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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착한 소비'에 대한 착각.
롯데리아'가 2,900원짜리 햄버거 세트'를 내놓으면서 내세운 전략이 < 착한 점심 > 이다. < 통 큰 ~ > 시리즈를 변형'시킨 형태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를 고려한 롯데리아의 나눔 캠페인'이다. "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 사정 민망 합정(하지요) ? 롯데리아가 당신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 착한 점심 > 시리즈로 통 크게 쏩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기업. 롯.데.리.아 ! " 별 생각없이 보면 흐뭇한 광경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굉장히 뻔뻔한 광고'다.
왜냐하면 착한 점심'이라는 캠페인이 적용되려면 밑지고 팔아야 한다. 얼마 전 방송에 나온 원가 3000원짜리 밥을 1000원에 파는 식당'처럼 말이다. 주인은 가난한 사람들이 자존심을 지켜가면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허기가 빨리 진다고 재료에 신경을 쓰다 보니 팔면 팔수록 밑진다. 이윤 추구가 아닌 봉사'다. 이런 식당이 착한 가게이고, 착한 점심'이다. 10원이라도 이윤을 남긴다면 그것은 착한 장사'라고 할 수는 없다. 박리다매'는 이윤추구'를 위한 치열한 전략일 뿐이지, 착한 행위'가 아니다. 그런데 롯데리아'는 스스로 착하다고 하면서 쇼,쇼,쇼'를 하고 있다. 난리 부르스'도 아니다. 어, 정도면 뻔뻔함을 너머 뻔, 뻔뻔뻔데기'다.
조지 리처'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판 맥도날드'인 < 롯데리아 > 는 교묘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이용한다. 당신은 햄버거를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직접 서빙을 하며, 먹고 나면 쓰레기'를 분리 수거 한 후 테이블을 정리하고 떠난다. 만약에 테이블 정리'를 하지도 않고 떠나면 다음날 유투브에 < 롯데리아 진상녀 > 라는 제목의 고발'을 각오해야 한다. 더불어 수천 개의 악플과 함께 말이다. 싸가지, 교양, 된장녀, 에티켓 기타 등등. 그 다음에는 꼭 한 마디 한다. 너희들도 군대 가라잉 !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정말 싸가지 없는 행동'일까 ? 다른 식으로 접근하면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시스템'은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손님인 당신은 식당 종업원'이 해야 될 식당 일'을 대신 하는 것이다. 일반 식당이었으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스스로 서빙을 하고, 쓰레기 분리 수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한 모범 답안'을 롯데리아(맥도날드)에서 준비하지 않을 턱이 없다. 값 싼 햄버거 가격에는 이미 종업원 봉사료'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님이 일한 만큼 그 가격을 빼서 가격 거품을 제거했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메뉴얼'인데 그 변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셀프 서비스 시스템'으로 인한 가격 절감'보다는 차라리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는, 막, 마마막대한 광고비'를 줄여서 햄버거 가격을 낮추는 것이 더 효율적인 판단이 아닐까 ? 2000원짜리 콜라는 원가가 100원도 되지 않는다. 그들은 박리다메로 이윤을 남길 뿐만 아니라 손님인 당신에게 종업원이 해야 될 일을 시키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착한 점심이 아니다. 착한 손님'을 만드는 기업일 뿐이다. 말이 좋아서 < 착한 손님 > 이지 건들건들거리는 건달들의 입말을 빌리면 호구 새끼요, 보라색 가지'의 속말을 빌리면 가지가지하는 짓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박리다매'는 경영 전략일 뿐이지 착한 장사'가 아니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소비'는 착하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착한 소비도 없고, 나쁜 소비'도 없다는 말이다. 이건희가 10억짜리 양복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그것을 두고 나쁜 소비'라고 할 수 있을까 ? 그렇지 않다. 그것은 자기 수준에 맞는 소비 행위'를 한 것뿐이다. 오히려 이건희에게 10만 원짜리 양복을 입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나쁜 태도'다. 이명박 손녀에게 유니클로 29,900원짜리 패딩 점퍼를 입혀야 속이 시원하다면 당신이야말로 가학적 취향이 아닐까 ?
내가 아는 사람'은 일반 커피보다 몇 배나 비싼 공정 무역 커피'를 구입하면서 동시에 < 이마트 > 에서 장을 본다. 이마트'가 동네 구멍가게'를 죽이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 착한 소비와 나쁜 소비를 굳이 구별해야 한다면 ) 묻고 싶다. 공정무역 커피를 사는 행위가 더 윤리적 소비 행위에 가까울까,
아니면 노인의 어깨'처럼 먼지가 내려앉은 구멍가게에서 대형마트보다 100원 더 비싼 맥주를 사서 마시는 것이 더 윤리적 소비에 가까울까 ? 나는 후자'가 더 현실적인 착한 소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기업형 대형마트'가 동네 골목에 난입해서 상권을 파괴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면서 대형마트에서 공정거래 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사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구멍가게에 가서 할인마트'보다 100원 더 비싼 맥주를 사서 마셔라. 공정무역 시스템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착한 소비의 시작은 < 골목 상권 살리기 > 부터 몸소 실천하고 나서 그 다음에 공정무역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 < 착하다 > 와 < 척하다 > 를 혼동하지 말자. 교양 있는 척하는 속물은 되지 말자.
착한 소비는 없다. 다만 착한 소비자'(호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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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험담이다 : 공정무역 상품 예찬론자'가 있었다. 자신은 되도록이면 상생을 위해서 비싸지만 공정무역 상품'을 구입한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장'은 어디서 보냐고 했더니 이마트에서 본단다. 물론 그에 따른 변명은 재래시장'은 멀고 주차시설에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아마도 반론을 제기할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던 듯하다. 다시 물었다. 굳이 이마트 갈 필요 있나요 ?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시면 되잖아요 ?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 비싸요 ! 우리동네 구멍가게 주인 내외는 불친절하고 비싸요. 마트에서는 병맥주 1700원인데, 아니 글쎄... 그 가게는 2000원이지 뭡니까 ? 이 정도면 바가지 아닌가요 ? 호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