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박평식, 100자평 모음
박평식이란 평론가'가 있다. 굳이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이리라. 그는 주로 씨네21에서 활동하면서 별점 체크'와 함께 100자평만 남기는 평론가'다. ( 그가 쓴 100평 外에 다른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내 기억에 의하면 그는 오로지 100자평만 날리는 평론가다. )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영화 코멘트를 살펴보면 구슬 같은 박평식 100자평이 많다. 언젠가 정성일은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다. " 영화를 놓고 별점을 체크하는 것은 얼마나 천박한가 ? " 박평식 평론가도 이 고상한 문장을 읽었을 것이다. 변희재의 반대말이 진중권이듯이, 박평식의 반대말은 정성일이다. 내 입장은 이렇다. " 정성일, 너나 잘하세요 ! " 박평식이 유명세를 탄 이유는 야박한 별점 때문이다. 그에게 붙은 별명은 소금왕, 모두까기, 츤데라 따위'다.
평론가들이 숭배하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영화 << 엉클 분미 >> 에 대해 박평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의미와 가치는 인정하나 감탄하진 않겠다. " 라는 쿨한 평과 함께 10점 만점에 6점을, 이창동 영화 << 시 >> 에 대해서는 " 시는 욕조에 가라앉고 산문의 슬픔만 동동 " 이라는 말과 함께 6점을 줬다. 따봉이라 말할 때 그는 시큰둥하다. 남들이 예라고 할 때 노라고 말하거나, 남들이 노라고 말할 때 예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100평 또한 쿨하다. 100자평만 읽었을 때는 젊은 평론가 같지만 환갑이 지난 노장 평론가'다. 나는 박평식의 평가에 대해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잡다한 관계( 감독의 명성, 동료 평론가의 지지 따위)를 거절한 채 오로지 영화만 가지고 평가하는 자세를 지지한다. 화딱지가 난 관객들은 항상 이렇게 말했다. " 그럼, 씨바 ! 별점 네 개 이상 준 영화는 뭐냐 ? 있기는 있냐 ? " 그래서 준비했다.
천공의 성 라퓨타 - 여전히 싱싱한 플롯과 색채, 메시지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 <자전거 도둑>의 비처럼 춥고 <욜>의 채찍보다 아프다 ★★★★☆화씨 911 - 부럽다! 감독의 배짱과 여유와 진심 ★★★★☆밀리언 달러 베이비 - 인간의 길을 열어주신 감독님! 고맙고 존경합니다 ★★★★☆카게무샤 - 위대한 정신은 죽지 않는다. 장려하게 타오르는 영화혼 ★★★★☆중앙역 - 부럽다! 브라질영화의 인간탐구와 시대정신 ★★★★☆대부 2 - 황홀과 전율, 속편의 최고봉! ★★★★☆이집트 왕자 - 탄성, 다시 탄성! 애니메이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 ★★★★☆마스터 - 문신처럼 새긴 인간의 불완전성! ★★★★☆
알라딘에도 박평식 같은 100자평의 고수'가 존재한다. 바로 수다맨'이다. 그가 남긴 주옥 같은 100자평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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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욱은 윤대녕보다도 더 늦게온 한국의 하루키 같다. 몽환적인 색채를 자아내는 문장이나 남녀 간의 치정을 아련하게 다루는 모습이, 내게는 감상적 궁상으로 읽혀진다. 청년에서 더 이상 성숙하지 못한 장년이 쓰는 글이란, 애틋한 감성이 녹아 있을지는 몰라도 그만큼 허영과 감상이 버무려진 거다
- 로맨틱 에고이스트 : 루저의 독설이면 모를까 사회에서 성공한 인간의 독설은 그럴듯한 아포리즘이 될수는 있어도 간곡한 울림을 자아내진 못한다. 게다가 그 독설에 깔린 정서가 고작 자기 우울과 자기 연민뿐이라면, 정말로 같잖은 것이다. 이 작가는 이제 우엘벡, 개츠비 흉내를 그만 내고 자기 꼬라지부터 돌아봐야한다
- 두근두근내인생, 김애란 : 어느 소설의 한 구절을 그대로 인용해 보려고 한다. ˝장애아의 현실을, 전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바라보는 게 아니고 감상적인 눈물로 흐릿해진 눈으로 바라보는 건, 불쌍하고도 아름다운 바보, 하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아서, 결국은 강제 노동 캠프라든가 가스실 연기로 귀결된다.˝
- 하성란, A : 시점의 불안정, 서술과 묘사의 불균형, 서사의 작위성,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구성, 개연성 없고 매력 약한 캐릭터 등 갖가지 단점들이 노출된다. 결국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덮었다. 하성란의 재능은 가장 고전적이고 표준적인 단편을 쓸 때 드러나는 것 같다. 장편을 쓸 재주가 없다고 해얄까.
- 2014 제 5회 젊은작가상 수상집 : 잔칫상 앞에서 쓴소리를 늘어놓기는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각 소설마다 활력과 박력이 부족해 보인다. 인간의 내밀한 지점을ㅡ이것이 슬픔이든 고통이든ㅡ 건드리는 노력이 저마다 있기는 하되 그것이 보다 급진적이거나 돌진적이지는 않다. 한 마디로 다들 너무 착하다. 좀 더 와일드해지면 안 될까
- 팩토텀, 찰스 부코스키 : 문학 소녀 취향의 소설들이 겁나게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터프한 작가들이 그리워진다. 찰스 형님의 소설을 다시 읽으니 버터의 바다를 헤매다 한 그릇의 칼칼한 김치를 찾은 기분이다. 읽어라, 이 소설은 내 이름을 걸고 추천한다. 가난한 수컷이자 색마의 고독을 이만큼 실감나게 그린 작가도 드물다
- 불란서 안경원, 조경란 : 조경란 소설은 너무 고고하다는 느낌을 준다. 어딘지 도사연한다는 느낌이 든달까. 소설가가 현장과 거리를 두는 것은 좋으나 현장을 초월해 세속과 풍속을 낮추보듯 응시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 그녀의 소설에는 언제나 귀족이 있으며, 그 귀족은 섬세하긴 하나 진탕에 뒹굴만한 용기는 떨어진다.
- 거기, 당신? , 윤성희 : 이상하게 나는 왜 남들이 좋다고 하는 소설에 별 반응을 하지 못할까. 그야말로 문창과 소설의 표준이자 전범이라 할만한데 안타깝게도 나는 별 재미를 못 느꼈다. 원고지 80장에 억지로 딱 맞추어 쓴 흔적들, 어딘지 어설퍼 보이는 유머, 작가의 너무나 따뜻한 시각이 나에겐 뜻깊게 다가오지 않았다.
- 홀로 서기 : 나는 문장이 지나치게 수려하거나 허세가 보이는 시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수사들은 대체로 시인의 빈핍한 내면을 가리기 위해 동원된 위장막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시는 수사나 은유의 도움에 섣불리 기대지 않고, 그 자체의 결곡한 진술로 밀고 나간다. 때문에, 나는 이 시가 가라처럼 보인다.
TIP : 서다 [ 활용 : 서, 서니 ] 동사
1. 사람이나 동물이 발을..
2. 처져 있을 것이....
3. 계획, 결심, 자신감 따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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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남자의 성기가 발기되다.
- 그을린 예술, 심보선 : 미려한 문장으로 뻔한 얘기를 쓰면, 뻔한 얘기가 특별한 내용으로 바뀌나? 저자의 문장이 정치하면서도 유려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그동안의 문학에서 익히 담보했던 것 아닌가. 문학이 거리의 약자와 외면받는 이들 속에서 발생해야 한다는 것, 이 뻔한 내용을 쓰려고 이 많은 지면을 소비하나?
- 침대, 최수철 : 중간중간에 삽입된 침대와 관련된 설화/삽화가 서사를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 또,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오로지 침대라는 소재 하나에 꿰맞추려 드니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소설을 오래 쓴 중견 작가의 작품 치고는 너무 헛헛하다. 실험에 치우치다 기본을 잊은 것같다
- 백행을 쓰고 싶다, 박솔뫼 : 작가는 사회와 자신에게 무언가 질문을 던지려고 하지만 그 태도는 철저히 방관자적이다. 체험의 부족을, 사유의 허약을 모던한 스타일과 세련된 문장으로 메우려고 한다. 그것이 평론가의 눈에는 무한한 진동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에겐 안전한 거리두기로만 보인다. 작품은 부실한데 말들만 요란하다
- 굿바이 이상, 김연수 : 이상에 대한 저자의 집념과 취재의 노력이 여실히 묻어나는 작품이다. 그러나 작품 속 드러나는 주제의식(진본은 없고 복제본만 있으며 이 복제본들이 세상의 진실을 만드는 것이다)은 너무나 흔한 것 아닌가. 겨우 이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원고지 천장의 분량이 필요하다 생각되지는 않는다.
TIP : 알라딘에서 김연수와 심보선을 씹는다는 것은 수많은 여성 알라디너의 적이 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알라디너의 절대적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신형철을 쓰리콤보로 깠다가는 매장될 각오를 해야 한다. 신형철만큼은 까지 마시길 ! 어쩌면 수다맨은 박평식을 능가하는 욕을 먹을 것 같다. 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