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닝기미, 조또......

 

 

(한국 구성원) 정치 의식 구조 성향 테스트 문구를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정치적 성향에 대해 질문을, 예를 들면 당신은 스스로 보수, 진보, 중도 중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따위를 던진 후 ① 보수 ② 진보 ③ 중도 ④ 몰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④번 " 몰라 " 는 모르니깐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이니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③번 " 중도 " 를 선택하는 사람은 매우 이상한 사람이다. 사회에 속한 인간은 오른쪽 아니면 왼쪽을 선택해야 한다. 강성이냐, 연성이냐가 있을 뿐이다. 하워드 진이 말하지 않았던가. 달리는 기차에 중도란 없다고 말이다. " 당신, 중도입니까 ? " 라는 질문은 마치 " 당신, 남녀추니'입니까 ? " 라는 질문과 같다. 그러니깐 3번을 선택하는 사람은 " 네, 저는 암수한몸'입니다. " 라고 고백하는 것과 같다.

 

이상한 질문이요, 이상한 답변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점은 한국인 정치 의식 구조 성향 결과'다. 암수한몸 비율이 가장 높다. 보수(3) : 진보(3) : 중도(4)가 나온다. 이 결과가 맞다면 한국인은 전세계에서 가장 균형 잡힌 정치 감각을 가진 민족이다.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말이다. 자신을 < 중도 >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다. 다만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면 쪽팔리니깐, 보수 정당의 패악질을 익히 알고는 있으니깐, 중도를 선택하는 것이다. 결국 한국 사회는 보수(7) : 진보(3)의 구조'라고 보면 된다. 보다 세세하게 분류하자면 보수(7)를 " 똥 묻은 보수(4) : 겨 묻은 보수(2) " 로 나눌 수 있다.  나머지 (1)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모르지만 중도'라고 하면 왠지 교양 있는 태도처럼 보여서 선택하는 부류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다수인 보수 성향 유권자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같은 보수인 민주당을 공략해야 한다.

 

그래서 새누리는 민주당에게 종북 이미지를 덮어씌워서 좌파 정당처럼 보이게 하는 전략을 추구해 왔다. 결국 한국 정치는 보수끼리 서로 싸우는 형국이다. 자, 그렇다면 < 중도 > 를 지향하는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때깔은 무엇일까 ? 그가 입만 열었다 하면 주장하는 " 합리적 중도 " 란 무엇이냐는 말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영토에다 깃발을 꽂겠다는 안철수(현상)은 말 그대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안철수와 무리'는 나름 머리를 굴린다고 도랑 치고 가재 잡자는 전략을 구사한 것 같지만 결과는 도랑 쳤더니 가재는 보이지 않는다. (12월 한겨울에 냇가에 가서 도랑 쳐봐라 ! 가재가 보이나..... ) 자신을 중도'라고 말하는 이'는 대부분 보수라는 정체성을 숨긴다는 지적처럼, 그는 보수주의자'다. 10.4 선언과 6.15 선언을 강령에서 빼라고 주문하는 꼴을 보면 답이 나온다.

 

심지어 5.18과 4.19마저 껄끄럽다는 태도를 보여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가재는 게 편을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가재가 걔네(새누리) 편을 든다. 그나마 가재가 개 편을 들지 않은 게 다행스러울 정도다. 정치가가 자신을 아무 색깔도 없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 지향 > 해야 할 태도가 아니라 < 지양 > 해야 할 태도'다. 일반인은 정치적 커밍아웃을 해야 할 의무가 없지만 정치가는 반드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신념을 고백해야 한다. 보기 좋은 " 허울 " 보다는 부끄럽지만 정직한 " 허물 " 이 낫다. 노무현은 < 허울 > 대신 < 허물 > 을 당당하게 보여준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잊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 안철수가 때깔 좋은 허울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빵빠레 울리고 꽃가루 날리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혹독한 검증만 남았을 뿐이다.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현수)와 안철수의 공통점은 성공을 위해 제2의 고향에서 타관살이를 시작했다는 점이다(새정치민주연합'은 형식상으로는 기존에 있던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 모양새'지만 누가 봐도 입당'이다).  둘 다 살얼음판을 달린다는 측면에서 그들은 동료'다. 안현수는 러시아에 터를 잡았고, 안철수는 민주당에 터를 잡았다. 이름에서부터 단단한 각오가 보인다. 빅토르는 자신의 이름을 꺾어 빅토리'를 잡겠다는 각오를 선보였고, 안철수 또한 절대 철수하지 않겠다는 다부진 다짐을 선보였다. 하여튼 안현수와 안철수는 자신이 꿈꾸는 야망을 위해서 제3지대를 선택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다른 점은 안현수는 성공했지만 안철수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안철수가 보여준 행보를 보면 미끄러질 공산이 크다.

 

나는 안철수가 진심으로 승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건투를 빌어줄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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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3-25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 모야ㅡ 접때 왜 안철수 안까냐니깐 그땐 안까고 이제서야 까네? ㅎㅎ
부끄러운 허울보단 정직한 허물! (라임 죽이네~?!ㅎㅎ)

근데 안현수/안철수 - 비유는
(이름은비슷하다만) 그리 적절하진 않은 거 같어.
음.. 어떤의미에선 적절할수도 있지만,
안현수에게는 있는 각오,가 안철수에겐 조금도 없달까?
안현수가 (거의) 모든걸 버리고 나중에 (거의) 모든걸 손에 넣었다면
안철수는 어느것도 놓지않으면서 어느것도 손에 넣겠다는 심산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 둘은 너무 다르단 생각이 드네.
그게 제아무리 서로 다를바 없는 '정치적인 계산' 위의 행동이라 해도 말야..

--

난 어제 먼가 너처럼 먹물,같은 하루를 보내써 ㅋㅋ
아 이게 그 뇌 - 과부하 상태인가.. @_@?%?/#-#
다음은 레이먼드 챈들러야, 도스토가 아니고.

아맞따, 질문 - 조이스캐럴오츠 재밌어?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04:24   좋아요 0 | URL

안철수는 2012년부터 깠다. ㅎㅎ


시장에서 생선 파는 게 무슨 얼어죽을 먹물 생활이냐.
근데 안현수와 안철수 비교 절묘한데 ? 요거 내가 본문에 넣어도 되겠냐 ? ( 됐고 ! )

챈들러 추천한다. 챈들러는 다 좋아. 전작주의자가 되어도 된다.
개인적으로 난 조이스 오츠' 잘 모르겠다.
이 사람을 왜 높게 평가하는지 항상 의문이었다.
오츠가 노벨상 후보라면 킹은 백 번은 더 탔을 것 !!!!

곰곰손 2014-03-25 04:3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어? 나의 사랑하는 곰발!!!!!!

깨어있네?!?!?ㅋㅋㅋㅋ


생선 아직도팔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네가 정신차리고 소설 쓸 거 아니면
넌 '생선장수'가 딱이야~
먼가 외모도 어울리고, 뭣보다 너 물고기 좋아하잖아 (ㅋㅋㅋㅋ)

챈들러 - 롱굿바이 읽을라고 펼쳤는데
역자후기 - 하루키 문장 읽자니 (무려 50페이지에 달하는!!!!)
확실히 하루키가 탁월한 문장가이긴 해.
난 그의 소설 보단 그의 문장, 문체 형식이나 그의 인생관에
몹시 감동하고 끌렸던 거 같아.

너의 글이나 문장도 내가 무지 사랑한다.
근데 그걸 이 (네가 여기서 말하는) '허튼 소리'로만 읽어야하는게 화딱지나는 거지.. ㅎㅎ

조이스캐롤.. 나도 별로 매력 못느꼈는데..
그녀가 챈들러를 평가하는 몇 문장 보고
오.. 이건 아무래도 보통은 아니겠단 생각에..
좀 펼쳐봐야할거 가틈.

(아 글고 담달엔 도리언 그레이, 이거 읽어볼까 함.
이거 어디 출판사가 좋으까?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05:26   좋아요 0 | URL
나 보통 저녁 7,8시에 잠을 자고 새벽 1,2시에는 일어난다. 밤이 좋더라고...
내가 생선을 팔아야지 먹을 사람도 생기지.
대한민국 밥상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팔고 있다.

하긴 하루키가 만날 챈들러는 나의 영웅이었다, 라고 말하고 다니긴 했지.
개인적으로 챈들러 소설 중 기나긴 이별이 가장 좋더라.....
중고서점에 챈들러 소설 나오면 하나둘 모아두어야겠어.
도서관에서 읽어서 책이 없거든.....

하여튼.... 도리언그레이는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
참.... 마시다 마리'인가 ? 왜 여자 공감 시리즈 만화 쓰시는 분...
그분 일본에서도 유명한 만화작가냐 ?
여긴 이분 만화책 좋아하시는 분 많더라고....

곰곰손 2014-03-25 06: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나랑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구나. (역시나 나도 밤이 좋음 ㅋㅋ)
먼가 낮보다는 밤이 생산성이 높은 듯한!!?
ㅎㅎ

순문학 장르에서 등단해놓고 가장 영향받은 작가가 누구냐 했을때
챈들러나 피츠제랄드를 꼽는 건..
(한국은 어떨지 몰라도) 여기선 있을수없는일이야.
다자이나 소새끼, 아쿠타가와 정도는 들먹여야 문단에서 곱게 봐주거든.
주목받는 신인 작가가 뜽금없이 '빠다' 마냥 미국 작가들 운운하니
일본문단에서 곱게 볼리가 없지.. ㅡ머 이젠 일본 문단이 머래든
세계적인 작가? 의 위치를 구축했으니 별 문제는없겠지만.. ㅎㅎ

롱굿바이가 역시 최고로군?!
하루키도.. 만일 챈들러 작품에 롱굿바이가 없었다면
챈들러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내려갔을거라고?
(적어도 지금같지는않았을 거라고..)

희한하게 책 읽으면서
몇주전 본 영화 - 차이나타운,이랑 이미지가 무지 겹친다.
챈들러 - 재밌네ㅡ! (좀 몇몇 지겨운 묘사 부분 빼고는~)

ㅎㅎㅎㅎ


+

ㅋㅋㅋㅋㅋㅋㅋㅋ'마시다 마리'라니?!?!
'마스다 미리'겠찌!! ㅋㅋㅋㅋㅋㅋ(접때 '신데랄레'생각나!ㅋㅋㅋㅋㅋㅋ)
접때 오쉬쁘도 물어보드만 ㅎㅎ 마스다미리 괜찮냐고..
난 나랑 같은 장르 작가외엔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
(그녀는 엣세이 만화 - 장르) 여기선 꽤 베스트셀러 작가인듯.
(기본 - 여기서 이미 유명하지 않음 거기까지 좀체 출판되지 않는다 보면됨)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아마도... 일본에서는 하루키 씹는 사람도 많잖아... ㅎㅎㅎㅎ.
하여튼 독특한 위치를 점한 양반이야.
문학하면 그전까지는 자신의 취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낳아.
한국 문학도 그렇고. 거대 담론을 말해야 할 것 같은 강박도 있어서
취향을 논하면 천박해지는 경향 말이다.

이걸 하루키'는 전혀 눈치볼 생각 없느 드러내니 좋게 안 보는 것 같아.
이 점은 높게 산다. 이게 하루키의 장점 아니겠냐.....

하루키의 소설을 싫어하지만
하루키의 자세는 좋아한다(고 내 이웃이 말하더라)
적어도 그는 꼰대는 아니니깐.....
취향이 지나치게 아메리칸 스타일이어서 그렇지만... ㅎㅎㅎㅎ

챈들러는 원래 마초 허세스러운 맛이 읽는다.
비열한 거리를 걸었다. 물론 그는 비열하지 않았지만...

이런 식이거든... ㅋㅋㅋㅋㅋ 이게 꽤 중독성이 있음... 난 종종 그의문장 읽으면 웃음이 나온다.
매력 있는 인간이야....



아, 마스다 마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인기 있으니 한국에도 소개가 되지. 흠흠...
아무리 봐도 요즘 대세는 공감이다. 힐링, 멘토 이런 것도 다 알고 보면 공감 아니겠냐...
너도 공감으로 갈아타라....(농담)

만화애니비평 2014-03-25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 예전에도 적었지만, 안형보단 아무 생각 없이 안형을 환호하는 사람을 까고 싶네요.
물론 안형이 강제 섹스맨들과 붙으면 안형에게 지지의 한 표를 던지겠으나
아~! 꼴때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08:58   좋아요 0 | URL
흠흠.... 강제 섹스맨'들이란 뜻은 무슨 말입니까 ? 알기 쉽게 설명 좀 해주십시요.
사랑하는 만애빔 님...

만화애니비평 2014-03-25 10:02   좋아요 0 | URL
아메리카노 스타일의 윤XX와 포항에서 돌아가신 형님의 와이프를 XX하려던 애들이죠...色즉시 攻하는 사람들이죠//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10:15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그 양반들 잘 지내시나 모르겠습니다.
뭐하고 계시지요 ? 갑자기 궁금해지네...
하여튼 포항 그 분... 참, 진짜 인간 탈 쓴 늑대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립간 2014-03-25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가치판단에 의하면 안철수씨나 박경철씨는 기본적으로 보수 가치관이죠. 민주당도 보수이고. (제게는 김구 선생님도 보수입니다.) 우리나라는 보수-진보의 의미를 정의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말꼬리 잡기가 되나 제 뜻을 이해하리라 봅니다.

이 글은 곰곰발님의 다른 많은 (물론 당연히 전부는 아니고) 본질에 관해 판단하는 글과 달리 맥락에서 판단하는 글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09:01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지적이 맞습니다. 결국 한국 사회는 보수 진보가 7 : 3 정도인 사회죠.
아마도 사람들은 새로운 정치 세력의 새로운 정치 집단을 원했던 것 같은데
오판했죠. 전 진보가 좀더 세를 부풀려서 어느 정도 평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립간 2014-03-25 14:53   좋아요 0 | URL
신간 평가단 당선된 것 축하합니다. 벌써부터 서평/독후감이 기대가 되는군요. (저는 8번째 낙방^^)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6 04:37   좋아요 0 | URL
네, 전 누가 오늘 알려주어서 알았습니다. 까먹고 있었는데...
아마도 마립간 님은 냉정하게 평가를 해서 안 뽑히시는 것 같습니다.
원래 후하게 줘야 다음에도 뽑히지 않겠습니까. 그 사실만 봐도 마립간 님 평가가 매우 정직하다는 증거...
전 상(별 다섯) 중( 별 넷 ) 하(별 셋 )입니다. 별 하나, 둘은 아예 읽으면 안 될 것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2014-03-25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09:03   좋아요 0 | URL
신 - 뭐뭐뭐. 새-뭐뭐뭐 참 잘도 갖다붙입니다, 정치인들은.
그런데 이걸 또 속아요. 이해할 수 없는 구석입니다.
그나저나 < 저혼자음모론 > 너무 과한 상상력 아니십니까 ? 알라딘에 의외로 안철수 지지하시는 분 많습니다.
미운털 박힐 거임....

samadhi(眞我) 2014-03-25 09:35   좋아요 0 | URL
곰발님 서재 인기가 하늘을 찔러서 쫄았잖아요. 약한모습 ㅠㅠ 튀지 말고 보통이 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어제도 남편과 오랫동안 그 얘기를 했어요. 물처럼 공기처럼 녹아들기.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09:42   좋아요 0 | URL
아니금세 비밀글로... ㅋㅋㅋㅋㅋㅋ 농담으로 한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아 님 소심쟁이로 임명합니다.

samadhi(眞我) 2014-03-25 09:46   좋아요 0 | URL
저 불면증, 수면장애 환자란 말예요. 뭔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면 잠 못잡니다. 의외(?)로 새가슴입니다. 어준이 형아가 쫄지 말랬는데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10:18   좋아요 0 | URL
요즘 보면 어준이 형아도 좀 쪼는 거 같아요. 안 쫄면 친박임...

엄동 2014-03-2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끄럽습니다

대선끝나고 고개 돌린 후
서로서로 안물안궁,
추궁하면 그나마 중도"라 했는데.

쪽팔려하는 보수는 아니더라도
깡통소리 나는 무지의 중도"였네요 .전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09:30   좋아요 0 | URL
보수가 왜 부끄럽습니까. 새누리가 하도 똥칠을 하니
그렇지 ... 보수는 든든한 초석입니다.


전 정치 성향이 아나키스트'로 나오더라고요.
이거 알면 국정원에서 간첩 혐의로 물고늘어질 터인데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3-2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보와 보수 쪽에서 저는 보수입니다. 헌법쪽으로는요.
헌법을 고수하는 편이라 보수입니다. 그런데 헌법의 정신은 진보입니다.
문제는 보수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이나 중도라고 하는 사람들이
헌법을 제대로 읽거나 헌법의 정신을 모릅니다.
개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10:16   좋아요 0 | URL
글구 보니 정말 헌법은 진보적 성향인 거 같긴 합니다만..
아, 잘 모르겠다.... 후후, 이쪽은 아무래도 만애비 님 전공이시니
나중에 설명해 주십시요..

만화애니비평 2014-03-25 11:02   좋아요 0 | URL
전 법대나 행정학 전공자는 아니나,
루소의 <사회계약론>자입니다. 우파나 좌파나 모두 루소에게 시작된 점에서
헌법의 기초가 루소(물론 다른 계몽주의철학자도 있지만)의 <사회계약론>에 의해서고
그러한 <사회계약론>이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비롯했으니깐요.
진짜 <인간불평등기원론>을 읽는 순간 마르크스의 책들이 생각납니다.
리오담로시의 <루소, 인간불평등의 발견자>를 읽으면 루소가
마르크스, 프로이트, 로베스피에르의 아버지라고 하네요.
니체의 사고를 100년 전에 했다는 것만으로 놀라운 존재죠.
물론 루소 본인은 광기에 시달렸으니, 미셀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 나오는
그 광인이 바로 루소이겠지요. 광인이야말로 범인이 볼 수 없는 세계의 법칙을 보고 찾으니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5 12:58   좋아요 0 | URL
루소는 전형적인 언행불일치 학자'입니다. ㅎㅎㅎㅎㅎㅎ.
하여튼.... 전 아직 사회계약론을 안 읽었습니다.
만애비 님 극찬을 들으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불끈 !!!! )

2014-03-25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5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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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을 강요하고 '곁'을 밀어붙이는 사회.   

 

 

 

 

 

 

 

옛날에는 마땅한 장난감이 없어서 땅에 선을 긋고 놀이를 했다. 땅에 선을 긋고 하는 놀이는 종류가 다양한데 공통점은 동그라미 안에 있으면 보호를 받는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깐 원은 울타리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울타리 밖에서는 늑대들이 호시탐탐 어린 양들을 노리지만 동그라미 안으로 침범할 수는 없었다.  왜 ? 그거시 바로 " 게임의 법칙 " 이니깐 말이다. 그래서 힘이 약한 친구는 동그라미 안에 있고 힘이 센 친구들은 원 밖으로 나가 용감하게 늑대와 싸우고는 했다. (아, 옛날이여) 놀이를 하기 전에 동그라미를 그릴 때는 나뭇가지를 손에 쥔 동무가 꼭지점이 되어서 360도 회전하면서 나뭇가지로 땅을 긁었는데, 중심을 잘 잡으면 콤파스로 그린 것 같은 꽤 정교한 동그라미가 그려지고는 해서 아, 하며 해, 맑게 웃고는 했다. (아, 옛날이여) 

 

그 시절,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다, 엄마가 " 개동아, 저녁 먹어라 ! " 라고 소리를 지르지 않는 이상. 내가 뜬금없이 어릴 적 놀이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인간이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 곁 > 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나'를 꼭지점으로 해서 팔을 뻗어 360도 회전을 하면 생기게 되는 동그라미'가 바로 " 곁 " 이다. 그 공간 만큼은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영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만약에 낯선이가 느닷없이 다가와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오면 당신은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나 경계 태세를 갖추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늑대는 원 안에 절대 들어올 수 없다는 게임의 법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 동그라미 영토권은 법으로도 보호를 받는다. 만약에 늑대 한 마리가 동의도 없이 k양의 영토권 안으로 침범해서 추근덕거리면 그것은 최소한 성희롱이 적용되고

 

강도에 따라서는 성추행과 성폭행이 된다. 이처럼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동그라미'를 무례하게 침범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뿐더라 범죄적 기본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영토권 보호가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외상태가 발생한다. 바로 옷을 벗어 벌거숭이가 될 때이다. 섹스는 기본적으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영토권을 침범하는 행위'다. 이 예외상태를 섹스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이는 이 영토권에 대해 서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 똑똑, 네 영토권 안으로 내 팔을 뻗어 10분 간 젖가슴을 만져도 되겠니 ? 응답 요망 " 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나. 남자는 이미 처녀지(영토권)을 정복한 상태다. 사랑은 " 영토권의 예외상태 " 다.  영화 < 렛 미 인 > 은 바로 이 " 영토권 " 을 전면으로 내세운 영화다. 소년은 소녀가 사는 영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문을 외워야 한다. " 똑똑, 네 영토 안으로 들어가도 되니 ? ( let me in ) "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주 다른 방식으로 예의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있다. 영화 < 쉰들러리스트 > 에서 나치 군인들은 유태인을 가스실로 몰아넣을 때 옷을 모두 벗긴다. 그리고는 학살을 시작한다. 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이었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집단 학살 현장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사진 속 희생자들 또한 모두 옷이 벗겨진 채 시체더미를 이루었다. 학살자들이 그들을 죽이기 전에 옷을 벗기는 이유는 벌거숭이로 만듦으로써 문명화된 인간이 아닌, 단순한 벌거벗은 생명'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옷을 벗긴다는 행위는 인격에서 비인격'으로 만드는 기표다. 고문도 마찬가지'다. 고문 피해자가 제일 두려워하는 말은 " 옷 벗어 ! " 라는 소리'다. 벌거숭이가 되는 순간 고문은 시작된다. 옷을 벗는 순간 동그라미는 사라진다. 동그라미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영토권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고 곁이 사라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 옷 > 이라는 상품은 체온을 유지하거나 꾸미는, 옷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기능보다는 오히려 영토권(곁)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기능성 상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옷을 벗어 벌거숭이가 되면 영토권이 사라지니 옷을 입으면 영토권이 생기는 것 아닌가. 비싼 옷일수록 동그라미는 조금 더 커진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곁'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가 동그라미나 영토권이라고 표현한 < 곁 > 은 화폐 거래가 가능한 산업'이라는 생각으로 확장되었다. < 곁 > 을 만드는 옷을 사기 위해 소비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옷뿐인가 ?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투자하는 데이트 비용도 알고 보면 곁을 얻기 위한 오랜 투자가 아닐까 싶다. 데이트 비용은 결국 타인의 영토권을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을 얻기 위한 투자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고 들어가니 < 곁 > 은 섹스 산업, 공포 산업과 함께 잘 팔리는 산업이다.

 

 

곁'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하고 시작하려 했으나 서론이 너무 길어 길을 잃었다. 엄기호의 < 단속사회 > 에 대해 짧게 언급하는 선에서 매조지하자. < 단속사회 > 는 사회 현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기보다는 전작에서 다 하지 못했던 말을 속편 형식으로 쏟아낸 느낌이 든다. < 단속사회 > 는 마치 <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2 > 처럼 읽혀진다. 새로운 내용이 없고 전작에서 했던 주장들을 중언부언하는 느낌이어서 곰삭은 맛이 없다. 그래서 흥미롭지 않다. 그는 한국 사회를 " 단속 " 이라는 열쇳말'로 풀어내려고 시도했으나 왠지 겉돈다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 곁의 사회학 " 이라는 주제로 접근하는 편이 묵직한 통일성을 주어 무게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를 " 곁을 밀치는 사회 " 라고 표현했는데, 내가 보기에 한국 사회는 " 곁을 밀어붙이는 사회 " 다. < 밀치다 > 와 < 밀어붙이다 > 는 뜻이 전혀 다르다. " 밀치다 " 는 < 떼다 > 에 방점을 두지만 " 밀어붙이다 " 는 < 붙다 > 에 방점은 찍는다.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사람과 사람 간 간격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다는 데 있다. 이 과밀도가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한다.  그런데 엄기호는 이 과밀도가 주는 현상은 외면한 채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독립적 영토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엄기호의 지적과는 달리 한국인은 무례하게 타인의 곁으로 붙는다. 아가씨를 끼고 마시는 술 문화와 만연한 성 범죄는 바로 곁으로 붙으려는 욕망 때문에 발생한다. 엄기호는 바로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가 < 곁 > 을 " 진정한 소통을 위한 공간 개념 " 으로 선택한 단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 곁을 밀친다 " 라는 표현보다는 " 곁이 부재하는 사회 " 라고  해야 제대로 된 진단이다. 한국 사회는 혈연, 지연, 학연 따위를 연연한다. 심지어는 주거 형태마저 서구 사회에서는 실패한 모델이라고 폐기처분한 공동주거형태(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은가 !  한국인은 마치 난자를 향해 붙는 정자(들)을 닮았다. " 뭉침 " 이 과도한 사회이다.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측면에서 < 자석 사회 > 요,  심리학적으로 보자면 한국 사회는 분리 불안 장애 사회'다. 그러므로 이제는 밀어내어 < 곁 > 을 여유롭게 둘 필요가 있다. 엄기호의 판단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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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건형 2014-03-2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기호 샘을 좋아해서 책을 구매하긴 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대중적인 글쑤기 전략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최근에 너무 많은 책을 내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많은 책을 내다보면 내용은 비슷한데, 단어만 바꾸어 쓰게 되기도 하니까요. 물론 고민없이 책을 쓰시진 않으셨겠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3 15:09   좋아요 0 | URL
어, 맞습니다. 이 분 문제 의식'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갑자기 많은 책이 몇 기간에 나오니 했던 말 또 하고, 저 책에서 했던 말 이 책에서 다시 하고..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 엄기호 책 읽는다면 좋은 말이 많지만 몇 번 접하다 보면 기시감이 듭니다. 저에겐 별로 새롭지가 않아서 따분했습니다. 가까스로 읽었습니다. 살짝 단어와 사례 몇몇만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요 ?

위악서 2014-03-23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곰생각하는발님의 리뷰를 보다가.. 궁금해집니다.

얼마 전 M출판사의 직원해고와 철회사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알라딘 서재는 그 이야기에 꽤 조용합니다. 도서정가제 때 '하이드'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람은 불매운동을 펼친다며 항의를 하면서 이쪽을 시끄럽게 하더니만 이런 출판계 소식은 침묵하네요. 다른 분들도 비슷한 것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가끔 이럴 때, 한동안 알라딘에서 터줏대감처럼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분들의 글이 진정성이 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요즘 부쩍 그렇습니다.

리뷰를 두번 읽다가 덧글 남기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4 00:24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제가 상황을 잘 몰라서 질분에 답변 드리기가 송구스럽습니다.
출판사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인데 알라딘 같은 데서 공론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말씀이시죠 ?
아니구나.... ㅋㅋ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성에 대한 지적이시죠 ?
위 사태는 제가 잘 모르고 대신 문득 떠오르는 게 하나 있네요....
제가 아는 분 중에 입만 열면 삼성을 비판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 여성임 ) 모임 가지면 그렇게 삼성에 대해 비판을 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든 장은 이마트에서만 봅니다. 집에서 가깝다나요...
제가 그 문제에 대해 지적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모임에 나오지 않고 계십니다.

곰곰손 2014-03-24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모지? 어제 술먹다 와서 봤을땐, 이 책
- 별이 한 4개 정도 였던거 같은데? (점점줄어가는추세?ㅋㅋㅋㅋ)

아 어제는 나 꽤 마셔서 만취라 생각하고 잤는데
막상 술이 깨고 인나보니 그렇지만도 않았던듯.
아무래도 술이 좀 부족했어. 흠..아쉽..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4 07:59   좋아요 0 | URL
어라?! 그르네....
아마 수정할 때 잘못되었나요. 여긴 꾹 눌러야 입력이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마우스가 옮겨져도 별이 입력되더라고...

samadhi(眞我) 2014-03-24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그 곁에 신물이 나다가도 곁을 이용해보려는 속물근성이 나오기도 합니다. 정말정말 이중적이고 이기적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4 20:38   좋아요 0 | URL
전 엄기호의 왕성한 부지런함을 좋아하긴 하지만 책이라는 건( 소설이 아닌 사회학서가) 그렇게 후다닥 1년에 한 편씩 나오는 것에 대해 좀 곰삭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ㅁㄹ
강준만이야 워낙 다양한 분야를 파고드니 왕성한 필력을 자랑해도 겹친다는 느낌은 안 들지만 비슷비슷한 주제로 계속 말을 한다면 상황이 좀 달라지지 ㅏ 않나 싶습ㄴ디다.

samadhi(眞我) 2014-03-24 21:13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홍구도 대한민국史랑 나중에 나온 책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잘 안읽히더라구요. 강준만은 그냥 보통과 다른 존재라 생각해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4 20:56   좋아요 0 | URL
그렇죠 ? 그런 책들은 제목만 바뀌었을 뿐 도긴개긴입니다. 내용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중복이 심해 했던 말 또 하는 형국이라는 말이죠.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지만
그의 책을 계속 읽은 독자에게는 심심한 책이지 싶습니다.
외국 저널리스트 보면 분야를 싹싹 바꿔가며 책을 냅니다.
소금의 역사'란 책을 쓰면 다음에는 생선 대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그 저자가 쓴 책을 모두 읽어도 중복되지가 않아요.
한 분야 특정 소재를 다루면 그 책에서 끝내야 합니다. 만약에 저자가 내용에 대한 보충을 할 만큼 욕심을 냈다는 것은 전작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

+

samadhi(眞我) 2014-03-24 21:1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전 주강현을 존경하지요. 대단한 연구자예요. 글도 정말 잘쓰고. 멋진 옵하예요.

초등학교 5학년 때 탐구생활 일기장 사건이 있었지요. 방학 때 탐구생활(갈색 방학교재) 숙제를 했다는 내용을 조금 수정해서(방학이 끝나도 탐구생활을 할 수도 있는 거지 하는 생각으로. 정말 일기 쓰기 싫었거든요. 심심해서 방학 때 미처 못한 것을 살펴본 게 사실이기도 한데 믿어주질 않더라구요.)개학한 지 한참 지나서 매일 일기 검사를 하던 담임이 방학 때 한 걸 속여서 냈다고 반성문을 쓰게 했죠. 거짓말쟁이라며. 그때 반장선거 있던 날이었는데(유력후보라고 저혼자 믿고 있었죠. ㅋㅋ) 모든 게 물거품 됐죠.

방학 때 쓴 건 맞지만 분명히 수정해서 조금 다른 내용으로 한 것인데. 그 선생 정말 무식해서 애들 앞에서 저를 얼마나 비난하고 혼을 냈는지. 지금도 몹시 억울(?)한데요. 아마 다른 저자들도 그런 마음이 조금씩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해요. 자기가 애써서 쓴 글이 아까워서 ㅋㅋ 조금만 더 보태서 더 써먹자 하는 남은 음식 싸가는 정신(?) 아닐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4 21:20   좋아요 0 | URL
책 읽으려고 침대에 누워 있다 댓글이 재미있어 글 남깁니다.
남은 음식 싸가는 정신이라.....ㅎㅎㅎㅎㅎㅎㅎㅎㅎ재미있습니다.
아마 급히 정리를 하다보니 뭐 욕심이 나기 마련아니겠습니까.
어떤 한 작가의 전작주의자'가 된다고 했을 때 전작을 모두 읽어도 늘 새로운 작가가 있죠.
예를 들면 프로이트, 니체 같은 작가들 책 말입니다.
그런데 딱 두 권 정도 읽다 보면 다 그 내용이 거기서 거기인 경우도 있습니다.
배우로 치지면 겹치기 출연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성향을 보이는 작가는 딱 한두 권 읽는 게 딱이조.

그나저나 주강현이라면 그 우리문화 수수게끼 저자 말씀하시는 거죠 ?

samadhi(眞我) 2014-03-24 21:48   좋아요 0 | URL
네. 그 사람 맞습니다.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체면은 사람을 죽인다.      

 

 

 

강신주는 < 노숙자는 수치심이 없다 > 고 말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전체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부분적 발췌만 놓고 비난한다며 그를 옹호한 이도 있었지만 내가 보기엔 전체적 맥락을 고려한다고 해도 다르지 않다. 수치심이 없다는 말은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소리이고, 이 말은 곧 뻔뻔하다는 말이다. 뻔뻔하다는 말은 무슨 소리인가 ? 낯짝이 두껍다는 소리 아닌가. 낯짝이 두껍고, 체면도 모르고, 염치없이 굴고, 염통머리없는 마음이 바로 수치심을 모를 때 발생하게 되는 현상이다. 이처럼 수치심과 관련된 말들을 종합하면 신체 부위 가운데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심장이 아니라 얼굴이다 !  인간에게는 고개 뻣뻣이 들고 다닐 < 쪽 > 이 필요하다고 강신주는 말한다. 강신주는 자본주의를 공격하면서 좌파 코스프레를 하지만 사실 그는 우파'에 충실한 사람이다.

 

실반 톰킨스'는 < 수치심 > 은 " 우파 정치의 가치관과 이념을 움직이고 지배하는 정서이며 죄의식은 좌파 정치응 움직이는 핵심 정서 " 라고 말했다. 결국 강신주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때깔은  진보당보다는 새누리당에 가깝다. 그런 그가 반자본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웃긴 일이다. 그는 자신이 생산하는 " 문화상품권 " 을 팔기 위해 자본주의를 " 미끼 상품 " 으로 내놓는다. " 자본 " 을 가지지 못한 대중(비-자본)은 강신주가 한 말(반-자본) 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는 장사 수완이 좋은 사람이다. 강신주는 자본주의 문화 상품권을 반자본 상품처럼 판다. 능력 있는 새일즈맨이 알래스카에 가서 냉장고를 파는 꼴이다. 강신주가 냉장고를 버려라, 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실천하는 이도 아무도 없다. 냉장고는 단순한 인문학적 제스츄어'이며 전체적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상징적 오브제에 불과하니깐 말이다.

 

공감은 하지만 실천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대중을 편안하게 만든다. 피로도'를 줄여준다는 말이다. 그는 냉장고를 버려라, 라고 농담처럼 말을 하지만 정작 이웃 구멍가게는 외면한 채 기업형 대형마트 가서 물건을 대량 구매하는 짓은 뻔뻔한 짓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군'말은 사람을 웃게 만들지만 참말'은 늘 고객을 불편하게 만드니깐 말이다. 제임스 길리건의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은 강신주의 수치심'이 왜 우파 이데올로기인가를 설명한다. 미국인인 저자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설명하면서 공화당은 살인율과 자살률을 높이고 민주당은 살인율과 자살률을 낮춘다고 설명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100년 간의 통계'다. < 통계 데이터 > 가 자신이 주장하는 입장에 유리한 쪽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이 책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살인율과 자살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은 실직에 따른 수치심이라고 주장한다. 쉽게 가자 ! 굳이 미국 사회를 예로 들 필요도 없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고스란히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오버랩된다. 놀랄 만큼 닮았다. 한국 사회를 보자. 우파는 보편적 복지 혜택을 선심성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한다. 무상 급식 논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복지를 주장하는 것을 쪽팔린 짓으로 격하한다. 그 당시 신문 사설 논조는 하나같이 내 자식 점심만큼은 내 돈으로 먹이겠다는 메시지였다. 돌려서 말하면 복지를 주장하는 좌파를 거지 근성으로 설정한 후 부끄러운 줄 알라고 조롱한 말이다. 우파 언론이 쏟아낸 메시지는 아버지로써의 자존심(명예)를 지키라는 말이다. 그들이 보기에 좌파 진영은 수치심을 모르는 족속'이다. 이러한 태도는 강신주가 노숙자를 수치심도 모르는 부류라고 생각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

 

노숙자는 수치심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영토가 없는 존재'다. 집도 없고 곁을 지킬 사람도 없다는 측면에서 노숙자는 기댈 수 있는 곁을 상실한 존재'이다. 강신주는 잃어버린 수치심을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갱생을 돕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말은 뻔뻔하다. 처음부터 그들은 수치심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다만 영토와 곁을 잃었을 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치가 아니라 곁'이다. " 체면이 사람 죽인다 " 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맞는 말이다. 사람은 수치심을 느낄 때 폭력적으로 변한다. 실직이 오래 지속되면 사람의 얼굴을 갉아먹는다. 노숙자는 염통을 갉아먹어 얌통머리가 없거나 염치가 없는 존재가 아니라 얼굴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사람이다. 어떤 이는 노숙자가 수치심을 모르기 때문에 자살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자면 정말 그럴까 ?

 

노숙자는 수치심을 몰라서(뻔뻔해서) 자살을 하지 않는 자가 아니라 그들의 죽음에 대해 사회가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이다. 그들의 죽음은 대부분 행불 처리된다. 당신은 죽으면 인식표에 이름이 적히지만 노숙자는 죽으면 번호로 남는다. 철저한 외면이다. 그렇기에 자살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체면은 사람을 죽인다.

 

 

 

 

 

 


 

 

 

덧대기

 

수치심이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소양'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수치심이 지나치면 위험하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살인과 자살 중 상당 부분은 과도한 수치심 때문에 벌어진다. 가문의 수치'라는 이유로 간통한 여인에게 돌을 던져 죽이는 이슬람 형법 또한 수치심이 원인이며, 결투를 신청해서 칼싸움을 하는 햄릿도 수치심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을 모욕했다고 해서 우발적으로 혹은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살인도 지나친 수치심이 원인이다. 수치심이 지나치면 명예에 집착하게 되고, 사소한 수치심'에도 폭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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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미에르 2014-03-22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마전 사주를 봤는데...전 부끄러움이 없어서
모든일에 막힘이 없다고 하던데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23:11   좋아요 0 | URL
후흑학이라고 있습니다. 두꺼울 후에 검을 흑을 써서 성공한 자는 대부분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은 사람이라고 했죠. 브라보, 이제 르미에르 님 가는 길에 거침이 없을 겁니다.
성공하시거든 마음을 비우고 얇은 박피에 파란 마음으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르미에르 2014-03-23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처럼 해맑다고 하던데요 -_-;
부끄러움이 없어서 아무한테나 막 치대고 도와달라고 하고...

위사람 아랫사람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개기는게 강해서 평생 남 밑에서 일해본적 없는...

그러다 진짜 힘 있는 사람한테 개기다 졸라 줘 터질수 있으니...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고...그래서 요즘 젤 중점 제 인생 학습사항 "겸손"입니다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3 15:2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겸손이 결국 열쇳말일 겁니다.
전 항상 겸손이 턱없이 부족해서 쌍욕을 먹잖아요. 흑흑....

봄밤 2014-03-2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놀랍습니다.

책 말미에 가면
'의사는 본디 가난한 사람의 변호인이고 사회 문제는 넓게 보면 의사의 영역에 들어간다. (중략)
의학은 사회과학이고 정치는 규모를 키운 의학일 뿐'이라는 피르호(?)의 말이 나옵니다.
리뷰를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까, 곰곰 더 읽어야지 했는데. '수치심'으로 읽어내셨군요.

곰발 님 글은 단절이 없네요. 그러니까
파도 같군요. 파도!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3 15:27   좋아요 0 | URL
읽고 나면 책 덮자마자 리뷰를 쓰자고 결심했고 실천 중입니다.
그래서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없어요.
원래 정리를 하고 써야 하는데 그럴 시간도 없고
그냥 일단 첫 단어 자판 두둘기면 그냥 흐르는대로 쓰고 있는 설정이에요..

이 책 은근히 좋더군요. 사실 기대 안했거든요. 물론 통계라는 게 참 함정이 많은 장치이기는 하지만
꽤나 설득력이 있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24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 두꺼운 빈대인생 몇 십여 년에 수치를 강요하는 사회, 세월로 주눅이 드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자존심 없는" 건 여전하지만. 언니들이랑 단체톡을 하다가 유치원 때 장학금을 10만원이나 받았던 조카 얘기가 나와서 제 인생의 전성기는 각종 상을 휩쓸었던 초딩 때였다고 하니까, 큰언니가 언제 우리 막내 화려한 시절로 돌아갈꼬? 하길래 화려한 거 좋아하지 않아. 라며 웃었지요. 큰언니는 큰딸 답게(?) 명예욕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초딩 때 이미 뗀 것을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4 20:40   좋아요 0 | URL
진아 님. 이 책 꽤 재미있습니다. 함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수치를 강요하는 진영을 보수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부랑자나 가난한 사람을 보면 수치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하죠.
하여튼 재미있습니다.

진아 님은 이미 초등학생 때 모든 것을 초과했군요. ㅎㅎ. 전 화려한 것보다 쓸데없는 게 좋더라고요..

samadhi(眞我) 2014-03-24 20:44   좋아요 0 | URL
네. 꼭 읽을랍니다. 저도 주위 사람들에게 쓰잘데기 없는 짓만 골라한다고 늘 핀잔을 듣습니다. 탈중심에 집착하거든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런 것들이 좋아요. 에헤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4 20:57   좋아요 0 | URL
오 제가 단속사회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탈중심사회입니다. 한국인은 너무 붙어요. 그래야 안심을 합니다. 전 이걸 자석사회'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로드™ 2015-06-07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얼마전에 김진혁 피디가 뉴스타파에서 다큐를 선보이면서 참고한 책으로 나오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sycs9iIMrSc&feature=youtu.be

책 읽는 양도 많고, 리뷰도 맛깔나게 풀어내시네요. 공력이 많으신듯~

곰곰생각하는발 2015-06-07 09:40   좋아요 0 | URL
네에. 이 책 읽을거리가 많습니다.
제로드 님도 함 읽어보십시오... 읽으셨을 것 같긴 합니다만... ㅎㅎ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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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조금새끼


가난한 선원들이 모여사는 목포 온금동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지요. 조금 물때에 밴 새끼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생겨났냐고요? 조금은 바닷물이 조금밖에 나지 않아 선원들이 출어를 포기하고 쉬는 때랍니다. 모처럼 집에 돌아와 쉬면서 할 일이 무엇이겠는지요? 그래서 조금 물때는 집집마다 애를 갖는 물때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해서 뱃속에 들어선 녀석들이 열 달 후 밖으로 나오니 다들 조금새끼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 한꺼번에 태어난 녀석들을 훗날 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우다 다시 한꺼번에 바다에 묻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인 셈이지요. 하여, 지금도 이 언덕배기 달동네에는 생일도 함께 쇠고 제사도 함께 지내는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새끼 조금새끼 하고 발음하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금세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도대체 이 꾀죄죄하고 소금기 묻은 말이 자꾸만 서럽도록 아름다워지는 건 왜일까요? 아무래도 그건 예나 지금이나 이 한마디 속에 온금동 사람들의 삶과 운명이 죄다 들어 있기 때문 아니겠는지요.


- 김선태, 시집 [ 살구꽃이 돌아왔다 ]

 

 

 

조금'은 물이 가장 낮을 때를 말한다. 바닷물이 다 빠져나갔으니 배를 띄울 수 없어 집에서 쉬다 보면.......  한꺼번에 태어난 녀석들은 훗날 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운다. 그뿐이랴. 바다가 사납게 울면 물 위에 뜬 배들을 삼키는 법이니 한 마을에 생일도 같고 제삿날도 같은 경우가 많으리. < 조금새끼 > 라는 시는 목포 온금동의 공동체적 운명'에 대해 말한다. 물고기를 잡는 어부(조금새끼)는 가만 보면 물고기떼를 닮았다. 멸치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다 거대한 그물망에 잡혀 생을 마감하는,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그런 의미에서, 목포와 가까운 신안 비금도가 고향인 황현산 선생도 (민망한 표현이지만) 조금새끼'에 속한다. 산문집 [ 밤이 산문이다 ] 에 수록된 < 찌푸린 얼굴들 > 에서 그는 자신을 " 조금에 태어난 아이 " 라고 소개한다. 조금이 매월 음력 7,8일을 의미하니 음력으로 초여드레날에 태어난 그 또한 조금새끼'다.

 

하지만 고기를 낚는 데 소질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어부 대신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다. 물고기와 선생이라. 문득 흑산에 유배되었던 정약전 선생이 생각났다.  어부의 아이들에게 語를 가르치고 아이의 아비'에게 魚를 얻어 생활했던, 선생 말이다. ( 흑산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37052 ) 황현산은 < 魚 > 를 잡는 대신 뭍으로 올라가 < 語 > 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다. < 스승 > 보다는 < 선생 > 이라는 말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책 제목도 " 스승 " 대신 " 선생 " 이라고 한 모양이다. 신안 비금도에서 나고 자랐으니 바다를 추억하는 글이 많을 것이라 지레짐작했지만,  예상 밖으로 한두 꼭지를 제외하고는 비금도에 대해 추억하지 않는다. 그 흔한 < 옛날엔 그랬지...... > 따위의 신파적 에세이를 경계한 탓이다.

 

그는 에세이가 아니라 산문'이기를 원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넓게 보면 수필(에세이)도 산문에 포함되니 수필'이라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른'이 갖춰야 할 품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는 자기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 이수열 선생 > 이란 글은 황현산의 품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수열 선생은 47년 동안 국어 교사로 근무하고 정년퇴임한 어른이다. 그는 신문 칼럼에서 우리말 어법에 어긋난다고 생각되는 구절을 체크한 후 칼럼을 쓴 저자에게 우편으로 붙이는 일을 한다. " 일본식 어투인 ' 있으시기 바랍니다 ' 나 ' 에 다름 아니다 ' 같은 서술에 붉은 줄을 긋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바탕 선물 위치처럼 자체에 움직임이 없는 명사에 '하다'를 붙여서 말하는 것도 용납하지 (247) " 않으니,

 

본디의 결에 거슬리더라도 관용으로 굳어졌다면 그 말이 살아 있는 언어라고 생각하는 황현산과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가 보기에 이수영 선생의 지적은 야박하고 짠 소금 같다. 하지만 황현산은 그 사실을 고마워한다. " 소금이 짜지 않으면 어찌 소금이라 하겠는가. " 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 온화한 성품을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문학 비평가'라면 좀 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칭찬만 하는 문학 비평가보다는 차라리 독설만 하는 문학 비평가가 더 낫다. 뭐, 개인적인 생각이다. (됐고!)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깊이는 2부에 집약되어 있다. 구본창과 강운구 사진을 보고 느낀 감상을 적었는데 사물과 현상 너머를 보는 눈이 매우 매섭다. < 겨울의 개 > 라는 글은 강운구가 1973년 전라북도 작은 마을을 지나다가 찍은 흑백사진 하나를 분석하는데, 분석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시적'인 운치가 있다.

 

시처럼 읽힌다.  물론 타자의 눈으로 어떤 풍경에 개입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구경거리로써) 폭력이 존재하지만 그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잘 타고 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는 정의로운 청년이 드물기 때문이 아니라 현명한 노인이 없어서 슬픈 사회'다. 불끈 쥔 주먹보다 지팡이를 잡은, 부드럽고 현명한 손이 가지는 미덕이 필요한 사회다. 깊이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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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3-22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밤선생, 이거 진짜 읽어봐야겠음.

글고!
연재는개뿔!! 연재가뉘집개이름인줄아나?!
아그러니깐 그게 그리 쉬운게 아니래니까는..


이휴...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6:50   좋아요 0 | URL
엎어져냐 ? 우씨 ~
난 잘 연재하고 있는 줄 알았잖아. 흠흠...
힘 내......
박근혜 규제 푼다 하더만 만화에 대한 규제 이런 건 안 푸나 모르겠다...

곰곰손 2014-03-22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참 곰발 이거봐봐봐ㅡ

http://www.kyobobook.co.kr/event/eventViewByPid.laf?eventPid=26696&orderClikc=dow

교보문고에서 2주간 궁극의 도서 리스트라며 - 50%세일한다는데
너 보고싶은 거 있나 해서.. 혹시 있으면 내가 사준다


..는 게 아니라 니가 사라고! ㅋㅋㅋㅋㅋㅋ


난 눈씻고 둘러봐도 도통 관심있는 게 한권도 없었음.
(아..알라딘에서 교보 선전하면 국정원에서 잡아갈려나..?;;)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6:51   좋아요 0 | URL
그래 ? 흠흠.....그래도 네가 사줘야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싶다....
얼릉 가서 보고 와야지 궁금의 세일이라...
50% 세일은 알라딘도 자주 해...

곰곰손 2014-03-22 06:5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다음에 돈많이 벌면 책많이사줄게!!
지금은 내 술깞도 간당간당이야!! ㅋㅋㅋㅋㅋ

야 교보가서언능보고 와!
그리고나서 위에 내가쓴 링크덧글은 삭제해버려!
얍삽한 알라디너들이 가서 죄다 사버리기전에!! 빨랑빨랑!!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7:07   좋아요 0 | URL
야, 지금 보고 왔는데 별로 그닥 맘에 확 와닿는 책은 없네.
오히려 알라딘 50% 세일 책이 더 마음에 든다.
교보 이 새끼들 허풍이 너무 쎄 ~~~
무슨 얼어죽을 궁극이냐. 쥐뿔.........

곰솜손 2014-03-22 07: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그래? 별것도아녔구나!
교보놈들 별것도 아닌게 오도방정을 떨다니..


'그나저나..

참내..사탕좀받았다고
곰곰발.. 이젠 알라딘 편드네..?'(혼잣말)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7:21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알라딘만 한 곳 없다.
50% 목록도 이곳이 더 나아.....
나 원래 교보 싫어해씀......

수다맨 2014-03-22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신형철이 진화(?)하면 황현산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때문에 저에게는 존중심과 더불어 경계심을 갖게 하는 글쟁이가 황현산이죠.
사실 황현산은 치밀한 평론가라기보단 성실한 연구자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그의 몇몇 해설들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섬세한 구석은 있지만 비평적 '번뜩임'을 봤던 적(예컨대 가라타니 고진이 하루키의 문학을 가리켜 '현실을 회피하는 낭만파적 거부'라고 요약했듯이)은 없는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7:2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넉넉한 성품은 문학비평가에게는 어울리지 않다고 한 겁니다. 전 황현산 비평집은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만 놓고 보았을 때는 꽤 좋아요. ㅎㅎㅎ.
전 아무래도 신형철보다는 장정일 식 독설을 좋아합니다. ㅎㅎ



samadhi(眞我) 2014-03-25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수열 식 소금같은 성격이라 일일이 교정하고 떠집니다. 계산하시는 분이 "얼마얼마가 남으셨어요" 그럴 때마다 지적질 합니다. 왜 돈을 높이냐고. 매번 따질 체력과 정신력은 못되고. 사회자가 "누구로부터 발표가 있겠습니다" 를 몇번이나 참다가 결국 한마디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안그러더군요. 제발 돌려말하는 미쿡식 일본식 좀 쓰지 말고 쉽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우리말 좀 쓰자고. 어쩌다 방송을 보더라도 혼자서 씩씩대며 교정하고 방송자(?)의 자질을 의심하고 욕하고. 대표적인 일본식 어투인 ""~에 있어서". "으로서의". "에서의"...... 막 짜증이 나서 찡그리다 보니 주름만 느는군요. 정말 피곤하게 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9:01   좋아요 0 | URL
이 덧글 보고 제 글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일본식 어투가 있나 없나 말이죠. ㅎㅎㅎㅎㅎㅎ.
고칠려고 해도, 이거 영.... 일본 중역 소설들 한참 읽었더니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더군요.
고치긴 고쳐야...... 무생물 존칭은 정말 심각해요. 요거 소비자는 왕이다, 정신으로 높이다 보니
이젠 어뚱한 사물, 가방, 돈 따위에 존칭을 쓰니... ㅎㅎ

박조건형 2014-03-2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추천해 주어서 지금 천천히 읽고 있는데,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꼰대질 습성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놀라운 품성입니다^^ 과거이야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려하지 않아서 여러가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페루애님 말씀처럼 비평글에서는 날카롭게 쓰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만 산문집에서는 이런 형식이 좋네요^^(이분의 다른 책이나 시는 읽어본적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 사진 한장을 보고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신기했습니다. 삶에 대한 성찰이 깊은 어른이라 그게 가능했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16:04   좋아요 0 | URL
아 건형 님 반가운 걸요. 역시 대인배. 저의 투정도 받아주시고... ㅎㅎㅎㅎㅎㅎㅎ
일부러 자기를 낮춰서 겸손한 척 연기하는 글이 있는데 황현산 선생님은 그런 연기파는 아니더군요.
확실히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맞아요. 비평글은 날카로워야 하지만 산문집이 꼭 그럴 필요는 없죠.
하여튼 사진을 풀어내는 솜씨에 몇 번이나놀랐습니다.

rtour 2014-03-2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도 얘기했지만, 우리나라엔 생활글, 수필집이라고 할 만 한 책이 없어요. 싸구려 감상 모음집이거나, 새로울 것이 없는 남의 생각 재표현집 정도..랄까. 황선생의 이 책은 아마 이런 척박한 국내 에세이 토양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 깊이 있는 자신만의 통찰이 드러나는 글들이니까요. 잘나간다는 여류 시인들의 에세이집에서 구토
를 느꼈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인지도.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16:02   좋아요 0 | URL
제가 신달자나 유안진 에세이에 아주 학을 떼서 안 읽는데 이 산문집은 확실히 다르더군요.
품격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독보적 위치라는 말이 곰감 1000개 누릅니다.
원래 에세이라는 게 통찰을 다루는 것이지 연민을 다루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통찰 속에 연민에 포함되면 좋지만 주구장창 연민만 다루면 짜증나는데
이 산문집은 아주 좋습니다. 그의 평론집을 한 권도 안 읽어보았지만
함 읽어보려고 해요. 추천하실 그의 평론집 있음 추천해주십시요.

밤하늘의별소리 2014-03-22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집에 사람들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ㅠㅠ밖에 나가면 책읽었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제가 우리 집에선 제일 책과 가까운 사람이니 말 다했죠!!

근데 이 책을 읽고...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다싶이, 아 황현산 선생님같은 어른이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엄마아빠도 이 책 읽고 저와 제 동생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세요-라는 뜻으로 이 책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탁자 위에 올려놓았지만, 끝까지 안읽으시더라구요!!! 흑.....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20:27   좋아요 0 | URL
우리집도 그렇습니다. 저 빼고는 아무도 책을 안 읽어요. 후후.... 그래서 좀 쓸쓸하죠.
아쉽군요. 하루빨리 밤하늘 님 부모님이 이 책을 접하시기를...
이미 밤하늘 님 부모님은 좋은 어른이실 겁니다. 밤하늘 님 마음씀씀이 보면 알 수 있죠...

박조건형 2014-03-2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대인배는 무슨.....^^;; 서로 생각이 다른 건데요^^ 페루애님이 말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은 늘 있구요^^;; 말이 통한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다 같거나 모든 걸 다 소통할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걸 전제로 하고 이야기 하고 소통하는 것이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3 15:30   좋아요 0 | URL
전 이상하게 삼성만 생각하면 열불이 나서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준 거는 없는데 아 삼성만 생각하면 열이 받는단 말이죠....
안티는 안티입니다. 삼성 관계자 잘 들어라.
내게 10억을 주지 않는 이상, 항상 지랄할 것시여...
얼론 통장에 넣어라...

다소 2014-05-07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관함에 넣어놓고 어영부영하다 잊고 지냈는데,
황금연휴에 읽을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빌려 읽고는,
여태 안 산걸 후회하며 오늘 주문했어요.
(주문하려고 보니 곰발님 리뷰가 있어 읽고는 땡스투는 곰발님께ㅋㅋㅋ)
문장이 얼마나 담백하고 진중한고 정갈한지, 저절로 고개 숙여지는 어른의 글과 생각이었습니다.
참 좋았어요.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s. 잘 지내시지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5-07 11:29   좋아요 0 | URL
다소 님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 오랜만이군요.
저도 도서관에서 읽다가 좋아서 책을 따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땐 뭔가 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처음부터 사서 읽을 걸... 이런 마음...
이 책은 충분히 도서관에서 읽다가 마음에 들어 다시 살 확률이 높은 책입니다. ㅎㅎㅎ
탱스투 고맙습니다. 이 작은 수고가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모든 알라디너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서비행 -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
금정연 지음 / 마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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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때문이야.    

 

 

 

이 자리에서 고백하자면 : 책을 주문할 때 " 진지하게 읽을 책 " 과 함께  " 가볍게 읽을 책 " 을 고른 후 장바구니에 담는 편이다. 전자는 책을 " 읽기 " 위해 사고, 후자는 책을 " 보기 " 위해 산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따분하고 고통스러운 반면 책을 본다는 것은 즐거운 쪽에 속한다. 그렇기에 읽을 책과 함께 볼 책도 함께 주문하는 행위는 보상 심리 비스무리한 행동이다. 쓰디 쓴 약을 먹고 나면 달달한 사탕 같은 주전부리를 찾는 심리라고나 할까 ?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내게는 난독증 비슷한 경향이 있어서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할 수도 없고, 설령 이해했다고 해도 쉬이 까먹는다. 프르스트의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를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거라곤 홍차와 마들렌 밖에 없다.

 

우연한 기회에 마들렌 과자를 먹었을 때 생각보다 꾀죄죄한 맛에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홍차와 함께 먹으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했다. 절묘한 궁합 때문이리라. 프르스트가 가지고 있는 미덕은 소소(小小)한 것에 대한 집요한 애착이 아닐까 싶다. 사실 주류 문학은 그동안 홍차를 다루었지 홍차를 마실 때 딸려 나오는 과자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프르스트는 최초의 " 스끼다시 예찬자 " 였다. 내게 있어서 서평집은 " 진지하게 읽을 책 " 이 아니라 " 가볍게 읽을 책 " 에 속했고, " 홍차 " 로 분류하기보다는 " 마들렌 " 에 가까웠다. 오해는 말았으면 한다. 가볍게 읽을 책'이라고 해서 읽지 않아도 되는 종류를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홍차만 마실 수는 없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하루키 소설(홍차)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가 쓴 에세이(마들렌)는 좋아한다.

 

스스로를 삼류 서평자라고 소개한 금정연의 < 서서비행 > 을 집 밖에서 서서 읽었다.  짧은 서평을 모은 집(集)이다보니 시간과 장소에 대한 구속이 없어 좋다. 이런 책은 집 밖에서 여러 날을 두고 야금야금 읽어야 제맛이다.  종로 3가에서 을지로 3가를 향하는 3호선에서 톨스토이의 < 전쟁과 평화 > 를 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평론 > 이 맛을 보는 행위라면 < 서평 > 은 간을 보는 행위'다. 전자는 [ 詳味 : 자세할 상, 맛 미 ] 이고 후자는 [ 嘗味 : 맛볼 상, 맛 미 ] 이다. 간을 본다는 것은 전체를 감별하는 게 아니라 부분을 감별하는 행위다. 짠 정도를 보는 것이다. 반면에 맛을 본다는 것은 전체를 보는 행위다. 간뿐만 아니라 식감 따위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깐 간이 맞다고 해서 반드시 맛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간이 적당해야 맛이 좋을 확률도 높다는 점이다. < 간 > 이 음식 맛에 미치는 영향은 49%다. 서평을 읽는다는 것은 음식 간을 보는 행위와 비슷하다. 서평가는 < 간 > 에 대해 말한다. 짜다, 싱겁다 혹은 알맞다. 맛은 독자의 몫이다. 나는 간을 보기 위해 서평을 읽고 책 속에 언급한 몇몇 책은 사서 맛을 본다. 간이 맞다고 해서 무조건  음식 맛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간은 적당한데 고기가 질겨서 식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중매를 잘못 서면 뺨이 석 대'라지만 책을 잘못 소개했다고 따귀를 때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집 밖에서 틈나는 대로 읽을 요량으로 가방 속에 넣어두었는데 그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재미있다는 소리다(서서 읽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을).  그는 서평가가 맛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간을 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국물을 떠 혀끝을 적실 뿐이지 냄비 통째로 들고 국물을 삼키지 않는다. (뜨거우니까!)  " 말하자면 우연 같은 일들 " 이라는 제목을 단 글은 김연수 작가의 < 우리가 보낸 순간 > 이라는 책에 대한 꼭지인데 책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그냥 서울역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다가 일을 보기 위해 들어온 김연수와 마주친 이야기가 전부'다.

 

하지만 이 " 딴청 " 에 대해 유감은 없다. 나는 프루스트처럼 주전부리를 좋아하니까. 어쩌면 이 글도 < 서서비행 > 에 대한 딴청'인지도 모른다. 마들렌은 홍차와 먹어야 맛이 좋아.

 

 

 

 

 


 

 

 

덧대기

 

저자는 LG 트윈스 팬'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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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1 0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1 0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1 0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1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3-2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은 가차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는 것이 오히려 저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5:35   좋아요 0 | URL
가차없는 서평으로는 장정일이 있겠네요. 그에게는 시원한 죽비 같은 쾌감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만애비 님 !

samadhi(眞我) 2014-03-2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공감합니다. ㅎㅎ.
저도 책 내용을 기억 못해서, 서평을 쓰기 시작했어요. 무슨 책을 읽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어서^^ 기록에 대한 강박증같은 게 있거든요. 그리고 애(아)끼는 사람들에게 아무 책이나 읽을 필요 없이 제가 빡세게 고생(?)해서 고른 좋은 책을 권해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구요.
제 서평도 딴소리 일색이예요. 수준이 워낙 낮다보니 비평을 할 처지는 못되고. 방금 읽은 책인데도 내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때도 많고. 읽었는데도 내용이 들어오지 않아서 2번 읽기도 하고. 오직 기록. 기억을 위한 장치가 돼버렸네요. 그러면서도 내용이 구리면(저랑 안맞을 뿐인지도 모르는데) 작가를 마구마구 씹어대고 특히나 번역이 구리면 침튀겨가며 옮긴이를 욕하죠. 국어를 못하면 번역 좀 하지 말라는둥^^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5:37   좋아요 0 | URL
저와 똑같네요. 제가 서평 비스무리한 걸 쓰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일단 쓰면서 내용을 정리하면
신기하게도 몇 년 후 잊었어도 그냥 정리된 걸 읽으면 그때 읽었던 내용들이 다시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리뷰를 쓰는 거 같습니다. 저도 읽으면 바로 바로 정리를 해요.
전 책 덮고나면 바로 리뷰를 씁니다. 기억하려고요...

엄동 2014-03-2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 꾸욱
흔들리는 전철안에서 볼 책이있다면
다방커피곁들여 쇼파에 푹 파묻힌 후 읽어야 맛이 나는 책이 있죠

. 늘 느끼는 거지만
곰발님 게시글들은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있어 탁월한듯
읽으며 맬 이럼. 아,내말이이이~~


덧붙임.
왜요 시범경기 잘하고 있고만요~
시범경기가 'ㅅㅂ'경기만 되지 않길 바라는 1인. 껄껄껄껄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5:39   좋아요 0 | URL
엘지팬들에게는 서로의 묘한 공감대가 있어요.
작년에는 가을야구에 참여했지만
그동안 주욱 8년 동안 참가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설움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입니다. ㅎㅎㅎㅎㅎ

글쓰기는 자세가 중요한 게 전 인격파탄자여서
좋은 글 쓰기는 그른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지 않는 이상은....

수다맨 2014-03-2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본업(소설가 or 시인)보다 부업(서평 쓰기)을 더 잘 하는 이들을 보게 되는데 하루키도 (제 관점에서는)그렇고, (어쩌면) 장정일도 그런 것 같아요. 그렇다면 부업으로 직종을 바꾸어도 ㅡ장정일은 실상 직종을 바꾸었죠ㅡ 괜찮을 듯합니다. 언젠간 누구에게 들었는데 요시모토 바나나도 자국에선 소설가보다 서평가로 더 높이 평가받는다 하더군요.
저도 마르셀 프루스트, 하면 생각나는 게 역시 마들렌이-_-;;; 저는 1권만 읽고는 더 읽을 마음이 안 들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5:42   좋아요 0 | URL
잡문이 주는 쾌감이 있잖아요. 메인요리 먹을 때 걱정을 하고는 합니다.
이거 내가 초대해 놓고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
그런데 스끼다시 맛 가지고 걱정을 하지는 않잖아요.
그게 스끼다시의 힘입니다. 많이만 주면 장땡이에요..ㅎㅎㅎㅎㅎㅎㅎ

꼴지를 위해 2014-03-2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곰곰발님. 다름이 아니라 제가 만나고 있는 여자가 호주 워홀 경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머리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있는데 마음은 너무 신경이 쓰여 미칠거 같네요. 이런 남자나 여자의 심리를 곰곰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말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5:45   좋아요 0 | URL
여자가 호주 워홀'이 있는 거랑 무슨 관계입니까 ? 몇몇 분들이 호주 워홀에서 매춘을 했다고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면 안 됩니다. 시작부터 의심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겁니까 ? 당장 헤어지쇼. 제 입에서 좋은 말 안 나옵니다. 그 여자가 잘못이니 헤어지라는 게 아니라 꼴찌 님이 한심해서 그 여자가 아깝다는 소리입니다. 의견을 듣고 싶다 해서 남깁니다. ( 강신주 따라해 보았습니다. )

르미에르 2014-03-2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 저는 자기가 두려워요 -_-;
아 시발쿰.

맥버드된 느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7:25   좋아요 0 | URL
요즘 사업이 잘 되어서
갑자기 죽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이런 생각을 해서
잠을 자는 게 아까우실 겁니다. 이웃들을 위해 재산을 나눠주십시요.
그 이후부터는 잠을 잘 잘겁니다.

곰곰생각하는손 2014-03-21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종종 감탄함.
난 책은 그저 다 책이라서
읽든 보든 어느정도 진도나가기 전까진 다 고역이거든.
근데 너는 '보는 용' 책은 마들렌 같다고.. (비유가 쥑인다)

결론은 - 넌 먹물이야!

ㅎㅎㅎㅎㅎㅎ

부러워ㅡ

먹물인 네가 부러운게 아니라
타인의 문장들 안에서 늘 자유롭고
독보적인 너만의 자세를 취할수 있는 네가 부러워.
그리고 많이 배우고 싶고...


---



먼가 오늘 나,
덧글도 싸가지 있고
순수하지않냐?

지금 존나 취했거든. ㅋㅋㅋㅋㅋㅋ

(취중진담인가!?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23:50   좋아요 0 | URL
내가 네가 쓴 종종 감탄함'이라고 쓴 첫 문장보고
얘 또 만취했구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여전하군 ~ ( 시큰둥 )
만날 취해 있으면 작업은 언제하냐 ?
그림 다 그렸냐 ? 요즘 잡지에 연재하는 거 같든데
잘 되고는 있냐 ?
밥은 .... 먹고 다니냐 ?

왜 일상 속 생활을 만화로 하는 거 있잖아.
세나 관찰그림 일기 함 연재하는 거 어때 ?
세나 캐릭터면 내 생각에 대박칠 거 같단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