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뒤의 얼굴은 인간이다.

 

 

 

 

MBC 주말 오락 프로그램 < 진짜 사나이 > 가 대중들에게 " 인기 " 있는 방송이 되었을 때, 나는 " 공포 " 를 느꼈다. 군 문화를 찬양하는 나라치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나라를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군대 무용론을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연예인을 동원해서, 지상파 방송 카메라를 동원해서, 군대 문화를 미화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군 문화를 오락거리로 미화하는 방식에 대한 언론 비판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내가 < 진짜 사나이 > 를 신랄하게 비판했을 때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락은 오락일 뿐 오해하지 말자고 말했다. 하지만 둑은 언제나 작은 균열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무너지는 법이 아닌가 ? 웃자고 시작한 일에 나중에는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된다. 單刀直入的(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 진짜 사나이 > 는 < 가짜 사나이 > 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 단도직입 " 을 한자로 풀면 單刀直入이다. 무시무시한 뜻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칼(단도)을 들고 적을 찌르기 위해 곧장 쳐들어간다는 뜻이다. 군대를 4자로 정리하자면 < 단도직입 > 이다.

 

< 리얼 다큐 > 라는 제목을 달고 방송되는 지상파 오락 방송 프로그램에서 " 리얼 " 과 " 다큐 " 는 존재하지 않는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수많은 스텝들이 카메라 뒤에서 피사체를 따라다니는 마당에 진짜 " 리얼 " 을 뽑아내기란 불가능하다.  착한 척할 뿐이고, 예쁜 척할 뿐이고, 다정한 척할 뿐이다. 리얼이 아니라 리얼을 가장한 콩트'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연예인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  연기를 한다.  샘 해밀턴은 구멍 병사 연기를 하고, 박형식은 먹방의 신을 연기하며 무조건 황홀한 표정을 선보인다.   연예인 중심 리얼 버라이어티'만이 아니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 짝 > 이나 < 인간 극장 > 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출연자는 자기 검열을 작동시킨다.

 

그것은 마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담임에게 일기장 검사를 받아야 하는 ) 초등학생 일기장과 같다. 그 일기장에 거짓을 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쓰는 것도 아니다. 방송용 카메라에 찍힌 영상은 골목길 CCTV에 찍힌 영상이 아니다. < 진짜 사나이 > 는 병영 체험을 통해 용기, 전우애, 애국심, 극기 따위를 말하지만 군대를 나온 사람은 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묘사하는 전우애 따위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조작'인가를 잘 알고 있다. 체력 테스트에서 낙오될 위기에 처한 샘 해밀턴을 위해 동료 병사들이 그와 함께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해서 단체로 진급 테스트 탈락 위기에 놓인 에피소드는 쌍욕이 나올 만큼 천박한 기만이었다.  그러한 전우애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일 뿐이다.

 

그 장면을 보며 박수치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시청자는 아이들과 여성. 그리고 군대에 간 적 없는 남성뿐이다.  군대는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멀리 볼 것 없다. 내 군 경험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참 군화발에 맞아서 팔이 부러진 적 있다. 그리고 내 아래 기수 가운데 한 명은 정기 휴가가 끝났는 데도 부대로 복귀하지 않았다. 부대 근처 여관에서 농약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헌병이 그를 찾았을 때 그는 병실에 누워 있었고, 그 이후로는 그 후임병을 본 적은 없다. 다른 부대로 옮겼다는 소리만 얼핏 들었다. 이런 사건 사고는 너무 흔해서 언론에 노출되지도 않는다. < 진짜 사나이 > 속 구멍 병사'는 동료들의 지지와 도움으로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가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고문관으로 통용되는 구멍 병사'를 도와주는 병영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약점이 잡히는 순간 지옥은 시작된다. 사자가 들소 무리에서 표적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리 중에서 이상한 걸음으로 걷는 녀석이다.  걸음걸이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부상을 입었다는 증거이니깐 !  인간도 마찬가지다. 절뚝거리는 순간 표적이 된다. 그게 본질'이다. 군대 내 폭력은 일상이 되었다.  28사단 윤일병이 죽었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참혹했고 쓸쓸했다. 모두 다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는 뻔한 궁시렁이 이어졌다. "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지 ? " 여기에는 인간의 탈을 쓴 무리와 자신을 전혀 다른 종으로 분류하려는 속내가 읽힌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실은 이렇다.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탈을 쓰고 악행을 저지른다. 짐승이 인간의 탈을 쓰고 악행을 저지를 수는 없지 않은가 ?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것처럼 < 악 > 은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권위에 복종한다. 밀그램의 " 권위에의 맹종 " 실험은 그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신문에 모집 공고를 낸다. 사례비는 시간 당 4달러였다. 하는 일은 간단했다. 명령자가 버튼을 누르라고 하면 버튼을 누르면 되는 일이었다. 30개의 스위치는 15볼트를 시작으로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15볼트씩 올라간다. 그리고 각 스위치에는 단계별로 경고문이 쓰여 있었다.

 

 

1단계 / 15 v : 미세한 충격

              .

              .

              .

              .

              .

10단계 / 150 v  :  강한 충격

13단계 / 195 v  :  아주 강한 충격

17단계 / 255 v  :  격렬한 충격

21단계 / 315 v  :  극도로 격렬한 충격

25단계 / 375 v  :  위험, 극심한 충격

29단계 / 435 v  :  xxx

30단계 / 450 v  :  xxx

 

이 실험에서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실험실 안에서 전기 충격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단계별로 버튼을 누르라고 명령한다. 연기자'는 전기 볼트가 높아질수록 아픔을 호소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구조'를 요청하는 연기를 펼친다. 그러니깐 피험자는 고스란히 그 죽어가는 고통을 목격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심리학자 대부분은 450 볼트'를 누를 수 있는 가능성을 0.1 %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65 % 였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실험에 참가한 피험자들은 모두 최종적으로 300볼트 버튼을 눌렀다. 사람들은 220볼트가 사람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살을 잘 알면서도 참가자 전원이 300v 이상을 누른 것이다.

 

밀그램 실험 딜레마'는 이후에도 다양한 변주'를 통해서 각국에서 시행되었다. 결과는 모두 엇비슷했다. 그러자 몇몇 사람들이 이 실험 수치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실험 참가자 중 450볼트 버튼을 누른 상당수의 실험자는 이 상황이 몰래카메라'라는 사실을 실험 도중 깨달았기 때문에 450 볼트 버튼을 누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심리학자 세리던과 킹'은 똑같은 상황에서 전기충격을 받는 것처럼 연기하던 사람'를 귀여운 강아지'로 교체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역시 버튼은 450 볼트' 단계까지 30단계로 이루어졌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강아지'가 전기충격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 물론 강아지가 전기 충격을 받긴 하지만 450 볼트의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 강아지가 연기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 

 

피험자들은 이 실험이 리얼'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인식하고 진지하게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강아지는 낑낑거리며 헛바퀴를 돌며 고통스러워 했다.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남자 피험자 중 450 단계 버튼까지 누른 권위 복종자는 54%였던 반면, 여자'는 100 % 였다. 대부분은 개를 키운 경험이 있거나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었다. 이 결과를 놓고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설마, 그래도,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필립 짐바르도가 진행한 < 스탠퍼드 감옥 실험 > 은 " 설마 ? " 하는 의심에 단단히 쐐기를 박았다. 스탠포트 감옥 실험은 < 상황적 요소 > 가 < 개인적 기질 > 를 압도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러니깐, 어떤 상황에 처해지면 평범한 사람도 인간의 탈을 쓰고 " 그짓 " 을 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도덕은 유리처럼 깨지기 쉽다. 유리는 균형을 잃고 깨지는 순간 칼이 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균형을 잃고 깨지는 순간(불합리한 상황적 요소) 인간 본성은 본색을 드러낸다. 인간은 모두 짐승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인문학이란 인간의 탈을 쓴 가면을 벗기니 가면 속 얼굴은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은 없다. 인간의 탈을 쓴 존재는 오로지 인간이다. 가면 뒤의 얼굴은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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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8-0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가면을 벗기니 괴물이 아니고?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1:53   좋아요 0 | URL
후훗, 괴물 가면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 같습니다.

rtour 2014-08-0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가면을 쓰고 있으면 젠틀하고 다들 도덕과 정의를 말하잖아요. 인문 사회과학의 목적은 결국 인간들이 그 가면을 잘 쓰고 있을 수 있는 조건들을 연구하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1:59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ㅎㅎㅎ. 인간 가면을 잘 쓰고 있어야 할 터인데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저도 확 가면을 벗고 난동 한번 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는 해서 놀라고는 합니다. 뽄드로 잘 붙여놔야겠어요..

rtour 2014-08-0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게요. 축제든 보면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돈 받고 맞아주는 놀이도 있잖아요. 폭력. 난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소리지르고 물건을 던져서 망가뜨리고 때리고 쌍욕을 하고..씩씩거림 일면 시원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11   좋아요 0 | URL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은 카니발적 요소가 없어요. 한번 신나게 망가져도 괜찮은 축제가 있으면 한국인도 스트레스 풀고 다음날 방긋 우스며 일상으로 돌아갈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전 야구를 봅니다.
욕 무진장하거든요..ㅎㅎㅎ. 야, 시바... 저걸 못 치냐 !!!! 뒈져. 이자식아, 먹튀 ~~~~ 이러고 나면 나중에 시원합니다.

rtour 2014-08-05 12:47   좋아요 0 | URL
이렇게 보면 곰곰발 님이 실제 만나도 참 달변일 것 같은데 아니더란 말이죠..ㅋㅋ
글에서만 달문..이랄까...=3=3=3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14   좋아요 0 | URL
제가 술에 안 취하면 나름 달변입니다. 술만 취했다 하면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단어를 다 까먹습니다..ㅎㅎㅎ 하지만 어리버리 인정합니다..ㅎㅎㅎ

풀무 2014-08-0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어젯밤 귀가 중에 마트에서 제가 그 가면, 신랄하게 벗어 던졌었다는.. 넘 짜증나서요. 흑흑 (고해성사의 시간)

(+) 그나저나 인간의 가면을 벗기니 가면 뒤의 얼굴은 인간이었다,는 문장 좋다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28   좋아요 0 | URL
아니... 서쪽 님처럼 선비 같은 분이 왜 가면을 벗을 일이... 허어....
이거 분명 그쪽에서 깐족거렸군요. 근데 서쪽 님 몸보고서는 맘대로 깐족거리지 못할 터인데..ㅎㅎㅎ

풀무 2014-08-05 12:32   좋아요 0 | URL
아녜요. 그쪽에서 먼저 깐죽댔으면 제가 가면을 벗었다고까진 안 하죠.
아.. 말로 하면 길어지는데 여튼 그 마트의 고질적인 무신경, 불친절에 폭발했달까요.
봉투 전달부터 물건들 바코더에 쓱쓱 문질러서 휙휙 던져대는 것도 거슬리는데 그러다가 마나님 가져다 줄 그 왜 천 원짜리 매일 카페라떼 있잖아요. 그거 플라스틱 뚜껑이 절단났거든요.
암튼 약자 입장인 카운터 아주머니 앞에서 쌍욕을 해댔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잘못이 큽니다. (반성의 시간)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후회 엄청 되시죠 ? 그분도 노동 강도가 쎄다 보니 불친절할 수밖에........
저도 마트에서 참지 못하고 욱한 적 있죠. 제가 수입 맥주 종류별로 잔뜩 샀는데

카운터 직원이 그거 보고 짜증난 표정 짓더라고요. 왜 한가지 종류로 잔뜩 사면 계산이 편한데
종류마다 사면 일일이 찍어야 하지 않습니까.

직원이 맥주 들다가놓치는 바람에 병 하나를 깨트렸습니다.
그리고는 저보고 시큰둥하게 다시 가서 가지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화딱지나서 뒤엎었는데.. 아 이거 지나고 보니 쪽팔리고 제가 한심하기도 하고....
다시는 가지 못하겠더군요...

풀무 2014-08-05 12:40   좋아요 0 | URL
그죠. 그러네요. 곰발님 케이스에 비하면 또 제 경우는 고의도 아니고 관행대로 하다가 실수한 건데 말이죠.
저도 당분간은 그 마트 못 갈 듯 ;;

뭐 이렇게 글 읽으면서 반성도 하고.. 그래서 또 인간에게 희망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2:45   좋아요 0 | URL
당분간 마트 못가거임 ~~~~ ㅎㅎㅎㅎ.
저도 생각해 보니 그때가 2010년 월드컵 한국 경기 때였습니다. 고거 보려고 사람들이 정말 지역 토종 마트에 바글바글이었습니다. 노동 강도가 쎄다 보면 웃음을 잃게 되죠. 어서 다른 루트를 뚫어야 할 것 같습니다..ㅎㅎ

풀무 2014-08-05 12:56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면 곰발님은 정말 인간적. 다독 다상량이시니 수치심을 아는 분, 같단 인상을 늘 받아요. 그만큼 괴로워도 하고. (그러고 보면 인간적,이란 말이 참 이중적이네요. 그죠?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좋게 썼다가 우린 모든 인간적인 것들과 싸워야 한다, 식으로 부정적으로도 쓰이고..)

전 철면피여서 다른 마트 안 뚫음. 흐흐..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00   좋아요 0 | URL
그냥 평생 그지 같은 행동을 하고 날마다 후회하는 인간형이죠. 뭐....
제가 무슨 수치심을 압니까...

엄동 2014-08-0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탈을 쓴 인간이라ᆢ인면인심이로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14   좋아요 0 | URL
인면인심이라... 요거 마음에 듭니다. 인면인심 자주 써먹어야할것 같습니다.

편린 2014-08-0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팀 버튼의 그림책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에 보면 굴 소년이 할로윈데이에 무슨 가면을 쓸까 고민하다가 인간 가면을 쓰는 장면이 나와요. 무서운 괴물로 분장하는 할로윈데이에 인간 분장을 하는 것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3:15   좋아요 0 | URL
아, 맞습니다. 맞아... 그랬지요. 그랬나 ? 버튼 영화에서 본 것도 같고요..ㅎㅎㅎ
인간 분장이 가장 무서운 겁니다. 누가 호박 귀신 분장한 거 보고 무섭다고 그럽니까.
귀신 분장이 제일 무서운 거임....

수다맨 2014-08-0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탈을 쓰고 악행을 저지른다, 이 문장 몇 번이고 곱씹게 되네요.
이 병장의 행동은 물론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었느냐는 따위의 비난은 참으로 나이브하다고 봅니다. 사람 마음 밑바닥에는 언제나 악의가 도사리고 있고, 그러한 악의가 군대라는 폐쇄적/위계적 공간에선 더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박근혜/김무성 커플(?!)의 흥분에 찬 행동을 보니 우습고 역겹기 그지없더라구요. '그 전에 니들 꼬라지부터 돌아보라'고 외치고 싶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6:52   좋아요 0 | URL
인간 본성에 대한 지나친 자만심이라고 할까요 ? 여러 심리 실험에서 보여주었듯이 인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왜.. 거... 아프간 포로 학대 사진 때문에 미국이 발칵 뒤집어진 적 있잖습니까. 그런 건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황이 만든 거죠. 저런 개같은 인간들이라고 욕한 사람도 그 상황에 직면하면 그리 될 것입니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는 수밖에 없죠. 그 길박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8-0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개만도 못한 짓을 하는 인간들은 자기가 틀렸다고 여기지 않고, 집단괴롭힘을 하는 애들은 자기들이 정의를 내린다고 하죠. 정의라는 이름따위는 개에게 주는 겁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가 없는 이 사회에서 정의란 단지 힘으로 얻어지는 수단에 불과하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6:5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권선징악 따위를 믿지 않습니다. 이상과 현실이 괴리감 느끼는 게 전형적인 권선징악이죠. 권선징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명박은 삼족이 멸해야죠. 멀쩡하게 잘 사고 있잖습니까전두환은 어떻습니까.. 권선징악 따위는 없습니다. 다만 누가 더 빽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나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립간 2014-08-0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프레시안 글에 자주 공감하지만, 역시 내 맘과 같은 글이 있기에 소개합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211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6:56   좋아요 0 | URL
전 마립간 님 링크 걸어둔 부분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주소 복사해서 실행해도 나오지도 않으나..
이 기사 혹시 죄를 가볍게 내리면 천벌받는다는 기사 아닙니까....

마립간 2014-08-05 17:11   좋아요 0 | URL
폭력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군대의 구조적 문제와 우리나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한 이야기입니다.

혁신적이거나 참신한 이야기보다 (어찌 보면)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기회될 때 한 번 읽어보세요.

제가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않아. ... 주소를 제시하는 것 이외에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5 17:45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프레시안 뒤져서 찾아냈습니다. 저도 기사 읽었습니다. 프레시안의 시선에 동의합니다. 가해자는 당연히 처벌받아야겠으나 처벌했으니 끝날 문제는 아닙니다. 워낙 구조적으로 뿌리가 깊으니 말이죠. 근데 저만 주소 링크 걸면 저만 읽지 못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바일러스 먹었나 ??!

유다 2014-08-06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탠포드 감옥 시뮬레이션도 떠오르네요. 영화 <엑스페리먼트>로 두 번이나 나온. 그나저나 저는 어릴때부터 그냥 막연히 책이나 영화도 전쟁물이 엄청나게 재미없는데 아무래도 남자들만 나오고 마초끼만 발산하는데서 감동을 못느끼는 부류인가 싶습니다. 아님 연대의식이 모자라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1:11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는 안 봤는데 루시퍼 이펙트 책 보니 정말 끔찍하더군요...인간이란 조그마한 완장을 차는 순간 그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브라우니 2014-08-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점심먹는데 직장 동료(군대 갔다온 40대 남성)이 그러더군요. 맞는 애들은 문제가 있는 애들이 맞는다고..사실 지휘관은 알지도 못하고 아무 관계도 없는데 육군참모총장이 옷을 벗게되었다고..순간 어이도 없고 너무나 화가 치밀었지만 정색하고 말이 거칠게 나갈거 같아 아무말도 못했습니다..옆에 있던 다른 동료가 그럼 관리자가 뭐하러 있냐고 부드럽게 대꾸하고 지나갔어요..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이렇게 참혹한 사건까지 일어나게 된거라고는 생각지 않느냐..그렇게 따지면 문제없는 사람이 어딨느냐 사람간에는 늘 갈등이 생기고 더구나 군대같이 폐쇄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에서는 훨씬 심할텐데 그런 문제점을 위에서도 알고 최소한 조심하고 신경써야 하고 지휘관의 마인드에 따라서 부대 문화가 달라지는 곳도 분명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하며 흥분해서는 속에서만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위에 링크된 프레시안 칼럼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퍼져 있는 문화의 문제점 부분이 너무 뼈아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9:21   좋아요 0 | URL
죽을 짓을 했으니깐 죽는다, 라는 논리는 유대인이니깐 죽어도 싸다, 라는 논리와 같습니다.
그러모르 그 직장 동료새끼는 ( 죄송합니다. 이런 극강의 표현을 쓰다니... 하지만 저런 논리로 합리화하는 걸 참지 못하겠습니다 ) 히틀러와 동급입니다. 같은 논리로 여성이 성폭행 당하면 피해자가 짧은 치마 입었으니깐 당했다는 논리 아니겠습니까. 한심한 거죠. 잠을 잘 때 조금만이라도 그 친구가 겪었을 두려움을 생각하면 그런 소리 못하죠. 30일 동안 24시간 맞아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생각해 보십시요....

이 세상에 " 맞을 짓 " 은 존재하지 않지 않습니까.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 맞을 짓 > 을 정당화하는 문화입니다. 군대문화가 일반 문화에 깊게 스며들었습니다.

박서연 2014-08-1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매끄럽고 시원하게 잘 쓰셨네요... 저도 '진짜 사나이'를 보면서(참고로 군대를 접하지 않은 31살 여성) '정말 저럴까? 아닐 것 같은데' 이런 의구심으로 보곤 했는데요.... 요즘같은 상황들을 보면서... 인간은 성선설이 아니라 성악설로 설명될 수 있는 존재들인가,,, 하는 회의감도 들고. 환경에 따라 '본성, 본질, 본색'이 드러난다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 결국 인간의 본성은 악이라는 건가, 혹은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없는 그저 자기의 이익만에 따르는 존재들인가. 그런저런 회의에 빠져드는 요즘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24   좋아요 0 | URL
100% 뻥입니다. 그런 훈훈한 이야기는 군대에 없습니다. 전우애 ? 웃습니다. 그건 그냥 그들만의 판타지일 뿐...
영화에서나 써먹는 게 전우애'지. 실제로 전우애 따위는 없습니다. 왕따 문화에 익숙한 청년은 군대에서도 왕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