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과 꼬리의 정치학 

 

 

육식 동물은 뿔이 없는 반면 대형 초식 동물들은 (대부분) 뿔이 있다. 반면 육식 동물은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의 치아처럼 초식 동물은 치열이 가지런하다. 종합하면 <뿔 > 은 날카로운 이빨 대용으로써 사나운 육식 동물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라 할 수 있다. 비약하자면, < 뿔 > 은 초식 동물의 상징'이요, 약자의 징표이다. 그런 측면으로 보자면 뿔 달린 악마'는 사실 이미지의 배반이라 할 만하다. 뿔이 달렸다는 사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피 냄새에 환장하는 짐승 같은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나약한 인간'이라는 역설이 가능하다.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가시처럼 독한 발톱에 자신의 연약한 모가지를 지키기 위해서 뿔이 자라는 것이다. 이처럼 뿔은 약자가 운명적으로 간직해야 할 주홍글씨 A다.

 

다들 아시겠지만 나는 몇 달 전부터 뿔이 달리기 시작했다. 내 머리에만 뿔이 달린 것은 아니었다.  IMF 이후,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자'들은 머리에 뿔이 달리기 시작했다. 용산 망루에 오른 서민들은 쥐뿔 만한 뿔로 테러 진압조와 싸웠으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고, 철도 노동자 또한 5000명이라는 경찰과 싸우기에는 초라한 뿔이었다. 뿔은 이빨을 이길 수 없었다. 내가 처음 뿔이 달렸을 때 사람들은 모두 나를 괴물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뿔은 약자의 징표였다. 내 머리에서 자라는 뿔은 제멋대로 자라서 1미터가 훌쩍 넘었다. 사람들은 이 뿔이 악마의 뿔이 아닌 단순한 초식동물의 뿔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내 얼굴에 침을 뱉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뿔을 자를 수밖에 없었다. 아프지는 않았다. 그래도 녹용인지라 하루 술값은 되었다. 눈물이, 아.... 앞을 가렸다 !

 

머리 꼭대기'에서 자라는 게 뿔이라면 엉덩이 끄트머리에서 자라는 것은 꼬리'다. 인간은 꼬리를 버리고 사람이 되었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많고 많은 기관 중에 왜 하필 꼬리였을까 ? 한때 내 이름은 곰곰생각하는발. 내가 내린 결론은 꼬리라는 기관은 몸속에 있는 심장(마음) 과 뇌(생각)가 몸 밖으로 돌출된 예'라는 것이다. 그러니깐 꼬리는 제 2의 심장이요, 제 3의 뇌'다. ( 꼬리는 제 2의 마음이요, 제 3의 생각이다. )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고 하니.... 꼬리는 감정에 충실한 신체 기관'이다. 화가 날 땐 꼬리를 세우고, 반가우면 꼬리를 흔들고, 무서우면 가랑이 사이로 숨긴다. 감정의 " 형상화 " 라 할 수 있다. 속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꼬리는 의도적으로 조작을 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짐승은 꼬리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짐승들이 평생 동안 서열 싸움'을 하는 이유는 바로 꼬리 때문이다.

 

우두머리'를 넘볼 놈들은 꼬리를 내리지 않는다. 그런 놈들은 곧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놈이다. 그것은 일종의 선전포고 ! 운명의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두머리와 도전자는 서로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 하와이 가라 ! " 만약에 이 말에 기가 죽는다면 꼬리를 내리고 하와이 내가 간다잉. 잇힝 잇힝 ~ 이라며 뒤로 물러날 것이다. 하지만 모두 다 하와이를 가고 싶지는 않을 터, " 네가 가라, 하와이 ! " 라고 말하는 순간 대결은 시작된다. 짐승들의 세계에서는 몰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는 벌어지지 않는다. ( 간혹 연대'에 의해서 우두머리를 쫒아내는 경우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인간의 조상인 원숭이나 하는 짓이다.  프란스 드 발의 ' 침팬지 폴리틱스 ' 를 참고할 것. ) 깨끗하다, 그들은 지저분하게 칼질하지 않는다. 지면 승복하고, 이긴 자는 피의 보복을 하지 않는다.

 

이게 다 꼬리의 정치학'이 낳은 룰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 꼬리'가 사라졌다. 솔직히 말하면 퇴화한 게 아니라 인간 스스로 잘라버린 것이다. 인간이란 지구상에서 가장 간사한 새끼들. 오로지 있는 그대로만을 표현해야 하는 이 지긋지긋한  꼬리를 잘라버림으로써,  거짓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것이다. 속마음을 숨기고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되자 세상은 온통 이상한 놈들이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 뻐꾸기를 날리면 사람들은 와와 했다. 반면 말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우우 했다. 이성에게 인기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말할 때에만 하하 하고, 진실을 말할 때는 화, 화화'를 냈다. 어디 그뿐인가 ? 선거철만 되면 정치가들은 온갖 거짓 공약으로 권력을 쥐었다. 이명박은 사대강이라는 거짓말을, 오세훈은 뉴타운이라는 거짓말로 화려한 왕관을 썼다.

 

누군가가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은 빨갱이가 되었다. 이 세상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영웅이 되는 사회가 되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꼬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는 하하 웃지만 뒤에서는 등에 꽂을 칼을 벼린다. 꼬리가 사라지고나서부터 진정한 마초'도 사라졌다. 추잡과 주접이 난무하는 세계가 되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동물의 왕국을 본다. 꼬리를 바짝 세운 두 마리의 늑대가 죽을 각오로 싸운다. 하와이, 네가 가라잉 ? 컹컹. 내가 와 하와이 가노 ? 네가 가라, 하와이. 컹컹. 싸우다가 진 놈은 꼬리를 내린다. 아름다운 순간은 지금부터다. 죽일 듯이 싸웠던 승자도 상대방이 꼬리를 내리면 더 이상 물지 않는다. 그게 늑대의 처절한 룰이다. 싸움에서 이긴 놈은 상대방이 꼬리를 내리는 순간 절대 물지 않는다. 비록 그 놈이 힘을 길러서 다시 도전한다고 해도 말이다. 얼마나 멋진가 !  

 

늑대의 맞짱에 비하면 인간은... 양아치에 가깝다. 누군가는 칼질 하는 행위를 유식하게 권력 투쟁이라고도 하지만 미화하지 말자. 그것은 권력투쟁이 아니라 칼부림'이다.  언제부터인가 간사한 놈들이 세상을 평정했다. 날마다 우아한 드레스코드를 선보이는 각하'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놈은 하와이 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동안 나는 " 하와이 " 가 어떤 곳인가에 대해 늘 의문을 품고는 했다. 하와이'는 어디에 있는 곳일까 ? 마르케스의 상상적 영토'인 마콘도'나 킹의 으시으시한 캐슬록'과 같은 유토피아인가 ? 이 의문은 곧 풀렸다. 하와이는 " HOW WHY " 였다. 의문을 던지는 놈은 처형된다 ! 정치를 하는 놈들이 내뱉는 애국심에 대해 HOW나 WHY 라고 묻는 놈은 하와이 간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면 하와이 간다.

 

누군가가 하우 와이' 라고 묻는 순간 머리에 뿔 달린 빨갱이'가 되어 하와이로 유배를 떠나야 한다. 꼬리를 숨긴 놈들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뿔'을 생산한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이다. 하와이는 유배지'이다. 흑산의 영문 표기법이 바로 하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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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1-3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와이가 흑산이란 뜻입니까? 진짜? 아는 것도 많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12:19   좋아요 0 | URL
가짜입니다. 그냥 유배지 하면 흑산이 떠올라서... ㅋㅋㅋㅋ

르미에르 2014-01-3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해에도 술 많이 드시고 건강하시구랴!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13:59   좋아요 0 | URL
술 많이 마시고 술병 나라는 소리 같습니다그려 ? 허허허...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에피큐리언 2014-01-3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해엔 많은 애인을 만듭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21:45   좋아요 0 | URL
제가 무슨 바람둥이도 아니고... 후후,

만화애니비평 2014-01-3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많은 사탕을 받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21:45   좋아요 0 | URL
자꾸 사탕 사탕 하지 마십시요. 부끄럽습니다.

엄동 2014-01-3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는 제뿔을 팔게요 하루 술값은 될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22:17   좋아요 0 | URL
좋은 생각이군요. 뿔 잘라버려요 ! 그걸로 술이나 마십시다...

다소 2014-01-3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생각하지만, 곰발님의 제목 짓는 솜씨는 정말... 최고이십니다. 그리고 본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던지는 서두는 단연 압권. 새해에도 간이 무사하시기를~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1 13:48   좋아요 0 | URL
본론을 그럴듯하게 꾸미기 위해서는 결론은 앞부분을 찰지게 호객 행위를 해야 겠더라고요..
근데 다소'라는 말... 참 많은 뜻을 생각하게 만드는 단어 같습니다. 다소곳이란 뜻도 생각나고
다소 라는 부사도 생각나고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多笑로도 통하고... 좋은 닉네임 같습니다.

봄밤 2014-02-0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약하고 해칠일 없는 것들만이 결심을 밖으로 형상하는 것 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1 20:04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문장이군요.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라는 말...
우리가 흔히 악마는 머리에 뿔 달리고 꼬리가 달렸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오히려 천사들이 뿔 달리고 꼬리가 달렸을 거예요.
꼬리가 달렸다는 것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거잖아요. 꼬리는 본능에 충실하니깐 말이죠.
악마는 뿔도 없고 꼬리도 없는 놈일 겁니다. 이게 와전되어서 지금의 악마의 모습이.........

 

 

 

뙇' 한 생각들...

 

 

 

 

1. 군대 가라, 하지만......

나는 20세 안팎의 청년들'이 군대를 가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환에 정액이 가득 찰 나이에 군대'를 간다는 것은...  아, 빌어먹을 ! 한 마디로  마음 아픈 일'이다.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군대 가지 마라, 라는 소리는 아니다. 단, 군 입대 시기를 20세 안팎'에서 4,50세 전후'로 수정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얼마나 재기발랄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인가 ? 이 사회의 기득권'은 50대'다. 정상적인 코스'를 밝고 사회생활을 했다면 그들은 권위라는 이름의 자리에서 어린 것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을 나이'이다. 하지만 가족으로부터 가장 소외된 시기이기도 할 것이다.  이때 가는 거다. 물론 군 입대에 따른 모든 비용은 기업이 제공한다. 머리 깎고 절에 입적한다는 심정으로, 소풍간다는 심정으로, 가족이라는 짐을 벗는다는 심정으로  고, 고, 고 ! 

 

4,50대 남성이 군대에 입대하면서 생기는 결원은 어린 것들에게는 일자리와 승진할 기회'를 줄 것이며,  방탕한 생활로 허약해진 체력은 군대 유격훈련으로 단련하니 비만 및 성인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절약될 것이며, 화생방 훈련'에서 눈물을 흘리며 "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자아아아아아아보오오온 순간... " 이라며 물 먹은 습자지처럼 바들바들 오열하는 순간, 가족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이 또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군 입대 시기를 20대에서 4,50대로 변경하면 ① 일자리 창출 ② 체력 개선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 ③ 해체된 가족 복원 그리고 실직자들에게는 재기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④ 자력 갱생 역할을 담당하니 이 방법은 정말 좋은 제안이라 할 수 있다. 뭍에 나온 문어 다리처럼 흐물흐물 기어다니던, 저질 체력이었던 남편이 꿈 같은 휴가를 나와 가족과 재회한다고 생각해 보라.

 

자식들은 늠름한 아버지가 철조망 밑에서 나라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니 존경하게 될 것이고, 아내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식스팩으로 다져진 근육을 보고는 몸이 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부부는 신혼 때나 느꼇던 뜨거운 운우지정에 뼈와 살이 타들어 갈 것이다. 부부애와 가족애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나는 제안한다. 50대 남성이여, 군대 가자 !

 

 

2. 문학보다는 인문사회학'을 !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인문.사회학이 문학보다 뛰어나다는 소리가 절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학과 인문사회학'을 골고루 읽는 것이다. 문학만 읽는 사람과 인문사회학만 읽는 사람은 둘 다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소설책만 읽는 사람은 인문사회학'만 읽는 사람보다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만약 두 가지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인문사회학'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문학을 사랑하는 독재자'는 많아도 인문사회학서'를 즐겨 읽는 독재자'는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한국 정치사만 보아도 그렇다. 그나마, 그나마, 그나마   가장 성공적인 민주주의 정치의 대안'이라고 평가받는 모범적인 정권은 그나마 노무현과 김대중 정권이었다. ( 사실 이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만... ) 이들의 공통점은 인문사회학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다.

 

반면 김영삼과 이명박과 전두환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무리'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뭣도 모르는 놈이 무식하게 덤비는 법. 그렇다면 노태우는 ?  깜놀' 할지 모르겠지만 그는 클래식 음악 다방에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를 읽던 문학 청년이었다.

  

 

3. 철학을 과학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미친 짓이다.

좋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소설'만 많이 읽으면 된다고 주장하는 소설가'는 백이면 백 사쿠라'다. 오히려 훌륭한 스승은 좋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소설'만을 읽으면 안된다고 충고해야 한다. 종종 철학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을 볼 때마다 한심한 것은 과학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자연과학서 한 권'도 읽지 않고 철학을 한답시고 주절거린다. 이거 좀 웃긴 거다. 철학이란 '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 ' 을 넘어서, ' 인간이 관계 맺고 있는 대상 '을 연구하는 관계'에 대한 학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체를 훑을 수 있는 앎'을 꿰뚫어야 한다.

  

 

4. 긍정의 힘을 믿는다고 ?  웃기지 마라 !

이금희가 진행하는 아침마당 따위가 짠 명사초청 강연 프로그램을 보면 강연자들이 하는 소리는 대부분 긍정의 힘'을 갖자는 주장이 주류를 이룬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안 돼, 안 돼, 안 돼, 하면 정말 안 되고,  된다, 된다, 된다, 하면 정말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바로 캔디의 남성 버전인 < 제빵왕김탁구'> 라는 드라마'였다. "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 정신 " 이 결국 김탁구'를 해피엔딩'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강의를 하는 강연 프로그램을 보거든  tv를 꺼버리는 편이 오히려 당신 건강에 좋다. 왜냐하면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의 힘'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긍정적인 사고의 힘'을 믿는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긍정의 힘'만큼이나 부정의 힘 또한 크다는 것이다. 비율로 따지자면 전자와 후자'가 5 : 5 다.

 

그러니깐 긍정의 힘'만이 성공'를 만든다는 신화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무조건적인  긍정은 노예의 도덕'이라는 덫에 빠질 위험이 높다. 나는 부정의 힘'을 믿는다. 삐딱한 시선으로, 껌 좀 씹으면서, 혓바닥으로 면도칼을 굴릴 줄 아는 잔기술이 필요하다.   역사를 새롭게 변화시켰던 것은 시대에 대한 만족이 아니라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며 시대에 대한  안주보다는 반항하며  삐딱하게 보고자 했던 것이 이 사회'를 변화시킨 것이다.  5.18 광주 혁명'은 바로 이 부정의 힘'이 만든 시대의 전환'이었다. 1968년 파리 혁명'은 어떤가 ?  바리케이트와 짱돌의 대결이었지만 가장 위대한 해였다. 시위 군중은 외쳤다. 리얼리스트가 돼라. 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 이 혁명'은 실패했다. 하지만 이 실패'가 1968년을 위대하게 만든 것이다.

 

처음부터 실패는 명확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실패'를 위해서 돌을 던졌다. 이것은 긍정의 힘인가, 부정의 힘인가 ?  자살로 생을 마감한 헤밍웨이와 로맹가리'는 실패한 삶인가 ?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 말리비틀어진 풀이 촉촉하게 젖은 풀을 불태운다. " 

 

  

5.  때론 완벽한 재현보다는 어설픈 재현이 훌륭하다.

생명이 없는 것, 예를 들면 자동차, tv, 명품 가방, 신발,  등'은 뛰어난 광고 사진 작가'가 찍어 놓은 사진을 보아야 제격'이다. 번쩍번쩍 빛나는 광고 사진 속의 제품을 보면 사고 싶어서 미친다. 일종의 과잉의 재현'이다. 그런데 생명이 있는 것은 정반대'이다. 우리가 꽃이나 동물을 재현할 때는 사진보다는 손으로 직접 그린 세밀화'가 더 완벽한 재현을 담당한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병'은 사진이 재현할 수 없는 꽃과 곤충의 세밀한 뽀다구'를 제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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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2014-01-3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패드로 봐서 처음엔 그림 위쪽만 보이길래 매직아이인 줄 알고 사팔뜨기 시전했습니다.ㅋㅋㅋ
원래 매직아이를 잘 못보긴 하지만, 아무리 해도 안 보이길래 스크롤 내렸더니 매직아이가 아니네요. 아무도 안 보는데 부끄러워요.

이건 좀 뻘글인데, 예전에 다니던 직장의 보스가 자신이 책을 많이 사는 걸 대단한 자랑거리로 삼았는데, 가만보면 사기만 하고 당최 읽는 꼴을 못 봤거든요. 표지만 보려고 샀는지.. 아무튼 그 리스트들이 대부분 인문사회학 서적이었는데, 그걸 본 제가 "책 다 읽어보셨어요?" 했더니 은근슬쩍 화제를 돌리더라구요. ㅎㅎ 그 보스에게 인문사회학 서적은 일종의 허세품 같은 것이었죠. 제목을 아는 것과 내용을 사유하는 것은 다를 텐데 말이죠. 그런 보스같은 사람들이 요즘 많이 보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0 15:39   좋아요 0 | URL
저거 영화 300 미니멀 포스터인데요.... 어째 제목이 나오지 않았네요. 후후....
전 책 많이 사는 사람도 믿지 않지만
전 책 많이 읽는 사람도 믿지 않습니다.
책 많이 읽으면다른 사람보다 도덕적이다라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독을 자랑하는 걸 보면 좀 속물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저도 속물입니다. 그래서 다독을 자랑하는 거긴 하지만... 후후...

수다맨 2014-01-3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제안이 참 솔깃하고 쫄깃(!)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오십대 태반이 저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네요 ㅎㅎㅎ 식스팩 육체나 아랫사람의 존경이라는 보약보다, 지금의 기득권이라는 사탕을 더 좋아할 사람이 많을 듯합니다.

20세기 초에 덴마크 육군대장 프리츠 홀름이라는 이가 '전쟁근절법안'이라는 것을 유럽 각국에 돌렸다고 하네요. 그 법안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전쟁 개시 후 10시간 내에 다음 각항에 해당하는 자들은 최하급 병졸로 소집되어 최전선에 배치되어야 한다.
1. 국가원수 및 그 친족 2. 총리 및 장차관 3. 국회의원(단, 전쟁에 반대한 국회의원은 제외) 4. 전쟁에 반대하지 않은 종교 지도자들. 그리고 위에 열거한 자들의 아내, 딸, 자매 등은 간호사 혹은 잡역부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야전병원에 근무해야 한다.
곰곰발님 글을 읽다가 갑자기 이 법안이 생각났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22: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아니 그런 건 도대체 어디서 얻는 정보랍니까...ㅎㅎ
자기들하고는 전혀 관계 없으니 그리 전쟁광들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rendevous 2014-02-0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1번의 아쉬운 점이랄까? 40~50대 중에 멋진 인생을 살아온 꽃(그야말로 인생을 꽃피운)중년이라면 군대에서 보내는 2년이 너무 아까운 것 같습니다 ㅜ 1년이면 홍상수 영화 1~2개, 김연수 소설 1~2개를 놓치게 되는?!(군대에서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창작의 자양분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ㅎㅎ)

2번. 저도 사실 처음에 소설 읽을 때 '인문사회학으로 가는 창'으로 문학에 매혹됐던 것 같습니다. 조지 오웰 같은... 한동안 제인 오스틴 같은 개인의 내면에 집중한 소설들을 '급'이 낮다고(그게 아닐 거야 생각하면서도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지라 편견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생각했던 것도 그런 연유라고 지금에 와서 추측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신경증을 따라가는 것보다 인간 해방을 위해 고뇌하는 것이 자유와 사랑이란 인문정신을 실현하는데 더 중요하다고... 문학과 인문사회학을 혼동했던 것 같습니다. 문학은 결국 인간을 다룬 건데 말이죠. 제 감수성의 부족도 한 몫 톡톡히 기여했을 겁니다 ㅜㅜ

3번. 맞습니다. 과학철학이란 분야는 있는데 철학과학이란 분야가 없는 걸 보면 철학 안에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요즘 과학책들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 괴델 에셔 바흐, 상대성이론 관련 책들 읽고 있는데 어려워요 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1 14:15   좋아요 0 | URL
멋진 인생을 살았으면 한번쯤은 진창에서 구르는 것도 멋진 삶 같습니다. 이명박이 50대에 서울 시장하고 현대 사장했을 때 군대에서 진창에서 굴렀다면 지금처럼 막장은 안 되셨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문과 문학이 골고루 섞여야 최고죠. 인문학만 읽는 것도 결여이고 문학만 읽는 것도 결핍이 아닐까 싶어요. 조화로운 균형 감각으로 문학에서 갖는 의아함을 인문학으로 풀고, 인문학이 가ㅣ고 있는 결여를 문학이 보충하는 그런..독서가 좋은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철학은 학실히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이 되어 있어요. 사실 스피노자도 보면 뇌과학서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르미에르 2014-02-0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긍정의 힘을 쇄뇌 시키는 사회보다...
꽝 되도 괜찮다라는 안전망이 필요한 사회가 되기를...간절히 바랍니다.

한 50년 안에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2 15:37   좋아요 0 | URL
바로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전 한 100년은 지나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사이 멸망하면 도로아미타불이지만....
 

 

9회 알라딘 리뷰 대회 당첨자 발표.

 

 

 

<마이리뷰/TTB리뷰 부문>

 1등 (알사탕 10만개)  
 곰곰생각하는발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27726 
   
 2등 (알사탕 4만개)  
 로렌초의시종  http://blog.aladin.co.kr/lorenzo/6784480
 blanca  http://blog.aladin.co.kr/blanca98/6756984
   
 3등 (알사탕 1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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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과 밀란 쿤데라,

 

 

 

 

기쁜 소식이다. 당첨자 발표를 보고 느낀 기쁨은 < 뙇 ! > 였다. " 어랍쇼 ? " 와 " 뜨악 ! " 이 교묘하게 압축된, 그 묘한 느낌 말이다. 태어나서 1등은 처음 해보는 듯하여 눈물이, 아..... 앞을 가린다. 알라딘 리뷰 대회 공지가 12월 02일이 떠서 부랴부랴 다음날인 12월 03일에 문태준 시집 < 가재미 > 에 대한 리뷰를 급히 올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알라디너 이웃인 보슬비 님이 댓글에 "  ( 물만두 대회에) 당선되소서 ! " 라는 희망 덕담을 " ( 9회 알라딘 리뷰 대회에 ) 당선되었소 ! " 라고 잘못 읽고 기쁜 마음에 신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뛰어나가 후다닥 리뷰 공지 페이퍼를 살펴보다가 기쁨은커녕 낙담만 크게 하고 말았었다. 대략 2300건'에 가까운 리뷰가 이번 대회에 응모한 것이 아닌가 ? 뙇 ! 나는 확률적으로 계산했을 때 당선이 희박하다고 생각해서 포기했었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 글이 " 2300 대 1 " 의 경쟁을 뚫고 당선된 것을 자랑하기 위한, 겸손을 가장한 자랑질'이라는 사실을 간파했을 것이다. 맞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해해 달라. 평생 꼴등만 하고 살아온 몸이다. 이 말은 겸손도 아니고 과장도 아니다. 상금 50만 원'을 받으면 니체 전집을 구매하리라 마음 먹었었다. 현재 내 책장에 있는 것은 청하에서 나온 니체 전집'이었는데 그동안 호시탐탐 책세상 판 니체 전집'에 욕심을 부렸었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했던가 ? 있는 책이나 열심히 보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대신 쿤데라 전집을 사야 할 것 같다. 문태준 시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전집을 사고 남은 돈은 문태준 시집을 사서 이웃들에게 나눠 줄 생각이다. 그리고 알라딘 이웃들에게 감사의 말 전한다. 알라딘이여, 가는 길에 영광 있으라 ! 사실 감사의 말은 이미 오래 전에 써 둔 적이 있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31896 : 감사의 말.

 

 

+

끝으로 " 새벽 3시 클럽 회원 " 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새벽 3시에 글을 올리고, 새벽 3시에 그 글에 덧글을 다는 사람들끼리 재미 삼아 만든 모임'인데 가끔 새벽 3시에 당일 " 벙개 모임 공지 " 를 올리면 각자 택시를 타고 종로 3가에서 새벽 4시에 모여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까지 술을 마시는, 좀 독특한 모임'이 있었다. 새벽 3시에 깨어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고, 또 그 공지를 보고 새벽에 모인다는 게 정말 재미있어서 종종 세력 과시와 충성도 확인 차 분기별로 모임을 갖고는 했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은 비주류 인생들이었다. 실직자, 자살중독자, 골방 은둔자, 시인, 소설가 등이 모임 맴버'였다. 하지만 이 모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6회였나 ?! 7회 모임이었나 ? 하여튼... 그날 모인 사람 중에 낯선 여자 한 분이 있었다. 누구냐고 했더니 그녀는 블로그에 올린 새벽 3시 모임 공지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염치 무릅쓰고 참석해서 미안하다는 대답을 했다. 새벽 3시 회원은 모두 손사래를 치며 환영했다. 그녀는 무척 예뻤다. 한가인을 닮았다.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흘끔흘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그만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그녀는 맨발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발이 땅에 닿지 않고 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 그녀가 나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더니 높낮이 없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외롭다고, 너무나 외롭다고. 모두 다 잠든 새벽 3시에 혼자 깨어 있는 사실이 슬프다고, 정말 외로운 존재는 죽은 자라고, 귀신은 외로운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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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4-02-0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평의 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받을 사람이 받았네요(다른 분들 글은 못 읽어봤지만...)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1 14:11   좋아요 0 | URL
윤스리 님 새해 복 마니 받으십시요. 다음에는 수직의 힘을 제대로 느길 수 있는 시집 하나 골라서 읽어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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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3 (양장) - 바스커빌 가문의 개 셜록 홈즈 시리즈 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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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 가(街)의 사냥개 :

홈즈의 숙적은 모리어티'가 아니라 코난 도일이었다.

 

 

- 전에 써 두었던 글인데 정리하면서 삭제 버튼을 누르려고 했으나 단지 이 글에 투자한 시간이 아까웠다는 이유로 옮겨본다. 분량이 많은 글을 누가 읽을까 걱정되어서 " 딱 ! " 절반 정도는 삭제하고 몇몇 부분은 글을 첨가해서 올린다. 이 글에 대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피에르 바야르의 < 셜록 홈즈가 틀렸다 > 에서 빌렸다. 그나저나 이곳저곳에다 칼질을 했더니 비문이 팔 할'이다.

 

 

 

 

 

 

 

 

 

불우(不遇)가 불후(不朽)가 되는 경우가 있다. 고흐나 포우가 겪었던 불행한 삶이 대표적이다. 사후의 빛나는 명성은 생전에 겪었던 불행과 겹치면서 예술적 아우라를 발산했다. 코난 도일의 유년은 불우했다.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여서 평생 정신병원을 들락날락거리다가 생을 마감했고, 어머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하숙을 해야 했다. 하지만 불우한 삶은 여기까지 ! 가난한 살림에 보탬이 될까 하고 쓴 < 주홍색 연구 > 는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부와 명성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다.  단편 형식으로 스트랜드 매거진에 연재된 홈즈의 활약은 대중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 예상치 못한 명성이었다. 그것은 마치 살림살이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곰 인형에 눈을 붙이는 부업을 하다가 느닷없이 곰돌이 인형의 달인으로 명성을 쌓는 꼴이었다.

 

명탐정 홈즈 캐릭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코난 도일은  명탐정 홈즈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에 대해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 남성 짝패 탐정물'을 스스로 " 초보적 형태의 소설 " 이라고 말했을 만큼 셜록 홈즈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는 홈즈의 명성 때문에 자신이 진정으로 쓰고자 했던 (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 역사 소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은 대중작가'가 아니라 세익스피어 같은 대문호'가 되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그는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서 시리즈인 홈즈'를 죽이기로 한다. 코난 도일의 전기를 쓴 파트릭 아브란에 의하면 그는 소설 속 인물인 홈즈'를 지겨워 한 것이 아니라 혐오하고 경멸했다고 한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도일'은 [ 마지막 사건 ] 에서 그를 죽인다. 뭐,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을 죽이겠다는 데 막을 자'가 누가 있으랴. 소설가의 지위'란 창조주요, 소설 속 가상 인물인 홈즈는 그 창조주가 만든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것을....  하지만 일은 ( 더럽게 ) 묘하게 꼬인다. 홈즈가 죽자 영국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에 조기를 다는가 하면, 사람들은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아 홈즈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영국 왕실에 편지를 써서 홈즈의 귀환을 종용했으며, 공공연하게 도일을 혐박하기 시작했다. " 흥. 도일 개새끼 ! 말미잘, 해삼, 멍게,  3일 동안 산소 공급이 안 된, 수족관에 갇혀 지낸 개불 자식 !  부와 명성을 안긴 명탐정 홈즈를 죽이다니, 배은망덕한 놈 ! 응징하리라 ! 쿠아아아앙 " 

 

 

홈즈는 어느새 실존 인물이 되어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니 어느 누가 홈즈'를 살리려고 하는 작가가 어디에 있겠는가 ! 어찌 되었든, 코난도일은  초월적 아버지인 슈퍼스타 셜록 홈즈'를 살려야 한다는 협박에 시달렸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지켜볼 코난 도일'이 아니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셜록 홈즈의 명성에 얼룩을 남기고 싶어했다. 홈즈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고, 엉덩이를 까서 채찍을 휘두르고 싶었다. 단, 독자들이 알아차리면 안 된다. " 홈즈에게 얼룩을 남기기 " 혹은 " 홈즈에게 모욕 주기 " 는 아주 은밀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홈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 바스커빌 가(家)의 개 > 를 쓴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은 홈즈의 귀환이 아니라 홈즈가 죽기 전'에 벌어졌던 살인 사건'에 대한 왓슨의 회고 형식을 빌린 형태'였기 때문에 홈즈가 생환한 것은 아니었다. 홈즈는 여전히 모라이티 교수와 함께 낭떨어지에 떨어져 죽은 채였다. 그러니깐 < 바스커빌 가의 개 > 은 죽은 홈즈를 추억하는 왓슨'의 회고록인 셈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편법에 지나지 않았다. 도일은 이미 자신의 통제 영역에서 벗어난 초월자 홈즈의 귀환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끝까지 홈즈를 살리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역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도일은 모짜르트가 되고 싶었지 살리에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도일은 이 소설에서 ,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홈즈라는 캐릭터에게 사망선고를 내린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 바스커빌 가문의 개 > 텍스트'는 지금까지 당신이 알고 있었던 홈즈에 대한 모든 우상화 작업'을 단번에 파괴시킬 만큼 충격적이며, 무시무시하고, 어어어어어어어마어마한 음모로 가득하다. 그것은 홈즈를 바라보는  도일의 질투'가 낳은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꾸며진 복수극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진정한 셜록키언이나 홈즈키언이라면 읽기를 멈추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한때 흠모했던 영웅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홈즈가 얼마나 어리석고, 멍청한 탐정이며, 오류와 자기독선에 빠진 사람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물론, 독자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말이다. 가능하냐구 ? 

 

가능하다 !

 

 

 

까막눈'인 나에게 원작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는 바스커 마을의 사냥개 / The Hound of  Basker   ville' 로 읽혔다. 그러니깐  Basker를 마을 지명으로,  villes village' 로 읽은 것이다. 이런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스커빌'이라는 성이 그리 흔한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 등장 인물의 이름이 헨리 바스커빌 경'이다. ) 이것은 코난 도일'이 의도적으로 작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불러오게 한다. 도일은 왜 그 흔하고 친근한 이름을 버리고 바스커빌'이라는 이름을 주요 모티브'로 삼았을까 ? 이런 고민을 하다가 보면 해답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Basker'는 가운데 철자 s'가 빠진 Ba ( s ) ker'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 그리고 village street' 로 치환하는 것은 어떤가 ? 이 두 단어는 모두 지명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었던가. 이 두 단어를 조합하면   Ba ( s ) ker  street '가 나온다.

 

결국 소설 제목 < 바스커빌 家의 개 > 가 숨겨 놓은 암호를 풀면  사람을 연속적으로 죽인 악마 같은 개(hound)가 사는 소굴은 < 베이커 街' > 라는 뜻이 된다. 베이커 거리(스트리트?!) 라면 현재 홈즈의 현 거주지가 아닌가 ! 맙소사 !!!!  코난도일은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숭배하는 홈즈를 사냥개 / hound '로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람을 물어뜯어 죽이는 무시무시한 미친 개'로 말이다. 홈즈, 도일에게 제대로 찍혔다 ! 창조주인 자신을 넘어서 초월자'가 된 홈즈를 바라보는 소설가의 증오가 이 대목에서 빛을 발한다. 이로써 아버지의 자리를 탐한 홈즈'는 도일에게 상징적 살해를 당한다. 탐정과 사냥개의 동일시'는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자주 쓰이는 직유이다. 코난 도일의 첫 번째 홈즈 시리즈인 < 주홍색 연구 > 에서 도일의 분신인 왓슨은 홈즈의 첫인상을 이렇게 묘사한다.

 

 

( 홈즈는 ) 감탄과 중얼거림, 휘파람, 격려와 희망을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는 혈통 좋고 잘 훈련된 개를 생각나게 했다. 수풀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달려갔다가 다시 왼쪽으로 달리고, 흔적을 찾으면 흥분해서 줄곧 끙끙대는 개 말이다.

 

 

 

잘난 " 홈즈에게 모욕 주기 " 는 대중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진행되었다.  홈즈'를 사악하고 불길한 식인 개'로 묘사함으로써 홈즈의 명예를 더럽힌 도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차 " 홈즈에게 목욕 주기 " 를 시도한다. 이 방식은 1차의 방식'보다 강도가 쎄다 !  이 상징적 거세 행위는 홈즈에게 개새끼'라고 욕하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한마디로 무시무시하다 !!!!!! 우선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 바스커빌 가문의 개 > 에 대한 대강의 줄거리를 습득해야 된다. 물론, 내가 이 장'에서 사건의 개요'를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독자는 너무 게을러진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친절한 금자 씨'가 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 3부를 작성하는 동안 나가서 대강의 줄거리를 읽고 오라 ! ) 

 

 

 ■

 

 

홈즈는 이 살인 사건의 핵심을 " 개'를 살인의 도구로 활용한 자 " 의 소행으로 본다. 그리고 범인으로 곤충학자 잭 스태플턴'을 지목한다. 그런데 잭 스태플턴은 도망치다가 안개 자욱한 늪에 빠져 죽음으로써 자백을 받는 데는 실패한다. " 바스커빌 가문의 개 " 사건은 이렇게 범인의 자백 없이 마무리가 된다. 대신 홈즈가 범인의 자백 대신 추리로 마무리된다. 홈즈의 발화를 빌려서 구술된 사건의 전모'는 전지전능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홈즈의 추론과 정언'을 거역할 힘도 없을 뿐더러, 그의 논리를 의심한다는 것은 반역을 꾀하는 것과 같다. 그가 하는 말은 곧 진리이므로, 잭 스태플턴'은 " 지옥의 개 " 를 이용해서 바스커빌 가문의 씨'를 말리려고 했던 악마이다. 그런데 셜록홈즈'는 매우 기초적인 수사 방향을 놓쳤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수사의 기본은 이 사건으로 인하여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이고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따지는 것부터 시작된다. ( 여기서 이득이란 물적, 정신적 차원을 의미한다. )

 

다들 아시다시피, 사건으로 인하여 이득을 보는 사람이 범죄자일 확률은 매우 높다. 왜냐하면 사건 발생으로 인하여 손해를 보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르기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즈는 이 사실을 무시한다.  홈즈가 범인으로 몰았던, 그래서 늪에 빠져 죽게 만들었던, 잭 스태플턴은 공교롭게도 이 범행으로 인하여 이득을 볼 것이 별로 없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홈즈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서 죽음으로 내몬다. 자세한 설명은 후에 하겠지만 그는 절대 범인이 아니다 ! 어찌 되었든 홈즈가 사건 종결 선언을 했으므로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범인은 잡는 데는 실패했다. 홈즈는 이 사건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서 어느 범죄자의 완전 범죄를 도운 꼴이 된다. 이 얼굴 없는 살인마'는 홈즈를 이용해서 자신의 완전 범죄'를 완성시킨 최초의 살인자'이다. 과연, 숨겨진 살인마는 누굴까 ?

 

 

 

 

사건은 종결되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자,  홈즈가 발화하는 텍스트의 권위'를 버리자. 그가 하는 모든 말을 신뢰하지 마라.  이젠 텍스트의 권위에 도전하여 새롭게 사건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수사의 기본적 자세를 떠올려 보자. 이 사건 ( 3명이 죽었다. 찰스 바스커빌 경, 탈옥수 셀든 그리고 잭 스태플턴 ) 그 후를 떠올려 보자. 홈즈가 떠난 바스커빌 대저택의 미래는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까 ? 어마어마한 대저택의 상속자인 젊은 헨리 바스커빌 경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살아 있다. 더군다나 그는 독신'이다. 이 대부호'가 장가를 가지 않았을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누구와 결혼을 했을까 ? 텍스트 안에서만 고찰하자면 그 행운의 주인공은  잭 스태플턴의 아내 베릴 스태플턴'이다. 소설은 내내 베릴과 헨리 경의 은밀한 러브 라인'을 지속시킨다. 더군다나 소설에서 베릴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으로 묘사한다. 

 

 

 

그녀는 내가 만나본 어느 영국 여성보다 더 가무잡잡한 피부에 새까만 머리, 새까만 눈동자를 가졌다. 그러나 그녀는 키가 훌쩍 컸을 뿐만 아니라 늘씬하고 우아했다. 또 이목구비가 반듯하여 민감한 입매와 아름답고 열정적인 검은 눈동자가 아니라면 차가운 인상을 줄 정도였다. 완벽한 육체와 우아한 드레스 덕분에 그녀는 인적이 드문 황무지에서 마치 기묘한 환영처럼 보였다.

 

 

베릴은 키가 크고, 늘씬하며, 우아하고, 반듯하며, 아름답고, 열정적이며, 완백한 육체를 가져서 마치 기묘한 환영처럼 보인다고 서술되고 있다. ( 사실 베릴은 살인자 스태플턴의 아내'인데 여동생'이라고 사람들을 속인다. ) 위의 인용문은 왓슨과 베릴이 처음 황무지에서 만나는 장면인데,  베릴은 느닷없이 왓슨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를 한다.

 

 

 

오빠는 ( 잭 스태플턴, 사실은 자신의 남편 ) 바스커빌관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경고다. 베릴이 처음 만난 왓슨에게 잭 스태플턴이 바스커빌 가문의 주인이 되고 싶은 사악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폭로한 참뜻은 무엇일까 ?    이것은 베릴의 입을 통해서 이 사건의 범죄자를 폭로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텍스트의 절반도 되지 않은 상화에서 소설 속 등장 인물은 미리 살인자를 폭로한 것이다.  추리소설은 진짜 범인은 은폐해서 독자들이 범인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만드는 장르인데 이 작품은 시작부터 베릴의 입을 빌려서 잭 스태플턴이 바스커빌 가문의 재산을 노린다고 고백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  마지막에 범인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이 이쪽 업계 ( 추리소설 )의 룰임'을 감안한다면, 배릴이 누설한 폭로는 매우 이상한 방식이다. 이것은 마치 영화 식스센스 1/3 지점에서 " 브루스 윌리스는 유령이에요 ! " 라고 속삭이는, 옆 좌석의 재수없는 관객과 같다. 코난 도일은 왜 이런 무모한 발설을 했을까 ?  정답부터 말하자면 잭 스태플턴은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니란 사실을 코난 도일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여자, 수상하다 ! 재미있는 사실은 왓슨이나 홈즈나 이 여인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홈즈는 이 여자를 신뢰하는 것일까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 연쇄 살인 사건으로 인해서 최대의 이익을 보는 사람은 바로 베릴 스태플턴'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남편은 죽었고 ( 텍스트 안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그럴 것으로 추정되는 ) 헨리 경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들의 죽음으로 인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살인자의 모습을 정확하게 본 사람은 마부다. 마부는 얼굴 전체를 덮어 변장한 살인자를 유일하게 목격한 인물인데 그가 홈즈에게 설명하는 살인자의 몽타쥬는 다음과 같다.

 

 

한 마흔 살쯤 되어 보였고 나리보다 10센티미터쯤 작은 중간 키였습니다.

 

마부가 묘사하는 범인의 생김새는 무시해도 좋다. 분장한 얼굴이 마흔 정도의 남자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범인이 마흔 살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분장이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로 자신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정반대로 알릴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남자인 경우 여장을 하고 여자인 경우는 남장을 하거나, 젊은 사람은 노인으로 분장하고 왕은 거지로 분장을 하는 식이다. 그게 바로 분장의 기술'이다. 그러므로 서른 후반에서 마흔 초입으로 보이는 사내'로 분장한 범인을 목격한 마부의 진술과는 정반대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이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 서른에서 마흔 사리오 보였고 키가 작았으며 글발에 말끔하게 면도를 한 " 스태플턴은 분장한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키는 숨길 수 없는 결정적 증거이다. 얼굴을 다른 사람처럼 분장을 할 수는 있지만 키를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태플턴을 작은 키의 소유자라고 한다면 마부가 묘사하는 살인범의 몽타쥬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아닐까 ? 

 

오히려 마부의 몽타쥬는 베릴과 비슷하다. 위에 인용된 문장을 보라. " 그녀는 키가 훌쩍 컸을 뿐만 아니라 늘씬 " 했다고 하지 않던가 ?  왜 홈즈는 잭 스테플턴과 베릴 스태플턴의 이같은 결정적 차이를 놓쳤을까 ? 결정적 증거였는데 말이다. 마부는 이 정체불명의 사람이 마차에서 내리면서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자 홈즈와 왓슨은 긴장을 하며 마부를 재촉한다. 그런데 마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기상천외하다

 

 

 

- 사실 그 신사 분은 자기가 탐정이라고 했습죠. 그리고 아무한테도 자기 애기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요.

- 언제 그런 말을 하던가 ?

- 갈 때 그랬습니다요.

- 다른 말은 더 안 했나 ?

- 성함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셜록 홈즈라고 하던뎁쇼 ?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범인은 이미 홈즈가 마부를 찾아와서 자신에 대해 물어볼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범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모습으로 분장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홈즈가 마부를 찾아와서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 생얼 " 로 돌아다닌다는 것은 쉽게 납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홈즈라고 조롱해서 홈즈롤 도발한다. 그는,  왜 도발했을까 ? 결과적으로 홈즈는 이 이상한 사람의 커밍아웃을 기점으로 호기심을 가진다. 결국 살인자는 홈즈를 불러들인 것이다. 다시 묻자. 왜, 그랬을까 ? 답은 하나다 !  홈즈가 개입되어야지만 자신의 범죄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홈즈의 개입은 잭 스태플턴에게 있어서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으로 그것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잭 스태플턴은 그 마부가 본 살인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서서히 하나로 좁혀진다. 그렇다, 범인은 베릴'이다. 그녀가 모든 것을 조작한 것이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 분장의 기술 > 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정반대로 알리고자 하는 속임수라면 " 마흔쯤 된 사내 " 의 반대는 " 이십대 여성 "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더군다나 호리호리하고 키가 큰 신체 조건은 베릴의 신체 조건과 유사하다. 이러한 모든 정황을 보면 범인은 그녀다. 그런데 홈즈는 그 사실을 놓친 것이다. 코난도일은 이 작품을 통해서 홈즈의 치명적 실수를 유도했다. 그의 실수는 결국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악당이 승리하도록 방치했다. 그럼으로써, 그는 셜록홈즈에게 2번의 상징적 살해'를 한 것이었다. 도일은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이자 창조주가 되어버린 초월자'를 살해함으로써 홈즈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리고 그는 멋지게 성공했다. 왜냐하면 홈즈가 아무리 명성을 쌓아 보아야, 그는 한갓 죄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서 죽게 만든 실패한 탐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셜록키언들만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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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1-2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셜록키언었던 적이 없습니다. 셜록키언이 되어야 할 순간에 스피노자와 같은 생각을 가졌죠. (실재와 완전함에 대해 나는 양자가 동일한 것으로 생각한다.) 왜 현실은 소설과 다른가?

공학에서 행정이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효율은 떨어집니다. 추리의 정확성이 90%단계를 7단계만 거치면 정답의 확률이 50% 아래로 내려가죠. 70%의 정확성이라면 2단계만 걸쳐도 50%아래입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명탐정 코난 만화를 보는데, 사건의 정보로 범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단지 작가가 지목한 범인을 찾아내죠.

바스커빌 가문의 개 ; 다시 읽어야겠군요.

마립간 2014-01-29 09:55   좋아요 0 | URL
http://dvd.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6368804084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9 12:06   좋아요 0 | URL
책을 다 읽었다고 셜록키언인가요.. 후후후후...
셜록키언은 정말 집요하게 파고드는 양반들입니다. 홈즈가 무엇을 좋아하고
몇년도에 이런 사건이 있었고.. 그러니깐 홈즈를 실존 인물처럼 느끼고 따르는 사람이
셔록키언이니 저도 셜록키언은 아닙니다. 그저 책을 다 읽은 사람일 뿐.....

홈즈'가 헛점이 많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죠.
설록키언들은 오히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말도 안 되는 추리를 찾아서
그것을 또 공유합니다. 그러면서 즐기시더라고요... ㅎㅎㅎㅎㅎ

이 책과 함께 바야르의 셜록 홈즈가 틀렸다, 도 함께 읽어보세요. 매우 재미있습니다.

요하네스 2014-01-2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글을 분량이 많다고 외면하는것은 독자로서 비도덕적이다.

이전에 발견되지 않은 실존의 다른 단면을 제시 하지 않는 문학은 비도덕적이다라는
(전집 사시는 기념으로) 쿤데라를 좀 패러디해봤습니다.


이 덧글 쓰려는데 사정이 생겨서 이제서야 축하 덧글 쓰는김에 이전글로 돌아와서 본래 목적을 달성해보았소... 페루애 보르헤스. 언젠가 허심탄회하게 긴 편지를 쓸 날을 기다려왔는데요. 다행히 요즘은 정신적 황폐화에서 좀 벗어나서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는데 좀 수월해졌으니 정말 조만간 글로 그간 못드린 말씀 전해드리겠소..

구겐하임, 이 단어로 제 정체를 알아차리시다니. 그걸 기억해주시니까 정말 마음이 뿌듯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9 21:10   좋아요 0 | URL
클레어 님이 글의 진가를 아시는구려. 길게 쓰다 보니 주부와 술부 호응이 전혀 맞지 않아서 고칠까 하다가 에이 귀찮아서 그냥 올렸어요. 이젠 그런 것도 귀찮아 하는 나이인가 봅니다.
좋게 보아주시니 고맙군요. 구겐하임 하면 무조건 클레어 아니겠습니까 ? ㅎㅎㅎㅎ.
다행히 정신적 황폐화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았다고 하니 다행이구랴.
섬세한 감각의 소유자인 클레어에게는 환경이 바뀐다는 것 또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겁니다.
어서 빨리 소식 전해주시구랴.... 기다립니다.

난 당신의 애독자요 !

하인츠 2014-01-29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글 정말 좋았어요. 사실 이런 글 계속 써주셨으면 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9 21:11   좋아요 0 | URL
고맙소, 클레어 !

비로그인 2014-01-2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런 비하인드가 있었군요.
워낙 오래전에 읽은 책들이라 가물가물하지만 홈즈랑 모리어티랑 폭포에 빠뜨려 죽여놓고 나중에 다시 부활시킨 단편도 기억나는데 이런 꼼수를... 기회 되면 바스커빌 가의 개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9 21:13   좋아요 0 | URL
워낙 유명한 사건이어서 널리 퍼진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는 건
뭐 거의 코난 도일을 모르는 영국인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 양반이 인기를 얻다보니 정치에 눈길을 돌려서
두 차례 선거에 나가는데 아주 초라한 득표로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깐 영국인은 코난도일을 존경한 게 아니라 홈즈 자체를 좋아했던 거예요.
이 일화만 보아도 코난 도일이 왜 홈즈를 증오했는 가 알 수 있습니다.
 
내 이웃의 안녕
표명희 지음 / 강 / 201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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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연과 합선 사이,

 

 

 

 

나무는 여름에는 두터운 옷을 껴입고 겨울에는 벌거숭이로 겨우살이 준비를 한다. 나무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폭염과 혹한'을 견딘다. 나는, 아... 극기에 가까운 나무의  삐딱한 " 애오라지 " 를 이해하지 못했다. 봄이 오자, 나는 자주 하늘을 바라보았다. 봄 하늘은 여름 하늘보다 눈부시지는 않았으나 선명하고 부드러우며 촉촉했다. 그리고 여름에는 나무보다는 그늘이 눈에 띄었다. 봄이 하늘을 바라보게 만든다면 가을은 바닥을 자주 보게 만드는 계절이었다. 가을이 만들어 놓은 " 바닥 " 은 봄 하늘과는 달리 건조하며 쉽게 부서지지만 바삭거리는 소리는 뜨거운 불에 딱딱하게 구운, 단맛이 없는 크래커'를 떠올리게 만든다. 봄이 카스테라'라면 가을은 비스킷 맛이다. 그리고 겨울, 비로소 벌거숭이 나무'를 보게 된다.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겨울'이다. 풍요는 즐거움을 주지만 아름다움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반면 결핍은 고통을 주지만 미학을 쟁취한다. 겨울 나무는 결핍'이다.

 

그래서 < 겨울 > 이라는 단어가 < 겨우 > 라는 부사와 닮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봄 하늘, 여름 그늘, 가을 바닥, 겨울 나무'다. 표명희 소설집 [ 내 이웃의 안녕 ] 은 1 씨에로, 2 달팽이를 길러야 할 때, 3 쇼핑 좋아하세요 ?, 4 내 이웃의 안녕, 5 바닥, 6 소품, 7 고흐의 침실 순'으로 단편을 배치했는데,  작가가 순서를 의도적으로 배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단편 속 배경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되어 있다. 순서 상 첫 번째 단편인 < 씨에로 > 는 " 봄날 꽃구경을 나선 단체 관광객이 유난히 많은(p.12) " 계절이 배경인 것으로 보아 4,5월 즈음'이고, 독신남인 주인공이 달팽이를 기르기 시작한 날은 " 유월의 첫 휴일(p.44) " 다. 반면 < 쇼핑 좋아하세요 > 는 " 사월의 밤바람이 흠씬 몰려 " 오는 봄이 배경이지만 두 여자가 갈망하는 계절은 " 지중해와 접해 있는 남동부 발렌시아 지방은 365일 중에서도 300일 이상 태양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곳 ( p. 81 ) " 에 있다.

 

그래서 그들은 뜨거운 지중해에서 맛본 음식으로 대리 만족을 느낀다. 반면 < 내 이웃의 안녕 > 은 " 여름 방학이 거의 다 끝나가 ( p. 130 ) " 고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이고, < 바닥 > 과 < 소품 > 은 겨울이 배경이다. 그리고 순서 상 맨 마지막 작품인 < 고흐의 침실 > 은 계절을 짐작할 수 있는 암시가 없다. 이 작품은 서술 없이 " 환 " 과 " 령 " 이 주고받는 대화 형식'인데 서체가 각자 달라서 대화라기보다는 각자의 독백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이름이 " 환 " 과 " 령 " 이라는 설정은 " 幻 : 헛보일 환 " 과 " 靈 : 귀신 령 " 처럼 읽혀서 소설 배경이 이승이 아닌 구천'으로 보인다. 그곳에는 봄 하늘, 여름 하늘, 가을 바닥, 겨울 나무가 없는 곳이다. 계절이 없는 곳이다. 이 순열이 의도적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잘 모르겠지만 의도적이라면 작가에게 그 의도'를 묻고 싶다.

 

우선 이 작품집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가족 서사에 기대서 징징거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한국 작가가 쓴 단편집을 읽을 때마다 늘 불쾌했던 이유는 윤대녕 식 자아 찾기 여행 서사나 가족 트라우마를 집요하게 건드리는 서사 때문이었다. 여행을 통해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다는 윤대녕 식 이상향'은 거창한 것을 건드려야 그럴듯한 소설이 되지 않을까 라는 착각에서 비롯되었고, 같은 이유로 주인공의 공포와 불안 그리고 고독은 폭력적인 아버지와 무능한 어머니 혹은 무능한 아버지와 억척스러운 어머니 때문이라며 징징거리는 서사 또한 잘못된 버릇'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표명희는 < 내 가족의 탄생 > 이 아닌 < 내 이웃의 탄생 > 에 대해서 말한다. 가족에 얽매이지 않고 이웃과 얽힌다는 측면에서 이 소설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가족이 아니라 이웃이다. 우선 노래 한 곡 듣고 가자 ! " 투 에니 원'이 부릅니다. 아이 돈 케어.... 번역하면 < 배 째라, 시바 !  > 입니다. "

 

 

신경숙이 " 엄마를 부탁해 ! " 라며 엄마'라는 존재를 우황청심환 같은 만병통치약이라고 선전할 때 당신은 책을 덮어야 한다. < 엄마 > 라는 존재는 절대 당신을 " 케어 "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엄마의 케어가 아니라 사회의 케어(사회 안전망)다.  그러므로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는 가짜 위로'다.  김애란이 < 두근두근내인생 > 에서 망친 것은 문장이 아니라 가족 판타지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표명희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독신이며 실직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거나 실직 혹은 미취업 그리고 시한부 삶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가족'에 기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위기'는 결코 가족애가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작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마치 전기 회로의 두 점 사이가 절연(絶緣)이 잘 안되어서 필라멘트가 깜빡깜빡거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라디오는 등짝을 힘차게 내리치면 한동안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이 응급 처방전은 자칫 잘못하면 합선으로 이어져서 스피커가 터지는 꼴을 당하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이웃들과 절연'된 상태이다. 하지만 이웃과의 접속을 적극적으로 욕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모두 절연에서 오는 캄캄한 고독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밝은 백열등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등장 인물들이 절연을 두려워하면서도 쉽게 접속을 허용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잘못 연결되어서 합선이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 切 : 끊을 절 > 과 < 合 : 합할 합 > 사이에서 절충을 원한다. 그래서 그들은 조심스럽게 맛이 간 텔레비전을 소심하게 톡톡 친다. 단편 < 내 이웃의 안녕 > 에서 207호는 107호와 연결( 합선 ) 되기를 원치 않지만 조심스럽게 그의 안녕을 걱정한다.

 

그것은 같은 처지에 처한 자의 공감 때문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탁월한 < 쇼핑 좋아하세요 ? > 도 소극적 접속에 해당된다. 지영은 남이 힘들여서 장을 본 카트'를 슬쩍해서 계산을 치루고 가져간다. 값을 치루었으니 도둑이라 할 수는 없지만 염치없는 짓은 분명하다. 지영은 남이 쇼핑한 목록으로 생활하면서 그 사람의 취향을 공유한다. 이 기괴한 취향은 절연에서 오는 캄캄한 어둠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반면 < 소품 > 의 주인공은 선과 선이 연결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한겨울 보일러가 고장난다. 영화 스텝 생활로 애오라지 살아가는 그에게 보일러 수리비는 부담이 크다. 그는 보일러가 단락이 된 원인을 윗층에서 떨어지는 물 때문이라고 판단하지만 딱히 윗층의 누수가 원인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수리비를 떠넘기기 위해서 그는 윗층을 방문한다. 그는 이웃과의 분쟁을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윗층에 사는 사람은 친절하고 예의바르다. 윗층 세입자는 추위에 떨고 있을 그를 위해 전기 난로를 빌려주겠다고 제안하지만 그는 이웃의 온정을 냉정하게 거절한다. 이 접선 제의( 전기 난로를 빌려주겠다는... ) 를 받아들이면 보일러 수리비를 떠넘기기 곤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웃과의 접선보다는 보일러 속에서 " 시커멓게 탄 자국이 보이는 " 선이 제대로 접속되기를 원한다. 이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이웃과의 접속을 소극적으로 원하거나 아니면 아예 거부한다. 하지만 시끌벅적한 소통을 강조하는 휴머니즘에 기댄 주책없는 위로나 대책 없이 냉혹한 태도를 마치 쿨하다고 판단하는 신세대 작가의 인식'보다는 솔직하다는 측면에서 이 소설은 가치가 있다. 소설집 < 내 이웃의 안녕 > 은 씨에로(Cielo, 스페인어로 하늘이란 뜻이다)로 시작해서 고장나 보일러'로 끝난다. 그것은 봄 하늘'에서 시작해서 겨울 나무'에서 멈춘다( 계절이 없는 고흐의 침실'이란 작품은 제외하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봄에는 하늘이 잘 보이고, 여름에는 그늘이 눈에 띄며, 가을에는 바닥이 선명하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나무가 보인다. 겨우살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나무는 불 같은 존재(땔감)다. 나무는 물을 흡수하지만 불로 죽는 존재다. 겨울 나무가 가장 아름답다. 어쩌면 나무에게 있어서 겨울은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화양연화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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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4-01-28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명희 작가에다 곰발님의 리뷰이기 때문에 무조건 공감 날리고 휘리릭~~
덤으로 <나무에게 있어 겨울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화양연화>라는 말도 주워 담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8 12:07   좋아요 0 | URL
표명희 작가를 아시는군요. 전, 한국 문학 잘 안 읽어서 몰랐는데
이 작품집 좋더군요. 거창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2014-01-28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4-01-2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 나무가 가장 아름답다... 아 이 말은 가슴을 울리네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면, 젊은 여배우의 미끈한 얼굴보다 때로 나이든 여배우의 이마 주름이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곰곰발님도 예전에 이런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적이 있으셨죠.

어쨌거나, 저도 표명희의 소설을 읽어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8 16:46   좋아요 0 | URL
가끔 수잔 새런든이나 아.. 이름은 까먹었지만 007 시리즈에 나오시는 공공칠 여상사'
보면 주름이 참 아름다우며 연기의 팔 할은 주름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배우에게는 정말 소중한 건 주름이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 배우들은
젊어보일려고 발악을 한다 말이죠. 이해 불가능입니다.
찰리 채플린이 가장 위대할 때는
웃을 때 주름이 질 때죠. 라임라이트에서 화장을 지운 그가
카메라 정면을 응시할 때, 그 얼굴에서 주름의 흔적을 볼 때
저 그만 빵 터져서 울었습니다.

엄동 2014-01-2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하늘과 여름그늘 겨울나무. 캬.

가을은 청명한 하늘을 자랑하는 계절이라고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그렇네요 바닥"이 있었네요.
아련하게 물드는 가을숲의 바닥"에는
퍼석퍼석 . 가을을 앓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지요

장작불 탁탁 튀는 소리 들으며
나무타는 냄새를 맡고 싶게 하는 글이예요



쨌거나, 저도 표명희의 소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8 16:49   좋아요 0 | URL
제가 늘 주장하는 게 가을과 겨울은 시각적이기보다는 청각적 계절이라는 거죠.
딱딱하지만 조건 없이 부서져서 만들어지는 그 소리들 ( 낙엽, 장작 타는... 그런 것들 )
은 그 무엇보다 담백합니다. 정말 맛으로 따지면 크래커 같아요.
크래커는 달지 않아서 질리지 않죠.

크라운 참 크래커처럼 말입니다.

이 소설집 읽어보세요. 추천합니다.

제가 무슨 책장사도 아니니 주례사 비평이 아님을 다들 아시리라 믿숩니다 ~

비로그인 2014-01-29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인데 따뜻한 느낌도 들고 하늘도 정직해서 별들이 잘 보이기 때문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9 12:11   좋아요 0 | URL
겨울.... 저도 겨울 좋아합니다. 여름보다는 말이죠.
여름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음. 모기가 없으면 견디겠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