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추천 도서 목록.

 

 


 

1. 

1. 스킨십이 과한 청년에게 에드워드 홀의 < 숨겨진 차원 > 을 추천한다 : 여자들은 회식날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회식은 전형적인 남성 중심 문화'이다. 그러다보니 종종 직장 상사의 과도한 스킨십'에 당황하게 된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성추행에 해당되지만 당사자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발뺌하기 일쑤다. 그런데 성추행은 여성만 당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 여자 상사에 의해 남자 사원이 당하는 경우도 있고, 나이 어린 친구로부터 당하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는 성추행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불쾌했던 경험은 있다. 며칠 전, 새파랗게 어린 친구가 과도하게 스킨십'을 시도할 때 난감했다. ( 성추행은 아니다. 하지만 그 표현이 과했다. ) 내가 모임을 주선했던 터라 그 자리에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옆에 바짝 붙어서 자신의 얼굴을 내 팔에 계속 부빌 때마다 나는 당혹스러웠다. 비록 그 행위가 단순히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한 제스츄어'였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그 스킨십을 당하는 사람의 심리'이다. 당신의 행동이 선의인가 아닌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기분이 불쾌한가 아닌가에 달렸다. 그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에드워드 홀의 < 숨겨진 차원 > 이다. 에드워드 홀은 인간과 인간이 맺는 거리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 밀접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이다.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으니 개인적 거리'만 놓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사람이 만나서 악수를 나누는 간격을 개인적 거리'라고 한다. 악수는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전달하지만 동시에 악수를 나눈 간격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이 아닌 이상은 타자가 지나치게 가까이 자신에게 접근하면 불안과 불쾌를 경험하게 된다. 성추행은 기본적으로 개인적 거리'를 파괴하고 지나치게 접근해서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이다. 나는 당신을 개인적 거리를 유지해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호감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2. 

 

2. 문청에게는 < 동정 없는 세상 > 과 < 수상한 식모들 > 을 추천한다 : 문청'에게 도움이 되는 책'은 사실 대가의 작품이 아니다. 내가 문청이나 문학소녀에게 김훈이 쓴 < 칼의 노래 > 를 추천한다면, 과연 그들의 습작에 도움이 될까 ? 도움은커녕 좌절만 느낄 것이다. 김훈은 " 꽃은 피었다 " 와 " 꽃이 피었다 " 를 놓고 오랜 고민을 했다고 고백했는데, 습작을 하는 문청 입장에서 보면 이런 식의 고백은 문청을 당혹스럽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작품을 읽고 나면 자신이 쓴 습작은 홧홧해서 다시 읽어볼 수도 없을 것이다. 차라리 아주 후진 작품을 추천해서 그 작품을 읽고 나면 "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겠는걸 ! " 이라는 자신감을 줘야 한다. 그래서 추천한다. 박현욱의 < 동정 없는 세상 > 과 박진규의 < 수상한 식모들 > 첫경험과 성장통을 엮는 촌스러운 박현욱'식 감성에 웃음이 난다. 한번 했더니 어른이 됐다 ?!  천번을 해도 어른이 안 된다. 섹스와 성장을 엮는 클리쉐는 이제 지겹다. 그리고 < 수상한 식모들 > 은 소설보다 소설'에 실린 평론이 더 후진 경우이다. 이런 걸 두고 전복적 상상'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들 작품을 읽다 보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3. 

 

3. 문학과지성사에게 김신용을 추천한다 : 나에게 있어서 김신용은 단연 " 올해의 발견 " 이었다. ( 사실 김신용은 작년에 발견한 작가였다. 그런데 작년의 발견'이라고 하니 웃겨서 그냥 올해의 발견'으로 매조지한다 ) 김신용을 알게 된 계기는 온라인에서 흔히 떠도는 잘못된 정보에서 시작되었다. 잘못된 정보에 의하면 < 환상통 > 이라는 시'는 2010년 모 신문사 신춘문예 응모작 가운데 하나'였다. 더군다나 당선작이 아니라 최종 심의'에 오른 작품으로 소개가 된 것이다.  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는 강렬했다. 이런 시'가 신춘문예'에서 떨어진다면 과연 어떤 시가 좋은 시일까 ? 당선작들을 주욱 훑다가 고개를 가우뚱거렸다. 이 시'보다 좋은 당선작은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정보는 잘못된 정보였다. 시인은 이미 오래 전에 등단해서 시를 꾸준히 내는 사람이었다. 시인은 피와 고름을 짜내서 시를 쓴다. 생생한 고통 앞에서 당황하게 된다.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해 자폐적 언어로 시를 쓰는 현대 시 경향에 비춰 보면 김신용은 다른 시인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탁월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시인들에게는 거의 독보적인 성지'처럼 여겨지는 출판사인데, 이 출판사가 왜 김신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다. 문단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관심도 없다는 심보인가 ?

 

 


4. 

 

4. 각하에게 < 현산어보를 찾아서 > 를 추천한다 : 시장에서 생선을 토막내다 보면 비린내가 몸에 밴다. " 몸에 밴다 " 는 것은 그 냄새에 익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이 싱싱할수록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희망사항이 어부가 되는 것이었는데 그 원대한 꿈에서는 멀어졌지만 이렇게 시장 한 구석에서 생선을 파니 나름 꿈을 이뤘다 자부한다. 비록 손에 칼을 잡고 물을 묻히며 일하지만 마음은 편하다. < 화양연화 > 나 < 화무십일홍 > 라는 말이 있듯이 물고기에게도 물오른 한때가 존재한다. 도다리에게는 봄철이 화양연화'이고, 전어에게는 가을이 제철'이다.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할 때 구워 먹은 전어의 맛'을 기억했다가 한여름에도그 맛이려니 하며 전어를 찾다가는 당황하게 된다. 전어는 여름에는 맛 없는 생선이다. 겨울에 먹는 도루묵과 여름에 먹는 도루무 맛도 전혀 다르다. 이처럼 그 아무리 맛 좋은 생선이라고 해도 365일 맛이 똑같은 생선은 없다. 중언부언이겠으나 모든 짐승에게는 제철이 있다는 말이다. " 각하 ! 물고기들도 이처럼 제철이 제각각인데 하물며 인간은 어떻겠습니까 ? 태어난 날이 모두 다르듯, 생각 또한 모두 다릅니다. 백성이 당신을 향해 싫은 소리를 할 수도 있는 것이지 그것을 두고 좌시'라거나 가만 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차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지금 당장은 비린내가 심하게 난다며 썩은 것 아니냐고 의심하시지만 저 생선도 봄이 되면 살점이 올라 맛이 일품인 생선이 됩니다. 고정하시옵소서. 그리고 한 가지 더 ! 전어는 가을에 귀한 대접을 받지만 봄 되면 비린내가 심하고 뼈가 억세서 찾는 이가 없답니다. 다 한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추천합니다. 이태원의 < 현산어보를 찾아서 > 뮤지익, 스타뜨 ~ " 성실한 학자와 성의 있는 출판사가 대동단결하면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은 증명한다. 저자의 노력도 감동적이지만 묵묵히 믿고 지원해준 출판사도 감동적이다. 이런, 출판사... 정말 소중하다.

 

 


5. 

 

5. 그 흔한 헌사(감사의말 포함)에 질려버린 독자에게는 찰스 부코스키 장편소설 < 우체국 > 을 추천한다 : 보통 " 감사의말 " 이나 " 헌사의글 " 은 백이면 백, 똑같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수상 소감을 말할 때도 똑같다. 어쩌면 그리 똑같은지 모르겠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물신양면 도와주신 A,B,C,D,E,F,G,H,I,J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끝에 늘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그런데 이 소리는 "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다 " 는 고전적 멘트처럼 불변이다. 이쯤되면 식상하리라. 그래서 준비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찰스 부코스키 장편소설 < 우체국 > 을 추천한다. 그는 이 소설 헌사'에서 다음과 같이 짧게 쓴다. " 이 작품은 허구이며,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는다. " 아, 이보다 멋진 헌사를 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작품의 탄생이 주변인들에게서 빚 졌다는 말은 단순한 공치사'다. 작품 탄생에 있어서 어떤 이에게 빚을 크게 졌다고 생각하면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서 인세와 영광을 나눠야 한다. 그런데 그런 작자는 아무도 없다.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찰스 부코스키만큼 솔직하게 말하는 이는 없다. 단연 최고'다. 헌사도 최고고 소설도 최고'다. 다음은 내가 이 소설에서 끔찍하게 좋아하는 구절이다.

 

조이스는 마침내 달팽이를 삼켰다. 그러더니 접시에 담긴 다른 것들도 천천히 살폈다.

- 모두 작은 똥구멍이 달렸어 !끔찍해 !끔찍하다고 !

- 똥구멍이 뭐가 나쁘냐고 ! 당신한테도 똥구멍은 있잖아. 나도 똥구멍이 있다고 ! 가게에 가서 큼지막한 쇠고기 스테이크를 하나 사봐. 거기도 똥구멍은 달렸어 ! 지구상에는 똥구멍이 널렸단 말이야 ! 어떤 면에서는 나무들도 똥구멍이 달렸는데 못 찾는 것뿐이야. 나무들도 이파리를 싸잖아. 당신 똥구멍, 내 똥구멍, 세상에는 수십억 개의 똥구멍으로 가득 찼어. 대통령도 똥구멍이 있고, 세차장 직원들도 똥구멍이 있어. 판사들도 살인자들도 똥구멍이 있다고. 심지어 자주색 넥타이핀 남자도 똥구멍이 있어 !

- , 그만해. 그만하란 말이야 !

그녀는 다시 구역질을 했다. 미친년. 나는 사케를 따서 한 잔 마셨다.

 

 


6. 

 

6. 요즘 아이들은 욕을 심하게 한다고 재수 없어 하는 고상한 학부모에게 성석제의 < 도망자 이치도 > 를 추천한다 : 며칠 전 뉴스에서 서정윤 시인'이 모 기자와 전화 통화 한 내용이 공개됐다. 시인은 여학생이 말한 진술이 모두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입에 키스를 한 것도 맞고, 가슴이 얼마나 컸는지 만져봐도 되냐고 한 말도 시인했다. 그리고는 끝에 가서 한마디했다. " 이게 다 시인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비롯된 겁니다. " 시인이 하고 싶었던 말은 성추행이 시인의 감성에서 비롯된 순수한 행위였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났다. 가끔 고상한 말투를 쓰는 양반들이 요즘 애들이 입이 거칠다면서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걱정도 팔자다. 당신은 입이 너무 고상해서 욕을 안 하고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청소년들이 내뱉는 욕은 치열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슬픈 위악과 허세의 풍경이다. 그것은 살벌한 집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고운 시어로 독자를 울렸던 서정윤 시인은 고운 말만 써서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나 ? 성석제의 < 도망자 이치도 > 는 욕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아이들이 욕한다고 욕하지 마라. 자라나는 아이들의 언어 순화를 걱정하지 말고 당신이나 잘해라. 다음은 욕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구절이다. 아름답게 감상하시길...

 

" 아아아, 지미랄 것, 너희 똥도 못 처먹는 개새끼들, 다 나와. 너 술도가 나와. 너 농약가게 하는 놈 나와. 너 고무신 장수 나와. 너 기름 팔아처먹는 놈 나오고 떡쳐서 파는 놈, 말고기를 소고리라고 속여 파는 놈 나와. 쌀 배달 하는 놈, 소리사 하는 놈 다 나와. 철공소, 목공소, 철물점, 대장간, 도장집, 문방구, 성냥공장, 엿도가, 고물상 나와라. 우체국, 경찰서, 읍사무소,세무서, 소방서 다 나오란 말이다. 개새끼들아, 나왔으면 일렬로 서. 이놈의 새끼들, 내 마누라하고 재미본 그 대가리들, 잘 놀게 내가 그냥 놔둘 줄 알았냐. 야, 너 흔들거리는 놈, 똑바로 서 ! 내가 땜장이라고 우습게 봤어. 사나이 봉달이를 우습게 봤다 이 말이야. 내가 오늘부터 너희 대가리에 헛구멍난 걸 몽땅 때우겠다 이 말씀이야. 너희 마누라들, 그 구멍도 다 때워버리겠어. 이눔의 새끼들, 똑바로 안 서 ! 차렷, 열중 쉬어, 차렷, 경례 ! "

 

 

 


7. 

 

7. 이문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마루야마 겐지 산문집 < 소설가의 각오 > 를 추천한다 : 어떤 이가 마루야마 겐지'의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를 읽으며 그가 마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는데, 그 추측은 틀려다. 마초일지도 모르는 가정법을 쓰면 안 된다. 그는 마초'다. 하지만 마초를 마냥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마초냐 마초가 아니냐'를 구별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마초냐 꼰대냐'를 구별해야 한다. 우리가 마초와 돌아이를 동급으로 취급하는 오류에는 꼰대를 마초로 이해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고독과 외로움을 구별해야 하듯이 마초와 꼰대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마초는 싸움에서 질지언정 쪽이 팔리는 일은 못 견뎌 한다. 이문열은 얼핏 보기에는 마초 같지만 꼰대다. 그가 사회적 약자를 건드리며 비아냥거렸을 때 그 짓은 참으로 쪽팔린 짓이었다. 신라면 때문에 싸나이를 울리는 경우는 있어도, 마초는 주먹으로 여자를 때려서 울리지는 않는 법이다. 이문열은 주먹 대신 말로 여자를 울렸다. 겐지는 < 소설가의 각오 > 에서 " 제자를 키우는 소설가의 속셈을 모르겠다. " 고 말한다. 이문열이 거창하게 공부방 하나 만들어서 문청들을 키웠을 때, 내가 첫 번째 느꼈던 것은 의아함이었다. " 아니 왜 소설가가 선생도 아니면서 제자가 양성하지 ?! " 그 밑에서 열심히 배운다한들 결국은 스승의 그림자'가 아닐까 ? 필사 수준에 머문다면 과연 그것은 좋은 문장이 될 수 있을까 ? < 소설가의 각오 > 는 작가라는 명함이 가지고 있는 근사한 판타지를 산산이 부순다.

 

 

 


8. 

 

8. 전립선 기능 저하'와 성기능장애'로 고생하는 남성을 위해서 서정윤의 < 홀로서기 > 를 추천한다 : 자신이 연루된 여자 중학생 성추행 사건에서 서정윤은 단호하게 말했다. 시인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말이다. 한순간에 입을 맞추고, " 가슴을 만져도 되나요 ? " 라고 말한 행위가 시인의 섬세한 감성'에서 비롯된 문학적 행위'가 되었다. 이 말투는 마치 신구가 시청자들에게 " 니들에 게 맛을 알어 ? " 라고 외치는 꼴과 비슷했다. " 니들이 시를 알어 ? "  모른다. 그따위가 시인의 감성에서 비롯된 행위 예술'이라면 죽을 때까지 몰라도 된다. 어쩌면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를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시는 서정시를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성인시'를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그러니까 < 홀로서기 > 에서 " 서기 " 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뜻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는 기러기 아빠'나 미혼자 혹은 성기능장애로 고생하는 남성을 위해 이 시를 썼는지도 모른다. 다른 관점에서 이 시에 접근하니 애달프고, 처량하다. 여성들은 모른다. 그것이 홀로 섰을 때의 당혹스러움을, 스스로 해결해야 될 때의 공허를 말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 한 편을 소개하기보다는 < 서다 > 라는 뜻풀이를 발췌해서 올린다. 9가지 뜻풀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

  

서다

 

1. 사람이나 동물이 발을 땅에 대고 다리를 쭉 뻗으며 몸을 곧게 하다.

2. 처져 있던 것이 똑바로 위를 향하여 곧게 되다.

3. 계획, 결심, 자신감 따위가 마음속에 이루어지다.

4. 무딘 것이 날카롭게 되다.

5. 질서나 체계, 규율 따위가 올바르게 있게 되거나 짜이다

6. 아이가 배 속에 생기다.

7. 줄이나 주름 따위가 두드러지게 생기다.

8. 물품을 생산하는 기계 따위가 작동을 멈추다.

9. 남자의 성기가 발기되다.

 

 

 


9. 

 

9. 욕을 먹어야지만 비로소 궁둥짝을 들어 일하는 척하는 게으른 당신에게 김미경의 < 언니의 독설 > 을 추천한다 : 각하가 국밥을 드실 때 질펀하게 욕을 하던 국밥집 할머니가 광고 모델이 된 적이 있다. 알음알음 들리는 소식으로는 각하와 할머니의 나이 차이는 한 살'이란다. 결국 각하는 동년배'에게 욕을 먹은 것이다. 그 이전에도 무수한 욕의 대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욕쟁이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하고는 했다. 서비스 산업의 논리로 보자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욕, 을 할수록 장사는 잘 됐으니 말이다. 김미경은 발빠르게 틈새 시장을 노린다. 힐링이 대세일 때에는 블루오션을 노려야 하는 법. 그녀는 욕쟁이 코스프레'로 한 번 강연하는데 3000만 원'이나 하는 강사료를 받는 스타로 등극했다.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말은 < 남들보다 2배 더 열심히 일해라 > 이다. 말은 쉽다. 더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맞는 말이다. 남들은 노동법이 정한 9시간 노동 시간을 지키며 퇴근할 때, 그녀는 18시간 일하라고 말한다. 이런 말은 언니가 하는 말투가 아니라 1970년대 봉제공장 사장이 하루 4시간도 못 자고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내뱉는 소리를 빼다박았다. 뭐, 그래도 욕 먹으면서까지 성공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 언니의 독설 > 이다. 욕 먹고 상사에게 칭찬 받으시기를 ! 그녀가 즐겨 말하던 입말 증평의 촌년에서  케냐의 여인 ( 캐리어우먼 ) 이 되시기를 !

  

 


10. 

 

10. 철새의 이동 경로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 차윤정의 < 신갈나무투쟁기 > 를 추천한다각하 정권 때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 자리에 오른 인물은 차윤정'이라는 사람이었다. 당시 허각보다 인기가 없었던 각하가 탐욕을 부린 정책이 사대강 사업이었는데 이 사업은 자연 경관을 망치는 범위를 떠나서 재앙을 넘어서는 악질적 사업이었다. 낫 놓고 기억 자도 모르는 무식쟁이'라고 해도 물을 막아 물을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수작(水作)이 말 그대로 수작(酬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시장에서 생선이나 자르는 나도 아는 사실이니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대강 나팔수를 자청한 사람은 환경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자였다. < 신갈나무투쟁기 > 는 보기 드문 걸작이었다. 환경에 대한 애정과 자연과학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문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이 사업 홍보에 온몸을 바친 것이다. 그녀가 처음부터 사대강 사업을 옹호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한국일보 기고를 통해 신랄하게 사대강 사업을 비판한다. 그녀는 환경부본부장을 임명받기 전에 한국일보 칼럼'에 이런 글을 기고했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칼럼에서  “한강 유역에 사는 식물종만 해도 대략 700여종, 수서곤충은 100여종, 민물고기 50여종, 그리고 새도 50여종이나 된다. 그러나 우리가 기술하는 강의 정보란 여울, 소(沼), 습지, 연못, 수충부, 모래 톳, 수로, 유속, 유량 등 많아야 20개 정도다. 그나마 이 속성들 사이의 생태적 관계는 미처 파악하지 않았을 뿐더러 통합적으로 논의하지도 않는다"며 "이제 강을 수로와 수심과 수변으로만 다듬는 '사업'을 한다고 예산까지 구체화하였다. 뭘 어떻게 해서 자연의 아름다운 강보다 더 아름다운 강을 만든단 말인가" 라고 비판했던 분이었다. 철새의 이동 경로를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에게 < 신갈나무투쟁기 > 를 권한다. 왜 철새가 여의도'에 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철새는 여의도로 모인다. 여의도에 모인 철새는 텃새가 되기 일쑤다.

 

한국일보 2009.10.11 사설 칼럼, 차윤정 < 흐르는 강물처럼 > 전문 ▼

 

약 4,700년 전 바빌로니아의 도시국가 우룩(Uruk)을 지배하고 있던 길가메시(Gilgamesh)는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광활한 숲을 개간하기를 원했다. '숲으로의 여정(The Forest Journey)'으로 알려진 '길가메시 대서사시(Epic of Gilgamesh)'는 그가 숲을 점령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문자로 기록된 인류 최초의 영웅 서사시에는 불행히도 인류를 향한 오랜 생태적 저주가 담겨 있다.

길가메시 이전에 한번도 인간이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어둡고 신성한 숲은 수메르의 신 엔릴(Enlil)이 지키고 있었다. 병사들은 이 신성한 정령들의 숲에 들어가기를 꺼렸으나 길가메시는 죽음으로 위협하며 병사들을 숲 안으로 내몰았다. 수많은 병사가 숲과의 싸움으로 목숨을 잃었으나 결국 숲은 인간에게 길과 대지를 내주었다. 이때 죽음에 임박한 엔릴은 길가메시와 그의 군대에게 다음과 같은 저주를 내린다.

'너희가 먹는 음식, 너희가 마시는 물 모두 불이 삼키리라 (May the food you eat be eaten by fire; may the water you drink be drunk by fire)'

지금의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지역의 사막이나 준사막 지역은 아직까지 고대의 저주에 걸려있어 그 속의 인간은 고통스럽다. 우리에게 이런 저주의 역사가 전해지지 않았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을 엎어 경작지를 만들고 도시를 만들어 짧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겠지만, 도전과 개척 정신이 부족했다는 비난이 있을지라도 지금의 남겨진 자연유산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오랜만에 김포공항을 나가기 위해 강을 따라 도로를 내달린다. 막 가을로 접어드는 유유한 강물과 강변의 사람들이 평화롭다. 늘어진 나무들과 가벼워진 갈대이삭들이 더 없이 사랑스러운 거대 도시의 한 조각. 서울, 너는 정말 아름다운 강을 가지고 있었구나.

산이 정적이라면 강은 동적이다. 물이 휘몰아치는 굽이에는 너른 모래 톳을 만들어 힘을 흩어버리고 땅을 파고드는 곳에서는 자갈을 쌓아 상처를 보듬는다. 강은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지상에는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선이 만들어진다. 그 구비마다 수많은 생물이 틈을 메우며 생존하다. 그 안에 사람도 있다.

한강 유역에 사는 식물종만 해도 대략 700여종, 수서곤충은 100여종, 민물고기 50여종, 그리고 새도 50여종이나 된다. 그러나 우리가 기술하는 강의 정보란 여울, 소(沼), 습지, 연못, 수충부, 모래 톳, 수로, 유속, 유량 등 많아야 20개 정도다. 그나마 이 속성들 사이의 생태적 관계는 미처 파악하지 않았을 뿐더러 통합적으로 논의하지도 않는다. 이제 강을 수로와 수심과 수변으로만 다듬는 '사업'을 한다고 예산까지 구체화하였다. 뭘 어떻게 해서 자연의 이름다운 강보다 더 아름다운 강을 만든단 말인가.

작은 샘에서 시작되는 강의 긴 여정과 그 여정이 다듬어 왔던 생물과 풍광의 역사가 어찌 4,700년보다 짧을까. 강의 의미가 단순히 사람의 풍광만으로 정의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그러나 강은 산보다 더 정교하고 엄격한 자연이요, 환경이다. 산의 파괴가 그토록 오랜 시간 저주를 풀지 않는데, 정복당한 물이 내릴 저주란 얼마나 끔찍할지, 좀 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자연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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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11-2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DBGR 님 지못미......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12:59   좋아요 0 | URL
지못미... 흑흑흑......
안타깝군요.....

만화애니비평 2013-11-2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인물로 다산 정약용 선생입니다. 물론 집안 내력상 그분의 제자의 후손이란 점도 작용하겠지만, 그 분께서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 정약전 선생이라고 하더군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며, 고통과 박해로 상처입은 분이죠. 현산어보에 담긴 서민의 애환을 다스리는 분인만큼..참..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13:00   좋아요 0 | URL
아마 만애비 님 직업하고도 관련이 있으니 이 책 읽으셨르리라 생각됩니다만
혹 안 읽어보셔다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조흔 책이 아니라 탁월한 책입니다.

yamoo 2013-11-26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 곰발님만이 할 수 있는 추천인 걸요~! 쵝오의 추천 중 하나입니다~ㅎ
언제나 양질의 페이퍼로 알라딘 서재를 수놓아 주시는 공발님^^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17:49   좋아요 0 | URL
아, 이거 고맙군요. 역시 천재가 천재르르 알아보는 법입니다.
틈틈이 생선 토막을 내면서 쓰는 페이퍼'라 오타가 많으나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수다맨 2013-11-2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무릎을 치면서 읽었습니다.
기왕이면 "아웃사이더"나 "맹신자들" 같은 책들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없네요 ㅎㅎ
권위를 부수고 조롱하는 작가들을 좋아하는 곰곰발님의 취향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18:00   좋아요 0 | URL
ㅎㅎㅎ... 페이퍼 작성 중입니다. 야금야금 올리고 있네요.
좋은 책들만 추천하는 게 아니라 아주 후진 책도 추천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하여튼 저는 부코스키 할아버지가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는다고 헌사를 썼을 때
정말 짜릿했어요. 헌사만 보고 마음에 들어서
이 소설은 읽으나 마나 훌륭하겠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포스트잇 2013-11-26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작 좀 알려주시지ㅜㅜ, [칼의 노래]부터 봤습니다, 아... 흑흑흑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20:1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아쉽군요. 작가지망생들에게는 무조건
후진 작품을 추천해야 기세등등한 마음으로 열심히 매진할 터인데..
칼의노래'부터....ㅋㅋㅋ 눈물이...-_-

매직퀸 2013-11-2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댓글은 남기지 않지만 종종와서 보고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때 공감 누르지 말란 글에 처음 공감 누른 사람이 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20:12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안티히어로 같은 인물 같으니라구...ㅎㅎㅎㅎㅎ
아, 매직퀸 님 반갑습니다. 이거 진짜 의외의 등장이어서 정말 반갑군요.
언제 함 시장 오십시요. 생선 한 토막 드리겠습니다.
생선 손질하는 거 아주 맘에 듭니다.

매직퀸 2013-11-26 20: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진짜로 파시는 겁니까? 생선 생선 하시더니 정말 생선을 파시는군요 ㅋㅋ
갈 거 같진 않지만 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열심히 파시고 글 종종 보러 오겠습니다.

생선 생선 치다가 오타로 생성이라고 쳐버렸는데 묘한 관계가 있는 거 같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20:36   좋아요 0 | URL
언제 영화 만드실 때 칼로 생선 자르는 인서트 필요하시면 저를 쓰십시요.
무료로 봉사하겠습니다. 무료로 출연했으니 밥 사달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사실 밥값이 제일무섭거든요. ㅎㅎㅎㅎ.

자주 오세요. 퀸 님.

수다맨 2013-11-2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정윤의 "홀로서기"를 이렇게 독창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군요. 역시 곰곰발님의 품평(!)은 대단하십니다 ㅎㅎ 이제야 시인의 시와 삶이 일치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6 20:39   좋아요 0 | URL
서정윤의 솔로서기는 이제 언행일치가 되었으니 실로 애닳고, 애끓고, 그런 리얼리즘 시가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처절합니까. 혼자 서면 정말 대책이 없거든요.
이거... 범성론자인 제가 읽으니 정말 눈무이 앞을 가리더군요...
굉장한 시입니다. 노벨상 후보로 밀어줘야 함...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서정미로 승화시킨,
결국은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문학과 실천을 동시에 완성시킨 시인....

2013-11-26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6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6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르푸르 2013-11-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추천해주실 책은?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11:04   좋아요 0 | URL
단군신화 추천이요. 오쉬프는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함...

2013-11-27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3-11-2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대상이 ㅋㅋ 찰스부코스키 읽어봐야겠다고 맘먹고 도서관에서 딱 저 헌사를보고 금방 사랑에 빠졌지 뭐예요? 책은 그대로 반납해야했지만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7 15:23   좋아요 0 | URL
오, 고로케 님이시군요 ! 찰스 부코 형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간지 좋아하시거든요. 추천합닏. 꼭 읽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