뙇' 한 생각들...

1. 군대 가라, 하지만......
나는 20세 안팎의 청년들'이 군대를 가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환에 정액이 가득 찰 나이에 군대'를 간다는 것은... 아, 빌어먹을 ! 한 마디로 마음 아픈 일'이다.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군대 가지 마라, 라는 소리는 아니다. 단, 군 입대 시기를 20세 안팎'에서 4,50세 전후'로 수정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얼마나 재기발랄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인가 ? 이 사회의 기득권'은 50대'다. 정상적인 코스'를 밝고 사회생활을 했다면 그들은 권위라는 이름의 자리에서 어린 것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을 나이'이다. 하지만 가족으로부터 가장 소외된 시기이기도 할 것이다. 이때 가는 거다. 물론 군 입대에 따른 모든 비용은 기업이 제공한다. 머리 깎고 절에 입적한다는 심정으로, 소풍간다는 심정으로, 가족이라는 짐을 벗는다는 심정으로 고, 고, 고 !
4,50대 남성이 군대에 입대하면서 생기는 결원은 어린 것들에게는 일자리와 승진할 기회'를 줄 것이며, 방탕한 생활로 허약해진 체력은 군대 유격훈련으로 단련하니 비만 및 성인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절약될 것이며, 화생방 훈련'에서 눈물을 흘리며 "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자아아아아아아보오오온 순간... " 이라며 물 먹은 습자지처럼 바들바들 오열하는 순간, 가족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이 또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군 입대 시기를 20대에서 4,50대로 변경하면 ① 일자리 창출 ② 체력 개선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 ③ 해체된 가족 복원 그리고 실직자들에게는 재기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④ 자력 갱생 역할을 담당하니 이 방법은 정말 좋은 제안이라 할 수 있다. 뭍에 나온 문어 다리처럼 흐물흐물 기어다니던, 저질 체력이었던 남편이 꿈 같은 휴가를 나와 가족과 재회한다고 생각해 보라.
자식들은 늠름한 아버지가 철조망 밑에서 나라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니 존경하게 될 것이고, 아내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식스팩으로 다져진 근육을 보고는 몸이 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부부는 신혼 때나 느꼇던 뜨거운 운우지정에 뼈와 살이 타들어 갈 것이다. 부부애와 가족애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나는 제안한다. 50대 남성이여, 군대 가자 !
2. 문학보다는 인문사회학'을 !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인문.사회학이 문학보다 뛰어나다는 소리가 절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학과 인문사회학'을 골고루 읽는 것이다. 문학만 읽는 사람과 인문사회학만 읽는 사람은 둘 다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소설책만 읽는 사람은 인문사회학'만 읽는 사람보다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만약 두 가지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인문사회학'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문학을 사랑하는 독재자'는 많아도 인문사회학서'를 즐겨 읽는 독재자'는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한국 정치사만 보아도 그렇다. 그나마, 그나마, 그나마 가장 성공적인 민주주의 정치의 대안'이라고 평가받는 모범적인 정권은 그나마 노무현과 김대중 정권이었다. ( 사실 이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만... ) 이들의 공통점은 인문사회학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다.
반면 김영삼과 이명박과 전두환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무리'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뭣도 모르는 놈이 무식하게 덤비는 법. 그렇다면 노태우는 ? 깜놀' 할지 모르겠지만 그는 클래식 음악 다방에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를 읽던 문학 청년이었다.
3. 철학을 과학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미친 짓이다.
좋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소설'만 많이 읽으면 된다고 주장하는 소설가'는 백이면 백 사쿠라'다. 오히려 훌륭한 스승은 좋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소설'만을 읽으면 안된다고 충고해야 한다. 종종 철학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을 볼 때마다 한심한 것은 과학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자연과학서 한 권'도 읽지 않고 철학을 한답시고 주절거린다. 이거 좀 웃긴 거다. 철학이란 '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 ' 을 넘어서, ' 인간이 관계 맺고 있는 대상 '을 연구하는 관계'에 대한 학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체를 훑을 수 있는 앎'을 꿰뚫어야 한다.
4. 긍정의 힘을 믿는다고 ? 웃기지 마라 !
이금희가 진행하는 아침마당 따위가 짠 명사초청 강연 프로그램을 보면 강연자들이 하는 소리는 대부분 긍정의 힘'을 갖자는 주장이 주류를 이룬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안 돼, 안 돼, 안 돼, 하면 정말 안 되고, 된다, 된다, 된다, 하면 정말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바로 캔디의 남성 버전인 < 제빵왕김탁구'> 라는 드라마'였다. "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 정신 " 이 결국 김탁구'를 해피엔딩'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강의를 하는 강연 프로그램을 보거든 tv를 꺼버리는 편이 오히려 당신 건강에 좋다. 왜냐하면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의 힘'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긍정적인 사고의 힘'을 믿는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긍정의 힘'만큼이나 부정의 힘 또한 크다는 것이다. 비율로 따지자면 전자와 후자'가 5 : 5 다.
그러니깐 긍정의 힘'만이 성공'를 만든다는 신화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무조건적인 긍정은 노예의 도덕'이라는 덫에 빠질 위험이 높다. 나는 부정의 힘'을 믿는다. 삐딱한 시선으로, 껌 좀 씹으면서, 혓바닥으로 면도칼을 굴릴 줄 아는 잔기술이 필요하다. 역사를 새롭게 변화시켰던 것은 시대에 대한 만족이 아니라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며 시대에 대한 안주보다는 반항하며 삐딱하게 보고자 했던 것이 이 사회'를 변화시킨 것이다. 5.18 광주 혁명'은 바로 이 부정의 힘'이 만든 시대의 전환'이었다. 1968년 파리 혁명'은 어떤가 ? 바리케이트와 짱돌의 대결이었지만 가장 위대한 해였다. 시위 군중은 외쳤다. 리얼리스트가 돼라. 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 이 혁명'은 실패했다. 하지만 이 실패'가 1968년을 위대하게 만든 것이다.
처음부터 실패는 명확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실패'를 위해서 돌을 던졌다. 이것은 긍정의 힘인가, 부정의 힘인가 ? 자살로 생을 마감한 헤밍웨이와 로맹가리'는 실패한 삶인가 ?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 말리비틀어진 풀이 촉촉하게 젖은 풀을 불태운다. "
5. 때론 완벽한 재현보다는 어설픈 재현이 훌륭하다.
생명이 없는 것, 예를 들면 자동차, tv, 명품 가방, 신발, 등'은 뛰어난 광고 사진 작가'가 찍어 놓은 사진을 보아야 제격'이다. 번쩍번쩍 빛나는 광고 사진 속의 제품을 보면 사고 싶어서 미친다. 일종의 과잉의 재현'이다. 그런데 생명이 있는 것은 정반대'이다. 우리가 꽃이나 동물을 재현할 때는 사진보다는 손으로 직접 그린 세밀화'가 더 완벽한 재현을 담당한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병'은 사진이 재현할 수 없는 꽃과 곤충의 세밀한 뽀다구'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