보'도 진보라 한다면 할 말은 없으나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우향으로 간 것은 확실합니다. 이제는 좀 진영 논리가 말하는 목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영역 가로지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오. 방금 보고 왔습니다. 532494 일련번호 보고 찾았습니다.
마립간 님이 반론을 제기하실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엔 한국형 보수를 지독한 이기주의'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고, 한국형 진보는 캐비어 좌파아거니 입진보(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지 실천은 하지 않는 ) 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걸 살살 피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간단하게 두 진영의 문제점을 제시하다보니 비약이 심했습니다.

마립간 2013-07-01 16:47   좋아요 0 | URL
(제가 읽은 책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의) 보수와 진보는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수구를 제외한 모든 진영을 좌파로 몰아세워 용어의 정의와 느낌에 본래의 것과 거리가 있죠. 보수는 진보에 비해 본질적으로 약간의 이기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히히 2013-07-0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정무역이고 뭐고 몰것고
스무 살 즈음에 동네 구멍가게 비싸서 마트에서 사야지 했더니
둘째 오빠 왈
"너는 막내라 정내미가 없고 너무 계산적이야."
인정머리 없다는 오빠의 주장이 터무니 없더니만
장에 쭈그리고 앉아 푸성귀를 펼쳐놓은 반백을 훌쩍 넘긴 어르신을 보면
그때 오빠의 참견이 제 양심의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3:23   좋아요 0 | URL
저도 입만 살아 있는 놈이지만, 정말 필요한데 구멍가게에는 없는 거.. 를 빼고는 절대 대형마트는 가지 않습니다. ( 속초에 살 때는 걸어서 3분 거리에 이마트가있었지만 걸어서 10분 걸리는 구멍가게 할머니가 하시는... 곳에서 물건을 샀습니다. ) 맥주는 대형마트보다 300원 비쌉니다. 소주도 200원 더 비싸죠. 유통기간 의심스럽습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구멍)가게 는 곧 가계'와 연관이 된다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가게 =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란 거죠. 가게'가 없어진다는 것은 곧 그 가계가 무너진다는 겁니다. 한국처럼 복지 시스템이 열악한 곳은 결국 개인이 해결해야 도요. 이마트가 상권을 장악하면 가게는 문을 닫습니다. 그 이후의 비참은 뻔하죠. 제가 가는 할머니 가게는 비싸요. 폭리일까요 ? 그렇지는 않죠.
박리다매로 싸게 구입한다면, 구멍가게는 최소한의 이윤을 맞추기 위한.. 거죠... 게임이 안되는 겁니다. 둘이...

전 비싸도 구멍가게 이용합니다. 불친절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소비자는 왕입니까.
저의 태도는 착한 소비일까요 ? 그렇지는 않죠. 다만 제 스스로가 내린 판단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웃의 비참은 더럽다, 불친절하다, 못 믿겠다'라는 식으로 외면하면서 거창한 세계의 비참에 대해서는 눈물 뚝뚝 흘리며 공정무역 커피나 초콜릿을 산다는 거죠. 공정무역 시스템이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이마트 이용자가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 소비'까지도 진영논리로 내새워서 강요하는 것에 대한 비판입니다. 태도의 모순을 지적하는 겁니다.
입진보가 가지고 있는 그 신물나는 허세가 싫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3:35   좋아요 0 | URL
착한 소비 개념으로 구멍가게'를 이용하는 사람이 공정무역 상품을 사고 그것을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마트 예찬자들이 공정무역 상품을 사면서 그것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공정무역의 취지가 불공정한 것에 대한 질타인데 그것은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싸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모순 아닙니까. 월마트가 탄생한 미국마저도 대형마트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거리제한제가 있습니다. 허허발판에 우뚝 솟은 월마트를 발견할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우리동네만 해도 시장 바로 옆에 ( 10미터 앞에 ) 있습니다. 불공정한 형태죠. 그런데 공정 커피는 마시며 불공정 상거래를 비판하면서 대형마트 골든 맴버쉽 회원이다 ?! 웃습니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 시장 콩나물 신화 > 인데 콩나물 주인이 안 된다고 누누이 말해도 그냥 한줌 냅다 자기 덤으로 넣고서는 내빼는 것을 마치 알뜰한 주부로 칭송하는데 그건 절취죠... 절취입니다. 콩나물 팔아서 얼마 남습니까 ? 시장분들에게 물어보십시요. 콩나물은 거의 대부분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부야 구획선이 정해져 있으니 얼마늬 이윤이 남지만 콩나물은 사람들이 하도 덤을 요구해서 주다보면 거의 밑지고 판다는 겁니다. 덤'이 좋은 게 아니에요.
가난한 시장 상인에게는 비싸다며 덤을 요구하지만 막상 더럽게 비싼 백화점에 가서 콩나물 비싸다고 덤을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히히 2013-07-01 14: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전에 어머님 일화로 위의 내용을 언급한 곰...발님의 글을 읽고
나름 각성하였습니다.
'좀 더 주세요' 가 입에 붙어 떼어내기가 참 힘드네요.
계산을 끝내고 몇 발자국 지나서야 아차! 했구나 한 적이
아직도 부지기수입니다.

저는 남자들 술정치가 싫습니다.
술만 들어가면 정치이야기가 개되는데...
차라리 군대에서 축구 찬 이야기가 참을 만 하지 않을라나.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7:42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은 정치 얘기 빠지면 할 얘기가 없잖아요.
워낙 드라마틱해서..
국정원 이런 사건은 사실 다른 나라 같으면
10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인데 우리나라는 1년에 함번 씩 터지잖아요
다이나믹 코리아입니다..

히히 2013-07-0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담입니다.
한참 시골인 아버지 산소에 나들이 삼아 갔습니다.
전방(구멍가게)에 들어가 소주를 사는데
일반은 천원, 냉장고에 들어있느건 천오백원이랍니다.
그 할머니 계산방식 너무 귀엽지 않나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게 파는지 궁금합니다.
다음에 들러서 확인하고 알켜줄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7:41   좋아요 0 | URL
냉장고 가격이군요. 피식... 근데 1500원은 비싸네요....
근데 사는 사람이 워낙 없으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사라지지 않았을가 싶네요. 저희 동네도 2군데 문을 닫았어요.

재는재로 2013-07-0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정무역하는데 과연 실제 돌아가는 금액은 얼마나 되나요 결국 말장난 아닌가요 유니세프에 기부하는 돈 역시 실제로 그들에게 돌아가는 건지 착한가격이라 광고하는것 보다 노숙인들게 사랑의 햄버거 나눔행사같은걸 하는게 더 공익을 위한것인데
노숙인들이 오면 더러워지니까 그런행사도 안하는 것일수도 있고 참 이기적인 운영아닌가요 콜라 리플하는게 자랑이라고 광고나 하고 알바 최저시급주며 부려먹으면서 그것도 당연하다는 듯 감자튀김도 식물성 쓰다는데 과연 트랜스 지방 이 없응수 있을지 대형할인마트 결구 할인 한다고 하지만 결국 재고를 싼값에 팔아서 재고 수량 줄이고 물류비 줄이려는 수단아닌가
마트 상품이라하지만 결국 하청업체에서 물건받아 파는것에 지나지 않고 자신들이 생산하느것은 없잖아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7:39   좋아요 0 | URL
맥도날드 시스템은 정점은 종업원이 해야 될 일을 소비자들이 해서 종업원들 월급으로 들어간 비용을 햄버거 가격을 다운시킨다는 주장입니다. 종업원 적게 써서 그 이윤을 햄버거 가격에 ( 싼 가격으로 공급 ) 공급하는 것 보다 차라리 날마다 광고 때리는 비용을 줄여서 햄버거 가격을 다운시키면 될 일 아닐까요 ? 새빨간 거짓말이죠.
 
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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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을 주고 생선'을 얻다.

 

 

클림트'에 빠져든 적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첫사랑 때문에 그녀가 좋아하던 화가의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나는 클림트'보다는 에곤 쉴레'를 더 좋아했다. 클림트는 꽃 ( 봄 ) 이었고, 쉴레는 잎 ( 가을 ) 이었다.  꽃 진 자리'보다 잎 진 자리'를 좋아한 탓이다. 나는 에곤 쉴레의 그림을 볼 때마다 아, 바닥을 보게 된다.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 문태준, [ 바닥 ] ) 내가 김훈이 쓴 < 칼의 노래 > 를 읽었을 때 느꼈던 첫인상은 에곤쉴레'가 그린 그림 이미지'였다. 바짝 마른 문체. 최대한 수식을 배제한 단정한 단문은 에곤 쉴레가 그린 그림 속 벌거벗은 오브제를 닮았다.

 

하지만 놀랄 만한 데뷔'는 종종 오랜 슬럼프'를 겪기 마련이다. < 현의 노래 > 에서부터 시작된 기시감은 내내 김훈이 쓴 소설'에 달라붙었다. 거문고'는 칼'이라는 단어'와 겹쳤고, 우륵은 이순신과 겹쳤다. 동어반복이 주는 피로감은 김훈에 대한 호기심을 상쇄시켰다. 그 후 몇 년이 흘렀다. 그의 소설은 지겼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꼬박꼬박 읽었다. 여전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여전히 지겨웠다. 다시 < 흑산 > 을 읽었다. 곰곰 생각했다. 그리고는 < 흑산 > 을,    다시 읽었다.

 

김훈은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진보가 인간과 미래'에 대해 희망을 거는 진영이라고 한다면 김훈은 철저한 보수'다. 그가 보기엔 역사는 진화'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김훈의 반대말은 사르트르'다. 농담을 섞어 말하자면 김훈은 레비스트로스-주의자'에 가깝다. 김훈은 역사적인 진보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대해 늘 회의적이었다. 역사는 대책없이, 혹은 주책없이 반복된다.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 ( 레비스트로스, 슬픈열대 ) 그는 조선시대 민초의 비참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은 현대인에 대한 비참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소설 < 흑산 > 은 < 자산어보 > 를 쓴 정약전이 머문 유배지'이다. 김훈은  < 칼의 노래 > 첫 문장에서 "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 라고 썼지만,  유배된 섬 흑산은 그나마 꽃조차도 피지 않는 캄캄한 섬'이었다. 명민한 학자였던 정약전은 바로 이곳에서 59세의 나이로 쓸쓸하게 죽어간다. 인간에 대한 희망은 버린 채 비린내나는 물고기를 관찰하다가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는 왜 인간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어류 생태에 대한 글을 썼을까 ? 그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환멸이 아니었을까 ?

 

어부의 자식들은 정약전에게서 글을 배웠다. 배움이 얕은 어부의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천자문과 < 소학 > 이 전부였다. 정약전은 아이들에게 글( 語,文,學)을 가르쳤고, 어부는 자기 자식에게 글을 가르쳐준 대가로 생선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말(語)과 물고기(魚)는 서로 등가교환이 성립된다. 결국 말'이란 밥(벌이)보다 가치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말은 밥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배움은 그것으로 족하다.  [ 소학 ]의 가르침은 물 뿌려서 마당 쓸고 부르면 응답하는 것이다. 이치와 도리, 그리고 배움은 이처럼 간단한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탐하는 자는 말을 배워刀로 쓰거나 말에서 力을 얻으려고 한다. 물 뿌리고, 마당 쓸고, 부르면 방긋 웃으며 답하는 것으로 족한 것을 말이다.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하루종일 비린내나는 물고기와 놀았다. 흑산은 봄이 오면 꽃 피지 않았으나 가을에는 공중에도 소리가 있어 잎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문태준 시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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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6-28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곤쉴레의 작품들을 보면 묘하게 끌려요. 퇴폐적인 소재인데 가만 들여다보면 이상하게 슬퍼져요. 자꾸 슬퍼져요. 그래도 황금빛 찬란한 에로틱한 클림트의 그림보다, 걘적으로는 쉴레의 그림들이 더 맘에 와닿는듯요.
김훈의 소설은 읽지를 못해서 어떤지 모르겠어요. (원래 소설과 담쌓아놓아서.. ㅡ.,ㅡ;;) 에세이에 어울리는 문체가 소설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듯하다는 평을 어디선가 본적은 있는데.. 다른 책에서 재인용된 문장들을 보면 참 좋더라고요. 꾸밈과 장식이 없는 정교한 묘사가 눈에 딱 꽂히더라고요. 그래서 며칠전에 김훈의 산문집을 몇권 주문해놓았죠. (헤...실은 딸랑 2권이요) 마침 곰발님, 딱 타이밍을 맞춰주시네요. 흠..역시.. 뭔가 통해요... 흑산,도 함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아, 그리고 걘적으로 물고기랑 교환할 정도의 말이면 배울만하다 생각해요. 말을 배워 칼로 쓰는 사람도 천지에 넘쳐나는데요.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8 15:20   좋아요 0 | URL
오! 말을 배워 칼로 쓰는 사람이라... 이 문장 정말 좋군요. 이 비슷한 문장이 생각이 안나서 쓸데없는 소리만 해쓴데 이게 제가 좀 윗글에 써먹어도 되겠습니까 ? 제가 하고 싶은 말의 모든 것입니다. 사실 김훈이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포르테 님이 말씀 하신 저거예요...

제가 허락없이 썼습니다.

iforte 2013-06-28 20:53   좋아요 0 | URL
As usual, 곰발님은 글재주 없는 절 대신해 제 생각을 제대로 표현해주실 분입니다. 언제든지 풍풍 소재는 대어드릴께요 (그럴 능력이 되면). 주저마시고 퍼다 쓰세요. 단, 나중에 유명한 작가되시면 저 모른척하기 있기 없기?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9 05:38   좋아요 0 | URL
아마.. 김훈은 흑산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그걸 거예요.
소학은 어린이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에요. 우리 식으로 말하면 바른생활 과목이죠.
약전은 말을 주었는데 칼로 받는 세계에 대한 혐오가 있었을 겁니다. 권력다툼을 보면서
배교와 순교를 지켜보면서 말이죠. 말은 많이 배운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그거 최불암이 예솔아 ! 라고 부르면 예, 하고 대답하는 것이 배움의 전부라고....
김훈의 칼의노래 함 읽어보십시요. 정말 무시무시한 걸작입니다....

비로그인 2013-06-28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지막에 존감동!! "인간답게 살기 위한 배움"
요즘 한국 보면 인간답게 살기 위한 배움,이 무의미할 정도로 양도 많고 치열한 것 같아.
우리는 단지 인간답게 살기를 원할 뿐인데, 그 배움의 허들을 자꾸자꾸 높이는 이들은
대체 어떤 시발개새끼들인지..

근데 너 잠은 좀 잤어? 아..난 요즘 기면증인지 갑자기 잠에 빠짐.
계속 잠에 빠져 눈을 안뜨면 상관이 없는데 결국엔 늘 우울한 타이밍에
눈을 뜬다는 거.. 이게 참 불만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8 14:57   좋아요 0 | URL
나도 기면증인가봐... 엄청 자.... 그런데 몰아서 자...
3일 한잠도 안자다가 , 4일까지 안 자다가 하로 24시간 잠을 자기도 한다.
약 때문인가... 상담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
잠은 행복이다. 난 이거 절실히 느껴 사람들 10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나는 사람 보면 존경스러울 정도다...

비로그인 2013-06-28 17:34   좋아요 0 | URL
동감. 우리가 하루에 단 두시간 만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눈 붙일수 있었다면 지금쯤 우린
보다 사람같은 삶 살았을텐데 말임.

근데 너, 3~4일 못자다 하루 꼬박 자는거..
그건 좀 심하다. 상담 다녀오라.

암튼.. 나 잔다~ 이따 보자~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9 05:39   좋아요 0 | URL
난 이상하게 술만 먹으면 졸리더라고..
술이 수면제 역할을 하나봐...
어젠 잘 잤어 ! 소맥 섞어서 한 병 때렸더니....
그런데 불쾌해... 술 먹고 자면 머리가 아파서 불쾌하지....

마립간 2013-06-28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스로 보수주의자라 칭합니다. (10년전 온 나라가 진보를 들먹을 때조차) 좋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고 성향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저의 성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군요. ; 역사는 진화하지 않는다. 역사적인 진보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대해 늘 회의적이었다. 역사는 대책없이, 혹은 주책없이 반복된다.
저는 수학을 좋아합니다.

봄보다 가을이 제게 더 어울립니다, 역시 제가 선택한 것은 아니고. 브람스를 좋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8 14:59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봄보다 가을을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왠지 색깔이 그래요. 하하하하하... 낙엽색 같다고나 할까요...
옛날에 레비스트로스랑 사르트르랑 존나게 싸운 적 있죠.
역사는 진화한다가 사르ㅡ르 주장이고 레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하다.
원시는 미개 사회가 아니다.. 이런 주장...
전 요즘 각하 정권 보면서 레비를 지지하기로 했씁니다. 가망이 별로 없어 보여요...

히히 2013-06-2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이 언급하였듯이
모임의 언니가 김훈님의 글은 너무 비슷하여 칼의노래를 읽는 건지,현의노래를 남한산성을 읽는건지 모르겠다하였습니다.
수많은 작가를 찾아 읽는 것은 한 작가의 문체가 수많지 않기 때문이지 않느냐고,
언니가 하루키를 고집하는 것은
그가 때로는 김훈같고 혹은 성석제같고 또는 박완서 같이서 읽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습니다.

한겨울에 남한산성을 읽고 바로 흑산을 들었는데
전자는 재읽기를 한 탓도 있었겠지만
엄동설한의 냉기를 직접느끼며 집어들었으므로 산성에 갇히고 싶더라구요.
반면 흑산은 ㅜㅜ
차라리 여름에 읽을걸...

'정약전은 약용의 배교에 힘입어서 함께 풀려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몰랐던 사실을 아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8 15:03   좋아요 0 | URL
약용은 철저하게 배교를 했죠. 굳이 안 밝힐 것도 다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배교를 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고문이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잖아요.
그리고 조선시대 명문가에서 가문이란 사실 목숨보다 중요한 가치였잖아요.
그래서 전 약용이 배교를 했다는 것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경계를 하는 편입닏.
다만.. 내가 약욕에 대해서 아쉬웠던 점은...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거죠. 치욕을 잊고자 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한번 쯤은 일기나 뭐 그런 것에 배교에 대한 반성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 이 소설이

히히 2013-06-29 01:0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송기숙의 [녹두장군 8권]에 나온 내용입니다.
'그 사람(정약용)은 가렴주구와 늑탈에 시달리는 백성 사정을 누구보다 괴로워하며
주자학의 공리공론을 비판하고 경세치용을 부르짖은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이 관북지방에서 홍경래가 봉기하자
유배지에서 홍경래를 토벌하라는 격문을 써보냇다고 하더구만.
그 사람이 주자학을 비판했지만 그 사람의 근본 바탕은 그대로 주자학이라
백성 아우성보다는 주자 말씀이 더 크게 들렸던 걸세.'
양반의 내림은 어쩔 수 없었나보옵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을 너무 신나게 읽고난 뒤라
[흑산][녹두장군]의 내용은 의외였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9 05:31   좋아요 0 | URL
정약전이 죽었죠. 약용 입장에서는 이러다가는 정말 가문 자체가 없어지겠다 생각했을 터...
양용이 항상 한 말이 가문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소리였다고 해요....
가문'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위력을 가진 것이었죠.
그래서 배교를 했던 것 같아요.
풀려나고 나서는 죽을 때까지 배교에 대한 말은 없었다고 합디다.
전 그것이 좀 서운한 거죠. 회고라는 방식이 있잖아요.
약용의 입 때문에 죽은 사람은 굉장히 많았습닏.
약용은 굳이 입을 털지 않아도 될 것까지세세하게 말했다고...
그건 일종의 자기 고백이 얼머나 신빙성이 있나를 증명하기 위한...
하여튼 그렇습니다요....

전 약용보다는 약전이 좋습니다.

iforte 2013-06-2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의 윗 댓글과 관련해, 모택동이 왜 사마천의 사기 같은 고전을 열독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거기에 온갖 인상 군상과 나올수 있는 상황들과, 인간들의 선택과 그 결과를 다 보여주기 때문에... 말하자면 인생의 쪽집게 모범답안같은 거? 그러면, 사기가 씌인 시점과 모씨 아저씨가 살던 시대와 상당한 차이가 나는데 왜 역사고전이 모범답안이 될까요? 전 거기에대해 한동안 의문을 품고 고민하다가 답을 찾았죠, 나름. 그것은, 시간이 흘러도 인간 본질이 변하지 않기때문이란거요. 고귀한 인간, 밉살맞은 인간, 사랑받을만한 인간, 인류를 위해 빨리 죽는게 선행인 인간 등.. 인간본성의 프로토타입에는 변화가 없다는거죠. 따라서 동일한 선택이 주어지면 역시 비슷한 선택을 인간은 할수밖에 없고, 그래서 역사는 돌구돈다는.... 머 이런 생각입니다. 참고로, 전 역사과나 문학, 고문헌학 전공, 아닙니다. 이건 순전히, 제 개똥철학이라고......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29 05:35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세요.... 전 사르트르를 선동가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기 때무에 역사는 진화한다, 라는 말은 개뻥이라고 생각해요. 사르트르의 말이 사실이라면 미개사회는 전화가 덜 되었다는 것인데 그것은 이미 레비스트로스가 슬픈열대와 야생의 사고'에서 이미 미개사회가 얼마나 과학적이었나를 증명하면서 깨졌죠.
인간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생태계를 위해서는 인간이 사라져야 해요.
인류에 방점을 찍지 말고 지구 생태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인간 때문에 사라진 종이 어마어마하죠.
저도 뭐 순전히 개똥철학입니ㅏ..ㅎㅎㅎㅎ

비로그인 2013-07-01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산어보>를 <현산어보>라고도 부르더라고요. 도서관에서 읽어볼라고 서가를 뒤지는데 그 책은 없고 <우해이어보>라는 책이 있더군요. <자산어보>와 함께 국어연구서적으로 꼽힌다던데 재밌었어요. "<개불 = 海陰莖 해음경>을 갈아 젖과 섞어 먹으면 <음위 陰痿>에 좋다"라는 얘기까지 있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1 11: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에. 자'를 현'으로 불러야 한다는 소리'를 하더군요.
우해이어보는 자산어보와 함께 2대 생태서적입니다. 무척 중요한 책이죠.
옛날에는 간이 나쁘면 간을 먹으면 좋아진다는 말을 믿고는 했죠.
그래서 성기를 닮은 개불을 먹으면 그것에 좋다.. 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