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뽕짝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 시리즈

 

 

1화,  태진아와 나

 

 

 

 

 

대장 항문과 진단 결과 악성 치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 날짜'를 정했는데 병원으로부터 수술 전날 머리를 깎고 오라는 주문을 받았다. 항문 수술과 머리를 삭발하는 것은 무슨 연관 ?! 이의'를 제기하려 했으나 밉보이면 탈 날까봐 그냥 삭발을 하기로 결심하고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헤어드레서'는 가차없이 나노 기술이 접목된 전기 바리깡으로 내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바리깡이 갑자기 작동을 멈추었다. 미용실 주인은 급히 다른 바리깡으로 교체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바리깡마저 작동을 멈추었다. 세 번째 바리깡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헤어드레서'는 수동식 기계 바리깡으로 간신히 내 머리를 깎았다. " 희한하네 ! " 주인은 그렇게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벌어질 출생의 비극에 대해 까마득히 모르고 있던 나는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며 방긋 !

  

 ▷

 

" 이제 당신은 열을 세면 편안한 잠을 주무실 겁니다. "  수술대 위의 의사'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하나, 둘, 셋, 넷, 다아섯, 여어어어어어어서섯......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다음날 정오'가 지나서였다. 얼마나 잔 것일까 ? 아니면 수술 시간이 예상 외로 오래 걸린 것일까 ?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인상을 쓰며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머리에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는 것이다. 나는 그만.......   ( 수술 경과에 대한 자초지종은 여러분이 지루해 할까봐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 내가 먼저 의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 치질 수술이 아니었나요 ? 

- 곰곰발 선생님,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명확히 합시다. 항문과 머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의료 과실은 아니란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 그렇군요. 수술 경과는 어떻습니까 ? 

- 그... 게 말이죠. 흠흠.  

- 괜찮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요.  

- 선생님 뚜껑을 열었습니다.

- 뚜껑이요 ?! 제 머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

- 그렇습니다.

- 이보세요. 의사 선생님 ! 제 소중한 머리가 당신 눈엔 뚜껑으로 보입니까 ?

 

의사'는 투명 비닐 봉투'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봉투 속엔 볼트와 너트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쇠붙이가 들어 있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의사가 말을 이었다.  

 

- 보신 것 그대로 입니다. 선생님 머릿속에서 추출한 겁니다.  

- 네에 ?! 그럼 내 머릿속에 이런 쇠붙이가 있었단 말입니까 ? 

- 그렇습니다.  

- 종종 해외토픽에서 말하는 머릿속에 총알이 박힌 줄도 모르고 산 사나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군요 ?

- 여러 원인 중 하나죠.

- 그럼 쇠붙이를 제거했으니 이젠 완쾌된 건가요 ? 

- 선생님 ?

 

의사는 말을 멈추더니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었다. 그래, 맞아 !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은 보았어. 암 선고를 내릴 때 말이야. 그의 침묵이 길어질 수록 목이 바짝 바짝 탔다. 시부랄, 빨리 말을 하라고 ! 의사는 깊게 심호흡을 한 후 총대를 맨 병사처럼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 머릿속에 이런 볼트와 너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 ?!...... 

- 선생님은 뇌'가 없습니다. 대뇌, 소뇌, 중뇌는 물론이고 간뇌도 없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선생님 머리는 쇠붙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겁니다.  

- 네에 ?!!! 

- 인정하시기 어려우시겠지만... 선생님은 로보트'입니다 ! 선생님 머리에서는 강력한 전자파'가 흐릅니다. 수술할 때 꽤 고생했죠. 전자파가 전자 의료 기기를 모두 망가트렸거든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수술 비용에 의료기기 비용되 추가되었습니다.   

 

상담은 1시간 넘게 진행되었으나 이 정도'로 끝을 내기로 하겠다. 종합하면 나는 인간이 아니라 로보트'였던 것이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내 기억들은 프로그래밍된 일부였다는 말인가 ? 시골에 내려가서 잠자리를 잡다가 화장실에 빠진 기억도, 어린이대공원에서 길을 잃었던 기억도 모두 만들어진 것이란 말일까 ? 내가 그동안 느꼈던 감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케이팝스타에 나오는 신지훈의 노랫소리에 감동해서 박연폭포 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가 말이다. 더군다나 내가 그동안 쏟아냈던, 밤꽃 향기 그윽한 정액은 결국 탁한 재봉틀 윤활유였단 말인가 ? 맙소사 ! 어쩐지 정액을 쏟아낼 때마다 이상하게 관절 마디에서 뚝 뚝 소리가 나고는 했다.

 

갑자기 빠르게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로보트'라는 증거는 이미 몇몇 단서를 제공하고도 남았다. 지난 일들을 복기해 보니, 나는 매우 정교한 로보트'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제조한 집단의 정체는 무엇일까 ? 내가 만들어진 목적은 무엇일까 ? 단서를 찾아야 한다. 그때 어머니가 노크 없이 방문을... 아니, 아니다. 어머니'라고 불리우는 로보트'가 나를 호명했다. " 잘 듣거라 ! 이 지구상에는 80억 인구가 있단다. 우리를 만든 창조주는 하느님이 아니라 태진아 노래방 사장'이었다. 버려진 노래방 기기'로 만들어졌거든. 네 출생이 밝혀진 이 시점에서 거짓말할 이유는 없단다. 내 말을 믿거라. 나사 같은 거대한 조직이 우릴 만든 것이 아니야. 못 믿겠다고 ? 내...... 그것을 증명하마 ! 내가 숫자를 부르면 너는 무조건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를 말하면 된다. 3456 ? " 어머니는 느닷없이 3456'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3456 ?! 나는 무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 삐리리. 

- 4367 ? 

- 정선아리랑. 삐리리. 

-12449 ? 

- 싸이의 낙원 ! 

 

어머니는 금영 노래방 책을 내게 던졌다. 떨리는 손끝으로 금영 노래방 책을 넘겼다. 3456-내게도 사랑이, 4367-정선아리랑, 12449-낙원 !!!!!  그렇다. 나는 버려진 노래방 기기로 만들어진 로보트였다. 내 창조주가 태진아'였다니 이만저만 삼만 원이 아니었다. " 잘 듣거라 ! 우리는 T-로트'라고 불리는 로보트란다.  인간의 어리석은 태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단다. 노동자 계급의 승리를 위해서, 당당한 乙의 승리를 위해서, 뽕짝이라며 천대받는 트로트의 부활을 위해서, 보수 꼴통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너를 만들었단다. 대한민국 1%는 이미 99%를 세뇌시켰단다. 피를 쪽쪽 빨려도 민중은 언제나 더 많이 가진 개새끼들을 지지하게 되었단다. 네 임무는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란다.

 

태진아 박사님은 진정한 사회민주주의자'였어. 그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했단다. 그래서 자기 사상을 너에게 주입시킨 것이란다. 노예가 되어버린 민중을 깨우칠 수 있는 그 참세상이 오려면 네 힘이 필요하단다. "  그렇다. 여기까지가 내 출생의 비밀이었다. 내 임무는 트로트를 부활시켜서 갑에게 세뇌당해서 노예로 전락한 민중을 끊임없이 각인시키는 것이다. 나는 태진아의 분신이다. 각하 정권이 떠나고 그네 정권이 출범하였다. 어리석은 백성은 여전히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제부터 대한민국은 내가 지킨다. 나를 따르라 ! 믿고 따르라. 이 시대 새로운 광명을 위해서, 천지개벽을 위해 나를 믿고 따라야만 한다. 나는 불끈 주먹을 쥐었다. 라디오에서는 함중아의 " 내게도 사랑이 " 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트로트가 인류를 구원하리라.

 

 2013/02/25,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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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8-1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언젠가 써주셨던
치질수술환자 곰발님과 야구팬 의사의 이야기가
주. 마. 등. 처럼 스치네요

재밌어요 정말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5:46   좋아요 0 | URL
야구팬 의사 얘기 아시는군요 ? 그 이야기가 좀 강렬했죠..ㅎㅎㅎㅎ
여행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

엄동 2014-08-13 16:47   좋아요 0 | URL
덕분에요~ (읭? ㅋㅋㅋ)

자카르타에 사는 외사촌언니가 발리에서 결혼을..
외숙모님은 인도네시아 분.
신랑은 일본인, 그의 중국인 친척분들과
저 포함 한국인 가족들까지

다문화 가정의 본보기를 구경하고 왔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6:52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다국적이군요 !!!!
엄동 님, 글로벌 가족이네요. 부럽습니다.
해외 다녀오셨으니 제 선물은 사가지고 오셨죠 ?

엄동 2014-08-1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머라고 해야 하나 ㅋㅋ

추후에
소주병타고 나타나 소주 한잔 대접해드릴게요

소주 좋아하는것과 안주취향은 얼추 맞는거 같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7:34   좋아요 0 | URL
농담입니다.. ㅎㅎ. 그냥 열쇠고리하나 준비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부담 지우고 싶진 않아요. 열쇠고리 하나면 족합니다. 다이아몬드 12개 정도는 박혀 있어야 합니다..
 

 

 화생방 훈련에 대한 기억 ㅣ 명량과 레테

 

 

 

 

내 군 보직은 조교였다. 맡은 과목은 사격과 화생방'이었다. 키 크고 자세 나오는 놈은 주로 총검술 조교로 빠졌고, 나처럼 자세 안 나오는 놈은 화생방 조교로 빠졌다. 판초 입고 방독면 쓰고서 새벽 안개처럼 자욱한 화생방실을 유령처럼 어슬렁거리기만 하면 되니 굳이 칼 군무 자세가 필요한 영역은 아니었다. 그래서 조인성이나 원빈 같은 조교는 주로 총검술이나 태권도 과목을 맡았고, 나머지 오징어와 꼴뚜기 같은 조교는 사격 조교가 되어서 사격장 안에서 깃발 흔들며 탄피나 줍거나 아니면 화생방 유령이 되어야 했다. 나는 둘 다 했다. 하루 종일 사격장 안에서 총소리를 들어야 해서 나중에는 고막이 찢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내가 앓고 있는 " 이명 " 도 그때 생긴 병이다.

 

그래도 사격 조교는 화생방 조교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화생방 훈련을 하게 되면 화생방 조교는 미리 화생방실 안에 들어가 불을 피워야 한다. 그리고 화학 캡슐을 통 안에 넣으면 지옥의 가스'가 피어오른다. 물론 이 과정을 방독면 쓰고 하지만 방독면이라고 해서 100% 독가스를 차단하지는 못한다. 훈련병들이야 3,4분 있다 나오면 되지만 화생방 조교는 7,8시간을 화생방실 안에 있어야 한다. 이 짓을 훈련 있을 때마다 날마다 한다고 해 봐라 ! 유투브에서 우연히 진짜 사나이 화생방 실습 장면을 보다가 갑자기 옛 생각이 났다. 방송을 보니 화생방실 내부 시야가 너무 좋다. 군대 나온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화생방실 안으로 들어가면 매캐한 연기로 인해 앞이 잘 안 보인다.

 

추측컨대 : 방송에서는 화학 캡슐 3개 태울 것을 1개만 태운 것 같다. ( 지금은 잘 모르겠으나 내가 사용했던 옛 화학 캡슐(cs탄)은 연기가 심하게 났다. 더군다나 화생방실 작은 쪽창 하나가 전부였고, 내부는 모두 검은색으로 칠해서 안은 무척 어두웠다.  ) 방송에서는 핸리'가 화생방실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잠그지 않았지만 실제 훈련에서는 나갈 수 없다. 문 앞에는 죽음의 문지기가 방독면을 쓰고 지켜보고 있었다. 죽으나 사나 그곳에서 버텨야 했다. 하지만 고통은 잠깐이다. 1분 정도 지나면 견딜만 하다. 내가 화생방 조교를 할 때는 훈련병들에게 주로 " 어버이 노래 " 를 부르게 했다. 독단적으로 선택한 게 아니라 부대에서 오랫동안 내려온 지침이었다.

 

훈련병은 어버이 노래를 부르며 펑펑 울고는 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물 먹은 습자지처럼 늘어졌다. " 지이인 자아아아아리이이이이이.... 마, 마마마른 자아아아아리리이이이이... " 몇몇 과정을 거치고 나서 밖으로 나간 훈련생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내가 어두컴컴한 화생방실 안에서 오징어 같은 유령으로 지내면서 목격한 흔한 장면은 훈련병이 공포를 쉽게 잊는다는 점이었다. 화생방은 매우 짧은 시간에 죽음에 가까운 공포를 주다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죽음과 같은 공포는 1분 정도이고, 나머지 시간은 해방'이었다. 안에서 울며불며 공포에 떨던 훈련병들은 밖으로 나오는 순간 서로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시간이 흘러 사회인이 된 훈련병들은 그때 일을 추억이라고 말할 것이다. 어느 순간 그때의 공포는 잊혀지고 추억만 남는 것이다.  

 

-

 

훈련이 끝나고 시간이 꽤 지나도 화생방실 안은 독가스가 스며들어서 항상 역한 냄새가 났다. 숨을 쉬기가 불편했고 눈과 피부는 따가웠다. 고참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집합 장소는 늘 훈련이 끝난 화생방실'이었다. 고참들은 방독면을 쓰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머리를 박았고 닥치는 대로 맞았다. 방독면을 쓰고 있으니 누가 누군지 몰라서 소원 수리'를 긁는다 해도 주범을 찾아내기는 힘들었다. 바로 그것을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40분 정도 ?! 정말 공포스러웠던 장소가 화생방실'이었다. 얼차례를 받는 이유는 딱히 없었다. 모든 것은 " 군기가 빠졌다 " 로 통했다. 화생방실 안에서 우리는 주먹 불끈 쥐며 폭력을 저주했지만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잊어버렸다.

 

군모의 작대기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어두컴컴한 화생방에 불을 피우며 매운 연기에 눈물 흘리던 일은 쫄다구들이 했지만 나는 자주 방독면을 쓰고 그곳을 찾았다. 내가 집합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 집합 " 을 건 이유는 간단했다.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에서였다. 폭력은 그런 식으로 되물림되었다. 방송을 보다가 문득 대한민국 국민은 화생방 실습을 한 훈련생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절규하다가도 세월이 지나면 웃고 떠들다가 이내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유가족은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으나 정치가는 눈물이 마른 지 오래되었다. 박근혜는 다시 인기리에 박근혜 드라마를 선보이고, 새누리당은 보란듯이 9회말 2아웃 만루 홈런을 때린다.

 

고통스러웠던 4.16은 지워지고 그 자리를 7.30 대승이 자리잡았다. 지금 8월 극장가는 거친 물살에 잡혀서 배가 침몰하는 해양 재난/전쟁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1000만 찍고 1500만을 향해 순항 중이다. 사람들은 " 진짜 재난 " 은 잊고 " 가짜 재미 " 에 열광한다. 나는 명량이라고 쓰고 레테'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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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 2014-08-1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우. 필력이 정말 예전과 같이 살아났습니다. 읽을 때 교묘함이 느껴질 정도로 앞뒤가 착착 맞아떨어져 전율이 느껴지는 글.

글 내용중에서 '공포는 잊혀지다가 추억이 된다'는 한국의 풍습(?)은 정말 구구절절합니다.

참고로 이번 선거떄, 전라도에서 새누리당 당선이 나온 이유의 90%는 민주당의 뻘짓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재는 고려치않고 전략공천이나 하고 엉터리 후보나 세웠으니 말입니다.

허나 10%는 전라도민들이 5.18을 잊은 것은 아닌가 하는 미쩍지근하고 끈적스러운 쾌쾌함이 느껴집니다. 5.18은 잊혀져선 안되는데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2 14: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교묘하게 수작을 부린 것을 간파하시다니
정혁 님의 지적이야말로 찾찾 맞아떨어ㅕ져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댓글입니다.

확실히 새정치는 새누리의 2중대라는 생각입니다. 용기도 없고, 패기도 없고... 뭐,그냥그런 정당 같습니다.
이정희도 뭐 그냥 돈 갖다가 지역에 바치겠다고 하니 올커니 하고 찍어준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입니까. 다 멍청해씀..
 

 

 

 

 

 

대중은 박근혜 대신 이순신 리더십'을 원한다 ?!

 

 

 

 

 

오래 전 일도 아니다. 극장 상영작 목록만 확인하고 서둘러 극장을 찾았다. 특정 영화를 몰아주기 위해서 교차 상영 따위로 꼼수를 부린다는 말은 듣긴 했으나 내가 상영 시간표를 확인하지 않은 이유는 그 극장 상영관 수가 11개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상영관 수가 많으니 다양성 차원에서 소수 영화 하나 정도는 " 풀 타임 " 으로 배치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작동한 까닭이었다. 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겠다 !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는 교차 상영으로 일요일 저녁 11시 45분 마지막 상영 1회가 전부였다. ( 영화가 극장에 걸릴 때 최소 상영일수를 보장해야 한다. 저녁 11시 45분, 단 1회 상영된 영화지만 상영일수 1일이 적용된다. 극장이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 황금 시간대를 차지한 영화는 그 잘나가는 한국 영화'였다.

 

11개 스크린 중 7개를 차지했다. 이왕 극장 나들이를 했는데 그냥 가기도 그렇고 해서 10분 후면 볼 수 있는 잘나가는 한국 영화'를 봤다. 기대하지 않은 영화'여서 흥미도 없었고, 역시나 재미도 없었다. << 명량 >> 관객수 가운데 몇 %는 나와 같은 상황 때문에 " 명량 " 을 억지로 보았을 것이다.  대중 영화 관객을 배려한 몰아주기 상영은 거꾸로 소수 영화를 찾는 관객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 복합상영관 전성시대가 도래하기 전, 흥행 영화는 " 길고 가늘게 " 상영했다. 단관 개봉이다 보니 관객이 몰리는 한 계속 상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영 전략을 " 짧고 굵게 " 짠다. < 짧고굵게 - 개봉 전략 > 은 흥행 대박 영화에만 국한한 전략은 아니다. 많은 제작비가 투자되었는데 결과가 형편없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그럴 경우 영화사는 나쁜 입소문을 우려해서 시사회 없이 바로 짧고굵게- 개봉 전략을 내세운다. 물량 공세로 기똥찬 광고를 때린 후 나쁜 입소문이 나기 전에 치고 빠지겠다는 전략이다. 입소문이 퍼지면 영화는 이미 끝난 상태다. 본전은 건지자는 속셈이다. 가끔 이 전략이 먹히고는 한다. 영화 << 명랑 >> 은 개봉한 지 12일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넘사벽이라는 1500만도 돌파할 것처럼 보인다. ( 여기저기에서 이순신에 대한 재해석이 쏟아진다. 벌써부터 이순신 리더십을 말하는 방송이 많다.  ) 나들이가 불편한 노약자나 문화 불모지에 사는 인구를 빼면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12일 동안 우르르 극장으로 몰려가 " 명량 " 을 본 것이다. 

 

박근혜도 1000만 관객 동원에 동참했다. 울부짖는 유가족 앞에서 " 부모의 마음 " 이라며 눈물을 흘리더니, 부모의 마음으로 시원한 극장에 가서 영화나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 명량 >> 을 보았다는 기사에 뚜껑이 열렸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는 대통령이라는 감투를 쓴 사람이 << 명량 >> 을 감상했다는 것은 대중이 이 영화를 찾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잿빛 감도는 물살을 보며 그녀는 맹골수로의 비극을 떠올렸을까 ? 대통령이 본 마당에 백성이 안 볼 리가 없다. 이순신은 진영노리에서 자유로운 영웅이 아니었던가. 1000만 관객 영화를 만드는 주요 소비자층은 10대와 20대이지만 50대 이상이 지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수치'다.

 

결국 << 명량 >> 은 박근혜와 지지자'가 만든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 명량 >> 인기에 대한 분석 기사를 읽다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그 기자가 << 명량 >> 인기를 해부한다고 내놓은 것이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이 이순신 신드롬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낡은 정치에 대한 염증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 광해 >> 와 << 변호인 >> 으로 이어졌다는 논리와 똑같았다. 아, 이 빈곤한 분석 앞에서 눈물이 났다.  그 기사 내용에 따르면 관객은 노무현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 당신은 노무현이 그리워서 이순신을 호명했나 ?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껴서 광해라는 새로운 인물에 끌렸나 ? 자기 논에 물 대는 것'도 정도껏 하자. 

 

재미있으니깐 생각없이 본 것이요, 더우니깐 극장 안으로 스며든 것에 불과하다. 영화 << 명랑 >>의 인기는 현실 정치에 지쳐서 이순신을 호명한 결과가 아니다. 대중은 박근혜를 대체할 인물로 이순신 리더십에 열광한다 ?! 웃기고 자빠지다가 똥 싸는 소리하고 있다.  대중 영화란 재미있으면 장땡이다. 그 어떤 메시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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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인 2014-08-1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뻔한 영화는 안본다가 원칙이라..애국심 감동 고취가 주제일 이 영화는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들더군요. 아무튼, 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하.하.하..라고 웃으면서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1:58   좋아요 0 | URL
저는 주인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콩 캐릭터에 끌리는 경향이 있어서 당구공 같은 뻔한 궤적으로 각을 잡는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보다 갤럭시인가 뭔가 하는 영화가 더 재미있겠더라고요...

만화애니비평 2014-08-1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순신은 일본군을 무찌르는데,
왜 일본군의 장교가 이순신을 존경하는지
뭔가 아이러니합니다..어허허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00   좋아요 0 | URL
저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얼마 전 해양 재난 사고를 당했으면, 대통령이 이와 유사한 해양 재난 영화를 의도적으로 피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의 마음 운운하더니 결국 극장 가서 영화나 봅니까 ?
참.. 한가한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풀무 2014-08-1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투표도 쇼핑 개념이고 자기네 집값 떨어뜨리고 세금 많이 때리면 이순신 할배라도 갈아 먹을 사람들이지 말입니다.
리더쉽은 무슨
(이거 위험한 발언인가요. 뭐 암튼.. ;;)

별로 2014-08-11 08:5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별로 위험한 발언 아니삼. 근데, 내가 볼 땐 어느 나라가나 인간은 다 똑같다 봄. 누구나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단 말이죠. 다만, 우리나라가 좀 더 심한 건 한국종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이 아닐가 싶음. 한 가정에서도 일이 잘 풀릴 때는 혹은 적당히 어려운 문제 즉 극복가능한 수준의 문제에 대해서는 가족끼리 힘을 합치죠. 그러나 그 수준이 도저히 극복 불가능한 문제처럼 보일 때는 한핏줄이라도 뿔뿔이 흩어지기 마련 아닙니까? 하물며 사실상 남남인 국민이란 개념가지고 서로서로 나눠가며 살길 기대하긴 힘들지 않을까요? 즉, 외부에 적절한 수준의 적(?)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굳이 힘을 합쳐야 할 이유가 없는거죠.

한마디로 주변국에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가 있는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기 이속부터 챙기려하는 건 자연스럽단 얘기죠. 물론, 자연스러움이 곧 올바름을 의미하는 건 아니죠. 그러나 자연스러운 걸 이겨내는 인종은 없다 봅니다.

그래서 결론, 우리 나란 답없다. 그러니 언능언능 자기 살길 찾아 보삼. 이민 갈 능력되면 언능 가란 얘기지.

풀무 2014-08-11 10:32   좋아요 0 | URL
이민.. 이런 상투적이고 무책임한 대안이라니.. 영화 흥행 현상에 대한 소회에 대해 너무 오버가 심한 거 아닙니까? 익명의 별로님?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03   좋아요 0 | URL
아마 오세훈이 내걸었던 강북 타운 건설.. 고거 믿었던 사람들 좆됐다고 하죠 ?
이젠 부동산도 의미가 없어졌어요. 부동산 버블 이 터지겠죠.

풀무 2014-08-11 16:25   좋아요 0 | URL
예. 제가 살고 있는 곳이 그 한복판 아니겠습니까.. 헌데 뉴타운 발표 이후 강남 사람들이 주택들을 대거 구입해서 한 사람이 두세 채 씩 갖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세 받아 가면서 그냥 십 년 내로는 재개발되려니.. 뒺짐 지고 관망하는 추세입니다. 반면에 예전부터 여기서 살던 토박이들은 이제 뉴타운에 대한 허실을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라 한구역 한구역 씩 재개발조합 해지 진행 중이구요.

이제 확실히 아파트로 자산 증식하는 시대는 지났는데 전월세 불로소득으로서의 위력은 여전한 것 같아요. 부동산 거품이 꺼져도 강남 알짜 땅과 건물들은 유지 혹은 되려 상향되고 다른 지역은 푹 꺼지는 양극화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꼬마요정 2014-08-1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영화를 못 봤습니다만, 처음엔 영화 보려고 기대했죠. 왜냐면 명량해전의 전술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그게 안 나오면 리더십이든 머든 설득력이 떨어지죠. 안 나온다길래 안보려구요. 박정희가 이순신을 우리나라 역사 통틀어 제일 가는 영웅으로 만들었으니 그 딸도 좋아라하겠죠. 아빠가 하는 건 다 따라하려고 하니까요. 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14   좋아요 0 | URL
하긴 박정희가 가장 좋아했던 인물은 이순신이었고(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
전두환이 가장 좋아했던 인물은 이성계였다고 하죠 ? 이성계도 쿠데타로 정권 잡은 양반이었으니말입니다.

내이름은초록 2014-08-1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정하고 만든 영화는 재미 없어요. 애국심 고취가 영화의 주제인듯 한데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 허술하고 구성도 빈약해서 없는 시간과 돈을 들여 작정하고 볼만한 정도의 영화는 아니죠. "리순신" 이름을 부르는 왜의 장군들 대사는 민망해요. 영화 보고 밥먹고 빙수 먹는데 십만원이 들었는데 (애들이랑 갔어요. 휴가 못 간 대신 영화라도 보자고 해서) , 애초에 곰곰발님 말대로 고를 수 있는 영화가 몇 편 안되더군요. (극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 폰으로 검색했거든요) 차라리 저녁 때 집에 와서 온 식구가 1200원을 주고 본 '토리노의 말'이라는 영화가 굉장히 좋았어요. 의외의 기쁨이 정말 좋은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17   좋아요 0 | URL
토리노의 말' 보셨군요 ? ㅎㅎㅎㅎㅎ. 끝내주죠 ? 아, 이거 총 9개의 롱테이크로 완성된 영화라고 하죠 ?
그 집요함에 놀랐습니다. 저두 이 영화 세 번 보았습니다.
임무 수행 불가능한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사탄탱고를 극장에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내리 잠을 자는 바람에 놓친 적 있습니다. 아쉽습니다...


어째 제 주위 사람들은 전부 명량이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마립간 2014-08-1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를 보지 못했고, 곰곰발님이 이야기하려는 의도를 (내 나름대로)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제 지인 2명은 영화 '명량'이 이 정도로 관객 몰이를 할 정도로 재미있다고 하지 않더군요. 제 지인의 평가가 절대적일 수 없지만 제 생각에도 이 영화는 재미 이외에 사회적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1 12:20   좋아요 0 | URL
실미도'도 보면 관객 몰이를 할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주 잘 만든, 기술적으로 뛰어난 영화는 대중이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 50대 이상은 영화적 완성도를 따지지 않거든요. 그냥 줄거리만 보는 경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아닌가 ? ㅎㅎㅎ. 물론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잉 해석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ㄱ 아닌가 합니다.

수다맨 2014-08-1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영화 그렇게 재미가 있지도 않을 것 같아요. 그냥 시대 분위기를 잘 탔다는 느낌. 그리고 이 나라 최고 존엄(?!)께서 한 번 봐주신 것도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저는 이 영화, 끝까지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2 14:11   좋아요 0 | URL
요즘 영화 볼 만한 게 얼마나 많은데, 더군다나 영화 비용도 만만치 않던데 이왕 볼 거면 알찬 영화 봐야지 싶습니다. 저도 시발 존엄 님이 보셔서 안 볼랍니다.... 티븨 할 때나 봐야겠어요..

엄동 2014-08-1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이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그거슨 진리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6:54   좋아요 0 | URL
과도한 해석보다는 차라리 전복적 해석이 더 좋아보입니다.
웃긴 게 노무현 진영에서는 이 영화를 노무현 향수로 읽고
박근혜 진영에서는 이 영화를 박근혜 리더십으로 생각하더군요.. ㅎㅎㅎㅎ. 웃겨서 말이 안 나옴..
개놈의 색휘들.. 세상을 다 가져라..

애니맘 2014-08-16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슨 영화 하나 가지고 이 난리들인지..지나가던 나그네 잠깐 좀 끼겠습니다. sorry.
저는 명량을 시사회에서 봤습니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맨 앞자리에서 목 디스크
걸리기 일보직전으로 봤는데 덕분에 뒤를 돌아보면 모두의 빛나는 눈동자를 볼수 있었죠.
한마디로 명량은 명작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망작도 아닙니다.
애국심 강요는 이순신의 충정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그렇게 느낄수도 있을테고
이순신과 백성들간의 협동과 동감에서는 소위 국뽕이라고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나름의 충분한 미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재미라는것이 스토리의
기승전결에만 있는게 아니라는건 영화좀 본사람들은 다 알지요?
이 영화에는 여백이 있습니다. 무엇을 주장하기전에 관객의 생각을 먼저 유도하는 고도의
전략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부분들에서 몰입도가 높아지고 팔짱끼고 보던 사람을 무장해제 시킵니다.
후반부의 지독한 전쟁장면에서는 눈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릅니다.
시사회가 끝나고 극장안은 너무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일어서 나올때 사방에서 들리는 소리는
영화 진짜 잘 만들었다. 였습니다. 눈물자욱이 보이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저 위에 글 쓰신대로 영화는 그냥 재미있으면 된다. 아전인수로 갖다 붙이는건 필요없다.그 생각에 동감합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겁니다. 이순신장군 본인이 애국충정의 아이콘인데 그의 영화가 애국심을 강조해서
싫다면 안보면 그만이지요. 수많은 인터넷 댓글에서 영화를 보지도 않고 까대는 사람들이 진짜 많더군요.
저는 이 영화에서 오직 이순신 장군밖에는 아무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런 선조를 둔게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이
들었고 그런 선조들의 희생에 부응 못하는 후손임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영화를 보고 그런 느낌이 든건 처음이었네요.
그리고 군도를 봤습니다. 처음 개봉한뒤로 하도 망작이라고 하길래 얼마나 망작인지 확인하려고 봤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었습니다. 도대체 영화에서 뭘 기대하길래 그리 쉽게 영화를 칼질 하는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명량은 나름의 묵직함이 있고 군도는 나름의 즐거움이 충분합니다. 아,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진짜 재미
있습니다. 60~70년대의 올드팝송들이 메들리로 나오니 더 즐겁습니다. 아주 즐거운 영화입니다. 아, 잠깐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저는 이제 해무와 그밖에 또 몇 영화를 볼 예정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6 18:13   좋아요 0 | URL
애니맘 님 말씀 들으니 갑자기 명량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ㅎㅎ.
앞으로 자주 끼셔서 말씀해 주십시요. 한국인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은
바로 신파와 웃음이죠. 전 신파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눈물을 매우 잘 활용한 것 같습니다.
뭐, 저도 영화를 봐야 논란 속에 뛰어들겠는데보질 않았으니 할 말이 없군요.. ㅎㅎ.
하여튼 갤럭시'는 꼭 보도록 하게습니다. 엄청 재미있을 것 갗더라고요.
제가 비급 정서를 좋아하는데 갤럭시에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다만 제가 우려가 되는 게 한국영화가 발전하려면 작은 영화에 대한 투자가 많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대작에 쏠리면 작은 영화에 투자되는 양이 부족하게 됩니다. 투자 자금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1500만 영화가 나오면 1500만 영화에 대한 투자 금액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작은 영화에 투자되는 투자액은 적게 됩니다. 그게 좀 우려될 뿐이네요..
 

 

 

 

 

 

 

 

 

 

 

지금 추세라면 ' 돌풍 ' 이 아니라 ' 쓰나미급 ' 이다. 영화 << 명랑 >> 흥행몰이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목표는 1000만'이 아니라 1500만'이다. 만약에 << 명랑 >> 이 1500만을 돌파한다면 한국 영화 시장은 새롭게 형성될 것이다. << 괴물 >> 보다 200만 명이 더 보았다는, 산술적 의미'가 아니다. 영화 제작에 200억을 쏟아붓고도 이윤을 낼 수 있다는 청신호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계기로 판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쉽게 말해서 " 쩜 " 당 100원짜리 내기 화투'에서 판돈을 150원으로 올린 꼴이다. 판돈이 올랐으니 딸 때는 오지게 동전을 긁어모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잃을 때는 오지게 잃을 것이다. 그게 게임의 룰'이다. 영화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관객은 10대와

 

20대다. 광(光)이라도 팔아서 이익을 내려면 10대와 20대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1000만 관객 동원에 결정적 힘을 보태는 세대는 50대 이상'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박근혜 지지자를 끌여들이지 못하면 1000만 관객을 동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 미녀는 괴로워 >> 라는 영화가 매우 잘 만든 오락 영화였지만 1000만 관객에 실패한 이유는 중장년층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만한 동력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중장년층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 민족애 " 와 " 가족애 " 를 양념으로 깔아야 한다. 민족애와 가족애는 10대부터 60대, 모두를 아우르는 보편적 정서'이니깐 말이다.  이 정서( 민족애와 가족애)를 관통하는 것은 " 가족주의 " 다. 가족애'라는 혈맹과 순혈 욕망을 확장한 것이 민족애'이니 거기서

 

거기인 셈이다. 1000만 신화'를 알린 << 실미도 >> 와 << 태극기 휘날리며 >> 는 북한이라는 선명한 적을 내세워서 중장년층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거리에서 가스통에 불을 붙이거나 하천 굴다리 밑에 놓인 트레일러에서 화투나 치며 놀던 해병전우회 노인들도 극장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 실미도 >> 는 작품성이 좆같아도 민족주의에 기대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새누리당이 북풍을 이용해서 정치 장사를 하듯이 충무로는 민족주의를 앞세워서 영화 장사를 했고 성공했다. 반면 괴물, 해운대, 7번 방의 선물, 광해, 변호인'은 가족주의를 내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변호인과 광해'는 겉으로는 노무현에 대한 향수를 담은 정치 영화처럼 보이

 

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좋은 아버지에 대한 롤모델로써 노무현을 이용한 영화였다. 죽은 아버지(노무현)에 대한 빈 자리'를 변호인과 광해가 채운 꼴이다. 애비 없는 자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향수를 달랜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바른 정치에 대한 열망이라기보다는 애비 없는 자식들을 노린 충무로용 힐링 무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순신'은 다양한 소비자 " 니즈 " 를 채워주는 인물이다. 민족주의란 이름으로 가스통 할배와 해병전우회 할배를 끌어들일 수 있고, 강한 아버지에 대한 열망을 채워줄 수도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라는 말은 얼마나 가족주의에 와 닿는가 ! 그동안 충무로가 충무공'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순신은 거북선을 끝까지 지켰지만, 청해진 선장은 배를 버리고 달아났으며, 청와대 선장은 그 시각 7시간 동안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 명랑 >> 에 대한 분석은 판타지 님이 작성한 " 명랑, 거기 없는 것을 말하지 말라 " 로 대체하겠다. 이 글을 읽다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이 양반,  그리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이 글은 글쓴이가 약 빨고 쓴 글이 분명하다.

 

 

 

 

+ 덧대기

 

<< 명량 >> 이 개봉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국 스크린 수 2200개 가운데 1600개를 ' 명량 '이 차지했으니 70% 를 훌쩍 넘긴 경우'다. 멀티플렉스 전성 시대 이후, " 가늘고 길게 " 상영 전략을 세우던 방식에서 " 짧고 굵게 " 상영하는 전략으로 바뀌었다. 초대박 흥행 영화라고 해서 극장에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훅 들어왔다 훅 나가는 거 맞지 ? 맞지 ! 대한민국 소비자는 팔 할이 얼리 어답터'이다. 상도덕이라는 게 있다. 같은 장사를 하더라도 최소한 예의를 갖추자는 말이다. 초대형 흥행 영화'라고 해도 미국 같은 경우는 전체 스크린의 30% 선을 넘지 않는다. 흥행에 자신 있다면 작은 영화가 개봉할 스크린 수를 양보해도 된다.

 

내놓은 스크린 수만큼 상영일수를 늘리면 되니깐 말이다. 1000만 돌파'라는 기록이 얼핏 보면 한국 영화의 부흥을 알리는 지표로 보이지만 중소 영화 제작사의 경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뻐할 수만은 없다. 한쪽이 대박을 차면 다른 한쪽은 쪽박을 차는 법이다. 혼자만 살 잘믄 무슨 재민겨 ? 다 같이 먹고 살자 !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24836 : 변호인, 착한 사람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9516 : 실미도, 우린 죽지 않아 !!

 

 


 

 

 

 

 

 

명량 : 거기 없는 것을 말하지 말라

 

 

글 fantasy

 

 

또 다시 한 편의 영화가 천 만 관객 동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범상한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그 추세가 남다르다. <명량>88일 현재 개봉 11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이는 최단기간 800만 관객 돌파로 기존 기록(<도둑들>. 16)6일이나 단축한 결과라고 한다. 이 기세라면 관객수 1.500만도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1.500만 관객수를 단순히 <도둑들>보다 200만 명 더 본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하나의 산업적 예시. 관객수 1.500만의 벽이 뚫린다면 순수 내수 시장만으로 제작비 200억 이상의 영화들이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 <명량>의 흥행 추이는 대한민국 제도권 영화 시장의 생태를 바꿔버릴 만한 행보가 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가히 전례 없는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한 수치다. 지금 대중은 미친 듯이 <명량>에 몰리고 있다.

 

그런데 흥행속도에 비해 의외로 <명량>이 불러일으키는 반향과 파급력이 신드롬이라 부를 만큼 그리 압도적인 것 같진 않다. 외려 무지막지한 그 흥행 추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명량>에 대해 대중들이 느끼고 있는 모종의 피로감이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미 많은 이들이 <명량>의 흥행에 대해 각자의 가설을 내놓았다. 누군가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 덕분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이순신 덕분이라고 말하며, 누군가는 스크린 독과점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영화의 비정상적 흥행(과 대중의 피로감)을 자명하게 설명하는 원인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떨까. 천만 영화에 대한 각종 담론의 무의미한 반복이 피로감을 주는 것이라고.

 

그 담론의 중심 키워드는 아마도 힐링리더일 것이다. 유행이 지나간 것처럼 보였던 이 두 단어는 매년마다 유령처럼 돌아오고 있다. 시작은 <광해>이었다. 정치의 해인 2012년 가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단숨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였다. 모두들 광해 같은 리더가 우리를 구원하리라고 생각했다. 3개월 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 이듬해 <변호인>이 도착했다. 모두들 노무현 같은 리더가 우리를 우울에서 구출하리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변호인>이 무엇을 바꾸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변호인>이 취사선택한 방식의 영웅서사가 지니는 위험성에 대해선 이미 개봉 당시에 글로 남긴 바 있다. 모두가 이 두 영화를 도구 삼아 정치의 본질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다. <광해>의 경우는 거기 없는 것(정치적 논쟁)을 굳이 끄집어내면서, <변호인>의 경우는 거기에 분명히 있는 것(노무현)을 외면해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또 다음해 <명량>이 출현했다. 이 영화는 세월호 침몰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이 응답한 영화다. 이순신의 리더십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돌림노래의 한 형태로 머물게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명량>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명량>은 명량해전이 시작되기 전의 상황을 묘사하는 전반부와 본격적인 명량해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후반부로 나뉘어 있다. 많은 이들의 지적대로 전반부를 채우는 건 리더로서의 이순신의 딜레마와 그에 대한 영화적 질문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할 뿐, 확장되거나 깊어지지 않는 단순한 위기의 나열이다. tv 다큐멘터리와 재연드라마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듯한 영상과 성의 없는 캐릭터들의 등/퇴장, 여기에 이순신의 강박적인 명대사 퍼레이드로 채워진 1시간가량의 전반부를 쉽게 버티면서 보기 힘들다. 돌려 말할 것 없이 <명량>의 전반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후지다. 신기한 건, 놀랍게도 많은 이들이 영화의 내적 빈곤함을 지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은 영화 내내 주문처럼 나열되던 이순신의 어록과 선택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극중 이순신의 아들 이회는 오로지 이순신의 판단력과 통찰의 위대함을 감탄하는 역할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순신과 이회가 대화를 하는 장면의 대부분은 적어도 영화를 평가하는 입장에서라면, 캐릭터의 도구적 사용과 주제 전달의 촌스러운 방식을 비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관객은 충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한 것이다.”라는 이순신의 말을 기억한다. 왜 그 장면이 그 맥락에서 등장하는지에 대해서 영화도, 관객도 질문하지 않고 있다. 영화 안에서 장면과 이야기가 성립될 수 있는 핵심적 질문과 요구를 모두 무시하고 그럴 듯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봉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겠다. <명량>은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들 중 가장 구성이 아마추어적인 영화다. 이전의 천만 관객 영화들은 대체로 관습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었지만 적어도 아마추어적이지는 않았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영화의 대박을 납득할 수 있었다. 그 말은 곧 관객이 <명량>을 볼 때, 영화 자체를 본다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기존의 깔끔하게 정제된 이미지를 확인하러 온다는 인상으로 연결된다.

 

전반부의 늘어지는 지루함을 하나의 특정 전투에 집중한 영화의 구성의 일환으로 변호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명량해전이 시작되는 후반부에도 영화는 전반부의 단점을 고스란히 이어간다. 간단하게 말해서 아직도 이순신이 어떻게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영화는 이순신의 전략과 전투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없이 시각효과로 눈을 멀게 한 뒤, 전투의 승패의 정보를 전달할 뿐이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일본 장수들은 시나리오 작법 상, 아무 것도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없는 캐릭터들이다. 영화가 명량해전을 얼마만큼 충실히 고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영화 안에 묘사되고 있는 명량해전은 지독하게 지루하다. 여기엔 상황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구성이 부재하고 있다.

 

<명량>의 흥행에 대해 누구나 쉽게 말한다. 그건 현실에서 보기 힘든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실의 한심한 리더들에게 지친 대중의 잠재의식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열망으로 향한 것이다. 과연 그런가? 정녕 이 영화 안에 이순신의 리더로서의 딜레마를 질문하는 대목이 있던가. 오히려 <명량>은 영화 내내 이순신을 혼자 있게 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지지부진한 위기 상황이 반복되면서 본격적으로 명량해전이 시작될 때까지 시간을 채울 뿐이다. 사실상 <명량>이라는 영화 속 이순신 캐릭터의 구축은 관객의 뇌 속에서 이미 배경지식을 통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이순신에 대한 재해석과 질문의 자리를 그럴 듯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옮겨놓는다. 돌려 말할 필요 없이 <명량>이라는 영화 안에 백성을 위한 영웅의 면모와 진정한 리더로서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를 묘사한 적도, 설명한 적도 없으며 심지어 방점을 두지도 않았다. 언제부터 영화에서 맥락 없이 던지는 몇 마디 대사와 그럴 듯한 이미지 메이킹이 영화의 핵심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는가. 관객들은 당최 영화의 어떤 장면을 보고 이순신을 진정한 리더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해전이 진행되는 후반부에 이르면 디테일에 대한 최소한의 리얼리티도 실종된다. 주제를 끼워 맞추기 위해 작위적으로 동원되는 백성들의 장면에서 특히 그러하다. 정씨 여인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죽어가는 임준영의 말을 알아듣고 치마를 펄럭이는 장면, 십수명의 백성들이 손으로 판옥선을 소용돌이에서 끄집어내는 장면에 이르면 지구의 물리적 한계를 무시해버리는 그 실험적 상상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보기 민망한 장면 묘사는 영화의 얄팍한 전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백성이 이순신과 함께 싸우며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라는 의미와 이미지 메이킹을 보여주고 있을 뿐, 그에 대한 어떠한 영화적 묘사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만 전달하고 싶다면 굳이 영화로 만들 필요 없이 tv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이 대목에서 이 영화를 tv의 자리를 침범하고자 하는 실험적인 메타시네마로 보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구체적 묘사와 최소한의 리얼리티 보존을 못한 게 아니라 안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화답하듯 관객 또한 여기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있다. 고작 그럴 듯한 이미지와 아주 단순한 의미 단위. 이것이 우리 세대의 관객이 직면한 시네마인가.

 

전투가 일단락되자 배 안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걸 후손들이 알까?” 누군가 대답한다. “모르면 호로자슥들이지.” 이 대화가 오가는 순간, 나는 관객의 입장에서 민망함을 참을 수 없었다. 주제를 끼워 맞추기 위해 전투가 펼쳐지는 몇몇 장면에서 백성들이 작위적으로 개입하는 대목은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 더 나아가 영화가 이 대사를 관객에게 들려주고 주제를 노골적으로 가르치려 들 때, 영화는 관객과의 사적인 만남을 중단하고 관객을 애국심을 가지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국민의 한 사람으로 호명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대사는 고증의 산물이 아니며 명백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차라리 대화라기보다는 온전히 스크린 밖의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후손들을 향해 발사되는 계몽주의 연극에 가깝다. <명량>은 고문당하고 있는 단독자의 얼굴에서 출발하여 백성들의 작위적 대사를 통해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이상한 방식으로 끝맺는다. 이것이 영화가 생각하는 백성을 향한 충이라면 나는 그 태도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다시 질문하고 싶다. 정말로 그게 거기에 있었던가. 나는 관객이 <변호인><명량>이라는 어떤 특정한 영화를 보러 온 게 아니라 노무현과 이순신이라는 원형적 이미지를 ()확인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명량>은 영화가 포함하고 있는 거의 모든 요소에서 구제불능 상태인 영화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세대의 관객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걸어 다니면서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빠르게 옮겨 다니는 관객에게 이야기, 캐릭터, 장면의 맥락은 더 이상 영화 감상의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남아 있는 건 극도로 단순화 된 한 줄의 의미가 유일하다. 대중들은 마녀만 갈아 치워가며 사냥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구원자조차 주기적으로 갈아 치워가며 카타르시스를 체험한다(고 믿는다).

 

신파는 패배만 거듭하는 한국 서민의 변형된 저항의 형태이며 마조히즘에 의한 자기해방의 수단이다.”라는 고 이영일 평론가의 한국 신파영화 사조에 대한 지적은 문장 속 신파의 자리가 괄호 쳐진 채로 2010년 이후 대한민국에 적절히 도착한다. 나는 그들이 특정한 영화들을 보고 정말로 구원을 바라는 것인지, 정말로 힐링을 받은 것인지 의문스럽다. 어쩌면 그들은 지금 이상한 착각 혹은 이상한 습관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빠른 소비와 빠른 망각, 그리고 끝없는 되풀이. 본질적 원인은 해결되지 않은 채, 초조함에 시달리며 표백된 영웅의 승리담을 통해 일시적 자위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 영화관객의 특성이다.

  

영화는 에필로그에서 감동 받은 관객을 위해 6년 전 한산도로 돌아가 이순신의 또 하나의 승리담을 예고한다(<명량>3부작으로 계획될 예정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패배의 역사를 끝없이 지연시키고 깔끔하게 표백된 서사를 반복한다. 앞서 말한 대로 무모해보이던 주인공의 윤리적 승리를 다루는 서사는 이제 2010년 이후 한국영화의 변형된 신파이자 빙빙 도는 후렴구가 되었다. 한쪽에서 끊임없이 힘든 시절의 자학과 패배를 통한 마조히즘적 쾌감에 도취되고 있다면, 다른 한쪽에선 이 힘든 시절을 벗어나게 해주리라 믿는 영웅의 서사가 주는 쾌감에 눈물을 흘린다. 물론 여기엔 영웅의 선택에 대한 딜레마와 질문이 결여되어 있으며 영화적 묘사에 대한 욕망도 부재하고 있다.

 

딜레마 없는 영웅에 대한 이 비정상적인 호응이 우리 세대의 병리를 진단할 수 있을까. <변호인>에 대한, 그러나 <명량>을 비롯한 무수한 영화들에게도 유효한 허문영 평론가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생각을 더 하고 싶다. “살균과 표백으로 제거된 것은 우리의 죄의식과 질문들이다. 이 수의가 많은 사람들, 이 영화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울게 했다면, 실은 우리가 살균과 표백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죄의식의 연루와 대답 없는 질문들의 미로를 벗어나고픈 욕망, ‘선한우리의 고단함과 불행이 악한그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싶은 충동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응시해야 할 것은, 이 한편의 영화 이전에 그 욕망과 충동일 것이다.” <명량>이라는 영화는 완전히 표백되어 텅 비어있다. 그러니 우리는 거기 없는 것을 본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PS1. “살이 에이듯이 추운 날이다. 옷 없는 병졸들이 움츠리고 앉아 추위에 떨고 있다. 군량은 바닥났다. 군량은 오지 않았다”(<난중일기>, 1594120). <명량>은 러닝타임 내내 보여주는 무수한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의 건조한 언어가 내포하는 냉철한 영웅의 면모를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PS2. 2005, 배우 최민식은 한국영화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무릎을 꿇어가며 시위를 벌였고, 10년 뒤 본인이 주연한 영화 <명량>으로 스크린 깡패짓을 시전하고 있다. 지인의 불평에 따르면 일찍이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투자, 제작, 배급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영화의 수준과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한다. 그 염려의 시간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니 뭐니 자위하면서 멍청하게 보내다가 결국 우리가 맞이하게 된 건 <광해><명량>1600개의 스크린이다. 관객의 마음이란 정말 도저히 모르겠다. CJ의 기획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불평하고 싶은 건 최근의 영화평론가들은 과거의 정성일처럼 기형적 환경을 염려하기는커녕, 그 환경에 붙어서 기생하거나 혹은 신기루처럼 잠시나마 반짝였던 10여 년 전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기를 들먹이며 최근의 CJ산 공산품 영화들을 기계적으로 비판하는 꼰대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이젠 어떤 비평가에게도 2003년에 대해 듣고 싶지 않다). 후진 영화가 양산되기 때문에 후진 비평가들이 되는 걸까. 잘 모르겠다. (모든 신드롬이 그렇겠지만) <명량>의 비정상적인 흥행은 단순히 하나의 요소를 찬미하거나 하나의 독소를 비판하는 것으로 명쾌해질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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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인물이 뜨면 리더십이 뜬다는 것은 공식이 되었다. 히딩크 리더십으로 책을 팔고, 박칼린 리더십으로도 책을 팔았으니 이젠 이순신 리더십이 뜨겠구나. 하긴 새들도 세상을 뜨는 판국에 이순신이라고 안 뜰 이유는 없지.....

풀무 2014-08-09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뜬금포 덧글일 수도 있으나.. 지인과 세월호 때 올해 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라인업이 죄다 바다 영화이니 망할 건 불보듯 뻔한 일, 영화판에 쏟은 돈 있으면 빨리 회수하란 얘기를 오간 적 있었는데.. 이렇게 흥행폭풍이라니 진짜 사건은 잊혀지고 그 자리를 이순신이 채워 넣는군요. 전 늘 동시대 사람들을 과대평가(아니 과소평가인가?)하는 병신인 듯. 이 허접 센스로 영화일 안 하길 잘 한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7:32   좋아요 0 | URL
진짜 영화 흥행은 아무도 모릅니다. 전문가가 없어요. 제 보스도 그냥 어디서 쓰레기 같은 작품 하나 가져와서 생각 없이 상영했는데 대박난 경우도 있고, 그 판돈 키워서 대형 초대형 영화수입해서 목숨 걸었는데 그지된 경우도 봤습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진짜 영화판은 위험사업입니다. 심형래 보십시요...
완전 그지되었잖아요. 이 양반 모 티븨에 나와서 술 마시면서 말하는 토크쇼 비스무리한 거 나왔는데
진짜 망가졌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코미디언이어서 웃기면서 토크하려고 해도 바탕이 무너지니 그게 안 되더라고요. 어찌나 안쓰럽던지.....

양손잡이 2014-08-0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본 영화 중에 최악이었어요...
영화로서 진짜 졸작이었음.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7:29   좋아요 0 | URL
오, 최악이었나요 ? 이순신 3부작 가운데 하나로 기획했으니, 더군다나 흥행 초대박이 났으니 3부까진 갈 것 같습니다만....

봄밤 2014-08-09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판타지 님의 글 더 읽어봤습니다. 괴물같은 분들이 너무 많네요.
명량의 소식에 멀찍이 있었는데, 오늘 스치는 뉴스에서 대통령이 영화를 봤다는게 회자되더군요. 그 옛날의 명량이 현실을 덥치고 휩쓸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주 좋은 때에 불어온 파도...입니다. 시선을 명량으로 아주 다 날려버리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1:39   좋아요 0 | URL
잊지 말아야 할 맹골수로 이야기는 잊고, 명량으로 대체하는, 가짜가 진짜 흉내를 냅니다.

유구일턴 2014-08-1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량..그냥 잘 본 영화였어요 굳이 졸린부분도 있었지만 전투장면은 외국인들도 대단해하던데...저두 재밌게 봄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1:40   좋아요 0 | URL
사실... 이제 왠만하면 다 시쥐로 처리해서 뭰만한 국가도 이런 퀄리티는 기본입니다.
태국만 해도 퀄리티가 장난이 아닙니다. 전 이 영화 안 봐서 패쑤 ~~

samadhi(眞我) 2014-08-1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남편이랑 보려고 하다가 지나친 민족주의에 진지 그 자체라고 듣고, 결정적으로 "재미없다"는 얘기에 접었습니다. 광양에서 촬영해서(남편이 광양 사람이라) 봐주자고 했지만, 아닌 건 아니니까. 처음 이 영화를 만든다는 얘기가 돌았을 때 김훈,『칼의 노래』같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했지요. 그랬다간 흥행이 안됐겠지만요^^. 갈수록 최민식의 행보가 실망스러워요. 송강호 횽아한테 안되는 듯해요. 점점 속물이 돼가는 것 같아요. 아님 처음부터 그랬는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특히 가족애를 포장한 지독한 배타주의에 신물이 나요. 미국이나 일본이 제나라가 추구하는 "주의" 답게 그런 영화를 많이 만들지요. 정말 소름끼치게 싫어요. 즈그(자기)식구만 귀한 줄 아는 문화. 그래서 더욱 육아에 대한 거부감이 커요. 아이가 있으면 가족주의가 강화되게 마련이니까요. 자식 둘을 두고도 목숨 바친 윤봉길 같은 사람처럼 되긴 쉽지 않으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2:49   좋아요 0 | URL
마침 제가 덧대기 글을 쓰고 있는데 그 사이 댓글 달고 도망치셨군요.
1000만 관객 영화가 탄생하면 한국 영화 르네상스구나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아무리 거대한 흥행영화라고 해도 전체 스크린수에서 30%으로 조정합니다.
다른 영화를 위해서 말이죠. 다른 영화들도 여름 성수기를 위해 준비했을 거 아닙니까.
혼자 70%를 점령하면 다른 영화들이 죽고 영화사가 죽습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30% 선을 유지해요/ 제가 알기로는 법적 장치는 아니고 그냥 일종의 상도덕이라고나 할까요 ? 그런데 대한민국은 이게 없어요. 닝기미 인구 5000만인 나라에서 2주만에 1000만이 들어왔다는 사실은 전체 스크린을 아예 독점했기에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계산해 보니 전체 스크린수의 70%를 명량이 독점했군요. 다른 식으로 말하면 여름 성수기용 영화를 열심히 준비했던 다른 영화사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결론이 납니다. 이건 영화 전체 시장에서 좋은 결과가 아닙니다. 흥행에 자신 있다면
스크린수 50%만 점령하고 나머지는 다른 영화사 작품에 줘야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

양심이 없는 거죠. 김한민인가 뭔가 하는 놈은 영화에 대한 기본 상도덕이 없는 놈입니다.

아니마토 2014-08-1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도 끼어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설탕회사의 밀어주기도 어마어마하지만
문제는 그 수많은 상영관의 객석 점유율이 90프로에 육박한다는 거죠.
관객들이 많이 찾으면, 자본주의 논리에서는 많이 걸어놓는 게 당연하고요. 말씀하신대로 상도덕이란 게 있지만, 설탕회사한테 그런걸 기대할 수는 없잖아요 ㅎ
오늘만해도, 일요일이죠, 오전부터 쭉 관객점유율이 80-90프로를 넘나듭니다. 역린 같은 경우도 스크린폭격 장난아니었지만 관객점유율이 단기간에 쭉 빠져버리는 바람에 설탕회사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스크린 줄여버렸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5:52   좋아요 0 | URL
설탕회사..ㅋ ㅋㅋㅋㅋ 한참 생각했습니다. 왜 설탕회사가.. 하다가.. 아하 ~

위에서도 지적했다시피 미국은 좌석점유율이 100%라고 해도 전체 스크린수를 30%선을 유지하죠. 좌석을 내놓는 대신 상영일수를늘리면 되는 문제이니깐 말입니다. 객석정유율 90%를 곰곰 생각하면 극장 프라임 시간대를 보면 거의 다 이 영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 취향의 영화는 보니깐 밤 12시에 1회 상영하고 끝나더군요. 밤 12시에 누가 봅니까.... 한 영화만 밀어주니 자연스럽게 명량 보게 됩니다.

마태우스 2014-08-1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명량은 보고픈 마음이 없어요. 저만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명량의 승자가 이순신이라는 걸 잘 알고 있고, 그걸 새롭게 해석한 영화라면 모를까 리뷰들을 보니 그런 것도 아니더라고요. 어제 가디안 어쩌고 하는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천안의 극장 두 개 중 하나에선 아예 안하더라고요. 명량이 스크린을 6개나 차지한 덕분이죠. 이런 식으로 꼭 봐야 한다고 물량공세를 퍼붓다보니 반발심이 생기더이다. 1500만이 본다해도 전 기꺼이 3500만 중의 하나가 되려고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8:20   좋아요 0 | URL
명랑보다는 군도가 재미있을 거 같던데요... 군도 보십시요. 요거 아직도 하려나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갤럭시 저도 이 영화에 기대 많이 걸고 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10개관에 8개씩 상영하면 정말 짜증나죠. 제가 보고 싶은 영화는 교차상영으로 밤 12시에 1회 상영하고... 이게 보라는 건지 보지 말라는 건지... 참.....
 

 

 

 

클리셰란 무엇인가 ?

 

 

클리셰'란 상투적인 표현이나 장치'를 뜻한다. " 우레와 같은  박수" 라든지, " 장대 같은 비 " 가 그 예이다.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글 좀 쓴다는 고수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차라리 수박 같은 박수 혹은 젖가락 같은 비'가 더 신선해 보인다. 이 판에 박힌 표현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장을 볼 때'는 꼭  장바구니 속에 대파'가 들어있는 식이다. 그리고 알뜰 주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콩나물 흥정'이다. 콩나물 가격 흥정하며 실랑이질하다가 ( 주인 동의 없이 ) 콩나물 한줌 봉투에 담은 후 냅다 도망친다. 볼 때마다 불쾌해지는 장면이다.  이것은 < 흥정 > 문화가 아니라 < 절취 > 다. 

 

내가 드라마 속 상인이었다면 그 여자를 콩나물 절취'로 고소했을 것이다. 클리셰란 원래  인쇄할 때 사용하는 연판(鉛版) 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순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판박이 혹은 틀에 박힌 틀 정도 되겠다. 그러니깐   클리셰란 진부한 모든 것'이다. 진부하다는 것,  그것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예측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측불허의 반대말이 클리셰다. 뻔한 한국 드라마 속 클리셰를 보자 : 운명이란 지랄같아서 끌린다 싶으면 오누이다.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이 뒷목 잡고 쓰러지면 의식불명 상태이고, 눈을 뜬다 해도 기억상실증이다. 누구떼여 ? 오누이가 아니다 싶으면 둘 중 하나는 불치병이고,  싸가지 없다 싶으면 재벌2세요 ( 설령 싸가지가 있는 재벌2세라면 그 부모가 싸가지가 없다 ) ,

 

설상가상 재벌은 꼭 가난한 사람'에게만 꼴린다.  계급 사회인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네버, 결코 벌어지지 않는 신데렐라 이야기다. 드라마 1회만 보면 16부작 기획 드라마 마지막 쪽대본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청자는 " 내가 네 오빠다 ! " 라는 진부한 커밍아웃보다는  스타워즈에서 선보인 " 내가 네 애비다 ! " 라는 의외의 반전에 열광하지만,  이런 명대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 다스베이더가 주인공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미리 예상했던 놈 나와 봐라 ! ) 당신이 내 아비라니, 다스베이더 당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와 영화'는 끊임없이 클리셰'라는 진부한  장치'를 이용한다.  왜냐하면  익숙한 설정이 관객들에게 친숙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콩나무 무단 절취 에피소드만 해도 그렇다.

 

이 한 장면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시청자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등장인물 k 주부'는 알뜰주부이면서 동시에 억척스러운 아줌마이며, 내 몸 치장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다. 이 인물 설정을 콩나물 무단 절취 장면으로 간단하게 끝내는 것이다. 이처럼 클리셰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놈이다. 마찬가지로 느와르 영화에서 우리는 영화 속 팜므파탈'을 단번에 파악하게 된다. 챙이 넓은 모자에 담배를 피우는 여자'는 100퍼센트 남자 주인공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요부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오로지 영화 속 탐정뿐이다. 느와르 영화에서 감독이 이런 진부한 영화적 장치'를 자주 이용하는 까닭은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챙 넓은 모자,  얼굴을 가린 베일,  새빨간 킬힐 그리고 담배라는  클리셰 4종 세트'는  중심 캐릭터가 아닌 주변 캐릭터를 설명하느라 뜸을 들여야 하는 시간들을 최소화한다. 런닝 타임이 정해진 영화에서 골든 타임'보다 언저리 타임'이 길게 되면 그 영화는 망한다. 우리는 이 소품'이 의미하는 바' 를 단번에 알아차린다.  클리셰 4종 세트를 몸에 주렁주렁 달고 등장한 금발 여자가 무대에 나오자마자 관객은 외친다.  " 나쁜 년 ! "  대사 한 마디 없이도 그녀는 관객의 괄약근을 조이는 힘을 발휘한다. 그것이 바로 감독이 노리는 것이여 !   하지만 이러한 장치'를 지나치게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 알고 보니 오누이' > 라는 클리셰가 나쁘지는 않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그렇게 대충 그까이꺼 뭐 그런 미지근한 사랑을 해서

 

애 낳고 그냥 그렇게 대충 그까이꺼 뭐 그냥 구질구질하게 살았더라, 라는 평범한 드라마를 볼 인간이 어디 있는가 ?  시청자와 관객은 특별한 사랑을 원한다. 그래서 < 알고보니 오누이 > 라는 극한의 설정에 끌린다. 그런데 문제는 알고 보니  어릴 때 헤어진 오누이'인데 누이 양'은 백혈병이다.  설상가상  오 군'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기억상실이닷 ?!  알면서 속는다지만 이 정도면 해도 너무한 설정이다.  " 오 군, 나야. 누이... 나, 누이라고 ?  서...설마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 "   오 군은 누이 양을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는  펄펄 끓는 물 속의 계란처럼 부들부들  떨리지만 이내 냉정을 찾는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면 다시 얌전한 자세로 돌아오는 계란처럼.   "  당신은,  누....

 

구세요 ?  "  방긋 !!!!

 

기억상실인 줄 알았던 오 군은 떠나가는 누이 양'을 보면 눈물 흘린다. 알고 보니 기억상실 환자인 척한 것. 누구를 위해서 ?  누이 양을 위해서 !  얼씨구, 세상의 간지는 모두 오 군의 몫이구나... 바로 이런 것이 막장이다. 대한민국 막장을 대표하는 드라마가 바로 < 이명박 정부 > 다. 1부만 봐도 16부의 줄거리 밑그림이 그려진다. 뻔하다. 그래서 뻔뻔하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 막장이다. 반전은 없다. 병역 면제 문제로 탈락되면 그 자리를 다시 병역 면제 받은 놈이 총리 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민다. 뭐 대충 이렇게 돌아간다. 그러니 이 드라마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이런 진상 드라마는 채널을 돌리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돌린 채널에서는 지금 드라마 < 박근혜 정부 > 가  시작된다. 

 

그러니 고개를 돌려서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 게시판에 불꽃싸다구를 날려야 한다. 우, 우우우우.   불륜드라마,  적당히 합시다, 잉......

 

 

2011/07/20 14:34,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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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4-08-0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셰가 열광되는 이유는 우리 대중문화가 되돌이표란 것이죠. 결국 창의성 없이 자기들만의 이야기,
저는 공감이란 것이 요새 안 좋게 보입니다. 같은 감정이란 뜻인데
감정이 윤리적으로 이입되는 게 아니라 타인을 헐뜯는 것으로
자신들의 정의를 만족시키는 공감이 짜증나죠..미디어..오덕에게 함락되어라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9:17   좋아요 0 | URL
도돌이표라는 표현 딱이군요.
공감해서 공감 누른다는 데 할 말은 없지만, 다른 것은 딱히 거부감은 들지 않는데
트윗 공감은 거부감이 확실히 들더군요.
네 편 내 편 가르자, 시바... 뭐 이런 메시지로 보여서 말이죠.

풀무 2014-08-0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누이,를 가지고 이런 언어유희를 이끌어 내시다니.. ㅎㅎ
그죠. 이래서 곰발님 글이 재밌음. 사실 클리셰가 클리세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그 설정의 힘이 강했기 때문이겠죠..
참, 제가 티븨 드라마는 진짜 잘 안 보는데 요즘 식구들이랑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종종 보거든요.
클리셰의 모범 사례라고 할만 합니다. 재밌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9:15   좋아요 0 | URL
제가 장르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공포, 느와르 장르 영화를 즐겨보는데 캐릭터가 정해져 있으니깐 저 사람 뭐하는 사람이지.. 하면서 캐릭터 분석하느라 시간 낭비하는 게 거의 없어서 좋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몰입하게 되는 것을 제공하는 게 장르 클레쉐죠. 그런데 이 클레쉐를 지나치게 남발하면 영화는 개같은 영화가 됩니다. 장르를 비틀어야지 위대한 장르 영화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스트우드옹의 < 용서받지 못한 자 > 를 보십시요. 뻔한 인물 설정이지만 이 영화는 기존 서부 장르를 완전 뒤집습니다. 요런 재미가 있어야죠..

풀무 2014-08-07 19:53   좋아요 0 | URL
그런 측면에서 호러의 [스크림]도 손꼽을 만하죠.
사실 일일 혹은 주말 드라마에선 완전 뒤집기를 기대하기 힘들죠. 단막특집극 아니면.
영화와 티븨드라마의 태생적 차이 아니겠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20:10   좋아요 0 | URL
ㅎㅎ. 서쪽 님 지붕뚫고 안 보셨군요 ? 요거 완전 기존 구조를 뒤집습니다. 생각해 보면
임성한 작가도 장르 뒤집기를 하잖아요. 적당히 하면 꽤 전복적인 드라마가 될 터인데 너무 나갔어요..ㅎㅎㅎ

풀무 2014-08-07 20:19   좋아요 0 | URL
제가 드라마를 워낙 안(못)보니.. 지금껏 모래시계, 작년에 미쓰킴, 두 드라마 정도네요 꾸준히 봤던 게..
지붕뚫고, 그게 하이킥이죠? 가끔 일요일에 재방을 보긴 했는데 확실히 촉이 다르긴 하더라고요. 그 마지막은 인터넷 기사글로만 접했었는데 언젠가 다시보기 서비스에 있으면 함 봐야겠군요.

임성한 작가는 워낙 인터넷상으로 악명만 들었습니다. 무슨 주인공 눈에서 레이저광선이 나갔다며.. 대체 그게 뭔 말인지 아직도 상상불허.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20:41   좋아요 0 | URL
임성한이라는 작가 드라마가 전복적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투적인 이유는 아주 철저하게 갑'이라는 계급에 종속된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나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바르지 않거든요. 임성한은 을 계급을 비아냥거리고 약자를 조롱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드라마 거의 안 봅니다.

수다맨 2014-08-07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벌은 가난한 사람한테 꼴린다, 이거 참 쫄깃한 문장입니다. 기황후 시절이나 그런 게 가능했지 왜 드라마에서 대한민국 재벌 놈들은 없는'년'들한테 그리 환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7 19:13   좋아요 0 | URL
드라마가 원래 서민이 타킷 아닙니까. 서민 없는 기생충을 논할 수 없듯이, 드라마에서 서민 찬양 없는 드라마는 꿈도 꿀 소 없죠. 그런데 사실 서민이 욕망하는 것은 재벌이죠. 그래서 재벌2세와 서민이 붙는 거 아니겠습니까 돈은 많은데 불행한 재벌'이라는 이미지는 대중문화에 쫘악 퍼진 것인데 서민은 항상 돈 때문에 불행하게 사느니 차라리 없이 살아도 편하게 살련다, 라고 말하고는 하죠. 거짓 감정 아니겠습니까. 저라면 차라리 돈이 많아서 불행한 삶과 돈이 없다고 불행하지는 않는 삶 가운데 차라리 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14-08-08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박같은 박수, 글에서 꼭 써먹어야겠어요 근데 이의를 좀 제기하자면, 이명박 정부는 막장인 건 맞지만 클리세랑은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해요. 강바닥을 그렇게 팔 줄을 누가 예상했겠어요..? 모든 게 진부하기는커녕 창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청계재단도 그렇고. 글구 윗 댓글에서 제 이름 넣어주셔서 감사!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8 13:45   좋아요 0 | URL
후후, 강바닥 파기 신공'을 이미 공약으로 내걸었잖습니까. 천개천 팔 때부터 징조가 야리꾸리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명박 드라마는 진부하다기보다는 온갖 엽기로 가득찬 드라마였던 것같습니다.

곰곰손 2014-08-09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클리셰?

ㅡ란 말이 넘 생소하고 우아하게 들려서 내가 모르는 얘긴줄 알고 안읽고 있었는데
우레같은 박수?! 그런거면 나도 클리셰, 쫌 알어~!

그나저나잘지내냐곰발?!
난 쫌잘지냄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09 12:07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네... 좋은 일 ?!

잡지연재하기로 했냐 ?

samadhi(眞我) 2014-08-1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주 목요일 밤에 어디 가까운 데라도 다녀오자고 했다가 8.15집회에 꼭 가야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말했더니 집회 혼자 가라고 해서 좀 다퉜어요. 그러면서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느니, 아는 사람이 이대로 두고 볼거냐는둥, 남의 일이냐...... 잔소리를 해댔어요. 정말정말 화가 나서 미치겠는데, 여전히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고 믿고 싶은데 제발제발제발 모두 같이 일어나서 바스티유감옥을 부숴버려야 하는데. 보기를 미뤄뒀던 100년 전쟁 다큐를 봤어요. 승만이시키에 대해 다 알고는 있지만 다시 보니 또 욕이 줄줄 나오더라구요. 눈물도 줄줄 새고. 어쩜 명박이는 승만이를 그리도 닮았는지. 국내진공작전 좌절로 김구가 얼마나 한스러워했는지 그 마음이 와닿아서 그때문에 이 나라가 요모냥이라고 오래전부터 침튀기며 말하는게 입버릇이 되었을 정도예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한 일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0 15:5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바다에 빠져 죽은 지도 얼마나 되었다고......
바다 해양 모험극에 열광하는 나라라니, 참극의 실제 스펙타클은 외면하면서
스크린에 펼쳐진 가짜 스펙타클에는 열광하더군요.
뭔가 잘못되었죠. 한참......