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비슷한말은 뱀'이다 : 뱀은 후진을 할 수 없는 동물이다. 오직 곡선 주행에 따른 직진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전거'와도 유사하다. 이러한 뱀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땅꾼들은 뱀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길게 설치해서 길을 가로막는데 이때 길목에 설치된 그물은 뱀을 포획하기 위한 수단이기보다는 단순히 길을 차단하는 역할만 한다. 그리하면 주행로가 막힌 뱀은 후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물을 따라 기어가다가 진짜 그물망에 갇히고 만다. 되돌아갈 수 없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간과 뱀은 유사하다. 그리고 시계는 자전거와 같은 말'이다. 자전거 또한 되돌아갈 수 없는 방향성을 가진 기계가 아니었던가. 시간은 죽어서 뱀으로 환생하고, 시계는 멈추면 자전거로 태어난다. 물뱀이나 사막뱀도 죽으면 각자 물시계와 해시계로 태어난다. 이처럼 돌이킬 수 없는 방향성을 가진 모든 단어에는 시간이 있다. 시간이라는 뿌리말 아래 뱀, 시계, 자전거'가 모인다. 이들은 종과 속, 짐승과 사물의 관계가 모두 다 다르지만  같은 계통, 같은 계열이다. 한통속이다.

 

-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 < 시계 편 > 中 

 

 

 

 


 

 

 

 

 

 

당신이 처음 골랐던 그 시계.

 

시계 하나 장만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스무살 때 근사한 스와치 시계'를 가져본 기억이 나서 스와치 시계'를 사려고 인터넷 쇼핑을 했다. 예상은 10만 원 정도'였으나 비쌀 수록 시계'가 근사한 거라. 그래, 나도 이제 돈을 버니 30만 원 정도의 시계를 찰 자격이 있지. 내가 고른 시계는 정말 멋있었다. 저 시계를 차고 다니면 이 세상 모든 소녀들이 날 멋쟁이라고 생각하겠지 ?  남성 패션의 완성은 시계'라고 하지 않던가 ! 좋아, 구입하자. 마지막으로 주소 정보 입력을 하고 결재'를 하려는 순간 망설여졌다. 같은 값이라면 더 좋은 디자인의 시계'를 선택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가격 대비 비교 평가를 한 결과 모 제품의 시계가 더 근사했다. 그래서 그 시계 카달로그를 죽 훑다가 그만 마음에 쏙 드는 시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설상가상 가격은 더 저렴한 것이 아닌가 ! 120.000원'이었다.

 

야호, 이런 게 알뜰 구매'구나 !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0'이 하나 더 붙어서 백이십만 원'이나 되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스와치 시계'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이게 웬 말인가 ! 그사이 도무지 못 볼 정도로 후진 시계가 되어 있었다. 백만 원이 넘는 시계를 보다가 십만 원짜리 플라스틱 스와치 시계를 보니 마치 인형뽑기 기계 속 상품처럼 보였다. 일단 잠시 시계 구입은 미루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다시 백만 원대 시계'를 구경하다가 점점 명품 시계 쪽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모 제품의 ** 시리즈 시리얼 넘버 A326 제품'은 예술이었다. 가격대가 700만 원'을 호가했다. 악어 가죽으로 된 시계줄'은 감동적이었다. 박음질 또한 예술이었다. 숫자 12 아래 다이아몬드 하나가 박힌 제품이었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 아, 정말 아름답구나 ! "

 

그것은 내 인생의 티.오.피'였다. 며칠 전에 보고는 내 영혼을 빼앗겨버린 백만 원'짜리 시계를 다시 보니 그것 또한 뽑기인형 기계 속 시계처럼 보였다.  쪽팔려서 차고 다닐 수나 있겠나. 허허허. 나는 다시 시계 구입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7000만 원대 명품 시계를 보았다. 100% 테엽 시계였다. 숫자 대신 12개의 다이아몬드가 반짝거렸다. 시곗줄'은 금속 재질이었는데 그 품위가 남달랐다. 정말 아름다웠다. " 아, 그래서 사람들이 명품에 빠지는 거구나. " 한 달 전에 본 시계가 생각났다. 700만 원짜리 시계'를 보고 더 이상 이보다 더 아름다운 시계는 없을 것이라고 했던 내 판단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 시계를 다시 보니, 아.... 이건 어디서 꼴뚜기처럼 생긴 시계'로 둔갑을 한 것이 아닌가 ? 닝기미,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무슨 악어 가죽 시곗줄이냐.

 

단언컨대, 매탈이야말로 완벽한 물질이었다. 내가 방금 본 이 시계야말로 명품 시계다 ! 더 이상의 시계'는 없다. 끗. 그런데 이러한 선언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파텍에서 나온 30억 짜리 시계를 본 것이다. 시곗줄이 모두 다이아몬드로 박혀 있는 명품 시계였다. 최고의 시계 장인'이 일 년에 걸쳐 만든다고 했다. 정말 보면 볼 수록 눈부셔서 도저히 볼 수 없었다. 일 주일 전에 본 7000만 원짜리 시계가 정준하'라면, 이 시계는 원빈'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장바구니에 담겨져 있던 최초의 스와치 시계'를 클릭해 보았다. 30억짜리 시계를 보다가 30만 원짜리 시계'를 보니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결국 나는 시계 구매'를 아예 포기하게 되었다.  내가 이 경험에서 절실히 깨달은 것은 욕심은 끝이 없다는 점이다. 비교 평가'는 곧 다음과 같은 망상을 심어준다.

 

①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고  ② 싼 게 비지떡이며  ③ 비싼 게 좋은 거라는 착각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욕망을 자꾸 업데이트 시키도록 만든다. 30만 원짜리 고급 스와치 시계'를 사려고 할 때 자본-국가'는 나에게 메일'을 하나 보낸다. " 고객님, 이왕 같은 가격 대비 만족할 수 있는 명품 시계 카탈로그'를 보내드립니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그런데 막상 같은 가격 대비 시계는 달랑 하나이고 나머지는 심장을 뛰게 만드는 고가의 시계들로 진열을 한다. 그것이 바로 자본 욕망 시스템'이다. 여기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사실 가장 좋은 제품'은 처음 구매하려고 했던 그 소박한 제품'이다. 자기 수준에 맞는 소비'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 당신이 처음 골랐던 그 시계 > 라는 제목을 떠올리며 이 글의 주제가 " 분수에 맞는 소비 생활 "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나는 시계가 아니라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어쩌면, 오늘 밤은 눈이 올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이 글은 소비심리학에 대한 글이 아니라 사랑학개론'에 대한 글이다. 내가 잃어버렸던 십만 원짜리 스와치 시계'는 내 첫사랑에 대한 은유였다. 내가 그 시계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은 첫사랑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세월이 흘렸다. 한 여자를 만났다. 근사한 시계였다. 첫눈에 반했다. 1년여의 구애 끝에 그 시계를 내 손목에 찼을 때, 그 벅찬 감동을 아직도 기억한다. 하지만 시계가 자꾸 고장이 나자, 나는 비싼 시계에 눈독을 들였다. 악어 가죽으로 만든 시계는 황홀했다. 그 시계를 보자 내 시계는 낡고 초라했다. 화를 내는 일이 많아졌다. 그럴수록 나는 점점 비싼 시계에 눈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손목에 차고 있던 낡은 시계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다.

 

그 시계를 다시 사고 싶었으나 오래 전에 이미 단종되어서 생산이 중단된 시계였다. 그때 깨달았다. 시계는 다른 제품과 비교를 하면 안 된다는 것, 아버지의 초라한 어깨가 부끄럽다고 다른 아버지의 견장을 욕심내면 안 되듯이, 내 시계가 낡았다고 다른 시계를 탐하면 안 된다는 사실. 시계를 잃어버리면 시간도 멈춘다는 사실. 하느님이 하신 말씀은 옳다. 네 이웃의 시계를 탐하지 마라. 그 말은 곧 다른 제품의 시계 카달로그'를 훔쳐보지 말라는 말이다. 눈이나 펑펑 왔으면 좋겠다. 펑펑 울기 좋은 밤이다.  

 

 

접힌 부분 펼치기 ▼

 

 

 

 

 

 

 

누군가 내 글을 필사'하셨다. 뭐 이런 잡문을..... 

내 글을 필사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감동 따위는 없다만,

앞으로는 저작권을 행사해서 필사하는 분들에게는 1000원씩 받을 생각이다.

전문을 필사할 경우 2340원

두 줄 필사할 경우 1450원

요약 정리 1000원

한 줄 필사 750원....

 

피도 눈물도 없는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공짜는 없어 !!

 

 

 

 

펼친 부분 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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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318 2013-11-2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일빠.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23:20   좋아요 0 | URL
어서와요. 11월의 비 님. 내가 사랑한 11월......

2013-11-27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3-11-28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그곳엔 눈이 오나요? 전 자꾸 엇갈리는데. ㅋㅋ 근데 옷 쇼핑을 하다보면 튀지 않으면서 개성 있고 소재도 좋은 옷은 보통 비싸더라구요? 이게 비싸서 예쁜겅가, 예뻐서 비싼건가..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8 01:24   좋아요 0 | URL
눈 아직 안 오네요. 제가 패션에 대해서 좀 아는데...
비싼 옷은 대부분 좋은 재료로 승부를 겁니다. 천 자체만 가지고 승부를 거는 거죠.
무슨 말인가 하면 대구가 가장 비쌀 때, 그러니깐 가장 맛이 좋을 때겠죠 ?
그때 잡힌 대구는 밑간을 하지 않아요. 그냥 소금간만 하면 맛이 기막히거든요.
왜 ? 생선 자체가 맛있으니깐 말이죠.
그런데 생선 자체가 맛이 없고 비리면 양념을 잔뜩 뿌려서 비린내를 없애죠.
싼 옷이 화려한 이유는 바로 그겁니다. 싼옷은 천 재질이 비린내 나다보니 화려한 양념 ( 화려한 색깔 ) 로 승부는 거는 겁니다.

정력이 황홀한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조루에 걸린 남성들은 술자리에서 평균 4시간이라느니 설레발일 치지만
전 그냥 소박하게 웃습니다 말이 화려하면 뻥이잖습니까. 조용히 강한 게 최고죠...


포 님의 질문...
비싸ㅓ 예쁜 건가, 예뻐서 비싼건가... 는 모두 틀렸습니다.
비싼데 예쁘기까지 한 것입니다. 이게 정답입니다.

어때요? 질문에 대한 답이 풀렸나요 ? 앞으로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요..


(허허.. 내일은 이 덧글 내용으로 페이퍼를 써야겠어요.. 영감이 떠오르는군요. )

Forgettable. 2013-11-28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감 값 내십시오 ㅋㅋㅋ 한두번이어야지. ㅋㅋㅋㅋㅋ 나는 페루애님의 뮤즈인듯..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8 01:39   좋아요 0 | URL
그럼 주소 말씀하세요. 병아리 한 마리 보내드립니다. 이 몸이 늙어서 병아리 한 마리 먹었지.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2013-11-28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0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9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9 0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3시 2013-11-29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時가 詩적이긴요 .밤 낮이 바뀐 삶이죠 머 ㅠ.,ㅠ
詩 란 단어는 슬픔이예요 가슴이 저린 슬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04:01   좋아요 0 | URL
집에 도착하셨나요. 사랑하는3시님 ?
왠지 오늘은 3시 님을 사랑하는 ~ 으로 시작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하는 3시 님...

3시 2013-11-29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 나는 왜 여지껏 저 생각을 못했을까 그래 필사하는 거야 필사해서 내 가게에다. 디따 크게. 여러장!!!!
앗싸 랄라룰라랄라랄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04:00   좋아요 0 | URL
한 줄 두 줄에 따라 저작권료가 부과되니 염두에 두십시요.
이왕 걸어둘거라면 전문을 인용하세요. 2340원입니다.

3시 2013-11-29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마넌이라 해도 저는 드릴 수 있어요 진짜루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9 17:29   좋아요 0 | URL
그럼 주세요. 말만 하지 말고...

3시 2013-11-2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리그라피...강병인씨처럼 .은 꿈도 못꾸지만 .비스므리하게 만들어서 걸면 인증샷 올리겠슴다.
그 후에 드리겠슴다!

2013-11-29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학생들이 월요일 아침 조회 시간 때 교장이 쏟아내는 말을 훈화가 아닌 잔소리'로 느끼는 이유는 혼자서 마이크를 잡고 삐약삐약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지 내가 말할 때 상대방도 귀를 기울인다. 말이란 소통을 위한 도구이지 불통을 위한 장난감이 아니지 않은가. 노래방에서 가장 꼴불견'인 사람은 마이크를 혼자서 독점하는 인간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꼴불견'은 모처럼 기회를 얻어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고 있는데 노래의 클라이막스에 끼어들어서 노래를 망치는 인간들이다. 솔직히 말해서 조용필의 < 그 겨울의 찻집 > 을 부르는 이유의 팔 할은 "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 를 목놓아 불러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 하나 불러보겠다고 익숙하지도 않은 도입부의 멜로디를 기억하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 아아아아아아아. 시부랄 ! " 아아, 웃고 있어도... " 를 부르려고 할 때, 뒤에서 누군가가 여분의 마이크를 들고 부른다면 ?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정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상사만 아니라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깜박이 없이 끼어드는 차량을 볼 때 욕을 안 할 사람이 어디에 있나 ? 대화도 마찬가지다. 마이크 잡고 삐약삐약하거나 절창 부분에서 느닷없이 끼어들 때 말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결국은 듣기와 말하기'는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 잊는다는 것의 반대말은 복수다 中

 

 


 

 

 

 

 

 

그것은 술에 대한 모독.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사회 생활 할 때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 접대 문화 " 다. 좋게 말해서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눈다는 < 회식 / 會食 > 이지 엄밀히 말하자면 아랫것들이 윗분에게 재롱을 떠는 것이다. 회식비야 법인카드로 긁으면 되니 윗분들은 접대 받는 것을 좋아라 한다. 죽을 맛이다. 노래방 가면 프라이머리의 근사한 레트로 스윙 장르 곡을 부르고 싶지만 윗분을 위해 박상철의 < 무조건 > 을 불러야 한다. 설령 "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 라는 강한 멜로디를 부르고 싶어서 맹숭맹숭한 전반부 멜로디를 참고 부르다가 절창 부분이 다가와서 호흡을 가다듬을 때, 느닷없이 박 부장 새끼'가 마이크를 가로채서 "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 를 불러도 나는 방긋 웃어야 했다. 정말 아아 웃고 있지만 우우, 눈물이 났다.

 

태진아 노래방 기기 성우는 이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빵파르와 함께 " 와우, 어디서 좀 놀아보셨군요 !! " 라며 내 노래 솜씨를 칭찬했지만 나는 우울했다. 박부장이 부른 것은 한 소절이었지만 사실 그 한 소절은 < 그 겨울의 찻집 > 의 전부'다. 핫도그 소세기만 빼먹고, 튀김옷만 주는 꼴이다. 윗분은 자기 돈도 아닌 법인 카드로 생색을 내고 아랫것들은 접대하느라 몸이 피곤하다. 하지만 이런 것은 접대 문화에 속하지도 않는다. 진짜 화끈한 접대 문화는 룸살롱이나 방석집'에 가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술값이 200만 원이 나오는 고급 룸살롱에 가서 아가씨 대여섯 불러서 양주를 마실 때, 그때 비로소 " 그들만의 리그 " 가 펼쳐진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성 알라디너들은 내 남편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한 그들만의 리그'는 얌전한 놈일수록 화끈하게 논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양아치들만 모여서 만든 회사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양복만 벗으면 환상적인 놀이는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진짜 양아치들이 모인 집단은 아니었다. 나름 한국 문화 예술 진흥을 위한 인물 파워 랭킹 100위 안에 드는 인물 몇몇이 모여 만든 회사이니 말이다. 며칠 후, 문화 사회면 신문이나 티븨에 불콰한 얼굴로 출연하여 자상한 교양인 흉내를 낼 때는 정말 전날 먹던 꼴뚜기가 튀어나올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하여튼, 그들은 룸에만 들어가면 개가 되었다. 부하 직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아가씨에게 오럴섹스를 시키는 것은 기본이었고, 어떤 양아치는 자기 파트너를 테이블 위로 끌고 가서 말처럼 섹스를 하기도 했다. 포르노 영화 얘기 하냐고 ?  아니다. 본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양주를 마신다는 것은 핑계이고 젖가슴을 주무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난 이 짓이 구역질이 나도록 싫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술에 대한 모독이므로 ! 술 앞에서 감히 젖가슴을 주무르다니, 그것은 마치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똥파리가 와이티엔 뉴스룸을 날아다니는 꼴이었다. 내가 분노했던 것은 그들의 질펀한 색기 때문도 아니었고, 눈치없는 똥파리 때문도 아니었다.  술에 대한 그들의 모독 때문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술을 마시면서 한번도 여자를 주무른 적 없다. 룸살롱에서도 윗분들이 " 곰곰발 ! 어이, 자네 고자인가 ? " 라고 비아냥거려도 나는 손도 잡지 않았다. 화류계에 갓 들어온 막내가 고참 언니 눈치를 슬슬 보다가 내 지퍼를 강제로 열려고 했을 때 나는 단호하게 외쳤다. " 그 ! 것 ! 은 ! 술 ! 에 ! 대 ! 한 ! 예 ! 의 ! 가 ! 아 ! 닙 ! 니 ! 다 ! "

 

누군가가 수작(隨酌) 이란 술 따를 수에, 술 따를 작'이라며 그짓의 정당성을 말했을 때에도 나는 말했다. " 부장님, 그것은 비겁한 변명입니다. " 누누이 다시 강조하지만 그것은 술에 대한 모독이므로. 나는 술 마실 때 술만 마신다. 절대 누구를 만진 적 없다. 노래방에서 뒹군 적은 있고 놀이터 공터 모퉁이에서 뒹군 적은 있으나 술집에서 강제로 손을 잡거나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 스스로가 만든 주도'였다. 그래서 나는 술자리에서 흑심을 품고 상대방을 조물딱거리는 것을 못 보는 성격이다. 손버릇 나쁜 직원이 술만 마시면 여직원에게 스킨십을 하길래 대들다가 팔이 빠지고 어깨뼈가 부러져서 두 달 간 깁스 신세를 진 적도 있고, 속초에서는 상을 엎어서 뜨거운 도치알탕 국물이 내 바지 속으로 들어가서 혼쭐이 난 적도 있다. 그, 그그그그것은 술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

 

나는 이처럼 술을 무시하는 인간이 싫다. 술은 마시지도 않으면서 내 팔에 얼굴을 파묻고 혼자 발기되어서 안달이 났던 그 친구에게 실망했던 이유는 그가 술 앞에서 예의 없이 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다. 술에게 사과하라. 앞으로는 곱게 술만 마셔라. 모텔에서는 공부하지 말고 섹스나 하고, 술집에서는 남의 몸 건들지 말고 술만 처먹는 게 예의다.

 

 

 

 

 

 

+

일주일에 두 번만 술을 마시기로 결심했다. 이번 주는 두 번 마셨다. 결심을 한 날이 이틀 전'이다. 결국 날마다 마신 꼴이다. 지난 주말에 동생이 왔길래 대형 마트 가서 고량주를 잔뜩 사가지고 왔다. 장이모우 감독의 < 붉은 수수밭 > 은 모옌의 < 홍까오량 가족 > 이 원작이다. 그들은 술을 빚는다. 그리고 술 기운에 용기를 얻어 일본군에 대항하여 싸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꾀죄죄하지만 술만 먹으면 용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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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3-11-2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제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말로만 듣던 세계를 이리 리얼하게 보여주시다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19:00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리얼합니다.. ㅋㅋㅋㅋ

rtour 2013-11-27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저 정도로 개인가요? 공개적으로? 심각한 뵨태들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19:27   좋아요 0 | URL
200만 원 지불하니 뽕을 뽑겠다는 거 아닙니까.
처음부터 진도가 쎈게 아니에요.
양주 한병 놓고 깨작깨적거리면
뽀뽀도 못하게 합니다. 그러다가

양주 몇 병 시켜서 몇 백 오르면
마담이 화끈하게 놀라고 아가씨들에게 귓속말 하고 갑니다.
아가씨들은 하기 싫어도 그짓을 해야 하고.....
그런식으로 한번 단골이 되면 좀더 강도가 쎄지는 겁니다.

Forgettable. 2013-11-27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술 땡긴다. 일주일 2회 음주가 이리도 지키기 힘든 약조였다니.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20:46   좋아요 0 | URL
저도 넉넉한 결심이라 생각했는데...
어제는 눈이 올것같아서 일부러 마셨는데, 어제는 안 오고 오늘 올 것 같네요.
제가 눈 오면 반드시 술을 마셔줘야 하거든요.
집에 싱싱한 굴 있는데... 이거 무지 땡길 것 같습니다.

rtour 2013-11-2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싱싱한 굴..묵고 싶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21:25   좋아요 0 | URL
전 왜... 포장마차에서 조개 채 들어서 구워 먹는 굴 있잖습니까. 고거 먹고 싶어요. 지글지글 끓여서..
생굴은 그닥 맛을 잘 모르겠고.... 찬 소주에.. 참, 저 이번에 고랭주 사가지고 왔습니다.
대형 마트 갔더니 잔뜩 있더라고요... 5병 사가지고 있는데 이틀 동안 한병 마셨음..
아, 근데 내 체질은 아닌 거 같어요. 아, 써서... 이거 원...
고량주엔 확실히 기름진 탕슉 이런 거 있어야 합니다.
담엔 중국음식 배달시켜서 함 먹어봐야겠어요...

rtour 2013-11-28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고량주는 탕슉이 제 격. 안주 궁합도 다 따로 있어요~안되면 튀김이라도!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8 00:38   좋아요 0 | URL
다음에는 오징어 튀김 사다가 먹어야 겠어요. 지금 굴 하고 먹었는데...
아이. 이거 써서 못 먹겠음...

Forgettable. 2013-11-28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싱싱한 굴엔 역시 소주!!!!!!!!!! 아 며칠 전에 굴이랑 사케 먹었는데 이 조합도 괜춘하더라구요. 뭐 이쁜이랑 마시니깐 무슨 술이든 무슨 안주든 술술 넘어가더라만. 여튼 굴에 소주 한잔 사주세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8 02:11   좋아요 0 | URL
굴 좋죠. 비싼 거 사달라는 말 안 하시니 다행입니다.
굴소주 좋죠. 다음에 굴소주 먹으러갑시다...

2013-11-28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30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30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한민국에는 투명인간'이 산다.

 

 

- 김태흠 국회의원과 청소노동자

 

김태흠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 이 사람들을 (청소노동자들) 직접 고용하게 되면 노동 3권이 보장되어 툭하면 파업만 할.... "  헐 !!!!!!  국회 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법안 상정을 놓고 오고가는말풍선을 국회에서 터트리다가 나온 말'이다. 노동 3권이란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헌법상 보장되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말한다. 김태흠은 이 노동 3권을 협상 카드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 기본권은 헌법 33조에 명시된 당연한 권리'이다. 만약에 < 십계명 > 을 놓고 이 목록 중 어떤 것을 수용하고 어떤 것은 수용하지 못하겠네, 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기본권은 거래할 수 있는 목록이 아니다. 그런데 김태흠은 노동 3법을 파업을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 기본권을 파업 나부랭이를 위한 불법적 도구로 인식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부정'이다. 헌법이란 " 국가통치체제와 기본권 보장의 기초에 관한 근본법규 " 이다.

 

헌법을 부정한다는 것은 결국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한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김태흠이라는 국회의원이 그런 의도'로 말을 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아준 움직이는 법 기관이다. 그가 헌법의 기본권에 대한 정확한 이해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은 꽤나 웃기는 일이다. 국가 정체성을 무시한 이석기나 헌법 정체성을 무시한 김태흠이나 도 긴 개 긴'이다. 논란이 커지자 김태흠은 " 파업 발언 부문은 혹 파업이 일어날 경우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말씀드린 것 " 이라고 말했는데, 이 말을 쉽게 풀면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하면 노동자들 몸값 올라간다는 말이다. 내가 보기엔 < 노동 3권 운운 > 보다 < 비효율성 운운 > 이 김태흠이 가지고 있는 곤조'를 정확히 드러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태흠이 보기에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비 ! 효 ! 율 ! 적 ! 인 ! 것 ! 이 ! 다 ! 

 

도대체 국회의원들이 언제부터 효율적 운영비'를 위해 고심했나 의문이 든다. 국회의원 월급보다 많은 각종 수당 중 하나만 떼어내서 그 비용으로 청소노동자 정규직에 따른 비용에 추가하면 간단하게 끝나는 문제'다. 말도 안 되는 온갖 수당을 챙겨가며 국회 운영 비용을 비효율적으로 올리는 주범이 국회의원이면서 엉뚱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꼴이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다. 박민규 말투를 흉내 내자면 " 조까라, 마이싱 " 이고, 성석제 흉내를 내면 " 오, 오오. 지미럴 것들. 머리에 헛구멍난 놈들 ! " 이고,  마루야마 겐지 흉내를 내자면 " 국회의원 따위 엿이나 먹어라 ! " 이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 아, 몰라몰라 ! 난 혼자 집에서 와인와 재즈 들으며 자위나 할래. " 라고 징징거렸을 것이다. 김태흠은 잘 모르고 있나 본데 사실 국회의원들도 국회 청소노동자'처럼 비정규직이다. 4년 장기 계약직'이니 국회의원이야말로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될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그렇게 배가 아프다면 당신들도 국회의원이 되면 종신 계약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해라.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월급이 100만 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선거에 당선되어서 국회의원이 되면 연수에 상관없이 죽을 때까지 받는 국회의원 연금이 매달 120만 원'이라고 한다. 청소노동자는 국회 곳곳을 청소하고, 국회의원을 쓰레기를 버린다. 내가 신이라면 청소노동자는 효율적 인간이고, 국회의원은 아무 쓸모도 없는 비효율적 인간으로 분류하겠다. 청소노동자들에게 가장 힘든 일은 화장실 청소가 아니라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그 시선이다. 내가 이 글에서 박민규, 성석제, 마루야마 겐지, 무라카미 하루키 말투를 흉내 냈다면 이제 내 목소리로 말하겠다. " 너나 잘해라 ! 당신은 혼자서 국회 청소 용역 노동자 204명의 월급 인상을 걱정하지만, 5000만 국민은 당신 한 명이 한 말에 대해 걱정한다. 날이 춥다. 당신 집에 보일러 놔 드려야 겠다. "

 

 

 

 

+

오바마의 주먹 사진'을 놓고 사진을 의식한 코스프레'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는데, 그 사진이 일상이든 코스프레이든 상관없다. 국회 내 청소노동자를 투명인간 취급을 해서 코스프레 할 생각조차 못하는 인간보다는 100배 낫다. 그래도 오바마는 가식적이라도 주먹 인사라도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어떤 이는 김태흠의 발언을 두고 야당의 전략적 공격이라고 말한다. 웃긴다. 김태흠이 사초 실종과 관련해서 문재인에게 석고대죄할 것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보복으로 민주당이 김태흠을 전략저으로 몰고갔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진영논리가 아니라 대중적 정서에 기반한 반감'이다. 국회에서조차, 국회의원조차 노동 3권이 골치 아픈 도구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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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11-2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바마 사진 보고 사진 의식한 코스프레라 비판하는거 되게 후지네요. 같은 농구팀이래요.

요즘 진짜 꼴보기 싫은 면상중 하나 김태흠.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14:04   좋아요 0 | URL
참... 이런 양반, 저는 왜 사람들이 얼굴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전 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얼굴 보고 판단해야 함.
오히려 말빨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나탈야 2013-11-27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X티님이 김태흠을 옹호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던거 같습니다.
단지... 청소노동자를 통해보여지는 노동착취보다, 진영논리에 집착하시는 듯 하여- 좀 씁쓸했다고나 할까요...
어차피 옳고 그른거 없는 똥가튼 밥그릇 싸움일 뿐인 것에...
어느 한 편에 붙어, 빨고- 까고- 하는 모습들을 바라보자니 영 지칩니다.

김태흠 문제에 관해선 일목요연하게 글 정리 잘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15:21   좋아요 1 | URL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주는 선생님 코스프레따위는 집어치우십시요.
차라리 문화상품권을 주십시요..

2013-11-27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3-11-27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 정치판이야 원래 그 수준이 똥통에 가까운 인간들 많지만, 이번 정권에는 수준 미달하는 인간들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가끔은 제가 민주(?) 공화국에 사는 건지 아니면 봉건 왕조에서 사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저런 화상들만 국회에 있으니 정부가 서민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20:47   좋아요 0 | URL
진영논리고 뭐고 다 떠나서 저런 인간이 새누리에 우르르 있다는 것 자체가 공포스럽고...
뭐, 그렇습니다. 꼭내가 이런 말 하면 전라도냐 묻는 놈도 있고...
그 국회의원이나 그런 놈 뽑는 유권자나...

나, 충청도다 이 새끼들아 !!

saint236 2013-11-28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자기들도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하나보지요. 그런데 국회의원들도 당강령에 다라서 거수기 역할을 하니 그것도 노동 3권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8 12:18   좋아요 0 | URL
전 이번에 신부를 종북으로 몰아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 보고 정말 치가 떨리더군요. 아버지 박정희 때도 안 했던 짓입니다. 만약에 정말 그리 되어서 투옥된다면 세계 카톨릭 역사를 새로 쓸 겁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신부가 시국선언했다고 잡아가고... 내 말과 다르면 무조건 종북으로 모는... 아, 정말 치가 떨립니다.

허허 2013-12-2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화가납니다....
김태흠 관상부터 맘에안드는데(정말 거만한 인상).... 휴..... 툭하면 파업??이라니요?? 그럼, 노동자는 노예입니까>
자기 권리도 못찾게?? 허허허허
... 청소하시는 분들 노동 기본권도 보장못받고....
국회의원들 업무추진비 10분의 1만 나눠가져도, 저분들 한 달은 밥 다 다드실듯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7 12:21   좋아요 0 | URL
솔직하게 말해서 철도 파업 귀족 노조다 그러는데.... 맨날 철야에 야근 근무해서, 20년 연속 근무자가 많아서 연봉 6000되는 게 귀족 노조와 억대 연봉이면, 국회의원들이야말로 철밥통이죠.
개새끼들, 국회위원 하루만 해도 연봉 1억 아닙니까. 여기에 각종 수당 포함하면 2억이 넘어요. 20년 근무해서 평균 연봉 6000과 4년 근무하는데 연복 2억 받는 거랑 누가 더 귀족 연봉입니까...

대학생 2014-04-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머...

대학생 2014-04-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머...

대학생 2014-04-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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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스킨십이 과한 청년에게 에드워드 홀의 < 숨겨진 차원 > 을 추천한다 : 여자들은 회식날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회식은 전형적인 남성 중심 문화'이다. 그러다보니 종종 직장 상사의 과도한 스킨십'에 당황하게 된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성추행에 해당되지만 당사자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발뺌하기 일쑤다. 그런데 성추행은 여성만 당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 여자 상사에 의해 남자 사원이 당하는 경우도 있고, 나이 어린 친구로부터 당하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는 성추행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불쾌했던 경험은 있다. 며칠 전, 새파랗게 어린 친구가 과도하게 스킨십'을 시도할 때 난감했다. ( 성추행은 아니다. 하지만 그 표현이 과했다. ) 내가 모임을 주선했던 터라 그 자리에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옆에 바짝 붙어서 자신의 얼굴을 내 팔에 계속 부빌 때마다 나는 당혹스러웠다. 비록 그 행위가 단순히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한 제스츄어'였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그 스킨십을 당하는 사람의 심리'이다. 당신의 행동이 선의인가 아닌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기분이 불쾌한가 아닌가에 달렸다. 그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에드워드 홀의 < 숨겨진 차원 > 이다. 에드워드 홀은 인간과 인간이 맺는 거리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 밀접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이다.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으니 개인적 거리'만 놓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사람이 만나서 악수를 나누는 간격을 개인적 거리'라고 한다. 악수는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전달하지만 동시에 악수를 나눈 간격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이 아닌 이상은 타자가 지나치게 가까이 자신에게 접근하면 불안과 불쾌를 경험하게 된다. 성추행은 기본적으로 개인적 거리'를 파괴하고 지나치게 접근해서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이다. 나는 당신을 개인적 거리를 유지해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호감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2. 

 

2. 문청에게는 < 동정 없는 세상 > 과 < 수상한 식모들 > 을 추천한다 : 문청'에게 도움이 되는 책'은 사실 대가의 작품이 아니다. 내가 문청이나 문학소녀에게 김훈이 쓴 < 칼의 노래 > 를 추천한다면, 과연 그들의 습작에 도움이 될까 ? 도움은커녕 좌절만 느낄 것이다. 김훈은 " 꽃은 피었다 " 와 " 꽃이 피었다 " 를 놓고 오랜 고민을 했다고 고백했는데, 습작을 하는 문청 입장에서 보면 이런 식의 고백은 문청을 당혹스럽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작품을 읽고 나면 자신이 쓴 습작은 홧홧해서 다시 읽어볼 수도 없을 것이다. 차라리 아주 후진 작품을 추천해서 그 작품을 읽고 나면 "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겠는걸 ! " 이라는 자신감을 줘야 한다. 그래서 추천한다. 박현욱의 < 동정 없는 세상 > 과 박진규의 < 수상한 식모들 > 첫경험과 성장통을 엮는 촌스러운 박현욱'식 감성에 웃음이 난다. 한번 했더니 어른이 됐다 ?!  천번을 해도 어른이 안 된다. 섹스와 성장을 엮는 클리쉐는 이제 지겹다. 그리고 < 수상한 식모들 > 은 소설보다 소설'에 실린 평론이 더 후진 경우이다. 이런 걸 두고 전복적 상상'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들 작품을 읽다 보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3. 

 

3. 문학과지성사에게 김신용을 추천한다 : 나에게 있어서 김신용은 단연 " 올해의 발견 " 이었다. ( 사실 김신용은 작년에 발견한 작가였다. 그런데 작년의 발견'이라고 하니 웃겨서 그냥 올해의 발견'으로 매조지한다 ) 김신용을 알게 된 계기는 온라인에서 흔히 떠도는 잘못된 정보에서 시작되었다. 잘못된 정보에 의하면 < 환상통 > 이라는 시'는 2010년 모 신문사 신춘문예 응모작 가운데 하나'였다. 더군다나 당선작이 아니라 최종 심의'에 오른 작품으로 소개가 된 것이다.  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는 강렬했다. 이런 시'가 신춘문예'에서 떨어진다면 과연 어떤 시가 좋은 시일까 ? 당선작들을 주욱 훑다가 고개를 가우뚱거렸다. 이 시'보다 좋은 당선작은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정보는 잘못된 정보였다. 시인은 이미 오래 전에 등단해서 시를 꾸준히 내는 사람이었다. 시인은 피와 고름을 짜내서 시를 쓴다. 생생한 고통 앞에서 당황하게 된다.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해 자폐적 언어로 시를 쓰는 현대 시 경향에 비춰 보면 김신용은 다른 시인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탁월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시인들에게는 거의 독보적인 성지'처럼 여겨지는 출판사인데, 이 출판사가 왜 김신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다. 문단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관심도 없다는 심보인가 ?

 

 


4. 

 

4. 각하에게 < 현산어보를 찾아서 > 를 추천한다 : 시장에서 생선을 토막내다 보면 비린내가 몸에 밴다. " 몸에 밴다 " 는 것은 그 냄새에 익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이 싱싱할수록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희망사항이 어부가 되는 것이었는데 그 원대한 꿈에서는 멀어졌지만 이렇게 시장 한 구석에서 생선을 파니 나름 꿈을 이뤘다 자부한다. 비록 손에 칼을 잡고 물을 묻히며 일하지만 마음은 편하다. < 화양연화 > 나 < 화무십일홍 > 라는 말이 있듯이 물고기에게도 물오른 한때가 존재한다. 도다리에게는 봄철이 화양연화'이고, 전어에게는 가을이 제철'이다.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할 때 구워 먹은 전어의 맛'을 기억했다가 한여름에도그 맛이려니 하며 전어를 찾다가는 당황하게 된다. 전어는 여름에는 맛 없는 생선이다. 겨울에 먹는 도루묵과 여름에 먹는 도루무 맛도 전혀 다르다. 이처럼 그 아무리 맛 좋은 생선이라고 해도 365일 맛이 똑같은 생선은 없다. 중언부언이겠으나 모든 짐승에게는 제철이 있다는 말이다. " 각하 ! 물고기들도 이처럼 제철이 제각각인데 하물며 인간은 어떻겠습니까 ? 태어난 날이 모두 다르듯, 생각 또한 모두 다릅니다. 백성이 당신을 향해 싫은 소리를 할 수도 있는 것이지 그것을 두고 좌시'라거나 가만 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차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지금 당장은 비린내가 심하게 난다며 썩은 것 아니냐고 의심하시지만 저 생선도 봄이 되면 살점이 올라 맛이 일품인 생선이 됩니다. 고정하시옵소서. 그리고 한 가지 더 ! 전어는 가을에 귀한 대접을 받지만 봄 되면 비린내가 심하고 뼈가 억세서 찾는 이가 없답니다. 다 한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추천합니다. 이태원의 < 현산어보를 찾아서 > 뮤지익, 스타뜨 ~ " 성실한 학자와 성의 있는 출판사가 대동단결하면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은 증명한다. 저자의 노력도 감동적이지만 묵묵히 믿고 지원해준 출판사도 감동적이다. 이런, 출판사... 정말 소중하다.

 

 


5. 

 

5. 그 흔한 헌사(감사의말 포함)에 질려버린 독자에게는 찰스 부코스키 장편소설 < 우체국 > 을 추천한다 : 보통 " 감사의말 " 이나 " 헌사의글 " 은 백이면 백, 똑같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수상 소감을 말할 때도 똑같다. 어쩌면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물신양면 도와주신 A,B,C,D,E,F,G,H,I,J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끝에 늘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그런데 이 소리는 "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다 " 는 고전적 멘트처럼 불변이다. 이쯤되면 식상하리라. 그래서 준비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찰스 부코스키 장편소설 < 우체국 > 을 추천한다. 그는 이 소설 헌사'에서 다음과 같이 짧게 쓴다. " 이 작품은 허구이며,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는다. " 아, 이보다 멋진 헌사를 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작품의 탄생이 주변인들에게서 빚 졌다는 말은 단순한 공치사'다. 작품 탄생에 있어서 어떤 이에게 빚을 크게 졌다고 생각하면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서 인세와 영광을 나눠야 한다. 그런데 그런 작자는 아무도 없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찰스 부코스키만큼 솔직하게 말하는 이는 없다. 단연 최고'다. 헌사도 최고고 소설도 최고'다. 다음은 내가 이 소설에서 끔찍하게 좋아하는 구절이다.

 

조이스는 마침내 달팽이를 삼켰다. 그러더니 접시에 담긴 다른 것들도 천천히 살폈다.

- 모두 작은 똥구멍이 달렸어 !끔찍해 !끔찍하다고 !

- 똥구멍이 뭐가 나쁘냐고 ! 당신한테도 똥구멍은 있잖아. 나도 똥구멍이 있다고 ! 가게에 가서 큼지막한 쇠고기 스테이크를 하나 사봐. 거기도 똥구멍은 달렸어 ! 지구상에는 똥구멍이 널렸단 말이야 ! 어떤 면에서는 나무들도 똥구멍이 달렸는데 못 찾는 것뿐이야. 나무들도 이파리를 싸잖아. 당신 똥구멍, 내 똥구멍, 세상에는 수십억 개의 똥구멍으로 가득 찼어. 대통령도 똥구멍이 있고, 세차장 직원들도 똥구멍이 있어. 판사들도 살인자들도 똥구멍이 있다고. 심지어 자주색 넥타이핀 남자도 똥구멍이 있어 !

- , 그만해. 그만하란 말이야 !

그녀는 다시 구역질을 했다. 미친년. 나는 사케를 따서 한 잔 마셨다.

 

 


6. 

 

6. 요즘 아이들은 욕을 심하게 한다고 재수 없어 하는 고상한 학부모에게 성석제의 < 도망자 이치도 > 를 추천한다 : 며칠 전 뉴스에서 서정윤 시인'이 모 기자와 전화 통화 한 내용이 공개됐다. 시인은 여학생이 말한 진술이 모두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입에 키스를 한 것도 맞고, 가슴이 얼마나 컸는지 만져봐도 되냐고 한 말도 시인했다. 그리고는 끝에 가서 한마디했다. " 이게 다 시인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비롯된 겁니다. " 시인이 하고 싶었던 말은 성추행이 시인의 감성에서 비롯된 순수한 행위였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났다. 가끔 고상한 말투를 쓰는 양반들이 요즘 애들이 입이 거칠다면서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걱정도 팔자다. 당신은 입이 너무 고상해서 욕을 안 하고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청소년들이 내뱉는 욕은 치열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슬픈 위악과 허세의 풍경이다. 그것은 살벌한 집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고운 시어로 독자를 울렸던 서정윤 시인은 고운 말만 써서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나 ? 성석제의 < 도망자 이치도 > 는 욕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아이들이 욕한다고 욕하지 마라. 자라나는 아이들의 언어 순화를 걱정하지 말고 당신이나 잘해라. 다음은 욕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구절이다. 아름답게 감상하시길...

 

" 아아아, 지미랄 것, 너희 똥도 못 처먹는 개새끼들, 다 나와. 너 술도가 나와. 너 농약가게 하는 놈 나와. 너 고무신 장수 나와. 너 기름 팔아처먹는 놈 나오고 떡쳐서 파는 놈, 말고기를 소고리라고 속여 파는 놈 나와. 쌀 배달 하는 놈, 소리사 하는 놈 다 나와. 철공소, 목공소, 철물점, 대장간, 도장집, 문방구, 성냥공장, 엿도가, 고물상 나와라. 우체국, 경찰서, 읍사무소,세무서, 소방서 다 나오란 말이다. 개새끼들아, 나왔으면 일렬로 서. 이놈의 새끼들, 내 마누라하고 재미본 그 대가리들, 잘 놀게 내가 그냥 놔둘 줄 알았냐. 야, 너 흔들거리는 놈, 똑바로 서 ! 내가 땜장이라고 우습게 봤어. 사나이 봉달이를 우습게 봤다 이 말이야. 내가 오늘부터 너희 대가리에 헛구멍난 걸 몽땅 때우겠다 이 말씀이야. 너희 마누라들, 그 구멍도 다 때워버리겠어. 이눔의 새끼들, 똑바로 안 서 ! 차렷, 열중 쉬어, 차렷, 경례 ! "

 

 

 


7. 

 

7. 이문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마루야마 겐지 산문집 < 소설가의 각오 > 를 추천한다 : 어떤 이가 마루야마 겐지'의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를 읽으며 그가 마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는데, 그 추측은 틀려다. 마초일지도 모르는 가정법을 쓰면 안 된다. 그는 마초'다. 하지만 마초를 마냥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마초냐 마초가 아니냐'를 구별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마초냐 꼰대냐'를 구별해야 한다. 우리가 마초와 돌아이를 동급으로 취급하는 오류에는 꼰대를 마초로 이해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고독과 외로움을 구별해야 하듯이 마초와 꼰대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마초는 싸움에서 질지언정 쪽이 팔리는 일은 못 견뎌 한다. 이문열은 얼핏 보기에는 마초 같지만 꼰대다. 그가 사회적 약자를 건드리며 비아냥거렸을 때 그 짓은 참으로 쪽팔린 짓이었다. 신라면 때문에 싸나이를 울리는 경우는 있어도, 마초는 주먹으로 여자를 때려서 울리지는 않는 법이다. 이문열은 주먹 대신 말로 여자를 울렸다. 겐지는 < 소설가의 각오 > 에서 " 제자를 키우는 소설가의 속셈을 모르겠다. " 고 말한다. 이문열이 거창하게 공부방 하나 만들어서 문청들을 키웠을 때, 내가 첫 번째 느꼈던 것은 의아함이었다. " 아니 왜 소설가가 선생도 아니면서 제자가 양성하지 ?! " 그 밑에서 열심히 배운다한들 결국은 스승의 그림자'가 아닐까 ? 필사 수준에 머문다면 과연 그것은 좋은 문장이 될 수 있을까 ? < 소설가의 각오 > 는 작가라는 명함이 가지고 있는 근사한 판타지를 산산이 부순다.

 

 

 


8. 

 

8. 전립선 기능 저하'와 성기능장애'로 고생하는 남성을 위해서 서정윤의 < 홀로서기 > 를 추천한다 : 자신이 연루된 여자 중학생 성추행 사건에서 서정윤은 단호하게 말했다. 시인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말이다. 한순간에 입을 맞추고, " 가슴을 만져도 되나요 ? " 라고 말한 행위가 시인의 섬세한 감성'에서 비롯된 문학적 행위'가 되었다. 이 말투는 마치 신구가 시청자들에게 " 니들에 게 맛을 알어 ? " 라고 외치는 꼴과 비슷했다. " 니들이 시를 알어 ? "  모른다. 그따위가 시인의 감성에서 비롯된 행위 예술'이라면 죽을 때까지 몰라도 된다. 어쩌면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를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시는 서정시를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성인시'를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그러니까 < 홀로서기 > 에서 " 서기 " 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뜻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는 기러기 아빠'나 미혼자 혹은 성기능장애로 고생하는 남성을 위해 이 시를 썼는지도 모른다. 다른 관점에서 이 시에 접근하니 애달프고, 처량하다. 여성들은 모른다. 그것이 홀로 섰을 때의 당혹스러움을, 스스로 해결해야 될 때의 공허를 말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 한 편을 소개하기보다는 < 서다 > 라는 뜻풀이를 발췌해서 올린다. 9가지 뜻풀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

  

서다

 

1. 사람이나 동물이 발을 땅에 대고 다리를 쭉 뻗으며 몸을 곧게 하다.

2. 처져 있던 것이 똑바로 위를 향하여 곧게 되다.

3. 계획, 결심, 자신감 따위가 마음속에 이루어지다.

4. 무딘 것이 날카롭게 되다.

5. 질서나 체계, 규율 따위가 올바르게 있게 되거나 짜이다

6. 아이가 배 속에 생기다.

7. 줄이나 주름 따위가 두드러지게 생기다.

8. 물품을 생산하는 기계 따위가 작동을 멈추다.

9. 남자의 성기가 발기되다.

 

 

 


9. 

 

9. 욕을 먹어야지만 비로소 궁둥짝을 들어 일하는 척하는 게으른 당신에게 김미경의 < 언니의 독설 > 을 추천한다 : 각하가 국밥을 드실 때 질펀하게 욕을 하던 국밥집 할머니가 광고 모델이 된 적이 있다. 알음알음 들리는 소식으로는 각하와 할머니의 나이 차이는 한 살'이란다. 결국 각하는 동년배'에게 욕을 먹은 것이다. 그 이전에도 무수한 욕의 대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욕쟁이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하고는 했다. 서비스 산업의 논리로 보자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욕, 을 할수록 장사는 잘 됐으니 말이다. 김미경은 발빠르게 틈새 시장을 노린다. 힐링이 대세일 때에는 블루오션을 노려야 하는 법. 그녀는 욕쟁이 코스프레'로 한 번 강연하는데 3000만 원'이나 하는 강사료를 받는 스타로 등극했다.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말은 < 남들보다 2배 더 열심히 일해라 > 이다. 말은 쉽다. 더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맞는 말이다. 남들은 노동법이 정한 9시간 노동 시간을 지키며 퇴근할 때, 그녀는 18시간 일하라고 말한다. 이런 말은 언니가 하는 말투가 아니라 1970년대 봉제공장 사장이 하루 4시간도 못 자고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내뱉는 소리를 빼다박았다. 뭐, 그래도 욕 먹으면서까지 성공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 언니의 독설 > 이다. 욕 먹고 상사에게 칭찬 받으시기를 ! 그녀가 즐겨 말하던 입말 증평의 촌년에서  케냐의 여인 ( 캐리어우먼 ) 이 되시기를 !

  

 


10. 

 

10. 철새의 이동 경로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 차윤정의 < 신갈나무투쟁기 > 를 추천한다각하 정권 때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 자리에 오른 인물은 차윤정'이라는 사람이었다. 당시 허각보다 인기가 없었던 각하가 탐욕을 부린 정책이 사대강 사업이었는데 이 사업은 자연 경관을 망치는 범위를 떠나서 재앙을 넘어서는 악질적 사업이었다. 낫 놓고 기억 자도 모르는 무식쟁이'라고 해도 물을 막아 물을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수작(水作)이 말 그대로 수작(酬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시장에서 생선이나 자르는 나도 아는 사실이니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대강 나팔수를 자청한 사람은 환경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자였다. < 신갈나무투쟁기 > 는 보기 드문 걸작이었다. 환경에 대한 애정과 자연과학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문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이 사업 홍보에 온몸을 바친 것이다. 그녀가 처음부터 사대강 사업을 옹호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한국일보 기고를 통해 신랄하게 사대강 사업을 비판한다. 그녀는 환경부본부장을 임명받기 전에 한국일보 칼럼'에 이런 글을 기고했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칼럼에서  “한강 유역에 사는 식물종만 해도 대략 700여종, 수서곤충은 100여종, 민물고기 50여종, 그리고 새도 50여종이나 된다. 그러나 우리가 기술하는 강의 정보란 여울, 소(沼), 습지, 연못, 수충부, 모래 톳, 수로, 유속, 유량 등 많아야 20개 정도다. 그나마 이 속성들 사이의 생태적 관계는 미처 파악하지 않았을 뿐더러 통합적으로 논의하지도 않는다"며 "이제 강을 수로와 수심과 수변으로만 다듬는 '사업'을 한다고 예산까지 구체화하였다. 뭘 어떻게 해서 자연의 아름다운 강보다 더 아름다운 강을 만든단 말인가" 라고 비판했던 분이었다. 철새의 이동 경로를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에게 < 신갈나무투쟁기 > 를 권한다. 왜 철새가 여의도'에 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철새는 여의도로 모인다. 여의도에 모인 철새는 텃새가 되기 일쑤다.

 

한국일보 2009.10.11 사설 칼럼, 차윤정 < 흐르는 강물처럼 > 전문 ▼

 

약 4,700년 전 바빌로니아의 도시국가 우룩(Uruk)을 지배하고 있던 길가메시(Gilgamesh)는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광활한 숲을 개간하기를 원했다. '숲으로의 여정(The Forest Journey)'으로 알려진 '길가메시 대서사시(Epic of Gilgamesh)'는 그가 숲을 점령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문자로 기록된 인류 최초의 영웅 서사시에는 불행히도 인류를 향한 오랜 생태적 저주가 담겨 있다.

길가메시 이전에 한번도 인간이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어둡고 신성한 숲은 수메르의 신 엔릴(Enlil)이 지키고 있었다. 병사들은 이 신성한 정령들의 숲에 들어가기를 꺼렸으나 길가메시는 죽음으로 위협하며 병사들을 숲 안으로 내몰았다. 수많은 병사가 숲과의 싸움으로 목숨을 잃었으나 결국 숲은 인간에게 길과 대지를 내주었다. 이때 죽음에 임박한 엔릴은 길가메시와 그의 군대에게 다음과 같은 저주를 내린다.

'너희가 먹는 음식, 너희가 마시는 물 모두 불이 삼키리라 (May the food you eat be eaten by fire; may the water you drink be drunk by fire)'

지금의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지역의 사막이나 준사막 지역은 아직까지 고대의 저주에 걸려있어 그 속의 인간은 고통스럽다. 우리에게 이런 저주의 역사가 전해지지 않았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을 엎어 경작지를 만들고 도시를 만들어 짧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겠지만, 도전과 개척 정신이 부족했다는 비난이 있을지라도 지금의 남겨진 자연유산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오랜만에 김포공항을 나가기 위해 강을 따라 도로를 내달린다. 막 가을로 접어드는 유유한 강물과 강변의 사람들이 평화롭다. 늘어진 나무들과 가벼워진 갈대이삭들이 더 없이 사랑스러운 거대 도시의 한 조각. 서울, 너는 정말 아름다운 강을 가지고 있었구나.

산이 정적이라면 강은 동적이다. 물이 휘몰아치는 굽이에는 너른 모래 톳을 만들어 힘을 흩어버리고 땅을 파고드는 곳에서는 자갈을 쌓아 상처를 보듬는다. 강은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지상에는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선이 만들어진다. 그 구비마다 수많은 생물이 틈을 메우며 생존하다. 그 안에 사람도 있다.

한강 유역에 사는 식물종만 해도 대략 700여종, 수서곤충은 100여종, 민물고기 50여종, 그리고 새도 50여종이나 된다. 그러나 우리가 기술하는 강의 정보란 여울, 소(沼), 습지, 연못, 수충부, 모래 톳, 수로, 유속, 유량 등 많아야 20개 정도다. 그나마 이 속성들 사이의 생태적 관계는 미처 파악하지 않았을 뿐더러 통합적으로 논의하지도 않는다. 이제 강을 수로와 수심과 수변으로만 다듬는 '사업'을 한다고 예산까지 구체화하였다. 뭘 어떻게 해서 자연의 이름다운 강보다 더 아름다운 강을 만든단 말인가.

작은 샘에서 시작되는 강의 긴 여정과 그 여정이 다듬어 왔던 생물과 풍광의 역사가 어찌 4,700년보다 짧을까. 강의 의미가 단순히 사람의 풍광만으로 정의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그러나 강은 산보다 더 정교하고 엄격한 자연이요, 환경이다. 산의 파괴가 그토록 오랜 시간 저주를 풀지 않는데, 정복당한 물이 내릴 저주란 얼마나 끔찍할지, 좀 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자연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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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11-2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DBGR 님 지못미......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12:59   좋아요 0 | URL
지못미... 흑흑흑......
안타깝군요.....

만화애니비평 2013-11-2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인물로 다산 정약용 선생입니다. 물론 집안 내력상 그분의 제자의 후손이란 점도 작용하겠지만, 그 분께서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정약전 선생이라고 하더군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며, 고통과 박해로 상처입은 분이죠. 현산어보에 담긴 서민의 애환을 다스리는 분인만큼..참..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13:00   좋아요 0 | URL
아마 만애비 님 직업하고도 관련이 있으니 이 책 읽으셨르리라 생각됩니다만
혹 안 읽어보셔다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조흔 책이 아니라 탁월한 책입니다.

yamoo 2013-11-26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 곰발님만이 할 수 있는 추천인 걸요~! 쵝오의 추천 중 하나입니다~ㅎ
언제나 양질의 페이퍼로 알라딘 서재를 수놓아 주시는 공발님^^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17:49   좋아요 0 | URL
아, 이거 고맙군요. 역시 천재가 천재르르 알아보는 법입니다.
틈틈이 생선 토막을 내면서 쓰는 페이퍼'라 오타가 많으나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수다맨 2013-11-2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무릎을 치면서 읽었습니다.
기왕이면 "아웃사이더"나 "맹신자들" 같은 책들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없네요 ㅎㅎ
권위를 부수고 조롱하는 작가들을 좋아하는 곰곰발님의 취향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18:00   좋아요 0 | URL
ㅎㅎㅎ... 페이퍼 작성 중입니다. 야금야금 올리고 있네요.
좋은 책들만 추천하는 게 아니라 아주 후진 책도 추천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하여튼 저는 부코스키 할아버지가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는다고 헌사를 썼을 때
정말 짜릿했어요. 헌사만 보고 마음에 들어서
이 소설은 읽으나 마나 훌륭하겠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포스트잇 2013-11-26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작 좀 알려주시지ㅜㅜ, [칼의 노래]부터 봤습니다, 아... 흑흑흑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20:1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아쉽군요. 작가지망생들에게는 무조건
후진 작품을 추천해야 기세등등한 마음으로 열심히 매진할 터인데..
칼의노래'부터....ㅋㅋㅋ 눈물이...-_-

매직퀸 2013-11-2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댓글은 남기지 않지만 종종와서 보고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때 공감 누르지 말란 글에 처음 공감 누른 사람이 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20:12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안티히어로 같은 인물 같으니라구...ㅎㅎㅎㅎㅎ
아, 매직퀸 님 반갑습니다. 이거 진짜 의외의 등장이어서 정말 반갑군요.
언제 함 시장 오십시요. 생선 한 토막 드리겠습니다.
생선 손질하는 거 아주 맘에 듭니다.

매직퀸 2013-11-26 20: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진짜로 파시는 겁니까? 생선 생선 하시더니 정말 생선을 파시는군요 ㅋㅋ
갈 거 같진 않지만 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열심히 파시고 글 종종 보러 오겠습니다.

생선 생선 치다가 오타로 생성이라고 쳐버렸는데 묘한 관계가 있는 거 같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20:36   좋아요 0 | URL
언제 영화 만드실 때 칼로 생선 자르는 인서트 필요하시면 저를 쓰십시요.
무료로 봉사하겠습니다. 무료로 출연했으니 밥 사달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사실 밥값이 제일무섭거든요. ㅎㅎㅎㅎ.

자주 오세요. 퀸 님.

수다맨 2013-11-2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정윤의 "홀로서기"를 이렇게 독창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군요. 역시 곰곰발님의 품평(!)은 대단하십니다 ㅎㅎ 이제야 시인의 시와 삶이 일치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20:39   좋아요 0 | URL
서정윤의 솔로서기는 이제 언행일치가 되었으니 실로 애닳고, 애끓고, 그런 리얼리즘 시가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처절합니까. 혼자 서면 정말 대책이 없거든요.
이거... 범성론자인 제가 읽으니 정말 눈무이 앞을 가리더군요...
굉장한 시입니다. 노벨상 후보로 밀어줘야 함...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서정미로 승화시킨,
결국은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문학과 실천을 동시에 완성시킨 시인....

2013-11-26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6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6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르푸르 2013-11-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추천해주실 책은?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11:04   좋아요 0 | URL
단군신화 추천이요. 오쉬프는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함...

2013-11-27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3-11-2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대상이 ㅋㅋ 찰스부코스키 읽어봐야겠다고 맘먹고 도서관에서 딱 저 헌사를보고 금방 사랑에 빠졌지 뭐예요? 책은 그대로 반납해야했지만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15:23   좋아요 0 | URL
오, 고로케 님이시군요 ! 찰스 부코 형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간지 좋아하시거든요. 추천합닏. 꼭 읽어시기를...
 

 

 

 

 

혜민이나 김난도가 쓴 힐링-멘토-에세이'는 대중을 철저하게 농락한다. 그들이 말하는 결론은 < 내 탓이다 > 다. " 마음먹기에 따라서 당신이 꿈꾸는,  밝은 미래가 보입니다 ! " 그런데 이 말은 사회 구조 탓을 하지 말고 네 자신이나 알아라 ! 라는 메시지'이다.  꼴값 떨지 말고 주제 파악 하라는 말과 동일어다. 탁산성의 지적처럼 사회적 모순은 " 멈추면, 보이는 것(해결되는 것) " 이 아니다. 구조란 그렇게 느슨한 모래성'이 아니다. 혜민은 과연 남양유업 피해자들에게 " 네 탓 (남양 유업' 횡포) 하지 말고 마음 수양 하면 행복이 찾아옵니다. " 라고 말할 수 있을까 ? 불교에서는 행복을 가르치지 않는다. 겨우 사는 방법을 가르칠 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평은 < 겨우의 결핍 > 에서 오는 것이지 < 행복의 충만 > 에 있지 않다. 불교는 행복학'이 아니다. 혜민이 말하는 행복론은 가짜다. 자기 자신에게 화살 촉을 향하게 하는 방식'은 노예의 도덕이고 비겁한 자들이 말하는 변명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응이 아니라 외침/폭로'이다. 나라가 휘청거리면 책임자 처벌은 미뤄둔 채 집안에서 뒹구는 금붙이부터 헌납하는 민족성은 애국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식민지 사회'가 만들어 놓은 변형된 조공의 한 방식'이다. 하루 12시간 일해서 120만 원 버는 구질구질한 삶을 자기가 못난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당신은 못난 아버지도 아니고, 못난 아내도 아니며 철없는 자식도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눈동자의 검은 먹물까지 쏘옥 빼먹으려는 자본가들의 더러운 욕망 탓이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는 것은 부족한 스펙 탓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다. 그들'을 향해야 한다. 활시위 팽팽하게 당겨라. 허공이어도 좋다 ! 언젠가는 당신이 쏜 불화살'은 누군가의 심장을 관통할 것이다

 

 

- 불교에서는 행복을 가르치지 않는다 中

 


 

 

 

 

 

 

 

 

 

민심은 소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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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월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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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 " 라는 구호는 지나가는 둥굴레 박씨'에게 줘야 한다. 아니면 민들레 홀씨'에게 줘도 된다. 저런 식으로 말하는 자들은 운동권 학생들'보다는 오히려 늙고 교활한 정치가'들이 뇌물 먹고 깜빵'에 들어갈 때 능청스럽게 외치는 말투'다. < 정의 > 라는 녀석은 4번 타자'라기보다는 무능한 8번 타자'에 가깝다. 정의는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한 번 승리하지 항상 승리하지는 않는다.  대의'를 외치는 놈치고 제대로 된 놈 못 봤다. 사소하며 꾀죄죄한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거대 담론'만을 말하는 정치가야말로 정말 꾀죄죄한 정치가'이다. 디테일이 배제된 거대담론은 공염불이요, 뜬구름 잡는 소리'이다. 김수영 시인은 시에서 " 왜 나는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 라고 자조섞인 한탄을 쏟아냈지만 이 꾀죄죄한 옹졸함'은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밖으로는 민주 번영에 이바지하여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한 초석이 된다.

 

불의에 대한 항의가 반드시 거대 담론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법. 그런데 대한민국 남성은 너무 원대한 포부를 가져서 꾀죄죄한 현실 문제'에는 늘 시큰둥하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염통이 태평양만 하다고 착각하는데 사실 대한민국 남성만큼 꾀죄죄한 심장'을 가진 민족도 없다. 데이트 비용을 모두 남자가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아서 속으로는 추렴을 했으면 바라지만 이런 문제 제기'는 엄두도 못낸다. 그저 한다는 소리가 정의 사회 구현'이라거나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소리만 지껄인다. 나는 이런 소리를 하는 놈을 볼 때마다 양아치 팔뚝에 새겨진 " 차카게 살자 ! " 와 뭐가 다른지 궁금하다.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추렴하자는 말은 못하고 쓸데없이 사회 정의 운운하는 것은 꾀죄죄한 남자로 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꾀죄죄한 남자로 보이기 싫어서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야말로 꾀죄죄한 인간이다. 중국 사상가 이종오는 < 후흑학 > 에서 얼굴이 두껍고 검은 마음을 한 교활한 놈이 권력을 잡는다고 주장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굴에 철판 깔고 양심에 털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당신이 도박사라면 < 정의' > 보다는 < 불의' > 가 승리를 할 것이라는 쪽에 배팅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처럼 역사는 대부분 " 불한당들 " 이 만든 세계'이다. 세상은 권력을 독점한 소수가 장악한다.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 되지만 권력은 나눌수록 반'이 되기는커녕 아예 사라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권력을 국민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라질 때까지 쪼개고 쪼개서 권력 자체를 무력(無力)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민을 모두 다 고만고만한 놈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이다. 사회 구조를 도토리 키재기'로 만들어서 누구라도 이길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것이 참된 민주주의'이다. 반면 전체주의는 권력을 국민에게 나누기는커녕 빼앗아서 특정 소수에게 몰아서, 권력을 가진 자가 무소불위한 무력(武力)을 가지도록 만드는 체제이다. 전자는 무소불위를 휘두르는 나쁜 권력을 무력(無力)하게 만드는 것이고, 후자는 그 무력(武力) 을 소수가 독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기보다는 아직은 전체주의적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 조까라 마이싱'이다. 권력은 권력자에게서 나온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낭만적 허세를 유포하는 자는 밑바닥에 발 딛지 못하고 계롱산 뜬구름 위에서 공염불만 외치는 자'이다. 권력은 면후/面厚와 심흑/心黑'인 특정 소수'가 장악한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보자면 특정 소수가 권력을 전횡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민의를 반영하는 투표는 다수결의 원칙'를 기본 원리로 하는 체제'이다. 그런데 다수가 아닌 소수'가 모든 권력을 나눠 가지는 구조를 가진 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면후와 심흑을 가진 자'는 민중을 숙주로 이용한다.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스틱을 조종한다. 청기 올려 ! 백기 내려 ! 백기 내리지 말고 청기 올려 ! 둘 다 올려 ! 그리고 빤스 벗어 !!!  몇몇 놈이 전체를 다스리는 것, 그러니깐 한국 사회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 사회'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들이 장악한 권력 기관을 이용해서 대중을 바보'로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김미경, 김난도, 혜민이 내뱉는 지적질'이 못마땅한 이유는 < 네 탓 > 을 해야 할 상황에서도 < 내 탓 > 을 한다는 데 있다. 모든 잘못은 내 탓'일까 ? 비정규직 노동자는 과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모자라서 그 모양 그 꼴로 살아가는 것일까 ? 노처녀 노총각은 이성에게 어필하는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것일까 ? 모든 문제를 유심 탓으로 돌리는 여론 플레이는 소수 기득권 세력이 퍼트린 삐라'다. 그들은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으니 사회 탓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하면 복되고, 복되고, 복된 삶이 된다나 ? 그런 일은 없다. 그것은 복된 삶이 아니라 고된 삶일 뿐이다.  김미경, 김난도, 혜민'이 쓴 책에서 독자가 얻게 되는 것은 學'(학)이 아니라 虐(학)이다. 자학(自虐')이다. 레비스트로스의 말이 옳다. 사회 구조가 인간을 만든다. 문제는 사회이지 인간이 아니다.

 

이처럼 다수를 조종하는 특정 소수는 " 네 탓 아닌 내 탓 이데올로기 " 를 퍼트린다. 그들은 모든 권력 기관을 동원하여 네 탓을 하는 인간을 꾀죄죄하게 만든다. 한국형 애국심'은 애국이라기보다는 자학에 가깝다.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욕망'은 개나 주라고 말한다. 이처럼 < 내탓 > 과 < 애국심 > 은 닮은꼴'이다. 자기학대'를 통해서 쾌락을 얻는다. 이처럼 권력형 특정 소수'는 다수를 우민화하는 데 성공했다. 노동자들이 노동자 파업을 고깝게 여기고, 여자의 적은 여자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소수가 다수를 장악하는 원리이다. 이제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는 드물다. 성공의 조건이 재능이 팔'이고 환경이 이'라고 했을 때, 성공을 결정 짓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환경이 된다. 재능이 뛰어나서 성공의 80%를 완성시켜도 결국 환경이 뒷받침'을 하지 못하면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재능이 육'이고 환경이 이'인 놈은 재능이 팔'이고 환경이 영'인 놈보다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미덕은 뒷거래'와 한통속'이다.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계통과 계열에 따른 이해타산에 분주하다.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다니는 교회 이름을 들먹인다.  그러므로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환경'이다. 별 볼 일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재능이 뛰어난 놈은 한 번 실패하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지만 별 볼 일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재능이 별로 없는 놈은 한 번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결국 전체적인 구조는 재능 80% 와 환경 20% 이지만 20%가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이건희'는 사업 수완이 좋은 노인네'가 아니다. 그가 손을 대서 사업에 성공하거나 실패한 경우는 반반이었다. 이것저것 찔러보다가 그중 하나가 성공하면 그것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가 빈털털이 벤쳐사업가로 시작했다면 지금쯤이면 알거지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마이다스의 손이라거나 경영의 신'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그는 다른 이'보다 환경이 좋았을 뿐이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소수 의견을 무시한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역설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은 소수가 전체를 지배하는 사회'다. 그들은 숙주를 조종하는 스틱 운전자들이다. 대다수는 그들에 의해 조종되는 곱등이'다. 국민의 뜻은 알고 보면 소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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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스리 2013-11-2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서 저는 거창하게 말하면 프랑크푸르트 학파 식 비판으로 일관하되 그 치열한 싸움으로 상처받은 내면을 예술로 달래고, '마음먹기'를 방법론적으로 차용해서 분노나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 구라인 것 같고 힐링캠프 나오신 법륜스님 말씀 들어보니 이 분은 그런 식으로 대중을 기만하진 않더라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12:56   좋아요 0 | URL
법륜 스님의 직언직설인가... 뭐 그런 것을 하시더라고요.
법륜은 다른 스님과는 달리 뜬구름 잡지는 않더군요.
현실적인 처방을 해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윤스리 님 오랜만이군요.... ㅎㅎㅎㅎ.

만화애니비평 2013-11-2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싫어하는 인간 유형이 사회가 아니라 개인을 보라고 하는데, 개인을 보려면 인간은 루소가 제시한 자연에서 살아야 하듯이 이 사회가 자연에서 풀뿌리 캐고, 낚씨하는 1차 산업이 가능하면 되는 것이죠. 진짜 그런 개 같은 소릴 들으면 기가 차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12:58   좋아요 0 | URL
보수가 항상 그런 소리를 하죠. 좌파는 항상 문제는 사회 구조에 있다고 말이죠.
그런데 이 보수가 비아냥거리듯 말한 모든 문제는 구조적'이라는 말은
사실 맞는 말입니다. 구조를 봐야지 인간성만 놓고 지랄을 하게 되면 랄랄라가 됩니다.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