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

 

: 마음 심

 

 

 

 

산부인과 병원 실수로 신생아가 바뀌는 일이 벌어진다. 두 여자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다. 운명이 바뀌니 삶도 바뀐다. A와 B 모두 부잣집이거나 가난한 집 딸이라면 운명은 팔자려니 하며 살 텐데,  한쪽은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한 집이고 다른 한쪽은 넓은 정원이 딸린 청담동 부잣집이다. 오래 전에 상영된 mbc 주말 연속극 << 반짝반짝 빛나는 >> 이야기다. 가난한 집 딸 이름은 금란이고, 부잣집 딸 이름은 정원이다. ( 정원 딸린 집에 살아서 정원이라고 기억하면 쉽다. ) 금란은 억울할 터 !  금란이 보기에 정원은 자기 삶을 빼앗은 도둑이다. 정원이 걸친 명품 핸드백, 명품 구두, 유명 브랜드 옷은 사실 금란의 것이 아니었던가 ? 뿔,     따구’가 날 만하다. 그


래서 바꾸자고 제안한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금란은 정원네'로, 정원은 금란네'로. go, go. go ! 금란이 보기에 정원의 구김살 없는 예쁜 얼굴은 전적으로 돈 걱정 없이 산 배경 탓이다.  아, 이제 금란도 불행 끝 행복 시작. 눈썹과 눈썹 사이에 새겨진 부정 < 川 > 자가 긍정 < 三 > 자‘로 바뀌리라. 호, 호, 호.  그런데 川 자를 옆으로 쓰러트리기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가난한 집 둘째 딸로 태어나 28년 동안 가난하게 산 (불행했던)금란’은 사모님 딸로 신분이 상승되었지만 여전히 이마엔 川 자가 짙게 그려져 있다. 환경이 180도 바뀌어도 그녀는 욕심 많은 여자이고, 나쁜 여자이며, 불행한 여자로 살아간다. 구김살이 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구겨진다. 이 정도면  장밋빛 인생이라는 애초의 설계에서 한참을 벗어난 궤도이탈이다.


반면 남의 운명을 산 덕에 28년 동안 부유하게 산 (행복했던)정원‘은 가난한 밥집 아줌마 딸로 살아가지만 여전히 행복하다. 환경이 180도로 바뀌어도 그녀는 긍정적인 여자다, 착한 여자이고, 예쁜 여자이다. 갑에서 을이 되었지만 여전히 할 말은 하고 사는 여자이다. 그러니깐 정원이 가지고 있는 밝은 기운은 환경 때문이 아니라 바탕 자체가 착한 데서 비롯된 기운이다. 드라마는 행복한 삶이란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이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마음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은 결정된다,   고 말한다.   부와 명예가 행복을 줄 것 같지만 “ 마음씨 고약한 금란 씨 꼬라지를 보셔셔셔셔요. ” 지긋지긋하게 듣는 < 마음먹기에 따라서 - 論 > 이다.


이 말은 불교 유심 사상‘에 바탕을 둔다. 혜민 스님이 방긋 웃으면서 만날 하는 소리가 유심론이다. 맞벌이하느라 아이와 눈으로 스킨쉽하기 힘들죠 ? 해결책은 간단하답니다.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아이와 웃으면서 말해요. 니체라면 유심론을 노예근성이라고 욕했을 것이다. 몸이 힘들면 제일 먼저 생기는 것은 짜증이고,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것은 웃음이다. 맞벌이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쳤는데 1시간 일찍 일어나 아이와 놀아야 한다면, 과연 웃을 수 있을까 ? 스피노자와 니체는 단연코 아니라고 할 양반들이다. 사실 <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가르치는 속내 > 를 들여다보면, 이 발화‘는 지배 계급이 가난한 노동자 계급을 달래기 위해 어르는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

 

< 반짝반짝 > 드라마 작가’가 금란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혜민 스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금란아, 행복은 부와 명예 따위의, 좋은 환경을 취득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정원이를 보렴 !  정원이 없는 집에 살지만 정원이 있는 집에 살았던 시절처럼 행복하게 살잖니. 가난하지만 행복하잖아. 사람들에게 사랑받잖아.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 행복을 위해서 돈은 지나가는 개에게 줘버렷,  정신차렷,  열중쉬엇 ! 앞으로 나란히, 뒤로 굴럿, 무릎 꿇고 일어섯. 어섯 !!!! ”     

 

시청자 : ( 이구동성 감동의 박수삼창 ) 짝, 짝, 짝 !!!


그런데 정말 그럴까 ? 정원은 바탕 자체가 긍정적인 여자라기보다는 28년 동안 누린 좋은 환경과 교육을 받았기에 긍정적인 여자로 성장한 것이다. 가난은 얼굴에 어두운 그늘’을 새기는 법이고,  풍요는 활짝 웃는 방법을 알려주는 기술자다 ! 마음먹기‘는 행복의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지배 계급’은 언제나 전부라고 말한다. 자신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발악을 하면서 말이다. 나는 팜므파탈인 금란을 응원했다.  갖은 악행을 다 저지르지만 그래도 금란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빠진 빽그라운드‘가 금란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지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뭐, 다들 아시다시피 결과는 정원이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났다. ( 이 드라마는 딱 1/3 까지만 좋았다. 나머지는 욕심을 부리다가 좆됐다. )

 

" 국익이란 국가의 이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계급의 이익'을 말하는 것 " 이라는 김규항의 지적처럼, 사실 통념은 지배계급이 안정적 시스템 유지를 위해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지배 계급은 최저임금제 100원 인상하는 데에는 손을 벌벌 떨면서, 대중의 우민화 작업에는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알 수 없는 종족이다. 혜민이나 김난도에게 속으면 안 된다. 마음먹는다고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다. 

 

속으면 안 된다.


 

 


1) 마음은 만물의 본체라는 주장은 불교 유심 사상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이 주장을 일상의 처세술에 대한 답으로 둔갑시키면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지배계급은 교묘하게 이 개념을 민중의 우매화 작업을 위한 선전도구로 사용한다.

2)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이 불만 없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기를 바란다. 폭동이라도 일어난다면 자신들에게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중을 어리석은 상태‘로 만들 필요를 느낀다. 드라마’는 그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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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8-0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이 글은 예전 네이버 새빨간 활에서 읽은 기억이 나네요.
헌데 설마 이게 법륜스님 글에 대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9:46   좋아요 0 | URL
법륜스님이요 ? 아니 혜민스님에 대한.... 전 법륜 스님에 원한 없습니다.. ㅎㅎ.
유투브에서 이 동영상 발견해서 보다가 문득 제가 옛날에 써 두었던 글이 생각나더라고요..

풀무 2014-08-06 19:54   좋아요 0 | URL
저도 법륜이나 혜민이나 별 감정은 없지요. ^^

rtour 2014-08-0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시에 없는 자들의 자기 위안일지도.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9:48   좋아요 0 | URL
아, 마자요. 가난한 자의 자기 위안입니다. 항상 없는게 마음 편하다고 하는데 사실 그 말은 진실이 아닐 겁니다. 사실 이 글에 " 날마다 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마음 편하게 사는 삶을 택하느나 차라리 끼니 걱정없으나 그럭저럭 불행한 삶을 선택하겠다 " 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지웠습니다. 너무 강렬한 것 같아서..ㅎㅎ

유다 2014-08-0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은 그냥 금수저가 학력, 돈 뿐아니라 성격까지 갖추는 요소가 되어버렸어요. 전에 다같이 못살때엔 드멍드멍한 편부모 가정에 애비/애미없는 새끼라 욕 하더니, 그게 만연화되자 이젠 경제력으로 '좋은 집에서 갈등없이 자라 둥글고 착한 성격' 이 경쟁력있어졌네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1:16   좋아요 0 | URL
금수저가 정답이네요. 이젠 학벌도 한물 간 것 같습니다. 부모보다는 조부가 돈이 많아야죠....

만화애니비평 2014-08-07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다님이 말한 것을 보니 사이코들이 나오는 이유는 인간에게 너무 강요하기 때문인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1:18   좋아요 0 | URL
인간에 대한 기대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태우스 2014-08-08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래요 제 얼굴의 자신감없음은 늘 무시당하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훈장이라는... 드라마가 가끔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아침드라마를 잘 보는 편이라, 곰발님이 드라마 얘기하니 겁나 반갑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8 13:39   좋아요 0 | URL
후후, 전 드라마는 잘 안 봅니다. 저녁 먹다가 걸리는 게 드라마라 뜨문 뜨문 보는 편이라서요...
얼굴 가만히 보면 두 종류가 있는 거 같습니다. 나이ㄷㄹ 들 수록 식상한 얼굴과 나이 들수록 편한 얼굴 말입니다. 마태우스 님의 전형적인 후자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4-08-1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류의 선과악을 결정짓는 이야기는 욕지기를 불러와요. 딱 초딩수준의, 새마을운동같은 느낌.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기만. 정말 거부감이 들어요. 의도가 빤한데 이걸 마치 불문률처럼 여기는 어엿븐 즘생. 있는 자들의 자만. 여유라는 게 "있어 본 적 없이" 나올 수 있겠냐는 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5:54   좋아요 0 | URL
이젠 돌이킬 수도 없고, 딱 정체된 느낌입니다. 새누리가 똑똑하긴 해요. 아주 바보로 만드는 데 기막히게 성공하거든요....
 

 

 

 

 

 

 

 

 

 

 

 


 

 

 

: 닭 계 

 

닭이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통치하던 지구는 2312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 2312년이 외계 대연합 연정 원년이다. ) 지구 해방 전투에서 승리한 외계(外鷄) 대연합 연정‘은 지구를 통치한다.  닭은 살아남은 인간을 식용으로 가축화하는데 성공한다. 원년 198년 일이다. 닭이 어떻게 지구 정복자가 되었는지 묻지 마라. 자세한 내막은 나도 모른다. 그냥 방사선 누출에 의한 돌연변이'라고 하자. 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원전에서 흘러나온 감마선에 노출된 닭은 인간의 지능과 독수리의 날개. 그리고 사자의 몸을 가지게 되었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던 오리와 닭 쫒던 개는 추방되었다.  한때 닭을 삶아 먹고 기름에 튀겨 먹던 인간은 거꾸로 닭이 인간을 삶아 먹고 튀겨 먹는 시대로 바뀌었다.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 닭은 인간을 맛 좋은 간식으로 개발했다. 4년마다 열리던 월드컵은 막을 내렸고 그 자리를 < 치킨-런 > 대회'가 차지했다. 지구를 정복한 닭은 인간을 사육하기 시작했다.  좋은 육질을 얻기 위해 그들은 잔인한 방식으로 인간을 사육했지만, 그 옛날 인간이 닭을 사육했던 방식에 비하면 그리 잔인하지는 않았다. 본 기자는 업체 1위인 외계 대연합 바른 먹거리 육가공업체 차카차카치키치키치킨社 를 방문했다. 때마침 사내 스피커에서는 날아라 슈퍼보드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초 ~ 밝은 기운이 감돌았다. 외계 대연합 바른 먹거리 육가공업체 관리인 카잔차치킨 씨의 설명이다. “ 인간이 애를 낳으면 우리는 바로 손가락 열 개’를 자릅니다.

 

그리고 이빨이 나면 모두 뽑습니다. 인간이란 짐승은 싸움을 좋아해서 손가락을 자르지 않으면 동료 몸에 상처를 주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떨어지죠. 그걸 방지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인간이라는 놈들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영악한 짐승이라는 데 있습니다. 관리가 소홀하면 탈출하는 예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손목만 남기고 손가락을 모두 절단하지요. ”관리인은 우리를 인간 사육장 안으로 안내했다. 인간들은 모두 1평 남짓한 독립된 공간 안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한때 만물의 영장이었던 인간은 이제 고깃덩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생후 1년이 안된 신생아'는 저염장 특상품으로 팔려나갔고, 여성들은 가임 기간 동안 출산 및 신선한 우유 공급자로써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반면 남자들은 3년 안에 도살된다고

 

목장 관리인 카찬차키친 씨'가 힘주어 말했다. 공간이 워낙 협소해서 누워서 잘 수도 없는 공간이었다. 그들은 서서 잠을 잔다. “ 아기가 태어나면 암컷과 수컷으로 나뉘어 각자 포육실로 이동합니다. 수컷은 정액받이가 아닌 놈은 모두 불알을 거세하죠. 불알이 달린 고기는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육질에서 비린내가 나죠. 소비자는 이 맛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수컷 정액받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세를 하고 있습니다. " 기자가 떼어 낸 불알은 어디에 쓰냐고 물었더니 다꼬꼬 씨는 날개를 퍼득이며 말했다. " 돼지 먹이로 주고 있습니다. 지구를 정복했던 인간 수컷의 말로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 " 그는 말을 계속 이었다. " 인간을 가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오랜 사육 기간이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인간이 성장하기까지는 평균 20년이라는 긴 성장기를 거치죠. 그만큼 사육에 따른 시장 공급가‘가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회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성장 촉진제와 우수한 육종 개발에 힘썼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차카차카치키치킨 타이슨 푸드 최상급 상품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15년 성장 기간은 3년으로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생후 3년이면 평균 15살 성인의 체중에 가깝게 도달합니다. 자 다음은 포육실로 이동하실까요 ? “ 우리가 포육실로 이동했을 때 여성이 막 출산을 한 후였다. “ 저희 회사는 출산과 동시에 어미와 새끼를 분리합니다. 새끼에게는 젖을 주지 않습니다. 저희 회사 자체에서 개발한 성장 촉진제를 먹이지요. 여기 있는 여자들은 모두 출산용입니다. 

 

임신 주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새끼에게 젖을 먹이지 않아요. 젖이 분비되면 수태’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출산을 한 암컷은 15일 동안 평균 끼니의 30%만 지급됩니다. 그래야지 바로 임신이 되기 때문이죠.  방목장으로 이동하실까요 ? " 차카차카치킨치킨 타이슨 푸드社 관리인이 방목장이라 쓰여진 건물 앞에 섰다. " 자, 여기는 방목장입니다. 여자 50마리에 남자 1마리를 방목하죠. 인간은 유일하게 인공 수정이 까다로운 가축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수컷과 암컷의 직접 교접으로 수태를 하죠. 보이시나요 ? 저기 보이는 놈이 수컷입니다. 저 녀석이 보기에는 오징어 같이 꾀죄죄해도 성욕만큼은 무척 강한 놈이죠. 한때 정자왕이란 별명으 붙었던 놈이죠. 제가 한 번 불러보죠. 어이 곰곰생각하는발 이리 온 ! “ 

 

관리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곰곰생각하는발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남자가 다가왔다. ” 이 녀석은 하루에 50번 정도 방사를 합니다. 기자님 앞에서 이런 쌍스런 표현을 써서 거시기하지만......  이 녀석은 거시기가 썩어문들어져도 할 놈입니다. 개똥 같은 정력을 가진 놈입니다.  침대에 누운 후 21시간 동안 진동 바이브레이터‘가 이 녀석이 사정하는 것을 도웁니다. 자... 이번에 가공실로 가 보실까요 ? “ 가공실로 들어서자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 여기가 가공실입니다. 저희는 마취를 시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화학물질이 육질 속에 스며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샤워실에서 몸을 적신 후 전류가 통하는 물통‘에 빠트려 감전시킵니다.

 

일시적 마비상태죠. 신선한 재료를 위해서 저희가 개발한 도살 방식입니다. 약한 전류가 죽지 않을 만큼 흐르기 때문에 기절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기절하지 않는 놈이 있기도 하죠.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환경 시민 단체에서는 인권을 이야기하던데 짐승 같은 놈들에게 무슨 인권입니까? 소, 돼지 그리고 우리의 조상 격인 닭에게 자행했던 짓을 보십시오. 인과응보입니다. ” 끝으로 기자가 향한 곳은 역사관이었다. 이곳에는 우리 조상이 인간에게 학대받았던 온갖 자료가 보관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두 개의 초상화였다. 하나는 박근혜였고, 다른 하나는 박정희였다. 카잔차키친 씨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 인간들은 한때 우리를 치느님이라 불렀죠. 전지현은 치맥을 중국에 전파해서 우리 종족을 멸종시킬 뻔했습니다.

 

그 시절 우리는 병아리 냉가슴 앓았습니다.  전지현은 아이히만 같은 인물이었어요. 쥐도 아니면서 쥐 죽은 듯 살아야 했던 세월이 있었습니다. " 카잔차치킨 씨는 말하는 내내 울먹이다가 드디어 통곡했다. 꼬끼요오오오오,  꼬끼요오오오오오 ~~~  "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 뜰 날이 오더군요. 닭이 인간을 지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정권입니다. 그리고 그 아버지입니다. 인간들은 닭그네와 다카기 마사오'라고 읽더군요. 우리는 닭 그대와 닭고기 맛있어'라고 읽습니다만.... "

 

 

 

 

 

+

 

위에 사례는 실제로 인간이 가축인 닭이나 돼지에게 가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내가 이 글에서 묘사한 사육 방식은 인간이 닭을 사육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출처는 << 죽음의 밥상 / 피터 싱어, 짐 메이슨 >> 이다.  소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동료가 전기톱에 의해 12등분으로 나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그 소라면 ?  우리가 애견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애완동물은 거의 대부분 씨받이 새끼들이다. 그들은 한 평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새끼만 낳다가 죽는다. 백 퍼센트 순종에 대한 욕심이 부른 결과이다. 짐승을 사랑한다면 상업화된 애완동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애완 동물'을 거래하면 안된다. 닭 사육장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경악하게 된다.  닭장에 갇힌 닭은 뒤돌아서기도 힘들 정도로 협소한 공간에서 그 자세로 서 있다. 죽을 때까지 그 협소한 공간에서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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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4-08-0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1등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3:44   좋아요 0 | URL
참 잘했어요 !

todd 2014-08-0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동물을 먹지만 평생을 잔인하게 사육되고 죽임당하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들때가 많아요 ㅠㅠ 가끔 저 짓들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인간으로 표현하는 소설이나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튼 그렇게 생각만 할뿐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에 잔인하고 비정한 인간의 하나일 뿐입니다..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5:08   좋아요 0 | URL
저도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 섭취량을 줄이려고 노력은 합니다. 옛날만큼 고기 식탐주의자는 아닙니다. 고기 소비량을 절반만 줄여도 지구 환경은 어마어마한 이득을 볼 겁니다. 그것만큼은 확실하죠. 중국인이 부자가 되면서 고기 소비량이 촉진되어서 이젠 지구가 망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즐인 2014-08-0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째 온갖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점점 파멸로 이끌어가는 느낌? 칼로 망한자 칼로 망하고, 과학 기술로 흥한 자 과학 기술로 망하리라..중국인이 부자가 되는 것도 다 과학 기술 + 자본주의화의 결과니까요..소 한 마리가 해치우는 녹지의 양이 어마어마하다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5:32   좋아요 0 | URL
호주는 호주에 살고 있는 인구수보다 소수가 더 많다고 하잖아요. 한때 곡물 파동이 일어서 왜 굴머죽는 사람 많았잖습니까. 폭동도 일어나고 말이죠. 이게 다 소에게 비싼 곡물을 줘서 그렇습니다. 잉카 제국에서 옥수수는 신이 준 선물이라 해서 신성시했는데 이제는 소 먹이로 전락했습니다. 여기에 가축이 쏟아내는 분료가 엄청나서 이산화탄소의 주범이라고도 합니다. 육식을 끓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이 육식 습관을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하는것은 시급한 현실입니다. 저는 치킨을 한 달에 두 번 정도 먹는데 이젠 하번으로 줄여야 할까 봅니다.

풀무 2014-08-0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나자 마자 손가락 열 개를 자른다는 데에서 정말 기발하다 그럴 것 같다며 무릎을 탁! 쳤는데,
이게 지금 인간들이 닭에게 행한다는 마지막에서 또 충격 먹음요. 헐.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19:49   좋아요 0 | URL
실제로 그리 한다고 한답니다. 정말 끔찍하죠 ? 그리고 돼지 같은 경우는 씨받이 돼지는 무조건 먹는 양의 30%만 준다고 합니다. 굶어야 수태가 된다고 하나 봐요. 결국 씨받이 돼지는 평생 굴주림에 새끼 낳는 고통만겪다가 죽는 꼴입니다.

풀무 2014-08-06 19: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그 돼지가.. 씨받이 아니라 혹시 씨내리 수컷 돼지 아니우..? ^^;
제가 늘 궁금했던 게 사람들이 식욕이랑 성욕을 비교 많이 하잖아요.
근데 여튼 전 그런 비교를 들으면서 어.. 난 둘이 상충관계인데 이상하다 그런 적이 많았거든요.
그러니까 전 배부르면 거의 그 생각이 안 나는데 배가 고프면 맹렬히 고개를 처들거든요. (읭)
여튼 그러던 중 어떤 과학잡지에서 남자는 배고플 때 성욕이 높아지고 여자는 그 반대 경향이 많다는 문장을 접하고 위안을 얻었다는.. (읭..) 아마 돼지도 그래서 굶기나 보네요. 아 정말 사람이 젤 무섭다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6 20:23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 글구 보니 그런 거 같네요. 씨받이와 씨내리를 제가 혼동하고 있었나 봅니다.
출처를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굶어야 성욕이 생기는구나. 이 세상 모든 짐승은.......
하긴 저도 배부르면 그냥 잠만 자고 싶더라고요.

돼지가 아닌가 봅니다. 소인가 ?! ㅎㅎㅎㅎ 하여튼 어디서 읽었는데 출처를 찾을 수가 없군요..

풀무 2014-08-06 20:48   좋아요 0 | URL
뭐 어쨌든 곰발님 글 쓰신 의중이 제게 충분히 와닿았습니다.
게다가 거의 단락마다 깜딱깜딱 놀람서 읽었음요.
 

 

 

 

 

 

 

 

 

 

 

 

 


 

 

 

 

가면 뒤의 얼굴은 인간이다.

 

 

 

 

MBC 주말 오락 프로그램 < 진짜 사나이 > 가 대중들에게 " 인기 " 있는 방송이 되었을 때, 나는 " 공포 " 를 느꼈다. 군 문화를 찬양하는 나라치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나라를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군대 무용론을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연예인을 동원해서, 지상파 방송 카메라를 동원해서, 군대 문화를 미화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군 문화를 오락거리로 미화하는 방식에 대한 언론 비판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내가 < 진짜 사나이 > 를 신랄하게 비판했을 때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락은 오락일 뿐 오해하지 말자고 말했다. 하지만 둑은 언제나 작은 균열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무너지는 법이 아닌가 ? 웃자고 시작한 일에 나중에는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된다. 單刀直入的(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 진짜 사나이 > 는 < 가짜 사나이 > 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 단도직입 " 을 한자로 풀면 單刀直入이다. 무시무시한 뜻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칼(단도)을 들고 적을 찌르기 위해 곧장 쳐들어간다는 뜻이다. 군대를 4자로 정리하자면 < 단도직입 > 이다.

 

< 리얼 다큐 > 라는 제목을 달고 방송되는 지상파 오락 방송 프로그램에서 " 리얼 " 과 " 다큐 " 는 존재하지 않는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수많은 스텝들이 카메라 뒤에서 피사체를 따라다니는 마당에 진짜 " 리얼 " 을 뽑아내기란 불가능하다.  착한 척할 뿐이고, 예쁜 척할 뿐이고, 다정한 척할 뿐이다. 리얼이 아니라 리얼을 가장한 콩트'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연예인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  연기를 한다.  샘 해밀턴은 구멍 병사 연기를 하고, 박형식은 먹방의 신을 연기하며 무조건 황홀한 표정을 선보인다.   연예인 중심 리얼 버라이어티'만이 아니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 짝 > 이나 < 인간 극장 > 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출연자는 자기 검열을 작동시킨다.

 

그것은 마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담임에게 일기장 검사를 받아야 하는 ) 초등학생 일기장과 같다. 그 일기장에 거짓을 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쓰는 것도 아니다. 방송용 카메라에 찍힌 영상은 골목길 CCTV에 찍힌 영상이 아니다. < 진짜 사나이 > 는 병영 체험을 통해 용기, 전우애, 애국심, 극기 따위를 말하지만 군대를 나온 사람은 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묘사하는 전우애 따위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조작'인가를 잘 알고 있다. 체력 테스트에서 낙오될 위기에 처한 샘 해밀턴을 위해 동료 병사들이 그와 함께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해서 단체로 진급 테스트 탈락 위기에 놓인 에피소드는 쌍욕이 나올 만큼 천박한 기만이었다.  그러한 전우애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일 뿐이다.

 

그 장면을 보며 박수치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시청자는 아이들과 여성. 그리고 군대에 간 적 없는 남성뿐이다.  군대는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멀리 볼 것 없다. 내 군 경험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참 군화발에 맞아서 팔이 부러진 적 있다. 그리고 내 아래 기수 가운데 한 명은 정기 휴가가 끝났는 데도 부대로 복귀하지 않았다. 부대 근처 여관에서 농약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헌병이 그를 찾았을 때 그는 병실에 누워 있었고, 그 이후로는 그 후임병을 본 적은 없다. 다른 부대로 옮겼다는 소리만 얼핏 들었다. 이런 사건 사고는 너무 흔해서 언론에 노출되지도 않는다. < 진짜 사나이 > 속 구멍 병사'는 동료들의 지지와 도움으로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가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고문관으로 통용되는 구멍 병사'를 도와주는 병영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약점이 잡히는 순간 지옥은 시작된다. 사자가 들소 무리에서 표적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리 중에서 이상한 걸음으로 걷는 녀석이다.  걸음걸이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부상을 입었다는 증거이니깐 !  인간도 마찬가지다. 절뚝거리는 순간 표적이 된다. 그게 본질'이다. 군대 내 폭력은 일상이 되었다.  28사단 윤일병이 죽었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참혹했고 쓸쓸했다. 모두 다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는 뻔한 궁시렁이 이어졌다. "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지 ? " 여기에는 인간의 탈을 쓴 무리와 자신을 전혀 다른 종으로 분류하려는 속내가 읽힌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실은 이렇다.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탈을 쓰고 악행을 저지른다. 짐승이 인간의 탈을 쓰고 악행을 저지를 수는 없지 않은가 ?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것처럼 < 악 > 은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권위에 복종한다. 밀그램의 " 권위에의 맹종 " 실험은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신문에 모집 공고를 낸다. 사례비는 시간 당 4달러였다. 하는 일은 간단했다. 명령자가 버튼을 누르라고 하면 버튼을 누르면 되는 일이었다. 30개의 스위치는 15볼트를 시작으로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15볼트씩 올라간다. 그리고 각 스위치에는 단계별로 경고문이 쓰여 있었다.

 

 

1단계 / 15 v : 미세한 충격

              .

              .

              .

              .

              .

10단계 / 150 v  :  강한 충격

13단계 / 195 v  :  아주 강한 충격

17단계 / 255 v  :  격렬한 충격

21단계 / 315 v  :  극도로 격렬한 충격

25단계 / 375 v  :  위험, 극심한 충격

29단계 / 435 v  :  xxx

30단계 / 450 v  :  xxx

 

이 실험에서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실험실 안에서 전기 충격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단계별로 버튼을 누르라고 명령한다. 연기자'는 전기 볼트가 높아질수록 아픔을 호소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구조'를 요청하는 연기를 펼친다. 그러니깐 피험자는 고스란히 그 죽어가는 고통을 목격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심리학자 대부분은 450 볼트'를 누를 수 있는 가능성을 0.1 %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65 % 였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실험에 참가한 피험자들은 모두 최종적으로 300볼트 버튼을 눌렀다. 사람들은 220볼트가 사람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살을 잘 알면서도 참가자 전원이 300v 이상을 누른 것이다.

 

밀그램 실험 딜레마'는 이후에도 다양한 변주'를 통해서 각국에서 시행되었다. 결과는 모두 엇비슷했다. 그러자 몇몇 사람들이 이 실험 수치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실험 참가자 중 450볼트 버튼을 누른 상당수의 실험자는 이 상황이 몰래카메라'라는 사실을 실험 도중 깨달았기 때문에 450 볼트 버튼을 누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심리학자 세리던과 킹'은 똑같은 상황에서 전기충격을 받는 것처럼 연기하던 사람'를 귀여운 강아지'로 교체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역시 버튼은 450 볼트' 단계까지 30단계로 이루어졌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강아지'가 전기충격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 물론 강아지가 전기 충격을 받긴 하지만 450 볼트의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 강아지가 연기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 

 

피험자들은 이 실험이 리얼'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인식하고 진지하게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강아지는 낑낑거리며 헛바퀴를 돌며 고통스러워 했다.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남자 피험자 중 450 단계 버튼까지 누른 권위 복종자는 54%였던 반면, 여자'는 100 % 였다. 대부분은 개를 키운 경험이 있거나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었다. 이 결과를 놓고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설마, 그래도,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필립 짐바르도가 진행한 < 스탠퍼드 감옥 실험 > 은 " 설마 ? " 하는 의심에 단단히 쐐기를 박았다. 스탠포트 감옥 실험은 < 상황적 요소 > 가 < 개인적 기질 > 를 압도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러니깐, 어떤 상황에 처해지면 평범한 사람도 인간의 탈을 쓰고 " 그짓 " 을 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도덕은 유리처럼 깨지기 쉽다. 유리는 균형을 잃고 깨지는 순간 칼이 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균형을 잃고 깨지는 순간(불합리한 상황적 요소) 인간 본성은 본색을 드러낸다. 인간은 모두 짐승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인문학이란 인간의 탈을 쓴 가면을 벗기니 가면 속 얼굴은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은 없다. 인간의 탈을 쓴 존재는 오로지 인간이다. 가면 뒤의 얼굴은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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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8-0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가면을 벗기니 괴물이 아니고?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1:53   좋아요 0 | URL
후훗, 괴물 가면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 같습니다.

rtour 2014-08-0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가면을 쓰고 있으면 젠틀하고 다들 도덕과 정의를 말하잖아요. 인문 사회과학의 목적은 결국 인간들이 그 가면을 잘 쓰고 있을 수 있는 조건들을 연구하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1:59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ㅎㅎㅎ. 인간 가면을 잘 쓰고 있어야 할 터인데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저도 확 가면을 벗고 난동 한번 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는 해서 놀라고는 합니다. 뽄드로 잘 붙여놔야겠어요..

rtour 2014-08-0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게요. 축제든 보면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돈 받고 맞아주는 놀이도 있잖아요. 폭력. 난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소리지르고 물건을 던져서 망가뜨리고 때리고 쌍욕을 하고..씩씩거림 일면 시원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11   좋아요 0 | URL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은 카니발적 요소가 없어요. 한번 신나게 망가져도 괜찮은 축제가 있으면 한국인도 스트레스 풀고 다음날 방긋 우스며 일상으로 돌아갈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전 야구를 봅니다.
욕 무진장하거든요..ㅎㅎㅎ. 야, 시바... 저걸 못 치냐 !!!! 뒈져. 이자식아, 먹튀 ~~~~ 이러고 나면 나중에 시원합니다.

rtour 2014-08-05 12:47   좋아요 0 | URL
이렇게 보면 곰곰발 님이 실제 만나도 참 달변일 것 같은데 아니더란 말이죠..ㅋㅋ
글에서만 달문..이랄까...=3=3=3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14   좋아요 0 | URL
제가 술에 안 취하면 나름 달변입니다. 술만 취했다 하면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단어를 다 까먹습니다..ㅎㅎㅎ 하지만 어리버리 인정합니다..ㅎㅎㅎ

풀무 2014-08-0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어젯밤 귀가 중에 마트에서 제가 그 가면, 신랄하게 벗어 던졌었다는.. 넘 짜증나서요. 흑흑 (고해성사의 시간)

(+) 그나저나 인간의 가면을 벗기니 가면 뒤의 얼굴은 인간이었다,는 문장 좋다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28   좋아요 0 | URL
아니... 서쪽 님처럼 선비 같은 분이 왜 가면을 벗을 일이... 허어....
이거 분명 그쪽에서 깐족거렸군요. 근데 서쪽 님 몸보고서는 맘대로 깐족거리지 못할 터인데..ㅎㅎㅎ

풀무 2014-08-05 12:32   좋아요 0 | URL
아녜요. 그쪽에서 먼저 깐죽댔으면 제가 가면을 벗었다고까진 안 하죠.
아.. 말로 하면 길어지는데 여튼 그 마트의 고질적인 무신경, 불친절에 폭발했달까요.
봉투 전달부터 물건들 바코더에 쓱쓱 문질러서 휙휙 던져대는 것도 거슬리는데 그러다가 마나님 가져다 줄 그 왜 천 원짜리 매일 카페라떼 있잖아요. 그거 플라스틱 뚜껑이 절단났거든요.
암튼 약자 입장인 카운터 아주머니 앞에서 쌍욕을 해댔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잘못이 큽니다. (반성의 시간)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후회 엄청 되시죠 ? 그분도 노동 강도가 쎄다 보니 불친절할 수밖에........
저도 마트에서 참지 못하고 욱한 적 있죠. 제가 수입 맥주 종류별로 잔뜩 샀는데

카운터 직원이 그거 보고 짜증난 표정 짓더라고요. 왜 한가지 종류로 잔뜩 사면 계산이 편한데
종류마다 사면 일일이 찍어야 하지 않습니까.

직원이 맥주 들다가놓치는 바람에 병 하나를 깨트렸습니다.
그리고는 저보고 시큰둥하게 다시 가서 가지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화딱지나서 뒤엎었는데.. 아 이거 지나고 보니 쪽팔리고 제가 한심하기도 하고....
다시는 가지 못하겠더군요...

풀무 2014-08-05 12:40   좋아요 0 | URL
그죠. 그러네요. 곰발님 케이스에 비하면 또 제 경우는 고의도 아니고 관행대로 하다가 실수한 건데 말이죠.
저도 당분간은 그 마트 못 갈 듯 ;;

뭐 이렇게 글 읽으면서 반성도 하고.. 그래서 또 인간에게 희망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45   좋아요 0 | URL
당분간 마트 못가거임 ~~~~ ㅎㅎㅎㅎ.
저도 생각해 보니 그때가 2010년 월드컵 한국 경기 때였습니다. 고거 보려고 사람들이 정말 지역 토종 마트에 바글바글이었습니다. 노동 강도가 쎄다 보면 웃음을 잃게 되죠. 어서 다른 루트를 뚫어야 할 것 같습니다..ㅎㅎ

풀무 2014-08-05 12:56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면 곰발님은 정말 인간적. 다독 다상량이시니 수치심을 아는 분, 같단 인상을 늘 받아요. 그만큼 괴로워도 하고. (그러고 보면 인간적,이란 말이 참 이중적이네요. 그죠?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좋게 썼다가 우린 모든 인간적인 것들과 싸워야 한다, 식으로 부정적으로도 쓰이고..)

전 철면피여서 다른 마트 안 뚫음. 흐흐..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00   좋아요 0 | URL
그냥 평생 그지 같은 행동을 하고 날마다 후회하는 인간형이죠. 뭐....
제가 무슨 수치심을 압니까...

엄동 2014-08-0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탈을 쓴 인간이라ᆢ인면인심이로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14   좋아요 0 | URL
인면인심이라... 요거 마음에 듭니다. 인면인심 자주 써먹어야할것 같습니다.

편린 2014-08-0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팀 버튼의 그림책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에 보면 굴 소년이 할로윈데이에 무슨 가면을 쓸까 고민하다가 인간 가면을 쓰는 장면이 나와요. 무서운 괴물로 분장하는 할로윈데이에 인간 분장을 하는 것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15   좋아요 0 | URL
아, 맞습니다. 맞아... 그랬지요. 그랬나 ? 버튼 영화에서 본 것도 같고요..ㅎㅎㅎ
인간 분장이 가장 무서운 겁니다. 누가 호박 귀신 분장한 거 보고 무섭다고 그럽니까.
귀신 분장이 제일 무서운 거임....

수다맨 2014-08-0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탈을 쓰고 악행을 저지른다, 이 문장 몇 번이고 곱씹게 되네요.
이 병장의 행동은 물론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었느냐는 따위의 비난은 참으로 나이브하다고 봅니다. 사람 마음 밑바닥에는 언제나 악의가 도사리고 있고, 그러한 악의가 군대라는 폐쇄적/위계적 공간에선 더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박근혜/김무성 커플(?!)의 흥분에 찬 행동을 보니 우습고 역겹기 그지없더라구요. '그 전에 니들 꼬라지부터 돌아보라'고 외치고 싶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6:52   좋아요 0 | URL
인간 본성에 대한 지나친 자만심이라고 할까요 ? 여러 심리 실험에서 보여주었듯이 인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왜.. 거... 아프간 포로 학대 사진 때문에 미국이 발칵 뒤집어진 적 있잖습니까. 그런 건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황이 만든 거죠. 저런 개같은 인간들이라고 욕한 사람도 그 상황에 직면하면 그리 될 것입니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는 수밖에 없죠. 그 길박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8-0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개만도 못한 짓을 하는 인간들은 자기가 틀렸다고 여기지 않고, 집단괴롭힘을 하는 애들은 자기들이 정의를 내린다고 하죠. 정의라는 이름따위는 개에게 주는 겁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가 없는 이 사회에서 정의란 단지 힘으로 얻어지는 수단에 불과하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6:5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권선징악 따위를 믿지 않습니다. 이상과 현실이 괴리감 느끼는 게 전형적인 권선징악이죠. 권선징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명박은 삼족이 멸해야죠. 멀쩡하게 잘 사고 있잖습니까전두환은 어떻습니까.. 권선징악 따위는 없습니다. 다만 누가 더 빽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나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립간 2014-08-0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프레시안 글에 자주 공감하지만, 역시 내 맘과 같은 글이 있기에 소개합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211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6:56   좋아요 0 | URL
전 마립간 님 링크 걸어둔 부분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주소 복사해서 실행해도 나오지도 않으나..
이 기사 혹시 죄를 가볍게 내리면 천벌받는다는 기사 아닙니까....

마립간 2014-08-05 17:11   좋아요 0 | URL
폭력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군대의 구조적 문제와 우리나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한 이야기입니다.

혁신적이거나 참신한 이야기보다 (어찌 보면)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기회될 때 한 번 읽어보세요.

제가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않아. ... 주소를 제시하는 것 이외에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7:45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프레시안 뒤져서 찾아냈습니다. 저도 기사 읽었습니다. 프레시안의 시선에 동의합니다. 가해자는 당연히 처벌받아야겠으나 처벌했으니 끝날 문제는 아닙니다. 워낙 구조적으로 뿌리가 깊으니 말이죠. 근데 저만 주소 링크 걸면 저만 읽지 못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바일러스 먹었나 ??!

유다 2014-08-06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탠포드 감옥 시뮬레이션도 떠오르네요. 영화 <엑스페리먼트>로 두 번이나 나온. 그나저나 저는 어릴때부터 그냥 막연히 책이나 영화도 전쟁물이 엄청나게 재미없는데 아무래도 남자들만 나오고 마초끼만 발산하는데서 감동을 못느끼는 부류인가 싶습니다. 아님 연대의식이 모자라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1:11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는 안 봤는데 루시퍼 이펙트 책 보니 정말 끔찍하더군요...인간이란 조그마한 완장을 차는 순간 그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브라우니 2014-08-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점심먹는데 직장 동료(군대 갔다온 40대 남성)이 그러더군요. 맞는 애들은 문제가 있는 애들이 맞는다고..사실 지휘관은 알지도 못하고 아무 관계도 없는데 육군참모총장이 옷을 벗게되었다고..순간 어이도 없고 너무나 화가 치밀었지만 정색하고 말이 거칠게 나갈거 같아 아무말도 못했습니다..옆에 있던 다른 동료가 그럼 관리자가 뭐하러 있냐고 부드럽게 대꾸하고 지나갔어요..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이렇게 참혹한 사건까지 일어나게 된거라고는 생각지 않느냐..그렇게 따지면 문제없는 사람이 어딨느냐 사람간에는 늘 갈등이 생기고 더구나 군대같이 폐쇄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에서는 훨씬 심할텐데 그런 문제점을 위에서도 알고 최소한 조심하고 신경써야 하고 지휘관의 마인드에 따라서 부대 문화가 달라지는 곳도 분명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하며 흥분해서는 속에서만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위에 링크된 프레시안 칼럼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퍼져 있는 문화의 문제점 부분이 너무 뼈아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9:21   좋아요 0 | URL
죽을 짓을 했으니깐 죽는다, 라는 논리는 유대인이니깐 죽어도 싸다, 라는 논리와 같습니다.
그러모르 그 직장 동료새끼는 ( 죄송합니다. 이런 극강의 표현을 쓰다니... 하지만 저런 논리로 합리화하는 걸 참지 못하겠습니다 ) 히틀러와 동급입니다. 같은 논리로 여성이 성폭행 당하면 피해자가 짧은 치마 입었으니깐 당했다는 논리 아니겠습니까. 한심한 거죠. 잠을 잘 때 조금만이라도 그 친구가 겪었을 두려움을 생각하면 그런 소리 못하죠. 30일 동안 24시간 맞아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생각해 보십시요....

이 세상에 " 맞을 짓 " 은 존재하지 않지 않습니까.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 맞을 짓 > 을 정당화하는 문화입니다. 군대문화가 일반 문화에 깊게 스며들었습니다.

박서연 2014-08-1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매끄럽고 시원하게 잘 쓰셨네요... 저도 '진짜 사나이'를 보면서(참고로 군대를 접하지 않은 31살 여성) '정말 저럴까? 아닐 것 같은데' 이런 의구심으로 보곤 했는데요.... 요즘같은 상황들을 보면서... 인간은 성선설이 아니라 성악설로 설명될 수 있는 존재들인가,,, 하는 회의감도 들고. 환경에 따라 '본성, 본질, 본색'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 결국 인간의 본성은 악이라는 건가, 혹은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없는 그저 자기의 이익만에 따르는 존재들인가. 그런저런 회의에 빠져드는 요즘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24   좋아요 0 | URL
100% 뻥입니다. 그런 훈훈한 이야기는 군대에 없습니다. 전우애 ? 웃습니다. 그건 그냥 그들만의 판타지일 뿐...
영화에서나 써먹는 게 전우애'지. 실제로 전우애 따위는 없습니다. 왕따 문화에 익숙한 청년은 군대에서도 왕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 NFF (New Face of Fiction)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지음, 이경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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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없이 쓴 환상소설

 

나는 만연체로 이루어진 긴 문장에 대한 해독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플로베르나 프르스트'를 읽지 못하는 것 같다.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의 옷차림을 설명하느라 몇 페이지를 할애할 때는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보바리 우먼'이 차라리 바바리 맨'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하여튼, " 내 취향은 아니군 ! " 프루스트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골골거리는 소설을 읽으니 내가 다 골골거리는 느낌이었다. 홍차와 마들렌이라는 과자 이미지만 남았다. 어느 날, 마들렌이란 과자를 먹을 기회가 생겼다. 도대체 마를렌 맛은 어떤 것일까 ?  한 입 베어 물었다. " 내 취향은 아니군 x 2 " 처음에는 " 난독증 " 이 아닌가 의심을 했다. 곰곰 생각하고 후딱 결론 내렸다.

 

난독증'보다는 급한 성격 탓'이었다. 내가 일일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내용을 질질 끈다는 데 있었다. 내가 네 애비다, 라는 천기누설은 날마다 지연되다 더 이상 미루지 못할 상황이 닥치면 뒷목 잡고 쓰러지거나 기억상실증이 찾아온다(는 식이다). 드라마만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에서 기억상실증은 감기보다 흔한 증세'처럼 보인다. " 뭐, 민식이가 기억상실증에 걸렸어 ? 별거 아닌 거 가지고 그동안 호들갑을 떨었군...... "  복잡 섬세한 문장'보다는 간단 명료한 문장'을 좋아하다 보니 추리 / 판타지 / 공포 소설을 주로 읽게 되었다. 적어도 이들 소설은 " 의식의 흐름 " 따위로 독자를 지리멸렬하게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기도 했고,  < 언젠가 소설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 라는 같잖은 허세를 평소 좋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류드밀라 페트루셉스카야'라는 러시아 작가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떠오른 이름은 아팟차퐁 위세라타쿤( 태국 영화 감독 ) 이었다. 이름 한번 더럽게 어렵군. " 이름 한번 더럽게 어려운 " 러시아 작가가 쓴 단편집 <<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 >> 는 B가 적극 추천한 작품이었다. " 근래 읽어본 소설집 중 최고 " 라는 평가를 내린 후 " 인간에 대한 그 어떤 환상도 없이 담백하게 써내려갔다 " 고 평가했다. 중매는 잘 서면 술이 석 잔이요, 못서면 뺨이 석 대'라는 속담이 있듯 특정 책을 주위 사람에게 자신있게 추천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대목이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며 추천한 책이 그네에게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싸늘한 눈빛을 보며 늘 생각하고는 했다. 

 

시바, 앞으로 책 추천하는 짓 따위는 하지 말자.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 ! 좋은 책 읽고 나면 소개하고 싶다. 이번 경우는 내게 중매를 선 그녀에게 술 석 잔을 사줘야 할 판이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가릴 만한 작품이지만 내 취향을 고려하자면 이 작품은 " 엑설런트 !! " 다. 이 단편집은 21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다. 몇몇 작품은 단편이라고 하기보다는 엽편소설에 가까운( 엽편소설 : 단편 소설보다도 짧은 소설. 풀어서 쓰자면 손바닥소설 정도 ?! ) 형태인데 분량이 적다고 해서 깊이가 얕지는 않다. 짧지만 강렬하다. 소설 형식으로 쓴 하이쿠'라고 할까 ? 외형적으로는 공포와 판타지 장르라는 외피를 걸쳤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리얼리즘 계열로 읽힌다.

 

그러니깐, 듀르밀라페트루셉스카야는 공포 판타지 장르 속에 숨어서 헐벗은 민중의 삶을 폭로한다. 읽고 나면 무서움보다는 슬픔이 크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어떤 " 상실 " 앞에서 고통스럽다. 이 상실은 지속된다. 잔혹 동화'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지만 그 흔한 권선징악과 교훈보다는 위로와 슬픔이 팔 할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듀르밀라페트루셉스카야의 환상소설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B의 말처럼 이 소설은 " 인간에 대한 그 어떤 환상도 없이 담백하게 써내려간 " 환상소설이다. 내가 이 소설을 환상소설보다는 리얼리즘 계열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환상소설에서 환상을 빼면 신랄한 리얼리티가 남는다.  환상 없이 쓴 환상소설이라니......

 

 

■  100자평  :  소설로 하이쿠를 짓다.

 

 

 

 

부록

 

 

엽편 소설 : 새벽 3시 동맹자 클럽 ▼

 

새벽 3시 동맹자 클럽. 

 

 

앞으로 이 블로그는 새벽 3시 정각에 글을 올리기로 했다. 글은 새벽 5시'까지 공개되다가 그 이후에는 비공개'로 전환할 예정이다. 새벽 3시에 깨어 있어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반드시 덧글을 남겨달라. 덧글을 자주 올린 사람은 < 새벽 3시 동맹자 클럽 > 회원이 될 자격 조건이 된다. 이들은 모두 창문 1호, 창문 2호, 창문 3호의 직위를 얻을 것이다. 오프라인 모임도 갖을 생각이다. 3의 배수인 3,6,9,12월 셋째 주 주말 새벽 3시에 종로 3가'에서 모인다. 향후 계획'은 추후 공지를 통해 밝히겠다.  

 

주인백 

 

 

 *

 

공지 후 총 5명이 클럽 회원 자격을 얻어 정식 멤버가 되었다. 이들은 모두 새벽 3시와 5시 사이에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가장 많은 활동을 펼친 회원은 창문 2호와 창문 4호였다. 이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불면의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2호의 경우는 어두운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포비아적 강박이 존재했고, 4호는 우울한 시인'이었다. 새벽 3시만 되면 어김없이 나는 블로그에 글을 올렸고, 글이 올라오자마자 새벽 3시에 잠 못 든 자들은 이곳에 모여 갑론을박'으로 시끌거렸다. 내 블로그는 그들의 사랑방이었다. 정치적 이슈에서 사형제 찬반 논란, 성적 자유와 성적 억압에 대한 담론이 거침없이 이어졌다. 오고가는 댓글이 400개를 넘은 적도 있었다.  

 

3시부터 5시 사이라는,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간에 모두 곤한 잠에 빠져들었기에 그 사실을 몰랐다. 깨어 있는 자들만의 작은 세계였던 것이다.   새벽 세 시 동맹자 클럽 회원들은 모두 고독하고, 우울하며 정신적으로 위태로운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세.시.동 클럽 회원'은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었다. 결국 우리는 모임을 갖기로 했다. " 새벽 세 시 종로 3가 만남의광장 ! " 9월 정기 모임에 참가 의사를 밝힌 회원은 창문 2호와 창문 4호였다. 나는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종로 새벽 거리는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아서 을씨년스러웠다. 어둠 속에서 한 여자를 보았다.  

 

긴 머리에 긴 검정 치마를 입은 여자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여자 2호'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자는 나를 보더니 " 창문 1호 ?! " 라며 물었다. 내가 방긋 웃으면 그렇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하며 4호를 기다렸으나 약속 장소에 여자 4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거리를 서성이다가 24시 영업을 하는 일본식 주점'으로 향했다. 따스한 사케'에 몸을 데울 생각이었다. 여자 2호는 무척 예뻤다. 짙은 속눈썹은 창백한 피부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었고,  쇄골이 두드러진 어깨 라인은 활처럼 아름다웠다. 이런저런 시답지 않은 농담이 오고갔다. 잠시 여자가 깊은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는 나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침묵을 먼저 깬 사람은 여자였다. " 창문 1호 ! 동반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 "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자가 말했다. " 사람들이 자살에 실패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 두려움 ?! 공포 ? 아니에요. 곁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그래요. 나는 그들의 자살을 돕고 싶어요. " " 피식... 마치 저승사자처럼 말씀하시는군요.  "  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입술이 창백해보였다. 우리는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첫 번째 모임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렇게 끝났다.  여자 2호는 첫 만남 이후에도 새벽 3시만 되면 찾아와서 나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여자와의 섹스를 생각하며 혼자 자위를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위와 자살은 닮았어 !  12월 정기 모임에서도 창문 2,3,4,5 호 모두 참석했다. 특히 창문 2호는 나를 보더니 싱긋 웃었다. 여자는 언제나 신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검정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날따라 여자는 매혹적이었다. 우리 일행은 다시 그 일본 주점에 가서 술을 마셨다.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창문 2호는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주위를 살펴보니 모텔인 듯 싶었다. 나는 자는 시늉을 하며 여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나를 의식해서인지 서서히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이어 브래지어 훅을 따는 소리가 들리더니 풍만한 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하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쏟아졌다. 여자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젖꼭지를 애무했다.  그리고는 이내 긴 치마'를 벗었다. 그동안 긴 치마에 가려졌던 여자의 아름다운 다리가 보였다.아, 다시 감탄사가 다시 쏟아졌다. 저토록 아름다운 벌거벗은 몸 !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여자의 발은 바닥에 붙어 있지 못하고 10센티 정도 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자가 히스테릭하게 웃었다. 여자가 다가와 키스를 했다. 그녀의 혀가 내 목구멍 속을 타고 넘어왔다. 순간 그녀의 혓바닥은 새빨간 것이 아니라 검은 혓바닥처럼 보였다. 숨이 막혔다.  

 

나는 다음날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모텔 종업원이 신고를 했다.  내 입속에서는 여자의 긴 머리카락 뭉치가 발견되었다. 경찰은 머리카락 뭉치가 기도'를 막아 질식사 한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과학수사팀은 내가 정액을 사정한 시트를 증거로 쾌락을 얻기 위한 자기색정사로 결론을 내렸다. 보험 회사에서는 색정사에 의한 사고사가 아니라 자살'이라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는 않아서 결국은 사고에 의한 사망 사건으로 기록되어서 가족에게 생명 보험 5억이 지급되었다. 그 돈으로 동생은 근사한 차를 뽑았고, 어머니는 예루살렘 성지 순례를 다녀왔으며, 누나는 루이비통 가방  3개를 장만했다. 물론,  새벽 세 시 동맹자 클럽'은 해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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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8-04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드밀라 페트루셉스카야, 아팟차퐁 위세라타쿤 .. ㅎㅎ 진짜 이름 긴 것도 환상적인 작품 세계도 공통점!
음 사실 소설 속 에피소드 몇 따서 그 위에 곰발님 얘기를 얹은 그런 괴담식 평론을 은근 기대했었는뎅 말이죵..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었음요. 부담 팍팍!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4 16:4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재미있는 구상이네요...ㅎㅎㅎㅎ. 생각해 보면 저도 나름 잔혹동화 비스무리한 글을 꽤 썼습니다. 새벽3시 모임이라던지...ㅎㅎㅎㅎㅎㅎㅎㅎ

엄동 2014-08-0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웃의아이를.."이란 소설도 새벽3시동맹자클럽"과 같은 분위기일까요 매력있는 그클럽에 조인하지 못해 아쉬비~ 작가이름만으로 골이 딩딩해지지만 저소설 읽어보고싶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19   좋아요 0 | URL
오, 읽어보세요. 소설이 뛰어납니다. 그냥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사려가 돋보으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강추합니다.
 

 

 

 

제2의 박평식,  100자평 모음

 

박평식이란 평론가'가 있다. 굳이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이리라. 그는 주로 씨네21에서 활동하면서 별점 체크'와 함께 100자평 남기는 평론가'다. ( 그가 쓴 100평 外에 다른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내 기억에 의하면 그는 오로지 100자평만 날리는 평론가다.  )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영화 코멘트를 살펴보면 구슬 같은 박평식 100자평이 많다. 언젠가 정성일은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다. " 영화를 놓고 별점을 체크하는 것은 얼마나 천박한가 ? " 박평식 평론가도 이 고상한 문장을 읽었을 것이다. 변희재의 반대말이 진중권이듯이, 박평식의 반대말은 정성일이다. 내 입장은 이렇다. " 정성일, 너나 잘하세요 ! " 박평식이 유명세를 탄 이유는 야박한 별점 때문이다. 그에게 붙은 별명은 소금왕, 모두까기, 츤데라 따위'다.

 

평론가들이 숭배하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영화 << 엉클 분미 >> 에 대해 박평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의미와 가치는 인정하나 감탄하진 않겠다. " 라는 쿨한 평과 함께 10점 만점에 6점을, 이창동 영화 << 시 >> 에 대해서는 " 시는 욕조에 가라앉고 산문의 슬픔만 동동 " 이라는 말과 함께 6점을 줬다. 따봉이라 말할 때 그는 시큰둥하다. 남들이 예라고 할 때 노라고 말하거나, 남들이 노라고 말할 때 예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100평 또한 쿨하다. 100자평만 읽었을 때는 젊은 평론가 같지만 환갑이 지난 노장 평론가'다. 나는 박평식의 평가에 대해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잡다한 관계( 감독의 명성, 동료 평론가의 지지 따위)를 거절한 채 오로지 영화만 가지고 평가하는 자세를 지지한다. 화딱지가 난 관객들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 그럼, 씨바 ! 별점 네 개 이상 준 영화는 뭐냐 ? 있기는 있냐 ? " 그래서 준비했다.

 

  • 천공의 성 라퓨타 - 여전히 싱싱한 플롯과 색채, 메시지 ★★★★☆
  •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 <자전거 도둑>의 비처럼 춥고 <욜>의 채찍보다 아프다 ★★★★☆
  • 화씨 911 - 부럽다! 감독의 배짱과 여유와 진심 ★★★★☆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인간의 길을 열어주신 감독님! 고맙고 존경합니다 ★★★★☆
  • 카게무샤 - 위대한 정신은 죽지 않는다. 장려하게 타오르는 영화혼 ★★★★☆
  • 중앙역 - 부럽다! 브라질영화의 인간탐구와 시대정신 ★★★★☆
  • 대부 2 - 황홀과 전율, 속편의 최고봉! ★★★★☆
  • 이집트 왕자 - 탄성, 다시 탄성! 애니메이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 ★★★★☆
  • 마스터 - 문신처럼 새긴 인간의 불완전성! ★★★★☆
  •  

     

    알라딘에도 박평식 같은 100자평의 고수'가 존재한다. 바로 수다맨'이다. 그가 남긴 주옥 같은 100자평을 옮긴다.

     

     

     

    • 이장욱은 윤대녕보다도 더 늦게온 한국의 하루키 같다. 몽환적인 색채를 자아내는 문장이나 남녀 간의 치정을 아련하게 다루는 모습이, 내게는 감상적 궁상으로 읽혀진다. 청년에서 더 이상 성숙하지 못한 장년이 쓰는 글이란, 애틋한 감성이 녹아 있을지는 몰라도 그만큼 허영과 감상이 버무려진 거다

     

    •  로맨틱 에고이스트 : 루저의 독설이면 모를까 사회에서 성공한 인간의 독설은 그럴듯한 아포리즘이 될수는 있어도 간곡한 울림을 자아내진 못한다. 게다가 그 독설에 깔린 정서가 고작 자기 우울과 자기 연민뿐이라면, 정말로 같잖은 것이다. 이 작가는 이제 우엘벡, 개츠비 흉내를 그만 내고 자기 꼬라지부터 돌아봐야한다

     

    • 두근두근내인생, 김애란 : 어느 소설의 한 구절을 그대로 인용해 보려고 한다. ˝장애아의 현실을, 전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바라보는 게 아니고 감상적인 눈물로 흐릿해진 눈으로 바라보는 건, 불쌍하고도 아름다운 바보, 하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아서, 결국은 강제 노동 캠프라든가 가스실 연기로 귀결된다.˝

     

    • 하성란, A : 시점의 불안정, 서술과 묘사의 불균형, 서사의 작위성,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구성, 개연성 없고 매력 약한 캐릭터 등 갖가지 단점들이 노출된다. 결국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덮었다. 하성란의 재능은 가장 고전적이고 표준적인 단편을 쓸 때 드러나는 것 같다. 장편을 쓸 재주가 없다고 해얄까.

     

    • 2014 제 5회 젊은작가상 수상집 : 잔칫상 앞에서 쓴소리를 늘어놓기는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각 소설마다 활력과 박력이 부족해 보인다. 인간의 내밀한 지점을ㅡ이것이 슬픔이든 고통이든ㅡ 건드리는 노력이 저마다 있기는 하되 그것이 보다 급진적이거나 돌진적이지는 않다. 한 마디로 다들 너무 착하다. 좀 더 와일드해지면 안 될까

     

    • 팩토텀, 찰스 부코스키 : 문학 소녀 취향의 소설들이 겁나게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터프한 작가들이 그리워진다. 찰스 형님의 소설을 다시 읽으니 버터의 바다를 헤매다 한 그릇의 칼칼한 김치를 찾은 기분이다. 읽어라, 이 소설은 내 이름을 걸고 추천한다. 가난한 수컷이자 색마의 고독을 이만큼 실감나게 그린 작가도 드물다

     

    • 불란서 안경원, 조경란 : 조경란 소설은 너무 고고하다는 느낌을 준다. 어딘지 도사연한다는 느낌이 든달까. 소설가가 현장과 거리를 두는 것은 좋으나 현장을 초월해 세속과 풍속을 낮추보듯 응시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 그녀의 소설에는 언제나 귀족이 있으며, 그 귀족은 섬세하긴 하나 진탕에 뒹굴만한 용기는 떨어진다.

     

    • 거기, 당신? , 윤성희 : 이상하게 나는 왜 남들이 좋다고 하는 소설에 별 반응을 하지 못할까. 그야말로 문창과 소설의 표준이자 전범이라 할만한데 안타깝게도 나는 별 재미를 못 느꼈다. 원고지 80장에 억지로 딱 맞추어 쓴 흔적들, 어딘지 어설퍼 보이는 유머, 작가의 너무나 따뜻한 시각이 나에겐 뜻깊게 다가오지 않았다.

     

    • 홀로 서기 : 나는 문장이 지나치게 수려하거나 허세가 보이는 시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수사들은 대체로 시인의 빈핍한 내면을 가리기 위해 동원된 위장막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시는 수사나 은유의 도움에 섣불리 기대지 않고, 그 자체의 결곡한 진술로 밀고 나간다. 때문에, 나는 이 시가 가라처럼 보인다.

     

     

     TIP : 서다 [ 활용 : 서, 서니 ] 동사

            1. 사람이나 동물이 발을..

            2. 처져 있을 것이....

            3. 계획, 결심, 자신감 따위가...

                           .

                           .

                           .

            9. 남자의 성기가 발기되다.

     

    • 그을린 예술, 심보선 : 미려한 문장으로 뻔한 얘기를 쓰면, 뻔한 얘기가 특별한 내용으로 바뀌나? 저자의 문장이 정치하면서도 유려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그동안의 문학에서 익히 담보했던 것 아닌가. 문학이 거리의 약자와 외면받는 이들 속에서 발생해야 한다는 것, 이 뻔한 내용을 쓰려고 이 많은 지면을 소비하나?

     

    • 침대, 최수철 : 중간중간에 삽입된 침대와 관련된 설화/삽화가 서사를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 또,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오로지 침대라는 소재 하나에 꿰맞추려 드니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소설을 오래 쓴 중견 작가의 작품 치고는 너무 헛헛하다. 실험에 치우치다 기본을 잊은 것같다

     

    • 백행을 쓰고 싶다, 박솔뫼 : 작가는 사회와 자신에게 무언가 질문을 던지려고 하지만 그 태도는 철저히 방관자적이다. 체험의 부족을, 사유의 허약을 모던한 스타일과 세련된 문장으로 메우려고 한다. 그것이 평론가의 눈에는 무한한 진동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에겐 안전한 거리두기로만 보인다. 작품은 부실한데 말들만 요란하다

     

    • 굿바이 이상, 김연수 : 이상에 대한 저자의 집념과 취재의 노력이 여실히 묻어나는 작품이다. 그러나 작품 속 드러나는 주제의식(진본은 없고 복제본만 있으며 이 복제본들이 세상의 진실을 만드는 것이다)은 너무나 흔한 것 아닌가. 겨우 이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원고지 천장의 분량이 필요하다 생각되지는 않는다.                            

                                        

    TIP : 알라딘에서 김연수와 심보선을 씹는다는 것은 수많은 여성 알라디너의 적이 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알라디너의 절대적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신형철을 쓰리콤보로 깠다가는 매장될 각오를 해야 한다. 신형철만큼은 까지 마시길 !  어쩌면 수다맨은 박평식을 능가하는 욕을 먹을 것 같다. 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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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다맨 2014-08-0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부코스키 형님을 빼면, 제가 박하게 쓴 평들만 골라서 올리셨군요. 저도 팬심(?!)이라는 게 있어서 박영근, 김신용, 손창섭, 부코스키, 우엘벡, 조지 오웰 같은 작가들의 책에는 비교적 후한 평을 쓰는 편입니다^^;;;
    다만 현실은 시궁창인데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한다거나, 나이는 먹을만큼 먹었으면서 여전히 소녀 감수성에 물들어 철없는 소리를 하거나, 논리적 근거나 실증적 자료도 없는데 주관적 편향에만 치우쳐 있는 글들을 보면 저절로 독설이 나오더군요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4 00:14   좋아요 0 | URL
    전 지금 배탈이 나서 계속 설사하고 토하고, 설사하고 토하고, 설사하고 토하다가 낮부터 계속 잠만 잤습니다. 그 사이 덧글이 많이 달렸군요. 사실.. 몇몇만 빼고는 나쁜 평한 것만 모아놔서 사람들이 투덜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좋은 작품에는 칭찬도 엄청하시는 분입니다. 오해는 하지 맙시다...

    그림자놀이 2014-08-0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기 안 좋네요.

    행인 2014-08-03 19: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 고정 안티를 달고 사시는군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4 00:14   좋아요 0 | URL
    제가 늘.... 안티 30만을 몰고다닙니다....

    풀무 2014-08-0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만 좋네요 재밌고 알차고.
    원래 팬이 많으면 안티도 많죠 뭐. 사실 안티야말로 진짜 팬일 수도..

    행인 2014-08-03 20: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꾸역꾸역 보면서 코멘트를 남긴다는 거니까요.

    비로그인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만 욕할 거면 로그인으로 당당하게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유령처럼 슥 와서 저런 코멘트 틱 던지고 지켜보는.. 건 좀 비겁한 거 같네요.

    풀무 2014-08-03 21:05   좋아요 0 | URL
    제 말이요.
    원래 칭찬도 비로그인으로 하면 느낌이 거시기합니다.
    행인님이야 알라딘에 따로 계정이 없으신 분이라 믿습니다.

    행인 2014-08-03 21: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타깝게도 알라딘 계정은 없습니다...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4 00:16   좋아요 0 | URL
    안티는 그냥 안티입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행인'이란 이름으로 워낙 많은 분이 있으셔서 누가누구인지 이젠 아예 모르겠습니다.
    혹시 행인 님 그 행인 님 ?!

    내이름은초록 2014-08-03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고 있었던 김신용을 생각나게 해주시네요 그 시인이 소설도 썼군요 곰곰발님 수다맨님 고맙네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4 00:17   좋아요 0 | URL
    김신용 아는 분 별로 없는데 수다맨 님은 항상 김신용을 언급하시더군요.
    김신용에 대한 가치는 확실히 보증합니다. 육화된 문체에서 주는 진실성이 독합니다.

    아아 2014-08-0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계정이 없거나 책살때만 들어가는 사람은 댓글 달자고 로그인 하기가 귀찮기도 합니다. 여튼 창작자와 비평과의 '잡다한 관계' 가 계속 되는 이상 문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영화든지 간에, 다 자멸할 것입니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다 먹고사니즘 때문인건가 .. 박평식 평론가는 뭐하는 사람인가요? 평에 대체로 공감하는 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4 00:18   좋아요 0 | URL
    전 한국 비평가들이 너무 말랑말랑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비평 문화가 발달한 나라 보면 비평이 아주 신랄합니다. 이 나라는 명예훼손 이딴 죄가 성립이 되서
    그리 못하는 것 같습니다..... 주례사 비평이 질렸씁니다.

    yamoo 2014-08-0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박평식 평론가의 이름은 곰발님에게서 첨 듣는 군요!

    가끔 수다맨 님의 짧은 영화평들이 인상 깊었는데, 종합 세트로 보니, 수다맨님 평론가 하셔도 될 듯합니다.

    가끔 골발님의 글을 보면 10에 9는 정말 좋습니다. 네, 아주 흥미진진해요. 하나는 말씀 안드려도 잘 아실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4 00:20   좋아요 0 | URL
    앗, 나무 님... ㅎㅎㅎ 100자평은 모아서 보는재미가 있습니다.
    수다맨 님 평론가 하셔도 뭐... 기존 평론가보다 잘하실 것 같습니다.
    10에 4개만 지지해도 좋은데 10에 9이라는 건 거의 완전 좋군요.. 감사합니다.

    박평식 2014-09-22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박평식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9-23 12:35   좋아요 0 | URL
    전 박근혜입니다. 안녕하세요.

    박평식2 2014-10-25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박평식 이분 이름을 박병신으로 하려던걸 잘못 지은거 같습니다 영화 평점기준을 보니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 아니면 낮게 주던데요 허큘러스 이런 킬링타임용 영화는 밀리언달러베이비나 이집트왕자 같은 여운은 못줍니다 하지만 이런 영상만 보고 시간이 빨리 가는 재밌는 영화를 두고 킬탐영화라 하죠 근데 [평점4 : 연기냐 덩치값이냐 ] 평론가가 할 소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딱 봐도 수준이 드러나는 평가죠 정말 한심하고 전문가라 이름짓는 것들이 하는 이런 행동에 눈알이 썩는거 같습니다

    i 2015-02-03 13:2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평식 평론가는 자기 주관대로 평점을 매기긴 했지만, 한번도 대중들에게
    자기 영화보는 주관을 진리인 마냥 자랑하고 남의 마인드에 억지로 심으려고 하신 적은
    없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매우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명작`의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ㅎㅎ
    어떤 사람에게는 쓰레기인 라면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나 맛있는 음식일 수 있는 것처럼

    어쩌면 남들이 자기 평가에 대해 욕을 해대도 자신은 자기가 재밌던 영화에 솔직하게 재밌다고 말하고
    재미없던 영화는 재미없다고 자기 주관을 쓴 것 뿐인 평식 평론가가 용감하다고 까지 생각되는군요.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박평식2 2014-10-2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ㄴ저는 대부,밀리언달러베이비 등등을 명작이라 부르짖으면서 (물론 명작임) 다른 영화는 이런 스토리나 연출에 비교하면서 깍아 내리는 행동은 정말 멍청해서 못봐줄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흔한 착각에 빠져사는 사람들이죠 명작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게속 변화 할 것이며 본인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영화는 본인들의 것이지 그걸 남의 마인드에 억지로 심으려고 하는 병신같은 행동은 자제 했으면 좋겠습니다 평론가님들...

    니가평식이냐? 2014-12-1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별..... 말도 안나오네
    박평식이가 너냐 아님 너가 박평식이냐 아님 친구냐?

    me 2015-02-2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평론은 참고만 하면되죠~아 이사람은 이런 생각을 갖고있구나..자기 생각과 비교할수도 있고, 절대적... 기준이 아님 강요한적도없고..그래도 저예산 영화부터 에로물에 가까운 독립영화까지 다양하게 평론하시는거 보면 평론가중에 어려운말 써가며 허세부림의 유지나 이런사람보단 나아보임...강한섭 교수님도 자기 색깔이 있어서 좋았구요...그보다 박평식2 딱봐도 수준이..니가 더 병신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